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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39화 (40/143)

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 39화

“그, 그렇지……. 그…… 그렇구나, 쓰, 쓸데가 있겠구나……. 미안, 내가 괜한 소리를…….”

수겸은 벌게진 얼굴로 사과했다. 그러자, 한솔 역시 자신이 무슨 말을 한 것인지 깨달았는지 덩달아 얼굴이 시뻘겋게 익었다.

“그…… 그게 그러니까 내 말은…….”

“아, 아냐. 아무 말도 하지 마. 즐거운 대화였어, 그럼 이만.”

더 이상 대화를 해봤자 민망함이 배가될 것이라는 걸 깨달은 수겸이 대화를 차단한 뒤 재빠르게 제 방으로 들어왔다.

물론 이 방은 한솔도 함께 쓰고 있으니 그의 출입을 막을 수는 없을 테지만, 일단은 공기부터가 달라진 그곳에서 도망쳐야만 했다.

“미쳤냐, 송수겸! 미쳤냐고!”

수겸은 베개에 머리를 박아대며 마구 자책했다. 생각할수록 민망함이 몰려들었다.

뺨으로 느껴지던 솔이의 거시기…….

아니, 손으로도 남의 물건을 만질 일이 없는데, 얼굴로 그 감촉을 느끼다니? 상상할수록 기가 찬 상황에 수겸은 머리를 감싸고 괴로워했다.

달칵.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수겸은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로 굳어버렸다. 소리에만 의지한 채, 들어온 상대가 한솔일까 봐 한껏 얼어붙어 있었다.

“겸아, 또 뭐 해?”

“아…… 형이구나.”

이어지는 목소리를 들은 수겸이 안심했다. 다행히 들어온 이는 태원이었다.

수겸은 그제야 축 몸을 늘어뜨리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뭐야,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라고 너무 긴장 푸는 거 아니야?”

“아, 그야! 그럴 만한 일이 있거든. 그리고 내가 형 앞에서 긴장할 일이 뭐가 있겠어?”

수겸은 태원의 말에 콧방귀를 뀌면서 벌렁 드러누웠다. 베개에 얼굴을 비비느라 앞머리가 이리 삐죽, 저리 삐죽 아주 난리가 났다.

태원은 그 모습을 조용히 내려다보았다. 그는 두툼한 양팔로 팔짱을 낀 채, 표정에는 웃음기가 가신 상태였다.

“뭐, 뭐야…… 왜, 왜 그렇게 봐?”

태원의 모습을 확인한 당황한 수겸이 말을 더듬었다. 그도 그럴 것이 태원은 웃고 있지 않을 때는 다소 사나운 인상이었다. 대부분 웃고 있고 장난을 쳐대서 성격에 무서운 인상이 가려진 대표적인 예였다.

수겸의 물음에도 태원은 아무 말도 없었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굳은 표정으로 수겸을 바라볼 뿐이었다.

“왜 그래……? 화났어?”

긴장한 수겸이 마른침을 삼켰다. 자신이 한 말을 반추해 보며 혹시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할 만한 말을 했던가 생각에 잠겼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별말을 하지 않았는데, 그가 이토록 화가 난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게다가 자세도 꽤 요상스러웠다. 태원은 침대 옆에서 수겸을 내려다보고 있고, 수겸은 침대에 누워 있는 상태였다. 정상적인 대화가 오가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자세였다.

수겸은 태원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누운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어……!”

그러나 일어나는 것마저 수겸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태원의 손이 수겸의 얼굴을 향해 다가왔다.

움찔한 수겸은 일어나려던 것도 잊고 한껏 겁을 집어먹고는 질끈 두 눈을 감았다.

“송수겸.”

“어? 왜…….”

“눈 떠.”

“왜……?”

“눈 뜨라고.”

정색한 태원의 말은 거부할 수 없는 위압감이 있었다. 수겸은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레 눈을 떴다.

태원의 얼굴이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는 양손으로 수겸의 머리 옆을 짚어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덕분에 수겸은 졸지에 그의 품 안에 갇히고 말았다.

“수겸아, 형 앞에서 긴장할 때도 있어야 해. 알았어?”

아까보다는 부드러워졌지만, 여전히 굳은 표정 때문인지 묵직한 힘이 있는 말이었다.

“어? 어어…….”

얼어붙어 있던 수겸은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그때, 태원의 한 손이 수겸의 얼굴로 향했다. 놀란 수겸이 질끈 눈을 감았다.

그러나 이어지는 부드러운 촉감에 슬그머니 눈을 뜨자, 태원이 수겸의 엉망이 된 앞머리를 손으로 빗어 정리해 주고 있었다.

“아하하하, 송수겸 쫀 거 봐.”

그뿐만이 아니었다. 태원의 굳은 입가가 씰룩거리는가 싶더니, 그가 이내 시원스레 웃음을 터뜨리기까지 했다.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수겸이 신경질적으로 양팔로 침대를 팡팡 내리쳤다.

“아, 뭐야! 진짜 짜증 나!”

태원이 자신을 놀리려고 했다는 걸 깨달은 수겸은 분이 났다. 태원은 시원스레 한 방을 먹여 놓고는 만족스러운지 허리까지 접어가며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얄미운지 수겸은 없던 힘까지 솟아나는 것 같았다.

“덤벼! 덤비라고!”

그대로 침대 밖으로 뛰쳐나온 수겸이 나비처럼 날아서 태원의 등에 매달렸다. 수겸은 두 팔과 다리로 태원의 몸을 꽁꽁 감쌌다.

그러자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된 태원이 수겸을 떼어내고자 버둥거렸다.

“야, 송수겸, 떨어져! 떨어져!”

“싫어! 안 떨어져! 그리고 떨어뜨리려고 하기만 해 봐, 문다! 또 물어!”

“야, 미쳤냐?! 물지 마, 물지 말라고 했…… 악!”

수겸은 태원의 경고 따위는 가뿐하게 무시하고 그의 목덜미를 물었다. 이게 벌써 두 번째라고, 지난번보다 더 아프게 잘 물었다. 이래서 경력이 중요하구나 싶었다.

“송수겸! 미쳤지, 진짜!”

“그러게 왜 놀려, 평화롭게 있던 사람을 왜, 괴롭혀, 왜!”

태원의 말에 수겸은 목청 높여 바락바락 성을 내었다. 저번에도 그랬지만, 태원과의 전쟁의 시작은 늘 태원의 장난기 때문이었다.

“좋은 말 할 때 놔라. 안 그러면 후회해, 겸아.”

“흥, 내가 한 번 속지, 두 번 속아? 정색해도 안 넘어가.”

“진짜 경고했어.”

“경고하든가, 말든가 어어억!”

“형, 무슨 일이야?!”

문 너머로 다급한 한솔의 목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벌컥 문이 열렸다. 그는 눈앞의 광경에 적잖이 당황한 것 같았다.

막 태원이 등에 매달렸던 수겸을 힘으로 떼어내어 빙글 돌리고는 정면으로 안아 든 순간이었다. 그 과정에서 수겸이 입고 있던 상의가 훌렁 얼굴까지 올라갔고, 덕분에 수겸은 반쯤 벗은 상태로 태원에게 안겨 있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게 뭐 하는 거야?”

“어어, 한솔아, 잘 왔다! 이리 와! 얼른 껴!!”

수겸은 한솔을 끌어들여 힘을 합쳐서 태원을 무찌르려고 했다.

혼자서는 불가능하지만, 한솔 역시 운동깨나 한 몸이니 그의 도움이 있다면 충분히 가능할 터였다.

“어……? 뭐라고……?”

“우리가 같이, 으아아아, 떨어진다, 떨어져!”

제 말에 당황한 한솔에게 ‘우리가 같이 힘을 합치면 태원이 형을 무찌를 수 있어!’라고 외치려던 수겸의 말은 그가 바닥으로 떨어질 뻔하면서 흩어지고 말았다.

수겸은 바동거리며 맨땅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 태원에게 악착같이 매달렸다. 물론 태원 역시 수겸을 안고 있었기에 그가 떨어질 일은 없었지만, 겁을 먹은 입장에서야 그런 걸 깨달을 리 없었다.

“어휴, 송수겸. 징글징글해, 아주. 징글징글!”

태원이 진저리를 치며 수겸을 침대에 내려주었다. 그러자, 다시금 제자리로 돌아온 수겸은 씩씩거리며 태원을 노려보았다.

“내가 할 말이거든! 애초에 형이 먼저 시작한 거잖아! 그리고 사람 옷을 벗기긴 왜 벗겨?”

“허, 내가 벗겼냐?”

“그럼 내가 벗었어?”

“아니, 지금 둘이 무슨 대화를 하고 있는 거야, 대체?!”

태원과 수겸이 서로 기가 차다는 듯 말씨름을 하는 사이로 한솔이 끼어들었다.

도대체 다 큰 성인 둘이 옷을 벗기니 마니로 싸울 일이 뭐가 있단 말인가.

“어우, 몰라. 송수겸한테 물어봐. 하여간, 저거 예쁘다 예쁘다 해주니까 진짜 지가 예쁜 줄 알고 순 양아치야.”

“내가 뭐! 내가 뭐! 내가 언제 나 예쁘다고 양아치 짓을 했어?!”

“됐다, 됐어. 말을 말자.”

태원은 질색하며 방에서 떠났다. 수겸은 화를 낼 상대가 사라지자, 그 분풀이로 옆에 있던 한솔을 잡기 시작했다.

“아, 한솔아! 네가 얼른 꼈어야지!”

“내가 꼈어야 한다고……? 그 상황에……?”

“그래, 그래야 우리 셋이…….”

“셋이……? 아니, 반라의 상태로 엉겨 붙어 있는데 거기에 껴……? 그래서 셋이 돼서 뭐 하는데……?”

한솔은 당황한 듯하면서도 수겸이 말하는 족족 말허리를 뚝뚝 끊어갔다. 덕분에 수겸은 말을 제대로 끝맺을 수 없었다.

“야, 내 말 좀 끝까지 들어!”

“아니, 지금 형이 둘이 그러고 있는데 나보고 ‘얼른 꼈어야지!’라며!”

“그러니까 내 말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한솔은 대단히 흥분한 상태였다. 그 덕분에 반대로 수겸은 그를 안정시키기 위해 빠르게 정상 수위로 돌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한솔은 혼란스러워도 너무나 혼란스러운 모양이었다. 머리를 감싸더니, 거의 절규하는 듯 외쳤다.

“쓰리피라도 하자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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