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94화 (96/143)

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 94화

* * *

성공적으로 팬 사인회를 마쳤다. 모처럼 만에 코앞에서 팬들을 만나고 교류하는 시간이 즐거웠기에, 팬 사인회가 끝날 때가 되니 팬들만큼이나 유피트도 아쉬워했다.

“이사님이 밥 사 주신대. 라이브 방송 마치고 밥 먹자. 뭐 먹고 싶어? 너희 먹고 싶은 걸로 예약하래.”

“소고기요!”

수겸은 민성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대답했다. 먹고 싶은 건 많았지만, 역시 남이 사 주는 고기 중 가장 좋은 메뉴는 소고기였다. 수겸은 다른 멤버들의 답을 기다리며 반짝 눈을 빛냈다.

“저도 소고기요.”

“저도 괜찮아요.”

다행히 멤버들 역시 같은 생각인지 수겸의 말에 동의해 주었다. 소고기를 먹을 것이란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 수겸은 흡족하게 웃으며 시트에 몸을 기댔다.

그러자 태원이 수겸의 머리를 슬쩍 당겨 제 어깨에 기대게 했다. 수겸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습관적으로 새물거리며 웃었다. 그러나 미소도 잠시였다. 수겸은 태원이 제 미소에 혹시라도 오해라도 할까 싶어 황급히 미소를 지우고 표정을 굳혔다.

“안 아파?”

“어?”

“부딪친 곳 말이야. 안 아프냐고.”

“아……. 지금은 괜찮아. 아까는 눈물 날 만큼 아팠어. 형은 몸이 대체 뭘로 만들어진 거야? 나 무슨 돌덩이랑 부딪친 줄 알았잖아.”

다정한 태원의 물음에 수겸은 애써 표정을 굳힌 게 무색하게도 금세 말랑한 복숭아처럼 흐무러졌다. 조잘조잘 서러웠던 걸 이야기하는 모습에 태원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미안해.”

“아냐, 따지고 보면 내가 실수한 건데, 뭐. 내가 원래 세 발자국 반을 가야 하는데, 세 발자국만 갔어.”

수겸이 자신의 실수를 복기하며 대꾸했다.

실수를 확인하는 습관은 중요했다. 어디서 뭘 잘못한 것인지 알아야 다음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테니까. 뭐, 물론 아무리 확인하더라도 인간의 속성상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프긴 진짜 아팠어. 형 몸이 필요 이상으로 단단한 건 맞아.”

“그래, 미안해.”

“형이랑은 몸으로 뭘 하면 안 돼.”

“뭐?”

“내가 손해잖아! 언제야, 그때! 형이 나 침대에 내동댕이쳤을 때!”

“허……. 그때 제 목덜미를 깨무신 건 기억나지 않으시나 봐요?”

투덜거리던 수겸은 문득 떠오르는 기억에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러자 태원은 기가 막힌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태원이 잇자국이 사라진 지 오래인 목덜미를 보여주려는 듯 목뒤를 가리켰다. 하지만 수겸은 콧방귀만 뀔 뿐이었다. 물론 태원의 몸에 잇자국을 낸 것은 맞지만, 정당방위였으니까.

“너네 대체 숙소에서 뭘 하는 거야? 침대에서 내동댕이치고, 목덜미를 깨물고. 애들도 아니고, 유치하게들 논다. 하여간 별짓을 다 해요. 활동기에는 육탄전은 자제해라.”

민성이 기가 막히다는 듯 도리질을 하며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러자 수겸은 입을 삐죽거리며 항변했다.

“형이 먼저 시작했어요. 저는 정당방위.”

“정당방위든 뭐든, 아이돌이 목덜미에 잇자국 있는 거 걸리면 뭔 소리를 듣겠냐. 궁예하라고 판 깔아주는 것 밖에 더 돼? 쯧쯔.”

“알았어요. 앞으로는 안 보이는 곳 깨물게요. 그럼 됐죠?”

“하여간, 송수겸. 한마디도 안 지지.”

수겸은 민성의 말에 순순히 대답하자니 괜스레 지는 느낌이라, 부러 유치하게 굴었다. 민성은 더 이상 말도 섞기 싫은지 짧게 투덜거릴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 밴은 회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신생 소속사치고는 꽤 괜찮은 건물인 덕분에, 지하 주차장 역시 잘되어 있었다. 사옥을 짓느라 이사님이 대학생 때부터 하던 주식 일부를 처분했다고 주워 들었다.

수겸은 8층짜리 건물을 지으려고 대출을 받았다도 아니고, 주식 일부를 처분한 게 다였다는 사실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었다. 솔직히 그 말을 듣고 이사님한테 잘 보여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었다.

“옷걸이에 이름 적힌 거 보이지? 갈아입고 있어.”

“넵!”

송화의 말에 멤버들이 제각기 답했다. 라이브 방송은 아무래도 비교적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다 보니, 무대 의상 대신 사복으로 갈아입기고 하기로 했다. 물론 말이 사복이지, 이 역시 송화가 사전에 준비한 의상이기는 했다.

수겸의 옷은 하얀 티셔츠 위에 박시한 체크무늬 남방을 단추를 채우지 않고 걸친 것이었다. 바지는 깔끔한 청바지였다.

의상을 확인한 수겸은 만족하며 입고 있던 무대 의상을 벗어 던지기 시작했다.

후다닥 재킷과 셔츠를 벗고 나시 한 장만 남은 상태가 되었을 때였다.

“형……. 형 멍 들었어요. 괜찮아요?”

“뭐?”

유찬의 말에 수겸은 놀라 되물었다. 거울 앞에 가서 보니, 정말로 아까 태원과 부딪쳤던 곳에 시퍼런 멍이 들어 있었다.

수겸은 충격에 빠져 입만 벙긋거리다가, 득달같이 태원에게 달려갔다.

“미안, 미안, 미…….”

“이게 뭐야! 멍 들었잖아, 형 때문이야! 형은 멍 들었어, 안 들었어?”

“나…… 는 안 든 것 같은데.”

“뭐야, 억울해, 억울해!”

발까지 동동 구르는 수겸은 억울해 죽을 판이었다. 태원은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그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심지어 자신의 실수였다고 인정하기까지는 했지만 제 어깨에는 이렇게 시퍼런 멍이 들었는데 태원은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하니 수겸은 억울해서 견딜 수 없었다.

“……깨물 생각 하지 마.”

“……쳇.”

태원의 말에 수겸은 불만스럽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태원은 그럴 줄 알았다며 진저리를 쳤다.

“너는 어떻게 툭하면 사람을 물어뜯을 생각을 해? 네가 무슨 고양이야? 강아지야? 동물이야? 어?”

“물어뜯고 싶은 거 겨우 참고 있으니까, 조용히 해!”

수겸은 앙칼지게 경고한 뒤 다시금 제자리로 돌아가 마저 옷을 갈아입었다.

여전히 씩씩거리고 있는 수겸에게 유찬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형, 병원은 안 가봐도 되겠어요? 아니면 약이라도 달라 그럴까요?”

“음…… 병원까지는 안 가도 될 거 같은데, 약은 고민되네.”

“멍 빨리 빠지게 하는 약 사다 달라고 할게요.”

“고마워.”

유찬은 수겸의 말에 다정하게 웃어 보인 뒤 민성에게로 다가갔다. 민성은 유찬의 말에 당황한 듯하더니, 약을 사러 가는지 금세 사라졌다.

“얘들아, 2번 회의실로 가. 라이브 방송 시작하자.”

민성이 자리를 비우니 또 다른 매니저인 종우가 유피트를 불러 모았다.

유피트는 의상을 갈아입은 방에서 나와, 미리 라이브 방송을 위해 세팅을 해둔 제2회의실로 향했다.

멤버들이 하나둘 의자를 끌어 앉았다. 수겸은 큼큼,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라이브 방송을 준비했다.

오래지 않아 방송이 시작되었다.

“What’s this planet?”

“안녕하세요, 우리는 유피트입니다!”

우렁찬 인사말을 시작으로 유피트는 라이브 방송을 진행해 나갔다. 무서운 속도로 팬들이 접속했고, 채팅창에는 채팅이 수십 개, 수백 개씩 쏟아졌다. 그중 상당수의 채팅은 같은 내용을 물어보고 있었다.

[수겸오빠 아까 한솔오빠 인별 어케된거예요?]

수겸은 때마침 타이밍 좋게 눈에 들어온 채팅을 보고는 민망함에 얼굴을 붉혔다.

“형, 올빗분들이 자꾸 물어봐. 아까 어떻게 된 거냐고.”

한솔 역시 같은 채팅을 본 것인지 수겸을 불렀다.

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어진 수겸이 민망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 그게요……. 제가 솔이 휴대폰으로 셀카를 찍었는데, 순간 제 폰이라고 착각을 하고 그대로 사진을 올렸어요. 바로 지웠는데, 보신 분들이 많으시네요……. 하하.”

수겸이 민망함에 웃음을 터뜨리자 채팅창도 ‘ㅋㅋㅋㅋㅋ’로 도배되었다. 멤버들도 분위기에 맞춰 같이 웃어주었다.

[수겨마 아까 마시던거 미숫가루라던데 마장?]

“오, 어떻게 아셨어요? 맞아요, 이겸이가 타줬어요.”

수겸은 빠르게 올라오는 채팅을 용케도 읽고는 대답해 주었다. 그러자 댓글창은 ‘이겸이가 타줬대ㅠㅠㅠㅠㅠ’ 하는 등의 메시지로 가득해졌다.

“아침에 이겸이가 깨워주면서 미숫가루를 타줬어요. 제가 잘 먹으니까 또 타줄까? 하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타달라고 했더니, 텀블러에 담아줬어요. 원래 아침에 이겸이가 아침 먹으라고 깨워주기는 하는데, 오늘은 시간이 없다 보니까 밥 대신 미숫가루로 줬어요. 꿀 넣고 해줬어요. 달달하게.”

묻지도 않은 전후 상황을 조잘거리며 설명하자, 팬들은 더욱 흥분했다.

[아침에 이겸이가 깨워줘?ㅜㅜㅜㅜㅜ다정해라.....]

[너네 모야 진짜?????????]

[귀여워 진짜루...,,]

[English plz ;’()

[그래ㅜㅜㅜ달달하네 달달해...]

※ 본 저작물의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저작물을 복사, 복제, 수정, 배포할 경우 형사상 처벌 및 민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9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