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 35화
“PD님, 이게 뭐죠? ‘유피트를 까보자’라니요?”
“저희요, 저희를 까요?”
“아니, 까는 게 설마 진짜 까는 거겠어?”
태원의 물음에 한솔이 묻고, 수겸이 말을 보태었다. 그러자, 메인PD가 웬 종이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이겸은 종이봉투를 두 손으로 받아 꺼내 보았다. 봉투 안의 내용물을 확인한 이겸의 눈매가 좁아졌다.
“여기 웬 주소가 쓰여 있는데?”
“주소?”
이겸의 대답에 수겸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되물었다. 그러자, 이겸은 봉투 안에 있던 종이를 꺼내서 주소를 보여주었다.
“우리 여기로 가야 하나 봐.”
“오, 뭔가 설렌다.”
태원의 말에 한솔이 짤막하게 응수했다. 수겸은 한 치 앞을 못 보는 한솔이 가여워서 속으로 혀를 찼다.
“PD님 저희 여기 어떻게 가요?”
“여기서 가까워요. 걸어서 갈 수 있어요.”
유찬의 질문에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그 말에 유찬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럼 일단 가자.”
“잠깐만, 주소 먼저 검색해 보고. 어…… 잠깐.”
태원의 말에 이겸이 잠시 시간을 벌었다. 휴대폰으로 주소를 검색하던 이겸의 표정이 금세 굳었다.
수겸은 이미 충분히 예상했던 반응이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다른 멤버들은 달랐다.
“이겸아, 왜? 왜 그래?”
“이겸이 형, 어디로 가면 돼?”
“여기서 근처라던데, 어디예요?”
이겸은 믿을 수 없는지 다시금 주소를 검색해 보았다. 수겸은 그런 이겸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무슨…… 찜질방이 나오는데?”
“에?”
“찜질방?”
“네?”
멤버들은 당황스러운지 이겸의 말에 입을 모아 되물었다. 수겸 역시 어느 정도 놀라는 티는 내주어야 할 것 같아서 반 박자 늦게나마 입을 열었다.
“뭐라고?”
“찜질방이라고.”
재차 돌아오는 대답에 멤버들은 황당한 표정이었다. 그중에서도 한솔은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가리켰다.
“갑자기? 이렇게 입고?”
“옷만의 문제가 아니야, 지금. 우리 머리랑 메이크업 세 시간 걸렸잖아.”
태원은 생각할수록 기가 막힌 듯 헛웃음까지 터뜨렸다.
수겸 역시 그 마음을 십분 이해했다. 자신 또한 전생에서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도무지 믿을 수 없었던 것은 물론, 믿고 싶지 않았으니까.
“아니, 찜질방 갈 수 있어요. 갈 수 있는데, 진짜 좋은데, 그러면 이렇게 입고 오라고 하시면 안 되죠! 거의 이거는 연말 시상식 룩인데!”
“자, 얼른 가셔야 해요.”
한솔이 억울하다는 듯 말했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이런 반응을 충분히 예상했을 메인 PD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한솔의 항변을 먹금했다.
“그래…… 가자.”
반쯤 넋이 나간 멤버들을 추스르는 것은 그래도 리더인 태원의 몫이었다.
수겸은 평소 팬들이 좋아하던 다소 어벙한 자신의 캐릭터를 생각하여 일부러 넋이 나간 척을 하고는 태원에게 등을 떠밀리다시피 하며 걸었다.
* * *
“지금이 11시 17분이니까, 12시까지 씻고 지하로 내려오시면 돼요.”
“작가님, 저희 메이크업이랑 다 지우고 가요?”
“그럼요. 지우고 오셔야죠.”
“머리도요……?”
“머리는 뭐, 마음대로 하셔도 되는데 민낯에 헤어만 풀 세팅이면 그건 그거대로 이상하지 않을까요?”
한솔이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듯 작가를 붙잡고 물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희망 하나 없는 냉정한 방송계의 우롱뿐이었다.
“들어가자, 얘들아. 어쩌겠어, 이제 돌아갈 수도 없어. 그냥 들어가자.”
태원이 다시 한번 리더로서의 몫을 다했다. 장소가 찜질방 입구 앞이라는 것에서 다소 괴리감이 들기는 했지만.
결국 유피트는 제작진이 사전에 준비한 샤워 용품을 들고 찜질방 안에 딸린 사우나로 들어섰다
평일 낮시간이라 사우나 안은 비교적 한산하기는 했지만, 사람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다른 손님들은 사우나에 의상, 헤어, 메이크업까지 풀 세팅을 하고 나타난 한 무리의 남자가 수상하고도 이상한지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나 오늘 머리 잘돼서 진짜 기분 좋았는데!”
한솔은 정말 억울한 모양이었다. 아쉬운 표정으로 거울 앞을 떠나지 못했다.
“형, 나 그냥 머리만 감지 말까?”
“안 돼……. 이따 불가마 같은 곳도 들어가게 될 텐데, 땀 때문에 왁스랑 다 녹아서 떡지면 어떡하려고 그래.”
“……어흡. 알았어.”
수겸은 이성적으로 한솔을 설득했다. 다행히 한솔은 수겸의 말에 더 이상 우기지 않고 금세 수긍했다.
하지만 정작 수겸 역시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다.
털 없이 깨끗하기만 한 몸 탓이었다. 이 몸은 수겸에게 있어 보이고 싶지 않은 치부였다.
수겸은 재빠르게 탈의하고는 수건으로 하반신을 감싸서 가렸다.
“나, 나 먼저 들어간다!”
수겸은 대답을 들을 생각도 않고 재빨리 사우나 안으로 향했다. 당연히 사우나 안에서도 허리에 감싼 수건은 풀지 않았다.
수겸이 주춤거리며 사람이 최대한 없는 곳을 찾아 두리번거릴 때였다.
“형, 같이 가자니까 왜 혼자 가.”
“어? 그, 그랬어? 못 들었어.”
한솔이 언제 따라왔는지 수겸의 옆에 바짝 붙어 서서 물었다.
수겸은 한솔을 떨쳐내고 싶었지만, 그는 순순히 수겸을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수겸이 가는 대로 따라왔으니까.
그러는 사이 다른 멤버들 역시 사우나로 들어오는가 싶더니, 수겸의 근처로 모였다.
“다, 다들 왜 이렇게 모여들어……? 기분 탓이야……?”
네 명의 멤버들에게 둘러싸인 수겸이 붉어진 얼굴로 물었다. 그러나 어째선지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어색한 정적에 수치심이 배가되었다.
수겸은 얼굴을 푹 숙이고 가까이 있는 샤워기 앞에 멈춰 섰다. 빨리 씻고 나갈 요량으로 일부러 앉아서 씻는 자리가 아닌, 서서 씻는 곳으로 정했다. 그러자, 멤버들 역시 수겸의 주변에 하나둘 자리 잡았다.
“어라……? 저게 뭐지……?”
부끄러움에 고개도 들지 못하고 아래만 힐끔힐끔 보던 수겸이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멈칫했다.
처음에는 두 눈을 의심했다. 사우나에 물안개가 워낙 짙게 껴서 사물이 왜곡되어 보이는 것이라 믿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멤버들의 몸이 좋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안무 연습 중에 땀이 많이 나면 상의를 벗는 멤버도 있었고, 상의를 끌어 올려 얼굴의 땀을 닦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숙소에서는 하의만 입고 돌아다니는 멤버도 있었다.
고로, 멤버들의 상체 근육은 셀 수 없이 많이 보았다.
하지만 하반신은 달랐다. 같은 남자이고, 심지어 같은 그룹의 멤버라고 해도 의외로 함께 씻을 일은 드물었다.
수겸을 제외하면 다들 말만 한 덩치의 소유자들인데, 그런 멤버들끼리 구태여 욕실에서 같이 씻을 이유는 없었다.
사우나를 같이 간 적도 따로 없으니 하의 속 세계는 서로에게 미지의 세계였을 터였다.
전생에서도 오늘 같은 일이 있기는 했지만, 그때는 갑작스러운 사우나행이 워낙 황당하여 우왕좌왕하느라 제대로 보지 못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오늘이야말로 그 가려진 세계를 온전히 보게 된 날이었다.
“시작점이 저긴데 왜 끝나는 지점은 저기야?”
수겸은 납득할 수 없는 물건의 사이즈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체에 달려 있는 것이다 보니 시작점은 다 같았다. 가랑이에 달려 있었다. 그런데 왜 끝부분은 허벅지 중간을 넘어서느냔 말이다.
제 것은 안 그런데.
그것도 한 명도 아니고, 수겸을 제외한 멤버 전원이 다 그랬다.
솔직히 같이 샤워를 하면서 남의 물건 크기를 뚫어지라 보는 게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눈이 가는 걸 어쩌겠는가. 그러게 왜 보통만큼만 클 것이지, 보통을 훌쩍 넘게 커서 사람의 시선을 빼앗느냔 말이다.
와……. 진짜 구렁이다, 구렁이. 여기를 봐도 구렁이, 저기를 봐도 구렁이.
수겸은 멤버들의 가랑이 사이에 달린 거시기 크기에 속없이 감탄했다.
제 것보다 미묘하게 더 큰 사이즈였다면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있는 대로 났을 것이다. 적당히 더 컸다면 부러움을 느끼거나 같은 남자로서 느끼는 동경 같은 게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크기 차이가 워낙 압도적이다 보니 자존심이고 동경이고 나발이고,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인체의 신비랄까.
“태원이 형, 나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하나만 물어봐도 돼? 어쩌면 두 개가 될지도 몰라. 대답 여하에 따라 궁금한 게 추가될 수도 있거든.”
“뭔데?”
“거시기 안 무거워? 그거 달고 어떻게 춤을 춰?”
“…….”
“수납은 어떻게 해?”
“…….”
하나만 묻겠다던 질문은 순식간에 세 개가 되었다. 태원은 어느 것 하나 대답하지 못하고 당황한 듯 입술만 달싹거렸다.
그사이 또 궁금증이 생긴 수겸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목소리를 낮춰 조용히 물었다.
“있잖아, 그거 혹시 써본 적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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