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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119화 (121/143)

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 119화

* * *

인터뷰를 마치고 수겸은 주변을 살피는 미어캣처럼 고개를 살짝 쳐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고생했다는 스태프들의 인사에 꾸벅꾸벅 인사를 하면서도 인사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금 경계 태세를 강화했다.

수겸이 이러는 이유는 간단했다. 어젯밤에 큰일은 없었지만 무슨 일이 있기는 했다. 그리고 그 사실이 맛보기로 언급이 되었기 때문에 찔려서였다.

혹시나 누가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기라도 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수겸은 최대한 스태프들이 빠져나갈 때 자연스럽게 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수겸아, 뭐 해?”

“어, 어어? 아, 아무것도.”

“누구 찾는 거 아니었어?”

“아니, 찾기는 무슨.”

태원의 말에 수겸은 도리질을 쳤다. 하지만 태원은 미심쩍다는 듯 수겸을 찬찬히 보다가, 이내 수겸의 어깨에 자연스럽게 손을 올려 제 쪽으로 잡아당겼다.

“……형?”

“가자.”

놀란 수겸이 눈을 끔뻑거리는데, 태원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수겸은 그의 품에 안기듯 기댄 채 촬영장을 벗어났다. 촬영장과 멀어지고 밴과 가까워질수록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한산해졌다.

“수겸아, 어제 유찬이랑 잤어?”

“어? 어, 그게…….”

“으흠……. 그래서 그랬구나.”

“응? 뭐가?”

“아니야. 아무것도.”

의아한 수겸이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태원이 다소 사나워진 눈으로 수겸을 보는가 싶더니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정하게 웃었다. 찰나의 변화에 놀란 수겸이 얼떨떨해서 커다란 눈을 끔뻑거리는데, 태원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차에 타자.”

“응…….”

여전히 찜찜했지만 언제까지고 밖에 서 있을 수만은 없었기에 수겸은 그를 따라 차에 탔다.

차에 타보니 민성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멤버들도 금방 도착했다.

“이사님이 밥 사 주신다는데, 어떡할래? 어쨌든 촬영하면서 떡볶이 먹긴 했잖아. 물론 촬영 중이라 제대로 먹진 못한 것 같긴 한데.”

“먹을래요, 먹을래요!”

민성의 물음에 수겸이 흥분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조금 전까지 먹는 촬영을 하기는 했지만, 옷에 흘릴까, 얼굴에 묻을까 걱정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진행자의 말에 적절히 반응도 해야 했고, 타이밍 맞게 멘트를 해야 했기 때문에 잘 먹지 못했다.

“그래, 알았다. 너희들도 밥 먹어야지?”

“네, 뭐…….”

“……그래요, 그럼.”

“……네.”

“……그렇게 해요.”

신이 난 수겸과 달리 멤버들의 반응은 뜻뜨미지근했다. 수겸은 이상함을 느꼈지만, 어찌 되었든 다들 오케이를 한 것인지라 좋게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 * *

유피트는 한 한정식당에 도착했다. 처음 온 곳인지라 수겸은 기대감에 젖어 차에서 내렸다.

설레는 마음으로 식당에 들어서자, 직원이 일행이 있느냐고 물었다.

“네. 남자분인데 한 명이에요.”

“아, 혹시 이선욱 님 일행분들 맞으실까요?”

“네!”

직원의 물음에 수겸이 밝게 대꾸했다. 직원과 문답을 하는 사이 멤버들이 수겸의 뒤에 바로 따라붙었다. 수겸은 멤버들을 이끌고 직원을 따라 안쪽에 있는 방으로 이동했다.

“안녕하세요!”

수겸은 선욱을 보자마자 쾌활하게 인사를 건넸다. 멤버들 역시 수겸에 이어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안으로 들어가려던 수겸은 순식간에 끼어든 이겸 때문에 자리를 빼앗기고 말았다. 이겸은 선욱과 마주 앉았다. 이어서 한솔이 빠른 걸음으로 선욱에게 향하더니 옆에 앉았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수겸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찰나, 태원이 수겸의 손을 잡고는 이겸의 옆에 가서 앉았다.

수겸이 어디든 앉았으니 됐다는 생각에 기대감에 젖어 주변을 둘러보다가, 그를 보던 선욱과 시선이 맞닿았다.

“잘 잤어?”

“네…….”

“유찬이랑 잘 잤대요.”

선욱의 다정한 물음에 답하려던 수겸의 대답은 갑작스럽게 끼어든 이겸의 말에 잘리고 말았다.

놀란 수겸이 눈을 끔뻑거리며 이겸을 바라보는데,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다. 돌아보니 선욱이 수겸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아, 유찬이랑 잤어?”

“그, 그게요…….”

그의 표정은 여전히 온화했지만, 목소리는 어쩐지 묵직한 위압감이 느껴졌다.

수겸은 말끝을 흐리며 마른침을 삼켰다. 그리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한 이겸을 내심 원망했다.

“응, 수겸아. 말해봐. 잤어?”

“그렇긴 한데 잤다는 게 잤다는 거거든요, 그 잤다는 게 아니라…….”

수겸은 변명처럼 주절주절 말했다. 그러다가 유찬을 바라보며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러자 유찬이 수겸의 사인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곧바로 입을 열었다.

“예, 잤어요.”

담백한 말에 수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오해는 풀렸으니 괜찮아졌으리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수겸의 생각과 달리 오히려 분위기는 더 싸늘해졌다.

“아, 그랬군.”

선욱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서늘한 목소리에 수겸은 초조히 입술을 물었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직원이 식사를 가지고 들어왔다.

첫 메뉴는 예쁜 노란빛의 호박죽이었다. 호박죽을 좋아하는 수겸은 기대감에 젖어 죽을 바라보았다. 사실 여전히 등줄기가 섬찟한 게 있어서 부러 더 호박죽에 집중한 것도 있었다.

“먹어.”

선욱의 말에 수겸은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얼른 죽 한 숟가락을 떠먹었다. 호박 특유의 단맛이 느껴졌다. 이겸이 해준 호박죽이라면 설탕을 더 넣어서 먹을 텐데, 싶어 약간 아쉬운 마음이 들기는 했다.

이겸이 해준 호박죽을 떠올리던 수겸은 순간 떠오르는 기억에 얼굴이 붉어졌다. 호박죽을 해주려던 차이겸에게 키스 마크를 새기던 기억 말이다.

“흠, 크흠, 흠, 호, 호박죽 마, 맛있네요!”

수겸은 얼른 민망한 기억을 지우려 얼른 다른 말을 꺼냈다. 그러자 다섯 쌍의 시선이 수겸을 향했다. 그 시선들이 뭐랄까, 유난히 날카롭게 느껴져서 수겸은 눈치를 살폈다.

물론, 이겸만 빼고. 차이겸은 만족스러운 듯 기분 좋게 웃고 있었으니까.

다행히 네 쌍의 시선에 찔려 죽기 전에 새로운 메뉴가 차례로 나왔다. 반찬으로 나온 전, 무침, 생선구이 등 모든 메뉴가 다 맛있었다. 이어서 나온 메인 메뉴는 불고기 전골이었다.

수겸이 보글보글 끓는 전골을 군침을 꼴깍 삼키며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이제 정규 1집 준비하자. 콘서트 준비도 하고.”

“네?!”

선욱의 말에 놀란 수겸은 불고기 전골도 잊고 선욱을 바라보았다. 정규 1집이라는 말도 반가웠지만, 그보다 콘서트라는 말이 더욱 반가웠다. 수겸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애를 썼다.

아이돌로서 콘서트는 꿈이었다. 자신을 좋아하는 팬들을 만나기 위해서 무대에 오르는 건 그야말로 기적 같은 일이었으니까.

“어, 언제요? 언제 할 건데요? 어디서 해요?”

“정규 1집 반응 보고 결정할 건데, 못해도 핸드볼 경기장 정도는 해야지. 매진시키려고 일부러 첫 콘서트를 작은 곳에서 하는 경우도 있긴 한데, 그렇게 하면 티켓에 플미가 너무 붙어. 꾼들이 작정하고 들러붙으니까. 뭐, 어차피 플미야 붙을 테지만 처음 시작부터 플미를 많이 붙이고 시작하면 다음 콘서트 때는 더 붙어서 안 돼.”

선욱이 어디서 할지, 그리고 그 이유까지도 설명해 주었지만 수겸은 설레는 마음에 정신이 팔려 그의 말이 귓가를 그저 스쳐 지나가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좋아?”

“네, 너무 좋아요. 진짜 행복해요. 정말로요.”

선욱의 말에 수겸은 기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콘서트는 아직 한참이나 먼일인데도 벌써 무대에 선 것만 같았다. 수겸은 쿵쿵거리며 뛰는 가슴께를 꾹꾹 눌러 달랬다.

* * *

“콘서트라니, 콘서트라니. 콘서트라니!”

수겸은 숙소에 돌아와서도 소파에 얼굴을 묻고 환호성을 질렀다. 스케줄을 다녀온 사이에 집안에 가구가 몇 개 더 추가되어 있었다. 냉장고와 소파, 텔레비전이 생겨 있었다.

수겸이 발까지 동동 구르며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을 때였다.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수겸은 흥분에 젖은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비디오폰을 들여다보았다. 그곳에는 두 사람이 서 있었다. 꽤 이색적인 조합인지라 수겸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문을 열었다.

“어…… 어떻게 둘이…….”

“이 앞에서 만났어.”

돌아오는 대답에 수겸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다면 이해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이 같이 제 숙소를 찾은 것을 말이다. 물론 왜 왔는지는 여전히 궁금하기는 했지만.

“그런데 왜…….”

수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둘의 분위기가 묘한 탓이었다. 이윽고 돌아온 대답에 수겸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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