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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6화 (7/143)

망돌의 공식 수가 되겠습니다 6화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견딜 수 없는 쪽팔림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아까는 전생에서의 미안함과 유찬을 향한 연민이 일어 저도 모르게 낯부끄러운 말을 하며 유찬을 끌어안았는데, 고조되었던 감정이 잦아들고 나니 남은 것은 민망함이었다.

“킁……. 아, 아무튼 내 마음은 그렇다는 거야, 유찬아.”

정말 생각나는 대로 대충 상황을 정리할 만한 말을 꺼낸 수겸이 어색하게 하하 웃으며 유찬을 안고 있던 팔을 풀었다.

수겸은 부끄러움에 유찬을 똑바로 보지도 못하고 괜히 먼 곳만 바라보았다.

“어…… 눈 내린다.”

살랑살랑, 마치 기다렸다는 듯 불빛 사이로 하얀 눈송이들이 춤을 추듯 내려왔다. 한 해의 마지막 날 밤, 하얀 눈이 곱게도 내렸다.

수겸은 눈이 내리는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긴 속눈썹에 눈송이가 제자리를 찾은 듯 살포시 내려앉았다.

“잠깐만요.”

“어? 왜, 아…….”

유찬이 수겸의 얼굴로 손을 뻗었다. 길고 하얀 손이 제게 다가오는 것을 본 수겸은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유찬은 수겸의 속눈썹에 앉은 눈을 조심스레 잡았다. 작은 눈송이는 유찬의 체온에 금세 녹아 사라졌다.

“고마워.”

따지고 보면 별것도 아닌데, 겨우 속눈썹에 붙은 눈을 떼어준 것뿐인데 왜 이리 낯이 간지러운지 모르겠다. 수겸은 괜스레 뜨거워지는 목덜미에 큼큼 헛기침을 했다.

“어, 얼른 가자. 민성이 형이 우리 죽이려 들겠다.”

“……고마워요, 수겸이 형.”

유찬은 옅게 웃었다. 그 미소는 내리는 눈만큼이나 아련해서 금방 녹아 없어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수겸은 부러 더 환하게 웃었다. 제 미소가 더해지면 조금이라도 더 오래 그가 웃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가요, 형.”

다행히 그러한 수겸의 마음이 닿았는지 유찬의 목소리에 어렸던 물기는 말끔히 사라졌다.

그제야 조금 마음이 놓인 수겸이 앞장서 걸었다. 그러자, 유찬이 수겸과 보폭을 맞추어 걸었다.

“화장실 갔다가 빠져 죽었나 했다.”

“헤헤,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민성의 타박에 수겸과 유찬은 각기 성격에 맞게 사과했다. 민성은 겨우 한마디에 드러나는 전혀 다른 두 사람의 성격에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올라갈 준비 해. 신년 카운트다운 해야지.”

“넵!”

수겸은 부러 과장되게 대답했다. 민성이 그런 수겸을 흘겨보다가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제야 수겸은 마음을 놓았다.

“어딜 갔다 온 거야?”

“미래에.”

“응, 그래.”

태원의 물음에 수겸은 생각나는 대로 대꾸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정말 자신은 미래에 후회할 일이 없도록 유찬에게 제 진심을 전했으니, 굳이 따지자면 미래에 다녀온 게 맞았다.

물론 태원은 수겸이 실없는 잡소리를 한다고 생각해서 먹금 처리를 했지만.

“이제 정말 신년이네.”

“그러게. 세월 진짜 빠르다. 햇수로 따지면 데뷔 2년 차를 바라보는 셈이다?”

“웃긴다, 10월에 데뷔했는데 두 달 만에 2년 차가 되네.”

태원의 말에 수겸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 어느덧 무대 앞에 도착했다. 스태프의 사인에 맞춰 참석한 가수들이 하나둘 무대에 올랐다.

“와아아아아!”

“수겸아! 송수겨엄!”

유피트가 무대에 오를 때 어디선가 사자후가 들렸다. 수겸은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 사이에서도 분명히 들리는 제 이름에 소리가 난 발원지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비명 소리는 더욱 커졌다.

신인 그룹인 유피트의 자리는 무대 뒷줄에서도 오른쪽 구석이었다. 카메라에 잡히기나 싶을까 걱정되는 구석 자리였지만, 수겸은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카메라 앵글에는 잡히지 않더라도, 이 자리에 있는 방청객들은 자신들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수겸은 자연스럽게 유피트 사이에서 가운데 자리를 차지했다. 왼쪽에는 태원을, 오른쪽에는 차이겸을 끼고 가운데 선 수겸은 추운 듯 발을 동동거리며 두 사람의 팔짱을 한 짝씩 꼈다.

별생각 없이 보면 추워서 한 행동처럼 보일 테지만, 망붕 렌즈를 낀 팬들 눈에는 먹음직스러운 떡밥이 될 터였다.

갑자기 팔이 붙들린 태원과 차이겸은 놀란 듯 수겸을 쳐다보았지만, 추운 듯 폴짝거리며 제자리 뛰기를 하는 수겸의 행동을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 여러분! 다 같이 스크린을 보시고 같이 카운트다운을 해주세요!”

MC를 맡은 가수들이 마이크에 대고 크게 방청객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그와 동시에 정면은 물론, 양 사이드에 있는 커다란 스크린 가득 카운트다운 숫자가 나타났다.

“십!”

숫자에 맞춰 수겸 역시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팔짱을 낀 두 팔에 더욱 힘을 주어 두 사람을 바싹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덕분에 두 사람이 수겸에게로 더 붙게 되었다.

“구!”

카운트다운 숫자를 외치는 수겸은 가슴이 울렁거렸다. 기적적으로 다시 주어진 시간인 만큼, 새해를 맞이하는 수겸의 마음은 더더욱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다.

“팔!”

수겸은 옆에 있는 태원을 바라보았다. 태원 역시 수겸의 시선을 느꼈는지, 수겸을 마주 보았다. 수겸은 태원을 향해 싱긋 웃으며 다음 숫자인 칠을 외쳤다.

“육!”

육을 외치면서 이번에는 차이겸을 바라보았다. 차이겸은 왜 쳐다보냐는 듯한 눈빛이었지만, 수겸에게서 눈을 돌리지는 않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닿아 엉켰다.

“오!”

차이겸을 향하던 시선이 한솔에게로 옮겨 갔다. 한솔은 수겸을 보더니 씩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신년을 맞이하는 한솔은 유난히도 행복해 보였다. 그런 한솔을 보고 있으려니 수겸 역시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삼!”

사를 지나 어느새 삼이었다. 두근두근,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이제 정말 새해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전생에는 이번 연도를 넘기지 못하고 유피트가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그렇기에 수겸에게 있어 다가오는 한 해는 더욱 중요했다.

“이!”

외칠 숫자는 이제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수겸은 결연하기까지 한 눈빛으로 스크린을 바라보며 마지막 숫자를 외칠 준비를 했다.

“일!”

사방에서 폭죽이 터지며 꽃가루가 흩날렸다. 폭죽은 밤하늘을 색색으로 수놓았고, 하얀 눈과 꽃가루가 뒤엉켜 한 폭의 그림처럼 내렸다.

아름다운 광경 속, 수겸은 유찬을 바라보았다. 유찬 역시 수겸을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서로를 향하는 순간, 수겸이 준비한 말을 했다.

“축하해.”

“고마워요.”

수겸의 말에 유찬이 미소 띤 얼굴로 화답했다.

수겸은 연습생부터 유찬을 봤지만, 그가 이토록 환하게 웃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새삼스럽기까지 한 미소에 얼떨떨하면서도, 자신 역시 그를 따라 웃게 되었다.

환히 웃는 두 사람의 주위로 계속해서 눈과 꽃가루가 내리고 있었다.

* * *

꿈같은 새해를 맞이하고 수겸은 멤버들과 함께 한껏 고양된 채로 숙소로 돌아왔다.

어떻게 씻고, 옷을 갈아입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내내 들뜬 감정이었다.

침대에 눕고도 한참을 이리저리 뒤척거리며 흥분된 마음을 달래던 수겸은 휴대폰으로 대형 팬 커뮤니티와 SNS 반응을 차례로 확인했다.

[211231 기념일로 만들자]

작성자 : UTB

211231 가요대전 미쳤으니까... 이 날을 국가지정일로 지정하자..

반박 안 받음

반박하려면 일단 송수겸을 산 채로 잡아 와.

└수겨미는 왜 잡아 오니ㅠ뭘 어쩌려고ㅠㅠㅠㅠ

└작성자 : 념념굿~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님 왜 남이 잡아 온 핑겸이를 날로 드시려고 하세요ㅠ

└작성자 : 원래 날로 먹는 게 제일 마싯는 법이란다. 회가 그냥 마싯는 게 아녀.

[걍 오늘 무대 도랏슴]

작성자 : 김슈슈슈

오늘 무대 도라방스 아니었니...? 나 보다가 몇 번을 덜컹했는지 몰라ㅠㅠㅠㅠㅠㅠㅠ미쳤나 봐 진짜 송수겸 뭔데 왜 그러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안 그래도 이쁜 애가 방긋방긋 계속 웃어 내 심장 조지고 부시고 난리낫자나ㅠㅠㅠㅠㅠㅠㅠㅠㅠ

[모두가 겸겸 커플을 외치는데 찐은 따로 있다고 본다]

작성자 : 다중인격토끼

카운트다운하는 순간에 핑겸이가 유차니랑 입맞춤 눈맞춤하는 거 본 사람 잇냐

그게 진짜 찐이지 유찬이 성인되자마자 핑겸이랑 맞춘 거자나

그게 입이든 눈이든 뭐가 중요해 아무튼 뭔가를 맞췄다는게 중요하지

└배 맞추는 건 어떻게 생각해요?

└헐;;;; 님 나사에서 찾아요;;;; 목성 고리가 님 가방끈이었다고;;;;;;; 배우신 분;;;;;;;;;; 가방끈 무슨 일;;;;;;;

└작성자 : 당신 합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배ㅋㅋㅋㅋㅋㅋ를ㅋㅋㅋㅋㅋㅋㅋ맞ㅋㅋㅋㅋㅋㅋ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 거 아냐? 방금 어떤 놈이 나 치고 갔는데 연락처도 안 주고 걍 감ㅡㅡ]

작성자 : 단단한물렁뼈

제목 어그로 ㅈㅅㅈㅅ

가요대전에서 핑크색 머리 걔 이름이 뭐니.......

나 걔한테 치였는데 이름 좀 알려줘.........

└송수겸

└송수겸

└송수셤

└작성자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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