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 88화
다행히 어디에도 감금되지 않고 무사히 뮤직비디오 공개일이 되었다. 수겸은 떨리는 마음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너튜브를 초 단위로 새로고침했다.
“수겸아, 뭐 해?”
“새로고침!”
태원의 질문에 새로고침에 정신이 팔린 수겸 짤막하게 대꾸했다.
태원이 무슨 소리인가 싶어 모니터 화면을 들여다보니, 정말로 수겸은 DP엔터테인먼트 너튜브 공식 채널을 새로고침하고 있었다.
그제야 태원은 수겸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깨달았다.
“뮤비 아직 안 떴어?”
“응. 아직.”
수겸이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야무지게 대꾸했다. 태원은 그런 수겸이 귀여워서 소리 내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수겸은 어찌나 새로고침에 집중했는지, 평소였다면 왜 웃냐고 한마디 투덜거렸을 텐데 그마저도 잊고 모니터만 노려보았다.
“12시 지났는데 왜 안 떠!”
“우리 컴퓨터 시간 몇 분 빨라.”
“아……?”
“아직 11시 59분이네.”
태원은 놀란 수겸의 말에 쐐기를 박듯,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도 휴대폰을 돌려받지 못한 수겸은 잠시 부러운 눈빛으로 태원의 휴대폰을 바라보다가 이내 정신 차리기 위해 도리질을 쳤다.
그래, 지금은 휴대폰이 중요한 게 아니야. 뮤직비디오가 뜨는 날이라고! 역사적인 날!
수겸은 아찔했던 전생을 떠올리며 다시금 최선을 다해서 새로고침을 연타로 눌렀다.
다섯 번째 새로고침을 눌렀을 때, 새로운 영상이 생겨 있었다.
바로 유피트의 두 번째 미니 앨범인 《Listen To》의 타이틀 곡 <그리다>의 공식 뮤직비디오였다.
전생에서는 타이틀 곡이 빠른 템포의 댄스 곡인 이었다. 전생에서도 꽤 좋은 반응을 얻은 곡이기는 했지만, <그리다>를 타이틀 곡으로 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운 반응이 더 많았다.
은 아이돌 노래답게 신나는 면은 있었지만, 대체하고자 하면 대체할 수 있을 만큼 딱히 특색 있는 곡은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반짝 이목을 끌기에는 좋은 곡이었지만, 오래 들을 만한 노래는 아니라는 뜻이었다.
실제로 은 공개되고 바로 1위 후보에 올랐지만, 그 후에 바로 음원 순위가 내려가서 그 바로 다음 주부터 후보에서 빠지게 되었다.
그런데 발라드 곡인 <그리다>는 이 차트 아웃이 된 후에도 한참 동안 차트를 지켰다.
그러니 이번 생에서 수겸이 할 일은 명확했다. <그리다>를 타이틀 곡으로 미는 것이었다.
비록 이사님과 멤버들은 전생에 대해 전혀 알 수 없지만, 수겸이 전생의 경험을 근거로 강력하게 <그리다>를 타이틀 곡으로 하자고 주장하니 결국 수겸의 말을 들어주었다.
“떴다, 떴다, 떴어!”
수겸은 흥분감에 두 팔을 허공에 휘적휘적 휘둘렀다. 태원은 그런 수겸을 대신하여 마우스를 끌어다가 뮤직비디오 재생 버튼을 눌러주었다.
수겸은 자신이 하얀 셔츠를 입은 채 욕조에 잠기는 장면을 마른침을 삼키며 바라보았다.
모니터 속 수겸은 이어서 비틀거리며 욕실 밖으로 나왔다. 하얀 셔츠가 완전히 젖어 상체에 들러붙고, 반투명하게 가슴이 비치는 몰골이었다. 그는 그대로 거실 한편에 웅크리고 앉았다.
촬영을 하면서도 카메라로 중간중간 촬영물을 보기는 했지만, 낮게 깔리는 전주를 들으며 편집된 영상으로 보니 굉장히 섹슈얼하면서도 아련하게 보였다.
“캬, 미쳤다. 내가 봐도 나 좀 장난 아니야. 그치, 태원이 형. 여기 봐봐, 욕조에서 나오는 거.”
수겸은 되감기 버튼을 누르며 팔꿈치로 태원의 허벅지를 쿡쿡 찔렀다. 그러다가 무언가 이상한 감촉에 멈칫하고는 태원을 조심스레 바라보았다.
“…….”
“어…….”
“…….”
어색한 정적이 이어졌다.
잠시 후 수겸은 슬로모션이라도 걸린 듯 그를 찌르고 있던 팔꿈치를 느릿하게 거두어들이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모니터만 바라보았다.
“가, 가도 돼……. 힘들 텐데…….”
“어…….”
수겸의 말에 태원은 갈라지는 목소리로 겨우 대꾸한 뒤 삐거덕거리며 욕실로 향했다.
워낙 당황스러운 일이 벌어져서인지, 그토록 기다렸던 뮤직비디오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다>가 발라드 곡이라고는 하지만, 아이돌의 특성상 안무가 아예 없을 수는 없었다. 한솔이 짠 비교적 가볍고 부드러운 군무를 추는 장면이 나왔을 때에야 수겸은 다시 정신을 차렸다.
[우리 함께하던 날을 생각해
많이 웃고 또 울던 날
사랑하면서도 상처 주었던 바보 같은 날]
유찬의 듣기 좋은 목소리가 읊조리듯 차분하게 고막에 흘러들었다. 이어서 차이겸이 힘 있게 고음부를 내질렀다.
[미안해 돌아와 다시 또 시작해
수없이 되뇌는 내 마음 들어줘
너 없이는 안 되니까
살 수 없는 나니까]
이어서 수겸이 곡의 후렴구를 불렀다. 고음으로 거침없이 뻗어가는 미성이 애절하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기다려
네가 내게 오기를
그리고 그리면 네가 내게 돌아올 거야]
접속사 ‘그리고’와 그리워한다는 의미의 동사 ‘그리고’의 중의적인 표현이 포인트인 가사였다. 수겸은 귀로는 노래에 집중한 채, 두 눈은 모니터에 고정했다.
살짝 마우스 스크롤을 내리니, 그사이에 댓글이 우수수 달려 있었다. 수겸은 댓글을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선욱부인: 미쳤다 찢었다..... 내 마음을 갈가리 찢었어....... 수겸아....너 그렇게 다 젖어서 그러고 있으면 나 진짜 돌아..... 위험해져.....
└김지현: 님 닉 진심이에요.....?
└작성자: 오브 어 콜스...
채윤: 세상사람들 우리 이겸이 좀봐요 우리 애 잘생긴것 좀 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Lavine Brown: OMG TAEWON♡♡♡♡ ;d soooooooo handsome<3
정원: 디피 일잘하네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뮤비 잘 ㅃ보았다ㅡㅠㅠㅠㅠㅠㅠㅠ1위 가자!!!!!!
송토끼부려: 애 옷이 벗은거야 만거야 이럴거면 벗겨
└쥐스타: 222222어차피 벗은거랑 다를바 없는데 그냥 벗기지
└뜨개구리: 333 저것도 좋긴 ㅎ한데 벗으면 더 좋지
유피트보유국: 우리 애들 다 한국인이라 좋다..
Sandy Poter: I will stream all day X’D Foever U-PITE♡
핑크는수겸: 수겨미 꺼먼 머리 미친다 진짜.....흑발이 원래 이렇게 이쁜 머리였나.....? 나는 핑머수겸을 뛰어넘는 수겸이 존재할 줄 몰랐어...... 수겸을 이기는 건 수겸이다........
Lun Da: C'est fou, U-PITE est vraiment beau.
한솔솔솔솔: 솔아....앓다 죽을 솔아..... 솔이 미쳤어.... 진짜............美쳤다고ㅠㅠㅠㅠㅠ아름답다고ㅠㅠㅠㅠ솔아......
후라이드: 유찬오빠 진짜 멋있어요! 최고 잘생겼어...ㅜㅜㅜㅜ
샌더: 노래 진짜 좋음... 팬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고 진짜로 좋아..//...
수겸아계좌불러: 아니 미쳤냐고 송수겸 왜 저렇게 예쁜데ㅠㅠㅠㅠㅠ대체 저 예쁜애를 흑발할 생각 누가했어???? 제가 선생님 계신 곳으로 하루 세 번 절하겠습니다...... 복 받으세요... 복 받으세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좋으신 분이십니다..... 어떻게 저렇게 흑발이 잘어울리는데ㅠㅠㅠㅠㅠㅠ백설공주같아....사랑해.... 송수겸 너 오늘부터 백설공주해.....
태원해사랑아: 최고대조넘 SUN태원 태초에 썬태원이 있었고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어쩌구 해서 우주존엄최강존엄 신화를 쓴다 태원이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유피트4랑ㅎH: 1위 가자 진짜 이거는 1위 가야한다........ 누나 믿지 얘들아... 꽉 잡아 1위까지 정거장 없이 달린다.....
김덕팔: 나 분명 팬 아닌데 왜 뮤비 오픈일을 기다리고 있었지...? 이상하네.......... 왜 계속 다시 보고 있지........... 그것도 이상하네..........
박타로: 유차나....유차나...... 살려줘라... 내심장의 주인아....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실수인척 그 어깨로 한 번만 찍어주면 안 되겟니..........나 진짜 괜찮아......
└비타300: 울 유찬이한테 왜 그래요ㅠ
룰루랄라: 이겸오빠 진짜 세상에서 제일 잘생겼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열흘 굶어도 배 안 고플 거 같아... 오빠얼굴만 뜯어먹고 살면.....
※ 본 저작물의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저작물을 복사, 복제, 수정, 배포할 경우 형사상 처벌 및 민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