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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66화 (67/143)

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 66화

수겸은 인터뷰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메이크업 수정부터 받게 되었다. 꾸벅꾸벅 졸면서 메이크업을 고친 수겸은 스타일리스트인 송하 누나가 가져다준 옷을 건네받았다.

“오늘도 우리 요정님, 예뻐죽겠네.”

“하하하하, 민망하니까 그만 좀 해요.”

“왜, 진짜 요정인데도 요정이라는 말 들으니까 민망해? 민망해?”

“아, 무슨 요정이에요!”

“아하. 요정이라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구나?”

자신의 말을 좋을 대로 해석하는 송하의 태도에 수겸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도저히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송하가 자신을 곱게 봐주는 것은 정말 고마웠지만, 그렇다고 매번 요정 소리를 듣기는 민망했다.

수겸이 수치스러워하는 동안 유찬의 메이크업이 끝이 났다. 그의 얼굴을 살펴보니 타고나기를 붉은 입술은 무색의 립밤으로 촉촉함만 더한 상태였다.

“우리 유찬이 오늘따라 입술이 촉촉하네.”

“네?”

“아주 보기 좋네, 보기 좋아.”

수겸은 부러 싱긋 웃으며 유찬의 등을 토닥거렸다. 그러자 유찬이 당황한 듯 눈을 크게 뜨고는 얼굴을 붉혔다. 발갛게 익은 뺨을 본 수겸은 유찬을 놀리듯 웃었다.

“뭐야, 우리 유찬이 부끄럽나 보구나?”

“왜, 왜 그래요?”

“왜 그러긴, 귀여워서 그러지.”

수겸은 유찬의 물음에도 시원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옷을 갈아입으러 가면서도 연신 웃음기를 머금고 있었다.

* * *

오래지 않아 멤버들 모두 인터뷰 준비를 마쳤다. 나란히 놓인 5개의 의자에 한 명씩 앉아서는 멍하니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인터뷰를 맡은 리포터 조명호가 들어섰다. 현재는 리포터로 활동 중이지만, 본래 데뷔 자체는 가수로 했던 데다가 연예계에 워낙 잔뼈가 굵은 연예인이었기에, 유피트는 그의 등장에 벌떡 일어나 인사했다.

“처음 보네. 어, 너희가 유피트라고? 그래, 뭐. 잘 부탁해.”

그는 유피트를 곁눈질로 잠깐 훑어보는가 싶더니, 짧게 인사를 건네고는 휙 돌아서 갔다. 겉보기에는 유들유들하고 성격 좋아 보이는 그였지만, 실제로는 깐깐하고 까탈스럽기 그지없기로 업계에 소문이 자자했다.

연예인이 아닌 사람들이 알면 놀랄 테지만, 그런 경우는 흔했다. 방송에서 보이는 이미지와 실제 이미지가 백팔십도 다른 이들은 넘쳐났다.

이를 잘 아는 수겸은 그의 태도에 화가 나지도 않았다. 그저 인터뷰가 빨리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러나 수겸의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메이크업을 받으러 간 조명호는 한 시간이 지나도록 오지 않았고, 유피트는 망부석이 되도록 대기하고 있어야만 했다.

의상과 헤어, 메이크업까지 스타일링을 완벽하게 끝낸 상태이기 때문에 편히 앉아 있을 수도 없었다. 행여나 의상이 구겨지거나 메이크업이 번지면 곤란하기 때문이었다.

아직 바깥 날씨가 춥다고는 하지만, 내리쬐는 조명이 워낙 뜨겁다 보니 공기가 후끈후끈했다. 더위 때문에 메이크업한 게 당장에라도 녹아 사라질 것만 같았다. 수겸은 겨우 정신을 붙들고 조명호가 나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렸다.

마침내 30여 분이 더 흐른 뒤에서야 조명호가 느지막이 모습을 드러냈다.

“미안합니다, 제가 좀 늦었죠?”

조명호는 카메라를 보며 너스레를 떨었다. 방송 경력 자체도 30년 가까이 되다 보니, 그의 뻔뻔한 말에도 그 누구도 섣불리 비난할 수 없었다.

그저 ‘괜찮습니다’라는 말밖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럼 이제 슬슬 시작할까요?”

조명호의 말에 수십 대의 카메라가 제각기 자신이 맡은 피사체를 화면에 담았다.

“안녕하세요, 리포터 조명호입니다. 오늘은 화제의 아이돌을 만나 보겠습니다.”

조명호의 말에 유피트는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태원의 선창에 따라 인사말을 건넸다.

“What’s this planet?”

“안녕하세요, 우리는 유피트입니다!”

꾸벅 90도로 인사를 마친 유피트는 다시 제자리로 앉았다. 그러자 조명호가 사람 좋게 웃으면서 준비한 멘트를 했다.

“인사성도 밝네요, 역시 유피트. 보기 좋아요.”

의례적으로 유피트를 칭찬하는 조명호는 세상 다시 없을 자애로운 얼굴이었다. 아까 그가 보였던 무심한 표정과는 완전히 다른 태도에 이질감을 느낄 틈도 없이, 유피트는 제각기 카메라를 의식하느라 바빴다.

“요즘 화제의 아이돌이죠. 신곡 <소원꽃잎>이 나왔다는데 안 들어보고 지나갈 수는 없죠. 한 소절 부탁드려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조명호의 질문에 태원이 곧바로 대꾸했다. 그가 손짓으로 신호를 했고, 그의 손짓에 따라 유피트는 준비한 2절 후렴구를 불렀다. 차이겸이 노래를 부르고, 수겸이 추임새를 넣었으며, 다른 멤버들은 비어 있는 음을 찾아 들어가 화음을 맞추었다.

“캬, 정말 좋네요. 가사가 너무 예뻐요.”

“감사합니다.”

“소원꽃잎이 되고 싶다니, 참 예쁜 가사 같습니다. 그럼 이렇게 좋은 노래를 불러 주신 유피트 여러분들께 질문 몇 가지를 드리고자 하는데 괜찮으실까요?”

“네, 그럼요!”

그의 물음이 끝나기 무섭게 멤버들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카메라를 앞둔 상황이기에 당연한 행동이었다.

“자, 첫 번째 질문! 이런이런, 첫 번째 질문부터 조금 센데요. 괜찮으실지 모르겠네요. 가장 친한 멤버와 가장 어색한 멤버를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조명호가 과장스럽게 연기를 하듯 말했다. 그러자 유피트 역시 부러 곤란한 기색을 가득 담아 연기를 했다.

“어색한 멤버라……. 그런 거 없는데.”

“네, 맞아요, 저희는 그런 거 없어요.”

“에이, 그러지 마시고요.”

“정말이에요, 없어요.”

태원의 말에 한솔이 맞장구를 쳤다. 조명호가 재차 묻는데도 한솔은 단호하기만 했다. 일순간 조명호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기색을 읽어낸 수겸이 얼른 끼어들었다.

“어색한 것까지는 아니고…….”

“그럼? 좀 불편한? 아니면 껄끄러운?”

“아하하, 그 비슷한 거요.”

조명호는 먹잇감을 발견한 듯 탐욕스럽게 눈을 빛내며 수겸을 바라보았다. 수겸은 부러 곤란한 듯 고개를 숙이고는 몸을 살살 배배 꼬았다. 그러고는 눈짓으로 차이겸을 바라보았다.

“어어, 수겸 씨는 이겸 씨를 가장 어색해하나요?”

“아, 아니요! 어색한 건 아니고…….”

“그럼요?”

기대감에 눈을 반짝거리는 조명호와 불쾌한 듯 얼굴을 굳힌 차이겸을 번갈아 쳐다본 수겸이 조심스럽게 입을 떼었다.

“아, 다른 게 아니고…… 제가 이겸이랑 아무래도 이런저런 퍼포먼스를 많이 하잖아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하다 보니까?”

“괜히 신경이 쓰이고 그러더라고요…….”

“신경이 쓰여요? 어떤 점에서?”

“아니, 그냥 그런 것 있잖아요. 팬분들께서 저희를…… 아무튼 그러니까 괜히 막 더 의식하게 되고…….”

수겸은 민망하다는 듯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러자 조명호는 재미있다는 듯 시원스레 웃음을 터뜨렸다.

“아, 뭔지 알겠다. 팬분들이 두 분을 막 엮으시는구나!”

“아, 하하하, 그, 그렇죠…….”

“그래도 남자끼린데 뭐 어때요?”

“그쵸, 저도 뭐 어떻다는 건 아니고…….”

수겸은 조명호의 말에 따라 적절히 강약 조절을 하면서 떡밥을 던졌다. 힐끔 본 차이겸의 표정을 형언할 수 없는 상태였다. 저 자식이 왜 저러나 싶으면서도 수겸은 제 연기에 몰두하기 바빠 그를 더 이상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아하하하, 그럴 수 있죠. 그럴 수 있죠. 그럼 다음 질문! 방을 가장 더럽게 쓰는 멤버는 누구인가요? 하나둘셋 하면 동시에 외쳐볼까요?”

“어어, 잠시만요!”

수겸의 다급한 말에도 개의치 않고 조명호는 곧바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최한솔!”

“태원이 형이요!”

“최한솔.”

“저요……?”

“저인 것 같아요.”

태원과 이겸은 한솔을 지목했고, 한솔은 태원을 지목했다. 수겸과 유찬은 각각 자기 자신을 지목했다. 의외의 결과에 조명호는 과장스럽게 웃었다.

“수겸 씨랑 유찬 씨는 자기 자신을 지목했네요?”

“아, 제가 생각해도 저는 좀 더럽게 쓰는 것 같긴 해서……. 그런데 유찬이는 진짜 아니에요. 유찬이는 깨끗하게 써요.”

“아니에요. 제가 제일 지저분하게 써요. 수겸이 형은 깨끗해요.”

“오, 둘이 뭔가요~? 서로 자기가 더럽다고 입씨름하는 아이돌은 또 처음 보네요. 이게 바로 더 럽(the love)?! 자, 그럼 이어서 다음 질문! 같은 멤버인 내가 봐도 진짜 멋있다 싶은 멤버는? 먼저 수겸 씨부터 대답해 볼까요?”

리포터의 물음에 멤버들의 시선이 일시에 수겸에게로 쏠렸다. 수겸은 마른침을 삼키고는 아까 인터뷰 장소로 오면서 꾹꾹 눌러썼던 답안을 떠올렸다.

“저는…… 유찬이 같아요. 오늘도 유찬이가 메이크업을 받는데 입술이…… 진짜 같은 남자인 제가 봐도 훔치고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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