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 43화
[뭐야뭐야 유차니 쏘 다정...]
[유찬이가 지금 수겸이 달래주는거야???????]
[ㅜㅜㅜㅜㅜ어이구 젤 이쁜 애들끼리 저러구 있으니까 개안하는 기분이네ㅠㅠㅠㅠ]
[한솔이 잘생겼당]
[수겸이 우러서 내 가슴 찢어져....]
눈물은 금세 멈췄다. 다만 쪽팔림은 길었다. 수겸은 눈가에 남은 눈물을 얼른 훔쳐내었다.
“하, 하하……. 저 괜찮아요. 제가 왜 그랬을까요.”
수겸은 민망함에 카메라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러는 사이에도 댓글 창은 무섭게 불타고 있었다.
[수겨마ㅠㅠㅠㅠㅠㅠㅠ무슨 일이야ㅠㅠㅠㅜㅜㅜㅜㅜ]
[English plz. :(]
[수겸이 힘드러?ㅜㅜㅜㅜㅜㅜ힘든 일 있어?]
[나는 수겸가 울지 않기를 바란다. ;-(]
[내 새꾸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아, 아니에요! 저, 정말로 괜찮습니다! 정말로요!”
수겸은 얼른 두 손까지 내저어 보였지만, 요동치는 팬들의 마음은 달랠 수 없는 모양이었다. 문제는 팬들만 혼란스러워하는 게 아니라는 거였다.
멤버들 역시 놀랐으나 카메라가 있으니 차마 수겸에게 괜찮냐고 묻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대신 그들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수겸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튼, 저희가 조만간에 좋은 소식 들려 드릴 수 있을 것 같다는 거예요!”
수겸은 얼른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말을 돌렸다. 그러자 수겸의 눈치를 살피던 한솔이 나서서 얼른 수겸을 거들었다.
“맞아요~ 저희가 열심히 준비하고 있답니다. 오늘은 녹음실에, 아! 여기까지 말하면 안 되는 건데, 어떡하죠?”
한솔은 일부러 너스레를 떨며 팬들의 주위를 분산시켰다. 다행히 한솔의 노력이 보람이 있었는지, 댓글 창은 ‘녹음실’ 이야기로 난리가 났다.
[헉??? 녹음실?????? 컴백하뉘 아가들아????????????]
[헐헐 신곡 나와요??]
[총알 장전하고 기다리고 잇다!!111!]
[ดีมากเลย XD]
[헉 오빠들 컴백해요?????]
[헉 기다리고 있엇습니다 제대로 모시겠습니다]
“아직은 말씀드릴 수 없지만,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이미 팬들은 다 눈치를 챘지만, 태원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굴었다.
그러는 사이 수겸의 눈가를 적신 눈물은 모두 말랐다. 수겸은 언제 울었냐는 듯 꽃잎처럼 웃었다.
“저희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저희 두고 한눈팔면 안 돼요, 알았죠?”
수겸은 오른손 검지를 살랑살랑 흔들며 코끝을 찡긋거렸다.
최대한 잔망을 떨며 카메라를 향해 애교를 부리는 모습에 한솔이 웃음 짓다가, 수겸을 따라 코끝을 찡긋했다. 마침 그 모습을 본 수겸도 한솔의 얼굴을 보며 싱긋 웃었다.
[모야모야 둘이 모야]
[핑겨미 상큼한거바ㅠㅠㅠㅠㅠ]
[앙큼해....송수겸......]
[귀여워(오열)]
[둘이 이뻐 죽것다......]
휙휙 지나가는 빠른 댓글을 보면서 수겸은 수줍은 듯 연기를 하며 웃었다. 그 모습에 댓글 창은 또다시 난리가 났다.
그러고도 유피트는 얼마간 소소하게 일상의 이야기를 나눈 후에 라이브 방송을 종료했다.
마지막까지 카메라를 보며 환하게 웃던 수겸은 방송이 종료되자마자 테이블에 쓰러지듯 엎드렸다.
“형, 괜찮아요?”
“아니……. 너무 쪽팔려…….”
유찬의 걱정 어린 말에 수겸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나마 방송 중에는 잘해야 한다는 긴장감이 있었던 터라 제대로 수치심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방송이 종료되고 나자 수치심이 미친 듯이 밀려들었다.
“으아아아, 내가 왜 그랬지!”
수겸이 머리를 감싸고 절규했다. 방송 중에 감정 과잉으로 울어버린 게 창피해서 견디기 힘들었다. 그때 수겸의 등을 다정하게 토닥거려 주는 손길이 느껴졌다. 살짝 고개를 들어보니, 유찬이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고마워…….”
“뭘요.”
담백한 그의 말을 듣고 나니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힐끔 주변을 살펴보니, 다른 멤버들 역시 누구 한 명 움직이지 않고 수겸을 보고 있었다.
“다들 그렇게 보고 있으니, 견딜 수 없이 수치스러운걸?”
부러 장난스럽게 말하는데도, 멤버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짙은 걱정이 드리워져 있었다. 수겸은 민망함에 콧잔등을 쓸었다.
그때, 수겸의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반사적으로 휴대폰 액정을 들여다보니 [이사님]이라는 글귀가 떠 있었다.
“네, 이사님!”
-수겸이 왜 울었어?
“헉, 보셨어요?”
선욱의 말에 수겸의 낯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꼴사납게 우는 모습을 이사님마저 봤다고 생각하니, 부끄러움이 배가되었다.
-당연히 봤지. 무슨 일 있어?
“아무 일도 없어요, 그냥…… 아, 진짜 별일 아니에요.”
-아무 일도 없는데 눈물이 나면 더 문제지.
“그건 그렇지만…… 진짜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차마 전생의 기억 때문에 울컥해서 울었다고 말할 수 없는 수겸은 보이지도 않을 손사래까지 쳐가며 대꾸했다. 하지만 선욱은 여전히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수겸아, 얘기 좀 하자.
“헉…… 넵!”
-지금 민성이한테 이야기해서 너 데리고 오라고 할게.
“넵, 알겠습니다. 이따 뵐게요!”
-그래, 알았어. 조심히 와.
“네!”
수겸은 일단 발랄하게 대답하기는 했지만, 전화를 끊자마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닌데, 괜히 여러 사람을 걱정시킨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한 탓이었다.
수겸은 라이브 방송 중에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던 일에 대해 자책하며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고 고개를 들어보니, 여전히 멤버들의 시선이 모두 수겸에게로 쏠려 있었다.
“왜, 왜들 그렇게 봐?”
“이사님이 보자고 하셔?”
“어어. 들렸어?”
태원의 물음에 되묻자, 태원은 아무런 대꾸 없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수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래?”
“아무것도 아냐.”
여전히 떨떠름한 표정이었지만, 태원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로 대답을 회피했다. 그러나 수상히 여긴 수겸이 더 캐묻기 전에 태원이 벌떡 일어나더니 자리를 피했다.
“왜 그러지…….”
“수겸아, 가자!”
“네!”
이해할 수 없는 태원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문밖에서 수겸을 부르는 민성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수겸은 밖에 있는 그가 들을 수 있게끔 크게 대답한 뒤에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너 왜 울었어?”
“아, 진짜 아무 일도 아니에요. 그냥 벅차서, 좋아서 운 거예요.”
“으이구, 그렇게 물러 터져서 어떡할래?”
차에 타자마자 이어지는 민성의 물음에 대꾸하자 곧바로 타박이 돌아왔다. 그러나 그의 타박이 진심이 아니라 걱정 어린 것이라는 걸 알기에 수겸은 안전 벨트를 메며 헤실헤실 웃을 뿐이었다.
“웃으면 다지, 아주.”
“그럼 또 울어요?”
“아니. 그래, 뭐 우는 것보다야 웃는 게 백번 낫지.”
“제 말이 그 말이에요.”
수겸은 민성과 가볍게 대화를 주거니 받거니 했다. 그러는 사이 두 사람이 탄 자동차는 신나게 달려서 회사로 향하고 있었다.
“휴게실에서 쉬고 있을 테니까, 이사님이랑 대화 끝나면 불러.”
“넵!”
민성은 회사 지하 주차장에 수겸을 내려주었다. 수겸은 짤막하게 대꾸한 후 대표실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가만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대표실이 있는 꼭대기 층으로 향하고 있으려니, 선욱이 무슨 말을 하려고 부른 것인지 슬그머니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띠링.
생각이 깊어지기 전에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는 안내음이 울려 퍼졌다. 수겸은 깊게 심호흡을 하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이사님, 저예요. 수겸이.”
수겸은 조심스레 노크를 한 뒤에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그러자 금방 활짝 문이 열렸다.
깔끔한 수트 차림의 선욱이 수겸을 보더니 싱긋 웃었다.
“수겸이 왔어?”
“네.”
“들어와.”
문을 가로막듯 섰던 선욱이 옆으로 비켜주었다. 수겸은 그 틈으로 들어가 소파에 앉았다. 선욱은 달칵 소리가 나도록 문을 닫고는 수겸을 따라 소파에 앉았다.
“마셔.”
그는 테이블 한편에 있던 음료를 꺼내 내밀었다. 수겸이 좋아하는 아이스 초코였다.
수겸은 아이스 초코를 보자 마음에 어렸던 불안감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단순히 좋아하는 음료 때문이 아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료를 손수 챙겨주었을 선욱의 마음을 생각하니, 괜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였다.
“감사합니다.”
수겸은 환하게 웃으며 아이스 초코를 받아 들었다.
그 모습을 보는 선욱 역시 흐뭇한 듯 웃었다. 하지만 미소도 잠시였다. 선욱은 오래지 않아 웃음기를 거두고 수겸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느낀 수겸이 눈치를 보며 슬쩍 아이스 초코를 테이블 위에 내려두었다.
“왜, 왜…… 그러세요?”
떨리는 음성으로 묻자, 선욱이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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