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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46화 (47/143)

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 46화

“어어?”

그 순간이었다. 수겸의 몸이 뒤로 홱 당겨지는가 싶더니, 아예 반대로 돌아갔다. 본인의 의지가 아니었기에 수겸은 잠깐 비틀했다가 자세를 바로잡았다. 수겸은 곧장 잡아당긴 범인을 찾아 노려보았다.

“뭐야?”

“나 좀 보라고.”

“어?”

첫째로 수겸을 잡아당긴 이는 차이겸이었다. 그리고 차이겸이 ‘나 좀 보라고’라고 말했다.

두 개의 상황 모두 수겸에게는 마냥 당혹스러운 것이어서 수겸은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아니, 나 어떤지 봐달라고.”

당황한 듯한 수겸의 반응과 마주한 이겸은 제 말을 정정했다. 그제야 수겸은 그가 무슨 말을 한 것인지 깨달았다. 사막여우 귀가 잘 어울리는지 봐달라는 뜻인 모양이었다.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면 되지, 왜 엄한 사람을 그렇게 홱 잡아당기고 난리냐고 수겸이 속으로 투덜거렸다. 물론 카메라가 앞에 있기 때문에 겉으로는 표정 관리를 했다.

“음, 어디 보자.”

수겸은 한 손으로 턱을 쓸며 차이겸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다소 날카로운 인상의 차이겸이었지만, 놀랍게도 사막여우 머리띠가 잘 어울렸다.

안 어울릴 것 같은 이미지인데, 막상 쓰니 마치 원래의 그의 귀처럼 느껴질 정도로 잘 어울려서 신기할 지경이었다.

“왜 어울리지?”

“뭐?”

“이상하게 어울리네…….”

수겸의 말에 이겸의 미간이 좁아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수겸은 여전히 미심쩍은 눈으로 이겸을 훑어볼 뿐이었다.

한동안 그를 보던 수겸은 이내 카메라를 의식하며 활짝 웃었다. 그러고는 이겸의 팔을 어깨로 툭 쳤다.

“나는 어때?”

“어……?”

“나는 어때 보이냐고.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것도 있어야지.”

수겸의 말에 이겸은 당황한 듯 입술을 달싹거리는가 싶더니 수겸을 찬찬히 보았다. 파닥파닥 헤어밴드부터 분홍빛 머리, 동그란 눈, 오똑한 코, 붉은 입술, 뾰족한 턱 끝에 이어 늘씬한 목선까지.

수겸은 생각보다 진득하게 따라붙는 그의 시선에 당황하여 커다란 눈을 깜빡거렸다.

“……잘 어울려.”

“정말?”

“어.”

다소 무뚝뚝한 어조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답변이었다. 기대하던 대답에 수겸은 환하게 웃었다. 그러자 차이겸도 희미하게 따라 웃었다.

이겸과 마주 웃으며 드물게 달달한 분위기를 만들던 때는 길지 않았다. 수겸은 이겸 뒤로 불쑥 보이는 인형에 시선을 온전히 빼앗기고 말았다.

“으하하하, 태원이 형, 뭐야! 완전 잘 어울려!”

상어한테 머리가 물리는 익살스러운 머리띠인데, 태원이 하고 있으니 우스우면서도 묘하게 잘 어울렸다.

수겸은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리며 태원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그의 머리띠를 만지작거렸다.

그러자 태원 역시 수겸의 파닥파닥 헤어밴드의 손잡이를 잡아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수겸의 동그란 머리 위로 분홍색 복슬복슬한 토끼 귀가 불쑥 솟았다가, 축 처졌다가를 반복했다.

“아하하하! 수겸아, 너 진짜 토끼 같아. 분홍 토끼.”

태원은 정말로 수겸이 귀여워죽겠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수겸은 괜스레 민망해져서 콧잔등을 긁었다.

“컷! 좋아요, 좋아. 그럼 이제 다음 장소로 이동할게요.”

“넵! 감사합니다!”

때마침 제작진의 컷 사인이 떨어져서 다행이었다. 덕분에 민망한 상황을 탈출할 수 있게 된 수겸은 기쁜 마음으로 제작진에게 인사를 건넸다.

다음 촬영 장소는 범퍼카였다. 수겸은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걸음을 옮겨 놀이공원의 중심부로 향할수록 점점 사람이 많아졌다.

“촬영하나 봐.”

“누구지?”

“어어, 나 쟤네 알아! 왜, 그 있잖아! 가요대전에서…….”

“아아! 걔네야?! 어, 맞네! 분홍머리! 까만머리!”

“꺄아아아, 유피트다!”

촬영 현장을 본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개중에는 가요대전 퍼포먼스로 수겸을 알아보는 이도 있었고, 몇몇 유피트 전체를 알아보는 이도 있었다. 흥분한 사람들이 따라붙어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밀었다.

달려드는 사람들을 본 수겸의 머리가 팽팽 돌아가기 시작했다.

오늘 촬영이 방송되려면 편집 시간 때문에 한동안 기다려야 하지만, 휴대폰으로 찍는 영상은 인터넷에 바로 업로드될 터였다. 게다가 요즘에는 방송보다 SNS의 파급력이 더 크기도 했다.

편집 없이 날것으로 촬영되는 이 황금 같은 순간을 놓칠 리 없는 수겸이었다.

“야아, 차이겸! 같이 가!”

차이겸과 불과 두어 발자국밖에 떨어지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수겸은 다른 사람들 들으라는 식으로 크게 차이겸을 불렀다. 그러고는 그의 옆에 바싹 붙어 서서 이겸의 소맷자락을 붙잡았다.

손을 잡을까 하다가 너무 과해 보일 것 같아서, 부러 소매만 잡은 것이었다. 그러자 차이겸은 수겸의 얼굴과 잡힌 소매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이내 수겸의 손아귀에서 소매를 빼내더니 반대로 그의 손을 잡았다.

“잘 따라와, 놓치지 말고.”

“네가 잘 잡아줘야지.”

이겸의 말에 수겸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꾸하며 생긋 눈웃음을 쳤다. 그와 동시에 주변에서 ‘꺄아’ 하는 비명이 울려 퍼졌다.

‘좋아, 오늘도 한 건 했군. 아주 성공적이야.’

수겸은 내색할 수 없는, 해서도 안 될 생각을 하며 흐뭇하게 웃었다.

그러는 사이 유피트는 어느새 범퍼카 앞에 도착하게 되었다.

사전에 촬영 협조를 구한 제작진 덕분에 유피트는 빠르게 놀이기구에 탑승할 수 있었다. 유피트는 미리 카메라가 설치된 범퍼카에 한 명씩 올라탔다.

이윽고 경쾌한 음악이 나오는가 싶더니 범퍼카가 하나둘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겸은 재빠르게 핸들을 꺾었다.

문제는 속도가 제대로 나기도 전에 빠르게 핸들을 꺾어버린 바람에 범퍼카가 옆으로 휙 돌았다는 것이다. 놀란 수겸이 이번에는 반대로 핸들을 꺾자, 범퍼카는 반대 방향으로 휙 돌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저 멀리서 태원이 물소처럼 달려들고 있었다. 놀란 수겸은 또다시 핸들을 꺾었지만, 뒤에서 지나가고 있던 한솔의 범퍼카에 부딪치고 말았다.

“으아아아!”

“으아, 형 괜찮아?”

“놀랐어, 엄청 놀랐어, 되게 놀랐어! 크게 놀랐다고!”

수겸은 자신이 한솔에게 들이박은 것도 잊고 한솔에게 억울한 듯 하소연을 해대었다. 그러자 한솔은 당황한 듯 어쩔 줄 몰라 했다.

“아니, 나는 갑자기 형이 나타날 줄, 아냐, 아무튼 내가 미안해.”

“으헝헝, 놀랐…… 으어어억!”

이번에는 웬 모르는 남자가 무서운 속도로 달려들더니 수겸을 들이받았다. 범퍼카가 원래 그런 놀이기구라지만, 놀란 수겸은 비명을 내질렀다.

아연실색한 수겸은 이리저리 다급하게 핸들을 꺾으며 도망을 치다가 구석까지 처박히고 말았다. 빠져나오기 위해 핸들을 바삐 움직여 보았지만, 모서리를 따라 갇혀 있을 뿐이었다.

저 멀리 있던 차이겸이 가만히 그 모습을 보는가 싶더니, 아까 수겸을 박았던 남자를 찾아 연달아 다섯 번 정도 들이박았다. 물론 수겸은 모서리에 처박혀 있느라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

[김두루미 @kim_dooroomi]

힉 XX랜드에서 연옌 봄

카메라 많아서 긴가민가했는데 분홍머리 보고 확신함

연말에 봤던 걔로구나!

급한 김에 막 찍어봄!!!

(사진)

└양파즙극혐맨 @slrwltrlglaemfek

@kim_dooroomi님에게 보내는 답글

?????? 아니 우리 두루미님 정말 막 찍으셨자나?

하나도 안 보여 이럴 수가

[김덕팔 @kim_duck88]

헐헐!!! 나 연옌 첨 봄!!!!!!!!!!!

사진도 찍음!!! 근데 사람들한테 밀려서 어쩌다보니 넘 가까이서 찍은 듯;;;;

일케 찍게 됐네..;;

(사진)

└연어회 @0x0xdjfuq0x0x

@kim_duck88님에게 보내는 답글

?아니 덕팔님..;; 너무 가까이서 찍으셨잖앜ㅋㅋㅋㅋㅋㅋㅋ 이건 근접샷도 아니야 걍 모공샷임ㅠㅠ

└@0x0xdjfuq0x0x님에게 보내는 답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 진짜 제 얼굴도 이렇게 가까이서 본 적 없을듯옄ㅋㅋㅋㅋㅋㅋ

[달리는 직장인 @sibal_sisibal]

오늘 연차라서 XX랜드 갔는데 아이돌 봤다

내가 늙은이라 그런가

요즘 아이돌들은 걍 사귀는거 공표하고 다님?

손잡고 웃고 스킨십하고 난리도 아니던데

[에구머니나드랍 @egg_droptheBeat]

송수궴.... 2궴이랑 대놓고 연애하더만....

2궴이가 수궴이 손잡는 거 보실..?

이달의 트친비 납부 왈..

(사진)

└육개장 @6dog_jang

@egg_droptheBeat님에게 보내는 답글

옴마나... 얘네 미쳣나바............일케 대놓고 연애하면 어떠캐...

어떠카긴 어떠캐 결혼해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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