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117화 (119/143)

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 117화

“어, 어?”

“안 돼요?”

유찬이 그렇게 물어보며 고개를 살짝 틀어 당장에라도 입술을 맞부딪칠 기세로 다가왔다. 호흡이 섞이는 아슬아슬한 거리에 수겸은 일순간 숨을 멈추었다. 수겸의 뺨은 탈 듯이 붉어졌다.

“안 된다고 하면…… 물러설 거예요. 억지로 하지는 않아요.”

“……유, 유찬아.”

“하지만 허락해 주면 좋겠어.”

유찬의 말에 수겸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콩닥콩닥하는 심장 소리가 유찬에게 들릴까 봐, 수겸은 미쳐 날뛰는 심장 부근을 손으로 꾹꾹 눌렀다. 하지만 그럴수록 가슴은 더 크게 뛸 뿐이었다.

뜨끈하게 열이 오른 얼굴에 쿵쿵거리는 심장. 그리고…… 코앞에 있는 유찬의 입술.

그래, 그래서였다. 정신은 하나도 없는데 유찬의 입술이 바로 앞에 있어서.

눈을 감은 수겸은 천천히 고개를 기울였다. 금세 두 사람의 입술이 맞닿았다. 말랑하고 보드라운 살결의 감촉이 느껴졌다. 유찬이 살짝 입술을 벌렸다. 수겸은 어찌할 바 몰라 움찔거리면서도 벌어진 입술 사이로 혀를 밀어 넣었다.

“흐, 으응!”

그 순간, 마냥 부드럽기만 하던 유찬의 키스가 성마르게 바뀌었다. 입술 사이로 파고든 유찬의 혀가 거칠게 수겸의 입안을 탐했다. 사납게 밀려드는 키스에 수겸이 신음을 흘렸다. 그러자 유찬은 그 신음마저 잡아먹을 듯 더욱 집요하게 입을 맞춰왔다.

유찬이 수겸의 뒷덜미를 감싸 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허리를 안았다. 이내 유찬의 손이 부드럽게 수겸의 허리를 지분거리며 간지럽혔다.

그 손길에 수겸은 잘게 몸을 떨었다. 수겸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유찬의 목덜미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를 놓치면 알 수 없는 미지의 세상으로 끌려갈 것 같 것만 같았다.

그러한 수겸의 행동에 흥분한 유찬의 입맞춤이 한층 더 집요해졌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는 여전히 다정했다. 난폭한 입맞춤을 나누는 사이에도 그의 다정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 다정함에 수겸은 가슴이 벅차올랐다.

물론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막내 유찬에게 이런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에 양심이 쿡쿡 찔리기는 했지만…….

그 순간이었다.

♩♪♩♪♩♪

초인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놀란 수겸이 저도 모르게 몸을 뒤로 빼려 했다. 하지만 유찬은 수겸을 놓아주지 않았다. 대신 나른하게 젖은 목소리로 속살거렸다.

“나가지 마요.”

“그, 그치만…….”

“나랑만 있어요, 응?”

유찬의 다정한 미성이 오늘따라 왜 이리 야하게 들리는지 모를 일이었다. 수겸은 계속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가슴이 쿵쾅거리면서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고마워요.”

“흐, 읏…….”

유찬의 손이 수겸의 옆구리에서 피아노치듯 부드럽게 움직였다. 수겸은 야릇하고도 노골적인 움직임에 잘게 몸을 떨었다.

그동안 유찬은 그런 수겸의 반응을 진득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이 올곧게 따라붙을수록 수겸은 점점 부끄러워졌다.

막내라고만 생각했던 유찬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게 민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짜릿함에 몸이 달았다. 그리고 흥분했다는 걸 깨달으니, 자꾸만 신음이 터지려고 했다.

수겸이 아랫입술을 씹으며 겨우 신음을 삼키던 참이었다.

“형, 제 이름 좀 불러주면 안 돼요?”

갑작스러운 요청에 수겸은 당황하다가 이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유, 유찬, 흣, 아…….”

“미치겠다. 너무 좋아요, 형.”

유찬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더니 황홀한 듯 행복에 겨운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 반응에 용기를 얻은 수겸이 한 번 더 입을 열었다.

“유찬아…… 아흣!”

“미안해요, 나 미치겠어.”

유찬이 순식간에 수겸을 뒤로 밀쳤다. 거친 행동과 달리 수겸의 뒷머리를 유찬이 소중히 잡고 있었기에 바닥에 부딪치는 일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졸지에 수겸은 바닥에 누워 유찬을 올려다보는 상황이 되었다. 그를 올려다보고 있으려니 민망함이 밀려들었다.

그 순간, 유찬의 손이 수겸의 티셔츠 안으로 들어왔다.

맨살에 닿는 손이 수겸의 살갗을 지분거렸다. 수겸은 본능적으로 가볍게 허리를 튕기며 제게 오는 자극을 느꼈다.

“형.”

“으, 응.”

수겸은 젖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유찬의 야한 부름에 왠지 그가 할 말을 알 것만 같았다.

“더 해도 돼요?”

아니나 다를까, 아래쪽으로 손을 뻗은 유찬이 은근하게 지분거리며 물었다.

* * *

“이런 빌어먹을 아침 같으니라고.”

민성이 투덜거렸다. 이른 아침부터 각 숙소에 흩어져 있는 멤버들을 챙기느라 신경질이 잔뜩 난 상태였다. 수겸은 눈치를 살피며 얌전히 자리에 앉아 밴이 출발하기를 기다렸다.

“너네 앞으로 알아서 일어나서 밑으로 내려와 있어. 한 놈 한 놈 잡으러 가는 것도 일이다.”

“넵.”

수겸은 민성의 말에 누구보다 빠르게 대꾸했다. 민성이 괜한 말을 할까 봐 걱정이 된 탓이었다. 유찬과 수겸에게 너희 둘은 왜 같이 있었느냐고 물어본다든가 그러면 민망함에 할 말이 없을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다행히 민성은 ‘아침부터 이게 웬 고생이냐’라고 투덜거리며 차를 출발시킬 뿐이었다.

오늘은 음악 방송과 토크쇼에 출연하기로 했다. 토크쇼는 오랜만이라 가슴이 쿵쾅거렸다. 수겸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달랬다.

“잘 잤어?”

태원의 물음에 수겸은 토끼눈을 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모습을 본 태원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래, 다행이다. 이사 첫날이라 싱숭생숭해서 잘 못 잤을까 봐 걱정했어.”

“아……. 좀 그렇긴 했는데 그래도 잘 잤어.”

“잘했어.”

잘 잤다는 말이 칭찬까지 들을 일인가 싶기는 했지만, 아무튼 다정하게 웃는 태원의 얼굴을 보니 수겸은 덩달아 싱긋 웃음이 나왔다.

“으아아, 배고프다.”

수겸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갑작스럽게 막 이사를 한 숙소에는 먹을 게 없었다. 게다가 이겸과 살 때는 이겸이 미숫가루를 타주든, 스프를 끓여주든, 과일을 깎아주든 하면서 아침을 챙겨주었는데 아무래도 따로 살게 되니 그런 게 없어졌다.

“이거 먹어.”

“어?”

하지만 그 생각은 어디까지나 수겸의 착각이었다. 이겸이 기다렸다는 듯 과일 도시락을 내밀었다. 투명한 플라스틱 도시락통에 몇 종류의 과일이 먹기 좋게 예쁘게도 다듬어져 있었다.

“배고픈 사람? 과일 있으니까 먹어.”

“오, 나도 먹을래!”

이겸의 말에 한솔이 대꾸했다. 그러자 이겸은 한솔에게 도시락통을 건넸다. 얼핏 봐도 수겸의 도시락과는 많이 달라 보였다. 뭐랄까, 약간, 남은 과일로 만든 것 같았달까.

수겸은 혼자 이런 걸 먹어도 되나 싶어서 미안한 마음에 슬쩍 눈치를 살피는데, 한솔은 아무렇지 않게 대충 조각난 과일을 맛있게도 먹었다.

“뭐 해? 먹어.”

게다가 준비해 온 장본인인 이겸마저 재촉을 하니 수겸은 눈치를 보다가 그냥 토끼 모양으로 잘린 사과를 자그마한 포크로 찍어 먹었다.

“이건 언제 준비했어?”

“어젯밤에 근처 마트 가서 과일 사 왔어. 냉장고 나한테 왔던데?”

“아, 진짜? 네가 요리하니까 너한테 갔나 보다.”

숙소에서 공용으로 쓰던 냉장고가 어디 갔나 싶었더니 차이겸에게 간 모양이었다. 수겸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큼지막한 샤인머스켓 한 알을 입에 넣었다. 한 번 콱 깨물자, 달콤한 과즙이 입안에 퍼졌다.

* * *

유피트는 음악 방송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토크쇼를 하러 이동했다. 음식을 먹으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하는 토크쇼라서 점심을 거르고 비교적 편한 의상으로 갈아입었다. 물론 편안하다지만 이 역시도 송화의 손길이 닿았다. 흔히 말하는 꾸미지 않은 듯 꾸민 의상이었다.

토크쇼는 너튜브에서 시작한 방송이 잘되어 케이블 정규 방송으로 편성된 프로였다. 그래서일까, 촬영장 분위기가 자유롭고 편안했다.

스태프와 진행을 맡은 연예인까지 유피트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자, 저희가 사인하면 이쪽 문으로 들어오시면 돼요.”

“넵!”

스태프가 문을 가리켰다. 유피트는 제각기 대답한 후에 문 뒤로 가서 줄줄이 섰다. 이내 촬영이 시작되었다.

“안녕하세요! <덕팔 식당>의 덕팔이입니다. 오늘도 아주 귀한 분들이 저희 식당을 찾아주셨는데요, 요즘 제일 핫한 분들이시죠. 누나들은 물론 동생들, 친구들 이모, 조카, 엄마…… 아무튼 있는 대로 마음을 살살 녹이고 있는 분들! 들어와 주세요!”

빠르게 진행되는 오프닝 멘트가 끝나자마자 스태프가 들어가라고 손짓했다. 유피트는 문으로 입장하며 꾸벅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멤버들은 여러 카메라를 보며 제각기 인사를 건넸다.

“와, 정말 반가워요! 유피트분들! 저희 시청자 여러분들께도 한번 정식으로 인사 부탁드릴게요.”

진행자의 말에 유피트는 일렬로 서서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리더인 태원이 ‘What’s this planet?’라고 선창을 하자, 나머지 멤버들이 이어서 후창을 하며 인사를 건넸다.

그렇게 유피트의 토크쇼가 시작되었다.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