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 14화
한참 각종 커뮤니티에서 게시글을 찾아보던 수겸이 지끈거리는 두통에 이맛살을 찌푸렸다.
사흘 전, 선욱과 밥을 먹고 온 이후로 저녁부터 슬슬 머리가 아프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그 정도가 상당히 심해졌다.
“수겸이 형, 왜 그래? 또 머리 아파?”
“응…….”
수겸이 머리를 싸매고 있는 것을 본 한솔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는 수겸의 이마에 커다란 손을 올리더니 ‘열은 없는데……’ 하고 중얼거렸다.
“병원 한번 가보자. 며칠째 안 낫고 있잖아.”
“병원 가기 싫은데…….”
“그런 게 어디 있어? 아프면 싫든 좋든 가야지.”
한솔이 단호하게 말했다. 타박하는 듯한 말이었지만, 표정에는 걱정이 잔뜩 묻어 있었기에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알았어……. 이따가 민성이 형 오면 같이 갈게.”
“꼭 가야 돼. 나중에 확인할 거야.”
알았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한솔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수겸은 일단 알았다고 하기는 했지만, 막상 병원에 갈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했다.
사실 수겸은 이 통증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전생에도 이미 겪어보았던 통증인 탓이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통증에도 불구하고 병원에 가고 싶지 않았다.
수겸은 한솔 몰래 긴 한숨을 내쉬었다.
* * *
팬들의 요청으로 갑작스럽게 생방송을 하게 되었다.
가능한 오늘은 피하려고 했는데, 금요일 저녁이기도 하고 팬카페에서 다들 열렬히 방송 요청을 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진행하기로 했다.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댓글 창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오빠들 안녕하세요!]
[Hi : ) ]
[안녕 얘들아~~~~~]
[수겸이는?]
[수겸이 왜 업니?]
[핑겸 어디 갔어?]
[작겸이 나와라 오바]
작겸은 이겸에 비해 키가 작은 수겸을 뜻하는 별명이었다. 방송에 들어온 팬들은 화면에 없는 수겸을 찾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를 본 태원이 씁쓸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수겸이 아파서 지금 병원 갔어요.”
수겸이 아프다는 말에 댓글 창은 아비규환이 되었다. 가장 개인 팬층이 두꺼운 수겸인 만큼 팬들의 반응 역시 심각해졌다.
[수겸이 어디 아파???????????]
[수겸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 새끼ㅜㅜㅜㅜㅜㅜㅜ 내 새끼 어디가 아프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디 아파??????]
[핑겸이 아프다고?]
[겸이 아파????????????]
[저 지금 들어와서 못 들었어요ㅠㅠㅠㅠㅠㅠ누가 아프대요??]
[수겸아ㅜㅜㅜㅜㅜㅜ]
[수겸이 아프대요]
[헐]
읽기도 힘들 정도로 빠르게 올라오는 댓글에 태원이 당황하여 손까지 내저어가며 말을 이었다.
“아, 심각한 건 아니고요. 사랑니가 나서 뽑으러 갔어요.”
태원의 말에 걱정하던 팬들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가기는 했지만, 여전히 마음이 아픈지 슬피 우는 댓글로 댓글창이 가득했다.
[사랑니 이 색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눈치 챙겨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이고....사랑니 얼마나 아픈데...ㅠㅠ울 수겸이 어째]
[누나 맘 찢어진다.... 수겸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랑니라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결국 수겸의 부재로 생방송은 유야무야 끝나고 말았다.
발치를 하느라 뺨이 퉁퉁 부은 수겸이 잔뜩 인상을 쓴 채 숙소로 돌아온 것은 생방송이 끝나고 두 시간 후쯤이었다.
“형, 괜찮아요?”
“주그 거 가타.”
유찬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수겸은 앓는 소리를 내었다. 지혈용 솜을 물고 있는 터라 발음이 제멋대로 뭉개졌다.
이래서 병원에 가기 싫었던 거였다. 사랑니가 나는 두통에 괴로운 것도 괴로운 것이었지만, 뽑는 통증과 그 이후의 아픔이 끔찍했으니까.
물론 치과라는 곳 자체에 가고 싶지 않은 것도 있었다.
수겸은 아직 마취가 덜 풀려서 감각이 없는 오른쪽 뺨을 감싸 쥐며 훌쩍거렸다. 지금도 얼얼한데, 마취가 끝나면 얼마나 지옥 같은 고통이 찾아올지 상상만으로도 울고 싶었다.
“일단 좀 쉬어요.”
“응.”
수겸은 손으로 뺨을 감싸고는 비틀비틀 방으로 들어갔다. 지금 상황에서는 자는 게 그나마 통증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불을 덮는 둥 마는 둥하고 누워 눈을 감았다.
“자요. 불 끌게요.”
걱정이 되는지 뒤따라 들어온 유찬이 이불을 잘 덮어주고는 불을 끄고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를 끝으로 사방이 조용해졌다. 수겸은 어둠 속에서 약 기운에 취해 잠을 청했다.
* * *
얼마나 잤는지 모르겠다. 중간중간 아파서 깨기는 했지만, 억지로 다시 눈을 붙이면서 꾸역꾸역 잤으니 못해도 서너 시간은 잤을 터였다.
진통제의 약효가 떨어져 가는지 불쾌한 통증이 느껴졌다. 수겸은 더 심해지기 전에 얼른 약을 먹어야겠다 싶어서 서둘러 약을 챙겨 부엌으로 향했다.
“일어났네.”
거실에 있던 차이겸이 수겸에게 말을 걸었다. 대꾸할 힘도 없는 수겸은 손짓으로 대충 인사를 하고는 가던 길을 마저 갔다.
물 한 컵에 진통제 두 알을 털어 먹은 수겸이 여전히 빵빵하게 부푼 뺨을 감싸 쥐고 힘없이 식탁 의자를 빼어 앉았다.
“단호박죽이야. 먹어.”
“네가 끓인 거야?”
“어. 식혀놨으니까 그냥 먹으면 돼.”
차이겸은 노란 빛깔이 먹음직스러운 호박죽 한 그릇을 내주었다. 식혔다는 말이 거짓은 아닌 듯, 그릇을 만져보니 미지근했다.
“고마워, 잘 먹을게.”
아직 아프기는 하지만, 어차피 뭐라도 먹어야 했다. 치과에서도 서너 시간 정도 후에 지혈이 되면 식사를 해도 된다고 했으니, 지금쯤 죽을 먹으면 될 터였다.
달달한 것을 좋아하는 수겸은 아픈 것도 잊고 눈을 빛내며 숟가락을 들었다. 그러다가 무언가 떠오른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왜?”
“설탕 넣어 먹으려고.”
“……단호박죽이라고. 그냥 먹어도 달아.”
“아닐 텐데. 내 입엔 안 달걸?”
“그러니까 이가 아프지.”
“허 참, 단 거 먹어서 아픈 게 아니라 사랑니가 난 거거든?”
수겸은 억울함에 항변하듯 말했다. 그러자, 차이겸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설탕을 가져다주었다.
“하여간 송수겸. 애도 아니고.”
“단 거 좋아한다고 애 취급하는 건 편협한 발상이야.”
“그래, 그래. 맘대로 생각해라.”
불퉁한 말투가 거슬렸지만, 어쨌든 원하는 것을 얻어낸 수겸은 이내 만족스럽게 웃으며 설탕을 크게 두 숟가락을 떠서 죽에 넣었다. 차이겸이 들으라는 식으로 ‘쯧’ 하고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지만 애써 모른 척했다.
“어?”
“왜, 또.”
“새알심이 없어…….”
“너 발치해서 그거 씹지도 못해.”
“……쳇.”
“다음에 넣고 해줄 테니까 오늘은 그냥 먹어.”
“알았어.”
다음을 기약하고 나서야 수겸은 숟가락을 들었다. 노란 빛깔의 호박죽을 한입 가득 떠 넣으니 달달한 맛이 입안 가득 번졌다.
높은 당도만큼 기분이 좋아져 미소를 지으니, 차이겸이 힐끔 수겸을 보고는 보일락 말락 하게 옅은 미소를 지었다.
* * *
식사를 마친 수겸은 거울을 보며 한껏 부풀어 오른 뺨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최대한 빵실하게 보이는 각도를 찾아내어 사진을 찍었다.
그러고는 공식 팬카페를 비롯하여 회사에서 운영하는 공용 SNS에 셀카와 함께 글을 올렸다.
[안녕하세요! 수겸이에요!
작성자 : 송수겸
저 사랑니 빼고 왔어요.
넘 아팠어요ㅠ.ㅠ
그래도 이겸이가 해준 호박죽 먹고 지금은 많이 나아졌어요!
제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런데 이겸이가 사랑니 뽑은 후라서 새알심은 안 넣었대요.
흑흑~ 아쉬워요ㅠ.ㅠ
대신 나중에 새알심 많이 넣고 해준대요~~~ 아싸~~~]
[제목 : 사랑니 백점 만점에 백오점 드려요
작성자 : 동일한닉네임이많아
울 수겸이 병원 갓대서 걱정 오지게 했는데 사랑니 뽑으러 간거였구나....ㅠㅠㅠㅠ사랑니 날 때 뒤지게 아파서 울 수겸이 힘들었을 거 생각하니까 맘이 짠한데.... 사진 보니까 사랑니가 잘한 거 같아....귀여워 숨지겠어...
└이거 ㅇㅈ 사랑니라 그랬을 때 첨에는 안타까웠는데 사진 보니까 걍 귀여워서 돌겟음
└작성자 : 수겸이 사랑니 분기별로 났으면.... 하고 바라면 나 사탄이니?
└응... 님 땜에 사탄도 실직했음.
└작성자 : 하지만 사탄도 사랑니 뺀 수겸이가 귀여울 텐데? ㅜㅜ
└그건 맞아]
[제목 : 지금 내 검색어 꼬라지 좀 볼래..?
작성자 : 이건진짜다
사랑니 나게 하는 법
사랑니 발치 안 아프게 하는 곳
사랑니 최대 개수
사랑니 더 나게 하는 법
사랑니 발치 후 붓기 얼마나
사랑니 발치 후 붓기 유지법
└야이 사탄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치겠다 도라희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와중에 발치 안 아프게 하는 곳은 또 찾아봤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핑겸이 사랑니 뽑을 때 아프지 말라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성자 : 울 겸이 발치할 때 아프면 안 되니까...ㅠ
└붓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유짘ㅋㅋㅋㅋㅋㅋㅋㅋ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누가 붓기 유지법을 검색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붓기 빼는 법도 아니곸ㅋㅋㅋㅋㅋㅋㅋ 나오겠냐고 그런 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의 최고 사탄 상과 최고 도라이 상 드립니다
└작성자 : 감사합니다...2관왕이내요.....]
[제목 : 미쳤다 너무 귀여워ㅠㅠㅠㅠㅠㅠㅠㅠ
작성자 : 치즈쿠키부캐
아 뭐야ㅠㅠㅠㅠ송수겸 볼따구 부은 것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빵빵해졌어 오구구구구구오구구구구국59595959595959 어떠캐 저 겸댕이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생일마저 5월 9일인 이유가 있다니까 저 겸댕이 진짜........]
[제목 : 진짜 저 뺨 손가락으로 한번만 찔러보면 소원이 업겟다.....
작성자 : 저희집강아지봐주세용
한번만.... 한번만 찔러보자.........
볼따구 콕 찌르면 핑겸이 놀라겟지ㅠㅠㅠㅠㅠㅠㅠ
아니면 민망하게 웃을까? ㅠㅜㅠㅜㅠㅜㅠㅜㅜㅠㅠㅜㅠ
심장 아파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
└상상하니까 너무 귀여워유ㅠㅠㅠㅠㅠㅠㅠㅠ수겸이 놀라서 눈 땡그래지겟지ㅠㅠㅠㅠㅠㅠ]
[제목 : 흑겸이가 핑겸이 호박죽 끓여준거 나만 미치겠니..?
작성자 : 겸겸결혼추진위원회
호박죽 끓이기가 얼마나 성가신데ㅠㅠㅠㅠㅠㅠㅠㅠ그걸 핑겸이 먹이겠다고 끓여준거 ㅇ아냐ㅠㅠㅠㅠㅠㅠㅠ 아 진짜 찐사랑이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는 남친 새끼 사랑니 뺐을때 친구들이랑 고기 먹으러 가서 남친한테 인증 사진 보냈는뎀ㅎㅎ;;;;;;
└아 그니까 죽 끓이는 정성이 보통 정성이냐고ㅠㅠㅠㅠㅠ사랑하는 사이 아니면 못하지 그거느뉴ㅠㅠㅠㅠㅠㅠㅠㅠ
└얘네는 숨길 생각이 업어 이제..... 우리가 숨겨주는 방법밖에 답이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남친 서운해하지 않앗어?
└작성자 : 전혀. 왜냐면 그새끼도 나 사랑니 뽑았을때 똑같이 햇거든...^^
└와... 님들도 겸겸이들 못지 않은 천생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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