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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108화 (110/143)

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 108화

업로드를 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우수수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수겸은 눈에 들어오는 댓글 몇 개를 읽어 내려갔다.

[kim_lisaaa311 우리 천사 수겸이ㅠㅠㅠㅠㅠㅠ우리 걱정할까봐 또 바로 사진올려준거 봐.... 나 진짜 속상해........ 어떡해 이렇게 착해서....]

[7787cuttyXD 다행이다ㅠㅠㅠㅠ정말 다행이야..... 푹 쉬어 수겸아..... 이겸이한테 호박죽 끓여달라 그러고,........ 이번엔 새알심 꼬옥 넣어달라구 해...]

[kim_duck88 흑....수겸아 나 혈액형 너랑 같아..... 장기 필요하면 불러... 나는 너의 비상장기비축분........]

[rozzzzy;0 OMG My Soo, don’t get sick. ;()

수겸이 댓글을 읽는 사이에도 수십 개의 댓글이 이어서 달렸다. 스크롤을 내릴 때마다 새로 생성되는 댓글에 수겸은 옅게 웃었다. 공식 팬카페는 물론 다른 커뮤니티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인별에 수겨미 사진 올림]

작성자 : 인생참거지같다

<링크>

ㅈㄱㄴ 미안

얼른 가서 봐

[우리 요정 올빗이들 걱정할까봐 글 올린거 봐]

작성자 : 온우주가너를위해존재해

ㅠㅠㅠㅠㅠㅠ자기가 제일 놀랐을텐데.....바로 괜ㅊ찮다고 글써준거 봐

진짜 이 천사를 어떡하면 좋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자 사고 영상]

작성자 : UP1Tㅌ

[움짤]

[움짤]

[사진]

이거봐봐 거의 수겨미 정면에서 터짐ㅠㅠㅠㅠㅠ내가 봤을때는 파편이 튄드슈ㅠㅠㅠㅠㅠㅠ

다음 영상 보면 수겨미 눈도 못 뜨고 눈물흘림ㅠㅠㅠㅠㅠㅠㅠ근데 입은 어떻게든 웃고 있어서 나 진짜 가슴 찢어져........

그래두 디피가 큰일 아니라고 공지해줘서 다행....나 진짜 공지 뜨기 전까진 아무것도 못하고 눈물만 흘렸음...

[차니가 수궤미 바로 발견하고 달려간 거 나만 눈물나..?]

작성자 : 소원꽃잎

[움짤]

[움짤]

이 각도에서 보면 유차니가 수궴이 이상한 거 발견한 듯

그러고 동선 무시하고 그냥 수궴이한테 바로 간 거야

그래서 순간적으로 카메라에 안 잡힘......

차니가 수겨미 잡아주고 바로 자기 무릎에 앉힘ㅜㅜㅜㅜ순간적으로 저렇게 판단한것도 너무 대견하고....막냉이가 언제 저렇게 컸나 싶고.....그런와중에 우리 수겨미 생각에 마음 아프고.,,,,,, 소주 깐다 오늘,,

[현장에 있었음]

작성자 : 회사가족같을땐수겨미를보자

방송 영상 봤는데 현장d이 훨 심각했음

수겨미 거의 쓰러질 만큼 휘청거렸어...

저러다가 애 쓰러진다 싶어가지고 그 앞쪽으로 계속 불꽃 올라오고 있어서

앞으로 넘어졌으면 더 클났을걸...그래서 현장에 있던 팬들 다 소리 지르고...

그때 유차니가 와서 잡아준거야...ㅜㅜ

단순히 유차니랑 수궤미 둘만 빠져서가 아니라 오늘 동선 다 꼬인게

다른 애들도 다 수궤미 옆에 와서 무대함......

걱정됐나봐....ㅠㅠㅠㅠㅠ계속 힐끔힐끔 수겨미 보더라.....

그런 와중에 무대는 해야겠고... 넘 힘들어하는게 다 느껴져서 보다가 울었어,...

마지막에 태워니가 수겨미 업고 무대 내려감.....

올빗들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타팬분들도 엄청 걱정해주시고.....ㅜㅜ

지금 글쓰면서도 손 벌벌 떨려.......

수겨미가 셀카 올린것도 우리 걱정할까봐 그런거 알아서 눈물나 정말........

└진짜 심각한 와중에 그래도 수겨미 괜찮다니까 하는 말인데.... 쓰니 닉 ‘회사가 가족 같을 땐 수겨미를 보자’로 읽음 ㅜㅜㅜㅜㅜㅜㅜᅟᅮᆿㅋㅋㅋㅋㅋ

└작성자 : 아앀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울회사 가족회사 맞음 ㅅㅂ....

└헐....힘내..

찬찬히 팬 반응을 확인한 수겸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놀랐을 팬들을 달래주었으니, 이제는 정말 중요한 놈을 달래주러 가야 했다.

“읏차.”

작은 기합과 함께 소파에서 일어난 수겸은 차이겸을 찾아 숙소를 돌아다녔다. 방에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유찬만 있을 뿐 이겸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어라, 차이겸은?”

“형, 지금 방에 없어요. 그래도 휴대폰은 여기 있는 거 보니까 밖에 나간 것 같지는 않아요.”

유찬의 설명에 수겸은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방을 나섰다. 제 방에 있을 리는 없을 것 같고, 화장실에 갔나 싶어 거실을 가로질러 걷던 수겸은 주방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차이겸? 너야?”

혹시나 싶어 다가가 보니, 주방과 연결된 베란다에서 소리가 들렸다.

수겸은 곧장 베란다로 향했다. 숙소에는 베란다가 두 개 있는데, 하나는 거실과 이어진 베란다였고, 하나는 주방이랑 연결된 곳이었다.

주방 쪽 베란다는 주로 식재료를 보관해 두는 용도로 썼기 때문에 요리를 하는 차이겸의 주 무대였다. 그래서 그 안에서 바스락거리는 이가 차이겸일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차이겸!”

아니나 다를까, 수겸은 베란다에서 나오는 차이겸과 맞닥뜨렸다. 차이겸은 늙은 호박 하나를 들고 있었는데, 수겸을 보더니 놀란 듯 그대로 뒷걸음질을 치고는 다시금 베란다에 쏙 들어가 버렸다.

누가 봐도 자신을 피하는 게 분명한 그의 행동에 황당해진 수겸은 헛웃음을 터뜨리며 이겸을 따라 베란다로 들어갔다.

“야, 차이겸! 너 왜 도망가! 나 피해?”

“그런 거 아니야. 놓고 온 게 생각나서…….”

“놓고 온 거 뭐? 뭐?!”

이미 손에는 수겸의 몸통만 한 호박을 들고 있으면서, 뭘 놓고 온 게 있단 말인가. 씨알도 먹히지 않을 거짓말에 수겸의 안대로 가리지 않은 쪽 눈이 뾰족해졌다.

“아, 아무튼 놓고 온 게 있어. 평소에는 여기 오지도 않더니, 갑자기 왜 들이닥쳐서 시비야?”

“시비? 시비라고 했어?”

“어, 시비지, 이게. 갑자기 들이닥쳐서 뭘 놓고 왔냐고 따지고 드는데.”

“말이나 못하면.”

수겸은 차이겸의 논리정연한 말에 입술을 삐죽거렸다.

차이겸은 세수를 했는지 아까보다야 운 티가 덜 나기는 했지만, 눈은 여전히 부어 있었다.

전체적으로 날카로운 인상에 뚜렷한 이목구비를 자랑하는 차이겸이 눈은 탱탱 부어 있으니 그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솔직히 귀엽기도 했다. 그 꼴을 보고 있으려니, 이겸이 자신을 피하려 했다는 것에 솟아올랐던 화가 사르르 녹아 사라졌다.

수겸은 한층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야, 차이겸.”

“……왜.”

“걱정하게 해서 미안.”

“…….”

차이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어라 불만스러운 듯 입술을 달싹거리기는 했지만, 별말을 하지는 않았다. 수겸은 그 틈을 타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걱정해 줘서 고마워.”

진심이었다. 이렇게까지 자신을 걱정해 주는 차이겸이 있어서 고맙다 못해 행복하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수겸은 제 감정을 솔직히 말해놓고 괜스레 민망해서 뒷덜미를 긁적거렸다. 이겸 역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호박을 들고 멀뚱히 서서 입술만 깨물고 있었다.

“그…… 호박 좀 내려놓으면 안 돼?”

“왜…….”

“안고 싶어서.”

고마운 감정이 너무 크면 말만으로는 다 표현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수겸은 그를 답삭 안고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래도 이 마음이 다 전해질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러니까 그 호박 좀 어떻게, 어어, 차이겸……!”

차이겸이 내내 소중하게 안고 있던 호박을 냅다 떨어뜨렸다. 덕분에 호박에 쩌적 금이 갔는데도 차이겸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그러더니 그는 말릴 틈도 없이 수겸을 와락 끌어안았다.

졸지에 이겸의 품에 안기게 된 수겸은 놀란 눈을 깜빡거리다가, 이내 꼼지락거리며 팔을 들어 그를 안았다.

“고마워……. 이 말을 너무 하고 싶어서…….”

“송수겸.”

“어, 왜?”

“네가 먼저 안고 싶다고 했다?”

“어? 어? 그, 그랬지, 그렇지만…….”

물론 자신이 말한 것은 맞지만, 막상 차이겸이 이렇게 확인하듯 되물어보니 뭔가 이상한 기분이었다. 수겸은 찜찜함에 반론을 제기하려고 했으나, 이겸의 다음 말에 의해 막히고 말았다.

“나는 네가 안고 싶다고 해서 안은 거야.”

“그, 그래…… 알았어.”

“그리고 지금 나는 너랑 키스하고 싶어.”

“어……?”

아니, 이게 무슨 전개야? 갑자기 키스를? 뽀뽀도 아니고? 아니, 물론 뽀뽀는 된다는 게 아니라…….

수겸은 놀란 눈을 끔뻑거리며 이겸을 올려다보았다. 처음에는 잘못 들었나 싶었는데, 진지한 표정을 보니 아무래도 진심인 모양이었다.

“갑자기?”

“네가 먼저 안아달라고 했잖아.”

“그게 대충 그렇긴 한데……. 그게 왜 키스와 연결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는…….”

당황한 수겸이 횡설수설 주절거리며 말을 잇는데, 이겸이 듣기 좋은 저음으로 조르듯이 물어보았다.

“키스하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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