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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42화 (43/143)

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 42화

녹음하는 내내 수겸은 멤버들과 최대한 눈을 맞추려 노력했다.

태원과 눈을 맞추었다가, 한솔과도 눈을 맞추었다가, 유찬과도 눈을 맞추면서 멤버들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걸 잊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눈을 맞춘 상대는 역시 차이겸이었다.

파트상으로도 그는 리드 보컬이고, 수겸은 메인 보컬이기 때문에 서로 화음을 넣어주며 음을 받쳐줘야 하는 부분이 많은 탓이었다. 무엇보다 겸겸 커플은 공식이기 때문에, 수겸은 최대한 공식 커플의 본분을 잊지 않고자 노력했다.

로맨틱한 가사와 멜로디 때문인지 멤버들과 눈을 맞출 때마다 한층 더 달달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수겸은 입으로는 노래를 부르면서, 눈으로는 멤버들을 바라보고, 머리로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떡밥을 던질 수 있을지 고민하느라 고군분투했다.

수겸이 고민 끝에 옆에 있던 차이겸의 옷자락을 슬쩍 쥐었다. 그러자, 차이겸은 힐끔 수겸의 손을 보더니 손을 아래로 내려 수겸의 손을 잡았다. 카메라 앵글에 잡힐 듯 말 듯 아슬아슬한 높이였다.

수겸은 일부러 손을 올리거나 위치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이 장면이 뮤직비디오에 담길지 담기지 않을지는 알 수 없지만, 만에 하나 담긴다면 대놓고 손을 잡고 있는 것보다 잡은 듯 만 듯한 광경이 훨씬 더 팬들의 취향일 것 같기 때문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긴 녹음과 촬영을 마치고 수겸은 녹초가 되었다. 반쯤 넋이 나가서는 녹음실 밖에 있는 소파에 드러누웠다. 당연히 베개는 태원의 다리였다.

“으어어어……. 죽겠어.”

“나도, 넘 피곤하다.”

태원이 수겸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수겸이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는데, 카메라가 불쑥 수겸의 얼굴을 찍었다. 촬영이 다 끝난 줄 알았던 수겸은 당황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싱긋 웃으며 손으로 브이 자를 만들어 보였다.

수겸이 프로 아이돌로서의 면모를 뽐내는 것을 끝으로 정말 촬영이 마무리되었다. 카메라의 불이 꺼지고, 촬영을 맡았던 스태프들은 하나둘 녹음실을 빠져나갔다.

그때까지도 수겸은 지친 몸을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 태원의 다리에 기대 이리저리 뒤척거리던 수겸은 문득 어떤 사실을 깨닫고 태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봐? 난 네가 그렇게 볼 때 불길하더라.”

“뭐가 어째? 내가 뭘 어쨌다고 불길하대?”

“이제까지 많은 짓을 했어, 넌…….”

태원의 말에 수겸은 기가 차서 그를 노려보았지만, 태원은 제 말을 철회하지는 않았다.

수겸은 그런 태원이 얄미워서 힘껏 노려보다가, 이내 그에게 궁금한 게 있는 쪽은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고 눈에 줬던 힘을 풀었다.

“있잖아, 형. 곤란하면 대답하지 않아도 돼. 그런데 궁금해서 그래.”

“오, 벌써 불길해.”

태원은 그러면서도 수겸의 말을 막지는 않았다. 수겸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근처에 멤버들 외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형은 왜 허벅지에 그게 안 느껴져?”

“어? 그게 뭔데?”

“아니, 그니까……. 형은 되게 크잖아, 내가 봤잖아. 한솔이는 허벅지 베고 누웠더니 그게 느껴지더라고. 그런데 내가 맨날 형 허벅지에 눕는데 형 거는 느낀 적이 없어.”

“……하, 피곤해.”

잠자코 수겸의 말을 듣던 태원은 정말로 피곤한지 한 손으로 자신의 눈을 쓸었다. 덕분에 쌍꺼풀이 없는 날카로운 눈에 깊게 쌍꺼풀이 생겼다.

그러거나 말거나 수겸은 그저 어떻게 이게 가능한 일인지 궁금하기만 해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태원을 간절하게 바라보았다. 그러자, 태원은 눈은 웃지 않고 입만 웃는, 그야말로 영혼이 나간 미소를 선보였다.

“말아 넣었다, 됐냐.”

“오……? 그게 가능해?”

“어, 가능해.”

“진짜? 진짜로? 장난치는 게 아니고?”

“응, 장난 아니야.”

“아, 아닌 거 같은데. 나 놀리려고 하는 말 같은데.”

계속되는 수겸의 불신에 태원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반쯤 포기한 목소리로 운을 떼었다.

“정 못 믿겠으면 보든가……. 숙소 가서 보여줄까? 수납 단계 처음부터 라이브로 보여줄게.”

“……그, 그 정도로 궁금하진 않아, 왜 이래.”

“왜, 못 믿는 것 같아서 직접 보여준다니까.”

“아, 아냐. 사양할게.”

비록 그의 생 그걸 보기는 했지만, 그거야 샤워를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보게 된 것이고, 구체적인 안쪽 사정의 단계 하나하나까지를 직관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수겸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누운 몸을 천천히 일으키고자 했다. 그러자, 태원이 수겸의 어깨를 내리누르며 다시 눕혔다. 원치 않게 눕혀진 수겸은 커다란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눈치를 살폈다.

“송수겸.”

“응?”

“판도라의 상자 알지?”

“응, 알지.”

“호기심 좀 죽여. 그러다가 큰일 나.”

“……알았어.”

호기심 때문에 상자를 열고 만 판도라처럼, 수겸 역시 호기심 때문에 큰일이 난단다.

도대체 호기심 때문에 큰일 날 일이 뭐가 있나 싶기는 하지만, 판도라의 상자 이야기를 들은 만큼 최소한의 경고를 따를 필요는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하나 더.”

“또 뭐?”

“다른 멤버 것 좀 느끼고 다니지 마.”

“에……?”

예상치 못한 말에 수겸은 토끼 눈을 떴다. 그러다가 이내 낯이 붉어졌다. 얼굴 가득 화끈거리며 열이 올랐다.

“아니,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뭐가 됐든 간에.”

수겸은 어쩌다 거시기 수납 문제가 여기까지 왔는지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툭툭 털고 누운 몸을 일으켰다.

* * *

오늘은 오랜만에 라이브 방송을 하기로 했다. 뮤직비디오 촬영을 하느라 헤어와 메이크업까지 하기도 했고, 슬쩍 신곡 떡밥도 던지고 팬 서비스도 할 겸 겸사겸사였다.

멤버들은 옹기종기 카메라 앞에 모여서 라이브 방송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수겸은 뮤직비디오에서 목도리 떡밥을 던졌던 유찬 옆에 찰싹 붙어 앉았다.

마침내 오래지 않아 방송이 시작되었다.

“What’s this planet?”

“안녕하세요, 우리는 유피트입니다!”

태원의 선창에 따라 후창을 한 멤버들은 카메라를 보며 밝게 웃었다. 방송 시작과 동시에 무서운 속도로 댓글 창이 불타올랐다.

[오빠들 안녕하세요!]

[꺄ㅏㅏㅏㅏ 얘들라 안녕~~~]

[뭐야뭐야ㅐ 오늘 울애들 왤케 이뻐]

[Hi U-PITE ;D]

[你好。♥]

[라방 기다리다가 망부석 될 뻔 ㅠㅠㅠㅠ 넘 오랜만이다]

댓글을 읽던 수겸은 살짝 유찬의 어깨에 턱을 괴었다. 유찬은 흠칫하는가 싶더니, 수겸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헉]

[유찬이 다정해]

[수겸이는 막내해라 명예막내 시켜줄게]

[ㅇ>-< 나는 먼저 간다]

[너네 왤케 이쁘니.......ㅠ0ㅠ]

반응을 본 수겸이 부끄러운 듯 낯을 붉혔다. 철저하게 계산된 행동이었지만, 이를 알 리 없는 팬들은 그저 그 모습마저 사랑스러워 보일 뿐인 모양이었다.

[쑤겨미 왜 부끄러워해ㅠㅠㅠ?]

[왤케 이쁘냐.....인간 체리 송수겸]

[와압 잡아먹어 진짜루 조심해라 너....]

[오빠 웃는거 넘 이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희는 오늘 여러분들을 만날 준비를 했어요. 조만간에 좋은 소식 들려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태원이 부드럽게 웃으며 가볍게 스포일러를 날렸다. 그러자, 댓글창은 또 난리가 났다.

순식간에 휙휙 올라가는 댓글을 보며 수겸은 흡족하게 웃었다. 기분 탓인지, 확실히 예전에 라이브 방송을 할 때보다 댓글 속도가 더 빨라진 것 같았다.

그 말은 곧, 방송을 시청하는 팬이 더 늘었다는 소리였다. 공포 예능과 버라이어티 예능의 효과가 이렇게 빛을 발하는 모양이었다.

실제로 입장한 팬의 숫자 역시 이전보다 확연히 늘어 있었다. 이 사실을 확인한 수겸은 새삼 가슴이 벅차올랐다.

회귀한 수겸은 앞으로 달라질 삶을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만큼 전생에 남자병에 걸렸던 것에 대한 후회가 컸다.

전생을 떠올리니, 절로 감회가 새로워지면서 눈가가 뜨거워졌다.

지금 울면 분위기가 이상해진다는 걸 알기에 꾹 참아보려고 하는데, 밀려드는 감격스러움을 잠재울 길이 없었다.

“진짜, 우리 올빗이들…… 너무 감사해요……. 저희가 진짜, 진짜 잘할 테니까…… 어디 가지 말아요…… 알았죠……?”

수겸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애절하게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당장에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수겸의 행동에 댓글 창은 당연히 난리가 났다.

[수겸아ㅠㅠㅠㅠㅠㅠ왜 우러왜ㅠㅠㅠㅠㅠㅠㅠㅠ]

[수겸이 우러서 나도 우럭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내 새끼 울디마...]

[누구야!!! 누가 내 새끼 울려써!!!!!!!!!!!!!!!!!!!!!!!!!!!]

[헐 저 지금 들어왓는데 무슨 일이에요????????? 핑겨미 왜 우러???]

팬들의 댓글까지 보자, 수겸은 기어코 맺힌 눈물을 뚝 흘리고 말았다. 그러자, 유찬이 수겸을 안고 토닥거리며 달래주었다.

“형, 왜 그래요. 울지 말아요……. 괜찮아요, 괜찮아. 뚝, 하자.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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