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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47화 (48/143)

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 47화

범퍼카를 타고 나온 수겸은 자존심에 적잖이 스크래치가 났다. 사람들에게 들이박히는 것쯤이야 범퍼카의 묘미라지만, 수겸은 정도가 심했다. 처음 잠깐을 제외하고는 탑승 시간이 끝날 때까지 내내 모서리에 처박혀 있었다는 사실은 꽤 수치스러웠다.

“나 계속 구석에만 있었어!”

수겸은 정말로 속상한지 우는소리를 냈다. 그 모습에 멤버들은 잠시 고개를 돌리고 솟아오르는 광대를 억지로 내리눌렀다. 심지어 제작진들마저 큭큭거리며 웃었다.

귀에 박히는 듯한 웃음소리에 수겸은 배신감을 느끼고 소리가 난 발원지를 원망스럽게 노려보았다. 그러자 태원이 자연스럽게 수겸을 달래려 어깨동무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태원의 팔이 어깨에 걸리기 직전에 수겸이 순식간에 뒤로 빠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태원의 팔이 허공에서 방황하게 되었다.

물론 수겸의 의지로 벌어진 일은 아니었다.

“형, 저거 먹을래요?”

유찬이 수겸의 손을 잡아끈 탓이었다.

갑작스러운 유찬의 행동에 수겸은 내심 놀랐지만, 유찬이 가리키는 것을 발견한 그는 이내 놀란 것은 잊고 반짝 눈을 빛냈다.

“완전 좋아!”

수겸의 눈길이 닿은 것은 구슬 아이스크림이었다. 원체 차고 단 음식을 좋아하는 수겸에게 구슬 아이스크림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저희 이거 사 먹어도 돼요?”

제작진을 향해 유찬이 예의 바르게 물었다. 그러자 제작진 몇몇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리며 허락의 사인을 보냈다.

“용돈 드릴게요.”

메인 PD가 펭귄 모양 동전 지갑을 내밀었다. 유피트는 기대에 차서 지갑을 열어보았다. 지갑 안에는 만 원짜리 몇 장과 카드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와, 대박! 감사합니다!”

“저희가 써도 되는 거예요?”

“나 츄러스 먹을래.”

“나도, 나도 츄러스!”

한솔과 태원이 기대감에 젖어 외쳤다. 이어서 이겸과 수겸이 한마디씩 보태었다.

“하지만 일단 츄러스보다는 아이스크림부터!”

“형, 초코맛 먹을 거죠?”

“당연하지!”

몇 가지 맛 중에서 유찬은 수겸이 가장 좋아하는 맛을 잘 알고 있었다. 수겸은 타인에게 관심이라고는 요만큼도 없어 보이기만 했던 유찬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자 흐뭇해졌다.

이런 수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찬은 다른 멤버들에게도 구슬 아이스크림을 먹을 것인지, 무슨 맛을 먹을 것인지 물어보았다.

오래지 않아 동글동글 귀엽게 생긴 구슬 아이스크림이 나왔다. 수겸은 카메라 앞에 아이스크림을 들고 다가갔다.

“올빗 여러분들! 제가 ASMR 찍어드릴게요!”

어디서 본 건 있는 수겸이 아이스크림을 카메라에 바싹 들이대더니, 이어서 아이스크림을 푹 퍼서 입에 넣었다.

“소리 들리시죠?! 소리?”

“……구슬 아이스크림도 먹는 소리가 나?”

“어…… 안 나?”

“아하하하, 그럼 나겠냐고!”

한솔의 물음에 수겸이 당황한 듯 되물었다. 그러자 한솔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민망해진 수겸의 낯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렇게 짧은 간식 타임을 즐기고 멤버들은 더블 락스핀이라는 무시무시한 놀이기구로 향했다.

먼저 탄 사람들이 위아래로 마구 빙글빙글 돌며 방향을 예측할 수 없이 뚝뚝 떨어지는 광경을 본 수겸의 낯이 사색이 되었다.

“……히익.”

“수겸이 기절한다, 쟤.”

태원이 창백해진 수겸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수겸이 슬픈 표정을 지으며 태원의 팔을 붙잡고 매달렸다.

“형, 어떡해! 저걸 어떻게 타!”

“괜찮아, 괜찮아. 다 탈 수 있어. 방송해야지, 수겸아.”

“어헝허허헝헝.”

달래주는 듯, 전혀 달래주지 않는 태원의 말에 수겸이 찡얼거렸다. 태원은 그런 수겸의 등을 토닥거려 주었다.

안타깝게도 방송국 놈들의 사전 촬영 협의 때문에 기다림은 길지 않았다. 때문에 수겸은 떨리는 가슴을 채 가라앉히기도 전에 끌려가듯 놀이기구에 올랐다.

수겸을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이겸이, 왼쪽에는 한솔이 앉았다.

“어떡해, 어떡해, 시작하나 봐. 어떡해애애애!”

“야야, 놔! 송수겸, 놓으라고!”

“형? 다리 좀…….”

“으아아아아, 움직인다, 움직인다!”

수겸은 무서운 나머지 오른쪽 다리로는 이겸의 다리를 감싸고, 왼쪽 다리로는 한솔의 다리를 감쌌다. 덕분에 두 사람은 수겸에게 다리를 묶이고 말았다.

말 그대로 양다리를 걸친 상황이었다.

그러는 사이 놀이기구는 앞뒤로, 위아래로 빙글빙글 돌며 휙휙 움직였다.

“으헉…… 어헉…… 아악!”

놀이기구가 고조될수록 수겸의 두려움은 점점 커져만 가고, 그에 비례하여 비명도 점점 높아져 갔다. 자연스럽게 이겸과 한솔의 다리에 감은 다리에도 힘이 들어갔다.

“으아아아아! 아아아아악!”

기구는 고음의 소리를 내지르던 수겸이 의식을 놓기 직전에서야 멈추었다.

혼이 빠진 수겸은 안전장치가 해제된 후에도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형, 괜찮아?”

“아니……. 안 괜찮아.”

한솔의 물음에 수겸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한솔은 안쓰러운 듯 끌끌 혀를 차다가 수겸의 양손을 잡아 일으켜 주었다. 수겸은 축 늘어지는 몸을 한솔에게 의탁한 채 겨우 일어났다.

수겸에게는 다행히도  이후 촬영은 다소 느슨했다.

간단한 간식도 먹고, 빙글빙글 도는 접시 모양의 놀이기구를 탔다. 접시는 약간의 멀미를 유발하기는 했지만, 무섭지는 않으니 다행이었다.

점심도 챙겨 먹었다. 처음에는 놀이기구를 타느라 기력을 죄 소진해서 딱히 입맛이 돌지 않았지만, 막상 음식을 먹어보니 쑥쑥 먹혔다. 파스타와 피자를 양껏 먹은 수겸은 디저트로 아이스 초코까지 마셨다.

“이제 바이킹 타셔야 하고요, 이어서 회전목마랑 롤러코스터 타셔야 해요. 중간에 시간 나면 오락실에서 게임 좀 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흐읍, 알겠습니다.”

제작진의 말에 수겸은 마지못해 대꾸했다. 바이킹이나 롤러코스터 모두 무서울 것 같아서였다.

수겸은 멤버들에게 질질 끌려 다음 목적지를 향해 이동했다.

* * *

“으어어어어, 피곤해…….”

숙소에 도착한 수겸은 방에 들어갈 생각도 않고 거실 바닥에 벌렁 드러누웠다. 무서운 놀이기구 때문에 괴롭기도 했지만, 놀이공원이 주는 특유의 분위기 덕분에 내내 들떴던 것도 사실이었다.

카메라를 의식하느라 제대로 놀지는 못했지만, 이 정도면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을 보낸 편이었다.

수겸은 반쯤 넋이 나가, 아직도 쓰고 있는 파닥파닥 토끼 헤어밴드의 손잡이를 멍하니 눌렀다. 통통한 귀가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렇게 멍하니 시간을 보내며 천장만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욕실 문이 조심스레 열리는가 싶더니, 유찬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유찬은 바지는 입고 있었지만 상의는 벗고 있었다. 하얀 피부가 물기에 젖어 윤기 나게 반짝거렸다.

예쁜 얼굴과 달리 골격 자체가 워낙 큰 유찬이었다. 수겸은 새삼 느껴지는 괴리감에 멍하니 유찬의 벗은 몸을 바라보았다.

“와…… 유찬아, 너도 몸 진짜 좋다.”

“……그래요?”

“응, 나도 너처럼 몸이 좋았으면…… 아니, 아니지. 쓸데없는 말을. 내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취소, 취소. 제가 잠시 미쳤나 봅니다. 방금 한 말은 잊어주세요.”

수겸은 누구에게 하는 말일지도 모를 말을 중얼거리며 재빠르게 자신의 말을 철회했다.

유찬으로서는 수겸이 왜 저러는지 알 수 없었기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면서도 수겸의 칭찬이 부끄러운지 얼굴을 살짝 붉혔다.

한참 동안 알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던 수겸은 유찬의 가슴팍을 바라보았다. 하얀 가슴에 분홍빛 첨단이 야릇하게 어울렸다. 유찬의 예쁜 얼굴과도 잘 어울리는 모양새였다. 그러면서도 도드라진 전거근이 시선을 끌어 야누스적인 매력이 있었다.

“왜, 왜 그래요?”

“어? 아, 내가 너무 변태같이 봤니? 미안. 그런 의도는 아니었어.”

유찬의 질문에 지레 찔린 수겸이 변명을 했다. 그러자 유찬의 얼굴이 한층 더 붉어졌다. 그 모습을 보니 수겸은 괜스레 유찬을 놀리고 싶은, 말 그대로 변태적인 욕구가 일었다.

“우리 조막만 했던 유찬이가 언제 이렇게 커서 으른이 됐나.”

“……예전에도 형보다는 컸던 것 같은…….”

“씁,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네.”

“아무튼 우리 유찬이 이렇게 잘 컸는데, 누구 주기 아까워서 어떡하지? 내가 날름 잡아먹을까? 어때, 유찬아. 형아가 잡아먹어 줄까?”

놀리려고 한 말이기는 했지만, 딱히 음흉한 생각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팬들이 툭하면 ‘우리 수겸이 잡아먹는다’ 하던 말이 생각나서 따라 해본 것뿐이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유찬의 얼굴이 당장에라도 터질 듯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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