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 92화
수겸은 자신이 소리를 내놓고도 놀라 커다란 눈을 소리 없이 끔뻑거렸다.
그는 춤을 추던 경력을 살려 웨이브라도 추듯 꿈틀거리며 유찬의 손길에서 벗어났다. 그대로 게걸음으로 유찬과 거리를 벌린 수겸은 여전히 소리 없이 놀란 눈만 깜빡거렸다.
“…….”
“…….”
두 사람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수겸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원치 않게 침묵을 유지했고, 유찬은 무슨 생각에선지 소리 죽여 웃음을 삼켰다. 뭐가 웃긴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가만히 그를 바라보던 수겸은 오래지 않아 유찬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형, 진짜 귀여워요.”
“노, 놀리지 마.”
“놀리는 거 아니고 진심인데.”
“아, 아무튼!”
유찬의 진지한 말에도 수겸은 화들짝 놀라 그의 말을 자르고는 도망치듯 방으로 향했다.
방에 들어온 수겸은 냅다 침대에 드러누워 이불에 꽁꽁 몸을 싸맸다. 마치 유찬이 잡으러 오기라도 할까 봐 걱정되는 듯했다.
“뭐, 뭐야…….”
이불 속에 몸을 감춘 후인데도, 마치 유찬의 손길이 여전히 살갗에 남아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뜨끈하게 열이 오르는 것 같아 이불 밖으로 얼굴만 빼꼼 내밀었다.
“민망해 죽겠네…….”
수겸의 짧은 혼잣말 위로 이내 새카만 정적이 내려앉았다.
* * *
“송수겸, 일어나.”
“……싫어어…….”
새벽까지 잠을 청하지 못했던 수겸은 이겸이 깨우는 소리에도 쉽사리 눈을 뜨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시계를 보았을 때가 4시 30분이었다. 지금이 몇 시인지는 몰라도, 활동기다 보니 이른 시간부터 움직일 게 뻔했다. 짐작컨대 겨우 두어 시간 잔 게 전부이다 보니 일어날 의지조차 생기지 않았다.
“뽀뽀하기 전에 일어나.”
“응.”
영원히 잘 것처럼 굴던 수겸은 이겸의 협박 아닌 협박에 반짝 눈을 떴다. 그게 우스운지 차이겸이 작게 웃었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자신만 보면 웃어댄다고 투덜거린 수겸은 졸린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러자 차이겸이 기다렸다는 듯이 머그컵을 내밀었다.
“뭐야?”
“미숫가루.”
“와, 미숫가루 오랜만이다.”
수겸은 기꺼이 미숫가루를 받아 들고는 그대로 입가에 가져갔다. 고소하고 달달한 미숫가루의 맛이 입안에 퍼졌다. 곡물 특유의 구수함이 진하게 느껴졌다.
“설탕 넣었어?”
“아니, 꿀.”
“그렇구나. 맛있어. 고마워.”
당분이 들어와서인지 멍했던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수겸은 한결 밝아진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건네고는 다시금 머그컵을 입가에 가져갔다.
“얼른 준비해. 민성이 형 벌써 도착했대.”
“알았어. 지금 몇 시야?”
“여섯 시 반.”
“와아……. 두 시간 반 잤네.”
“늦게 잤어?”
차이겸의 물음에 수겸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자 이겸은 걱정이 되는지 수겸의 안색을 살폈다.
불쑥 좁혀진 거리에 놀란 수겸이 숨을 죽이는 순간, 차이겸이 다시금 멀어졌다. 수겸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남은 미숫가루를 마셨다.
“다 마셨으면 줘.”
“응…….”
“새로 타서 텀블러에 담아줄까? 이따 숍 가서 마셔. 아니면 차에서 마시든가.”
“응!”
금세 다 먹은 미숫가루에 아쉬워한다는 걸 다 아는 듯한 이겸의 물음에 수겸은 기쁜 마음으로 대꾸했다. 그러자 차이겸이 흐뭇하게 웃었다.
“타고 있을 테니까, 준비해.”
“알았어.”
이겸은 빈 머그컵을 들고 방을 나섰다. 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수겸은 침대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쭉 켰다. 달콤한 미숫가루만큼이나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 * *
컴백 무대는 사전 녹화로 진행하기로 했다. 유피트는 숍에서 기본 세팅을 마치고 방송국으로 향했다. 수겸은 가는 길에 이겸이 타준 미숫가루를 홀짝거렸다.
“수겸아, 뭐 먹어?”
백미러로 힐끔 수겸을 본 민성 물었다. 분홍색 텀블러의 내부가 보일 리 없건만, 수겸은 마치 보라는 듯이 민성을 향해 텀블러를 내밀어 보여주었다.
“미숫가루요.”
“물에 탄 거? 아니면 우유에 탄 거?”
“우유요. 이겸이가 타줬어요.”
“우유 너무 마시면 탈 난다.”
“락토프리예요.”
“그렇대요.”
민성의 걱정에 이겸이 끼어들었다. 수겸은 이겸의 대답에 맞장구치며 다시금 미숫가루를 마셨다.
그러는 사이에 유피트를 태운 밴은 어느새 방송국에 도착했다. 수겸은 야무지게 텀블러를 챙겨 밴에서 내렸다.
유피트의 출근길을 기다리던 팬들이 밖에 모여 있었다. 수겸이 한 손으로는 텀블러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손을 흔드는데 양손 동기화가 된 바람에 텀블러도 같이 흔드는 꼴이 되었다.
“헉, 샜나? 아, 안 샜네.”
뒤늦게 텀블러를 신나게 흔들어 재꼈다는 걸 알아차린 수겸이 얼른 텀블러를 들여다보았다. 다행히 내리기 직전에 뚜껑을 잘 닫은 덕분에 새어 나온 것은 없었다.
그리그 그 모습은 유피트 멤버들의 각종 홈마스터들에게 고스란히 촬영되었다.
“오늘도 우리 수겸이 미모가 다 씹어먹네.”
송화는 사전 녹화 전에 유피트의 메이크업을 수정해 주면서 씩 웃었다. 이쯤 되면 송화의 주접에 익숙해질 법도 한데, 수겸은 오늘도 민망함에 귓불을 붉혔다.
“유피트, 올라갈게요!”
“와아아아아!”
음악 방송 스태프의 말에 대기하던 유피트가 무대에 올랐다. 공식 팬카페를 통해 사전 녹화 방송에 참여한 오르비스가 비명을 내지르며 유피트를 반겨주었다.
수겸은 촬영에 들어가기 직전, 막간을 이용하여 오르비스를 향해 다양한 방향으로 손을 흔들었다.
짧은 인사 시간이 끝나고 촬영이 시작되었다.
세 번의 무대까지는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문제는 마지막 무대였던 네 번째였다. 수겸이 자신의 파트를 마치고 뒤로 빠지고, 태원이 옆으로 이동하던 과정에서 동선이 꼬이고 말았다.
“어어어, 어어!”
팬들의 걱정 섞인 우려가 사방에서 튀어나왔다. 수겸과 태원이 부딪친 탓이었다.
충격으로 뒤로 넘어질 뻔한 수겸을 태원이 와락 끌어안았다.
“괜찮아?”
“어, 어. 괜찮아.”
수겸은 부딪친 어깨가 얼얼하기는 했지만, 보는 눈이 많은 만큼 괜찮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어서 수겸은 걱정하는 오르비스를 향해 ‘괜찮아요! 걱정 말아요~’ 하고 말했다.
상황이 진정된 후, 이어서 다시금 무대 녹화가 진행되었다.
[오늘자 송수겸 22개월 아기 모먼트]
작성자 : 송水겸귀여워
[사진]
[사진]
[사진]
[움짤]
우리 수겨미...ㅠㅠㅠㅠㅠㅠ양손 동기화된거 바....... 미쳐버려 진짜
텀블러 들고 손 흔들다가 양손 다 흔들었어ㅠㅠㅠㅠㅠ
갑자기 무슨 칵테일만들 듯이 텀블러 흔들어서 깜짝 놀랐네,ㅜᅟᅮᆿㅋㅋㅋㅋㅋㅋㅋ 귀여워 진짜루.....
[뭐?1?1?! 오늘 수겸이가 또 한 건했다고?!]
작성자 : 흑수겸
텀블러 흔들고 쏟았을까바 놀란 토끼 e됐다고?1?!!?
너무 귀엽네 씨이바......
지금 짤보는데 은혜로워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
왤케 귀엽냐 심장......
[태겸 터졋ㄷ k]
작성자 : 김한방병원
사녹 중에 둘이 부디쳤는데
태원이 기겁하면서 놀라가지고 수겨미 끌어안고 걱정하더라ㅠㅠㅠㅠㅜㅜㅜㅜ
하긴... 나라도 그 돌같은 몸에 요정이 날아와 부딪치면 걱정되지,,,,,,,,,
다행히 수겸이 괜찮대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울 요정 조심해.....
[히익 둘이 진짜 쎄게 박았네]
작성자 : -익 명-
짤 지금 밧는데
수겨미 안 다쳣대,,,,,?
걱정되내ㅜㅜㅜㅜㅜㅜㅜㅜ
답글 : 웅 ㅠㅠㅠㅠㅠ괜찮대 부딪치자마자 자기 괜찮다고 걱정 말라 그랫대ㅜㅡㅜㅜㅜㅜ
└작성자 : 아구../..ㅜㅜㅜㅜㅜ올빗들 걱정할까바 그랬나바ㅠㅠㅠㅠㅠㅠ울 애깅이 천사....
[와중에 애들 오널 헤메코 도랏다는 생각하는 나 쓰레기니?]
작성자 : 익 룡
다들 ㅣ수겨미 걱정하는 와중에 이런 말하기 정말 미안한데....,,,,
디피 일 잘하내 진짜.....
레전 찍었다 아니니...?
답글 : ㅆㅇ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222222222
└33333
└4ㅜㅜㅜㅜㅜㅜ
└55555ㄴㄷㄴㄷ
└666666666
└777인저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최고야 너무 이뻐...]
작성자 : DP일해
오늘도 송수겸 요정설 증며ᅟᅣᆼ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이쁘다 수겸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랑해 내 새끼..,,,...
아푸지 마...
다치지 말고........
※ 본 저작물의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저작물을 복사, 복제, 수정, 배포할 경우 형사상 처벌 및 민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