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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71화 (72/143)

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 71화

짧은 정적이 흘렀다. 이상할 정도로 묵직한 적막에 수겸의 커다란 눈동자가 바쁘게 움직였다. 그러는 사이에도 채팅 창은 무섭게 올라가고 있었다.

“질투는 제가 나요. 유찬이 보고 좋다고 하면서 저한테 만져달라고 하고.”

예상치 못한 이겸의 말에 수겸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소속사에서 공식 커플링으로 두 사람을 지정했을 때도 뚱한 반응을 보였던 차이겸이었다.

이번 생은 물론 전생을 포함해도 비게퍼 역할을 하는 쪽은 수겸이었지, 차이겸은 이런 쪽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던 차이겸에게 무슨 바람이 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수겸은 지금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수겸은 재빨리 수줍은 듯 고개를 살짝 숙이고 시선을 내리깔고는 차이겸의 어깨를 찰싹 때렸다.

“아, 뭐야! 뭐 그런 걸로 질투를 해.”

책망하는 듯한 말이었지만, 살짝 미소를 머금은 미소는 마냥 수줍고 달달하기만 했다. 이를 본 팬들은 댓글로 거의 울부짖었다.

[뭔데ㅠㅠㅠㅠㅠ너네 진짜 왜 그러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 무서워ㅜㅠㅠㅠㅠ왜 이래 정말....]

[오늘이 내 인생 마지막 날이었나....,.,...?]

[나 진짜 오해하게 하지 마라. 진짜 진지해]

[ㅁ_ㅂ]

[내가 이상한거야 쟤네가 이상한거야 나 진짜 헷갈리려고 그래....,.]

[그만해!!!!!!그만하라거!!!!!!!!!!!!!!!!신인이 스캔들 나면 어쩌려구 구래!!!!!]

[헤헿ㅎ헤헤헿헤헿헤ㅔㅔㅔㅔ헿헤 조타조아]

수겸은 난리가 난 댓글 창에 당황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바쁘게 상황이 돌아가는 와중에도 선을 그어야 할 때를 재던 그는 지금이 타이밍이라는 걸 알고 마무리를 했다.

“아, 차이겸 부담스럽게! 나는 모두의 거야. 나를 속박하려 하지 마.”

이겸은 수겸의 말에 일순간 불만스럽게 미간을 좁혔다. 카메라가 앞에 있다는 걸 깨달았는지 금세 표정을 풀긴 했지만, 수겸은 그 찰나의 변화를 보고야 말았다. 그가 왜 저렇게 불만스러운 표정인 것인지가 이해가 가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그러거나 말거나 채팅 창은 불타올랐다.

[송수겸 저 여우 진짜.,...... 사랑한다....]

[잔망스러운거바 울 겸댕이ㅠㅠㅠㅠㅠㅠㅠㅠㅠ]

[ชื่นชอบ♥♥♥]

[ㅣ친 차이겸 서운한 표정 봣어?!!??!?1 봣냐고!!!!!!!!1]

[I♥U-PITE]

[난 모르겟다 둘이 키스나 하던가ㅡㅡ]

[먼데먼데 나 지금 들어왓서ㅠㅠㅠㅠㅠㅠ]

[방금 머엿어??? 이겨미 표정]

“하하, 둘이 저희 몰래 한 이야기가 많았나 봐요. 조금 서운하네요.”

태원이 분위기를 잠재우려는 듯 너스레를 떨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한데 사람 좋은 미소와 달리, 어째선지 그의 말투는 차갑게 날이 서 있었다.

“그러니까요. 저희 빼놓고 둘이서만, 아닌가? 셋인가? 아무튼, 너무들 해요.”

태원이 왜 저러는지 그 이유를 알아낼 틈도 없이, 이번에는 한솔까지 말을 얹었다. 조금은 서늘한 느낌까지 받을 지경이라 수겸은 슬쩍 두 사람의 눈치를 살폈다.

때마침 민성이 손짓으로 방송을 종료하라는 사인을 보냈다. 수겸은 그 사인에 내심 안도했다.

“저희가 이제 다음 스케줄 때문에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서 방송을 마무리해야 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들어가세요.”

“이따가 2시에 양림 DJ님의 신나는 오후 라디오에서 만나요!”

“안녕~ 이따 봐요!”

“오늘 들어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겸의 인사 멘트를 시작으로 이겸, 태원, 한솔에 유찬까지 모두 차분히 인사를 건넸다. 아쉬워하는 팬들의 채팅을 뒤로하고 유피트는 라이브 방송을 종료했다.

“와, 오늘 방송 종료 직전 접속자 수 봤어? 만구천 명이야. 만구천 명.”

“대박, 진짜요?”

“어. 조금만 더 방송했으면 이만 명 넘겼을 거야.”

“대박대박!”

흥분한 민성의 말에 수겸 역시 눈을 빛내며 언성을 높였다. 흥분한 나머지 말도 빨라졌다. 방송 종료 직전의 미묘한 기류도 잊고 마냥 신이 난 수겸은 콧노래를 불렀다.

“이제 라디오 생방 하러 가면 되겠다.”

“넵!”

수겸은 환하게 웃으며 앞서 걷는 민성과 발맞추어 걸었다. 뒤로 멤버들이 오는지, 마는지는 신경도 쓰지 않고 라이브 방송에서 어그로를 성공적으로 끌었다는 생각에 마냥 뿌듯하기만 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방송 준비가 한창인 라디오 방송실에 들어간 유피트가 밝게 인사를 건네자, 대본을 검토하고 있던 양림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 좋게 인사를 했다.

“앉으시면 돼요.”

라디오 작가가 쾌활하게 말했다. 유피트는 작가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하나둘 자리에 앉았다.

라디오 방송은 비교적 덜 익숙한 수겸이었기에 신기한 마음에 방송실 안 곳곳을 둘러볼 때였다.

노크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민성이 형이 한 남자와 함께 수레를 끌며 나타났다.

“이게 뭐예요?”

“팬분들이 보내주신 도시락.”

“대박!”

흔히 말하는 조공 도시락을 처음 받아보는 것은 아니었지만, 받을 때마다 감탄이 터져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예쁘게 포장된 도시락을 보며 감동에 두근거리는 가슴을 달랬다.

민성이 하나씩 건네주는 도시락을 받아 든 유피트 멤버들의 눈은 행복감에 젖어 있었다. 민성이 양림을 비롯하여 <신나는 오후> 스태프에게도 하나씩 도시락을 전해주었다.

“와, 저희 것도 있어요? 감사해요. 사진이라도 찍어야겠다.”

양림은 라디오 방송을 하는 만큼 아이돌 팬들에게 도시락 조공을 한두 번 받은 게 아닐 텐데, 진심으로 감동하며 감사 인사를 했다.

그러고는 유피트에게 사진 찍기를 권했다. 유피트는 얼결에 일어나 양림의 옆에 섰고, 양림은 도시락을 잘 보이게 들었다. 그러자 <신나는 오후>의 사진작가가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와 능숙하게 카메라를 들이대었다.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사진 촬영이 끝나자마자 양림은 환하게 웃으며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했다. 유들유들하고 다정한 성격의 그 덕분에 촬영 전의 분위기가 좋았다.

수겸은 라디오 방송이 비교적 잘 진행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예감이 맞기를 바라며,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오래지 않아 <신나는 오후> 방송이 시작되었다.

“안녕하세요, 신나는 오후의 DJ 양림입니다!”

온에어로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양림이 능숙하게 인사 멘트를 했다. 그러곤 이어서 대본에 적힌 문구를 술술 읽어 내려갔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중간중간 날아오는 애청자들의 문자메시지도 정확한 발음으로 빠르게 읽어주었다.

라디오 방송을 가지고 노는 듯, 훌륭하게 제 일을 소화하는 양림을 보며 수겸은 내심 감탄했다.

사실 수겸은 나중에 라디오 DJ를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유피트로서 성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제까지고 아이돌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닐 테니 방송인으로서 할 수 있는 다른 일도 준비해야 할 터였다.

스스로 판단하기에도 연기 쪽으로는 할 만한 배역이 없을 것 같았다. 딱히 잘생긴 것도 아니고 피지컬이 좋은 것도 아니니까, 남자 주인공을 하기에는 글러먹었다.

솔로 가수로 활동할 생각은 있지만, 아무래도 노래를 내는 것은 노래를 낼 때마다 잘될지, 안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나마 수겸이 보기에는 라디오 DJ가 비교적 굴곡 없이 오래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았다.

“자, 오늘의 게스트를 소개할게요. 벌써 문자가 쏟아지고 있어요. 얼른 소개해 달라고.”

양림의 말에 수겸은 정신을 차렸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에 벌써 소개할 시간이 되었다.

“오늘의 게스트는 요즘 가장 핫한 신인 그룹이죠! 유피트입니다!”

“What’s this planet?”

“안녕하세요, 우리는 유피트입니다!”

양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태원이 소개 멘트를 선창했다. 나머지 멤버들이 그의 말을 이어받았다.

“왔어요, 왔어요. 드디어 유피트 여러분이 저희 신나는 오후에 왔어요. 너무 늦게 오신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요, 조금 더 빨리 왔어야 했는데 죄송해요.”

“하하, 다음 앨범 나오면 그때는 저희한테 일등으로 와주시기예요. 아셨죠?”

“그럼요!”

양림과 태원은 서로 너스레를 떨며 대화를 주고받았다. 오래지 않아 양림이 멤버들 개인 소개를 부탁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유피트의 리더이자 래퍼, 선태원입니다!”

“안녕하세요, 리드보컬 차이겸입니다.”

무난하고 평범한 소개가 이어졌다. 수겸은 카메라를 향해 눈을 찡긋거리며 두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유피트의 메인보컬이자, 만인의 연인 송수겸입니다.”

“아하하하하.”

수겸의 말이 우스운지 양림은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웃음이 잦아들자 한솔이 소개를 이어받았다.

“안녕하세요, 한솔이에요!”

“안녕하세요, 도유찬입니다.”

“좋습니다. 유피트 멤버분들의 소개를 들어봤는데요. 아, 인상 깊은 소개가 있어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요. 만인의 연인 송수겸 씨,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양림이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운을 떼자, 수겸은 긴장감에 마른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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