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8. 마지막 날 (9/18)

08. 마지막 날

아침에 눈을 뜬 메이브는 한참 동안 무거운 눈을 깜박였다. 그리고 뻐근한 몸을 움직여 고개를 살짝 돌리니, 의자에 불편한 자세로 앉아 잠이 든 다비드의 모습이 보였다.

메이브는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내려왔다. 다비드의 다리 앞에 무릎을 꿇은 메이브는 언제나 같은 일과처럼, 반쯤 서 있는 다비드의 성기를 빨기 시작했다.

어제 그렇게 괴로웠던 목 안은 부은 것처럼 따가웠으나, 이제 오늘이 끝이라는 사실에 메이브는 즐거울 뿐이었다.

입 안에 들어와 있는 말캉거리는 성기가 점차 단단해지는 것도, 혀로 굴리며 성기를 건들 때마다 미약하게 움찔 떨리는 다비드의 몸 또한 이제 다시는 보지 못할 것을 알기에 메이브는 그 모습을 눈에 담았다.

“츕, 츱…….”

다비드의 성기를 한참 입 안으로 빨아들이고 있자, 다비드의 손가락이 작게 움찔 떨려 오더니 감았던 눈두덩을 들어 올렸다.

다비드는 흐릿한 시선으로 자신의 성기를 빨고 있는 메이브를 잠시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손을 뻗어 메이브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하아…….”

낮은 숨과 함께 다비드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의 허벅지에 단단하게 힘이 들어가고 작게 떨렸다. 그리고 메이브의 입 안 가득 진득한 정액을 쏟아 냈다. 다비드는 흐릿한 시선으로 메이브를 보았다.

성기를 느긋하게 빼낸 메이브는 반쯤 벌어진 입 안에 진득한 하얀 정액을 머금은 채 다비드를 보며 웃었다.

“좋은, 아침이에요.”

그 말을 끝으로 입을 꾹 다문 메이브의 목울대가 위아래로 흔들리더니, 정액을 삼키는 조금 큰 꿀꺽,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다비드는 그 모습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메이브를 내려다보았다.

“……좋은 아침입니다.”

다비드는 그런 메이브의 모습에 아랫도리에 다시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눈을 질끈 감고 열기를 죽이려 노력했다. 눈을 감으니 바로 전에 메이브가 자신의 정액을 삼키던 그 모습이 떠올랐다. 결국 다비드는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 메이브를 품에 안고 방 밖으로 걸어가 익숙하게 음욕의 방으로 향했다.

“이제 마지막이네요.”

메이브도 익숙한 길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얀 벽도, 긴 복도도, 벌거벗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그 모습까지 이제는 익숙하기만 한 시간이 곧 끝이 난다.

이제 마지막 음욕을 덜어 내고 교육을 받으면 정말 모든 것이 끝나겠구나, 하는 생각에 메이브는 고개를 돌려 어쩐지 생각이 많은 듯한 다비드를 힐끔 쳐다보았다.

“……도착했습니다.”

음욕의 방에 도착했다는 말에 메이브가 고개를 살짝 돌리니, 그곳에서 다니엘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다른 신관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다니엘이 기다리고 있는 것에 메이브는 아무 말 없이 쳐다보기만 했다.

그에 다니엘은 말없이 방문을 열어 주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그의 뒤를 따라 다비드도 메이브를 안아 든 채 따라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 다비드가 메이브를 바닥으로 내려 준 뒤, 탁상에 놓여 있는 잔을 들어 메이브의 입가에 가져다 댔다. 메이브는 익숙하게 입을 벌려 잔 안에 들어 있는 성수를 마시면서 힐끔 다니엘을 쳐다보았다.

다니엘은 웃는 얼굴로 말없이 메이브와 다비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그도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는지, 그 표정이 기대와 흥분으로 뒤섞여 있는 것처럼 보였다.

“메이브 님, 시작하겠습니다.”

“……네.”

어제 그렇게 괴롭혀졌던 구멍에 다비드의 단단한 성기가 문질러지는 것을 느꼈다. 메이브는 더운 숨을 내쉬며 텅 빈 잔을 바라보았다. 부어 있던 구멍을 벌리고 안으로 들어오는 성기에 메이브는 나지막한 신음을 내뱉었다.

움찔, 몸을 떨고 있는 메이브의 어깨를 잡은 다비드는 등 뒤로 묶여 있는 메이브의 팔을 쓸어내리다 그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반쯤 상체가 숙여진 자세로 메이브가 중심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그런 시간을 주지도 않은 다비드는 메이브의 몸을 잡고 있는 두 손에 힘을 주고 허리를 빠르게 흔들었다.

다니엘이 메이브의 몸을 보고 있기에, 빨리 이 순간이 지나고 끝내기를 바랐다.

“흐……아!”

살갗이 맞부딪치는 큰 소리가 탁상과 잔밖에 없는 이 방 안에 크게 울려 퍼졌다. 몸이 앞뒤로 흔들렸고 중심을 잡는 것조차 힘들었다. 메이브의 몸이 빠르게 흔들리자 다비드는 그런 메이브의 어깨에 코를 가져가 대곤 낮게 속삭였다.

“메이브 님…….”

메이브는 자신의 이름이 이렇게 야하게 들려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빠르게 흔드는 다비드의 허리 짓에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은 힘들었다. 구멍이 벌어지고 그의 불룩 튀어나온 귀두가 안의 여린 살을 이리저리 헤집었다.

천천히 빠져나왔다가 들어가는 그것이 불룩 튀어나온 메이브의 전립선을 두드렸다. 메이브의 성기가 단단해지기 시작했고, 텅 비어 있는 잔에 귀두에서 흘러내리는 투명한 애액이 차츰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흐아…….”

다비드의 입이 벌어지며, 메이브의 목을 감싸고 있는 검은색 목줄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끊어질 리 없는 목줄을 끊어트리고 싶은 듯, 그 하얀 몸에 붉은색 자국과 잇자국을 새기고 싶다는 듯이 한참 동안 목줄을 깨물며 서로를 탐하고 탐했다.

서로의 몸이 뜨듯한 열기에 뒤섞였고, 누구의 것인지 모를 땀이 서로 문질러졌다. 점점 빨라지는 허리에 메이브의 엉덩이가 붉게 물들었고, 발기되어 있는 성기는 크게 위아래로 꺼덕였다.

“흐……응! 아!”

메이브의 고개가 뒤로 꺾이며 다비드의 어깨에 기대었다. 쾌감에 움찔움찔 떨리는 몸에 메이브는 머릿속까지 뜨거운 열기에 잠식되어 뇌가 녹아 버릴 것만 같다고 느꼈다.

아아, 익숙해지는 것이 무섭다는 게 이것이 아닐까 싶었다. 아래 살을 벌려 파고들어 오는 저 단단하고 커다란 것과, 자신의 여린 살 안을 헤집으며 짜릿한 쾌감을 느끼게 해 주는 모든 것이 말이다.

결국 메이브는 익숙해지고 싶지 않았던 모든 것이 익숙해졌다. 비릿하고 진득한 정액을 삼키는 것도, 속을 헤집으며 움직일 때마다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와 쾌감까지도 말이다.

“흐…… 아으으으!”

메이브의 아랫배에 단단히 힘이 들어가고 그 두 다리가 부르르 떨려 올 때쯤, 크게 요동치던 성기가 움찔 떨리고는 투명한 애액이 담겨 있던 잔 안에 하얀 정액을 투툭, 쏟아 냈다.

힘이 풀린 듯 다비드의 몸에 기대어 있는 채로 숨을 헐떡이는 메이브를 안은 다비드는 메이브의 구멍에서 아직 싸지 못해 핏줄이 도드라진 성기를 조금 빼내며 메이브를 안아 들었다.

평소 같았으면 다비드도 메이브의 안에 쏟아 내고 끝냈을 테지만, 이곳에 다니엘이 있다는 사실에 그저 빨리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메이브의 안에서 성기를 전부 빼지 않은 다비드는 그의 몸을 조심히 돌려 두 다리가 허리를 감싸게 만들고는 메이브의 등과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다비드의 손에 움켜쥔 메이브의 엉덩이가 붉게 물들며, 그사이에 다비드의 성기를 품고 있는 구멍은 작게 움찔거렸다.

“그럼 가죠.”

다비드가 몸을 돌려 음욕의 방문을 박차고 나가 방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급하게 방에서 빠져나온 다니엘이 메이브와 다비드의 뒤를 따라 뛰어왔다.

“다…….”

“메이브 님.”

다니엘이 메이브에게 말을 걸려고 할 때면, 다비드가 메이브를 부르며 다니엘의 말을 끊었다.

다비드는 오늘 새벽에 찾아왔다가 사라졌던 다니엘이 아침까지도 새벽에 말했던 내일 필요한 물건을 주지 않은 것과, 지금도 뒤따라오면서 손에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을 것을 보며 왠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만약 메이브의 신변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 다비드는 조금 더 이곳에 있어도 괜찮았지만, 이곳에 더 있다가는 메이브에게 문제가 생길 것 같았다.

차라리 빨리 나가서 그 발목을 움켜쥐고 더는 도망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나았다.

“네…… 흣?”

“몸은 괜찮으십니까?”

“네, 푹 잤더니 괜찮아졌어요.”

몇 번이나 다니엘이 메이브에게 말을 걸려고 하는 걸 다비드가 끊었다. 또다시 말하려 시도했다가 다비드 때문에 실패하자, 다니엘은 결국 말없이 두 사람을 따라갔다.

다비드의 움직임에 속에서 성기가 천천히 움직였다. 그에 메이브는 다니엘이 말을 거는 것에 신경 쓰는 것보다 살살 움직이는 성기에 온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러다 보니 방에 도착할 때까지도 메이브는 다비드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두 다리에 힘을 주고 버티려 했다.

“흐…….”

“도착했습니다.”

다비드가 메이브의 겨드랑이 사이에 조심스레 손을 넣고 몸을 들어 올렸다. 메이브의 구멍에서 다비드의 성기가 반쯤 빠져나왔다. 핏줄이 도드라지고 손으로 조금만 건드려도 쌀 것처럼 힘이 단단히 들어간 성기는, 다비드가 의자에 앉으며 메이브를 고쳐 안을 때 다시 구멍 안으로 밀려들어 갔다.

“읏…….”

“이제, 식사하고 마지막 교육을 받으러 가요.”

다비드가 땀에 젖어 있는 메이브의 이마를 살살 문지르며 속삭였다. 메이브도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차려져 있는 식탁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메이브는 음식을 먹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등 뒤가 찜찜했다. 꼭, 메이브의 감이 저 음식을 먹으면 안 된다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다비드가 스푼을 들고 앞에 있는 수프를 크게 덜어 내려 할 때, 메이브는 그를 쳐다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비드 님, 저…….”

“예?”

“뭔가 이상해요……. 오늘은 식사 안 하면 안 될까요?”

“이상합니까?”

메이브의 말에 다비드는 들고 있던 스푼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음식은 하나같이 먹음직스럽게 차려져 있었고, 이상한 점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비드는 메이브의 말에 스푼을 식탁에 내려놓았다. 그러고서야, 오늘은 신관이 트레이를 끌고 음식을 내려놓고 간 것이 아니라, 이미 차려져 있었다는 걸 이상하게 생각했다.

“네, 오늘은 먹지 말죠.”

다비드가 메이브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치 긴장한 것처럼 몸을 굳히고 있는 메이브의 등을 부드럽게 두드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뒤늦게 방으로 뛰어온 다니엘이 방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며, 메이브와 다비드가 손을 대지 않은 음식을 쳐다보다가 다비드를 바라보았다.

“식사, 식사는 하지 않으시나요?”

꼭 이번 음식은 먹어야 하는 것처럼, 다니엘은 다비드를 쳐다보면서도 그 시선이 음식 쪽으로 한 번씩 향하는 것이었다.

우습게도 그 모습이 더 수상해 보인다는 것을 다니엘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네, 오늘은 마지막이기도 해서, 식사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무심하게 말을 내뱉은 다비드는 다니엘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메이브의 몸을 조심히 끌어안았다. 그런 다비드의 시선에 다니엘이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 하는 듯 보였다. 몇 번이나 입술을 달싹거리고 불안한 것처럼 주먹을 움켜쥐었다가 푸는 모습이 뭔가 숨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끝끝내 다니엘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다비드는 시선을 돌려 시간을 확인하고는 메이브의 몸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다비드의 성기가 메이브의 구멍에서 완전히 빠져나왔다. 그 순간 잔뜩 성이 난 성기가 꺼덕이며 메이브의 골과 엉덩이를 두드렸다.

다비드는 힘이 풀린 것 같은 메이브의 몸을 조심스레 고쳐 안고 의자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고 있는 다니엘을 지나쳐 방 밖으로 빠져나왔다.

찜찜한 기분에 다니엘이 고개를 돌려 방문을 쳐다보았지만, 품에 안겨 있는 메이브가 몸에 힘을 풀고 어깨에 기대는 것을 보곤 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배는 안 고프신 겁니까?”

평소에 메이브가 그렇게 고생했으니 아침을 먹지 않으면 힘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오늘이 끝이었기에 메이브는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교육만 받으면 이제 끝이니까요.”

정말 끝이었다. 이 지긋지긋한 신전도, 다시는 보지 않을 다비드도 말이다. 메이브는 한편으로 끝까지 다비드가 자신의 이름을 알지 못하는 것에 안도했다. 그러면서도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반대되는 감정에 눈을 조용히 감았다.

이건 그저, 이곳에서 의지할 거라고는 다비드밖에 없었기에 그런 거라고,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중얼거렸다.

“도착했어요.”

다비드의 목소리에 메이브는 반쯤 감았던 눈을 뜨고 고개를 돌려 홀 안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사라졌던 사람들이, 어쩌면 청탑에 갇혀서 힘들었을 사람들이 홀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마지막이라고 그동안 없었던 쟁취한 자들까지 가득 채워진 홀 안은, 첫날 이곳에 도착해서 들어왔을 때와 같아 보였다.

홀 안으로 들어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처럼, 다비드가 메이브를 안아 든 채 구석진 자리로 가서 섰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메이브를 내려놓았다.

메이브는 멍하니 피골이 상접한 것처럼 마르고 피곤해 보이는 얼굴과, 인형처럼 텅 빈 표정을 짓고 있는 이들의 모습에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만약 다비드와 같은 방이 안 되었더라면, 메이브는 어쩌면 저 안에 들어가 있을지도 몰랐다. 아니, 그게 아니라면 힘으로 눌러 다른 쟁취한 자들처럼 저들을 괴롭게 만들었을지도 몰랐다.

“메이브 님?”

마지막 날인데, 너무 무서웠다. 메이브는 멈추었던 숨을 서서히 내쉬며 고개를 돌려 다비드를 쳐다보았다.

“잠시…… 다른 생각을 했어요.”

메이브는 심호흡을 하며 정신을 제대로 차리려 했다. 몇 번을 편안하게 숨 쉬고 나서 다시 고개를 돌리니, 첫날처럼 석상 앞에서 신관이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런 메이브의 모습에 다비드는 그가 첫날과 다르게 검은색 목줄을 끼고 있는, 지키지 못한 자들이 마르고 동공이 풀린 채 금세 주저앉을 듯한 모습을 보고 동요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자 다비드가 두 팔을 벌려 등 뒤에서 메이브를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무섭고 힘든 것은 숨기지 못했는지, 끌어안은 메이브의 몸이 가늘게 떨리고 있는 것을 느꼈다.

다비드가 메이브에게 괜찮다고, 무서워하지 말라고 말을 꺼내려던 찰나, 석상 앞에 가만히 서 있던 신관이 큰 지팡이로 바닥을 두드렸다.

“쟁취한 자와 지키지 못한 자들은 함께 자리에 서 있으세요.”

신관의 말을 끝으로 귀찮아 보이는 쟁취한 자들이, 지키지 못한 자들의 옆에 자리를 잡고 서기 시작했다. 그에 지키지 못한 자들은 움찔, 몸을 떨며 공포에 사로잡힌 듯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이 메이브의 두 눈에 너무도 잘 보였다. 그는 떨리는 눈으로 그 풍경을 눈에 담곤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동안 교육받느라 고생했겠죠. 이번이 마지막 교육입니다.”

신관은 홀을 찬찬히 돌아보며 귀찮음을 담은 쟁취한 자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어 보이지 않는 쟁취한 자까지, 모든 이들을 둘러보더니 즐거운 미소를 머금고 입을 서서히 벌렸다.

“마지막 교육은, 쟁취한 자들이 지키지 못한 자들의 성기를 빨아 주어 그들의 욕정을 덜어 내야 합니다.”

그 말에 홀 안이 어수선해졌다. 말도 안 된다는 소리침과 짜증이 뒤섞인 욕설들이 울려 퍼졌다.

“또한.”

하지만 신관은 그게 끝이 아니라는 듯, 화가 나고 짜증이 난 이들을 보며 말을 이어 갔다.

“쟁취한 자는 지키지 못한 자의 발등에 키스를 해야 합니다.”

마지막 교육은 무언가 이상했다. 지금까지의 교육이었다면, 지키지 못한 자가 쟁취한 자의 발등에 키스해야 했다. 발등의 키스가 상대를 향한 복종과 숭배의 의미였고, 자신을 최대한 낮추는 헌사의 표현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 신관은 쟁취한 자가 지키지 못한 자에게 그 행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이브는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서 멍하니 풀린 얼굴로 신관을 보다가 고개를 돌려 다비드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메이브를 안고 있던 다비드는 신경을 쓰며 그를 품에서 놓아주고는 메이브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다……비드 님?”

지금까지 편안한 시간을 보낸 쟁취한 자들이 난리를 부리는 와중에, 다비드는 메이브가 깨질 것 같은 유리처럼 느껴져 조심스레 그의 성기를 두 손으로 감싸고 입을 벌렸다.

“자, 잠깐만요. 다, 다비드 님……!”

메이브는 당황했다.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자신의 성기를 감싸고 있는 다비드의 모습이 너무나 현실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가 당황해하며 다비드의 이름을 불렀으나, 다비드는 그런 메이브의 성기를 입 안에 머금었다.

“흐…… 아.”

다비드의 뜨듯한 혀에 메이브의 여린 살이 문질러졌다. 볼이 움푹 들어갈 정도로 빨아들이면서도, 소중하고 맛있는 음식을 아껴 먹듯 찬찬히, 그러면서도 부드럽게 혀로 핥는 다비드의 입에 메이브는 허리를 작게 들썩였다.

“읏……!”

다비드의 입에서 메이브의 성기가 보였다가 다시 숨기를 반복했다. 그 시간에 메이브는 온몸의 세포가 오롯이 아래로 향한 것처럼 느껴졌다. 아랫배가 욱신거렸고, 아까까지 움직였던 구멍은 간지러웠다.

메이브는 몸을 작게 떠는 것밖에 하지 못했다. 두 손이라도 자유로웠다면, 다비드의 머리카락을 붙잡고 상체를 굽혔을지도 모른다.

“흐…… 아, 안 돼. 아……!”

아랫배에 단단히 힘이 들어간 메이브가 상체를 굽히며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 메이브의 모습을 두 눈에 가득 담은 다비드는 중심을 잡지 못하는 그의 허리를 붙잡았다. 그리고 무릎걸음으로 조금 앞으로 걸어 메이브가 등을 벽에 기댈 수 있게 했다.

“읏! 으……! 안 돼, 안 돼요! 저…… 저 나와…… 아!”

아래가 열에 들뜨고 욱신거려 왔다. 메이브는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발가락이 오므라들고 묶여 있는 두 손은 교차해 힘을 주며 움켜쥐었다. 메이브의 고개가 푹 숙여지고 상체가 더 굽어졌을 때가 돼서야 다비드의 입 안에 하얀 정액을 쏟아 냈다.

다비드는 입 안에 가득 찬 정액을 혀로 움직여 굴리면서 고개를 뒤로 물렀다. 그런 다비드의 입에서 정액과 타액으로 범벅이 된 메이브의 성기가 빠져나왔다.

다비드는 메이브의 정액을 삼키고는 성기에 묻어 있던 정액까지 다 핥아 먹은 뒤 다정하게 웃으며 메이브의 한쪽 발목을 정성스레 감싸 쥐었다.

“메이브 님.”

“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메이브를 가만히 바라보던 다비드는 조심스럽게 메이브의 발을 들어 올리고, 몸을 숙여 엎드렸다. 그리고 메이브의 발등에 입술을 조심히 부딪치며 문지르고는 쪽쪽, 소리 내며 발목까지 키스하며 올라갔다.

불룩 튀어나온 복숭아뼈를 지나 종아리를 따라서 입술을 문질렀다. 쪽쪽, 작은 키스 소리에 메이브의 얼굴이 새빨갛게 익어 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석상 앞에 있던 신관은 그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쟁취한 자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지키지 못한 자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여러분들은 이제 성년식을 치를 교육이 끝났습니다.”

그 말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쟁취한 자들이 거보라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끝난다고 낄낄대며 기분 나쁘게 웃고 있을 때, 신관은 그런 이들을 지켜보다 그 옆에 선 지키지 못한 자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 지키지 못한 자들이 선택을 해야 합니다.”

신관의 말이 이어질수록 홀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쟁취한 자 역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지, 자신의 옆에 서 있던 지키지 못한 자를 쳐다보았다.

그와 동시에 쿵 소리와 함께 홀의 문이 커다란 소리를 내며 닫혔다. 그 소리에 놀란 메이브가 고개를 살짝 돌리자 닫혀 있는 거대한 문 앞으로 신관들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의 표정은 어쩐지 쟁취한 자를 쳐다보며 씁쓸해 보이기도 했으며, 비웃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 사이에 서 있던 다니엘은 슬금슬금 몸을 움직여 메이브와 다비드를 보고 그들의 곁으로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멈추었던 신관의 말이 이어졌다.

“지키지 못한 자들은 지금까지 당신의 순결을 가져간 쟁취한 자들의 행동을 기억하실 겁니다. 지키지 못한 당신을 대했던 태도 역시 기억이 날 것입니다.”

신관의 말에 지금까지의 일을 되짚어 보는지, 표정이 무너지며 소리 없이 울고, 두려워하는 지키지 못한 자들이 하나둘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지키지 못한 자들은 선택하셔야 합니다. 당신의 순결을 가진 쟁취한 자를 이 신전에서 데리고 나갈지, 아니면 이곳에서 혼자 나갈 것인지.”

메이브의 두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지금까지 다니엘이 숨기려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메이브와 다비드도 알 수 있었다.

“만약 당신을 도와주었던 신관이 있었다면, 데리고 나가고 싶지 않은 쟁취한 자 대신에 신관을 데리고 나갈 수도 있습니다.”

신관의 말에 다니엘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메이브를 보던 고개를 돌려 신관을 쳐다보았다. 홀 안을 바라보며 말하고 있던 신관은 그런 다니엘을 보고 마치 비웃는 것처럼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입을 벌렸다.

“지키지 못한 자는 선택하세요. 데리고 갈 사람을 데리고 웃으며 나갈지, 아니면 혼자 나갈지를!”

지금까지 다니엘이 숨겼던 것은 이것이었다. 메이브와 다비드가 교육을 잘 받아서 신관 한 명과 같이 나갈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거짓이었던 거다.

애초에 같이 나갈 수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키지 못한 자는 어떻게든 이 신전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거였고, 쟁취한 자는 지키지 못한 자가 선택해야만 이 지옥 같은 곳을 나갈 수 있었다.

지금까지 그렇게 편하게 살아왔던 쟁취한 자들의 표정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신관을 향해 욕을 내뱉으며 급하게 몸을 돌려 문밖으로 뛰어나가려는 쟁취한 자는, 그 앞에 서 있는 신관들에게 막혀 그 자리에서 붙잡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메이브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렇게 두려움과 공포에 무서워했던 지키지 못한 자들이 광기가 어린 것처럼 웃고 있는 것을 말이다.

몇몇 쟁취한 자는 지키지 못한 자의 성기를 빨고 발등에 키스한 것을 말하며 자신을 데리고 나가 달라 말하고 있었고, 몇몇 쟁취한 자는 선택권을 가지고 있는 지키지 못한 자를 협박해 자신을 데리고 나가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메이브 님.”

광기 어린 웃음과 욕설, 시끄러운 소음 사이에서 다비드의 부드러운 음색이 들려왔다. 메이브는 고개를 돌려 다비드를 쳐다보았다.

“이제 갈 시간입니다.”

이제, 이 신전에서 나갈 시간이었다. 메이브는 드디어 끝났다는 사실에 울 것 같은 얼굴로 웃었다. 그러곤 자신의 다리 아래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있던 다비드가 자리에서 일어나 오랜 시간 묶여 있던 자신의 팔을 푸는 걸 가만히 지켜보았다.

사르륵, 소리와 함께 살갗을 스치며 바닥으로 떨어지는 저 하얀 천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끝이라는 게 점점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아려 오는 손목과 팔뚝을 손으로 주물렀다. 힘이 없는 두 손은 작게 떨려 왔다. 메이브는 잠시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들어 다비드를 보며 두 팔을 벌렸다.

그런 메이브를 품 안에 안은 다비드는 그를 안아 들고 문 쪽으로 조용히 걸어갔다. 그러자 근처에 있던 다니엘이 급한 얼굴로 다비드와 메이브를 향해 뛰어와 그들을 잡으려 했다.

“저를! 저를 데리고 나가 주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다니엘이 소리치며 두 사람에게 뛰어왔으나 그마저도 근처에 있던 신관들이 다니엘의 두 팔을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화려하고 신비로웠던 긴 장발이 이리저리 뒤엉키는 모습을 바라보던 다비드는 몸을 돌려 다니엘을 내려다보았다.

“다니엘 신관님.”

다비드는 추악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 다니엘의 표정을 보며 입을 열었다.

“오늘 새벽, 저희 방에 찾아왔던 이유가 무엇입니까?”

“저를, 저를 데리고 나가 주신다고 약속하시지 않았습니까? 예? 메이브 님!”

“오늘 왜 식사를 하지 않냐 물으시며 당황해하셨습니까?”

“다비드 님! 제가, 제가 도와드렸지 않습니까!”

다비드가 다니엘을 바라보며 그에게 물을 때마다, 그 몸이 무언가에 걸린 것처럼 움찔, 떨려 왔다. 숨기는 것이 걸렸다는 것처럼 말이다.

“왜 저희에게 씻을 공간이 신전에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습니까?”

다비드는 두 눈을 크게 뜨고 혼란스럽게 흔들리고 있는 다니엘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왜 지키지 못한 자라고 거짓을 말하고. 지키지 못한 자의 목을 졸라 죽였습니까. 다니엘 신관님.”

다비드의 말에 양팔이 붙잡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던 다니엘의 표정이 무너졌다. 그 표정이, 지금까지 알고 있었으면서도 왜 모른 척했느냐고 묻는 것처럼 보였다.

다비드는 자신의 목에 두 팔을 감고 어깨에 얼굴을 기대고 있는 메이브를 힐끔 보다가 그 추악하기 짝이 없는 다니엘을 보며 말했다.

“음식에 수면제라도 넣었습니까? 제가 잠들고 홀에 오지 못하게 된다면, 메이브 님과 함께 이곳에서 나가기 위해?”

“…….”

그 말이 정답이었는지, 다니엘의 어깨가 굳어지고 몸을 크게 떠는 것이 다비드의 시선에 보였다. 그 모습에 다비드는 웃음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멍청하기 짝이 없었다. 차라리 메이브를 지극정성으로 챙기고 있는 다비드가 아닌, 다른 힘들어하는 지키지 못한 자를 속였다면 그는 이곳에서 빠져나갔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순결을 빼앗고, 목숨까지 가져가 버린 그가 말이다.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하지 그랬습니까? 다니엘 신관님.”

다비드는 굳은 표정으로 다니엘을 노려보았다. 지금까지 그가 속였던 것을 메이브가 믿었고, 그를 믿었던 것 때문에 조금은 힘들어했으니 말이다.

다비드는 다니엘이 이 신전에서 죽을 때까지 벗어나지 못하기를 바랐다. 그가 이 신전에 묶여 섬기고 있는 음욕의 신 타니아에게 그가 죽을 때까지, 그의 음욕을 가져가 말라비틀어질 때까지 벗어나지 못하기를 기도했다.

“약속…… 약속하셨잖습니까. 예? 메이브 님!”

다비드를 향해 말한다 해도 그가 듣지 않을 걸 알았는지, 다니엘은 고개를 돌려 그의 품에 안겨 있는 메이브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그마저도 다른 신관이 바닥에 떨어져 있던 하얀 천으로 다니엘의 입을 틀어막았기에 더 이상의 고성은 들려오지 않았다.

“이제 돌아가요, 메이브 님.”

다비드는 멍청하고 추악한 다니엘의 좌절을 잠시 지켜보다 몸을 돌려 거대한 홀의 문으로 걸어갔다. 근처에 서 있던 신관들이 문을 열어 주자, 다비드는 걸음을 옮겨 밖으로 빠져나왔다.

다비드가 고개를 살짝 돌려 안쪽을 바라보니, 문이 열린 것에 선택을 받지 못한 쟁취한 자들이 홀 밖으로 도망치려 뛰어왔다. 하지만 그마저도 하얀 신관복 안에서 무기를 꺼내 들고 입구를 막는 신관들에 의해 포기한 듯, 주저앉는 이들이 보였다.

“메이브 님.”

“……네?”

“많이 힘들었을 텐데,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비드는 복도를 지나 걸음을 천천히 옮겼다. 다비드의 어깨에 기대어 있던 고개를 들어 올린 메이브는 이 지옥 같은 신전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느릿하게 걷는 걸음걸이로 메이브가 주변을 둘러보니,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온몸을 씻어 냈던 곳이 보였다. 분수대처럼 생긴 저것이 정말 성수였는지, 아니면 그냥 물이었는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분수대를 쳐다보니 정말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다비드가 긴 복도를 메이브를 안은 채로 걸어갔다.

한참을 걸었을 때 처음 다니엘이 메이브를 데리고 왔던 신전의 앞까지 도달했다. 다비드가 그런 메이브를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 주자, 그 앞에 메이브와 다비드가 처음 타고 왔던 마차가 보였다.

“안녕하세요, 형제님들.”

근처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메이브가 놀라 고개를 돌리자, 난생처음 보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신관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러곤 메이브를 향해 손을 뻗었다. 다비드가 그런 신관의 행동을 멈추게 하려 했으나, 신관이 그보다 더 빠르게 메이브의 목을 감싸고 있던 검은색 목줄을 풀어냈다.

“힘들었던 교육을 이수한 것을 정말 축하해요.”

신관의 손에 들린 목줄은 불에 태워지는 것처럼 한순간에 재로 변해 사라졌다. 알싸하고 매캐한 향만을 남긴 채.

메이브는 멍한 표정으로 저릿한 손을 들어 목을 매만졌다. 지금까지 있었던 목줄이 사라진 것이 이상하다고 느꼈다.

“앞으론 더 좋은 일들이 여러분에게 가득할 거예요.”

메이브와 다비드를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한 신관은 한발 물러나며 두 사람이 지나온 입구로 걸음을 옮겼다. 메이브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다비드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동안 도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다비드 님.”

이제 정말 끝이라는 생각에 메이브는 안도와 조금의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더는 그와 같이 있으면 안 되겠다고 느꼈다. 메이브는 급하게 몸을 돌려 자신이 타고 왔던 마차로 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런 메이브의 팔목을 움켜쥔 다비드는 그가 마차로 갈 수 없게 만들었다.

“메이브 님, 우리의 내기는 이제 끝이네요.”

다비드의 말에 메이브는 끝까지 다비드가 자신의 이름을 모르는 것에 안도하며 웃었다. 메이브는 다비드에게 이제 서로 보지 말자고 말하려 했다.

“그렇죠. 에녹 메이브.”

다비드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들려왔을 때, 메이브는 믿고 싶지 않다는 얼굴로 멍하게 다비드를 바라보았다. 파르르 떨리는 입술이 메이브가 얼마나 놀랐는지 보였다.

다비드는 자신의 도박이 결국은 맞았다는 생각에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혹시 설마 했던 에녹가의 사람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으나, 메이브가 타려 했던 마차가 화려하기 짝이 없는 것을 보았을 때, 다비드는 메이브가 에녹가의 자식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제가 에녹가를 찾아갈 때까지 기다려요. 메이브.”

다비드가 고개를 살짝 숙여 메이브의 이마에 작게 키스하고는 아쉬운 듯 그의 검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헤집듯이 쓸어내리며 몸을 돌렸다.

그런 후, 메이브에게 등을 돌려 한쪽에 세워져 있던 그 하얀색의 화려한 마차를 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비드가 타고 있던 마차가 출발한 것을 보며 메이브는 그 마차가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서 멍하게 서 있었다.

“말도…… 안 돼…….”

끝까지 모를 거라 생각했던 다비드가 눈치챘다는 것에 메이브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입 안이 바싹바싹 말라가는 것을 느끼며 다급하게 마차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처음 신전에 들어와 벗었던 신발과 옷가지, 그리고 끈 팬티를 보고는 의자에 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이건 말도 안 된다고…….”

메이브가 탄 마차도 서서히 출발하기 시작했다. 풍경이 바뀌는 것을 보던 메이브는 마차에 있던 옷을 울 듯한 얼굴로 주워 입으며 몇 번이고 망했다, 큰일 났다를 중얼거리며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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