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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다섯 번째 밤 (7/18)

메인수라더니! 3

룬명 지음

[ 메인수라더니! 3 ]

06. 다섯 번째 밤

해가 뜰 무렵, 잠을 자고 있던 메이브의 어깨를 살살 흔들어 깨우는 다비드는 머릿속으로 한참이나 메이브가 눈치채지 못하게 하고, 그를 묶어 놓고 가둘지에 대해 고민했다.

“으응…….”

인상을 살포시 찡그리며 얼굴을 일그러트리는 메이브를 지켜보던 다비드는 작게 웃음을 머금었다. 다비드의 시선이 메이브의 입술에 닿았다. 살짝 우물거리며 달싹이는 입술을 잠시 쳐다보던 다비드는 서서히 손을 뻗어 메이브의 입술에 손끝을 가져갔다.

달싹이던 메이브의 입술에 다비드의 손끝이 닿았다. 그러자 메이브는 입술을 살짝 벌리고 우물거리며 다비드의 손끝을 입 안에 머금었다.

“……하.”

그 작은 행동에 다비드가 바보처럼 소리를 내며 웃고는, 메이브의 입에 살짝 물렸던 손을 빼냈다. 입 안에 들어갔던 손가락이 빠진 것이 아쉬웠는지, 입술과 볼에 힘이 들어가고는 한참 입술을 달싹였다.

그 순간 다비드는 저 입술에 자신의 성기를 집어넣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고 생각으로 그쳤지만 말이다.

다비드는 다시 한번 메이브의 어깨를 붙잡고 느릿느릿 흔들었다.

“이제 일어나야 해요, 메이브 님.”

“……아.”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메이브의 눈이 천천히 들어 올려졌다. 다비드가 그렇게 자신을 봐주기를 원했던 그 자색의 눈동자가 오롯이 다비드를 쳐다보았다.

흐릿한 시선에 잠이 덜 깬 메이브가 느릿하게 눈을 깜박이며 눈앞에 있는 다비드를 멀거니 쳐다보았다.

“……좋은 아침이에요, 다비드 님.”

갈라진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한 메이브는 점점 또렷해지는 시선에 웃고 있는 다비드를 마주 보며 미소 지었다.

“잘 주무셨습니까?”

“네, 다비드 님은요?”

빡빡한 눈을 느리게 깜박이던 메이브는 자신의 얼굴 코앞에 있는 다비드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다비드는 그런 메이브의 모습에 작게 소리 내어 웃었다.

다비드는 이 순간, 그 긴 밤 동안 메이브에게 사실을 말할까 고민했던 것이 멍청했다는 걸 깨달았다.

애초에 그걸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다비드가 끝까지 말하지 않는다고 해도, 메이브가 그걸 눈치챌 일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저 지금처럼 아무것도 모른 채 편히 쉬고 자신만을 보며 웃으면 되는 거였다.

“저도 편하게 잤습니다. 하지만 메이브 님이 팔 때문에 불편했을 텐데…… 풀어 드리는 것을 잊었습니다.”

다비드의 말을 듣던 메이브는 고개를 흔들었다. 솔직히 팔을 안 풀어 주었다고, 미안하다고 다비드가 말했지만 메이브는 외려 다비드가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것뿐만이 아니라 다비드가 메이브를 챙겨 준 것이 많다는 사실을 이미 메이브는 알고 있었고, 또한 이렇게 잔다고 해서 불편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처음에는 팔이 눌려서 불편했기에 새우처럼 잠을 잤다. 그마저도 이렇게 묶여 있는 시간이 길어져 딱히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니 다비드가 잘못한 것은 단 하나도 없는데, 눈앞에서 미안하다는 듯 얼굴이 일그러진 다비드가 의아할 뿐이었다.

“괜찮아요. 저…… 이제 익숙하니까.”

정말 익숙해서 익숙하다고 말한 것뿐이었다. 그런데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비드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게 꼭 마음에 들지 않는 것처럼 보여서 메이브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메이브는 자신이 혹시 말실수를 한 것인지 다시 생각했다. 하지만 딱히 말실수한 것은 없었던 것 같았다. 정말 자신은 괜찮았고, 익숙했기 때문에 잘 때 두 손이 묶여 있는 것을 풀지 않았던 것도 그렇게 힘들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메이브의 생각은 점점 이상한 곳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어젯밤, 다비드가 자신의 안에 넣지 않고 밥을 먹였던 것을 떠올렸다. 혹시 자신이 귀찮아져서 그런 것일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저, 정말이에요. 저 묶여서도 잘 자니까…….”

다비드를 최대한 귀찮지 않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메이브는 그 생각을 끝으로 다급하게 다비드에게 외쳤다. 이제 이틀밖에 남지 않은 시간이었으나, 메이브에게는 수십 일, 어쩌면 수년처럼 긴 시간이기도 했다. 그 시간 역시 다비드에게 의지해야 했다.

메이브는 자신의 이중성에 속이 뒤집어지는 것 같았다. 그가 고백하는 것도 거부하고 착각이라 말했으면서, 결국 그의 도움을 얻기 위해 이렇게 말하는 자신의 모습이 우스웠다.

도망갈 거라 그렇게 다짐하면서도 결국 다비드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걸 그 누구보다도 메이브는 잘 알고 있었다.

“다비드 님?”

메이브는 살짝 걱정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다비드를 쳐다보았다. 그런 메이브의 표정을 지켜보던 다비드는 한숨을 옅게 쉬고는 몸을 숙여 불안해하는 메이브를 끌어안았다.

“익숙해지는 게 이상한 겁니다. 익숙해지지 않아도 되는 건데, 굳이 익숙해지려고 하지 마세요.”

“…….”

“메이브 님, 저는 당신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

“그러니까 제가 죄송하다고 한 건, 당신을 힘들게 해서 그런 겁니다. 다른 이유는 없어요.”

다비드의 목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던 메이브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그 단단한 어깨에 이마를 문질렀다. 이곳에 와서 이상하게 생각이 많아진 것 같았다. 불필요한 생각까지도 말이다.

이렇게 사람의 눈치를 보고 있던 성격도 아니었던 것 같았는데, 이 상황이, 이 미친 신전 때문에 어쩌면 정말 알지 못하게 망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메이브는 낮게 한숨을 내쉬며 다비드의 따듯한 품에 안긴 상태로 생각을 정리했다.

벌써 이곳에 온 지 5일. 앞으로 이틀이 지나면 벗어날 수 있었다. 이곳에 있던 짧으면서 긴 시간 동안 헐벗은 몸으로, 나체로 돌아다니는 것도, 밥을 먹을 때마다 다비드의 성기를 품에 넣는 것도, 매일 아침 성수를 마시고 그 잔 안에 정액을 뿌리는 것도, 그 이상한 교육을 받는 것조차 익숙해지는 것이 이제는 무서웠다.

“……익숙해지지 않아도 되는 거예요?”

입술을 달싹거리던 메이브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네, 익숙해지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어차피 곧 끝납니다. 그러니 익숙해지려 하지도, 익숙해지지도 마세요.”

다비드는 손을 들어 메이브의 등줄기를 쓸어내렸다. 움찔, 다비드의 손이 그 부드러운 살결을 쓸어내릴 때마다 그의 몸이 잔잔히 흔들렸다.

다비드의 손끝은 부드러우면서도 투박했고, 그 체온은 불처럼 뜨겁다고 느꼈다. 메이브는 등 라인을 따라 서서히 내려가는 그 손끝이 어쩐지 활활 타오르는 초가 녹아 촛농이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동안 그저, 저에게 의지하세요.”

메이브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비드가 의지하지 말라고 말한다 해도, 메이브는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선택지가 있다고 해도 그중에 가장 편안한 길은 눈앞에 있는 다비드였기 때문이다.

“이곳에 있는 동안, 바라는 모든 것을 말하세요. 어떻게 해서든 메이브 님이 원하는 것. 제가 전부 해 드릴 테니까.”

메이브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가 다시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다비드의 어깨에 기대고 있던 이마를 슬슬 떨어트렸다. 그러다 눈을 뜨고 다비드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말이 거짓말이 아닌 것처럼, 다비드의 표정은 눈빛 하나 흔들리지 않고 진지했다.

그 표정이 메이브에게 확 와닿았다. 그러고 나니 묶여 있는 두 팔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익숙해지고 싶지 않았던 건지, 아니면 익숙해져야 망가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하아…… 다비드 님.”

메이브는 낮게 한숨을 내쉬며 서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저 사실은…… 저 혼자만 괜찮으면 된다고 생각했는지도 몰라요.”

지키지 못한 자를 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다비드가 그렇게 하지 말고 메이브 본인을 생각하라고 했을 때에도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메이브 자신은 괜찮으니 다른 사람에게 눈을 돌렸던 것일지도 몰랐다.

어차피 다른 사람에게 시선을 돌린다 해도, 메이브 자체는 안전했으니까 말이다. 그것 자체가 어쩌면 기만이었는지도 몰랐다.

“다른 사람…… 구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누군가를 구하려다 자신이 위험하게 된다면, 메이브는 어디론가 도망갔을지도 모른다. 겁쟁이였으면서 이곳에서는 영웅이 되고 싶었는지도.

“그래도 괜찮지 않습니까. 어차피 당신한테 필요 없는 사람들이니까요.”

“아…….”

다비드는 메이브를 품에 안고 있던 손을 천천히 떨어트렸다. 그리고 살짝 등을 물렸다. 두 사람의 틈이 약간 벌어졌을 때, 다비드는 메이브의 눈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저번에도 말하지 않았습니까. 이곳에서는 다른 사람 그 누구도 신경 쓰지 말고 메이브 님 본인만을 생각하라고요.”

다비드가 하는 말의 의미에 메이브는 바보처럼 웃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곤 그 아래 헐벗은 서로의 몸이 맞닿아 있는 것을 보며 어깨를 파르르 떨었다.

“……욕심이었나 봐요.”

어쩌면 욕심이었을지도 모른다. 메이브는 다비드 덕분에 여유로워서, 다른 이들이 받는 벌을 받지 않았기에 더더욱 시선을 돌렸는지도 몰랐다.

천성이 착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메이브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다비드의 말처럼 그냥 이곳에 있는 동안은 오롯이 자신의 몸만을 생각하자고 결심했다.

다른 지키지 못한 자가 불쌍해 보여도, 도와주지 말자고 말이다. 어차피 메이브가 만약에 지키지 못한 자를 도와줄 순 있어도, 그게 자신과 바꿔야 한다면 그 끝의 결정은 지키지 못한 자를 포기할 것이 분명했다.

메이브는 그런 사람이었다. 어쩌면 순수하기 짝이 없었고 멍청했다. 하지만 그 속마음은 착했으나 그 안에서부터 자리 잡은 성격은 먼저 자신을 생각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 안으로 들어왔을 때, 메이브의 몸은 서브공이었고 그게 미친놈이었기에 더 착해 보여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었는지도 몰랐다.

“메이브 님은 그저, 본인만 보고 본인만 걱정하세요.”

“…….”

“그러면 이 지옥 같은 곳도 금세 끝이 날 테니까.”

다비드의 손이 천천히 뻗어져 메이브의 볼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그러곤 푹 숙이고 있던 얼굴을 느긋하게 들어 올렸다.

눈을 반쯤 감고 있는 메이브의 눈가에 투명한 물이 볼을 타고 서서히 턱으로 흘러내렸다. 다비드는 엄지손가락으로 눈두덩과 광대 부분을 살살 문질렀다. 물이 번져 얼굴에 묻어나 사라지는 것을 보며 다비드는 속으로 웃었다.

“그러니 이곳에 있는 동안.”

다비드는 메이브의 두 눈을 가리고만 싶었다.

“오롯이 저만 보고, 제 말만 들으세요. 다른 누군가를 보거나 그자의 말을 귀담아듣지도 마세요.”

그리고 그 눈이 오롯이 자신의 색만을 보기 바랐다. 다비드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해도 메이브를 화려한 철장 안에 가둬 벗어나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그래도 벗어난다면 다비드는 저 작은 발목을 분질러 버릴지도 몰랐다. 아니, 그러다 망가질 테니 그 대신 메이브가 쉬이 버릴 수 없는 약점이나 묶일 만한 무언가로 발목에 족쇄를 채울 거였다.

“메이브 님.”

그러기에 다비드는 이 순간이 기쁘기 그지없었다. 전날의 배려 없던 행위가 조금은 미안했던 그 심정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때 불안감이 생겨난 메이브가 결국에 이리저리 굴리던 눈을 오롯이 다비드를 향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해 주시겠습니까?”

메이브는 가만히 다비드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느릿하게 위아래로 끄덕였다. 그 다정한 목소리 때문인지, 아니면 연녹색 눈에 다른 무엇이 아닌 메이브만 담겨 있기에 홀린 것 같았다.

“네…….”

느릿했지만, 결국 메이브는 다비드에게 긍정적인 대답을 했다. 그에 다비드의 얼굴에 미소가 짙어졌다. 점점 그 손아귀에 손목과 발목이 붙잡히는지도 모르고, 메이브는 다비드가 자신을 이렇게까지 챙겨 주는구나 싶어 속으로 고마워했다.

***

아침이 시작하고 나서의 일과는 똑같았다. 메이브가 고민했던 것이 무색하게 다비드는 아침 식사에 부기가 조금 빠져 있는 메이브의 구멍 안에 성기를 집어넣고 늘 그렇듯 밥을 먹여 주었다.

메이브가 어젯밤은 자신을 위해 조금 쉬게 해 준 것일까 생각이 들 만큼, 그 행동은 어느 때보다도 더 다정했다. 식사가 끝나고 방에 가서 한번 빼는 것마저 오늘따라 일이 일사천리로 정리되는 듯 빠르게 지나갔다.

단지, 오늘은 이상하게 몸이 좋지 않아 메이브는 온몸에 힘이 빠지며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들었다. 그런 메이브를 품에 안은 다비드가 다섯 번째 교육을 받기 위에 홀로 걸어갔다.

“죄송해요.”

다비드의 단단한 팔뚝에 안긴 메이브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만 싶었다. 하지만 등 뒤로 단단하게 묶여 있는 두 팔에 가릴 수조차 없었다.

얼굴에 계속 열이 올랐다. 아까 방에서 음욕을 뱉어 내는 동안에도 두 다리가 후들거리더니 결국, 잔 안에 정액을 쏟아 내는 순간 다리가 굽혀져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

다비드의 단단한 손이 허리에 둘려져 상체를 단단히 고정해, 더 깊이 그의 성기가 들어가고 바닥에 넘어지는 것은 멈추었다.

하지만 그 충격에 막 절정을 올랐던 몸은 더 큰 쾌감으로 받아들였다. 한순간에 온몸이 부르르 떨리면서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 만큼 말이다.

“죄송해할 이유가 없는걸요.”

“하지만…….”

“원래 받아들이는 사람이 더 힘든 건 당연한 겁니다.”

다비드는 고개를 숙여 귀 끝과 목덜미 피부가 붉어진 메이브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솔직히 다비드 역시 받아들인 적이 없기에 힘든지, 힘들지 않은지는 알지 못했다. 다만, 오래 하게 되면 메이브의 허벅지와 몸에 힘이 들어가고는 한순간에 빠지는 것을 생각하며 말한 것뿐이었다.

“……도착했네요.”

다비드가 눈앞에 보이는 홀 안으로 들어가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전날 있었던 자리는 흔적도 없이 치워져 있었다. 이번에도 사람이 꽤 적어진 것을 보며 다비드는 힐끔 메이브를 내려다보았다.

혹시 다른 사람을 또다시 걱정하지 않을까 하는 다비드의 걱정이 무색하게 메이브는 홀에 줄어든 사람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앞으로 이틀 동안 몸조심하자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할 뿐이었다. 메이브의 표정이 변화가 없는 것을 확인한 다비드가 한쪽 구석, 첫날 서 있었던 자리에 가서 메이브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다리에 힘은 들어갑니까?”

메이브는 다비드의 말에 힘이 들어간다고 대답하려 했다. 하지만 발바닥이 바닥에 닿자마자 두 다리가 굽혀져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그런 메이브의 허리에 단단히 두른 다비드의 팔뚝 덕분에 메이브는 바닥에 넘어지지 않았다.

“아…… 아직은.”

메이브가 입을 달싹이며 조금 부끄러운 듯,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을 내뱉는 순간이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활짝 열려 있던 홀의 문이 쿵 소리가 나게 닫히며 신관이 안으로 들어온 것이 보였다. 신관은 홀 안의 사람들을 확인하더니 천천히 성년식을 치르는 사람들을 지나 석상이 있는 곳에 섰다.

메이브의 시선이 신관을 따라 서서히 움직였다. 그리고 신관은 품에 들고 있던 종이를 꺼내 한번 읽는 듯하더니 주변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오늘의 교육은, 그동안 쟁취한 자들이 지키지 못한 자들 때문에 힘들었던 것을 알고 있을 겁니다.”

메이브는 신관의 말에 가장 힘들었던 건 지키지 못한 자들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쟁취한 자들이 그동안 지키지 못한 자를 버리고, 오롯이 자신만이 쉬겠다고 방으로 돌아간 것도 수없이 보았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지키지 못한 자는 사람이 아닌 건지, 짐승보다도 대우가 안 좋은 것인지 그 상황을 뻔히 알고 있는 것 같은 신관은 쟁취한 자들의 수고만 말할 뿐이었다.

“그러니 오늘은 지키지 못한 자가 쟁취한 자를 위해야 하고, 그에 대한 봉사에 대해 알려 드릴 겁니다.”

신관은 홀에 남아 있는 사람을 천천히, 느릿하게 둘러보았다. 그 시선에 닿는 지키지 못한 자는 외려 자신이 잘못한 것처럼 어깨가 움츠러들며 시선을 피했다. 메이브는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금까지 메이브가 벌을 받은 적이 없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으나, 그렇다고 이 미친 상황이 말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메이브가 아닌 다른 지키지 못한 자는 그게 맞다는 것처럼, 몸을 웅크리고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이고 있었다.

“메이브 님.”

다비드는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있는 메이브에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리고 메이브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신관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 하던 메이브의 시선이 다비드에게 닿았다.

“……지키지 못한 사람이 그렇게 잘못한 거예요?”

메이브는 그 말을 끝으로 아랫입술을 꾹 다물었다. 여기서 솔직히 그 누구도 잘못한 사람은 없었다. 아니, 잘못을 따진다면 그건 이 신전과 말도 안 되는 교육부터가 문제였다.

거기서 쟁취한 자든, 지키지 못한 자를 나눈 것도 신전이었다. 매일매일 하는 일과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걸 받아들이는 지키지 못한 자도 힘든 것은 맞았다. 그리고 그걸 하려고 하는 쟁취한 자도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게 메이브는 이해되지 않았다. 모든 쟁취한 자가 다비드처럼 행동한 것은 아닐 것이 분명했다. 점차 사람들이 사라졌고, 그 사람들이 지키지 못한 자라는 것은 훤히 보였다. 쟁취한 자가 하지 않아서 벌을 받고, 쟁취한 자가 교육을 제대로 듣지 못해서 벌을 받고, 쟁취한 자가 밥조차 제대로 먹여 주지 않아 살이 빠지는 지키지 못한 자가 과반수였다.

그런데 왜 신관은 지키지 못한 자가 모든 것을 잘못한 것처럼 말하는지.

“아니요.”

수없이 떠오르는 생각의 답은 없었다. 그저 누구 하나 잘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누군가가 원망하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메이브는 눈앞의 다비드를 바라보며 울 것 같은 얼굴로 웃었다.

“그럼요?”

지키지 못한 게 그렇게 죄인 건가요.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은 결국 혀가 굳어진 것처럼 움직여지지 않아 입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메이브는 그 말을 큰 소리로 외치는 것처럼 다비드를 일그러진 얼굴로 쳐다보았다.

“메이브 님, 메이브 님이 잘못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만약 잘못을 했다고 해도 그게 메이브 님이 의도한 게 아니고요.”

메이브는 자신의 귓가에 속삭이는 다비드의 목소리에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발끝부터 무언가가 천천히 올라와 온몸을 감는 것 같았다. 그 끝이 서서히 올라와 목울대를 누르는 것처럼 숨이 턱 막혀 왔다.

“……전.”

메이브는 입을 벌려 내가 아니라고, 나를 향해 말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려 했다.

“지키지 못한 자는 쟁취한 자의 몸 위에 올라타 그의 음욕을 덜어 주어야 합니다. 이때, 쟁취한 자는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고 그저 누워 있으시면 됩니다.”

신관이 오늘의 교육을 말하는 목소리에 메이브의 입이 다물어졌다. 그리고 곧 얼굴이 새하얗게 바뀌고 말았다.

지금도 두 다리로 제대로 일어나기 힘들었다. 다비드가 허리를 붙잡아 주는 팔을 치우면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그런 메이브가 다비드의 위로 올라가 허리를 흔들어야 했다.

메이브는 바보 같은 얼굴로 신관을 쳐다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눈앞에 있는 다비드를 바라보았다. 다비드 역시 메이브가 이 교육을 제대로 끝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얼굴로 메이브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비드 님, 제가 할 수 있을까요?”

하려고 하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먼저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다비드의 정액을 삼키지 않았다. 그러니 아까 메이브가 음욕을 덜어 내는 방에서 정액을 쏟아 낼 때, 그때 다비드가 같이 쏟았던 한번이 끝이었다.

그러면 되지 않을까 잠시 생각했다. 하지만 메이브도 알고 있는 사실은 다비드가 생각보다 늦게 사정을 한다는 거였다.

그러면 다비드가 사정할 때까지 그 위에 올라타 허리를 흔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이미 한 발 빼고 온 사람을 말이다.

“…….”

다비드 또한 메이브가 이걸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메이브는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정말 메이브가 끝까지 하지 못한다면, 다비드가 허리를 움직일 수도 있었다. 그저 다비드가 손으로 메이브의 허리와 엉덩이를 움켜쥔 채로 허리를 흔들면 이 문제가 좀 더 쉬울지도 몰랐다.

“그리고 이번에는 쟁취한 자가 쉬어 가는 시간이기에, 오늘은 쟁취한 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메이브는 잠시 다비드에 대해 생각했던 방법은 지금 신관의 말을 끝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다비드는 바닥에 누워 있는 채로, 메이브가 그 위에 올라가 허리를 흔들어야 했다. 다비드는 한순간 자신의 위에 메이브가 올라가 허리를 흔드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지금도 갓 태어난 짐승처럼 똑바로 서지도 못하는 메이브가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가능할 겁니다.”

다비드가 입 안의 타액을 천천히 삼키며 자신도 장담할 수 없는 답을 메이브에게 내뱉었다. 하지만 메이브는 그런 다비드의 말을 처음으로 믿지 않는 것 같은 얼굴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다비드 님은 지루……잖아요.”

“도대체 그런 말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메이브는 다비드가 하는 말보다, 다비드를 어떻게 사정시켜야 할지에 대해 막막했다. 하지만 신관의 말이 끝이 났고 홀에 있는 쟁취한 자들이 자리에 눕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자신들이 움직여야 했는데, 이번에는 쟁취한 자들이 할 것이 없어서 그런지 홀 밖으로 나가는 자들이 드물었다. 아니,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 어이없는 행위에 메이브는 입을 벌리다 꾹 다물었다. 솔직히 자신도 다비드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 끝은 쟁취한 자들과 비슷할 것 같았으니 말이다.

차라리 성년식을 치르기 전에 이 몸에 들어온 것이 다행이었다.

“다비드 님, 누우세요.”

메이브는 눈앞에 있는 다비드를 보며 다짐한 듯 말을 이어 갔다. 그런 메이브를 지켜보던 다비드는 입술을 몇 번 달싹이다 곧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이고는 천천히 메이브의 허리를 붙잡고 있던 손을 움직였다. 다비드는 혹시 메이브가 다리에 힘이 풀릴까 걱정되어 허리에 두른 팔을 먼저 풀지 않았다.

자리에 주저앉으면서도 메이브를 끌어안은 다비드는 메이브가 안전하게 자신의 허벅지 위에 앉고 나서야 바닥에 누워 고개를 살짝 들고 메이브를 바라보았다.

“힘들면 조금씩 천천히 해도 되니까.”

걱정스러운 다비드의 목소리는 메이브에게 들리지 않았다. 메이브는 다비드의 허벅지에 앉아 있는 자세에서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천천히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아직 몸에 힘이 없어서 다리를 세우는 것조차 힘들다고 느꼈다. 허벅지의 근육이 도드라진 것과 동시에 메이브의 다리와 상체가 잘게 흔들렸다.

바닥에 내려갔던 다비드의 손이 움찔 떨리더니 곧 천천히 들어 올려 메이브의 몸을 붙잡아 주려 했다.

“가만히 있어요…….”

메이브는 그런 다비드의 행동에 고개를 슬며시 흔들었다. 지금까지 다비드의 도움을 받았으니, 이번에는 자신이 해야 할 것 같다고 느꼈다.

그러니 힘들다 해도 오늘은 해 주고 싶었다. 다비드에게 기대는 것이 편할지 몰라도, 그가 자신을 귀찮다고 느끼는 것보다는 괜찮았다.

메이브는 크게 숨을 들이켜고 무릎걸음으로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곤 고개를 숙여 반쯤 발기되어 있는 다비드의 성기를 쳐다보았다.

이대로 집어넣으려 해도 들어갈 것 같지는 않았다. 손이라도 자유로웠으면 괜찮았을 텐데.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아도 지키지 못한 자들 중 그 누구도 손이 풀려 있는 자는 없었다.

“……잠깐만 배 쪽에 앉을게요.”

“편히 앉아도 돼요.”

메이브는 다비드의 허락에 다리에 힘을 풀고 엉덩이를 차분히 내렸다. 그 단단한 근육에 궁둥이가 닿는 것이 느껴졌다. 불룩불룩 튀어나온 근육 때문인지, 메이브는 어쩐지 엉덩이가 배겨 온다고 느껴졌다.

메이브는 숙였던 고개를 들어 올리고 가슴을 하늘 위로 쭉 뻗어 묶여 있는 손을 최대한 뒤로 내렸다. 그리고 손가락을 뻗어 손끝에 걸리는 다비드의 성기를 최대한 움켜쥐려고 했다.

“……하아.”

다비드의 입에서 조금 아쉬운 듯한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 소리를 들은 메이브는 아랫입술을 살짝 짓누르듯 깨물며 손가락에 걸리는 성기를 꽉 쥐려고 노력했다.

겨우 두 손에 다비드의 성기가 잡혔다. 그러자 손바닥에서 다비드의 성기가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감각이 세세하게 느껴졌다.

메이브는 손을 천천히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럴수록 상체가 굽혀졌다가 펴지기를 반복하니 몸이 더 힘든 것 같았다.

결국 메이브는 엉덩이를 작게 흔들며 다비드의 아랫배에서 툭툭 살을 부딪친 채 손을 움직이는 걸 택했다.

“……메이브 님.”

메이브의 엉덩이 골에 살살 문질러지는 귀두와 불편하게 꺾인 손으로 움켜쥔 채 흔드는 모든 것이, 다비드에게는 자극이 강하게 느껴지면서도 약한 듯도 여겨졌다.

살짝 일그러진 얼굴로 어찌할지 모르는 메이브의 표정 때문인지, 다비드의 입꼬리가 내려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 부드러운 살결이 계속 아랫배를 두드리는 것에 미약하게 그 충격이 성기까지 흘러갔다. 다비드는 분명 만지는 자극은 약한데, 시선으로는 자극이 강하다고 생각했다.

“후…….”

다비드의 입에서 더운 숨이 쉬어졌다. 그리고 곧 메이브의 손에 움켜쥐어진 성기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것을 느낀 메이브 역시 한결 안도한 미소를 짓고는 엉덩이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다비드의 성기를 움켜쥐고 있던 손은 왜인지 진득거렸다. 아까, 그 행위를 하고 다비드가 밑을 닦지 않았던 건가 생각이 들면서도 그게 다행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제…… 넣을게요.”

“급하게 할 필요 없으니까 천천히 해도 돼요.”

이렇게 혼자서 하는 것은 처음이어서 그런지, 메이브는 여전히 불안해 보였다. 다비드는 누워 있는 상태로 손을 들어 메이브의 허리와 얼굴을 부드럽게 움켜쥐며 손끝으로 살살 문질렀다.

“도와 달라고 말하면 도와줄게요.”

“……하지만 도와줄 수가.”

“있어요.”

장담하는 것처럼 당당하게 메이브의 말을 끊고 대답하는 다비드의 모습에 메이브는 멍하게 어정쩡한 자세로 엉덩이를 들어 올린 채 다비드를 내려다보았다.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고 누워 있으면 된다 했죠. 하지만 행위를 해도 안 된다는 말은 하지 않았잖아요.”

다비드의 말이 맞았다. 분명 신관은 쟁취한 자는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고 누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 말 뒤로 쟁취한 자가 지키지 못한 자를 도와주지 말라거나, 다른 행위를 하지 말라고 하는 말 역시 하지 않았다.

다비드의 말대로, 그가 도와주어도 상관없는 걸지도 몰랐다. 하지만 메이브는 고개를 작게 흔들었다.

“……그래도 제가 혼자 열심히 해 볼게요.”

다비드가 도와준다면 메이브에게는 좋은 것이 맞았다. 분명 조금 덜 부끄럽고 잘 싸지 않는 다비드가 쌀 때까지 허리를 흔들지 않아도 될지 몰랐다.

하지만 이렇게 도와주는 게 계속되는 것이 이제는 미안했다. 메이브는 부드럽게 웃고 있는 다비드를 보며 마주 웃었다.

“계속 다비드 님이 저를 도와주셨잖아요.”

메이브는 이번 교육은 혼자서 잘해 보자고 다짐했다. 지금까지 다비드가 계속 도와줬는데 이번에도 도와 달라고 말하기는 양심이 불편할 정도였다.

메이브는 숨을 크게 들이켜고는 천천히 어정쩡한 자세에서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무릎을 세우고 엉덩이를 든 채 고개를 살짝 숙인 메이브는 발기한 다비드의 성기 위치를 확인했다.

불편하게 상체를 굽힌 채로 천천히 들어 올린 엉덩이를 내렸다. 엉덩이 골에 단단한 성기가 문질러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은밀한 그곳에 닿을 것 같으면 쿠퍼액에 미끄러져 애먼 곳으로 툭툭 움직이는 성기에 메이브는 아랫입술을 잘근거리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고개가 다리 사이에 파묻힐 정도로 상체와 얼굴을 숙인 채로 두 눈은 크게 뜨고 핏줄이 도드라진 다비드의 성기를 쳐다보았다.

그렇게 한참을 지켜보고 있으니 저 큰 것이 안으로 들어왔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었다.

“……메이브 님, 넣는 것만 제가 도와드려도 될까요?”

다비드의 물음에 메이브는 당장이라도 고개를 끄덕이고 싶었다. 하지만 조금 전 자신 혼자 하겠다고 당당히 말했는데, 금세 도와달라고 하기는 양심이 아팠다.

“제가…… 할게요.”

그런 메이브의 대답에 그의 골반 부분을 움켜쥐고 있던 다비드의 손끝이 움찔 떨려 왔다. 메이브는 알지 못했지만, 메이브가 엉덩이를 들썩이며 다비드의 성기가 구멍에 들어가지 않고, 그 주변에서만 계속 반복해서 문질러졌다. 그에 미약한 쾌감이 계속 느껴지던 다비드가 언제 정신을 놓고 메이브를 탐할지 몰랐다.

다비드는 살짝 메이브의 골반을 잡고 있던 손을 떨어트리고 손에 힘을 주었다. 다비드의 손등에 핏줄이 도드라졌다. 그래도 쉬이 가라앉지 않아서 다비드는 이를 으득 소리 나게 깨물었다. 그의 목선과 턱선까지 핏줄이 도드라졌다.

하지만 메이브는 그것을 보지 못하고 꺼덕거리는 다비드의 성기를 쳐다보며 엉덩이를 들썩이는데 여념이 없었다.

“하아…… 후.”

몇 번 반복해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자, 메이브는 결국 가슴을 하늘 위로 쭉 내밀며 두 손으로 다비드의 성기를 조심스레 건드렸다.

그리고 손끝에 감기는 성기를 천천히 자신의 구멍으로 가져가려 했다. 하지만 한 번씩 힘이 들어가는 성기는 금세 메이브의 손에서 벗어나 엉덩이 골 쪽에서 툭툭 두드려졌다.

“……읏.”

다비드에게 힘을 주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메이브도 이건 자연적으로 힘이 들어가는 걸 알고 있었다. 원망을 할 거면 빨리 안에 넣지 못하는 것이 잘못한 거였다. 메이브는 조금 전 다비드가 도와준다고 했을 때 도와 달라고 말할 걸 하고 후회하며 천천히 엉덩이를 내렸다.

“으음…….”

구멍에 겨우 맞닿았던 다비드의 성기가 느껴지는 순간 엉덩이를 내렸다, 금세 미끄러져 엉덩이 골 쪽으로 문질러지듯 넘어갔다. 결국, 힘이 빠진 다리 때문에 바닥에 주저앉았다. 다비드의 쿠퍼액이 떨어지는 성기가 손가락 사이에 닿았고, 꼬리뼈 부분에서 작게 흔들렸다.

“메이브…… 님, 넣는 것만 도와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짐승처럼 울리는 것 같은 다비드의 목소리가 잔뜩 낮아져 있었다. 꼭 무언가를 참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메이브는 멍하니 다비드를 쳐다보다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메이브가 용을 쓰고 기를 써도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 그러면 조금만 도와주세요.”

다비드가 한 번 더 묻지 않았으면 메이브는 힘들다고 해도 끝까지 혼자 넣으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도와준다는 다비드의 말은 꼭 천사가 손을 내밀어 주는 것과 같아서 메이브는 급히 고개까지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런 메이브를 쳐다보며 겨우 작은 미소를 머금은 다비드는 힘이 잔뜩 들어가 손바닥에 손톱자국이 남은 손에 천천히 힘을 풀고 메이브의 허리를 붙잡았다.

“힘, 빼요.”

낮게 중얼거리던 다비드 역시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었다. 주변은 이미 관계를 시작한 지 오래라 귓가에 신음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왔다. 다비드가 메이브를 지켜보며 살짝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비드가 생각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걸 깨달은 쟁취한 자들은 미친 짐승처럼 지키지 못한 자의 몸을 움켜쥐고 허리를 흔들었다. 그게 꼭 발정 나서 미친 것처럼 보였다.

“메이브 님.”

“……네?”

“괜찮으니까 힘 빼요.”

“으……음, 네.”

지금 이 순간을 집중하고 있어서인지, 메이브는 주변이 어떻게 변했는가에 대해 눈치를 채지 못한 것 같았다. 다비드는 그 모습이 귀여워 결국 작게 소리를 내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린 메이브의 표정이 이상하게 일그러진 것을 본 다비드는 고개를 살짝 숙여 메이브의 둥근 이마에 입술을 조심히 문질렀다.

“괜찮아요.”

메이브는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힘이 들어갈 만큼 온몸에 힘이 남아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허리를 움켜쥐고 살살 매만지는 손길에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기도 했다.

메이브는 크게 숨을 들이켜고 느긋하게 내쉬며 상체를 살짝 숙여 다비드의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그러고 나서야 메이브의 시선에 미친 광란의 밤처럼 허리를 움직이고, 신음을 지르는 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아.”

낮은 탄식을 내뱉은 메이브의 소리에 다비드는 허리를 움켜쥐고 있던 손을 들어 올려 힘이 들어 굳은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힘 빼요. 괜찮아요.”

다비드의 목소리는 여전했다. 한없이 다정한 듯한 목소리에 메이브는 눈앞에 있는 시선을 거두었다. 고개를 살짝 숙여 다비드의 어깨에 눈두덩을 짓누르며 주변을 보지 않으려 했다.

아까까지 혼자 집중할 때에는 아무것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몸을 쓸어내리며 메이브의 몸을 천천히 들어 올리는 다비드의 행동에 조금 쉴 틈이 생겨난 메이브는 주변을 살펴볼 수 있었다.

두 눈을 가리고 다비드의 숨과 목소리에 집중하려 했으나, 그 귓가에 높은 교성과 신음, 그리고 작은 욕설들이 들려왔다.

“이제 넣을 거예요, 메이브.”

“아……!”

메이브가 점점 멀어지는 다비드의 목소리보다 신음에 집중하려 할 때, 다비드는 발기한 성기의 끝을 메이브의 구멍에 살살 문질렀다. 그제야 다비드의 행위를 눈치챈 메이브가 놀란 신음을 내뱉으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다비드의 얼굴을 멍하니 풀린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러자 다비드가 살짝 웃으며 고개를 내밀고 메이브의 코끝에 자신의 코끝을 부딪쳤다.

“저한테 집중하세요. 다른 사람들 말고. 오롯이 제게.”

그게 꼭 메이브는 다비드가 질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질투하는 것이 아닐지도 몰랐으나 왜인지 질투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에 메이브는 작게 웃으며 다비드만을 바라보았다. 다비드의 낮은 목소리와 뜨듯한 체온, 그리고 작은 떨림과 숨소리에 집중하고 있으니 홀에 울려 퍼지고 있던 거친 소리와 신음이 점점 멀어지는 듯했다.

“……힘, 빼요.”

다비드가 다시 똑같은 말을 내뱉었을 때, 메이브는 그 말을 이해하는데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 그 뜻을 이해하기도 전에 다비드가 메이브의 구멍 안으로 단단하게 발기된 성기를 한순간에 쑥 밀어 넣었다.

퍽, 살갗이 크게 두드려지는 소리와 함께 굽혀 있던 메이브의 다리가 부르르 떨려 왔다. 숨을 쉬는 것조차 잊은 것처럼 벌어진 입이 파르르 떨렸다.

두 눈을 크게 뜨고 헛숨을 크게 들이켠 메이브가 상체를 웅크리고 다비드의 품에 기대어 낮게 숨을 내쉬었다.

“흐……아.”

“자, 이제 허리 움직여야죠.”

다비드는 정말 넣는 것까지 도와주고 끝이었던 건지, 허리와 등줄기에 닿았던 두 손을 천천히 떨어트렸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천천히 등을 바닥에 기대어 누웠다.

다비드의 상체에 살짝 기대어 있던 메이브의 허리에 힘이 들어가고 어정쩡하게 그의 상체 위에 앉은 채로 멍하니 누운 다비드를 내려다보았다.

“아니면, 제가 도와 드릴까요?”

지금 이 상황이 즐거운 것처럼 입가에 작은 미소가 피어난 다비드의 표정에 메이브는 입 안이 메말라 가는 것만 같았다. 입에 타액을 모아 목구멍 안으로 삼키며 고개를 느릿하게 가로저었다.

“제…… 제가, 제가 할게요.”

넣는 것까지 이미 도와주었는데 끝까지 도와 달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게 메이브에게는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었다.

지금까지 도와주지 않은 적이 없었다. 밥을 먹지 못하게 되었을 때는 어디서 먹을 걸 챙겨 와 주기까지 했다. 그런 다비드에게 이번에도 도와 달라고 말하기 싫었다. 아니, 이번에는 혼자 알아서 하고 싶었다.

메이브는 안으로 들어와 꿈틀거리는 다비드의 성기의 감촉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하아.”

홀 안의 무거워진 공기를 들이켜고 내쉬며 메이브는 온몸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아래에도 힘이 들어가 속으로 깊게 들어온 다비드의 성기를 조여 왔다.

그에 여유로워 보이던 다비드의 표정이 조금 깨지는 것처럼 보였다. 메이브는 어쩌면 자신이 힘든 만큼, 다비드도 여유롭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생각했다.

메이브는 긴장하던 몸에 힘을 풀고, 힘을 주어야 하는 부분에만 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허리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안으로 들어왔던 성기가 한순간에 쭈욱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먼저 느끼고 한 번에 다비드의 성기 부분에 내려앉았다.

“흡……!”

메이브의 엉덩이와 다비드의 살갗이 큰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그만큼 메이브의 속 깊이 다비드의 성기가 한순간에 밀려들어 갔다. 메이브는 헛숨을 들이켜며 몸을 부르르 떨 수밖에 없었다.

크게 떠진 눈으로 숨을 몰아쉬며 살짝 고개를 숙이자, 일그러진 다비드의 얼굴과 단단하게 발기되어 있는 채 위아래로 흔들리고 있는 자신의 성기가 보였다.

메이브는 몸을 부르르 떨며 다시 숨을 크게 들이켜고 천천히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흐……아. 읍!”

몸을 위아래로 움직일수록 메이브는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것만 같았다. 어디에 문질러지고 어디에 부딪쳐야 느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점점 허리를 움직이면서도 그 자리를 찾아 몸을 비틀었다.

몸을 흔들면 흔들수록 허리가 지끈거렸고, 두 다리는 불타는 것처럼 당겨 오며 욱신거렸다. 그런데도 멈출 수가 없었다. 메이브는 눈앞이 하얗게 변해 가는 것을 느끼며 입을 크게 벌리고 거친 숨을 몇 번이고 내쉬며 낮은 신음을 하염없이 내뱉었다.

“흐……읏!”

살갗이 두드려지는 소리는 점점 커져만 갔다. 눈을 감고 눈을 뜨는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다. 반쯤 풀려 버린 눈으로 내려다본 다비드는 아랫입술을 짓누르며 힘을 억누르는 것처럼 보였다.

메이브는 허리를 빠르게 흔들면서도 몸에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두 팔이 묶여 있는 상태로 중심을 잡는 것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결국 메이브의 허리가 흔들리며 한순간에 다비드의 몸 위에 주저앉았다.

“아……!”

메이브의 입에서 거센 신음이 튀어나왔고, 결국 다비드의 상체에 진득한 정액을 쏟아 냈다. 덜덜 떨리는 두 다리는 이제 움직일 수 없는 것처럼 힘이 풀려 차가운 바닥에 닿아 작게 흔들릴 뿐이었다.

그런 메이브의 상황을 금세 눈치챈 다비드는 바닥에 내려놓았던 손을 들어 메이브의 허리를 붙잡았다.

쾌감에 예민해진 것인지, 다비드의 손이 몸에 닿자마자 메이브의 몸이 움칠 떨려 왔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다비드는 천천히 상체에 힘을 주고 반쯤 몸을 일으켰다.

“도와 달라고 말해요. 그러면 도와 드릴게요.”

“흐……아.”

“어서요, 메이브 님. 전부터 말했잖습니까. 그게 무엇이 되었든지 도와 달라고 하면 끝까지 도와준다고.”

“……읏.”

“제가 도와 드릴 테니, 도와 달라고 말해요.”

메이브의 입술이 몇 번이고 달싹였다. 금세 목구멍에 걸려 있는 도와 달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겨우 남은 자존심이었기에 메이브는 다비드에게 도와 달라고 말하는 것을 망설였다.

“처음부터 말했잖아요. 메이브 님이 제게 순결을 바친 대신에 지켜 드리기로.”

“…….”

다비드의 말이 맞았다. 벌써 그때 그 이야기를 끝낸 지 5일이 지났다고 잊었는지 메이브는 한숨이 뒤섞인 채로 허탈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첫 번째 교육을 하는 당시, 메이브는 그때 자신의 순결로 다비드와 거래를 한 거였다. 아프지 않게 해 주고 그 뒤에 차별이 무엇이라도 다비드가 도와주겠다는 그 말에 말이다.

솔직히 그게 거래라고 해야 할까. 메이브는 지금 생각해도 아닌 것 같았다. 그때는 이미 답이 나와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말이다.

다비드를 깔게 되면 분명 자신에게 악감정을 가졌을 것이다. 그리고 정말, 이 ‘마이 홀’의 미친 서브공의 절차를 밟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결국 메이브가 선택한 것이 메인수였던 다비드에게 순결을 바치는 거였다.

그리고 그 증거로, 정말 다비드가 메인수가 맞는지 그 이름을 물어봤으니 말이다.

“그게 무엇이든지 메이브 님이 도와달라고 말하면 저는 도와드릴 겁니다.”

실베스타 데이비드. 지금은 계속 다비드라고 불렀기에 어색한 그 이름을 메이브는 마음속으로 되새기며 웃었다. 겨우 남은 자존심을 챙기기에는, 이미 첫날 교육 때 전부 버렸던 것 같았다.

메이브는 그래서 순결을 바쳤고, 그에 합당한 대가를 얻었다.

어쩌면 지금까지 다비드가 메이브를 배려해 주었던 모든 행동이 그의 합당한 대가였을지도 몰랐다. 아니, 메이브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니 이건 자존심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다고 생각하려 했다.

“메이브 님.”

하지만 메이브는 좀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도와 달라고, 그 말만 내뱉으면 되는 건데도 말이다. 혼자 하려고 해도 속에서 꿈틀거리는 성기가 언제 사정할지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이미 힘이 빠질 대로 빠진 이 몸으로 어떻게 해서 다비드를 사정시키게 만들어야 할지 답도 나오지 않았다.

이미 다비드가 말하는 순간부터 메이브가 갈 길은 정해져 있었다. 입을 벌려 도와 달라고, 그 말을 내뱉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그런데 웃기게도 메이브는 꼭 누가 자신의 혀를 칭칭 감아 움직이게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쉬운 단 한 마디를 내뱉지 못하게 말이다.

“제가 도와 드리는 게 싫으신 겁니까?”

다정하기 짝이 없던 목소리가 조금 딱딱하게 들려왔다. 그에 멍하니 고개를 살짝 들어 다비드를 바라보았다. 무엇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지, 잔뜩 일그러지고 굳어진 얼굴로 다비드는 메이브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면, 지금까지 도움을 받아서 제게 이렇게라도 해 주고 싶었던 겁니까?”

당연히 후자라고, 전자가 아니라고 말해야 했다. 다비드가 도와주는 것이 싫지 않았다고, 단지 지금까지 계속 도움을 받았으니까, 이번만큼은 자신이 해 주고 싶었다고 말하려 했다.

“대답도 하기 싫은 겁니까?”

어쩐지 다비드가 화나 보였다. 아니, 화가 날 만도 했다. 메이브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도와주겠다는 사람에게 도와 달라고 말을 하지도 못했고, 그가 화가 나 묻는 말에도 대답조차 하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메이브는 다비드가 화난 이유를 이미 알고 있는데도, 서러워지는 마음은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그냥, 그냥 이번만 다비드가 편하게 쉴 수 있으면 좋다고 생각한 것뿐이었다. 근데 이상하게 눈앞이 흐려지고 다비드의 얼굴이 일그러져 보였다.

눈가가 뜨듯해지는 것이 눈을 감으면 금세 눈물을 흘릴 것 같아 고개를 푹 숙이려 했다. 그마저도 얼굴을 감싸고 들어 올리는 다비드의 손길에 숨길 수조차 없었다.

“왜 울려고 해요.”

“……저는…….”

굳어 있던 혀가 천천히 움직여서 내뱉는 말이라고는 저는, 밖에 없었다. 목이 메 오는 것에 메이브는 속으로 왜 이러는지 자신도 이해할 수가 없어서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

다비드는 그 이상 말하지 않고 오롯이 메이브의 말을 기다리는 것처럼 입을 다문 채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메이브는 천천히 숨을 들이켜고 내쉬며 혼란스러운 마음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애초에 다비드가 편하게 쉬게 해 주려 했던 거지, 그를 화나게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지금까지…… 다비드 님이 챙겨 주셨으니까…… 이번에는 제가 해 드리고 싶었어요.”

최대한 목소리가 떨리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미 메여 오는 목 때문인지 목소리에 울음기가 뒤섞여 있는 듯했다.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을까, 아니면 볼품없는 양처럼 떨려 왔을지도 모르겠다.

메이브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눈에 가득 채워져 있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게, 너무 서러웠다. 울고 싶지 않은데 운 것이 정말 너무 이상했다.

“메이브 님.”

“……네.”

“저는 메이브 님이 그저 제게 기대고 제게 의지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

“힘든 일은 제가 전부 한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아니, 애초에 힘든 일도 없었습니다. 그 시간 동안 저는 메이브 님과 같이 있던 그 순간이 좋았으니까요.”

메이브는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뜨고 눈앞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그 눈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게 불편했던 적도, 싫었던 적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지금도 제가 메이브 님을 도와주고 싶어서 도와주겠다고 말한 거였고요.”

그 연한 눈이 우직해 보여서일까, 아니면 저 진지한 목소리가 거짓이 없는 것처럼 들려와서일까. 메이브는 결국 작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제가 그냥 도와주는 것을 불편해할까 봐 물어봤던 겁니다. 제가.”

“……불편한 적 없었어요.”

“제가 메이브 님을 신경 쓴 만큼, 메이브 님 또한 저를 신경 쓰고 있다는 거 압니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메이브 님이 제게 져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

“제가 너무 힘들어서 그런 거니까, 제게 몸을 맡겨 주시면 안 됩니까?”

다비드는 손가락을 움직여 메이브의 턱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문질렀다. 손끝에 묻어난 물이 메이브의 얼굴에 번져갔다. 벌겋게 변한 눈으로, 파르르 떨리고 있는 몸으로 메이브는 귀를 기울여야만 들리는 작은 소리로 웃었다.

“……제가 힘든 거 아니에요. 다비드 님이…… 힘들어서 도와주시는 거예요.”

“네, 메이브 님은 하실 수 있는데 제가 힘들어서 그런 겁니다.”

겨우 작은 자존심이었는데, 그것마저도 지켜 주는 다비드의 행동에 메이브는 결국 얼굴을 감싸고 있는 다비드의 손에 볼을 천천히 문질렀다.

메이브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분명 지금 이 순간 가장 힘든 것은 자신이었다는 걸 말이다. 움직일 힘조차 없어서 팔다리가 흔들렸다. 그런데도 다비드가, 자신이 힘든 것이라고 말하는 것에 메이브는 결국 울 듯한 얼굴로 웃었다.

“다비드 님…… 도와주세요.”

아까 이 말이 나오려 해도 좀처럼 나오지 않았는데, 이제는 쉬이 입 밖으로 내뱉어지는 것에 메이브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반쯤 눈을 감고 다비드의 손에 얼굴을 기댔다. 그러자 다비드는 손을 움직여 메이브의 볼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어 주며 상체를 완전히 일으켰다. 앉아 있는 다비드의 몸 위에 앉은 채로 그 단단한 몸에 기대어진 메이브는 느릿느릿하게 눈을 깜박였다.

“네, 감사합니다. 메이브, 그 말을 제게 해 주셔서.”

정말 바보처럼 한결같은 사람이었다. 별것 아닌, 아니 어쩌면 메이브가 가진 것 중에 가장 커다란 것이었는지도 모르는 것을 다비드에게 바치고 나서부터 이 인연이 시작된 걸지도 몰랐다.

바보 같은데, 그 우직하면서도 다정한 성격 때문인지 메이브는 그가 무엇을 말해도 그에게 기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속으로는 안 된다고, 이곳을 떠나서 더 엮이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크게 뛰어 다가오는 듯한 다비드를 막을 수가 없었다.

“…….”

입술을 달싹이며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다. 고맙다고, 그 말을 다시 한번 건네준 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은데 다시 혀가 돌처럼 굳어져 말이 나오지 않았다. 지금 힘을 주어 굳은 혀를 억지로 움직인다 해도 어눌하고 이상한 말이 나올지도 몰랐다.

메이브는 꼭 자신의 몸이 자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았다. 이 무거운 공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 상황 때문이었는지도.

“메이브 님, 조금 아플지도 모릅니다. 제가 이제 참기 힘들어서요.”

“……네?”

“그러니까 먼저 사과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다비드의 말뜻을 이해하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얼굴을 감싸 쥐고 있던 손이 몸을 쓸고 내려가며 허리춤에 닿았을 때,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메이브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허리춤을 지분거리듯 만지는 그 손이 투박하면서도 거칠다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뜨거운 그 체온에 메이브가 헛숨을 크게 들이켰다. 그리고 그 순간 다비드는 지금까지 오랜 시간을 참아왔다는 것처럼 메이브의 골반을 힘껏 움켜쥐었다.

다비드의 두 팔뚝에 핏줄이 도드라질 정도로 힘이 들어갔을 때였다.

“다비드 님?”

무언가 이상해서 메이브가 조심스럽게 다비드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다비드는 힘을 잔뜩 준 팔을 움직여 메이브의 둥근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다비드의 손가락 사이로 메이브의 부드러운 살결이 불룩불룩 튀어나왔다.

그 살결에 붉게 손자국이 생겨났다. 그에 절로 몸에 힘이 들어간 메이브가 아랫구멍을 조여 왔다. 그런 메이브의 머리 위로 미약한 다비드의 낮은 신음 소리가 들린다 싶을 때였다.

“아……!”

메이브의 엉덩이를 단단하게 붙잡고 있던 다비드의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힘을 주지 않았는데도, 다비드의 힘으로 메이브의 몸이 들렸다가 다시 아래로 한 번에 내려앉기를 반복했다.

발기되어 꺼덕이는 메이브의 성기는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온 다비드의 근육에 거칠게 문질러졌고, 힘이 들어간 몸은 속 깊은 곳을 찔렀다가 다시 한번에 빠져나가는 것을 반복하는 행위에 부르르 떨려 왔다.

“죄송합니다. 하아…….”

그런 와중에도 다비드는 메이브의 귓가에 죄송하다는 말을 몇 번이고 내뱉으며 손을 움직였다. 퍽퍽, 살갗이 부딪치는 소리가 점점 빠르고 커져만 갔다. 꼭 소리가 울리는 거대한 홀에 다비드와 메이브 둘만이 있는 것처럼, 그 커다란 소리가 메이브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메이브는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만큼 몸을 움찔움찔 떨었다. 자신의 여린 살을 벌리고 안으로 들어오는 그 단단한 것은 뜨겁다 못해 꺼덕이며 안의 예민한 부분을 건드렸다.

그게 꼭 몸이 두 쪽이 나는 것처럼 아픈 것 같으면서도 뜨거운 물 안에 온몸이 빠진 것처럼 정신이 혼미했다.

입을 벌려 숨을 뱉으면 뜨겁다 못해 야해 빠진 더운 숨이 내쉬어졌다. 다시 숨을 들이켤 때면 그 더운 숨이 다시 목구멍 안으로 들어오는 듯했다. 속의 모든 것이 뜨거운 용암을 머금고 마신 것처럼 온몸에 열기가 퍼져 나가는 듯했다.

“흐……아! 아흑!”

메이브가 생각을 할 수 없을 만큼 다비드의 행동이 점점 빨라졌다. 살갗이 부딪치면 부딪칠수록 메이브의 엉덩이가 점차 붉게 달아올랐다. 다비드의 쿠퍼액인지, 아니면 정말 속에서 애액이 흘러나오는지. 아랫구멍이 가려오면서도 진득한 무언가가 허벅지 아래로 흘러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속을 거칠게 헤집으며 위아래로 움직이는 다비드의 성기에 찌걱찌걱, 물이 튀는 야한 소리가 들려왔다. 메이브는 자신의 두 눈을 감고만 싶었다. 눈앞에 살짝 눈썹을 찌푸리고 눈을 찡그린 다비드가 무언가를 참는 것처럼 아랫입술을 짓누르고 있는 저 야해 빠진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 표정을 보고 있으니, 메이브는 꼭 정신을 잃고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두 눈을 감으면 속에서 움직이는 저 감각이 너무 강해져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흑! 아흣……!”

두 눈을 감을 수도 없으니 차라리 찌걱이며 살갗을 부딪치는 저 야한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두 귀를 막고 싶었으나, 묶여 있는 두 손은 풀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쾌감에 두 팔을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손목과 팔을 감고 있는 천에 살이 거칠게 문질러졌다. 나중에는 따갑고 뜨거워지는 손목과 팔에 메이브는 온몸에 힘을 풀 수밖에 없었다.

“하아…… 메이브.”

“흐…… 아으읏!”

“제길.”

입을 제대로 다물지도 못하는 메이브는 조금만 천천히 해 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런 메이브의 귓가에 낮은 욕설이 들려왔다. 흐릿한 시선에 다비드를 쳐다보니, 그 표정이 더욱 일그러져 지금 순간을 참지 못하는 것처럼 거칠게 허리를 흔들었다.

나중에는 앉은 자세로 움직이는 것이 힘든지, 한순간에 몸을 일으키다시피 하고는 메이브를 바닥에 눕히고 자신이 몸을 반쯤 일으켰다. 한순간에 차가운 바닥에 등이 닿은 메이브가 멍하니 풀린 얼굴로 다비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제가 지금 좀 힘들어서, 다정하게는 못 해 드릴 것 같습니다.”

“……흐?”

“그러니까.”

다비드의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그 뜻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버텨.”

메이브가 그 말에 대답하기도 전에 다비드는 지금까지 쉴 시간을 주었다는 것처럼, 엉덩이를 움켜쥐던 손을 떨어트리더니 메이브의 다리를 붙잡았다.

한순간에 다리가 완전히 벌어진 메이브는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고는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른다는 것처럼 이리저리 굴리기 시작했다.

다비드는 그런 메이브를 바라보며 웃고는 붙잡은 다리를 자신의 입가에 가져가 뼈가 불룩 튀어나온 메이브의 발목을 아프지 않게 깨물었다.

“흣…….”

둥근 복숭아뼈를 혀로 핥으면서 이빨로 잘근잘근 깨문 다비드는 그 발목에 자신의 흔적이 새겨진 것이 보이자 천천히 몸을 숙여 종아리에 다시 한번 자국을 새겨 넣기 시작했다.

간지러운지, 아니면 아픈지 메이브의 몸이 움칠움칠 떨려 왔다. 그런 메이브의 표정을 하나하나 살피면서 메이브가 숨 돌릴 틈이 생길 때, 다비드는 멈추었던 허리를 살짝살짝 힘주어 움직였다.

“아흑…….”

메이브의 입가에서 거친 신음이 몇 번이고 내뱉어졌다. 숨을 쉴 틈이 되면 속을 헤집듯이 들어와 움직이는 성기에 정신을 차리려 해도 힘이 들었다. 벌겋게 달아오른 피부와 두 눈으로 메이브는 흐릿한 다비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달싹이는 입술에서 조금만 쉬게 해 달라고 말하고 싶은데, 자신을 도와주는 것도 다비드였고, 도와 달라고 말한 것도 자신이었기에 그 말은 목구멍 안으로 꾹꾹 눌러 담을 수밖에 없었다.

“이 발목이 부러지면, 제게서 못 벗어날 텐데.”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는 다비드의 목소리가 메이브의 귓가에까지 들려오진 않았다. 무거운 공기와 시끄러운 신음이 홀에 메아리처럼 울려 퍼져서 다비드의 작은 목소리는 파묻혀 버렸다.

그것이 어쩌면 메이브에게도, 다비드에게도 다행이었을지 모른다. 메이브는 이 신전을 벗어나기 전까지는 다비드의 진실한 모습을 보지 못할 거였고, 다비드 역시 신전에 있는 동안 메이브가 자신을 다정하다고 생각해 기댔을 테니까 말이다.

“흐아…… 다……비드 님, 뭐라고…… 하셨어요?”

신음과 거친 숨이 뒤섞인 목소리로 메이브가 다비드에게 묻자, 다비드는 언제 그런 말을 했냐는 듯 다정하기 짝이 없는 얼굴로 웃으며 메이브의 다리에 얼굴을 살짝 문질렀다.

“버텨야 하는데, 제가 버티지를 못하니 메이브 님이 힘드실 것 같아 죄송하다는 말이었습니다.”

“하아…… 으. 괜, 괜찮…….”

“지금이 괜찮다면, 조금 더 속도 좀 내겠습니다.”

“……네, 네?”

떨리는 목소리로 메이브가 대답하는 그 순간, 다비드는 메이브의 양쪽 허벅지를 붙잡아 허공에 들어 올렸다.

한순간 들린 몸에 메이브가 당황하기도 전, 그 얼굴이 잘 익은 과실처럼 붉게 물들었다. 메이브는 다비드를 보고 있는 시선에 자신의 성기가 애액을 뚝뚝 흘리며 흔들리는 것을 숨김없이 볼 수 있었다.

핏줄이 얼마나 도드라지고, 얼마큼 붉게 물들어 힘들어하는지. 그리고 그 뒷구멍으로 다비드가 쑤시는 것만 하고 있는데도 느끼고 있는 자신의 몸에 메이브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메이브 님.”

“읏…….”

“제 것을 맛있다는 듯이 물고 있군요.”

다비드는 경련하듯 움찔거리는 메이브의 허벅지를 손가락으로 살살 문질렀다. 그 야해 빠지고 천박한 말에 메이브의 얼굴은 더 붉어질 수 있냐는 듯 붉어져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렇게 흥분해서는.”

다비드는 한쪽 허벅지를 붙잡고 있던 손을 움직여 팔뚝으로 허벅지가 움직이지 못하게 누르며, 메이브의 성기를 움켜쥐었다. 다비드의 아귀에 붙잡혀 꺼덕이는 성기는 금세 정액을 쏟아 낼 것처럼 꿈틀거렸다.

“조금만 만져 드리면, 금세 야한 걸 쏟아 내겠죠.”

다비드의 눈이 점점 짙게 가라앉는 것이 메이브의 두 눈에 보였다. 찡그러지고 힘들어했던 표정은 어디로 치운 것처럼 사라지고 그 자리에 무심한 듯하지만, 눈에 진득한 열기를 품고 있는 채 메이브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다비드의 시선이 닿는 모든 곳에 꼭 손이 닿는 것처럼 열기가 느껴졌다. 메이브는 자신이 미친 것일까 생각하기도 전, 다비드의 손에 움켜쥔 자신의 성기에 압박이 느껴져 낮게 신음을 내뱉었다.

“하지만 오늘은 같이 가죠.”

다비드는 좋은 생각이 났다는 것처럼, 보는 사람도 기분 좋아질 것 같은 미소가 얼굴에 진득하게 피어났다.

“몇 번이나 혼자 가면, 힘들 테니까.”

아니라고,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다비드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그리고 메이브의 여린 귀두를 살짝 벌려 그 안에 보이는 붉은 구멍을 손가락으로 막았다. 손가락에 단단히 힘을 준 다비드는 그 진한 웃음을 머금은 채 메이브의 허벅지를 움켜쥐고 허리를 거칠게 움직였다.

“아……! 아흑!”

메이브의 고개가 꺾이고 그 목선에 핏줄이 도드라질 만큼 힘이 들어갔다. 그런 메이브의 몸과 쾌감에 빠져 눈물을 흘리는 그 표정을 지켜보며 다비드는 혀로 자신의 입술을 핥아 냈다.

다비드가 허리를 뒤로 빼었다가 다시 오물거리며 조여 오는 구멍에 성기를 박아 넣을 때면, 메이브의 몸이 부르르 떨려 왔다.

다비드의 손에 잡혀 있는 성기는 빨리 사정을 하고 싶다는 것처럼 꺼덕이며 꿈틀거렸다. 그 뜨듯해진 체온과 부풀대로 부푼 성기를 움켜쥔 채 다비드는 배려 없는 행동처럼 허리를 흔들었다. 그것이 이 미친 홀 안에 짐승과도 같은 쟁취한 자처럼 말이다.

다비드는 오롯이 그 시선에 눈물을 흘리며 쾌감에 일그러지는 메이브의 얼굴을 담았다. 자신이 허리를 흔들 때마다 벌어진 입에서 흘러나오는 달큼한 신음에 혀로 입술을 핥아 내기를 반복했다.

다비드는 자신의 입이 바싹바싹 말라가는 것 같다고 느꼈다. 잘 익은 과실을 집어 삼켜 먹으면서도, 부족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메이브, 하아.”

낮게 숨을 내쉬며 메이브의 허벅지를 움켜쥐고 있던 손에 힘을 단단히 주었다. 그러나 부족하다는 듯, 그 매끈한 다리에 몇 번이나 입술을 문지르고 깨물며 자신의 흔적을 새기는 것에 여념이 없었다.

“아……. 아으으!”

메이브는 두 눈이 커지고 뇌가 녹아내리는 것 같은 쾌감에 온몸이 부르르 떨려 왔다. 속의 내벽도 경련하며 다비드의 성기를 조여 왔다. 그러자 그 감각을 느낀 다비드는 더 진한 미소를 머금었다.

귀엽지 않은가. 사정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사정하지 않은 채 절정에 오르는 저 모습이 말이다.

다비드는 자신의 입으로 메이브의 온몸 곳곳을 씹어 먹고 싶었다. 움켜쥐고 있는 이 다리도 분질러 도망갈 수 없게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더더욱 메이브가 도망갈 것은 뻔했다. 지금도 저 작은 머리를 굴려 어떻게 벗어날까? 고민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흐…… 아흐으!”

메이브가 도망간다는 생각을 하자, 다비드의 행동은 점점 더 거세졌다. 도망간다니, 우습기 그지없었다. 지금도 다비드의 성기를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처럼 집어 삼켜 먹고 있는데 말이다.

다비드가 이따금 허리를 거칠게 움직일 때마다, 그의 근육이 꿈틀거리며 흔들렸다. 그 아래 깔린 메이브가 외려 왜소해 보일 정도로 말이다.

다비드는 입을 벌려 메이브의 다리에 붉은 자국을 새겨 넣고 그 부분을 혀로 핥았다. 달큼한 과실을 핥아 먹는 것처럼, 그 체향은 너무 달았고 혀에 닿는 그 살결도 너무 달아서 입 안이 마비되는 듯했다.

“메이브.”

다비드는 허리를 움직이면서도 몇 번이고 그 이름을 불렀다. 그게 자신의 것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다비드의 아래 깔린 메이브는 그런 생각도, 다비드의 목소리로 듣지 못하는 것처럼 한껏 풀어진 얼굴로 흔들릴 뿐이었다.

눈물을 흘리고 흘려, 범벅이 된 얼굴이 더 어여뻐 보였다. 다비드는 그 모습에 아랫도리가 더 욱신거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프지 않게 해야 하는데, 메이브가 자신에게 의지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 수많은 생각들이 다비드의 머릿속에서 헤엄쳤다. 하지만 다비드 역시 참을 수 없을 만큼, 눈앞에 있는 메이브의 온몸 곳곳을 탐하며 집어 삼키고만 싶었다.

“하…… 크읏.”

다비드는 오롯이 저 자색의 눈이 자신만을 보기 바랐다. 혹여 다른 곳을 본다 해도, 자신이 보는 것만 보기를 바랐다.

저 둥글고 귀여운 귀는 자신의 목소리만을 듣기 바랐다. 혹시 다른 이상하고, 진실한 이야기로 다비드의 품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거짓된 이야기라도 들어 이 품에서 벗어나지 않기를 바랐다.

저 손끝부터 몸, 머리카락, 눈, 어디 하나 빠짐없이 모든 것이 전부 자신의 품에 안겨지기를 바랐다. 다비드는 탐스러운 과실인 메이브를 먹으면서도 부족했다.

지금 오롯이 자신을 보고 있는 저 자색의 눈동자를 보아도 부족했다. 이 야한 메이브의 몸을 집어 삼켜 먹으면서도 부족하다고 느꼈다.

나중에 저 입술이 벌어져 사랑한다 말할 때까지도, 부족하다 느낄지 몰랐다.

“메이브, 메이브.”

다비드는 혼절하듯 얼굴이 하얗게 변해 가는 메이브를 바라보며 성기를 움켜쥐고 있던 손을 떨어트렸다. 그 순간 메이브의 고환이 움츠러들더니 성기가 크게 위아래로 흔들렸다. 그리고 메이브의 가슴과 얼굴 쪽에 진한 정액을 후드득 쏟아 냈다.

온몸에 정액이 묻고 땀에 젖은 야한 모습에 다비드는 낮게 속으로 욕설을 내뱉으며 상체를 깊이 숙였다. 그리고 아랫배에 힘을 주며 속에 진한 정액을 쏟아 내며 메이브의 귓가에 속삭였다.

“사랑합니다.”

메이브의 시선이 흐릿해진다 싶더니 결국 연한 눈을 보여 주고 있던 눈동자가 내려앉았다. 축 늘어진 메이브의 몸을 끌어안다시피 하고 한 번에 들어 올린 다비드는 메이브의 등을 손으로 감싸 안았다.

기절한 듯 다비드의 몸에 두 다리를 감싸지도 못하고 허공에서 메이브의 다리가 흔들렸다. 다비드는 다른 손으로 메이브의 엉덩이를 움켜쥐고 떨어지지 못하게 한 채로 한쪽에 서 있는 신관을 무심히 바라보았다.

다비드의 시선이 닿은 신관은 메이브와 다비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메이브의 구멍에서 흘러내리는 정액이 다비드의 성기와 허벅지를 지나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는 것을 보고는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신관의 말 없는 허락을 받은 다비드는 그 상태로 메이브의 안에 성기를 넣고 그 몸을 끌어안은 채 홀에서 빠져나갔다.

“이대로 제게 몸을 맡기면 좋을 텐데.”

“흐……응.”

기절했으면서도 다비드가 움직일 때마다 안을 쑤시는 성기의 감촉은 느껴지는지, 살짝 벌어진 메이브의 입술에서 낮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다비드는 그 소리를 들으며 메이브의 몸을 더더욱 힘을 주고 끌어안았다. 그런 다비드는 누가 보더라도 배부른 짐승처럼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땀과 정액이 온몸에 묻어 더러워진 몸으로 밖으로 빠져나온 다비드는 고개를 살짝 돌려 홀 안을 돌아보았다.

확실히, 첫 번째 교육 때 수많았던 사람이 있던 것과는 다르게 그 안은 사람이 별로 없었다.

“…….”

그것이 모두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지는 알고 있었기에, 다비드는 품에 안겨 자신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고 기절한 메이브의 얼굴을 잠시 지켜보다 느릿하게 호숫가로 걸음을 옮겼다.

사람 없는 복도를 지나 숲 안으로 들어가 오솔길을 올라가면서도 메이브는 깨어나지 않았다. 차라리 다비드는 이대로 걷고 있는 중에 메이브가 깨어나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안 그랬다면 메이브에게 왜 이렇게 되었는지 거짓말로 메이브의 이해를 바랐을 테니 말이다.

“후.”

한참을 걸어 호숫가에 도착했다. 다비드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아도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다비드는 차가운 호수 안으로 메이브를 끌어안은 채 들어갔다. 차가운 물이 몸에 닿아서인지 메이브의 몸이 움찔 떨려 오는 것을 느끼며 다비드는 아쉬움을 눌러 담고 구멍 안에 집어넣었던 성기를 천천히 빼냈다.

다비드의 성기가 구멍에서 빠져나가자 그 안에서 진득하게 쏟아진 정액이 천천히 흘러나왔다.

“으, 응…….”

“메이브 님, 정신이 드셨습니까?”

“다……비드 님?”

“이제 괜찮습니까? 아까 기절하셔서 급하게 교육을 끝내고 메이브 님을 씻기려 호수에 막 도착했습니다.”

“아, 죄…… 죄송해요.”

다비드의 입에 발린 거짓말에도, 메이브는 진실을 알 수가 없었다. 정말 메이브는 아까 다비드의 허리 짓에 기절했기에 다비드가 하는 말이 거짓인지, 아니면 진실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다비드가 말했으니 그게 진실일 거라 생각했다.

“아닙니다. 제가 아까 절제를 못 한 거니까요.”

“……읏.”

메이브가 다비드의 말을 되새기는 사이, 다비드는 손에 물을 담아 땀에 젖은 메이브의 몸을 닦아 주었다. 차가운 물이 몸에 달라붙었다가 씻어 내는 감각에 메이브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온몸에 달라붙어 있던 뜨거운 열기가 시원한 호수 물에 씻어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메이브는 느릿하게 눈을 깜박이며 다비드의 품에 매달리듯 안긴 채 그의 손에 몸을 맡겼다.

“밑은 부어 있어서 좀 아플 겁니다.”

“네? 아. 읏…….”

부어 있다는 말에 메이브가 멍하니 다비드의 얼굴을 쳐다보던 순간, 다비드의 손이 메이브의 등줄기를 쓸어내렸다. 그리고 그 크고 단단한 손이 엉덩이를 붙잡아 벌리는 느낌에 메이브는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

다비드의 손끝이 부어 있는 메이브의 구멍에 닿았다가 천천히 차가운 호수 물과 함께 구멍 안으로 손가락이 밀려들어 왔다. 그리고 느릿하게 속에서 휘젓는 행동에 안에 가득 채워졌던 정액이 물에 씻겨 흘러내려 갔다.

호수 물에 둥둥 떠올랐다가 파동에 천천히 사라지는 정액에 메이브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흐…….”

신음을 참으려 해도 참기 힘들었다. 조금 아려 왔던 아래를 씻겨 주는 호수 물이 부어 있던 아래의 열기를 식혀 주는 것 같았다. 메이브는 입을 천천히 벌렸다가 꾹 다물었다.

그런 메이브의 몸을 전체적으로 씻겨 준 다비드는 곧 주변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아까 메이브를 안고 이곳에 도착했을 때에도 사람은 없었다. 다행히 지금 이 순간에도 벌레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주변에 다비드는 낮게 한숨을 쉬며 품에 안겨 있다시피 하는 메이브를 바라보았다.

“메이브 님.”

다비드는 한편으로 조금 고민이 되었다. 메이브에게 거짓말을 계속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진실을 말했을 때 메이브가 도망가는 것이 더 싫었다. 그러면 차라리 도망가지 못하게 지켜보면 되지 않을까 하고 답을 내렸다.

그때 다니엘이 메이브에게 자신이 지키지 못한 자라고 거짓말했을 때, 다비드가 그것이 거짓일 수도 있다고 말했으나, 메이브가 정말 그것을 믿었는지 믿지 않았는지는 확실치 않았다.

다비드는 차라리 도박처럼 메이브의 생각을 읽고 생각하느니, 진실을 말하고 메이브가 제대로 답을 내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전에 제가 다니엘을 믿지 말라고 했던 것 기억나십니까?”

“네? 아…… 네.”

다비드의 말에 메이브는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머리를 굴려 그때의 상황을 떠올렸다.

‘메이브 님, 만약에 다니엘이 지키지 못한 자가 아니라 쟁취한 자라면 어떻게 할 겁니까?’

‘제대로 교육을 듣지 않은 쟁취한 자에게 정말 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까?’

‘벌이, 지키지 못한 자처럼 목줄을 걸고 이 신전에 묶여 있는 것. 그게 가장 어울리지 않습니까?’

그날도 이 호수에서 그 이야기를 했었다. 다니엘이 자신의 목을 보여 주면서, 그 검은색 목줄을 보여 주었을 때 말이다. 그때, 메이브가 다니엘의 목에 있는 흉터를 보았을 때 다니엘의 말을 다시 떠올렸다.

‘저에게는 최고의 흉장입니다. 이 흉터를 얻고 전 절 쟁취한 자를 죽일 수 있었으니까요.’

그때 그 말을 다비드가 믿지 못한다고, 다니엘이 쟁취한 자라면 어떡하느냐는 그 말에, 메이브는 다니엘의 목에 있는 흉터가 쟁취한 자를 죽여서가 아닌, 지키지 못한 자를 목 졸라 죽이면서 생긴 흉터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쟁취한 자의 목에 목줄을 착용하지 않고 이 신전에 묶여 있는 거라고 해도 이곳에 오기 전 목줄을 착용할 시간은 많았습니다.’

‘굳이 제가 아는 길을 알려 준다고 하며 자신이 지키지 못한 자라고 말하고, 이곳에서 빠져나가게 도와 달라고 말했습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저희는 이대로만 진행한다면 교육은 제대로 이수하고 이곳에서 나갈 수 있을 텐데, 도와준다는 식으로 그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요.’

그때 그 말에 다니엘을 믿지 말자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말 지키지 못한 자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도 함께였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다비드가 다시 한번 다니엘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던 것이다.

“그때…… 다니엘이 쟁취한 자일 수도 있다고…….”

“네, 그래서 믿지 말라고 말씀드렸죠.”

메이브는 지금 다비드가 왜 이 이야기를 꺼내는지 알지 못했으나, 분명 그가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했다.

무언가를 다비드가 알게 되었고, 그것이 어쩌면 다니엘이 숨기던 무언가일 수도 있었다. 메이브는 혹시 그 답을 다비드가 지금 알려 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메이브 역시, 조금 전 다비드가 했던 것처럼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고 나서 메이브는 낮게 한숨을 내쉬며 다비드를 쳐다보았다.

“……그래서 그에 대한 무언가를 알고 지금 이야기하시는 건가요?”

“네.”

“그게 무엇인데요?”

메이브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다비드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무심한 듯하면서도 가만히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그 눈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곧 다비드의 다물어져 있던 입이 벌어졌다.

“솔직히 메이브 님에게 진실을 계속 숨기느니,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네?”

다비드의 말은 이미 진실을 알았고, 그에 대한 것을 메이브에게 말하지 않았다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그것을 메이브는 따지고 싶지 않았다.

메이브가 지금까지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았기에, 다비드가 자신이 어디론가 뛰쳐나가려는 것을 막으려고 말하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메이브는 다비드의 입에서 나오는 진실을 듣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은 메이브에게 충격을 받게 했다. 청탑이 지키지 못한 자의 쾌락의 공장이라는 것, 그리고 그 안에는 지금까지 사라졌던 지키지 못한 자들이 있었다는 것, 다니엘이 메이브 자신을 가지고 협박했다는 것.

“그리고 그 목줄 또한 거짓말이었습니다.”

메이브는 다비드의 말을 들으며 천천히 손을 들어 자신의 목을 감싸고 있는 검은색 목줄을 움켜쥐었다.

도망갈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 알고 보니, 거짓말이라는 것에 다니엘에게 조금이나마 남아 있던 마음이 한순간에 부서져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다니엘 신관…… 아니, 다니엘은 정말.”

“쟁취한 자인 거죠.”

지키지 못한 자라고 생각했을 때 이상한 것은 어쩌면 이미 많았는지도 몰랐다. 지키지 못한 자인데, 메이브가 하는 것을 보고 아무렇지 않아 했다는 점부터 이상했다. 하지만 어쩌면 이 신전에서 익숙해지는 것이 힘들었고, 그 안에서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에 믿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다니엘이 지금까지 말한 것 중 거짓과 진실이 교묘하게 섞여 있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진실은 알려 주지 않았던 것이다. 메이브는 그에 어이없는 웃음을 내뱉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거였네요. 이 신전에서.”

메이브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어쩌면 정말 믿고 싶었던 것인지도 몰랐다. 믿고 싶어서, 다니엘의 말이 진실이기를 바랐다.

“저만 믿으면 됩니다. 이곳에서 제가 유일하게 메이브 님께 가장 진실할 거니까요.”

“……푸흐. 맞아요. 제가 여기서 다비드 님이 아니면 누구를 믿겠어요.”

솔직히 다비드가 지금까지 진실을 숨겼던 것에 대해서 원망할 법했다. 하지만 원망을 할 수가 없었다. 그가 자신을 생각해서 알란을 이용한 것도, 그것 때문에 알란의 지키지 못한 자가 벌을 받았을 거라는 사실이 충격일 뿐이었다.

메이브는 다비드가 이곳에서 정말 오롯이 자신의 안전만 생각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른 지키지 못한 자가 어떻게 되는 것은 상관없이 말이다.

메이브는 이 계기로 정말 이 망할 교육이 끝나면 머리카락 한 올도 남겨 놓지 않고 모습을 감추겠다는 다짐을 또다시 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제발 다비드가 자신의 이름을 알아차리지 못하기를 말이다.

“방으로 돌아가요, 메이브.”

“……네.”

차가운 물에 식었던 몸이 가늘게 떨려 왔다. 추운 걸까, 아니면 이 상황이 믿기 싫어서일지도 몰랐다. 다섯 번째 교육이 이제 끝이 났다. 이제는 정말 이곳에 있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메이브는 자신의 몸을 안아 드는 다비드의 어깨에 고개를 기댄 채 눈을 감았다.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시간이 빨리 흘러서 이 상황도 언젠가 악몽을 잊는 것처럼 사라지기를 바랐다. 아니, 이게 꿈이기를 바랐다.

천천히 감았던 눈을 뜨고 다비드를 바라보았을 때, 하늘에 떠 있던 해가 내려앉아서인지, 그 노을에 비치고 있는 얼굴이 참, 다정하고 우직해 보였다.

메이브는 눈앞에 있는 다비드가 ‘마이 홀’에서 왜 메인수가 되었을까 생각했다. 이렇게 덩치도 크고, 키도 크며, 그것까지 큰 남자가 말이다.

하지만 방에 자신과 다비드가 함께 걸렸으니, 어쩌면 다른 누군가에게 깔렸을지도 몰랐고, 정말 원래의 메이브가 직위로 찍어 눌렀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메이브는 자신이 직위로 다비드를 찍어 누르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끝끝내 다비드가 자신의 위치를 알지 못할 거였으니까 말이다.

“몸은 괜찮습니까?”

“……네, 힘이 없기는 한데 괜찮아요.”

“다행입니다. 혹시 아까 무리했을까 봐 걱정했거든요.”

다비드의 걸음이 빨라졌다. 메이브는 귀에서 울리는 커다란 고동 소리를 들으며 눈을 반쯤 감았다. 수많은 정보를 알게 되니 생각을 하는 것이 힘들었다. 그냥 눈을 감고 잠이 들고만 싶었다. 차라리 아무것도 몰랐으면 괜찮았을 텐데,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메이브는 이곳에서 아무런 힘도 없었다. 그런데 영웅이 되고 싶었으니, 남들이 비웃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이 안에서 가장 약한 것은 자신이었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메이브는 다비드가 방에 도착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 그사이에도, 다비드의 품에 안겨 한참을 고민했다.

심각한 얼굴로 복잡한 머릿속을 천천히 정리했다. 그러던 사이에 다비드가 메이브를 침대에 앉혀 놓고 건너편 의자를 끌고 와 맞은편에 앉았다.

“……다비드 님, 이제 많아야 두 개의 교육밖에 남지 않았네요.”

메이브는 맞은편에 앉아 있는 다비드를 쳐다보며 말했다. 정말 이제 곧 있으면 눈앞에 있는 다비드와의 연도 끝이라는 게 기분을 이상하게 만들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끝나는 것이 당연한 거였는데, 참 이상하게 곁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찾아왔다.

“메이브 님.”

“네?”

“정말 제게 메이브 님의 이름을 알려 주실 생각이 없습니까?”

다정한 목소리로 묻는 다비드의 말에 메이브는 홀린 것처럼 입을 벌리고 자신의 이름을 말할 뻔했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입을 꾹 다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원작을 피하려고, 아니 어쩌면 이미 피했을지도 몰랐으나 더는 다비드와 엮이지 말자 했으면서 이름을 말할 뻔한 자기 자신을 비웃었다.

이름을 말한다 해도 솔직히 메이브에게 안 좋은 것은 없었다. 아니, 어쩌면 안 좋은 걸지도 모르는 거였다.

다비드가 메이브의 이름을 알지 못하는 이상, 다비드와의 연은 이곳에서 끝이었으나, 그 이름을 알게 되면 이곳에서 나가도 연이 지속할 거니까 말이다.

“네, 그게 약속이었잖아요. 다비드 님이 제 이름을 아는 것.”

“그렇죠.”

메이브는 이미 다비드가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기에, 다비드가 자신의 이름을 물어보는 것에 안도했다.

아직은 다비드가 자신의 이름을 알지 못하니, 이 신전에서 이틀만 버티면 정말 끝이라고 생각했다.

왜인지 마음이 뒤숭숭해지는 것이, 아쉬운 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메이브는 고개를 들어 눈앞에 있는 다비드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러니까 앞으로 남은 이틀 동안 잘 부탁해요.”

“……예.”

“그동안 저도, 제 몸만 생각할 테니까요.”

“그렇게 말이라도 하니까 다행입니다. 메이브 님.”

메이브는 그 말에 다비드는 정말 이 안에서 자신만을 생각한다고 느꼈다. 아니, 이곳에서 다른 누군가를 생각하면 더 이상한 걸지도 몰랐다.

메이브는 눈을 천천히 감았다가 뜨면서 피곤한 몸에 힘을 풀었다.

“……피곤하네요.”

“피곤할 만하니까 어서 주무세요.”

자기 전에 여러 규칙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다비드가 잠든 메이브에게 그 규칙들을 해 주었기에 벌을 받지 않은 거였다.

메이브는 그 다정하고 말없이 챙겨 주는 다비드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느끼고, 침대에 누웠다. 만약 일어나지 못한다 해도, 잠든 자신을 안고 밥을 먹겠지, 생각할 뿐이었다.

무거운 눈을 감으면서도 메이브는 흐릿해지는 다비드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잘 자요, 메이브.”

낮게 울리는 그 동굴과도 같은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것을 느끼며 메이브는 천천히 긴장감에 몸에 힘이 들어갔던 것을 풀었다. 노곤해지는 몸 때문인지 누가 온몸을 붙잡아 끌어당기는 것만 같았다.

크게 숨을 들이켰다 느리게 내쉬면서, 다비드의 숨소리와 탁탁 의자를 두드리는 규칙적인 소리를 귀에 담았다.

점점 멀어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안개처럼 흐트러지듯 소리가 멀어짐을 느꼈다. 메이브는 온몸에 힘이 사라지고 깊은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

메이브가 잠들 때까지 다비드는 아무 말 없이 메이브를 바라보았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서야 규칙적인 숨소리가 방 안 가득 울렸다.

다비드는 편하게 앉아 있던 의자에 등을 기댄 채 다리를 꼬고 앉아 손가락으로 의자 손잡이를 툭툭 두드렸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단순하다고 해야 할지. 자신이 진실을 말했을 때 다비드는 메이브가 화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화를 내지 않고 그의 말을 믿는 메이브의 순수함에 다비드는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나중에 메이브를 가둬 놓는다 해도, 자신이 갇혀서 나갈 수 없다는 걸 모르고 자유롭다고 생각할 테니까 말이다.

“전 당신을 놓아줄 생각이 없습니다.”

솔직히 아까 다비드는 메이브에게 이름을 물어봤을 때, 메이브가 이름을 말해 주기를 바랐다. 다비드가 헷갈리는 것은 오직 하나였다. 메이브가 평민인지, 아니면 정말 귀족인지. 그것을 모르고 있을 뿐 메이브의 이름은 알고 있었다.

솔직히 다비드에게 그것은 도박이었다. 만약 메이브의 이름이 에녹 메이브가 아니라는 가능성도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때 메이브의 행동과 대화를 생각하면 그 끝은 에녹 메이브를 가리키고 있었다. 다비드는 그 도박을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만약, 메이브의 이름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우연을 가장해 만나면 되니까 말이다.

“결국 제 옆에 있게 될 거예요.”

다비드는 깊은 잠에 빠진 메이브의 이마에 들러붙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주며 웃었다.

다비드는 어쩌면 신이 메이브를 자신에게 내려 준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니 다비드에게 메이브를 놓치지 말라고 그 악몽 같은 꿈으로 찾아오지 않았을까.

“만약 도망간다면…….”

그 악몽 속에서 자신이 있던 자리에 메이브가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다비드는 메이브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누군가가 보게 된다면 다정하게 보이면서도 온화한 미소를 머금었다.

하지만 그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누군가가 들춰 보게 된다면 그자들은 도망갈 것이 분명했다.

다비드는 생각했다. 메이브가 도망간다면 잡으면 그만이라고. 그리고 메이브가 원했던 한적한 숲속 오두막에 그를 가둬 놓아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주변에 사나운 늑대를 풀어 오두막 울타리 밖을 위험하게 만든다면, 결국 도망갈 수 없을 테니 말이다.

“후회하게 될 겁니다.”

다비드는 자신을 짓누르며 미소 짓던 꿈속의 메이브 모습을 떠올렸다. 지금까지 경험해 본 메이브와는 너무도 달랐다. 만약 비슷하다고 하면 그 꿈의 메이브가 어쩌면 다비드와 비슷했을지도 몰랐다.

다비드는 손끝에 만져지는 부드러운 살결과 따듯한 체온에 만족스럽게 웃었다. 지금은 이 정도로 만족할지라도, 이곳을 벗어난다면 이것으로 만족하지 못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니 제 옆에 있으세요. 그게 어디든, 무엇을 하고 있든 제 곁에 있으셔야 할 거예요.”

잠이 든 메이브가 듣지 못할 이야기를 건네며 다비드는 한참을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메이브를 바라보았다.

메이브가 깨어났거나, 일어나 다비드의 말을 들었다면 분명 충격을 받은 얼굴로 금세 도망가 버렸을 것이다. 다비드도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메이브가 잠든 사이에만 속으로 눌러 놓은 감정을 내뱉었다.

다비드는 앉아 있던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메이브의 얼굴을 향해 몸을 숙였다. 코끝이 스칠 거리에서 잠시 멈춘 다비드는 살짝 웃으며 메이브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문질렀다.

축축하고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은, 어쩐지 그사이에 힘들었는지 조금 거칠기도 했다.

다비드는 가벼운 키스를 끝으로 굽혔던 상체를 일으켰다. 깊은 잠에 빠진 메이브는 이런 상황에서도 깨어나지 않았다. 그저,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 즐거운 미소를 머금을 뿐이었다.

“……하아.”

다비드는 그사이 낮게 한숨을 내쉬며 메이브의 나체를 내려다보았다. 아까 교육 때 다비드가 새겨 놓은 붉은 자국과 이빨 자국이 다리에 수없이 새겨져 있었다.

그게 꼭 다비드가 메이브에게 영역 표시를 한 것 같았다.

다비드는 손으로 이빨 자국과 키스 마크가 남은 허벅지를 살살 문질렀다.

“으응…….”

그 행동에 허리를 살짝 비틀며 낮게 신음을 내뱉는 메이브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당장 메이브의 온몸을 먹고만 싶었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또 메이브를 탐할 기회는 많았다.

다비드는 속의 열기를 내리누르고 메이브의 몸 위로 이불을 덮어 주었다. 그리고 열기를 품은 아래가 조금 서는 것을 느끼며 의자에 주저앉아 메이브를 바라보았다.

“……제길.”

천사처럼 잠든 얼굴과 달싹이는 입술을 바라보고 있으니, 저 입술에 다비드는 자신의 성기를 박아 넣고만 싶었다. 목구멍 끝까지 박아 넣는다면 메이브가 붉어진 얼굴로 눈물을 흘릴 것이 분명했다.

다비드는 그것을 생각하니 자신의 아랫도리가 욱신거려 왔다. 거칠게 얼굴을 쓸어내리며 다비드는 어두워지는 밤, 혼자만의 생각을 해야 했다.

다비드는 이날, 시간이 늦게 가는 것을 원망하며 빨리 아침이 오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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