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 7화
커뮤니티 반응을 확인한 수겸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아직 읽어본 무대 후기가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무대 반응은 괜찮았다.
전생에서는 공식 팬카페에서나 반응이 있었을 뿐, 팬이 아닌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냥 지나가는 무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팬카페뿐만 아니라, 각종 대형 커뮤니티와 SNS에서까지 반응이 뜨거우니까 충분히 목표를 달성한 셈이었다.
“대박, 실시간 랭킹에 떴다!”
파랑새가 지저귀는 SNS의 실시간 랭킹에는 ‘분홍머리’, ‘가요대전키스’, ‘가요대전’이 떠 있었다.
실제 키스를 한 것은 아니기에 해당 해시태그를 보고는 흠칫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어쨌든 어그로를 끌려던 목표는 이루었으니 되었다.
수겸은 궁금한 마음에 실시간에 떠 있는 검색어를 눌러 반응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분홍머리 있는 그룹 혼성이야????? 졸라 이쁜데 진심;;
└놉 놀랍게도 남자임
└도른;;; 미쳤다 미모 무슨 일이야;;;
└그룹명은 유피트고 분홍머리는 송수겸이래 혈액형은 O형이라더라 생일은 5월 9일 595959 현실판임
└ㅋㅋㅋㅋㅋ저기요 플로니아노님 님 벌써 입덕하셧냐고요 왜 이렇게 잘 알고 있는건뎈ㅋㅋㅋㅋㅋㅋㅋㅋ
└몰라 정신 차려보니까 나도 모르게 검색하고 있었음;;
└개웃겨ㅋㅋㅋㅋㅋㅋ 근데 나도 그럴 듯]
[님들아 가요대전 무대 봣어? 거기서 내 심장 주인 찾음
└분홍머리?
└헉 어케 알았어?
└케이티엑스에서 좀비한테 쫓기면서 봐도 님 취향임]
[@Eu00 님님 가요대전 분홍머리 봤어요? 님 취향일 것 같아 짤 주워옴
└헐... 뽀코님.. 안 그래도 지금 짤 쓸어담고 있었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닼ㅋㅋㅋㅋ
└역시... 이유님 취향 대쪽 같아..]
[아니 그니께 지금 공중파 가요대전에서 남돌이 키스를 한 거자나 지금;; 혀가 왔다갔다한거자나;;; 타액이 섞이고 은색 실이 늘어지고 시발 또 뭐있냐 아그래 흐응 콧소리 나고 시발 이게 말이 되냐 공중파에서 남돌이 키스를??? 세상 만세다 만세!!
└햄찌왕찌님 진정하세요... 그렇게까지 안 해써....걍 그림자였다고....
└닥쵸!!!!!! 아무튼 내가 봤어 했다고!!! 다 했어!!! 지금 진정하게 생겼냐고요 남돌이 키스를 했다고 무대에서! 라이브로!!!! 혀가 뒤엉키고 치열을 훑고 어?!!?
└아 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햄찌님 폭주하는 거 웃겨 미치게씀 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요대전에서 남돌이 키스를... 키스를 한다고........ 세상이 나만 빼고 급변하네...... 너무 좋다 진짜...]
[궴궴이들 도랏나봐 진짜;; 아무리 공식이라지만 가요대전에서 키스로 인증을 한다고? 할 수 없다 얘네 결혼한다고 네덜란드로 이민 가기 전에 빨리 우리도 동성결혼 합법화시키자
└ㄹㅇ진심임 이러다 네덜란드에 궴궴이들 뺏기게 생김
└모령님 토요일날 촛불들고 국회의사당 앞에서 만나요
└ㅇㅋ나 진지해 진짜]
[공익을 위해 작성합니다
가요대전에서 분홍머리 예쁜이는 유피트에 송수겸입니다.
그 옆에 검은머리 잘생긴 애는 차이겸입니다.
합쳐서 겸겸이들 써방은 궴궴이들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어서 오세요. 출구 없는 유피트에 입덕하시 게 된 걸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다정하신 분.... 감사합니다....
└초멘 죄송합니다 안 그래도 찾고 있었는데 감사요]
[다들 정신 체리세요.... 가요대전의 찐은 윷찬쑤겸이라고요..;;;;; 막 성인이 된 유차니에게 으른미 뽐내며 생긋생긋 웃는 꼬리 백만 개 달린 폭스겸 못 봤냐고요...;
└체리는 뭘 체려요 앵두나 하세요;;
└시러요 찬겸이들에게 체리 꼭지 묶기 시키는 그날까지 체리밀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ㅁㅊ 체리 꼭지 묶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단님 빅픽쳐 오졌다..]
[난 잘 모르겟고 걍 분홍머리가 여우라는건 알겟슴 무대에서 멤버랑 뽀뽀하고 다른 멤버랑 팔짱 끼고 또 다른 멤버랑 눈맞춤하고 할 수 있는거 다 하더라? 참나 어이가 없어서...ㅡㅡ어디 한번 더 해봐! 더해보라고!]
예상보다도 더 뜨거운 반응이었다. 그중에서도 수겸을 커플링으로 엮는 반응은 팬과 일반인을 막론하고 가장 많았다.
수겸은 자신을 ‘수’로 보는 반응이 인기가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 열렬한 반응에 얼떨떨했다.
“내가 그 정도인가…….”
수겸은 휴대폰 화면을 끄고 까맣게 변한 액정에 제 얼굴을 비춰 보았다. 눈 두 개, 코 하나, 입 하나. 제 눈에는 다른 사람과 특별히 다를 것은 없어 보였다.
“뭐가 그 정도야?”
한솔이 샤워를 마쳤는지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며 다가왔다. 수겸은 한솔과 태원 세 명이서 같은 방을 쓰고 있었다.
그는 바지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지만, 상의는 입고 있지 않았다. 덕분에 훤히 드러난 상체가 시선을 끌었다. 근육으로 다져진 탄탄한 상체가 물기에 젖어 반짝거렸다.
수겸은 한솔의 몸을 멀뚱히 바라보다가 이내 제 몸을 바라보았다.
수겸은 태생적으로 근육이 잘 붙지 않는 몸이었다. 전생에 솔이처럼 근육을 붙이기 위해 살부터 찌우고 그야말로 피나는, 각고의 노력을 했다.
물론 한솔 역시 몸을 가꾸느라 꾸준히 트레이닝을 받고 운동을 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기는 했다. 저 몸이 거저 생기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수겸이 전생에 했던 노력에 비하면 훨씬 수월하게 몸을 만들었다.
어차피 이번 생에는 전생처럼 무리하게 근육을 붙이고 운동을 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지만, 괜스레 느껴지는 상대적 박탈감에 헛헛해졌다.
“뭐가 그 정도라는 거냐니까? 형 무슨 악플 같은 거 봤어?”
대수롭지 않게 묻던 한솔의 표정이 이내 험악해졌다.
유들유들하고 성격 좋기로 유명한 한솔이지만, 가끔 이렇게 사나워질 때가 있었다. 수겸과 관련된 일에 한해서 그랬다.
“아냐, 그런 거.”
수겸은 한솔이 저보다 동생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싸늘한 모습에 쫄았다.
얼른 아니라고 대꾸했는데도 한솔은 여전히 미심쩍다는 표정이었다. 괜한 오해를 하게 만드느니 사실대로 말하는 편이 낫겠다 싶어 수겸은 솔직히 이야기하기로 했다.
“진짜야. 그냥 인터넷 반응 보니까 나보고 예쁘다는 사람들이 많아서. 내가 정말 그 정도로 예쁜가 해서 그런 거야. 내가 그렇게 예쁜가?”
“……어, 어?”
심각한 얼굴이던 한솔의 얼굴이 순식간에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수겸은 계속해서 제 궁금증을 토로했다.
“사람들이 나보고 예쁘다고 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거든. 눈은 두 개고, 코는 하나고, 입은 하나고. 눈 달릴 곳에 눈 달린 거고, 코 달릴 곳에 코 달린 거고, 입 달릴 곳에 입 달렸고. 예쁘게 봐주니까 좋긴 한데, 그냥 궁금해서 그래. 굳이 따지면 연예인이 아닌 사람들 눈에야 예뻐 보일 수는 있겠다 싶기도 하고…….”
“……와, 형 그거 진짜 망언이다. 어디 가서 그런 말 하지 마.”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던 한솔이 수겸의 말이 끝나자 혀까지 내둘렀다. 수겸은 그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솔이 네가 보기에도 예뻐?”
수겸은 고양이 같은 눈매를 동그랗게 떴다. 안 그래도 커다란 눈이 더 커다래지면서 새카만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한솔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저 가만히 수겸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럴수록 수겸은 더 궁금해져서 고개를 이리저리 갸웃거리며 ‘응? 대답해 줘’ 하고 답을 채근했다.
“……어. 형 예뻐. 그것도 엄청 예뻐.”
“진짜?”
“사람 돌게 할 만큼 예쁘니까 그만 좀 물어봐.”
한참 만에 돌아온 대답에 확인 차 물었더니 한솔은 단호하게 말했다.
화가 난 것 같기까지 한 목소리에 놀란 수겸이 토끼 눈이 되어 한솔을 바라보는데, 그는 아무 말도 없이 순식간에 방 밖으로 나가 버렸다.
“뭐, 뭐지……. 내가 뭐 실수했나?”
“왜, 무슨 일이야?”
수겸은 놀란 마음에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때 태원이 들어왔다. 밖에 있던 태원이 갑자기 나온 한솔을 보고 뭔가 이상한 기류를 느낀 모양이었다.
“아니, 솔이한테 나 예쁘냐고 물어봤는데 박차고 나가더라고.”
“부끄러워서 그런 거지, 뭐. 한솔이가 너 예쁘다고 얼마나 노래를 부르고 다녔는데.”
“에, 진짜?”
“어. 연습생 때부터 그랬어.”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멤버들끼리는 서로의 외모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일이 없어서인지, 한 번도 한솔에게 예쁘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수겸은 한솔이 연습생 시절부터 자신을 예쁘다고 말하고 다녔다고 생각하니 괜스레 민망해져서 콧잔등을 쓸었다.
민망함에 코만 훌쩍거리던 수겸이 맞은편에 있는 침대에서 잘 준비를 하는 태원을 바라보았다.
“형은? 형이 보기에도 그래?”
“뭐가?”
“내가 예뻐?”
태원이 수겸의 질문에 멈칫했다. 그는 굳은 듯 가만히 서서 수겸을 바라보았다. 침묵이 내려앉은 공간에서 서로의 시선만 진득하게 얽혔다.
※ 본 저작물의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저작물을 복사, 복제, 수정, 배포할 경우 형사상 처벌 및 민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