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 63화
그렇게 긴 이야기는 일단락되었다.
다행히 수겸은 남자병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이번 생에서는 ‘수’ 캐릭터를 받아들여 멤버들과 일부러 엮이고 있다는 것을 들키지 않았다.
굳이 그런 것까지 세심히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멤버들이 제각기 자신이 미래에 터뜨릴 병크로 충격을 받아서 자잘한 데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겸으로서는 멤버들의 그런 반응이 못내 신기하고 이상하기는 했다.
사실 전생이니 회귀니, 순순히 믿기에는 쉽지 않은 이야기들뿐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들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제 말을 믿을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나 거기에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일찌감치 술에 취해 버렸던 수겸으로서는 절대 알 수 없었지만, 선욱과 다른 멤버들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모두의 머릿속에 오늘 수겸이 터뜨린 폭탄 같은 이야기들과 지난 술자리의 대화가 함께 맴돌았다.
* * *
“어후, 후욱…… 이게 알딸딸하네요…….”
수겸은 어느새 몽롱하게 올라온 취기에 중얼거렸다. 양 뺨은 붉게 익었고, 눈매는 반쯤 풀려 있었다.
수겸은 헤실헤실 웃으며 뜨끈하게 열 오른 뺨을 두 손으로 꾹꾹 눌렀다. 덕분에 말랑한 뺨이 눌리면서 통통한 입술이 오리처럼 톡 튀어나왔다.
“수겸아, 취했어?”
“그, 게…… 취한 건 아닌데…… 약간 기분은 좋고…… 속은 안 좋고…… 머리는 핑핑 돌고…….”
“응, 그게 취한 거야.”
수겸의 구구절절한 대답에 선욱은 깔끔하게 대꾸했다. 그러자 수겸이 억울한지 삐죽거리며 ‘아닌데……’ 하고 중얼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선욱은 여유롭게 입술을 끌어 올리며 웃었다.
“수겸아, 수겸이 키가 몇이야?”
“저 백칠십팔 센티미터요!”
“깔창 빼야지?”
“……칫. 그럼 백칠십사 쩜! 이요.”
투덜거리면서도 순순히 대답하는 수겸을 본 선욱이 흡족하게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마치 무언가 테스트라도 한 것 같았다.
“그럼 수겸아, 아까 무속인분이 뭐라고 했지?”
“아, 그게…… 좀 뭐라고 복잡하긴 했는데…… 산 자의 영혼이 아니라고 했어요……. 그렇다고 죽은 것도 아니라고…….”
“산 자의 영혼이 아니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선욱의 물음에 태원 역시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덧붙였다. 그러자 수겸이 ‘휴우’ 하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도 모르겠어요, 너무 어려워…….”
“그럼 왜 그 사람이 그런 말을 했을까?”
“그게…… 한 번 죽었어서 그런가?”
수겸의 말에 좁지 않은 룸 안이 온통 고요해졌다.
싸늘해진 분위기를 알아차리지 못한 수겸은 여전히 헤헤 웃으며 멤버들을 바라보았다.
“왜들 그래?”
“아니야, 그냥. 수겸이 귀여워서.”
선욱은 굳은 표정을 풀고는 웃었다. 멤버들 역시 복잡한 감정을 감추고 제각기 웃어 보였다.
사고회로가 멀쩡한 사람이 보기에는 어색한 웃음이라는 걸 알아차렸을 테지만, 술기운에 제정신이 아닌 수겸이 그 사실을 알아차릴 리 만무했다.
“수겸아, 수겸이가 언제 죽었었어? 우리 만나기 전에? 사고가 났었던 거야? 그런데 그런 이야기 안 했었잖아.”
“아, 그게 아니라…… 전생에서 죽었어요.”
“전생에서?”
“네, 그때 죽었는데…… 앗쉬, 말하니까 너무 서럽네, 어흡…….”
아무렇지 않게 묻는 말에 착실히 대답하던 수겸은 대뜸 입술을 파르르 떨더니 이내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어흡, 제가 죽었는데…… 아니, 너무 비참하잖아……. 계단에서…… 아니, 근데 나 죽은 거 맞아? 맞겠지? 계단에서 굴렀는데 눈떠보니까 5년 전이면?”
“5년 전이었다고?”
“네, 5년 전이었는데…….”
수겸이 웅얼거리며 대답했다.
도저히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기는 했지만, 거짓말처럼 들리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수겸이 평소에 거짓말을 잘하지 못하기도 했고, 하물며 술을 마신 수겸은 필요 이상으로 솔직한 타입이었다.
그 사실을 알기에 멤버들 역시 수겸이 이상한 말을 한다고 생각할지언정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저 근데 약간…… 약간 토할 것 같은데…….”
“야이 씨, 송수겸, 송수겨엄!”
수겸의 말에 이겸이 다급히 수겸을 둘러업고는 룸에 달린 화장실로 내달렸다.
* * *
수겸의 충격적인 발언이 있고부터 며칠 뒤, 드디어 <소원꽃잎>의 뮤직비디오 풀 버전과 음원이 공개되었다. 음원은 새벽에는 높은 순위를 기록하다가 출근 시간이 되자 다소 낮아졌다.
그래도 첫 앨범에 비하면 대단히 좋은 성적이기도 했고, 신인 아이돌치고는 준수한 순위였다.
아이돌 노래스럽지 않은 잔잔하고 달달한 발라드곡이 대중들의 귀를 사로잡았다는 증거였다. 뮤직비디오의 반응 역시 뜨거웠다. 각종 팬 커뮤니티는 물론, 일반 커뮤니티에서까지 뮤직비디오의 여러 장면이 캡쳐되어 올라왔다.
[나는 죽소]
작성자 : 만타만아
노래 너무 좋아 로맨틱해 미쳐버리겠어
꽃바람이 불어오고
흩날리는 분홍빛 소원들이
꽃잎처럼 내려앉은 날
이번만은 네 소원꽃잎이 되고 싶어
내 소원은 오직 너니까
우리의 봄날은 꽃잎 같아
놓쳐도 또다시 돌아오니까
가사 이 부분 손으로 받아쓰고 이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놓쳐도 다시 돌아오는 봄날 같은 사이....
소원꽃잎이 되고 싶대....내 소원은 오직 너라니... 미쳤다 미쳤어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도 가사 하나하나 곱씹어 보는데 너무 예뻐서 울고 있음...진짜 어쩜 이렇게 예쁠 수 있지? 넘 사랑스러운 우리 애들이랑 딱 맞는 곡임
└ㅇㅈ이번만은 네 소원꽃잎이 되고 싶어 내 소원은 오직 너니까 이 부분 전율 쩔어
[뮤비 보는데 눈물나는 나 정상인가요?]
작성자 : 출근하며오열하는새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데 주책 오져버려
그런데 눈물이 안 멈춰 살려줘 출근해야 하는데 나 어뜨캄 ㅠㅠㅠㅠㅠ
└삐빅 정상입니다
└어뜨카긴 뭘 어뜨캐 울다가 출근하는 거지
└작성자 : 와 눈물 뚝 그침. 차가운 거 봐. 고맙다. 덕분에 건조해진 눈으로 출근한다
└유어웰컴
[수겸이 방긋방긋 웃는데 나 진짜 도라버려]
작성자 : 송수겸의반려식물
이러다 전동 도라이바 되겟다....
하도 돌아서....
└미친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 소리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많은 주접 봤지만 이렇게 참신하고 도라이같은 주접은 처음이다...... 그래 너 도라이바해라.. 이 도라이야....
└작성자 : 감사합니다..... 왠지 욕같지만....기분탓이겠지요....... 일단 감사히 받겠습니다... 도라이바.......
[차이겸!!!!!!! 차이겨어어어어어엄!!!!!!!!!!!!!!]
작성자 : 차이겸처돌이맨
미쳤나봐 왜 이렇게 잘생긴건데ㅜㅜㅜㅜ
진짜 남신이고 세상에 이렇게 잘생긴 사람이 있나 싶고
나는 진짜 미쳐버리겠고 그저 세상아!!!!! 아!!!!!!!!!!!!!!!!!!!!!!
이겸아ㅠㅠㅠㅠㅠㅠ이겸이 장착 너무 이뻐 이대로 박제하자......
└벗겨서 박제하면 안대요?
└와 너 배운 사람이다 그런데 잡혀가 진짜야...진지하게 하는 말이야
└괜찮아 나 잡혀가면 너님도 잡혀갈 듯
└작성자 : 다들 꺼져줘 이 스레기들아ㅣ 내 깨끗하고 숭고한 글에 있지 말라고 ㅡㅡ
[태원태원하고 울지요....]
작성자 : 우리집거북이어디갔어
태원이 미만잡이다...
너무 잘생겼다 미쳐버렸다
우주대존엄하게 생기겼고
태원이에게라면 내 모든 걸 줄 수 있다....
통장...문서.....내 몸.....
그러니까 너도 나에게 모든걸 줘라 태원아...
└태원이가 손해잖아요;;;;;;;;;;;;;;;;;;;;;
└작성자 : 조용해 비밀이야.
[어흐흐흐흐엉흫어흫어읍]
작성자 : 도유찬만보면오열하는애
어흐으흐흐으ㅡ흥으으흐르으읍 어르흐읒으읍
어흐으으읍
어흡 어흐흐으으엉어어어엉 울유융어 응어븡버읍
어읍허읍 크읍크으으으업읍어어엉엉엉어엉어엉
어으으으으 엏으허으어흥응
으어흐어브
└나름 오열에 박자가 있네
└관ㄹ1자 : 해당 글은 게시판 성격에 맞지 않아 쓰레기통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아울러, 회원 등급을 7단계로 조정하겠습니다.
└작성자 : 아 안 돼요ㅜ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죄송해여ㅡㅜㅡㅡㅡㅡㅜㅜㅜ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지우지 마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ㅠㅠㅠㅠ살려주세요ㅜㅜㅜㅜㅜㅜㅜㅜ7등급이라니 안 돼 ㅜㅜㅜㅜㅜㅜㅜ
└zzzzzz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님 닉 봐봐 관리자 아니고 관ㄹ1자야
└작성자 : 아놔 ㅅㅂ 나 지금 용산역이다. 나와 ㅡㅡ한판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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