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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70화 (71/143)

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 70화

“아…….”

침묵 사이에서 한솔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무언가 깨달은 듯한 감탄사에는 어쩐지 안도감이 어려 있는 듯했다. 수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솔아, 왜 그래?”

“아, 아니. 그냥. 그래, 그렇지. 유찬이는 우리의 소중한 막내지.”

한솔은 수겸의 말을 되뇌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다행히 한솔 역시 수겸의 생각에 동의하는 모양이었다. 수겸은 더 이상 변명하려 억지로 말을 짜낼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 씩씩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다들 안 와?”

“가! 가고 있어.”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아 수겸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더니, 태원이 밝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태원의 말을 시작으로 다른 멤버들 역시 수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유찬만 빼고.

“유찬아?”

“…….”

수겸의 부름에도 유찬은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그는 대단히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망부석처럼 멈춰 있었던 것은 잠깐이고, 이내 긴 다리를 움직여 앞으로 나아갔다. 심지어 빠르게 수겸을 지나치기까지 했다.

“유찬아, 같이 가!”

수겸은 앞서 걷는 그를 애타게 불렀다. 부르는 소리를 들었는지 유찬은 걸음을 늦추어주기는 했지만 이번에도 아무 말이 없었다. 그의 태도에 수겸은 의아했지만 때마침 마주친 민성 때문에 왜 그러느냐고 묻지는 못했다.

“얼른 타. 라디오 생방이라 빨리 출발해야 해. 이러다가 늦겠어.”

민성의 재촉에 수겸은 유찬의 눈치를 살피면서도 그를 따라 재빨리 차에 올라탔다.

태원과 한솔, 마지막으로 이겸까지 올라탄 후에 유피트를 태운 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생방송 라디오 스케줄에 늦겠다며 겁을 주었던 민성의 말과 달리, 유피트는 약속된 시간보다 4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덕분에 시간이 붕 뜬 유피트는 멀뚱히 방송국 휴게실에 앉아 있었다. 이대로 잠깐 쉬게 될 줄 알았더니, 민성이 짬이 나는 김에 오랜만에 라이브 방송을 하자고 했다.

갑작스럽게 라이브 방송을 하게 되어 당황스러웠지만, 수겸은 방긋방긋 웃으며 방송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헉헉 라방이다라방]

[얼마만에 라방이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얘들아 안녕!!!!!!!!!!!!!!111!!]

[오빠들 안ㄴ녕하세요]

[hi : )]

라이브 방송 시작과 동시에 수많은 팬들이 접속했다. 이전보다 유입된 팬들이 많아지기는 했는지, 갑작스러운 방송에도 많은 수의 팬이 들어와 채팅을 남겼다.

휙휙 움직이는 채팅창에 수겸은 놀라는 한편, 내심 쾌재를 불렀다. 그만큼 유피트가 성공했다는 뜻이었으니까.

“What’s this planet?”

“안녕하세요, 우리는 유피트입니다!”

태원의 인사를 시작으로 멤버들이 후창을 하며 인사를 건넸다. 그러는 사이에도 팬들은 계속해서 라이브 방송에 접속하고 있었다.

[뭐야뭐야 벙개라방???]

[아ᅟᅵᆫ녕!!!!]

[chào :D]

[U-PITE สวัสดี XD!!]

[얘들아 오랜만이야ㅠㅜㅠㅠㅠㅠ]

[유차나!!!1111!!! 누나왓다!!]

[오늘도 미모 터졌다 송수겸...]

[태원이 잘생긴거 봐]

[솔아솔아!!]

[차이겸 사랑해!!!]

순식간에 접속자 수는 육천 명을 돌파했다. 평일 낮이라는 시간대를 감안했을 때, 결코 적지 않은 숫자였다.

“와아, 채팅 속도가 엄청 빨라요.”

“지금 직장인분들은 일하실 시간이고, 학생분들은 학교에 있으실 시간 아니에요? 어떻게 들어오신 거예요?”

태원의 놀란 듯한 말에 이어 한솔이 신기하다는 듯 물었다. 수겸 역시 그의 물음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붕붕 끄덕거렸다.

[회사 알게머람]

[몰래 듣고 있어요!]

[hi~~~~~]

[안녕하세요. 이곳은 태국 입니다. : )]

[English plz : )]

한솔의 말에 대답하는 채팅과 방금 막 접속한 팬들의 채팅이 섞여 빠르게 채팅 창이 올라갔다. 최대한 채팅 속도를 느리게 조절한 것인데도, 이전에 진행했던 라이브 방송 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였다. 그만큼 접속한 팬들이 많아졌다는 뜻이었다. 수겸은 벅차오르는 감정에 절로 미소가 번졌다.

“저희는 조금 이따가 2시에 양림 DJ님의 신나는 오후 라디오에 나오거든요. 그 전에 라이브 방송 좀 켰어요. 한동안 방송을 안 한 것 같아서요. 앞으로는 자주 방송할게요. 이렇게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을 줄 몰랐어요. 저희 기다렸어요?”

수겸은 신난 목소리로 재잘거리듯 라이브 방송을 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면서 팬들의 반응을 이끌어내었다.

[네네!!!]

[엄청 기다려써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라방 기다리다가 망부석될뻔]

[자주해줘자주]

[네네네네네ㅔ네네]

빠르게 올라오는 답변에 수겸은 흐뭇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부러 옆에 앉아 있던 이겸의 어깨에 살짝 턱을 괴었다. 차이겸은 움찔하는가 싶더니 수겸에게 얌전히 어깨를 내어 주었다.

이 사소한 행동으로도 채팅 창은 불타올랐지만, 수겸은 여기서 만족할 수 없었다. 오랜만에 하는 라이브 방송인 만큼 조금 더 어그로를 끌 필요가 있었다.

수겸은 보란 듯이 이겸의 귀에 귓속말을 했다.

“나 머리 좀 쓰다듬어 줘.”

수겸의 말에 이겸이 놀란 표정으로 수겸을 바라보았다. 그는 잠시 당황한 듯하더니 이내 수겸의 요청대로 그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행동에 수겸은 흐뭇하게 웃으며 채팅 창을 응시했다. 체감으로는 아까보다 채팅 창이 올라가는 속도가 배는 빨라졌다.

그러나 수겸은 부러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채팅 속도가 빨라진 것 같아요. 아, 접속자 수가 늘어서 그런가? 지금…… 아, 팔천 분이나 들어와 계시네요!”

[둘이 모해?????????????]

[뭐야뭐야ㅑㅑㅑㅑㅑㅑ 송수겸 기여워 미쳐]

[누나 광대 사라진다ㅠㅠㅠㅠ]

[귀여워 진쨔!!!1]

[수겨미 고양이가태]

[흐뭇하다 진자.......]

[귀여워귀여워귀여워귀여워위겨워귀여워귀여워]

[수겨미 10귀...]

[한솔아 안녕~~~~]

[유차니 표정 왤케 어두워ㅠㅠㅠㅠㅠㅠㅠㅠ무슨 일잇니????/]

빠르게 올라오는 채팅을 읽던 수겸은 마침 눈에 걸리는 글을 발견했다.

수겸은 얼른 유찬의 얼굴을 살폈다. 딱히 굳은 표정이라거나 기분이 나빠 보이지는 않았지만, 묘하게 싱숭생숭해 보이는 표정이기는 했다.

“어떤 팬분께서 유찬이 무슨 일 있냐고 걱정하시네요. 유찬아, 괜찮아?”

수겸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면서 슬쩍 유찬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유찬의 너른 어깨가 움찔했다. 그러더니 그는 이내 도톰한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웃었다.

“네, 괜찮아요. 저 괜찮습니다. 아무 일도 없어요.”

다분히 팬들을 의식한 말일 터였다. 유찬은 손사래까지 치며 아무 일도 없다고 했지만, 수겸은 본능적으로 그의 말이 거짓임을 느꼈다.

수겸은 아까 차를 타기 전에도 혼란스러워 보였던 유찬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렇다고 그때 대놓고 무슨 일이냐고 묻기에는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수겸은 이 틈을 타서 유찬의 기분을 살펴보기로 마음먹고 부러 장난스럽게 말했다.

“유찬이가 질투하나 봐요! 저희 사이 너무 좋아서! 유찬아, 솔직히 말해봐. 너 지금 질투하지?”

“아니에요, 질투는 무슨…….”

“에이, 질투 맞는 것 같은데! 제가 사실 아까 오기 전에 유찬이 좋아한다고 고백했는데, 지금 이겸이랑 붙어 있어서 질투 나나 봐요!”

[머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

[아니 지금 내가 뭘 들은거지]

[누나 편견업다 얘들아 그런말하지 마 나 오해한다]

[이게 뭔소리야 지금]

[아니 나 자꾸 망붕렌즈 끼게 되자나...]

[좋아한다고[email protected]?!?!? 고백했다고?!?!?!!]

[지금 이게 실화인거야??? 내 꿈이 아니고?? 망상아니고??]

[English plz : (]

[미쳐따...]

[아니 너무...너무 빨라 얘드라.....너희가 내 망상보다....빨라서 내가 어떠케야 할지 모르겟어..]

채팅 창이 무섭게 불타올랐다. 수겸은 작전에 성공했다는 듯 흐뭇하게 웃었다. 물론 속셈을 가진 수겸과 달리 유찬은 어쩔 줄 몰라 당황했다.

수겸은 붉어진 유찬의 얼굴 가까이로 제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러고는 방긋방긋 웃으며, 그의 어깨에 제 머리를 기대고는 사슴같이 커다란 눈을 깜빡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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