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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19화 (20/143)

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 19화

전생에서 팬들이 자신의 어떤 모습을 좋아했는지를 기억하는 수겸은 차마 할 수 없는 말을 목구멍 너머로 삼키며 입술을 삐죽거렸다.

그 모습을 본 차이겸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면서도 저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았다.

“땡큐. 이제 됐어. 그만 주물러도 돼.”

“일어나.”

차이겸이 먼저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수겸은 그 손을 잡고 ‘끙차’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다리가 얼얼하기는 했지만, 다행히 아까처럼 번쩍번쩍 전기가 도는 것 같지는 않았다.

“너 손 되게 따뜻하다.”

“네 손이 차가운 거거든.”

수겸은 맞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에 기분 좋게 웃었다. 그러자, 차이겸은 쯧쯧 혀를 차면서도 슬쩍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얼른 숙소 가자. 다들 기다리겠다.”

“어.”

“차이겸, 갈 때 우리 아이스크림 사 가자. 추우니까 차가운 거 땡긴다.”

“더울 땐 안 땡겼고?”

“태클 금지. 태클 금지.”

수겸은 양팔로 머리 위에 크게 엑스 자까지 그리며 볼멘소리를 냈다. 차이겸은 그런 수겸을 보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차이겸은 투덜거렸지만, 결국엔 수겸을 데리고 31가지 맛이 있다는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렀다. 아이스크림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수겸을 위해 아이스크림을 제일 큰 용량으로 두 통이나 사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 * *

[[공지] U-PITE 팬클럽명 발표드립니다.

작성자 : DP엔터테인먼트

안녕하세요, U-PITE를 사랑해 주시는 팬 여러분들.

DP엔터테인먼트입니다.

U-PITE의 공식 팬클럽 투표 결과를 안내드립니다.

‘유노’와 ‘오르비스’가 치열하게 경합을 벌였으나,

최종적으로 ‘오르비스’가 최다 득표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U-PITE의 공식 팬클럽명은 ‘오르비스’로 최종 결정되었습니다.

투표에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현재 오르비스 공식 1기를 모집 준비 중입니다.

빠른 시일 내에 정비하여,

오르비스 공식 1기 모집 글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르비스…… 오르비스.”

수겸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수없이 읽은 공지 글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오르비스, 줄여서 올빗이라고 부르던 유피트의 팬클럽.

전생에서 ‘우리 올빗이들’이라고 입버릇처럼 불렀다. 영원히 함께할 줄 알았던, 소중하고도 사랑스러운 이들.

유피트와 오르비스. 누구보다 끈끈할 것 같은 사이였지만, 또 너무도 허무하게 끊어지고 마는 관계였다.

물론 그렇게 된 데에는 자신의 책임이 컸다. 진지하게 자신을 걱정하는 이들의 말을 무시하고 제 뜻대로만 밀고 나갔던 아집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번 생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수겸은 새삼 마음을 다지며 몇 번이고 팬클럽 이름을 되뇌었다.

“뭘 그렇게 봐?”

“아, 우리 팬클럽 이름 된 거 보고 있어.”

태원은 막 샤워를 마쳤는지 젖은 머리를 털며 나타났다. 수겸은 그의 물음에 ‘오르비스’라고 적힌 부분을 마우스로 드래그하여 보기 쉽게 해주었다.

“아, 오르비스로 됐네. 나는 이오에 투표했는데.”

“에, 형도 했어?”

“당연하지. 너는 안 했어?”

“응. 나는 안 했어.”

태원의 물음에 수겸은 괜스레 머쓱해져서 뒷덜미를 매만졌다.

그도 그럴 것이 수겸은 전생의 기억으로 이미 팬클럽명이 ‘오르비스’가 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구태여 투표를 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물론 전생에서는 나름대로 고심하여 투표를 하기는 했지만. 그때는 아이디 세 개를 총동원하여 유노에 투표했었다. 결국 오르비스에 지고 말았지만.

수겸이 씁쓸한 기억에 입맛을 다시고 있을 때였다. 태원의 휴대폰 벨소리가 시끄럽게 울려대기 시작했다.

“형, 전화 왔나 봐.”

“그러게. 아침부터 누구……. 어, 민성이 형이다.”

태원은 휴대 전화 액정에 뜬 발신자를 확인하고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전화를 건 상대는 매니저 민성이었다. 활동 기간도 아닌데, 그가 아침부터 전화를 할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수겸은 이내 떠오르는 전생의 기억에 저도 모르게 활짝 웃었다.

* * *

“무슨 일이지? 태원이 형, 진짜 뭐 들은 거 없어요?”

“없어. 나도 민성이 형이 너네 데리고 오라고 해서 온 거야.”

이른 아침부터 회사로 소집된 멤버들은 선욱이 없는 대표실에 모여 앉아 불안해했다. 전생의 기억을 알고 있는 수겸만 빼놓고.

“송수겸, 너 뭐 알고 있지? 혼자 여유롭다?”

“아니야. 내가 알긴 뭘 알아.”

차이겸의 말에 수겸은 도리질까지 쳤다. 사실대로 말해줄 수도 있었지만, 어차피 곧 알게 될 것이기도 했고 나름 회사에서는 극비로 부치던 내용인데 자신이 먼저 말을 한다면 이상하게 생각할 테니 모른 척하는 편이 나았다.

“수상한데.”

“태원이 혀엉, 쟤가 나 막 구박해.”

이어지는 차이겸의 의심에 수겸은 옆에 앉은 태원에게 바싹 붙어 고자질을 했다. 태원은 익숙한 일이기에 그런 수겸의 동그란 머리통을 별말 없이 쓰다듬을 뿐이었다.

“야, 이게 어떻게 구박하는 거냐?”

“구박이지, 그럼.”

“구박이 아니라 합리적 의심이거든.”

“의심하는 게 구박하는 거야. 멤버를 믿을 줄도 알아야지.”

수겸과 차이겸이 별 의미 없는 말씨름을 할 때였다. 대표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선욱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깔끔하게 정돈된 머리에 잘 갖춰 입은 수트가 멋스러웠다.

“늦지 않고 왔네.”

“민성이 형이 바로 오라고 해서요.”

“잘했네.”

태원의 말에 선욱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혼잣말을 했다. 바로 오라고 한 민성에게 잘했다는 것인지, 아니면 일찌감치 준비해서 늦지 않게 도착한 멤버들이 잘했다는 것인지 모를 말에 멤버들은 눈치껏 눈알만 굴렸다.

“뭐야, 분위기 왜 이래? 왜들 그렇게 얼어 있어?”

이상 기운을 감지한 선욱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그의 물음에도 얼어붙은 분위기는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

아무래도 아침부터 대표실에 소집되었으니, 사정을 알고 있는 수겸을 제외한 멤버들은 좋은 일은 아니라고 지레짐작하고 있는 탓이었다.

“태원아, 애들 왜 이래? 애들 잡았어?”

“아닙니다. 제가 애들을 왜 잡아요.”

“흐음, 그런데 상태가 영 이상한데. 아, 수겸아. 너 사랑니 뺐다며.”

“네. 아파 죽는 줄 알았어요.”

선욱의 말에 수겸은 부러 울상을 지으며 사랑니를 뽑았던 뺨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늘씬한 손가락이 뺨을 콕 찌르면서 마치 아이들이 하는 ‘예쁜 짓’을 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사진 보니까 그래 보이더라. 그런데 사랑니 뽑으니까 귀엽던데? 잘 어울리고. 병원에서 사랑니 또 언제쯤 난대? 뽑을 때 직관 좀 하자. 뽑고 나서도.”

“아, 이사님!”

그의 장난스러운 말에 수겸이 발끈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사랑니 때문에 겪었던 통증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걸로 장난을 걸어대니 선욱이 원망스러웠다. 수겸의 반응에 선욱은 오히려 눈매를 곱게 접어가며 능글맞게 웃었다.

“하하하하, 미안, 미안. 그치만 진심이니까 다음번에 사랑니 뺄 때는 나한테 제일 먼저 연락해야 한다. 알았지?”

수겸은 대답하는 대신 선욱을 있는 힘껏 노려보았다. 나름 매섭게 지은 표정에도 선욱은 여유롭게 웃기만 했다.

“이사님, 혹시 무슨 일로 저희를 부르신 걸까요?”

한솔이 선욱과 수겸의 대화를 끊으며 끼어들었다. 그러자, 선욱이 웃음기를 거두고 수겸에게서 한솔로 시선을 옮겼다.

“이번에 공포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이 파일럿 방송을 하는데 거기서 첫 게스트로 너희를 캐스팅했어. 잘하면 멤버 전체는 아니더라도 고정이 될 수도 있어. 물론 방송이 성공적으로 진행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고, 또 너희가 잘해야 고정도 될 수 있는 거지만. 우선은 방송이 잘 진행되면 최우선적으로 우리 멤버를 뽑는 걸로 이야기는 해뒀어.”

“대박!”

“헐, 헐. 진짜요?”

태원과 한솔이 놀라 되물었다. 차이겸과 유찬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기쁜 표정이었다. 수겸은 알고 있었지만, 최대한 놀란 척했다.

“와, 진짜 좋아요!”

수겸은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아무것도 몰랐다는 듯이. 과장된 연기였음에도 멤버들은 방송 이야기에 혼이 빠져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했다.

전생에서 저 방송은 나름 성공해서 파일럿에 그치지 않고 이후 방송을 계속 이어갔다.

다만 안타깝게도 유피트에서 멤버 고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멤버들이 첫 예능 방송에 대한 부담감에다가 공포 체험이라는 특성에 긴장을 많이 한 탓이었다.

수겸은 이번에는 기필코 고정을 꿰차고 말겠다고 다짐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귀신보다 무서운 것은 그룹이 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조만간 저번에 말했던 리얼리티 방송도 들어갈 거니까 그렇게 알아둬. 리얼리티 방송이 10회차니까 그거랑 컴백 준비랑 병행한다고 생각하면 돼.”

“네!”

선욱의 말에 멤버들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온 김에 민성이 통해서 내 카드 줄 테니까, 그걸로 맛있는 거나 사 먹고.”

“한우 먹어도 돼요?”

수겸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러자, 선욱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소 한 마리를 잡아도 되니까 먹고 싶은 거 마음껏 먹어.”

“와, 저 방금 가슴 뛰었어요. 이사님한테 반한 줄 알았네.”

“어? 아직도 안 반했어? 이거이거, 내가 좀 반성해야겠네. 아직도 우리 수겸이 마음을 못 사고 말이야.”

선욱이 느물거리며 말했다. 입술을 길게 늘이며 웃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에 어울려서 수겸 역시 활짝 웃었다.

“아하하, 그치만 제 마음 되게 비싸요. 아무한테나 막 주고 그러지 않는다고요. 그러니까 당연한 거예요.”

“그랬어? 몰랐던 사실인데. 아무한테나 막 주는 마음인 줄 알았더니.”

“에이, 사람을 뭘로 보고! 아니거든요?”

수겸이 검지까지 쳐들어서 살살 저어가며 말했다. 그러자, 선욱은 재밌어 죽겠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좋아, 그럼 최선을 다해서 꼬셔볼 테니, 그 비싼 마음 잘 간수해 봐.”

그의 말에 수겸을 제외한 네 사람의 시선이 단숨에 선욱을 향했다. 선욱은 그들의 시선을 받고도 아무렇지 않은지 여유롭게 손깍지를 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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