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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106화 (108/143)

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 1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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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의 리허설 끝에 생방송 무대가 코앞이었다.

수겸은 모처럼 만에 생방송 무대를 하게 되어 가슴이 두근거렸다. 한동안은 사전 녹화 위주로 무대를 했기에, 생방송 무대를 할 일이 많지 않았던 탓이었다. 수겸은 제자리에서 콩콩 뛰며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했다.

“너무 떨린다.”

“뭘, 새삼스럽게. 잘할 거면서.”

수겸의 말에 태원이 다정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듣고도 수겸은 쉽사리 안심이 되지 않아, 콩닥거리는 심장께를 내리눌렀다. 입안이 바짝바짝 말랐다.

“맞아, 형 잘할 거야. 막상 무대 시작되면 누구보다 제일 훨훨 날아다닐 거 알고 있어.”

한솔 역시 태원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두 명에게 응원을 받은 수겸은 이겸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차이겸이 왜 그러냐는 듯한 눈으로 보다가 이내 수겸의 눈빛의 의미를 알아차린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걱정하지 마.”

“맞아요, 형 잘할 거예요.”

이겸에 이어 유찬에게까지 응원을 받고 나서야 수겸의 굳은 얼굴이 풀렸다. 누가 보면 답정너라고 욕할 짓이었지만, 수겸은 정말 멤버들의 응원을 다 듣고 나니 한껏 쌓였던 긴장감이 조금은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유피트 올라갈게요!”

“넵!”

음악 방송 스태프의 말에 유피트가 냉큼 외쳤다.

막간을 이용해서 태원이 늘 하던 유피트의 인사말인 ‘What’s this planet?’을 외쳤고, 수겸을 비롯한 멤버들은 빠르게 ‘안녕하세요, 우리는 유피트입니다!’ 하고 대답했다. 어떤 의식과도 같은 행동이었다.

인사를 마치고 유피트는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준비된 대형에 맞게 모여 서 있으려니, 수겸은 긴장되었던 가슴이 오히려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는 걸 느꼈다. 정말 한솔의 말대로 막상 무대가 시작되면 훨훨 날아다니는 타입인 모양이었다.

음악이 시작되고, 수겸은 무대를 마음껏 즐겼다. 오늘따라 라이브도 더 잘되는 것 같고, 몸도 가벼운 게 안무도 더 잘되는 것 같았다.

이대로라면 순조롭게 무대가 마무리될 듯했다. 어쩌면 송화의 말대로 레전드를 갱신하는 무대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 지경이었다.

그러나 이런 수겸의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2절이 시작하면서 무대 앞쪽에 설치된 불꽃놀이 기계에서 폭약이 터지면서 문제가 시작되었다.

“윽……!”

대형 이동을 하러 뒤로 이동하려던 수겸은 절로 터지는 신음을 애써 삼켰다.

일순간 오른쪽 눈이 번쩍하는 느낌이 들더니, 엄청난 격통이 느껴졌다. 아픈 것은 오른쪽 눈이었지만, 그 통증이 워낙 커서 왼쪽 눈마저도 뜰 수 없었다.

순간적인 암흑이 수겸을 덮쳤다. 이런 고통도 처음이거니와 눈앞이 보이지 않자 무섭고 두려웠다.

라이브 생방송 중에 벌어진 일이었다.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몸에 익은 대로 안무를 하고 대형 이동까지 하기는 했지만, 눈이 이만큼 아픈 상황에서, 게다가 보이지도 않는 최악의 상황에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감이 오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멤버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었다.

그때였다. 누군가 수겸을 뒤에서 안아주는가 싶더니, 수겸의 몸을 앉혀주었다. 눈도 제대로 뜰 수 없는 상황이라 수겸은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는 채 앉혀주는 대로 앉았다.

스태프가 의자라도 가져왔나 싶었는데, 의자치고는 영 불편한 게 뭔가 이상하기는 했다. 그래도 서 있는 것보다야 훨씬 나은 상태였다.

수겸은 겨우겨우 왼쪽 눈을 떴다. 오른쪽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쏟아지고 있었다. 누군가 다정한 손길로 눈물을 닦아주었다.

흐릿한 왼쪽 눈으로 보니, 상대는 유찬이었다.

유찬이 한쪽 무릎은 바닥에 대고, 다른 무릎 하나를 세워서 자신의 다리에 수겸을 앉혀준 것이었다. 그러곤 울고 있는 수겸의 눈물을 닦아주는 중이었다.

놀란 수겸이 유찬을 바라보는데, 유찬이 상냥하게 웃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제 파트에 맞추어 노래를 불렀다. 수겸을 위해 안무를 포기하고 다리를 내어 준 것이었다.

수겸은 그의 다정한 행동에 일순간 오른쪽 눈의 고통까지 잊을 정도였다. 물론 그마저도 오래가지는 않았다. 아파도 너무 아픈 탓이었다.

하지만 아까처럼 암흑으로 뒤덮인 것은 아니다 보니, 어찌어찌 노래를 끝마치는 데에는 성공했다.

이것도 방송 사고라면 사고겠지만, 무대 자체는 마쳤으니 다행이었다.

수겸은 엔딩이 끝난 후에 긴장감이 풀려 스르륵 유찬의 품에 기대듯 쓰러졌다.

“수겸아, 괜찮아?”

“형, 왜 그래? 어디가 아픈 거야? 무슨 일이야?”

“일어설 수 있겠어?”

무대가 끝나자마자 멤버들이 수겸에게 달려와 상태를 살폈다. 수겸은 여전히 뜨지 못한 오른쪽 눈을 손으로 가리켰다.

“아까 폭죽이 터지면서 눈에 뭐가 들어갔나 봐.”

“송수겸, 잠깐 고개 들어봐.”

차이겸이 수겸의 양 뺨을 조심스럽게 쥐어 고개를 들게 했다.

한쪽 눈으로 본 이겸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걱정이 묻어 있었다. 어쩐지 그 모습을 보니 조금은 마음이 나아졌다. 자신만큼 자신을 걱정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위안이 되었다.

“잠깐만. 수겸아, 업혀.”

태원이 수겸에게 얼른 등을 내밀었다. 수겸은 손으로 그의 등을 더듬거리며 그의 등에 업혔다.

너른 등에 업혀 무대를 내려가고 있으려니, 관객석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수겸은 팬들이 걱정할까 봐 얼른 엄지와 검지를 교차하여 작은 하트를 만들어 내밀었다.

“무슨 일이야?”

무대를 내려오자 선욱이 기다렸다는 듯이 물었다. 수겸이 조금 전 멤버들에게 설명할 때처럼 감은 눈을 가리켰을 때였다. 수겸이 말하기도 전에 한솔이 먼저 입을 열었다.

“눈에 폭죽이 들어갔나 봐요. 빨리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

“뭐? 알았어. 바로 이동할게. 내가 데리고 갈게.”

“저희도 갈래요!”

선욱의 말에 한솔이 다급하게 외쳤다. 그의 목소리에는 간절함마저 묻어 있었다. 얼마나 걱정이 되면 저럴까 싶어 수겸은 얼른 그를 달래주었다.

“괜찮아, 솔아. 별일 아닐 거야. 걱정 말고 여기 있어.”

“그런 말 하지 마, 형. 형이 진짜 나를 달래주고 싶다면, 내 생각을 한다면 그런 말 하면 안 돼. 우리도 같이 가게 해줘.”

한솔은 거의 울 듯했다. 그의 말을 듣고 다시 생각해 보니, 만일 반대의 입장일 때 자신더러 기다리고 있으라고 하면 걱정이 되어 미쳐 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야 수겸은 지금 한솔의 마음이 절절히 이해되었다.

“알았어, 솔아.”

“그래, 너희도 같이 와. 일단 태원이 너는 나랑 같이 수겸이 데리고 가고, 너희는 민성이 차 타고 따라와.”

“네.”

선욱의 말에 태원이 곧바로 대답하고는 수겸을 업고 선욱을 따라 걸었다.

수겸은 등 뒤로 소란이 이는 걸 느꼈다. 멤버들과 스태프들이 움직이는 소리일 터였다.

“괜찮아, 수겸아. 괜찮을 거야. 걱정하지 마. 울지 마.”

반만 겨우 뜬 눈으로 태원의 등에 업혀 가고 있는데, 태원이 낮은 목소리로 수겸을 달래주었다.

그제야 수겸은 자신이 울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무서웠다. 이대로 제 눈이 영영 어떻게 되어버리기라도 할까 봐. 두려워하는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저도 모르게 울고 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태원의 위로를 들으니 이상하게 안심이 되었다. 그의 저음이 유난히 믿음직스러웠다.

안도감이 밀려들자, 이건 이거대로 눈물이 났다. 결국 이러든 저러든 나오는 것은 눈물밖에 없었다.

“나 만약에 눈 영영 안 보이면 어떡해? 그래도 나 유피트로 활동할 수 있을까?”

“괜찮을 거야, 그러니까 그런 소리 하지 마.”

“응…….”

태원의 단호한 말에 수겸이 코맹맹이가 된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러자 옆에서 걷던 선욱이 나직하게 덧붙였다.

“수겸아, 걱정하지 마. 만에 하나 무슨 일 있더라도 네 눈 어떻게 해서든 내가 고쳐놓을 테니까 걱정 마. 네 몸값은 내가 지불한다고 했잖아.”

“네…… 감사해요.”

선욱의 말까지 듣고 나니 이전보다는 훨씬 더 안심이 되었다.

사실 수겸은 보았다. 선욱의 손이 불안하게 떨리는 것을. 그렇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은 척, 수겸을 위로해 주었다. 그 모습을 본 수겸은 여전히 불안한 말이 새어 나오려는 입을 억지로 꾹 다물었다.

만에 하나 정말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 사람들이 있다면 괜찮을 것이다. 지켜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당연하게 무릎을 내어 주고, 자기 일처럼 걱정해 주고, 등을 내어 주는 사람. 그리고 본인 역시 불안하지만 수겸을 달래주기 위해 아무렇지 않은 척해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수겸은 쿵쾅거리는 가슴께를 손으로 꾹꾹 누르며 태원의 등에 얼굴을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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