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 68화
“…….”
“…….”
유찬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수겸 역시 무어라 더 말할 수는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얼굴이 기분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너무 놀라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걸로 보였달까.
“…….”
“유, 유찬아……?”
생각보다 길어지는 침묵에 수겸은 결국 조심스럽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수겸의 부름에 유찬은 도톰한 입술을 달싹거렸다. 붉은 입술이 시선을 끌었다.
“진심이라고요……?”
“아, 그게…… 물론 그렇다고 내가 뭘 하겠다는 건 아니야.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장난은 아니라는 거야, 아까 했던 말이.”
수겸은 구구절절 변명하듯 덧붙였다. 그럴수록 유찬의 표정은 점점 더 혼란스러워 보였다. 그는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 같았다.
“기분…… 나쁜 거 아니지?”
“그, 그럼요. 그럼요……!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아요. 기분 나쁜 건 아닌데…… 너무 놀라서…….”
“다행이다, 나는 네가 기분 상했을까 봐 걱정했어.”
“왜 기분 상하겠어요?”
수겸의 말에 유찬의 눈이 크게 뜨였다.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 아니, 그게…… 아무래도 좀……. 민감할 수 있는 이야기잖아.”
차마 네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는데, 민감한 이야기를 해서 장난을 쳤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 때문에 앞의 이야기는 날려먹고 뒤의 이야기만 조심스럽게 꺼냈다.
그러자 유찬은 종전보다 더욱 혼란스럽고 당황한 듯하더니 이내 얼굴을 붉혔다. 하얗기만 한 그의 얼굴이 발갛게 익자 수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의 얼굴이 왜 이렇게 붉게 익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였다.
“수겸아, 유찬아. 옷 갈아입자.”
송하의 부름에 수겸은 뒤를 돌아보았다. 송하는 다소 피곤한 기색이기는 했지만 방긋 웃었다.
수겸은 잠깐 유찬을 돌아보았다가 다시금 송하 쪽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얼른 오라는 듯 손짓했다. 결국 수겸은 유찬과 더 대화를 나눌 수 없었다.
“가자.”
수겸은 유찬을 향해 더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미안하다는 듯 입을 열었고, 유찬은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덕분에 수겸의 무거웠던 마음은 한결 가벼워질 수 있었다.
* * *
리얼리티 촬영 날이 되었다. 지난 며칠간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수겸은 그사이 순간순간 자신을 보는 유찬의 묘한 시선에 흠칫하기는 했지만, 그뿐이었다.
이른 아침, 촬영 장소에 내린 유피트는 당황해서 멈칫하며 밴에서 내렸다. 놀란 유피트의 표정은 그대로 카메라에 담겼다.
“오늘…… 저희 뭐 해요?”
“유피트는 이번에 면허를 딸 거예요.”
“네?”
“오후에 필기시험이니까 얼른 교육 들으러 가셔야 해요.”
“갑자기요?”
“저희 공부 하나도 안 했는데!”
“오후에 시험이니까 지금부터 교육 듣고 시험 전까지 공부하시면 되죠.”
멤버들의 우는소리에도 제작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마치 이런 유피트의 반응을 미리 예상하고 있던 것 같았다. 오히려 당황한 유피트의 반응이 셀링 포인트라고 생각했는지 카메라를 줌 인까지 해가며 다양한 각도에서 찍어대었다.
수겸은 마음속으로는 방송국 놈들을 욕하면서도 카메라에 보이는 모습을 의식해서 부러 발을 동동거리면서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교육 시간이래요, 얼른 들어가셔야 해요. 가셔서 출석 체크도 하셔야 하니까 얼른 들어가요.”
제작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멤버들을 재촉했다. 결국 유피트는 제작진의 등쌀에 밀려 운전면허 학원 내부로 들어갔다.
졸지에 유피트는 운전면허 시험 전에 필수로 수강해야 하는 강의를 듣게 되었다.
들어가니 책상마다 면허 필기 책자가 있었다. 수겸을 비롯한 멤버들은 운전면허 강사님이 짚어주는 문제를 꼼꼼히 살펴보고, 동영상에 집중하여 시청했다.
물론 중간중간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현타가 오기도 했지만, 뭐 어쩌겠는가. 기왕 이렇게 된 거 바빠서 따지 못했던 면허도 딸 수 있고 좋은 게 좋은 거다 싶어서 집중하고자 노력했다.
사이사이에 쉬는 시간이 있었지만, 카메라는 물론 다른 수강생들이 있어 편히 쉴 수 없었다.
수겸은 부러 태원의 옆에 찰싹 붙어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했다.
별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태원을 보고 웃었고, 태원의 어깨나 허벅지를 슬쩍슬쩍 터치하기도 했다. 수겸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태원은 흠칫하기는 했지만, 카메라와 수강생을 의식하느라 정신이 팔린 수겸은 태원의 사정까지 신경 써줄 겨를이 없었다.
적잖이 지루했던 강의 시간이 끝나고, 유피트는 차를 타고 필기 시험장으로 향했다. 시험장으로 향하는 길에 멤버들은 제작진이 미리 준비해 준 기출 문제를 바쁘게 풀었다.
매년 비슷한 유형으로 출제가 되는지라,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는 경우가 많았다. 수겸은 오랜만에 두뇌를 풀가동하느라 머리에서 쥐가 날 것만 같았다. 수겸은 괴로워하면서도 떨어지면 방송에 박제가 되어 두고두고 놀림을 당하게 될 판이라는 걸 알기에 기를 쓰고 문제와 답을 외웠다.
마침내 시험장에 도착한 수겸은 자신도 용도를 모르고 찍었던 증명사진을 받아 들고는 허허 웃었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에 민성이 형이 회사에서 필요하다며 회사 소속 포토그래퍼를 데리고 와서 증명사진을 찍었다. 그때는 찍으라니까 찍었지만, 어디에 쓸지는 몰랐다. 그런데 이게 다 운전면허용 사진이었다니, 약간 배신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소속사와 제작진, 그리고 학원의 협력으로 유피트는 순조롭게 운전면허 필기 시험장으로 입성할 수 있었다. 남은 건 유피트의 몫이었다.
수겸은 교육 시간에 강사님이 짚어준 문제와 이동 중에 달달 외웠던 문제를 떠올리며 신중하게 문제를 풀어나갔다. 다행히 점수는 72점으로 아슬아슬했지만 합격이었다.
“와아, 붙었다! 붙었다!”
시험장을 나온 수겸은 폴짝폴짝 뛰며 기뻐하다가, 때마침 나온 한솔에게 달려가 안겼다. 한솔은 어리둥절하면서도 반사적으로 수겸을 번쩍 안아 들었다.
“오, 정한솔! 역시 어린 게 좋아. 힘이 좋단 말이지!”
수겸의 말에 한솔이 당황했는지 수겸을 안아 든 팔에 일순간 힘이 빠졌다. 그러나 금세 다시 힘을 주어 수겸을 높이 위아래로 흔들어주었다.
이 모습은 카메라에 찍혔을 뿐만 아니라, 시험장을 나서는 일반 응시생들의 눈에도 여과 없이 담겼다.
[나 지금 면허 시험장인데 연옌 왓다]
└오오 누구요?
└몰라 잘생겼던데 다섯 명이야. 분홍머리인 애 하나 있고.
└(사진) 얘네 아니에요?!?1?1!? 유피트!!!!!!!!!
└오 맞는거 같아요
└대박 개부러워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우리 애들 면허 따나봐...]
작성자 : 화가많은작은치와와
(사진)
미쳤냐 방송국 놈들아 면허 따게 하지 말라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애들 연애하면 어떡하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애들 면허 따면 연애한다고 미칑럼드라!!!!!!!!!!!!!!!!
└아 그니까 개빡쳐.....ㅜ
└아이돌 삼대 금지 수염 태닝 면허 따기
└옳다......ㅠㅠㅠㅠ차만 사지 마라 얘들아........ 누나 돈다 진짜.....
[뭔 소리야 이미 울 애들 연애하고 있는데]
작성자 : 김팀장네커피에침을탔어
아까 사진 뜬 거 보니까 쏠이가 수궴이 안고 있더만....
둘이 아주 깨가 쏟아지던데
그게 연애가 아니ㅏ면 대체 머란 말임
└미친 그런건 사진 올리면서 말해 어딨어 어디가면 볼 수 있냐고
└작성자 : (사진) ㅇㅇ
└미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치누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도르셧다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얘네 사귀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울 애들 사겨버리내ㅜㅠㅠㅠㅠㅠㅠㅠㅠ
└zzzzz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중에 너님 닉넴 왤케 우ᅟᅳᆺ기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 팀장 네 커피에 침을 탔대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타야지 에라이 퉤 홍팀장 새끼
[내 친구가 오늘 울 애덜이랑 같이 필기 교육 드럿대]
작성자 : 송토끼와압
울 수궴이 태워니랑 딱 붙어서 떨어지지를 않더래....
나는 얼른 울 애들 결혼자금 모아야겠더라고....
└십시일반..... 같이 모으자..... 나도 그럴라고 돈 벌잖니.....
└작성자 : 직장인 울지 말자........어흡크읍따읍으흐읍으르으우브읍웁으
└님이 제일 많이 우시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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