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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13화 (14/143)

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 13화

치이이이-

선홍빛 고기가 먹음직스러운 회갈색빛으로 익어갔다. 수겸은 젓가락을 물고 고기가 익기를 기다렸다.

머지않아 직원분이 잘 구워진 고기를 앞 접시에 나눠 주셨다. 잘 익은 고기를 젓가락으로 콕 찌르니 핑크빛 육즙이 퐁퐁 솟아 나왔다.

“헉, 맛있어.”

잘 익은 고기 한 점을 먹은 수겸이 감탄사를 터뜨렸다. 표정 가득 행복감이 어렸다.

맛있게 먹은 만큼 젓가락질에도 속도가 붙었다. 몇 점 없던 고기가 금세 사라졌다. 수겸이 솜사탕을 씻은 너구리처럼 허망하게 빈 접시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마법처럼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기가 생겨났다.

“먹어.”

“혀엉……!”

태원의 말에 수겸은 진심으로 감동했다. 때깔 좋은 한우와 태원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본 수겸이 울 듯한 목소리로 태원을 불렀다.

한우를 나눠 주는 사람이라니, 이렇게 좋은 사람이 세상에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수겸은 감동에 젖어 고기를 집어 먹었다. 감격스러움 때문인지 안 그래도 맛있는 고기가 배는 맛있게 느껴졌다.

“많이 먹어.”

“응!”

수겸은 목이 부러져라 고개를 크게 끄덕거렸다.

때마침 직원 분이 새로이 익은 고기를 배분하려고 하자, 태원은 ‘여기에 주세요’라며 수겸의 앞 접시를 내밀었다. 그의 행동에 수겸은 감동 섞인 눈으로 태원을 바라보았다.

“하하, 수겸이는 여전히 예쁨받고 있네.”

선욱이 재미있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선욱은 수겸을 예뻐했다.

초창기 유피트의 멤버로 점찍어두었던 멤버들은 모두 체격이 좋았다. 원래 수겸 대신 있었던 멤버는 래퍼였고, 그 역시 덩치가 있었다.

다른 실무진은 그대로 데뷔를 시키자고 했지만, 선욱은 결국 최종 선정에서 해당 멤버를 빼고 수겸을 넣으면서 보컬을 더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수겸이 없었더라면 하얗고 비교적 선이 고운 유찬이나 귀여운 인상인 한솔이 수 역할이 되었을 테지만, 사실 유찬이나 한솔 모두 체격 자체가 워낙 좋아서 괴리감이 있기는 했다.

사실 처음 수겸을 유피트에 포함시키자고 했을 때는 반대도 많았다.

로마 신화의 유피테르, 즉 제우스로 잘 알려진 최고신에서 이름을 따온 만큼 처음 유피트는 남성적이고 강한 이미지의 그룹을 추구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한 번은 수겸을 멤버에 넣기 직전까지 합의가 됐다가 무산되기도 했었다.

마지막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선욱은 결국 주변의 만류를 무릅쓰고 수겸을 최종 멤버로 합류시켰다.

원래 멤버 구성이었다면 이겸이 리드 보컬이 아닌 메인 보컬이 되었을 터였다. 그러나 수겸이 들어오면서 메인 보컬이 되고, 이겸은 리드 보컬로 파트가 줄어들게 되었다.

게다가 수겸이 나중에 합류한 멤버인지라 혹시나 불화가 있지는 않을까 염려도 많았다.

그러나 다행히 연습생부터 수겸과 친했던 태원과 원체 붙임성이 좋은 한솔 덕분에 수겸은 금세 유피트의 멤버로 녹아들었다.

“먹으면서 들어. 내가 오늘 너희를 부른 건 할 말이 있어서야. 아, 미리 말하는데 나쁜 일로 부른 게 아니라 좋은 일로 부른 거니까 괜한 걱정은 말고.”

선욱은 시원시원하게 운을 떼었다. 전생의 기억을 통해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는 수겸을 제외하고 흠칫 굳었던 멤버들은 이어지는 말에 긴장을 풀었다.

“어차피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케이블에서 하는 리얼리티 방송을 찍게 됐어. 케이블이기는 하지만, 편성 시간대도 좋고 다른 아이돌들도 했을 때 시청률이 괜찮게 나왔던 시리즈라서 좋은 기회가 될 거야. 자세한 건 민성이 통해서 전할 테니까 그때 이야기 들으면 돼.”

선욱의 말에 멤버들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멤버들 모두 예능 출현 경험이 없기 때문이었다.

전생에서 저 리얼리티 방송은 별 반응이 없었다. 팬들 사이에서나 유피트의 첫 메인 예능이니 소소하게 입소문을 탔을 뿐, 팬이 아닌 사람들은 이런 방송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를 정도였다.

게다가 당시에는 수겸이 한창 커플링에 예민하게 반응하던 시절이라, 다른 멤버들과도 엮이지 않으려고 최대한 몸을 사렸다. 때문에 흔히 말하는 ‘떡밥’조차 없었다.

그러한 이유들로 전생에서는 아쉬운 결과로 돌아왔지만, 사실은 무척 좋은 기회였다.

케이블 방송이기는 하지만, 신인 아이돌이 단독 리얼리티 방송을 찍는다는 것은 앞으로 예능 활동을 하기에도 좋은 시작이 될 수 있었다.

당장 시청률이 저조하다고 할지라도, 예능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사람들에게 눈도장을 찍을 수 있으니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기회였다.

“그리고 두 번째는 뭐, 너희도 예상했을 테지만 슬슬 팬클럽 창단을 준비해야 할 것 같아. 미니 2집 내기 전에 조만간에 디지털 음원으로 한 곡 냈으면 하거든? 그거 맞춰서 팬클럽도 만들면 시기적으로도 좋을 것 같아서. 그래야 연말쯤에 콘서트도 하지.”

“콘서트요?”

“그럼 아이돌이 콘서트도 안 하려고 했어?”

한솔이 놀란 듯 되묻자, 선욱은 여상하게 답했다. 한솔의 밝은 갈색 눈동자가 기대감에 젖어 반짝거렸다.

수겸이 전생의 기억을 되짚어보았을 때 한솔은 멤버들 중에서 가장 뮤지션으로서 야망이 있었다.

모두가 다 최선을 다해서 무대를 준비했지만, 그중에서도 솔이는 남달랐다. 연습생 시절부터 말 그대로 코피가 날 정도로 연습하는 것은 우스울 정도였다.

그런 한솔이었으니, 콘서트라는 말만 듣고도 저렇게 설레는 것일 터였다.

“팬카페 통해서 팬클럽명 공모할 거야. 이름 정해지는 대로 바로 공식 팬클럽 모집할 생각이야. 너희 응원봉 시안도 대충 나왔어.”

잠자코 선욱의 말을 들으면서 수겸은 씁쓸해지는 속을 달랬다.

생각해 보면 DP엔터테인먼트는 중소 소속사임에도 불구하고 어지간한 대형 소속사보다 일 처리가 빠릿하고 시원시원했다. 데뷔 3개월 차에 단독 리얼리티 예능에, 공식 팬클럽까지 준비할 정도였으니까.

전생에 유피트가 잘만 했더라면 충분히 정상에 서서 아이돌로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을 텐데 싶어서 속이 쓰렸다.

다행히 남들은 후회에서 끝났을 일이지만, 수겸에게는 실수를 바로잡을 기회가 생겼다. 이번 생은 잘해보리라 다시금 마음 깊이 다짐했다.

* * *

그로부터 며칠 후, 공식 팬카페에 공지가 등록되었다.

[[공지] U-PITE 공식 팬클럽명 공모 안내

작성자 : DP엔터테인먼트

안녕하십니까.

DP엔터테인먼트입니다.

U-PITE를 사랑해 주시는 팬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팬 여러분들의 요청에 힘입어,

U-PITE의 공식 팬클럽을 창단하고자 합니다.

이에 앞서,

U-PITE의 공식 팬클럽명을 공모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팬클럽명 공모] 게시판을 참고 부탁드립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리겠습니다.

모쪼록 2022년 한 해,

바라시는 일 성공하시고 건강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흘 전 선욱이 말했던 대로 팬클럽 이름을 공모하는 글이 올라왔다. 팬들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공식 팬카페는 물론 각종 사이트에서 팬클럽명을 짓는 열기가 뜨거웠다.

며칠간의 투표 끝에 가장 많이 언급된 ‘유노’, ‘이오’, ‘오르비스’ 세 개가 후보로 남았다.

수겸은 이미 뭐가 될지 알고 있었지만, 팬들끼리 팬클럽명으로 설왕설래하는 게 귀여워서 흐뭇하게 게시글을 찾아보았다.

[솔직히 팬클럽명은 유노로 가야 하는 거 아니니?

작성자 : 익 명

유피트가 제우스인데, 우리는 헤라인 유노로 가야지.

제우스와 헤라 크 존멋

└유노 유남쌩? 같아서 시름ㅠ

└두 유 노?

└유남쌩 뭔데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유노 밀고 있었는데 실어짐....ㅠㅠㅠㅠㅠ

└뜻은 좋은데 걍 유노라는 이름이 안 내켜

└작성자 : 아 님들 넘 까다로워요 제 글에서 나가주시길;;]

[나는 이오가 좋아

작성자 : 차2겸

이오... 유피테르가 사랑한 여자이자, 유피테르에 가장 가까이 있는 위성이래잔하....

로맨틱하지 않니...?

└걍 요구르트 같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오 나중에 소되잖아.... 헤라가 빡쳐서;;;; 걍 소로 만들어버리자나ㅠㅠㅠㅠ우리 나중에 다른 팬들이랑 쌈 붙으면 저 소새끼들 소리 듣는다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작성자 : 아니 소가 뭐 어때서.. 쌈 붙으면 투우처럼 들이받아 버리자 다 덤벼 시발! 우리는 소새끼다!

└우리 이오되면 굿즈로 코뚜레하자 ㅋ

└미쳤냐 코뚜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오 절대 반대

작성자 : 선태one

굿즈로 코뚜레하자는 거 보고 이오 실어짐 ㅜ

미치셨나요....? ㅠ

└님 지금 나 저격하는 거니..? 기왕 소새끼 된 거 코뚜레하는 게 뭐가 나빠 존나 쎄보이고 좋지

└기가 쎄도 너무 쎄잖아요;;;;;;;; 우리 단체로 코뚜레해서 공방 뛰면 애기들 도망갈 듯

└코뚜레 개웃기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박하긴 하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르비스 예쁘지 않니?

작성자 : 한솔이칫솔

오르비스 단어 자체도 넘 이쁘고 뜻도 좋아..

우주래잖아 우주...

유피트를 품고 있는 우주...

완벽하지 않니?

└오르가즘 생각나ㅠ

└? 산책 좀 해라 진짜...

└님 일상 생활 가능하시냐고요.......

└오르가즘이 뭐 어때서 얼마나 좋은 건데

└아직 대낮이다... 이러지 말자 우리..]

[인간들아 걍 다 싫다고 말해

작성자 : 유찬이의ATM

이것도 싫다 저것도 싫다

니네 다 싫지

걍 각자 셀프 이름 지어서 각자 활동하자

└222222222222222 본문 내용 공감

└3333333333333

└44444

└55555555555

└66666666666666666

└777777

└8888888888

└번정 포기

└번정 포기22222

└죄송한데 번정이 뭔가요?

└번호 정리요

└아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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