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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87화 (89/143)

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 87화

“이, 이사님, 장난이시죠? 저 정말 잘리는 거 아니죠? 안 돼요, 저 진짜 열심히 했어요. 정말로 최선을 다했어요. 잘못한 것도 없어요…….”

수겸은 말이 이어질수록 점점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활동을 접을 만큼 잘못한 일은 없는 것 같은데, 난데없이 활동을 접으라니. 성공을 향한 야망으로 넘치는 수겸 입장으로서는 그 말은 곧 사형선고와 다를 바 없었다.

“……이게 머리 색이 문제일까, 아니면 얼굴이 문제일까. 염색을 다시 하면……. 아니야, 머리 색이 문제가 아니야. 얼굴이지.”

“머리 색이 왜요? 얼굴은 또 왜요? 헉, 저 이상해요?”

선욱의 중얼거림에 수겸이 깜짝 놀라 되물었다.

분명 아까 송화 누나는 잘 어울린다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선욱이 보기에는 영 아닌 모양이었다. 하긴, 생각해 보면 송화 누나는 언제나 수겸만 보면 예쁘다고 주접을 떨기 일쑤였으니, 그녀의 의견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었다.

역시 검정 머리가 이상한 모양이라며, 수겸은 침울해져서 제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마스크라도 씌워야 하나…….”

“그 정도예요……?”

다시금 이어진 선욱의 혼잣말에, 수겸은 당장에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우울해졌다. 눈썹과 눈꼬리가 아래로 축 처졌고, 입술은 댓발 튀어 나왔다.

그때까지 내내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 있던 선욱은 울 것 같은 수겸의 얼굴을 보고서야 아차 싶었다.

“수겸아, 안 어울려서 그런 거 아니야. 잘 어울려. 필요 이상으로.”

“정말요……?”

“응, 정말.”

수겸은 선욱의 확언을 듣고 나서야 걱정으로 한껏 졸아들었던 가슴이 차츰 나아졌다. 다행히 머리가 이상한 건 아닌 모양이었다.

하지만 온전히 안심하기는 일렀다. 잘 어울리는데 왜 활동을 접으라는 말을 한단 말인가. 수겸의 머리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런데 왜 활동을 접어요……?”

“너무 예뻐서.”

“……네?”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고 싶지 않아.”

“…….”

진심인가 싶어 수겸은 멀뚱히 선욱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선욱은 진지하기만 했다. 평소처럼 느물거리는 느낌도 없고, 진심으로 당장에라도 수겸을 어디엔가 가두어둘 것 같은 기세였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수겸이 마른침을 삼키며 엉덩이 걸음으로 뒤로 물러서다가, 옆에 있던 이겸의 뒤로 슬쩍 몸을 숨겼다. 그 행동이 선욱을 더 자극하는 줄도 모르고.

“안 되겠다. 수겸아, 너 그냥 집에 있자.”

“아, 싫어요! 저 활동할 거예요! 성공할 거라고요!”

이겸 뒤에 숨어 있던 수겸이 빼꼼 얼굴을 내밀고는 억울하다는 듯 외쳤다.

성공을 향한 열망은 전생부터 이어온 것인데, 이렇게 허망하게 제 꿈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여기서 활동을 그만둔다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억울해서 눈물이 찔끔 흐를 정도였다.

수겸은 촉촉해진 눈가로 선욱을 노려보았다. 입술을 꼭 깨무는 것도 잊지 않고.

“큰일인데.”

“뭐가 자꾸 큰일이래요?!”

“미움받는 게 마냥 싫을 줄만 알았는데, 의외로 이것도 괜찮아서.”

“네?”

뜬금 없는 말에 수겸이 순간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이럴 때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다시금 매섭게 눈을 치뜨며 선욱을 째려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선욱은 진지하게 제 성적 취향을 고민했다. 수겸에게 미움을 받게 된다면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 줄 알았다. 그래서 수겸을 대할 때 늘 조심했고, 자신의 마음을 함부로 드러내지 않고 행동 하나하나에 신중했다.

그저 멀리서 바라만 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점점 커진 마음을 기어코 표현하고 말았다.

그래도 수겸이 부담스러워하지 않도록 너무 빠르거나, 과하게 드러내지 않도록 기를 쓰고 노력했다.

그렇게 애쓴 이유는 하나였다. 수겸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런데 막상 자신을 원망하는 수겸을 보고 있으려니…… 그마저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 큰일이었다.

동그랗고 커다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서는 원망스럽게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데 그 모습이 참 예뻤다. 사람 환장할 정도로.

선욱은 잠시 눈을 감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성을 붙잡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이었다.

“그만하세요. 애 울겠어요.”

때마침 이겸이 끼어들었다. 그 말을 듣자 선욱은 찬물을 뒤집어쓴 듯 번쩍 정신이 들었다.

수겸을 엉엉 울리고 싶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걸 다른 남자에게 들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그것도 자신보다 한참은 어린애한테 저런 말을 들었다는 사실이 못내 믿기지 않았다.

“솔직히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잖아.”

“그건 그렇죠. 문제는 쟤를 어디다가 가둬놓느냐가 문제죠.”

“가둬? 가둔다고? 나를?!”

조용히 이겸의 뒤에서 그를 응원하고 있던 수겸이 화들짝 놀라며 그에게서 떨어져 나오며 외쳤다. 이사님을 말려주는 좋은 놈인 줄 알았더니, 더한 놈이었다. 활동을 못 하게 하는 걸로도 모자라서 사람을 가두다니, 이거 완전 순 쓰레기 아닌가!

“날 왜 가둬!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나 잘못한 거 하나도 없는데! 왜 가둬, 왜!”

어딘가에 갇힌다는 게 잘못한 일이 있어야만 벌어지는 일이라고 굳게 믿는 수겸의 머리로는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수겸은 나름 착하게 살았다고 자부했다. 범죄자도 아니고, 어디 갇힐 만한 잘못은 전혀 하지 않았는데 싶어 억울해 죽을 맛이었다.

“아무튼, 그 장소 조율이 될 때까지는 애 가둘 생각 말아요.”

“뭐, 나름 합리적인 이유네.”

이겸의 말에 무슨 그런 심한 말을 하느냐고 타박을 할 거라 믿었던 선욱이 동의를 하자 수겸의 입이 충격으로 떡 벌어졌다.

때마침 노크 소리가 나더니 직원이 음식을 가지고 나타났다. 그러나 앞선 대화로 큰 충격에 빠진 수겸은 제 앞에 놓이는 음식을 한동안 바라만 볼 뿐 먹지 못했다.

유찬이 손수 전복죽을 한 숟가락 떠서 입안에 넣어주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수겸은 어쨌든 먹는 게 남는 거라는 생각으로 본격적으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 * *

재킷 사진의 일부가 공개된 날, 유피트는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

무박 2일로 진행되는 강행군에 수겸은 비몽사몽이었다.

수겸은 다른 멤버들이 각자 솔로 파트 촬영만 들어가면 아무 데나 앉아 꾸벅꾸벅 졸았다. 누워서 자거나 기대서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헤어 스타일링이 무너지면 안 되기 때문에 허공에 대고 헤드뱅잉을 하며 잘 수밖에 없었다.

수겸은 반쯤 정신이 빠진 상태로 시키는 대로 웃어야 할 때는 웃고, 정색해야 할 때는 정색하고, 슬퍼해야 할 때는 슬퍼하며 성공적으로 뮤직비디오 촬영을 마쳤다.

[재킷 떴다 자기들아........]

작성자 : 소one꽃잎

美쳤음... 정말 이 말밖에 안 나와 美쳤어...; 美쳤다고......

송수겸 흑발 실화야...?

내가 내가 진짜... 지금 우는게 아ㄴ고.... 울고 있는게 아니고

믿기지가 않아서 그래

내가 이제까지 덕질하던 멤버가 사람이 아니라 찐요정이었다는게.......

너무 배신감 느껴서....,,.,,

└울지말고 말해봐.....

└작성자 : 안 운다니까..우는거 아니야.....우는게 아니고...그냥 눈물이 나는거야...

[송수겸!!!!!!!!!11!!!1!!]

작성자 : 송SOO겸

존ㄴㄴㄴㄴㄴ나 이뻐 그냥 시발 아 시발 미쳣어 걍 존ㄴㄴㄴ나 이쁘다고

돌앗다고 걍 아!!!!!!!!!!!!!!!!!!!! 아존나 화가 나 시발!!!!!!!!!!!!!!!!!!!!!!!! 다 부숴버리고 싶어 다 그냥 박살내고 싶고 그냥 모든걸 다 아!!!!!!!!!!!!!!!!!!!!!송수겸 왜 이러케 이쁜데!!!!!!!! 왜!!!1!!!!!!! 이럴 필요 업자나 사람이!!! 적당히 예뻐도 되는거자나!!!!!! 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박아버려!!!!!!!!!!!!!!!!!!!!!

└그 마음 이해하는데 진정해...제발....진짜 지구 부숴지겠어.......

└우리 팬덤 이오했어야 햇나봐....여기 코뚜레 해야할 투우 있네.....

└박긴 뭘 박아요ㅜㅜㅜㅜㅜ무서워ㅠㅠㅠㅠㅜㅜㅜㅜ

[그거 알지 까만머리가 걍 자연흑모가 아니라]

작성자 : 산톡끼부리는송수겸

염색으로 만든 흑발이라 자연흑모보다 더 까만 그 포인트

알지? 나만 미쳐버리겠는거 아니잖아 그치? 안다고 해줘 모르기만 해봐 가만안둬 진짜

└어어어[email protected]!!!! ㅇㅈㅇㅈ 이거거든!!!! 염색약 찐하게 만들어서 유난히 새까만 머리라 더 돌겟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 심장의 반은 마포구에 있ㄷk..

└마포구 우나나....하프 어브 마이 헕 이스 인 마포구 우나나

└작성자 : 닥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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