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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105화 (107/143)

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 105화

충격에 빠진 수겸을 뒤로하고 태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기실 안으로 들어갔다.

태원은 대체 언제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걸까?

하긴, 그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이 중대한 사실을 자신만 몰랐다는 게 중요하지.

나름대로 눈치가 빠르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사실 그게 아니었나 보다. 수겸은 자신의 하찮은 눈치를 탓하며 힘없이 대기실로 들어섰다.

대기실에는 준비를 마친 멤버들이 하나둘 일어서 있었다.

“수겸이, 왜 그렇게 힘이 없어?”

때마침 송화가 수겸의 안색을 살피며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수겸은 얼른 송화에게 가서 하소연을 시작했다. 스태프며 멤버들이며 모두 수겸에게 다정하기는 했지만, 송화만큼 절대적인 편은 없기 때문이었다. 송화는 멤버들이 수겸의 키가 작다고 놀릴 때도 ‘요정이라 그래! 요정은 원래 작아!’라며 피의 실드를 쳐주던 유일한 인물이었다.

“누나, 저 눈치 없어요?”

“어?”

“저는 제가 눈치가 되게 빠르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아닌가 봐요.”

“오…… 이건 너에게 인생 베팅한 나도 실드 못 쳐주겠는데.”

“그 정도예요?!”

“어, 너 눈치 하나도 없잖아. 뭐, 그게 또 매력이지만. 아주 그냥 귀여워죽겠어요, 우리 수겸이.”

송화는 깔깔대며 웃었다. 그럴수록 수겸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져만 갔다.

수겸이 혹시나 싶어 옆에 있던 지연을 비 맞은 강아지처럼 바라보자, 지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저 진짜 눈치 없어요?”

“수겸이가 제법 변태적인 취향이 있구나?”

“네?! 벼, 변태적인 취향이요? 저 그런 거 없어요!”

눈치가 없냐고 물어봤을 뿐인데, 그게 왜 변태적인 취향까지 간단 말인가. 수겸은 기겁하며 도리질을 쳤다. 그러자 지연이 음흉하게 낄낄거렸다.

“수겸이는 없어도 누군가는 있을 수 있으니까 조심해라. 혹시 모르지, 이 안에 있을지도. 큭큭.”

지연의 말에 수겸이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태원, 이겸, 한솔, 유찬이 한 명씩 눈에 들어왔다. 물론 다른 스태프들도 있었지만, 역시 멤버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어쩔 수 없는 법인 모양이었다.

물론 멤버들이 변태적인 취향을 지녔을 리는 만무했다. 그랬다면 진작 알았을 것이다. 이제껏 같이 생활한 게 얼마인데, 설마 그거 하나 모르겠는가.

물론 송화나 지연은 다 자신더러 눈치가 없다고 하지만 그 정도로 눈치가 영 젬병은 아니었다. 수겸은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다행이야, 우리 팀에는 변태가 없어서.

하지만 그걸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수겸은 얼른 도리질을 치고는 지연을 원망스럽게 노려보았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서 자신을 혼란스럽게 한 그녀에게 탓할 것은 해야 했다.

“아,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저 눈치 없냐고 물어봤는데, 갑자기 왜 이야기가 그쪽으로 새요?”

“응, 너 눈치 없다는 소리야, 수겸아. 눈치 없다는 이야기 듣고 상심해 놓고 굳이 그 답을 또 듣고 싶어 하는 거 보니 변태인가 싶었지. 아니라면 쏴리.”

지연이 얄미운 얼굴로 사과를 건넸다. 그에 수겸이 씩씩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요! 제가 변태일 리가!”

억울함에 하소연하듯 외치는데 타이밍 좋게 문이 열렸다. 놀란 수겸이 얼어붙어 문을 바라보니, 문가에는 이사님이 서 있었다.

“……꽤 재미난 이야기를 하고 있던 모양인데?”

“헉, 안녕하세요. 이사님! 아니, 그냥 말장난 중이었어요.”

“무슨 말장난이길래 수겸이가 변태 소리를 다 하고 있어?”

지연의 당황한 듯한 변명에 선욱이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 그러자 지연은 민망한 듯 뒷덜미를 긁적거리다가 순순히 입을 열었다. 분위기 자체가 진지한 것도 아니었고, 장난을 치다가 나온 말이었으니 숨기는 게 더 이상해 보일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아, 그게 아니라, 수겸이가 자기 눈치 없냐고 송화한테 묻더라고요. 그래서 송화가 없다고 했더니, 굳이 또 저한테 와서 물어보잖아요. 그래서 눈치 없다는 말 듣고 상처받으면서도 구태여 묻는 게 하도 귀여워서 놀려줬어요.”

“그랬구나. 재밌네.”

“재밌다뇨!”

선욱의 말에 수겸이 기겁하며 끼어들었다. 그런데 지연은 선욱의 반응에 신이 난 듯, 이어서 말을 보탰다.

“본인은 변태적인 취향이 없다고 딱 잡아떼길래 여기에 다른 누군가는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해줬어요. 그리고 말이 나와서 말인데, 수겸이는 자기가 변태가 아니라고 하지만 수겸이는 다른 사람을 변태로 만드는 구석이 있잖아요. 안 그래요? 오늘 착장도 아주 그냥 사람 음심을 자극하잖아요. 팬들 다 쓰러지는 날이라고 봐요, 오늘.”

수겸은 입을 떡 벌리고 지연을 바라보았다. 저게 소속사 대표에게 할 말이란 말인가. 음심을 자극한다니. 이게 칭찬인지 욕인지도 모를 판이라 수겸은 선욱의 얼굴을 멀뚱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선욱이 수겸을 찬찬히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이 착장에 대해서는 제가 엄청난 자부심을 느끼고 있으니 저에게 물어보셔도 좋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송화가 기다렸다는 듯이 끼어들었다. 송화는 정말 자부심이 넘친다는 듯한 표정과 말투였다. 눈에서는 거의 레이저가 나올 기세였다.

“오늘은 올빗분들 사이에서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게 틀림없습니다. 수겸이를 묶고 가두려는 팬들만 한 보따리일 거예요.”

“팬들뿐만이 아닐 것 같은데.”

송화의 말에 잠자코 듣고 있던 선욱이 맞장구를 쳤다.

아니, 저런 말에 맞장구를 친다고? 수겸은 너무 놀라서 커다란 눈을 끔뻑거렸다. 그러나 송화는 선욱의 동의에 더욱 신이 나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쵸, 그쵸! 이건 사실 팬들에게만 먹히는 착장이 아니라 이 말이죠. 머글들이 보기에도 ‘어머, 쟤 누구야? 우리 집에 가둬놔야겠다’ 이거거든요. 저 잘했죠? 그쵸?”

송화가 혼자 머글 연기를 펼치다가, 이내 눈을 반짝거리며 칭찬을 바랐다. 그러자 선욱은 송화를 가만히 보더니 웃음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송화 씨가 열심히 일해주는 것도 알고, 정말 잘해주는 것도 아는데 다음부터는 너무 이렇게 입히지 말아요. 이러다가 정말 큰일 내겠어.”

“헉, 넵……. 죄송합니다.”

“못했다는 말이 아니라, 너무 잘해서 그러는 거예요. 뭔 일 낼까 봐 걱정돼서 그래.”

“넵, 알겠습니다. 주의하겠습니다.”

송화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선욱이 무섭게 말한 것은 아니었지만, 대기실 분위기가 싸늘해진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수겸 역시 달라진 대기실 공기에 마른침을 삼키며 눈알을 굴렸다.

워낙 분위기가 묘하다 보니 차마 묻지는 못했는데 도대체 누가 자신의 착장 때문에 큰일을 낸단 말인가. 뭔 일을 내는 건 또 누구고.

설마 사생팬이 나를 납치라도 할까 봐 걱정하시는 건가? 헉, 그럴 수도 있겠다.

수겸은 문득 미치는 생각에 입을 틀어막았다.

요즘 안 그래도 세상이 흉흉하니 조심해야 했다. 다행히 유피트는 보안이 좋은 곳에 살기에 사생팬이 찾아오는 등의 문제는 아직까지 없었지만, 언제까지나 안전하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물론 이제 곧 이사님이 사시는 건물로 이사를 갈 예정이니 더 안전해지기는 할 터였다. 거기는 지금 사는 곳보다 몇 배는 더 보안이 철저하기로 유명한 곳이니까.

수겸은 그렇게 생각하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그러던 중 수겸은 자신을 향하는 선욱의 시선을 느끼고 동그랗게 눈을 뜨며 쳐다보았다.

선욱은 입꼬리를 느른하게 말아 올리는가 싶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의 토톰한 입술이 벌어지는 것이 슬로모션처럼 보였다. 수겸은 멍하니 그의 입술에 시선을 고정했다.

“조심해, 수겸아.”

“헉, 넵.”

갑작스러운 경고에 수겸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러자 선욱이 눈가를 살짝 접으며 미소 지었다.

“어느 변태적인 취향을 가진 사람이 수겸이를 어떻게 할지도 모르니까.”

“허억.”

수겸은 정말로 놀라 두 눈을 화등잔만 하게 떴다. 선욱마저 저런 말을 할 정도라니, 충격이 컸다. 벌써 머릿속에서는 오만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겁에 질린 수겸이 불쌍한 표정으로 선욱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사님, 이사님이 저 지켜주셔야 해요, 아셨죠?”

“내가?”

“네, 이사님은 돈 많잖아요……. 제가 어디 납치되거나 그러면 몸값 지불해 주셔야 해요…….”

“몸값이라……. 그건 얼마든지 내줄 수 있지.”

선욱이 수겸의 말을 따라 중얼거리다가 이내 씩 미소 지으며 덧붙였다.

그의 눈빛이 위험하게 빛났지만 수겸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살았다!’라고 외치며 쾌재를 부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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