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 109화
수겸은 느릿하게 눈만 끔뻑거렸다. 이런 와중에 할 말은 아니지만, 경험을 살려보자면 잘못 들은 것은 아닌 것 같기 때문이었다.
“호,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잘못 들은 거 아니야. 잘못 말한 것도 아니고.”
“아하하……. 역시 그렇구나…….”
차이겸의 단호한 대답에 수겸은 마른침을 삼켰다. 머릿속이 정신없이 바빴다. 이 일을 어쩌면 좋을지 생각이 많았다.
하지만 그런 생각조차 오래가지 않았다.
“응, 안 돼?”
“흡…….”
허리를 지분거리는 손길에 수겸은 저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마셨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히 안 된다고 말해야 하는 게 맞았다. 차이겸은 같은 그룹 멤버였고, 차이겸과 수겸은 사귀는 사이도 아니었다. 그런데 키스라니, 당치도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왜…….
“돼…… 읍.”
왜 주둥아리가 제멋대로 움직이지?
안 된다고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된다고 허락한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도 전에, 차이겸의 입술이 찾아들었다.
차이겸의 이가 수겸의 아랫입술을 가볍게 깨물었다. 아프다기보다는 놀란 수겸이 입술을 벌리자, 그 사이로 말랑한 혀가 밀고 들어왔다. 치열을 야릇하게 훑은 혀는 연한 점막까지 자극했다.
차이겸의 혀는 자유롭게 수겸의 입안을 헤집었다. 그뿐만 아니라, 수겸의 호흡을 모조리 빼앗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가쁘게 수겸을 몰아붙였다.
“흐, 하아…….”
정수리부터 뒷덜미까지 저릿하게 전류가 통하는 것 같았다. 산소가 부족해서인지 머리가 몽롱해졌다. 수겸이 어지러워 살짝 비틀거리자, 차이겸이 더욱 단단히 수겸을 끌어안았다.
그의 품에 오롯이 기대게 된 수겸은 이겸의 목덜미에 매달리듯 했다. 이 손을 놓아도 이겸이 자신을 안고 있으니 쓰러질 일 따위는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수겸은 무엇이든 붙잡고 싶은 마음 때문에 그를 더욱 간절히 안았다.
그리고 그런 수겸의 행동은 차이겸의 욕망을 부추겼다. 간신히 잡고 있던 이성이 날아가는 것만 같았다. 이겸은 수겸의 혀뿌리를 뽑을 듯 강하게 그의 혀를 잡아끌었다.
“흣!”
겹쳐진 입술 사이로 고통 섞인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겸은 그 신음마저도 달게 느껴졌다. 아프게 하는 것에는 취미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수겸이 자신 때문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으니 이건 또 이거대로 야릇하게 느껴졌다.
이겸은 참지 못하고 수겸의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그러자 수겸이 마른 몸을 움찔거렸다.
“흐, 응, 핫…….”
“아파?”
“으, 응…….”
“미안. 멈추지 못할 것 같아.”
“어, 어? 흣!”
당황한 수겸이 다시금 파고들어 오는 이겸의 혀 때문에 신음을 흘렸다.
아프다고 하면 그만둘 줄 알았다. 그런데 외려 이겸은 더 흥분한 듯했다. 단순히 입술만 맞부딪치는 게 아니라, 옆구리와 허리 부근을 간지럽히듯 움직이는 야한 손짓에 자꾸만 몸에서 힘이 빠졌다.
“흣, 아, 흐응…….”
“소리 다 들리겠어. 나는 좋지만, 괜찮겠어?”
“뭐, 흡…….”
이겸의 말에 수겸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수위 높은 키스에 잊고 있었다. 이곳은 멤버들이 다 있는 숙소였다. 그런 곳에서 이겸과 입맞춤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민망해서 얼굴이 터질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몸에는 뜨끈하게 열이 올라 흥분이 되니 미칠 노릇이었다.
“더 흥분했네.”
이겸이 입술을 살짝 떼고는 수겸의 귓가에 속살거렸다. 그는 수겸의 귓불을 가볍게 이로 긁듯이 씹었다. 그걸로도 모자랐는지 수겸의 귓바퀴를 혀로 핥아 올리기까지 했다.
“흐, 읏!”
예민한 귀를 자극하는 행동에 수겸은 신음을 터뜨렸다가, 얼른 제 입술을 깨물며 입을 다물었다.
멤버들이 들어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이런 모습을 들키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드는 와중에도 녹아내릴 듯 몸을 감싼 열기는 그치질 않아 미칠 것만 같았다.
그때 이겸의 입술이 수겸의 귀에서 내려와 목덜미에 닿았다. 부드럽게 내려앉는 이겸의 호흡에 수겸은 번뜩 정신을 차리고는 몸을 바르작거렸다.
“자, 잠깐……! 자, 자국 남잖아!”
아무리 관계에 대해 잘 모르는 수겸이라고 하더라도, 키스 마크가 어떻게 생기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활동기에 목덜미에 키스 마크라니, 팬들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수겸은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라 부르르 몸을 떨며 진저리를 쳤다.
“그럼 네가 할래?”
“어……?”
“네가 남겨줘.”
차이겸이 제 옷을 아래로 쭉 끌어당겼다. 승모근이 적당히 어우러진 어깨라인이 드러났다.
수겸은 마른침을 삼키며 멀뚱히 그의 살결을 바라보았다.
“이, 이런 거 생기면…… 너 큰일 나.”
“괜찮아, 난 안 들킬 자신 있어.”
“그, 그치만…… 들키면…….”
“내가 책임져. 그러니까 만들어줘.”
뭘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건데, 이 미친놈아!
수겸은 울컥 올라오는 말을 겨우 삼켰다. 미심쩍은 소리인데, 어째선지 차이겸이 저렇게 당당하니 믿어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해서였다.
“아니면 내가 남긴다?”
“안 남기는 선택지는 없는 거야……?”
나름대로 항변하듯 수겸이 불만스럽게 묻자, 차이겸이 다시금 수겸의 귓바퀴를 혀로 핥았다. 수겸은 움찔거리며 몸을 떨었다. 하마터면 다리가 풀려 쓰러질 뻔했는데, 이겸이 안고 있는 덕분에 넘어지는 불상사만은 막을 수 있었다.
“흣, 귀, 귀…… 그거 하지 마아…….”
이겸이 연신 예민한 부분을 자극하자 수겸이 애원했다. 몸이 이상할 정도로 뜨끈하게 열을 받았다. 심지어는 아랫배가 묵직해지는 것 같아 괴로웠다.
“둘 다 안 된다고 하면 계속할 거야.”
“나빠…….”
이겸의 말에 수겸이 원망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이겸은 입꼬리를 길게 늘이며 웃었다.
“큰일 났다.”
“뭐가?”
“원망받는 것도 좋아서.”
“뭐?”
“이러다 울리는 것마저 좋아지면 어떡하지…….”
이겸이 중얼거리는 혼잣말에 수겸의 머릿속이 적색경보로 발갛게 물들었다.
변태다, 변태! 울리는 걸 왜 좋아해, 왜!
하지 못한 말에 수겸의 눈이 동그래지는데, 이겸은 그런 수겸의 마음을 다 안다는 듯이 여유롭게 웃었다.
“그러니까 키스 마크 만들어줘.”
“너, 너 진짜…….”
기가 찬 수겸은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다가 결국 드러난 그의 탄탄한 승모근을 보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
에라, 모르겠다.
이걸 안 하면 내내 안 놔줄 기세니까 어쩔 수 없었다. 수겸은 그렇게 생각하며 떨리는 입술을 조심스럽게 이겸의 승모근에 묻었다.
“그, 근데 나 할 줄 몰라…….”
“후흐, 거기다 대고 말하면…….”
“아, 아. 미안!”
가쁜 호흡이 섞인 이겸의 말에 수겸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이겸이 수겸의 뒤통수를 손으로 부드럽게 잡아 내리누르는 바람에 다시금 그의 승모근에 입술을 묻는 꼴이 되고 말았다.
“……괜찮으니까 얼른 만들어줘.”
이겸의 재촉에도 수겸은 머뭇거렸다.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탓이었다. 수겸은 주춤거리다가 이겸의 승모근을 살그머니 깨물었다.
“흣…….”
차이겸의 신음에 수겸은 화들짝 놀랐다.
노래를 부르던 그 좋은 목소리로 흘린 신음은 그러니까…… 생각 외로 더…… 야했다.
수겸은 제 얼굴이 더 발갛게 익는 걸 느끼며 이겸의 승모근을 혀로 할짝거렸다. 이렇게 해도 되는 건지 자신이 없어서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직후 수겸의 뒷머리를 감싸고 있던 이겸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사실 손뿐만이 아니었다. 이겸의 몸 전체가 딱딱하게 굳었다. 수겸은 그 미묘한 차이를 느끼며 용기를 내어 다시금 혀를 움직였다.
그러다가 문득 차이겸이 아까 키스할 때 제 혀를 죄 뽑을 것처럼 굴던 게 생각나서 수겸 역시 이겸의 승모근을 힘주어 빨아들였다.
“읏…….”
제 행동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신음 소리를 내는 차이겸 때문에 수겸은 묘한 기분이 되었다.
차이겸이 자신 때문에 이렇게 될 것이라고 상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이게 생각 외로…… 아니,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벌어진 일이지만 아무튼…… 좋았다.
‘어떡해……. 변태는 나인가 봐…….’
수겸은 차마 하지 못한 말을 삼키며 이겸의 승모근을 이로 살살 씹으며 자극했다. 그러자 이겸이 움찔움찔 몸을 떨었다.
긴장해서일까, 이겸의 몸 곳곳이 단단해졌다. ……그러니까 아래까지도 말이다.
배에 닿는 것의 감촉을 느끼며 수겸은 눈을 질끈 감고 계속해서 이겸의 승모근을 자극했다. 그의 살결에 제 흔적이 오롯이 남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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