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여섯 번째 밤
시간은 빠르게 지나 아침의 태양이 다시 떠올랐다. 흐릿한 빛이 메이브의 얼굴에 내려앉자, 그는 눈을 뜨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뻑뻑한 눈을 몇 번 깜박이며, 이제 오늘 하루가 지나면 정말 마지막 교육밖에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어깨까지 올라와 있던 이불이 몸 선을 따라 흘러내리는 것을 잠이 덜 깬 얼굴로 잠시 내려다보다 반대편 침대에서 자는 다비드에게 다가갔다.
“아.”
다비드의 앞에 서니, 참 웃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나체로 방 안도, 밖의 복도도, 홀도, 어느 곳을 돌아다녀도 이제 부끄럽지 않다는 것이 말이다. 익숙해지고 싶지 않았는데, 이제는 정말 익숙해졌는지도 모른다.
그것을 생각하니 메이브는 어쩐지 어깨가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고개를 움직여 한쪽에 걸려 있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간이 7시를 가리키자, 메이브는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했다.
8시 30분, 1시, 7시의 식사 시간에 다비드의 성기를 품고 밥을 먹는 것도, 아침에 일어나 다비드의 것을 빨고 그의 비릿한 정액을 마시는 것도, 음욕을 덜어 내는 곳에서 손을 사용하지 않고 다비드에게 박혀 정액을 쏟아 내는 것까지. 무엇 하나 익숙해지지 않은 것이 없었다.
메이브는 한편으로 어쩌면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이미 몸이 망가지고, 정신이 이상해진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좋은 아침이에요.”
깊게 잠든 다비드가 듣지 못할 말을 하고 그의 침대 위로 서서히 올라갔다. 그러곤 살짝 벌린 그의 다리 사이에 들어가 그가 덮고 있던 이불을 이로 물어 복부까지 들어 올렸다.
아침이라 이미 발기되어 있는 다비드의 성기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메이브는 익숙하게 그의 다리 사이에 무릎을 꿇고 앉아 상체를 숙였다.
입가 근처에 문질러지는 다비드의 귀두를 혀로 핥으며 고개를 슬며시 숙였다. 입 안으로 다비드의 성기가 들어왔다. 혀가 눌리고 입천장이 문질러지는 것에 콧구멍을 크게 벌려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고개를 빠르게 흔들기 시작했다. 크게 벌린 턱이 아려 오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에 힘이 들어간 목이 당겨 올 무렵이었다.
“으음…….”
평소처럼 어느 정도 다비드의 성기를 빨고 있으니, 곧 그의 얼굴이 찡그러지며 낮은 신음을 내뱉는 소리가 들려왔다. 두 손이라도 풀려 있었다면, 성기를 붙잡고 흔들어 빨리 끝냈을 텐데, 아쉬움을 담고 메이브가 고개를 최대한 더 빠르게 흔들었다.
“하아…… 음, 메이브…….”
다비드가 잠에 취해 갈라진 목소리로 메이브의 이름을 불렀다. 흐리멍덩한 시선으로 자신의 다리 사이에서 성기를 빨고 있는 메이브의 모습을 가만히 보더니 상체를 천천히 일으켰다.
다비드의 복부까지 올려놓았던 이불이 흘러내려 성기를 빨고 있는 메이브의 머리에 내려앉았다.
다비드가 그 이불을 붙잡아 한쪽으로 치워 내고는 손으로 메이브의 머리카락을 살살 쓰다듬었다.
“좋은 아침이네요.”
다비드는 메이브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에 걸었다. 당장 움켜쥔 채 저 얼굴을 한 번에 내려 발기한 성기를 목구멍 안으로 밀어 넣고만 싶었다. 하지만 그런 감정을 꾹꾹 눌러 담으며 메이브의 머리와 귀를 매만졌다.
“츄읍…… 츕.”
메이브의 입에서 야한 물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있던 다비드는 손을 뻗어 움푹 들어가 있는 그의 등줄기를 쓸어내렸다. 부드럽고 단단했던 메이브의 살이, 그사이에 조금은 말랑거리게 바뀐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다비드는 그런 메이브의 몸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벌어져 있던 어깨와 대조되게 허리가 움푹 들어간 몸의 곡선이 조금 더 도드라진 것 같았다. 이러다 옷을 입으면 다른 자들이 힐끔힐끔 쳐다보지 않을까 걱정이 들 지경이었다.
“하아…….”
메이브의 몸을 보고 있던 시선을 돌려 자신의 성기를 빨고 있는 그 입을 바라보았다. 우물거리며 입술을 오므리고 위아래로 빠르게 흔드는 그 모습에 다비드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매일 아침, 이 모습을 볼 때마다 참기 힘들었다. 저 몸을 일으켜 손가락을 집어넣으면 수월하게 들어갈 구멍에 단단해진 성기를 박아 넣고만 싶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메이브가 너무 야하고 귀여워서 그런 것뿐이라고 생각하며 다비드는 오늘도 욕망을 내리누르는 것에 집중했다.
“크읏…….”
메이브가 한참 고개를 움직이자, 살갗이 붉게 물들고 목선에 핏줄이 도드라지며 메이브의 입 안에 다비드는 그 진한 정액을 쏟아 냈다.
“큽…….”
한순간에 내뱉어진 정액 때문인지, 메이브는 인상을 찌푸렸다가 다비드의 성기에서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입 안 가득 고인 정액이 조금 넘쳤는지, 그의 입술 밖으로 흘러내렸다. 곧 그의 목울대가 위아래로 흔들리며 꿀꺽, 소리가 방에 크게 울려 퍼졌다. 슬며시 벌어진 입술에서도 다 삼키지 못한 정액이 혀에 엉겨 붙은 것이 보였다.
메이브는 다비드의 정액을 전부 삼켜 내고 나서 다시 고개를 숙여 다비드의 성기에 묻어 있는 정액까지 혀로 핥아 먹었다. 그러자 다비드가 메이브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후…….”
다비드는 밤을 거의 지새운 시간, 시간이 빨리 가기를 원했다. 하지만 막상 메이브가 어젯밤 다비드가 생각한 데로 성기를 머금고 있으니 미칠 지경이었다.
이제는 밥 먹을 때마다 세 번 구멍에 집어넣고, 음욕을 뱉는 걸 도와주기 위해 음욕의 방으로 들어가 메이브의 안에 박아 넣는 거로도 모자랐다.
조금 더, 조금 더, 저 몸을 탐하고 싶었다.
“……다비드 님?”
혀로 텁텁한 입술을 핥고 입 안에서 혀를 굴리고 있는 메이브의 모습에 정신을 차린 다비드는 손을 뻗어 탁상에 올려놓았던 물 잔을 메이브의 입가에 가져갔다.
“물 먼저 마셔요. 입 텁텁하잖습니까.”
“……감사합니다.”
메이브는 다비드가 주는 물을 고스란히 받아 마셨다. 물 잔 가득 채워져 있던 물을 다 마시고 나서야 텁텁했던 입이 조금은 괜찮아진 것 같았다.
“오늘도 힘내 볼까요.”
“네, 오늘도 잘 부탁드려요. 다비드 님.”
“예, 메이브 님.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다비드는 자신의 앞에서 맑게 웃고 있는 메이브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차라리 교육이 일주일이 아니라 일 년이었으면 좋았다고 생각했다.
이젠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아쉬울 지경이었다. 정작 메이브는 빨리 시간이 가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몰랐지만 말이다.
“벌써 여섯 번째 교육이네요.”
“……예.”
교육도 참 이상했다.
첫 번째 교육은 누군가의 순결을 빼앗아라.
두 번째 교육은 쟁취한 자가 손가락으로 지키지 못한 자의 음욕을 덜어 내라.
세 번째 교육은 신전 주변 두 바퀴를 지키지 못한 자가 두 손으로 바닥을 짚고 쟁취한 자가 그 다리를 붙잡아 돌아라.
네 번째 교육은 신관이 상자에 넣어 준 요도 플러그와 유두 집게를 사용하라.
다섯 번째 교육은 지키지 못한 자가 쟁취한 자의 위에 올라타 허리를 흔들어 그들의 음욕을 덜어 내라.
이 모든 것이 성년식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교육들이었다. 다만, 이 안이 음욕의 신 타니아를 섬기는 것이었기에 어쩌면 이해가 가기도 했다. 그들이 원하는 음욕과 쾌락이 결국 신의 힘을 키워 주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오늘은…… 어떤 교육일까요.”
메이브의 말처럼 이번 교육은 다비드 역시 예상하기 힘들었다. 다만, 제발 이상한 교육이 아니기를 바랐다.
“분명, 괜찮을 겁니다.”
이게 다비드가 메이브에게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 어떤 교육이라도, 다비드가 해 주면 그만이었으니까 말이다.
***
일과를 빠르게 끝내고 메이브와 다비드는 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비드는 홀에 가까워질수록 이상하게 등 뒤가 찜찜했다. 꼭, 이번에는 자신이 원하는 것처럼 쉽지는 않을 거라고 말하는 것처럼.
다비드는 긴장이 되자, 입 안에서 혀를 차고 메이브를 내려다보았다.
메이브 역시 다비드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홀에 다가갈수록 등줄기가 오싹해지는 것에 불안감이 조금 생겨났다. 어떤 교육이라도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것과 무색하게 오늘은 힘들 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으니 말이다.
“…….”
두 사람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홀 안으로 들어갔다. 여섯 번째 교육을 받기 위해 들어온 홀은 오늘따라 사람이 별로 남아 있지 않았다. 어쩌면 다비드의 말대로 지키지 못한 자들이 청탑으로 끌려가 짐승처럼 굴려지고 있어서 없는 걸지도 몰랐다.
다비드가 이끄는 대로 메이브가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서 있으니, 홀 문 쪽으로 알란이 들어오는 게 보였다.
그런 알란의 모습을 지켜보던 메이브는 문득 시간이 지날수록 쟁취한 자들이 교육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에 지키지 못한 자들이 청탑으로 끌려갔을 것이다. 그러니 정말 홀 안에 사람이 없는 것일지도 몰랐다.
마지막으로 홀 안으로 들어온 신관이 주변을 둘러보더니, 이제 정말 사람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그러자 팔다리에 오스스 소름이 돋아난 메이브가 주춤, 뒷걸음질을 치고 다비드의 등 위에 자리 잡았다.
“자, 이제 들어오시죠.”
앞에 서 있던 신관의 말에 문밖에 서 있던 신관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전과 다른 것은, 교육을 받지 않으려 하던 쟁취한 자를 억지로 끌고 들어오는 기이한 광경이 펼쳐졌다는 점이었다. 짜증이 난 것처럼 보이는 쟁취한 자들을 홀 안에 풀어놓는 순간, 먼저 들어왔던 신관의 입이 벌어졌다.
“자. 자신의 지키지 못한 자가 없는 쟁취한 자는, 지금 이곳에 마음에 드는 지키지 못한 자에게 가세요.”
그에 지키지 못한 자가 없는 사람에 포함되어 있던 알란이 다비드와 메이브를 향해 긴 다리를 움직여 빠르게 다가왔다. 다니엘이 그런 알란의 모습에 얼굴을 와락 찌푸리며 메이브를 뒤에 숨기듯, 알란을 노려볼 때였다.
“오늘 여섯 번째 교육은 지금껏 음욕을 덜지 못한 쟁취한 자의 음욕을 덜어 줘야 하는 겁니다.”
메이브도, 다비드도 그 말뜻을 이해하지 못해서 신관을 잠시 쳐다보았다.
“지키지 못한 자가 잘못해, 자신의 짝이 없는 쟁취한 자는 이미 음욕이 많아졌으니. 이 안에 있는 지키지 못한 자가 앞과 뒤로 쟁취한 자의 음욕을 풀어 주어야 합니다.”
신관의 말뜻은 정확히, 메이브가 다비드를 포함하여 다른 한 사람과 같이 관계를 맺으라는 말이었다. 메이브는 이런 교육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기에 얼굴이 하얗게 변해 다비드를 쳐다보았다.
다비드 역시 이런 상황은 예상치 못했기에,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욕설을 내뱉었다. 그런 두 사람 근처로 다가온 알란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기분 좋게 웃었다.
“어쩌겠어. 교육이잖아?”
알란의 장난기 섞인 목소리와 함께 신관의 목소리가 홀에 울려 퍼졌다.
“만약 못 하겠으면 홀에서 나가도 됩니다.”
정말 홀에서 나갈 지키지 못한 자는 없을 터였다. 여기서 못 하겠다고 홀에서 나가는 순간 교육을 받지 않는 것이니, 그 뜻은 벌을 받겠다는 의미였으니 말이다.
다비드 또한 그것을 알기에 으득, 소리 나게 이를 갈고 눈앞에 있는 알란의 팔뚝을 움켜쥐었다.
“……이번에는 상황이 어쩔 수 없으니 이해하겠지만. 한 번만 하고 당장 이 자리에서 나가.”
다비드가 억눌린 목소리로 알란에게 말하자, 알란은 입꼬리를 비릿하게 올리며 웃고는 다비드의 등 뒤에 있는 메이브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러곤 고개를 내밀어 다비드의 귓가에 속삭였다.
“이봐. 여기서 그나마 내가 제정신일 거라 생각하지 않아?”
“…….”
“내가 먼저 여기로 안 왔으면, 네가 지키려던 저거 망가졌을지도 몰라.”
“그 입, 다물어.”
“이런, 무서워서 빨리하고 나가야겠네.”
알란은 지금 이 상황이 즐거워 미치겠다는 얼굴로 소리 내어 웃었다. 그사이 다른 이들도 다비드와 알란의 주변을 힐끔거렸지만, 메이브의 옆에 덩치 큰 두 명이 서 있는 것에 결국 다른 이를 물색하듯 서서히 사라졌다.
“그러니까 오늘 잘 부탁해, 메이브.”
알란은 자신의 팔뚝을 힘주어 붙잡고 있던 다비드의 팔을 뿌리치듯 내려놓으며 메이브에게 말했다. 메이브는 바보 같은 얼굴로 알란의 팔에 생긴 붉은 손자국을 한번 쳐다보다가 고개를 들어 다비드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이 상황이 화가 난 것인지, 다비드의 어깨가 작게 떨리고 있었다. 메이브가 보지 못한 시선 속에서 다비드의 표정은 구겨질 대로 구겨져 있었다.
메이브는 입을 달싹이다 점차 자신에게 다가오는 알란에 주춤, 뒤로 물러났다. 그러다 등 뒤로 차가운 벽이 닿았을 때 메이브는 더 이상 도망갈 수 있는 공간이 사라졌다.
“왜 도망가. 너도 벌 받기는 싫잖아?”
비릿하게 웃고 있는 알란의 눈은 흉흉하게 빛이 났다.
“그리고, 네게 궁금한 것도 있고.”
메이브는 그 말에, 두 번째 밤에 알란이 방으로 찾아왔을 때 그를 쫓아내기 위해 했던 말을 떠올렸다.
‘흑곰이 사냥개를 물어뜯으러 올 거예요.’
‘흑곰은 지금 사냥개가 하려는 일을 막고 있어요.’
‘사냥개가 집으로 돌아가면, 사냥개가 좋아하고 사용했던 물건이 사라졌을 거예요.’
‘흑곰이 가져갔어요. 그리고 그 흑곰이 사냥개의 목을 뜯으러 올 테니, 조심하세요.’
아놀드 알란, 명예를 중시하는 사냥개라는 이름을 가진 그와 비슷한 이름을 가진 소설 속 조연이 있었다.
아니, 어쩌면 메인수였던 데이비드를 넘보고 있던 서브공인 메이브와 비슷한 비중을 가진 서브공 중 하나였다.
에보니 아더, 흑단처럼 새까만 곰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는 메이브의 눈앞에 서 있는 알란과 시시때때로 싸움이 붙었다. 서로를 원망하고 기피하며, 싫어하던 그들은 언제나 서로의 영역을 침범해 소중히 여기고 있는 것들을 빼앗고 망가트렸다.
그렇기에 ‘마이 홀’ 속의 메인수였던 데이비드에게 마음을 두었던 알란과 그 알란의 것을 빼앗기 위해 움직였던 아더.
결국, 두 사람의 마음을 전부 가져갔으나 그 끝은 데이비드의 파멸이었다.
“……그래서요?”
메이브는 그 순간 왜 알란을 쫓아내기 위해 저런 말을 했는지 후회했다. 하지만 그때로 돌아갔다면 메이브는 다시 알란에게 저런 말을 할 터였다.
알란은 쉬운 존재가 아니었다.
‘내가 네 목을 틀어잡고 조여 오면, 컥컥 소리 내고 고통스러워하며 울면서 말해 주겠지.’
흑곰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이 말로 협박할 정도로 알란은 누군가를 때리는 것보다 죽이는 게 더 쉽다고 생각하는 이였으니 말이다. 명예로운 사냥개? 웃기지 마라. 알란은 피에 미친 광증의 사냥개와 같았으니 말이다.
“내가 네게 궁금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 같은데. 이제는 말해 주는 게 어때?”
“그때도 말씀드렸잖아요. 누구한테 들었는지는 말할 수 없다고. 그리고 그 말을 하게 되면 알란 님이 더 제게 알게 될 무언가가 없으니 저를 죽일 것이 분명한데, 제가 왜 말씀드려야 하나요.”
메이브의 심장이 너무 쿵쿵 뛰어서 입 밖으로 뛰쳐나갈 것만 같았다. 하지만 메이브는 자신이 겁을 먹고 놀랐다는 것을 알란에게 들킬 수 없었다. 만약 들키게 되면 지금 겨우 잡은 저가는 실 같은 목줄이 툭, 끊어질 것이 분명했다.
목줄이 끊어진 알란은 커다란 입을 벌려 메이브를 한입에 잡아먹을 수도 있었다. 메이브도 ‘마이 홀’에서 알란의 역할을 알고 있기에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최대한 자신의 동요를 숨기려 했다.
“이런, 그때 약속은 지켜 주었는데 말이지. 그것을 떠나 내가 생각보다 많이 지켜 줬잖아?”
알란의 두 눈이 메이브를 담았고, 그가 다리를 움직일 때마다 그 거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꼭, 사냥개에 잡히는 여린 짐승이 된 듯 굳어진 채로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메이브는 가만히 알란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이미 심장은 몸에서 뚝 떨어져 나간 것 같기에 메이브는 숨을 멈추고 기절하고만 싶었다. 점점 가까이 오는 알란과 목으로 다가오는 듯한 그 손에 메이브가 헛숨을 들이켜는 순간이었다.
뒤돌아 있던 다비드가 한순간 몸을 돌려 메이브에게 손을 뻗고 있던 알란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말했을 텐데. 한 번 하고 당장 이 자리에서 나가라고.”
“이런, 그러기에는 내가 아쉽지 않겠어? 생각보다 많이 도와줬잖아?”
“하…… 명예를 지키는 사냥개라더니.”
“명예? 지키기는 하지. 근데 일을 시켰으면 보상은 줬어야지.”
알란은 그 말을 끝으로 자신의 손목을 잡고 있는 다비드의 손을 움켜쥐었다. 우득, 뼈가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다비드의 손끝이 살짝 떨려 왔다. 살짝 일그러진 표정을 지은 다비드가 힘을 주며 알란에게 버티려 했다.
메이브가 두 사람을 보기에는 그 힘이 비등비등하다 못해, 알란이 조금 더 강한 것 같았다. 이대로라면 다비드가 힘으로 밀릴 것 같았다.
“그 보상, 여기서 나가면 주면 되는 거 아닌가.”
다비드가 입술을 짓누르며 억눌린 말을 내뱉고는 알란의 손을 뿌리치듯 놓았다. 다비드의 손에서 자유로워진 알란은 자신의 손에 힘을 주는 듯하더니 다비드를 쳐다보며 비릿한 웃음을 머금었다.
“어쩌지. 난 지금 여기서 받을 생각인데.”
“……뭐?”
“어차피 교육도 지키지 못한 자를 먹어야 하는 거고. 내가 아닌 딴 놈이 왔으면 네가 지키려던 저놈.”
알란은 손을 뻗어 벽에 기대어 있던 메이브의 팔을 움켜쥐고 한순간에 앞으로 끌어당겼다. 그의 어깨를 손으로 움켜쥐고 품에 안은 알란은 그 어깨에 턱을 기대며 눈앞에 있는 다비드를 쳐다보았다.
“망가졌을 텐데. 이것도 보상을 받아야 하지 않겠어?”
“……네 녀석이 오지 않았다면 내가 알아서 치웠을 거다.”
“그래서?”
알란은 메이브의 어깨를 잡고 있던 손을 서서히 움직여 메이브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 품 안에 안겨 있던 메이브가 몸을 움찔 떨며 당황해하자 다비드가 한걸음 다가와 메이브의 가슴을 잡고 있던 알란의 손을 붙잡았다.
“아파하잖아.”
“그걸 내가 신경 쓸 필요는 없는 거고. 난 내가 알고 싶은 정보를 이 녀석이 내게 주거나, 아니면 그에 걸맞은 보상을 받아야겠는데.”
이곳에서 지금 다비드가 알란에게 줄 수 있는 보상이 있을 리 없었다. 결국 그 보상 역시 메이브의 몸으로 받아 내겠다는 듯이 말하는 알란의 표정은 즐거워 보였다.
그는 어쩌면 다비드가 화를 내는 것이 마음에 드는 걸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메이브를 괴롭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껴 있는 메이브는 미칠 것만 같았다. 지금 손목을 움켜쥐고 있는 알란의 손 때문에 손목이 아파졌고, 가슴을 한순간 비틀듯이 잡았던 아귀의 힘에 다비드가 그 손을 떨어트렸는데도 불구하고 욱신거렸다.
“그래서 어떻게 할래? 메이브.”
지금 이곳에서 가장 위는 알란이었다. 다비드 역시 메이브가 벌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해 알란이 아니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필요했다. 하지만 아까 그 상황에서 이미 뿔뿔이 흩어진 쟁취한 자들은 이미 자리를 잡고 지키지 못한 자를 탐하고 있었다. 남은 쟁취한 자가 없는 상황에서 알란의 도움은 꼭 필요했다.
메이브도 그것을 알기에 아랫입술을 깨물며 어떻게 저 사냥개의 마음을 동하게 만들어야 할까, 머리를 굴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편으로 ‘마이 홀’ 소설을 썼던 작가를 원망했다. 안에 나오는 조연이나, 주연이나 모두 미친놈들이었으니까 말이다.
“원하는 게…… 무엇인지 말해 주셔야죠.”
최대한 목소리를 떨지 않게 말하려 했지만, 메이브의 목소리는 작게 떨리고 있었다. 그 동요를 알게 된 알란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메이브는 이미 머릿속으로는 바닥에 주저앉아 기절하고도 남았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도 없는 이 상황에서 정신만 피폐해지는 것만 같았다.
“그 이야기를 해 준 사람이 누군지는 알려 주지 않을 테니, 그 흑곰이 내가 좋아하고 사용했던 무언가를 가져갔는지 그걸 말해야 할 거야.”
메이브는 그 말에 숨이 턱 막힐 것 같았다. 왜냐하면 메이브가 읽은 소설에서 사냥개가 성년식을 치르고 돌아간 날, 그 집을 흑곰이 헤집었다는 것을 읽었으나, 무언을 가져갔는지는 알지 못했다.
“……당신이 가장 소중하게 사용하던 물건이에요.”
하지만 나중에 소설에 나오던 내용 중, 알란이 그 물건을 찾기 위해 흑곰에게 향했으니 분명 알란이 소중하게 생각했던 물건이라는 것은 맞았다.
“그러니까 그 물건이 무엇일까, 메이브.”
메이브는 입을 달싹였다. 알란이 소중하게 대하는 물건이 무엇인지, 무엇을 말해야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그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이 복잡했다.
무기? 무기일 수도 있겠지만 저 미친개라면 사람일 수도 있었다. 사용하는 물건, 그게 정말 물건인지, 아니면 생물인지는 몰랐다.
메이브는 손목을 잡고 있던 알란의 손이 슬며시 팔뚝을 쓸고 올라가는 것을 느끼며, 자신이 읽었던 소설 속의 알란을 떠올렸다.
그리고 지금 알란이 메이브가 가진 것이 어느 정도의 정보인지 묻는 것 같았다. 메이브는 얼굴을 일그러트린 채 알란을 노려보면서도 자신을 보며 걱정하는 다비드의 눈빛을 보고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베…… 벨리카를 가져갔어요.”
이건 도박이었다. 벨리카를 가져갔는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가져갔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알란은 여기에 있었고, 그가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는 아더가 무엇을 가져갔는지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메이브는 입이 바싹바싹 말라가는 것을 느끼며 입에 침을 모아 숨을 삼켰다.
“……벨리카를 가져갔다고?”
낮게 중얼거리는 알란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메이브는 그 목소리에 알란이 이 말을 조금은 믿는구나 싶었다.
벨리카는 소설 속에서 알란이 애정하며 사용하던 물건이었다. 커다란 대도처럼 생긴 그것은 어찌 보면 도끼처럼 두꺼운 무기였다. 알란이 그런 큰 대검을 손에 움켜쥐고 사람의 목을 치는 걸 즐기는 미친놈이라는 서술이 있었다.
“그거 재미있네.”
낮은 알란의 목소리에 메이브는 목선부터 온몸에 소름이 돋아나는 것만 같았다. 소름 끼치다 못해 화를 누르는 목소리에 메이브는 입에 모았던 타액을 겨우 삼켜 냈다. 메이브의 목울대가 작게 흔들리며 꿀꺽 소리를 내자, 알란은 고개를 살짝 숙여 메이브의 목에 걸려 있던 검은색 목줄을 이로 깨물고는 작게 속삭였다.
“그게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모르겠는데. 일단은 이 상황이 지나고 보자고.”
“보기는 뭘 봅니까. 이 순간이 끝나면 당신과 다시는 엮일 일이 없을 겁니다.”
다비드는 메이브의 손을 붙잡아 잡아당겼다. 주춤, 메이브의 몸이 흔들리며 메이브를 안고 있던 알란의 손이 떨어졌다.
메이브가 다비드의 품에 안겼다. 시원하면서도 따듯한 그 체취에 메이브는 조금 안정이 되는 것 같았다. 속으로 한숨을 되삼키며 고개를 살짝 돌려 알란을 쳐다보았다.
그는 지금 너무 즐거워 미치겠다는 듯, 입꼬리가 광대까지 올라가 있었다. 하지만 두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그것이 더 소름 돋아 메이브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럼, 나는 어디를 쑤셔 줄까? 앞? 뒤?”
알란의 말에 메이브의 몸은 굳었고 다비드는 얼굴이 일그러졌다.
“말 한번 천박하게 하는군.”
화가 나 보이는 얼굴의 다비드가 알란을 쳐다보며 말했으나, 알란은 다비드의 말이 우스운 듯 소리 내며 웃었다. 그러곤 손가락으로 신관을 가리키며 다비드를 쳐다보았다.
“그렇게 말할 시간이 없을 텐데?”
그 말이 맞았다. 이곳에서 가장 여유로운 이는, 지키지 못한 자가 없는 쟁취한 자들밖에 없었다. 그들은 그저 자신의 욕망을 없애기 위해, 어쩌면 하고 싶다는 이유로 홀 안에 남아 있는 지키지 못한 자들에게 향한 거였다.
다비드 또한 그것을 알고 있기에 알란의 말에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그저 메이브를 안고 있는 손에 힘을 주고 알란을 노려보는 것밖에는 말이다.
다비드는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알란의 얼굴에 주먹을 내리꽂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는 사실에 답답했다.
다비드의 고개가 살짝 내려가 품에 안겨 작게 떨고 있는 메이브를 내려다보았다. 겁을 먹은 것이 분명한 메이브의 모습에 다비드는 심장 한쪽이 아려 왔다.
벌을 받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곳에서 어떻게든 메이브를 지키고 싶었다. 그렇기에 선택을 해야 했다.
“빨리 말해. 앞뒤, 어느 쪽?”
천박하다 못해 배려 없는 그 말에 메이브의 몸이 움칠 떨렸다. 정말, 알란의 말은 메이브를 사람으로 보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그저 한 개의 도구처럼 다루는 듯한 말투와 목소리 톤에 메이브는 눈을 질끈 감았다.
누구와 해도 상관없는 걸까, 아니면 다비드와 함께였기에 괜찮았던 걸까. 메이브의 머릿속은 점점 더 복잡해졌다.
“…….”
다비드 또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여섯 번째 교육을 끝내려면 알란은 메이브의 입과 구멍 중 어느 한 곳을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다비드는 그 무엇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누가 메이브의 몸에 손을 대는 것조차 싫었다. 상황 때문에 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메이브를 품에 안은 힘이 좀처럼 풀어지지 않았다.
“시간이 아까운데. 아니면 내가 고를까?”
결국 기다리다 지친 알란이 다비드와 메이브의 곁으로 한 발짝 다가왔다. 그런 두 사람의 품에 몸이 닿은 메이브는 눈을 질끈 감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 가는 숨이 다비드의 가슴 한편을 간질이게 될 때쯤 다비드는 결정을 내렸다.
“……앞.”
“뭐 좋아.”
“그 이상은 안 돼.”
다비드가 허용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끝이었으나, 알란의 표정은 그런 다비드의 말을 귓등으로 듣는 것처럼 신경 쓰지 않았다.
다비드가 품에 안고 있던 메이브를 조심스럽게 떨어트리고 한 걸음 물러났다. 주춤, 메이브가 몸에 힘을 주려던 순간 알란은 그런 메이브의 머리를 붙잡고 한순간에 꼿꼿하게 서 있던 메이브의 상체를 내리눌렀다.
“그럼, 빨아 봐.”
배려 없는 행위에 메이브의 상체가 한순간에 꺾여 알란의 반쯤 서 있는 성기에 코끝과 입술이 문질러졌다. 그에 메이브의 얼굴이 단번에 일그러졌다.
그런 메이브의 모습에 다비드 또한 손끝이 움찔 떨려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비드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 사실을 다비드 또한 잘 알고 있기에 손을 움켜쥔 채 화를 삭일 뿐이었다.
“빨리 끝내야지, 멍청하게 가만히 서 있을 거야?”
줄 끊어진 인형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메이브와, 다비드를 향해 답답하다는 듯 알란이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정신을 차린 다비드가 손을 뻗어 메이브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그 손끝에서 메이브가 가늘게 떨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너도 움직여야지.”
알란은 메이브의 입에 손가락을 쑤셔 넣으며 다물려 있던 입을 억지로 벌렸다. 벌어진 입이 아프다고 느끼기도 전에 알란은 아직 제대로 서지 않은 성기를 메이브의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
배려 없이 한순간에 목구멍 안까지 들어오는 물컹거리면서도 단단한 촉감에 메이브는 눈을 질끈 감으며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랐다.
최대한 혀를 움직여 입 안 가득 채워진 성기를 툭툭 건들며 빨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이 알란에게는 만족스럽지 않았는지, 입 안에 넣었던 손가락을 거칠게 빼내며 메이브의 고개를 양손으로 붙잡았다.
메이브가 그 손에 정신이 팔리는 순간, 알란은 거칠게 메이브의 얼굴을 앞뒤로 흔들기 시작했다. 그런 메이브의 입에서 알란의 성기가 빠져나왔다가 다시 깊숙하게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얼마나 깊게 들어가는지, 검은색 목줄 안에 목선이 부풀었다가 가라앉는 것이 보일 정도였다.
“후, 그래도 목구멍은 잘 조이네.”
“우……욱.”
헛구역질이 올라오며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흔들리는 머리에 어지러웠고,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웠다.
메이브는 두 손으로 알란의 허리와 팔을 붙잡고 자신의 머리를 움켜쥐고 있는 손을 떨어트리고만 싶었다. 하지만 등 뒤로 묶여 있는 두 손은 아무리 힘을 주어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의 힘은 이미 다비드와 맞먹다 못해 더 강할 정도였기에 메이브가 오로지 고개에 힘을 준다고 해도 이길 수는 없었다.
그저 욕망 배출시키는 인형처럼 그 단단한 손에 머리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그 정도로 능력이 없다는 것에 메이브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려야 했다.
“끄…… 욱.”
입 안은 텁텁해졌고, 말랑거렸던 그 살덩이가 점점 두꺼워졌다. 지금까지 다비드와 함께했던 그 순간이 얼마나 다정했던가를 알 수 있었다.
메이브는 정신조차 차리기 힘들었다. 목구멍은 따가웠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얼굴은 열에 터질 것처럼 뜨거웠다.
“죄송합니다.”
그런 메이브의 귓가에 다비드의 낮은 목소리가 들린다 싶었을 때, 엉덩이를 벌리는 손길이 느껴졌다. 하지만 머리를 움켜쥐고 있는 알란의 손과 다르게 다정했다. 그에 질끈 감았던 메이브의 눈이 번쩍 떠질 수밖에 없었다.
안 돼, 안 돼.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말을 목구멍 안에서 소리친 메이브는 몸을 작게 움찔거렸다.
하지만 그 소리 없는 표현을 모르는 다비드는 단단하게 발기되어 있는 성기를 오물거리며 움찔거리는 메이브의 구멍에 문질렀다.
“후……욱. 우으…….”
“뭐야? 네 것을 넣어 준다고 좋아하는 거야? 후, 조임이 더 강해졌는데?”
알란의 목소리가 메이브의 귓가에 들어오지도 못했다. 안 되는데, 하는 생각만 가득했던 그 순간, 다비드의 성기가 결국 메이브의 구멍 안을 벌리고 느릿하게 안으로 들어왔다.
메이브는 정말 머릿속이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뼈 마디마디가 벌어지고 아래로 들어오는 성기는 익숙하게 메이브가 느끼는 부분을 쳐올렸다.
힘이 풀리는 두 다리가 부르르 떨려 왔고, 발정 난 짐승처럼 그 한 번의 움직임에 발기되어 있던 성기가 크게 흔들려 하얀 바닥에 정액을 후드득 뿌렸다.
메이브는 순간적으로 눈물이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쉴 틈이 없다는 것처럼 다비드의 움직임과 알란의 허리가 엇박자로 움직였다.
그런 두 사람 사이에서 메이브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앞뒤로 흔들렸다.
다비드가 허리를 빼내었다가 다시 안으로 처박는 순간, 알란의 성기가 목구멍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왔고, 알란이 허리를 빼고 다시 안으로 깊게 넣는 순간, 숨이 막히면서 몸이 뒤로 밀려 다비드의 성기를 구멍으로 오물오물 삼켜 냈다.
“크읏…….”
낮은 신음과 열기가 이리저리 뒤섞였다. 메이브는 온몸이 뜨겁다 못해 더웠다. 아니, 숨을 쉬지 못해 뇌가 녹아내리는지도 몰랐다. 눈을 뜨고 앞을 바라보면 단단한 알란의 근육이 보였지만, 그마저도 눈에 가득 채워지는 눈물에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흔들리는 몸에 눈에서 흐른 물이 볼 아래로 흘러내렸다. 코는 막혀 오고 숨도 쉴 수조차 없었다. 조금이라도 숨을 쉬기 위해 입을 최대한 벌리고 혀로 그 단단해진 성기를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그 행동이 어리석다는 듯, 메이브의 마음처럼 되지는 않았다.
“하아.”
숨이 막히고 정신을 차리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앞과 뒤에 들어온 성기가 아직 전부 커지지 않았다는 듯 점점 더 그 크기를 키우는 것에 메이브는 소리 없이 울며 헛구역질을 삼켰다.
이건 그냥 교육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꼭 사람이 아닌 인형처럼 대해지는 듯했다.
“메이브…… 메이브 님…….”
살갗이 부딪치고 야한 물소리가 뒤섞이는 소리가 주변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것보다 메이브를 더 울게 만드는 것은, 분명 힘들고 싫은데도 자신의 몸이 느끼고 있다는 거였다.
한번 싸 내고 고개를 내렸어야 할 성기는 단단하게 발기된 채로 그 움직임에 맞춰 흔들렸으니 말이다.
차라리 빨리 끝내고 싶어 메이브는 입을 최대한 오므리고, 볼을 움푹 들어가게 입 안에 들어온 성기를 빨아들였다. 알란이 빨리 싸면 이 시간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란 역시 다비드처럼 지루였던 건지, 입 안에서 들락날락하는 성기가 이미 삼키지 못한 타액으로 범벅되어 바닥으로 선을 그려 떨어지고 있는데도 그 진득한 정액을 쏟아 낼 생각을 하지 않았다.
“후, 생각…… 보다 괜찮은데.”
턱이 아파서 입술 끝이 파르르 떨려 오는 메이브에게 알란의 목소리는, 꼭 지옥 끝에서 손이 올라와 발목을 움켜쥐고 내려가게 만드는 기분이 들게 했다.
“후……으 웅…….”
빨리 끝내 달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메이브는 이곳에 와서 자신의 뜻대로 되는 것이 단 하나도 없었다.
메이브는 사실상 포기한 것처럼 몸에 힘을 풀었다. 후들거리던 다리도, 중심을 잡지 못하는 몸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어차피 바닥에 주저앉을 일이 없었다. 다비드가 메이브의 허리를 힘주어 쥐고 있으니 넘어지고 싶어도 넘어질 수 없었다.
중심을 잃고 쓰러지고 싶어도 그것마저 되지 못했다. 얼굴을 움켜쥐고 있는 알란의 손아귀에 고개를 흔드는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저 메이브는 이 순간이 빨리 끝나기를 바랄 뿐이었다.
“하아, 큭…….”
다비드의 허리가 움직일 때마다 그의 골반과 메이브의 엉덩이가 부딪히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시간이 점점 흐르니 메이브의 양쪽 엉덩이가 복숭아처럼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포기한 얼굴로 메이브의 몸이 한참 앞뒤로 흔들렸을 때, 용암이 지나간 것처럼 후끈거렸던 목구멍 안으로 진득하다 못해 끈적이는 정액이 쏟아지는 것을 느꼈다.
입 안에서 알란의 성기가 빠져나가는 순간, 메이브는 지금까지 제대로 쉬지 못했던 숨을 토해 내며 거센 기침을 쏟았다.
“컥. 악……!”
하지만 그마저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기침을 내뱉는 순간, 알란이 목구멍 안에 쏟아 냈던 정액이 입술 아래로 흘러내리려 했다. 그러자 알란은 메이브의 입을 틀어막고 정액과 타액으로 범벅된 성기를 흔들며 메이브의 귓가에 속삭였다.
“원하는 걸 넣어 줬는데, 아깝게 뱉어 내면 안 되지.”
메이브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이런 것을 원한 적이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정말 원한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벌을 받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지금 알란이 메이브의 입 안에 쏟아 낸 정액은 메이브가 원했던 거였으니까 말이다.
“삼켜.”
메이브는 알란의 목소리에 울 것 같은 서러운 마음을 억누르며 입을 꾹 다물고 끈적이는 정액을 삼켰다. 목구멍 아래로 끈적이는 감촉은 삼켰는데도 불구하고, 입 안과 목 안에 걸린 것처럼 남아 있는 듯했다.
메이브가 삼킨 것을 보고 나서야 알란의 손이 그의 입에서 떨어졌다. 그 순간, 허리를 흔들고 있던 다비드의 움직임이 서서히 멈추고는 메이브의 안에 그 뜨듯하고 진득한 정액을 쏟아 냈다.
구멍이 벌어져 안을 가득 채운 정액이 오물거리는 구멍 사이로 흘러내려 허벅지와 바닥을 더럽혔다.
이제 끝나는 걸까 싶었을 때, 알란이 굽혀 있던 메이브의 상체를 일으켜 다비드의 가슴에 기대게 했다. 다비드가 그런 행동에 정신을 차리기도 전, 알란은 그 더러워진 성기를 다비드의 성기를 맛있게 삼키고 있는 메이브의 구멍 주변에 문질렀다.
“지금…… 뭐 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다비드가 다급하게 알란의 몸을 밀어내려 했지만, 다비드의 손이 떨어지려는 순간 메이브의 몸이 바닥으로 휘청거렸다.
다비드가 다급하게 메이브의 허리에 팔을 둘러 넘어지지 않도록 부축하며 다른 손으로 알란의 가슴을 밀어냈다. 하지만 알란은 그 상황이 웃긴 듯, 자신의 가슴을 밀고 있는 다비드의 손을 무시한 채 메이브의 구멍에 자신의 성기를 문질렀다.
“잘 들어가겠는데.”
“시…… 싫어!”
천천히 밀려들어 오는 감각에 메이브가 고개를 흔들며 알란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이미 목구멍을 긁어 내던 저 단단한 것에 메이브의 목소리는 잔뜩 쉬고 작아져 있었다.
“내가…… 말했을 텐데. 한 번 하고 나가라고!”
“그래, 말했지. 그런데 내가 그렇게 한다고 말하지는 않았잖아?”
화가 단단히 난 얼굴로 다비드가 소리쳤지만, 알란은 그런 다비드의 표정이 우습다는 듯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고개를 쭉 내밀고는 다비드의 두 눈을 바라보며 속삭이듯 말했다.
웃기게도, 알란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아까 다비드가 알란에게 한번 하고 당장 이 자리에서 나가라고 했을 때도 알란은 그 대답을 회피하듯, 자신이 오지 않았다면 메이브가 망가졌을 거라 말하며 대답하지 않았다.
그마저도 다비드가 화난 목소리로 알란을 노려보며 말했을 때, 장난 섞인 목소리로 빨리하고 나가야겠네, 하며 그 대답을 끝까지 하지 않았다.
“……알란.”
이를 갈며 알란의 이름을 속삭이듯 말하는 다비드가 메이브를 지키려는 듯 몸을 끌어안았지만, 그 앞은 그대로 알란에게 노출되어 있었기에 도움이 되는 것은 없었다.
알란과 힘이 비등비등하더라도, 다비드는 지금 메이브가 넘어지지 않게 그 몸을 끌어안고 한 손으로 알란을 막고 있기에 막을 수조차 없었다.
다비드가 알란을 막기 위해서는 메이브를 부축하는 손을 내려놓아야 했지만, 만약 그렇게 해서 메이브가 바닥에 넘어졌을 때 그대로 이곳에서 도망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다비드의 눈에도 메이브의 두 다리가 덜덜 떨려 와서 바닥에 넘어지면 옴짝달싹하지 못할 것이 뻔히 보였다. 그렇게 돼서 알란과 다비드가 싸우고 있는 사이, 메이브가 다른 쟁취한 자에게 붙잡힐 수도 있었다.
“……원하는 게 도대체 뭡니까!”
결국 다비드가 메이브를 지키기 위해서는 알란과 딜을 해야 했다. 알란이 원하는 것을 하나 들어주고, 메이브를 지켜 주는 것이 더 나은 상황이었다.
메이브도 그것을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다. 살짝 숙여진 고개로 보이는 알란과 다비드의 힘 싸움이 메이브에게 보였지만, 한 손으로 버티는 다비드가 조금은 버거워 보이는 것도 말이다.
“같이 박자고. 보상도 못 받았는데 이 정도는 받아야 내가 만족할 수 있을 것 같거든.”
알란의 성기가 오물거리는 메이브의 구멍 주변을 문질렀다. 그 말뜻이 무엇인지 명확했기에 다비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
이 문제는 다비드가 대답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만약 다비드에게 무언가를 달라고 했다면 다비드는 메이브를 지키지 위해 손해를 보더라도 알란에게 건네주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알란이 원하는 것은 다비드가 예상한 것과는 너무 멀었고, 지금 이 선택은 오롯이 메이브가 결정할 문제였다. 이것을 다비드가 고르는 것은 그 선을 너무 넘어가는 거였다.
“……제가 무엇이 사라졌는지도…… 말씀드렸잖아요.”
힘없는 목소리로 메이브가 중얼거렸다. 그 작은 속삭임을 들은 알란은 크게 소리 내며 웃고는 메이브를 내려다보았다. 푹 숙이고 있는 고개 때문에, 그 얼굴이 어떻게 일그러졌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알란은 메이브의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되어 일그러지지 않았을까 상상했다.
“설마, 겨우 그걸로 내가 만족할 거라 생각한 거야?”
“…….”
“순진한 건지, 멍청한 건지 모르겠네.”
알란은 손을 들어 메이브의 턱과 볼을 함께 움켜쥐고는 숙여 있던 얼굴을 억지로 들어 올렸다. 메이브의 양 볼이 알란의 손가락에 짓눌려 입술이 불룩 튀어나왔다. 아까 알란이 성기를 메이브의 입술에 거칠게 문질러서 그런지, 그 입술은 조금 부어 있었다.
알란이 생각했던 대로,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혼란스러워 보이면서도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난 듯 일그러져 울화가 보였기에 알란은 어깨를 떨며 즐겁다는 듯 작게 소리를 흘리며 웃었다.
“그걸로 끝내고 싶었으면 아까 제대로 빨지 그랬어?”
“그건…….”
“별로 느끼지도 못하게 빨아서 내가 친히 허리까지 움직여 줬잖아. 그것도 도와준 건데, 다른 보상이 필요하지 않겠어?”
메이브는 입술을 꾹 다물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최대한 열심히 한 거였다. 알란을 빨리 싸게 하려고 메이브는 입술을 오므리고 볼과 목구멍까지 힘을 줘 최대한 대로 한 것이다. 하지만 그걸 너무 못했다고 하니, 이상하게 서러워서 눈두덩이 뜨듯해지는 것 같았다.
“안 그래? 메-이브.”
일부러 이름까지 늘어트리며 놀리듯 메이브의 이름을 부르는 것에, 메이브는 울화를 꾹꾹 눌러 담았다. 대답하지 않으려니, 볼과 턱을 움켜쥐고 있는 알란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메이브는 몸을 가늘게 떨면서 천천히 입을 벌렸다.
“이걸로…… 이걸로 끝이에요.”
“흐음.”
“이걸로…… 당신이랑 엮이면서 생긴 보상 같은 거…… 끝이라고요.”
힘도 없으면서 눈빛 하나는 죽지 않은 채 알란을 노려보고 있는 메이브의 모습에, 알란은 즐거워했다. 이곳에서 매일같이 지루하기 짝이 없는 하루를 지내느라 힘들었던 알란이었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을 알려 준 다비드에 이 신전의 비밀도 알게 되며 재미있었으나 그게 끝이었다.
그 이상으로 재미있는 것이 없어서 싫증이 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메이브의 모습을 보니, 이건 이거대로 재미있지 않은가 생각했다.
“좋아.”
알란이 좋다고 대답했지만 메이브는 믿을 수 없었다. 나중에 그 말은 그냥 나온 거고, 메이브가 한 말에 대해 대답한 게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메이브는 알란에게 할 말이 없었다.
“보상으로 받는다고…… 대답해요.”
하얗게 질린 얼굴로 힘을 주며 하는 말이, 썩 무서워 보이지는 않았다. 외려 불쌍해 보일 지경이었다. 하지만 메이브는 자신의 얼굴을 알고 있지 않기에 알란에게 최대한 무서워 보이기 위해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벌겋게 변한 눈가와 촉촉하게 젖은 눈, 그리고 파르르 떨리는 입술에 메이브의 표정은 화가 난 것이 아니라 곧 울 듯한 얼굴로 보였다.
“보상이라.”
방금까지도 좋다고 말했던 알란은 지금 눈앞에 보이는 메이브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왜인지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웠다. 이대로 끝낸다는 것은 말이다. 알란은 여기서 싫다고 말하면 저 울 것 같은 얼굴이 터져 정말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먹기 좋은 음식을 가만히 놔둘 필요는 없었다. 맛있으면 계속 먹으면 되는 거고, 만약 없다면 구해서 먹으면 되는 것이니 말이다.
알란은 지금 이 순간에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메이브를 먹지 않는 멍청한 짓을 하지 않을 터였다. 솔직히 알란은 다비드와 메이브에게 보상을 달라고 뻔뻔하게 말하기는 했으나, 그 역시도 심심했기에 도와준 거였다.
따지면 보상 자체가 필요 없는 것을, 이 두 멍청한 놈들은 보상을 주려 하니 얼마나 기꺼운지. 알란은 터져 나올 것 같은 웃음을 삼키며 눈앞에 보이는 두 사람을 쳐다보고 웃었다.
“대답했잖아. 보상의 대가로 네 안을 쑤셔 준다고.”
알란의 대답이 끝나자, 한눈에도 표정이 풀어진 메이브의 얼굴에 알란은 금세 억눌렀던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마냥 숨길 수는 없어서 입꼬리 부분이 씰룩거렸다. 그것을 본 다비드는 일그러진 얼굴로 말없이 알란을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다비드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없었다. 이미 그 보상의 대가로 메이브가 알란에게 몸을 바쳤기 때문이다.
만약 그것이 싫었다면, 이런 상황을 한 번이라도 생각했다면 다비드는 알란에게 손을 뻗어 명령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자, 그럼 힘 좀 빼지 그래? 빡빡하게 들어가겠어?”
“……읏.”
알란은 오물거리는 메이브의 구멍 주변을 성기로 문질렀다. 손가락을 넣어 풀어 줄 생각은 없는지, 힘이 들어가 다비드의 성기를 조이고 있는 구멍을 툭툭 두드리기를 반복했다. 그런 알란의 행동에 메이브는 수치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정말 알란이 자신을 사람이 아닌 물건으로 보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
이번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상하게 힘이 안 풀어졌다. 메이브는 눈물이 흐를 것 같은 것을 꾹꾹 참으며 눈앞의 알란을 노려보았다.
“노려본다고 끝나는 건 아니잖아?”
그 말이 맞았다. 메이브는 결국 벌을 받기 싫었기에 알란에게 지금까지 다비드를 도와주었던 그것과 함께 대가로 자신의 몸을 건넸던 것이다. 근데 참 이상했다.
다비드가 몸을 쓸고 매만지며 메이브의 성기와 구멍에 그 단단한 것을 넣는 것이 소름 끼치거나 싫지 않았다. 하지만 눈앞의 알란이 그 큼직한 손으로 어깨를 쓸고 허리를 건드는 그 손길은 소름이 끼치다 못해 그 부분에 벌레가 기어가는 것처럼 가려웠다.
“힘 빼. 안 그러면 찢어질걸.”
알란은 그저 즐거워 보였다. 메이브가 힘들어하든, 힘들어하지 않든, 알란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아니었다. 그저 저 구멍 안에 성이 난 이 성기를 쑤셔 넣고 흔들었을 때, 일그러질 표정이 궁금했을 뿐이다.
메이브가 울면서 그 눈빛이 죽지 않을지, 아니면 시체처럼 텅 빈 눈으로 몸이 이리저리 흔들릴지. 그것이 궁금했을 뿐이다.
“……내가, 내가 풀 거니까 건들지 마.”
뻣뻣하게 굳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메이브를 대신해, 다비드가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
“내가 그렇게 참을성이 많지는 않아서.”
“……알겠으니까, 그 입 찢어 버리기 전에 다물어.”
드디어 그 성격이 보이는지, 숨김없이 자신의 화를 드러낸 다비드가 알란을 노려보았다. 그러곤 알란의 어깨와 가슴에 닿았던 손이 더러운 오물이 묻었다는 듯 한번 털어 내며 떨어트리고는 메이브의 엉덩이에 손을 가져갔다.
다비드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메이브의 몸이 작게 움찔거렸다. 메이브가 힘들 걸 분명히 알고 있으나, 다비드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이것이 최대였다.
다비드는 자신의 성기를 맛있게 집어삼키고 있는 메이브의 구멍 주변을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정액과 쿠퍼액, 그리고 알 수 없는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구멍 주름 사이사이를 손끝으로 살살 문지르자 오물거리던 구멍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다비드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메이브의 안에 손가락 하나를 밀어 넣었다. 며칠 동안 다비드의 성기를 삼켰던 구멍은, 그의 성기만큼 늘어나 있었다. 하지만 다비드의 손가락 하나가 들어오자, 첫날 그랬던 것처럼 빡빡해 움직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흐아…….”
메이브가 아프지 않도록 천천히 움직이는 다비드도 고역이었다. 손가락이 살짝이라도 움직이려 하면 메이브의 몸이 딱딱하게 굳어 가는가 싶더니, 그대로 오물거리던 구멍에 힘이 들어가 단단하게 조여 왔으니 말이다.
메이브는 그 나름대로 힘을 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뼈 마디마디가 전부 벌어져 안으로 들어오는 손가락의 느낌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게 다비드가 해 주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흐, 아…… 아파요.”
메이브는 결국 깨물고 있던 아랫입술을 빼고 약한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그 울음기가 뒤섞인 목소리에 다비드의 움직임은 멈추었으나, 알란은 메이브의 모습에 가학심이 올라왔다.
“마, 많이 아픕니까?”
당황한 목소리로 다비드가 메이브에게 조심스럽게 물었을 때였다. 메이브가 대답하기도 전에 알란이 메이브의 구멍 안을 슬며시 넓히고 있던 다비드의 손을 한 번에 빼냈다.
“아……!”
갑자기 빠진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 메이브의 내벽을 긁었다. 그 쾌감과 충격에 메이브의 눈이 크게 떠지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창피하게, 수치스럽게도, 분명 고통스럽고 괴롭다고 느꼈는데 성기는 꺼덕였다. 손으로 툭 건들면 금세 정액을 쏟아 낼 것처럼 말이다.
“너무 오래 걸려서. 이 정도면 찢어지지는 않을 것 같고.”
“뭐? 기다려. 그러다간 메이브 님이!”
“그건 내가 알 바 아니잖아.”
알란은 움켜쥐고 있던 다비드의 손을 놓고 단단해진 자신의 성기를 뻐끔거리는 메이브의 구멍에 문질렀다. 메이브의 몸이 굳고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자, 입꼬리를 올리며 그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다비드가 급히 알란의 성기를 움켜쥐려 했으나, 알란의 행동이 더 빨랐다.
“아……! 아아!”
빼곡하게 구멍 안을 채우고 있던 다비드의 성기를 누르며, 빡빡한 안을 파고드는 알란의 성기에 메이브의 고개가 뒤로 꺾였다. 그러곤 다비드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고통스러워했다.
그 일그러진 표정과 금세 눈물을 흘릴 것 같은 메이브의 표정을 쳐다보던 알란은 몹시 만족스러운 얼굴로 메이브가 쉴 틈 없이 그 몸을 움켜쥐고 안에 정액과 쿠퍼액으로 진득한 성기를 밀어 넣었다.
“크읏…….”
고통스러운 메이브와는 별개로, 빡빡하게 조여 오는 구멍에 알란과 다비드의 성기가 맞물렸다. 메이브의 내벽이 수축하며 알란과 다비드의 성기 모양처럼 조여 오기 시작했을 때, 알란이 먼저 몸을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했다.
틈 없는 안에서 움직이는 것에 메이브의 아랫배가 불룩불룩 튀어나왔다. 그와 다르게 속에서는 다비드의 예민해진 성기를 거칠게 문지르는 알란의 성기와 조여 오는 메이브의 안에, 다비드는 낮게 신음을 내뱉으며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아…… 아파! 아파!”
메이브가 고개를 흔들며 다리를 허우적거렸다. 하지만 알란은 그 일그러진 얼굴이 더 예쁜 것 같다고 생각하며 메이브가 버둥거리는 다리를 두 손으로 붙잡아 자신의 허리에 감을 수 있게 몸을 들어 올렸다.
“흐으!”
몸이 허공에 들린 것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들어 올렸던 알란이 손에 힘을 풀기 시작하자 한순간에 밑으로 떨어지는 몸에 구멍에서 살짝 빠져나왔던 그 커다란 성기 두 개가 밀려들어 오는 것이 문제였다.
메이브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움찔움찔 몸을 떨기 시작했다. 온몸이 반으로 툭, 갈라진 것 같았다. 알란이 움직일 때마다 아랫배가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다. 이렇게 아프고 고통스러운데, 지금까지 하기 싫은 교육이 있을 때면 벌을 받고 싶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멍청했다고 느꼈다.
“좆은 이렇게 발딱 세우고, 아파하는 거 이상하지 않아?”
알란은 고통스러워 보이는 메이브를 쳐다보며 비웃었다. 그리고 메이브의 몸을 잡고 있던 손을 빼냈다. 메이브의 몸이 기울어지며 더 밑으로 내려가자, 그 안으로 다비드와 알란의 성기를 뿌리까지 삼켜 냈다.
힘이 들어가는 몸에 구멍까지 조여 왔다. 그 쾌감에 낮게 신음을 내뱉은 다비드는 떨어질 것 같은 메이브의 몸을 붙잡았지만, 메이브는 차라리 떨어지고만 싶었다.
“응?”
메이브가 대답하지 않자 알란은 자유로워진 손으로 전립선액을 줄줄 흘리고 있던 메이브의 성기를 움켜쥐었다. 힉! 헛숨을 들이켜는 소리와 함께 메이브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참을 수 없는 쾌감을 느낀 것처럼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메이브의 성기를 위아래로 작게 문지르던 알란은 상체를 살짝 숙여 메이브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갔다.
“너, 고통스러운 거 즐기는구나?”
나지막하게 속삭인 말이었으나, 그것을 듣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비드 역시 그 말을 들었다. 알란에게 그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말할 수 없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알란이 혹시 행위를 멈출 것 같은 생각 때문이 아니었다. 알란의 말처럼 빡빡한 구멍은 주름이 전부 펴진 것처럼 두 사람의 성기를 오물오물 삼켜 내고 있었다. 그리고 분명 고통스러운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쾌감 때문인지 메이브의 눈에서는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여기까지는 다비드도 메이브가 힘들어한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하지만 알란의 말처럼, 그의 손에 쥐어진 메이브의 성기는 핏줄이 도드라질 정도로 단단히 화가 나 보였다.
만약 아프고 고통스러웠으면 이미 죽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아파하면서도 느끼는 메이브의 모습에 다비드도 알란의 말에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다만, 메이브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생각을 마음속에 새겨 넣을 뿐이었다.
“미……친 새끼…….”
결국 울음과 신음이 뒤섞인 목소리가 메이브의 입에서 욕설로 튀어나왔다. 하지만 그 욕을 들은 알란은 기분이 나빠 보이지 않았다. 외려 더 좋아 보였다,
“미친 새끼인지 이제 알았어?”
“…….”
“미친 새끼한테 당해 보는 것도 재미있지? 어차피 미쳤는데, 더는 배려해 줄 필요도 없겠네.”
알란의 말을 메이브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입에서 나오는 배려해 줄 필요가 없다는 말이 더더욱 말이다. 지금까지 배려해 주었다고? 하는 생각이 메이브의 머릿속을 어지럽힐 뿐이었다.
하지만 그 말이 거짓은 아니었는지, 알란은 메이브의 허리를 양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러면서도 다비드의 손이 닿는 것이 싫은지, 다비드의 손과 조금 떨어져 메이브의 몸을 힘주어 잡았다.
메이브가 그 행동을 인지하기도 전에 알란은 한순간에 그의 몸을 들어 올렸다가 내리기를 반복했다.
“악…… 아윽!”
익숙하지 않은 행위였기에 메이브의 입에서 고통이 뒤섞인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런 메이브의 얼굴과 표정, 움찔거리며 떨리는 몸 하나하나를 지켜보면서 알란은 힘이 잔뜩 들어간 두 손을 움켜쥐었다.
다비드는 그런 알란의 행동을 멈추기 위해 알란의 손을 붙잡고 메이브의 몸이 더 크게 흔들리려는 것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다비드의 손에 닿기 싫어하던 알란은 한순간에 재미있는 것이 생각났다는 듯, 다비드의 정강이를 강하게 발로 찼다.
빡,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한 충격을 받은 다비드의 다리가 휘청거리며 주저앉으려 하자, 알란은 그대로 그의 몸을 밀어 넘어트렸다.
“윽……!”
그러면서도 다비드가 넘어지는 그 순간을 지켜보며 알란 또한 다리를 굽혀 바닥에 반쯤 주저앉았다. 바닥에 앉은 다비드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 다비드의 어깨를 다시 한번 힘으로 밀어낸 알란이 바닥에 다비드가 누운 것을 보고는 메이브의 몸을 거칠게 뒤로 돌렸다.
“아! 흐으악……!”
사람이 아닌, 정말 인형이 된 것처럼 메이브의 몸이 한순간에 돌아가 알란을 보고 있던 몸이 다비드를 보게 되었다. 빡빡한 구멍에서 두 사람의 성기가 비틀린 것처럼, 속을 휘저으며 메이브가 느끼는 부분을 거칠게 문질렀다.
결국 다비드를 쳐다보게 된 메이브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그 쾌감에 젖어 버린 몸 때문에 성기에서 뿜어진 정액이 다비드의 가슴과 아랫배에 이리저리 튀었다.
“흐……으. 죄송…… 죄송해요.”
울먹이면서 어쩔 줄 모르는 메이브의 모습에 다비드는 아픈 다리도 잊고 눈물범벅인 메이브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쓸어주려 했다.
하지만 알란은 허리를 더 쉽게 흔들기 위해 자세를 바꾼 것이기에, 메이브의 목덜미를 손으로 붙잡아 몸을 숙이게 했다.
메이브의 고개가 다비드의 가슴에 문질러지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만큼 다비드의 몸에 얼굴이 파묻혀졌다. 얼굴과 다르게 하체에는 힘이 들어가 엉덩이가 살짝 들렸다.
알란은 그런 메이브의 한쪽 골반을 움켜쥐며 허리를 흔들었다.
“우……악!”
다비드 역시 느끼고 있는지, 메이브의 엉덩이 아래 깔린 허벅지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곤 근육이 도드라졌다가 풀어지기를 반복했다.
알란은 그 모습에 친절한 가면을 쓰고 있는 다비드가 이해되지 않았다. 굳이? 그냥 쑤셔 박아 넣으면 될 텐데. 그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알란은 일그러진 다비드의 표정을 즐거운 놀잇감으로 삼고, 눈물로 범벅된 고통과 신음이 뒤섞인 메이브를 반찬 삼아 허리를 흔들었다.
알란의 골반이 메이브의 엉덩이를 두드릴 때면, 그 낮은 신음이 흘러나오는 것이 알란은 즐거울 뿐이었다.
“흐아……!”
그리고 보았다. 결국 고통은 쾌감으로 바뀔 수밖에 없었다. 눈물로 젖어 있던 얼굴이 붉게 물들고 벌어진 입에서는 더운 숨이 연거푸 흘러나오고 있는 저 모습이. 어쩐지 타락해 버린 인간의 모습과 같아 보였다.
알란은 메이브의 모습에 아랫입술을 혀로 핥으며 웃었다. 살짝 내려다본 고개로 힘이 단단히 들어가 조이고 있는 구멍 안에 핏줄이 도드라진 다비드와 알란의 성기가 맞물려 있었다.
“이…… 흐. 이제 그만…….”
알란이 잠시, 허리를 움직이지 않자 거친 숨을 몰아쉬며 메이브가 우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알란은 메이브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있던 손을 천천히 내려 움푹 들어간 등 라인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렸다. 손이 서서히 내려가 엉덩이에 닿았다. 메이브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붙잡아 벌린 알란은 성기 두 개를 맛있게 먹고 있는 그의 구멍을 잠시 내려다보았다.
“이렇게 맛있게 먹고 있으면서?”
“……그만.”
알란은 빡빡하게 틈 없는 구멍 주변을 엄지손가락으로 살살 문질렀다. 그에 헛숨을 들이켜고 몸을 굳히고 있는 메이브의 모습에 즐거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미소 지었다.
꼭, 그 얼굴이 어린아이가 마음에 드는 선물을 받고 행복해하는 것 같았다.
“아쉽네. 만약 나한테 왔으면 즐겁게 놀아 줬을 텐데.”
그런 알란의 목소리는 메이브가 자신의 방에 들어오지 않아서 아쉬워하는 듯이 들렸다.
“웃기지 마. 메이브 님이 네 방에 들어갔으면 이미 망가졌을 거다.”
“망가졌다니. 좋아하는 거겠지.”
“그 입, 정말 찢기 전에 빨리 끝내.”
숨을 헐떡이고 있는 메이브의 눈은 금세 기절할 것처럼 텅 비어 보였다. 다비드는 그 눈을 마주 보고 있기에 메이브가 걱정돼 미칠 것 같았다.
하지만 알란은 그런 모습이 더 좋았다. 아니, 조금 아쉬웠다.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도 눈빛은 살아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근데 다비드, 너도 발정이 나서 미쳤으면서 왜 버티는 거지?”
알란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처럼 다비드를 내려다보았다.
“너도 이 안에 쑤셔 넣고 싶잖아. 엇박자로 흔들면 메-이브가 더 자지러지듯 좋아했을 텐데 말이야.”
“네 녀석은…….”
“알고 있지 않나. 이 몸은 쾌감에 약한데. 오늘 처음 해 본 나도 느끼는데 네가 못 느끼지는 않을 거고.”
알란은 메이브의 팔을 움켜쥐고 억지로 몸을 일으키게 했다. 그리고 엉덩이를 붙잡고 있던 손으로 메이브의 가슴을 움켜쥐며 검지로 꼿꼿이 서 있는 유두 주변을 살살 문질렀다.
“발정 난 것처럼 이렇게 느끼는데. 네가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제발, 그 망할 입 좀 다물지.”
“이런, 다비드. 네가 아니라 내게 메이브가 왔다면, 그는 즐거워서 미쳤을 거야.”
알란의 손이 메이브의 가슴과 아랫배를 쓸어내리며 슬며시 내려갔다. 그리고 아직 화가 난 성기를 손으로 움켜쥐고는 탁탁탁 소리 내며 앞뒤로 흔들었다.
“흐. 아으…….”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면서 입으로 신음을 흘리는 메이브의 고개가 푹 숙여졌다. 하지만 벌겋게 변한 몸과 얼굴은 숨기지 못했다. 예민해진 몸 때문인지, 금세 알란의 손에 의해 메이브는 사정을 하게 되었다.
힘이 들어가 꺼덕이던 성기 끝에서 하얀 정액이 투툭 떨어져 다비드의 목선과 볼, 입술에 묻어났다.
“아하, 조여 오는 감도도 좋고.”
“……알란.”
“네가 필요 없으면 가져가서 쓸 만한데.”
“알란!”
“워워. 화내지는 말라고. 어차피.”
알란이 메이브의 성기를 움켜쥐던 손을 스르르 떨어트렸다. 쿠퍼액과 정액이 묻어난 손을 메이브의 입가로 가져간 알란은 그 입을 억지로 벌려 끈적이는 손으로 그의 입 안을 헤집었다.
꿈틀거리는 혀를 손가락 두 개로 괴롭히고 있으니, 메이브의 입술 아래로 정액과 쿠퍼액이 뒤섞인 타액이 흘러내렸다.
“지금 이 순간을 잊지 못해서 내게 찾아올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메이브의 귓가 근처에서 입술을 달싹이는 것에 메이브는 알란의 목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이 순간을 잊지 못해서 찾아갈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찾아가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메이브는 망가지고 싶지 않았다. 이제 단 하루만 버티면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어떻게 해서 버텼는데, 이제 와서 망가지고 싶지는 않았다.
아랫입술을 짓누르며 깨물고 반쯤 감았던 눈을 부릅뜨며 눈앞에 있는 다비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녹안에 일그러진 메이브의 얼굴과 그 옆에서 소름 끼치게 웃고 있는 알란의 표정을 보니, 메이브는 속이 답답했다.
“그……만. 빨리 끝…….”
이 순간이 빨리 끝나기를 바랐다. 속에 들어찬 살덩이가 툭 끊어져 빠져 버렸으면 좋았을 텐데.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이 점점 이상한 곳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지금 얼굴을 쓸어내리고 몸에 달라붙는 저 체온과 살갗이 소름 끼치도록 싫었다.
그런데도 메이브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온몸이 밧줄로 감기고 손도, 발도 움직이지 못하는 무력감에 메이브는 울고만 싶었다.
손만 자유로웠다면 도망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만약 두 손이 자유롭다 해도 도망갈 수 없을 것이다.
아아, 이곳은 지옥이었다.
“그렇게 보채지 않아도 먹여 줄 거였어.”
메이브의 억눌린 목소리를 알란은 그저 앙탈이라고 여겼다. 엉덩이가 움찔거리면서도 속에 파고들어 가 있는 성기를 오물오물 씹어 삼키고 있으니, 이것이 앙탈이 아니면 무엇일까.
빨리 끝내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저 멈추지 말고 움직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알란은 즐거운 얼굴로 멈추었던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메이브의 붉게 부은 구멍에서 알란의 성기가 빠져나갔다가 다시 파고들기를 반복했다.
메이브의 몸은 위아래로 작게 흔들렸다. 신음을 내고 싶지 않은지, 아랫입술을 깨물고 짓누르느라 상처가 생겨 핏방울이 맺혀 왔을 때쯤, 다비드가 그런 메이브의 입술을 손끝으로 문지르며 고개를 들어 그 입에 입술을 문질렀다.
서로의 호흡이 뒤섞였고, 누군가의 타액인지 모르는 타액이 서로 뒤섞여 들어갔다. 메이브는 시선에 가득 채워지는 다비드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며 눈을 질끈 감았다.
눈동자에 가득 맺혀 있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메이브는 그저 이 시간이 빠르게 흐르기를 바라고 바랐다.
“크읏…….”
온몸에 힘을 주고 이 끔찍한 행위가 조금 더 빨리 끝내기를 바랐다. 그러면서도, 속에서 움직이는 두 개의 성기가 서로 맞물려 메이브가 느끼는 부분만을 찔러 댔다.
느끼고 싶지 않았다. 분명 끔찍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웃기게도 메이브의 몸은 그 행위를 느끼고 있었다.
천박한 말투로 귓가에 속삭이는 알란의 목소리에 메이브는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그 시선에 얼굴을 살짝 일그러트리며 힘들어하는 다비드의 모습이 보였다. 두 사람의 몸에 눌려 옴짝달싹 못 하면서도 그 커다란 성기를 받아들이는 몸은 누군가에게 얻어맞은 것처럼 욱신거렸다.
“흐……아.”
억눌린 신음이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 흐릿한 시선에 닿는 홀의 풍경은 이미 발정 난 짐승들의 광란의 파티처럼 보였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나체의 몸으로 허리를 움직이는 쟁취한 자와, 그 아래 깔려 야한 소리를 내며 울고 있는 지키지 못한 자의 모습이 보였다.
메이브는 그 순간 목구멍에서 웃음이 울컥울컥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이곳이 지옥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디가 지옥일까 싶었다.
“……메이브 님…….”
“씹…….”
다정한 음색으로 부르는 자신의 이름과 약간의 욕설과 함께 더 빨라지는 허리 짓에 메이브는 온몸에 힘을 빼고 흔들렸다. 느낀다? 느끼지 않는다? 솔직히 알 수 없었다.
속에 울컥, 뜨듯하고 진득한 정액이 쏟아지는 것도, 그 정액이 이미 넘쳐 허벅지 아래로 흘러내려 가는 모든 것도 메이브에게는 어쩐지 꿈처럼 현실감이 떨어졌다.
“후.”
낮은 숨소리와 함께 온몸에 달라붙어 있던 그 살과 뜨듯한 체온이 천천히 떨어졌다. 다비드의 성기도 구멍에서 빠져나가고 나서야, 메이브는 이제 정말 끝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랫배에 조금이라도 힘을 주면 속에 가득 채웠던 정액이 주르륵, 바닥과 허벅지를 더럽히며 흘러내려 가는 것이 느껴졌다.
메이브가 온몸에 경련이 일어난 듯, 움찔움찔 몸을 떨고 있자 다비드는 그런 메이브를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
그러다 손을 뻗어 메이브의 오금 사이에 손을 집어넣고 무릎과 어깨를 붙잡아 그를 한 번에 들어 올렸다.
“괜찮습니까?”
“…….”
다비드의 물음에도 메이브는 대답할 힘조차 없었다. 그저 힘없이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다비드가 그런 메이브를 안아 들고 홀 밖으로 빠져나가자, 그 뒤로 알란이 뒤따랐다.
홀 밖으로 나온 메이브의 표정은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았다. 지치고 힘든 것처럼 일그러진 표정이었고,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두 눈은 동공이 풀린 것처럼 보였다.
다비드가 그런 메이브를 보다 편할 수 있게 안아 들었다. 그리고 호숫가에서 몸을 씻겨 줘야겠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그런 다비드의 뒤로 알란이 또 따라왔다.
“왜 따라오는 겁니까. 이제 끝났으니 갈 길 가시죠.”
“어차피 서로 몸도 섞은 사이에 너무 야박하게 굴지는 말지.”
화를 억누르는 것 같은 다비드의 말에도 알란은 그저 여상하게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다비드를 쳐다보았다. 이 어이없는 상황에 다비드는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곤 차라리 알란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다비드는 힘들어 보이는 메이브를 잠시 내려다보다가 급하게 호숫가로 걸어갔다.
메이브의 몸은 땀과 정액으로 진득했다. 더불어 그 열기까지 품고 있는 몸은 체온이 조금 올라가 있었다.
“곧 도착하니까 조금만…… 힘내세요.”
다비드는 느릿하게 눈을 깜박이고 있는 메이브를 한 번씩 쳐다보며 오솔길을 올라 호숫가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호숫가에 도착했을 때, 다비드는 메이브를 안고 있는 두 팔에 힘을 주고 호수로 서서히 들어갔다.
차가운 물이 다비드와 메이브의 몸에 닿았다. 다비드는 메이브를 안고 있던 팔을 조심스럽게 풀고는 메이브의 허리를 팔로 감아 부축했다.
그리고 손에 물을 모아 메이브의 몸에 묻은 정액과 땀을 닦아 주며 움찔움찔, 떨리면서 정액을 뱉어 내고 있는 구멍 안에 손가락 하나를 넣고 조심스럽게 속을 휘저었다.
다비드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그 안에 들어갔던 정액이 흘러나와 호수 물 위에 둥둥 떠올랐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자, 메이브는 퉁퉁 부은 눈으로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
이제 하루밖에,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호수 주변은 막힌 것 없이 훤하게 뚫려 있었고, 목에 채워진 목줄을 하고 도망가도 신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도망가고 싶었다. 메이브는 다비드의 어깨를 붙잡았다.
“다비……드 님, 이제…… 이제 하루만 남았는데…….”
“…….”
“도망가면 안 돼요? 어차피 다시 신전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도 아니니까.”
마지막 날이 무서웠다. 메이브가 기다리고 있던 날이기도 했으나, 마지막 날의 교육은 어떤 교육이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 더더욱 무서웠다.
메이브는 그저 두려웠다. 정말 이러다가 망가질까 봐 말이다. 다른 지키지 못한 자들이 망가지는 것을 보면서 걱정했을 뿐, 그게 자신이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으니까.
막상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메이브는 두려웠다. 이곳에서 하루빨리 도망가고만 싶었다.
그런 메이브의 모습에 입술을 달싹이던 다비드는 두 팔로 그의 몸을 끌어안았다.
“……이제 하루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조금만 더 버텨요.”
다비드는 알란의 말을 전부 믿지 않았다. 그렇기에 알란이 했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혹시 그 말이 사실일지 몰라도, 만약 그게 사실이 아니라면 도망간 메이브는 신전으로 끌려갈 테니까 말이다.
“조금만…….”
다비드도 메이브에게 버티라고 말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메이브가 너무도 힘들어하는 것이 보였으니까.
하지만 메이브는 점점 자신이, 자신이 아니게 되는 것 같아 무서웠다. 이러다가 정말 누군가의 성기가 없으면 살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알란의 말대로 정말 그 쾌락을 못 잊어서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 그러다 망가지는 게 아닐까. 메이브는 그것이 너무 두려웠다.
소리 없이 울고 울면서 다비드의 품에 안겨 있던 메이브는 그 따듯한 체온에도 진정이 되지 않았다. 결국은 울다 지쳐 쓰러졌다.
그런 메이브를 조심스레 안은 다비드는 그의 머리카락과 등을 쓰다듬으며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음.”
그런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알란은 아무렇지 않은 듯, 기지개를 한번 켜고는 메이브와 다비드가 있는 호수로 들어와 몸을 닦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근데, 도대체 왜 여기서 씻는 거야?”
“무슨 소리입니까?”
“신전 안에 목욕탕이나 옷을 빨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는데, 굳이 왜 여기서 씻는지 궁금해서.”
알란의 말에 다비드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게, 그게 무슨 소립니까?”
분명 다니엘이 호숫가로 가서 옷을 빨아야 하고, 몸을 씻어야 한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지금 알란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다비드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홀 옆에 청탑으로 가는 길에 몸을 씻는 목욕탕이랑 옷을 빨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다비드는 알란의 말에 결국, 저 말도 다니엘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어쩐지, 다비드는 메이브의 옷을 빨고 메이브의 몸을 씻기러 올 때마다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쟁취한 자들이 지키지 못한 자를 배려하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씻는 공간이 따로 있었다는 말에 다비드는 헛웃음을 내뱉으며 어이없어했다.
한편으로 다비드는 알란이 말한 곳에서 몸을 씻고 했다면 혼자 걸어 다녔을 메이브가 위험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군.”
다비드는 알란에게 대답하면서도 다니엘을 처음부터 믿지 않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다비드는 메이브의 몸을 힘주어 안아 들고는 호수에서 빠져나와 호수 안에 있는 알란을 쳐다보았다.
“이제 엮일 일이 없었으면 좋겠군.”
다비드가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려 길을 따라 내려가려 했다. 그런 다비드의 뒤에서 알란이 큰 소리로 웃고는 다비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을 벌렸다.
“그건 가 봐야 알겠지.”
다비드를 바라보는 알란의 노란색 두 눈이 사냥을 준비하는 맹수처럼 흉흉하게 빛났다.
그런 알란을 뒤로한 채 다비드는 그저 메이브가 보다 편히 쉴 수 있도록 방을 행해 걸어갔다. 한참을 걷다 방문에 도착했을 때, 그는 어쩐지 방 안에 누군가가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비드는 입 안에 한숨을 머금고 방문을 조용히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지금 뭐 하는 겁니까?”
다비드가 안으로 들어왔을 때, 메이브가 평소에 누워서 잠자던 침대에 다니엘이 앉아 있었다. 주인 없는 방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다니엘의 모습에 다비드는 인상을 와락 구길 수밖에 없었다. 교육을 받는 동안에도 기분이 몹시 좋지 않았다. 그런데 방 안에 다니엘까지 있으니 속에서 화가 들끓어 올랐다.
당장 저 멱살을 붙잡고 지금까지 거짓말한 걸 믿었던 자신들의 모습이 재미있냐고 소리치고만 싶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했던 거짓말을 이미 다비드가 알아차렸다는 걸 모르는 다니엘은 그를 바라보며 살짝 미소 짓고는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다니엘의 모습에 다비드는 입에 머금었던 한숨을 내쉬며 표정을 관리하고, 다니엘을 쳐다보았다.
“다비드 님, 이제 제 말을 믿을 수 있으신가요?”
다비드는 그 말에 비웃음이 비죽 튀어나올 것 같았다. 믿지 않았다. 처음부터 다니엘을 믿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메이브가 믿기에 조금은 믿어 볼까 했던 것도 있었다.
그런 믿음을 배신한 것은 다니엘이었다. 단 한 번이라도 진실을 말했다면, 다비드는 다니엘을 믿었을지도 모른다.
하나부터 끝까지, 다니엘은 신전의 마지막 교육을 하루 앞둔 다비드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이제 내일이니, 함께 나가겠군요.”
불안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다니엘이 교육을 끝내고 메이브와 다비드가 돌아올 방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다니엘에게 이미 그 정보는 필요 없는 정보라고 말하는 그 순간부터, 혹시 이곳에서 나가지 못할까 두려워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비드는 눈앞에 있는 다니엘을 데리고 이 신전에서 나갈 생각이 없었다.
“감사합니다, 다비드 님. 내일 뵙도록 해요.”
멍청하게도 다니엘은 아직 다비드가 자신의 말을 믿는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다니엘은 다비드의 말에 만족스럽게 웃으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끝으로, 그렇게 기다리고 있던 방 안에서 빠져나갔다.
다비드는 다니엘이 나간 방문을 잠시 시린 눈으로 쳐다보다가, 그가 앉아 있던 자리에 오물이 묻어 있는 것처럼 쳐다보았다. 그리고 메이브를 원래의 자리가 아닌 자신의 침대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메이브 님, 괜찮을 겁니다.”
다비드는 깊은 잠에 빠진 메이브의 이마를 조심스레 쓰다듬어 주고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다니엘이 빠져나간 방문 앞에 서 있었다. 그러고는 한참을 방문 앞에서 기다렸다. 분명, 다니엘이 다시 돌아올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비드는 손으로 방문 고리를 움켜쥔 채 오랜 시간을 가만히 기다렸다.
시간이 한참 지나자 하늘이 어둑해졌다. 그동안 방 안에 사람이 오지 않는 것에 다비드는 자신이 착각했나 생각했지만, 이상하게 찜찜한 기분에 그 뒤로도 가만히 방문을 노려보았다.
해가 전부 떨어지고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졌다. 그러다 천천히 동이 틀 무렵, 알싸한 공기가 느껴지는 새벽녘에 다비드가 잡고 있는 문고리가 서서히 돌아가는 힘이 느껴졌다.
다비드는 그에 착각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문고리를 붙잡아 한 번에 문을 열었다.
아까 나갔던 다니엘이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으로 문고리를 붙잡고 있던 어정쩡한 자세로 서 있었다.
“아, 아직 주무시지 않으셨나요? 내일 필요한 물건을 주기 위해 왔어요.”
당황한 표정을 숨기려고 했으나, 떨리는 목소리는 가려지지 않았다. 다비드는 말없이 다니엘을 쳐다보다가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 지었다.
“마지막 날이라서 그런지,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다비드는 그러면서도 눈으로 다니엘을 훑어보았다. 하지만 내일 필요한 물건을 주기 위해 왔다고 말하는 다니엘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다.
그걸 보았으면서도 다비드는 다니엘을 향해 손을 뻗었다.
“내일 필요한 물건은 제게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
다비드의 말에 몸을 크게 움찔 떤 다니엘은 한 걸음 뒷걸음질 치더니 어색하게 웃으며 크게 과장된 움직임으로 손을 흔들었다.
“이, 이런 죄송해요. 깜박하고 놓고 왔네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며 다니엘이 급하게 몸을 돌려 저 복도 끝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비드는 다니엘이 사라진, 어둠이 진득하게 내려앉은 복도 끝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리고 곧 탁탁, 소리 나던 소음도 전부 사라졌을 때쯤 다비드는 열었던 방문을 닫고 메이브에게 걸어갔다.
악몽을 꾸고 있는지, 아스라이 비치는 메이브의 얼굴은 조금 일그러져 있었다. 다비드는 침대 근처에 의자를 끌고 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런 후 메이브의 손을 붙잡고 다른 손으론 그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부드러운 손길로 쓸어내렸다.
“악몽이 아닌, 행복한 꿈을 꾸세요.”
악몽 같은 무서운 것보다 차라리 즐겁고 행복한 꿈을 꾸기를 바랐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메이브의 얼굴이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했다. 그런 메이브를 가만히 내려다보며 다비드는 그의 손을 잡고 있는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메이브 님.”
제게서 벗어나지 마세요. 다비드는 끝내지 못한 말을 입 안에서 굴리고는 곤히 잠들어 있는 메이브를 한동안 바라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