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3. 두 번째 밤(2) (4/18)

메인수라더니! 2

룬명 지음

[ 메인수라더니! 2 ]

03. 두 번째 밤(2)

“……하아.”

메이브의 입에서 나른한 숨이 내쉬어졌을 때 천천히 돌아가던 시곗바늘이 멈추며 1시를 가리켰다. 쿵쿵쿵, 시간에 맞춰 신관이 도착한 건지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열렸다.

다니엘이 아닌 다른 신관이 음식이 놓여 있는 트레이를 끌고 방 안으로 걸어왔다. 덜컥덜컥 바퀴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테이블 옆에 트레이가 멈추었을 때, 신관은 무심한 얼굴로 테이블 위에 음식을 하나둘 내려놓았다.

“준비가 끝난 것이 확인되었으니, 편하게 식사하시면 됩니다. 다음 저녁 식사는 7시이며, 그때까지는 편하게 돌아다니셔도 됩니다. 다만, 지키지 못한 자는 등 뒤에 손이 묶여 있는 상태로 돌아다녀야만 가능합니다.”

신관은 마지막 치킨 스튜까지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뒤, 트레이 손잡이를 붙잡고 메이브와 다비드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모든 곳을 갈 수 있으나, 성년식을 진행하는 두 분은 갈 수 없는, 딱 한곳이 있습니다.”

신관은 말없이 자신을 지켜보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을 이어 갔다.

“북쪽에 있는 청탑은 신관들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 성년식을 치르는 두 분이 들어가게 되면 지키지 못한 자가 벌을 받게 될 겁니다.”

“쟁취한 자는 벌이 없습니까?”

다비드가 신관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묻자, 신관이 그런 다비드의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는 상태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다만 청탑에 쟁취한 자 혼자 들어간다 해도 그 벌은 지키지 못한 자가 받게 되는 것을 알고 있으시면 됩니다.”

신관은 그 말을 끝으로 트레이를 끌고 방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 모습이 다니엘과는 달라서 메이브는 느릿느릿하게 눈꺼풀을 감았다가 다시 뜨기를 반복했다. 자신이 잘못 들은 건지, 아니면 제대로 들었는데 이해가 안 가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청탑은 이 신전이 숨기는…… 무언가가 있는 걸까요?”

“그게 궁금해도 일단 식사를 하고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눠 보도록 하죠.”

다비드가 눈앞에 있는 스테이크를 자르기 위해 나이프를 들어 올리자 메이브는 입술을 살짝 내밀며 중얼거렸다.

“신관이 나갔으면…… 지금 빼도 괜찮은 거 아니에요?”

“그 말이 맞기는 하지만, 그러다가 신관이 들어오면 벌을 받게 될 텐데요?”

“알아요. 그냥…… 한번 투정 부려 봤어요.”

신관이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위험한 도박은 하고 싶지 않았다. 메이브는 눈앞에 보이는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한번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들어 올려 방 끝에 있는 작은 나무 창문을 바라보았다.

창틈으로 따사로운 햇볕이 들어와 어둠이 내려앉은 부분을 비췄다.

“그러면 무엇부터 먹고 싶으신가요?”

“……저 스테이크요!”

메이브의 두 눈이 반짝거렸다. 구멍 안에 다비드의 성기를 품고 있는 것은 기억도 나지 않는지 연한 자색의 눈동자는 기대감에 빛이 났다. 얼굴을 살짝 내밀고 테이블에 펼쳐져 있는, 겉이 살짝 그을려 있는 스테이크와 그 옆에 자리한 치킨 스튜, 그리고 오렌지 주스처럼 보이는 유리병 안에 담긴 액체를 바라보며 입에 고인 침을 삼켜 냈다.

메이브의 목울대가 살짝 위아래로 꺼덕이며, 눈을 크게 뜨고 테이블에 있는 스테이크에 집중했다. 곧 다비드의 손이 뻗어졌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나이프에 고기 끝이 썰리기 시작했고, 갈색으로 익은 겉 부분이 잘리며 붉은색 핏물이 감돌고 있는 육즙이 하얀 그릇에 주르륵, 흘러내렸다.

“빠, 빨리 줘요!”

첫날, 신전에서 음식을 차려 줄 때는 벌을 받는 중이라 어떤 음식이 펼쳐져 있는지 보지 못했다. 코끝을 스치고 지나가던 고소하고 맛있는 향기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담백하면서도 고소했던 아침을 생각하자 입에 자연스레 침이 고여 왔다. 꼴깍꼴깍 침을 삼켜 내며 다비드가 포크로 쿡 찔러 소스와 육즙이 흘러내리는 고기를 홀린 듯 쳐다보았다.

“메이브 님.”

“저, 저, 저 빨리 주면 안 돼요?”

직장인으로 살면서 무엇을 가장 먹고 싶었냐고 묻는다면 스테이크, 라고 바로 소리칠 수 있었다. 양은 적고 더럽게 비싸서 평소에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음식이었다.

근데 겉은 알맞게 익고, 속은 촉촉한 육즙을 그대로 유지한 채 구워져 있는 스테이크는 메이브의 시선을 빼앗고 유혹하듯 속삭이고 있었다.

사랑에 빠진 것 같은 눈으로 입에 고인 침을 몇 번이나 삼키며 포크에 꽂혀 있는 스테이크를 홀린 것처럼 바라보았다.

“……입 벌려요.”

다비드는 두 눈을 빛내며 스테이크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메이브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포크를 들고 있는 손을 천천히 들어 메이브의 입가로 가져갔다.

메이브는 입을 크게 벌리고 고개를 내밀어 포크에 찍혀 있는 고기를 한입에 넣고 몸을 살짝 뒤로 물렸다.

“맛있어요!”

약간 매콤한 소스와 부드러운 살코기는 몇 번 씹지도 않았는데, 아이스크림처럼 살살 녹아 목구멍으로 넘어가 버렸다. 양 볼에 홍조가 올라와 바보처럼 입꼬리를 올리는 메이브와 달리 다비드는 포크로 한입에 먹기 좋게 조각조각 잘라 놓은 스테이크를 찍었다.

“메이브 님.”

“네?”

메이브는 살짝 들린 두 다리를 기분 좋게 슬며시 흔들었다. 그럴 때마다 다비드의 다리와 스치듯이 문질러졌다.

“치킨 스튜도 맛있을 것 같지 않아요?”

“아뇨! 전 스테이크요.”

“주스도 있는데.”

“스테이크요!”

몇 번 더 다비드가 이것을 먹지 않겠냐고 물을 때마다 메이브는 스테이크를 외쳤다. 다비드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스테이크를 들고 있던 포크를 내려놓았다.

그 모습에 메이브의 표정은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멍해졌다. 다비드는 숟가락을 들어 치킨과 함께 하얀 스튜를 떠서 메이브에 입가에 가져갔다.

“편식하면 안 돼요. 스튜 한 입 먹으면 스테이크 먹여 드릴게요.”

“……저 편식 안 해요. 스테이크 주면 안 돼요?”

“스튜 먹으면요.”

메이브는 뚱한 얼굴로 입을 크게 벌렸다. 메이브의 입 안에 스튜가 담겨 있는 숟가락이 들어갔다가 빠져나왔다. 그러자 메이브는 입을 다물고 혀에 걸리는 닭고기를 꼭꼭 씹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신전의 요리사가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닭고기도 비리지 않고 담백했으며 푹 삶은 건지 고기는 부드럽게 짓눌려 찢어졌다.

“어때요?”

다비드가 스테이크 조각이 꽂혀 있는 포크를 들었다. 고소하고 담백하면서도 약간의 후추 향이 느껴지는 것처럼 매콤한 스튜는 느끼하지 않아서 술술 넘어갈 것 같았다.

메이브는 입에 남아 있는 스튜를 꼴깍 삼켜 내고는 입을 벌렸다.

“맛있어요. 빨리 스테이크 줘요.”

다비드는 그런 메이브의 모습에 헛웃음을 지으며 작게 어깨를 떨었다. 메이브의 얼굴은 즐거운 것처럼 양 볼에 홍조가 올라와 있었고, 목울대는 위아래로 울렁거리며 입에 고인 침을 삼키는 것 같았다. 다비드는 몇 번 더 메이브의 입 안에 스테이크를 넣어 주었다.

불룩 튀어나왔던 입은 쏙 들어가고 입꼬리는 천천히 올라가 광대까지 승천할 것처럼 보였다.

배시시 바보처럼 웃는 메이브의 아랫배가 점점 볼록해졌다. 마지막 두 점, 다비드가 스테이크를 찍어 메이브의 입가에 가져가려 했지만, 메이브는 그렇게 좋아하는 스테이크였으면서도 고개를 작게 흔들었다.

“다비드 님도 먹어야죠. 제가 먹는다고 안 먹었잖아요.”

“저는 스테이크는 안 먹어도 괜찮은걸요.”

“그래도 먹어요. 되게 맛있어요!”

메이브의 입꼬리가 올라가며 기분 좋은 미소를 머금고 웃자, 다비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포크에 꽂혀 있던 스테이크를 먹었다. 흔한 요리사가 만든 것 같은 스테이크는 맛있었으나, 메이브가 눈을 빛내며 먹을 만큼 맛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비드는 그것을 바탕으로 메이브가 귀족이 아니라 평민일 거라고 생각하며, 입에 머금어진 고기를 씹어 삼켰다.

그 뒤에 다비드가 몇 번 메이브의 입 안에 음식을 먹여 주려 했으나 메이브는 고개를 흔들었다.

“배불러요.”

배가 터질 정도로 부른 것은 아니었다. 그저 적당히 ‘아, 이제 배부르겠다.’ 하는 포만감이었다. 음식은 메이브가 느끼기에 정말로 맛있었다. 하지만 메이브가 더 이상 먹지 않는 이유는 테이블에 놓여 있는 음식량이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아서였다.

메이브는 자신이 많이 먹을수록 다비드가 먹는 양이 적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더 먹고 싶은 마음을 꾹 눌렀다.

“더 안 먹어도 괜찮아요?”

“네, 저 정말 배부른걸요?”

맛있는 음식은 언제나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지게 했다. 집착광 공인 메이브에게 빙의했지만, 하루 만에 이곳으로 오게 되어 맛있는 음식은 먹어 보지를 못했다.

그래서 신전에서 먹는 음식은 메이브가 느끼기에 별이 달린 식당처럼 너무너무 맛있었고 빨리 식사 시간이 오기를 바랄 정도였다.

“혹시 그러면 주스라도.”

“다비드 님이 다 먹고 나서 주세요. 다비드 님도 밥 제대로 못 먹었잖아요.”

다비드가 이것저것 챙겨 주려 하자 메이브는 고개를 살래살래 가로저었다. 더는 메이브에게 무언가를 권하지 못하는 다비드는 빠른 속도로 테이블에 차려져 있는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하나둘 접시에 담겨 있던 음식이 사라졌다. 그저 그곳에 음식이 있었다고 알려 주는 것처럼 붉은 갈색의 양념만이 묻어 있었다.

다비드는 물기가 맺혀 있는 잔을 들어 자신이 먼저 먹는 것이 아니라 메이브의 입가로 가져갔다.

메이브의 고개가 꺾이며 입 안에 가득히 머금어지는 주스를 몇 번 삼켜 냈다. 그러곤 고개를 숙이자 다비드는 입가에 대주었던 잔을 떨어트렸다.

“후…… 진짜 배불러요.”

“배부르다니 다행이네요.”

다비드가 반쯤 남아 있는 주스를 입 안에 머금고 삼켰다. 적당히 달면서 새콤한 맛이 약간 느끼했던 입 안을 깔끔하게 해 주었다.

“저, 이제 내려갈게요.”

메이브가 두 다리를 최대한 뻗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다비드는 다리를 벌리며 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메이브의 허리를 붙잡아 천천히 들어 올렸다.

메이브의 구멍 안에서 핏줄이 도드라진 성기가 꿈틀거리며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투명한 액체가 묻어 있는 다비드의 성기가 메이브의 구멍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위아래로 크게 꺼덕이며 메이브의 움푹 들어간 엉덩이 골을 툭툭 건드렸다.

“하아…….”

빠져나가는 순간 부어 있던 구멍이 작게 뻐끔거렸고, 안을 긁으며 나가 버리는 성기에 가득 차 있던 속이 갑자기 허해진 것 같았다.

기묘한 느낌에 메이브의 고개가 살짝 기울어졌으나, 금세 고개를 흔들며 근처의 의자에 주저앉으려 했다. 두 다리를 움직여 의자에 앉으려는 그 순간, 방문이 큰 소리를 내며 열리지 않았다면 메이브는 의자에 앉아 아까 신관이 했던 말을 다비드와 나눴을 것이다.

“음? 아아, 미안 미안. 내가 방을 좀 착각했나 봐.”

방 안으로 들어온 남자는 신전에서 지급해 준 하얀 원피스와 같은 티를 입고 있지 않았다. 그저 태어난 그때와 같은 몸으로 들어온 남자는 햇볕에 태닝한 것처럼 어두운 피부와 다비드만큼이나 근육질을 가지고 있었다.

어두운 방 안에서도 금빛이 감도는 갈색 머리카락은 또렷하게 보였다. 머리카락에 반쯤 가려져 있는 노란색 눈동자도 호랑이처럼 맹수의 눈을 가진 것 같았다.

“착각했다면, 다시 나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만.”

반쯤 발기되어 있는 성기를 꺼덕이며 다비드에게 다가온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어정쩡하게 의자에 서 있는 메이브를 쳐다보았다.

“흐음, 너 이름이 뭐야?”

남자가 메이브의 얼굴에 손을 뻗으려 하자 다비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의자가 밀리면서 우당탕 바닥에 넘어지며 소리를 냈다. 그리고 다비드가 뻗은 손은 남자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표정 변화가 별로 없던 다비드의 얼굴이 구겨졌고,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손등과 팔뚝에 핏줄이 도드라지며 작게 떨려 왔다.

“뭐야? 나랑 놀자고?”

남자는 고개를 기울이며 다비드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다, 거칠게 부딪치는 힘과 함께 다비드의 몸이 잠시 밀렸으나 그것도 한순간이었다.

다비드의 눈빛이 가라앉으며 남자의 팔뚝을 힘주어 붙잡아 순간, 그 팔을 어깨에 감고 그 커다란 덩치를 바닥에 내리꽂았다.

바닥에서 울리는 커다란 소리와 함께 엎어진 남자는 몇 번 눈을 깜박이더니 크게 웃으며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재미있네.”

다비드가 한 걸음 물러나 메이브를 등 뒤에 숨기며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쉬이 엎어져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다비드를 쳐다보자, 다비드의 등 뒤에 가려져 있던 메이브가 몸을 살짝 기울여 남자의 얼굴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았다.

“……아.”

명예를 중시한다는 사냥개라는 뜻을 가진 아놀드 알란이었다. 메인수였던 다비드의 곁에 있던 공 후보를 보는 건 신기했다. 그 말은 저 알란이 다비드를 쟁취했나 생각하는 것도 잠시, 메이브는 고개를 작게 흔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저기요.”

“응?”

메이브의 목소리에 알란의 시선이 다비드의 등 뒤에서 살짝 튀어나와 있는 흑발의 메이브에게 닿았다. 다비드는 그런 알란의 시선을 보고 메이브를 등 뒤로 숨기려 했으나, 메이브는 뻔뻔한 얼굴로 숨지 않고 한 걸음 밖으로 나와 알란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름이 뭐예요?”

“응? 나? 알란. 알란이라 불러.”

즐거운 듯 웃으며 말하는 저놈도 미친놈이라는 것을 떠올렸으나, 메이브는 작게 고개를 흔들며 턱으로 바닥에 넘어져 부서진 의자를 가리켰다. 얼마나 강한 힘에 넘어진 건지, 아니면 이 바닥이 약한 건지, 살짝 금이 가고 부서진 바닥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네…… 알란 님, 일단 저희 방에서 나가 주세요.”

“내가? 왜?”

알란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메이브를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웃었다.

“아아, 넌 쟁취한 자가 널 지켜 주는 거구나?”

알란이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자 다비드가 앞으로 나와 메이브를 등 뒤에 숨기려 했다. 하지만 메이브는 고개를 똑바로 들고 눈앞에 보이는 알란을 올려다보며 한 마디, 한 마디를 또렷하게 말했다.

“지켜지는 게 부끄러운 것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메이브는 덩치가 큰 알란을 올려다보다 목이 뻐근하다고 느끼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빳빳하게 들어 올렸던 고개를 살짝 내렸다.

“저희 방에 잘못 들어온 건 알란 님이시잖아요.”

“그래서?”

메이브는 즐거운 것처럼 웃고 있는 알란의 얼굴을 잠시 말을 멈추고 지켜보았다. 아까 알란이 다비드의 손을 움켜쥐었을 때, 처음으로 다비드의 표정이 일그러진 것과 그의 팔뚝에 불룩불룩 올라왔던 핏줄을 떠올렸다.

아마 두 사람이 싸우게 된다면 다비드가 밀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거고 이건 이거라고 생각하며 메이브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런데 알란 님 때문에 의자도 망가졌고요.”

메이브는 다시 한번 턱짓으로 부서진 의자를 가리켰다. 알란의 고개가 살짝 돌아가 메이브가 가리킨 곳을 한번 쳐다보다가 다시 그에게 고개를 돌렸다.

“저희 방에서 나가 알란 님의 방에서 의자 하나를 들고 오세요.”

“……음?”

“알란 님 때문에 의자 하나가 부서졌으니까, 알란 님의 방에서 튼튼한 의자를 저희에게 주셔야죠.”

메이브가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란은 그런 메이브를 신기하게 내려다보았다. 알란은 몸집이 크고 얼굴이 사납게 생겨서 무서워하거나 겁을 먹어 시선을 피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 사람들과는 다르게 메이브 역시 앙칼지게 사나운 얼굴은 ‘나 기분 나빠요.’ 하고 말하는 듯이 보였고, 무서워하는 기색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재미있네. 그래, 그러면 내가 의자 하나 가지고 오면 이 방에 들어와도 괜찮고?”

“아뇨.”

알란의 말이 끝나자마자 메이브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메이브의 등 뒤에 가만히 서 있던 다비드는 굳어 있는 표정으로 알란을 지켜볼 뿐이었다.

“문 앞에 두고 가세요.”

메이브는 알란이 나가면 문을 걸어 잠그는 방법을 알아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명예를 중시하는 사냥개라는 뜻과 같게 알란은 한번 잡은 먹잇감을 끝까지 노리는 독한 놈이었다.

메이브는 속으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자신이 다비드를 지키고 있는 걸 그가 알아야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다비드는 지금 자신을 보며 저 미친놈이 무슨 지랄인가 하고 생각할지 몰랐다.

원작에서는 다비드를 괴롭히며 사랑한다고 외치던 스토커 같던 또라이의 시선을 자신에게 돌리고 이 신전에서 벗어나면 열심히 모두에게서 도망가 머리카락 하나 안 보이게 꼭꼭 숨으리라 다짐했다.

“왜?”

“네?”

메이브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반문하는 알란에 저도 모르게 똑같이 반문하며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내가 왜 그래야 하냐고.”

“나가시죠.”

알란이 구부정하게 팔짱을 끼고 메이브를 내려다보았다. 그런 메이브의 등 뒤에서 다리를 움직여 앞으로 나온 다비드는 알란의 팔을 움켜쥐고 밖으로 내쫓으려 했다.

메이브는 그 짧은 순간, 어떻게 해야 알란의 시선을 돌려 그가 나갈까 고민했다.

“흑곰이 사냥개를 물어뜯으러 올 거예요.”

멍하니 생각하던 메이브가 또렷하게 생각나는 소설의 구절을 중얼거렸다. 그 순간, 알란의 노란색 눈동자가 형형하게 빛나며 다비드를 밀쳐 내고 메이브에게 다가가려 했으나 다비드는 등줄기가 오싹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다비드는 알란의 팔과 몸을 붙잡아 메이브에게 더는 다가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너, 그거 어디서 들었어.”

딱딱하게 굳어져 있는 목소리에서 화가 난 음성이 느껴졌다. 메이브는 짙게 가라앉은 눈동자를 마주 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궁금하면 저희 방에서 나가요. 그리고 더는 허락 없이 들어오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걸고요.”

“……쟁취한 자가 널 지켜 주니까, 네 머리가 돌아 버린 것 같은데.”

알란은 자신의 몸을 붙잡아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다비드를 보며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힘을 주고 주먹을 말아 쥐어 때리면 떨어질 것 같았으나, 알란은 적당히 때리는 것보다 누군가를 죽이는 게 더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네 목을 틀어잡고 조이면, 컥컥 소리 내고 고통스러워하며 울면서 말해 주겠지.”

사나운 눈매가 치켜 올라가 더 무섭게 변한 알란의 얼굴을 지켜보던 메이브는 두 눈을 느릿하게 깜박였다.

속으로는 지금 서 있는 여기서 기절할 것처럼 무서웠지만, 표정은 최대한 드러나지 않게 하려 노력했다. 저 변태는 누군가가 우는 것을 좋아하는 또라이였기에 겁을 먹지 않은 척, 덤덤해 보이게 노력했다.

“그렇게 한다면, 알란 님은 궁금한 것을 듣지 못할 거예요.”

“……하, 재미있네.”

메이브에게 다가가려던 알란의 걸음이 멈추었고, 알란의 몸을 움켜쥐고 있는 다비드는 표정을 굳히며 그가 갑자기 튀어 나갈까 싶어 긴장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 네 말대로 허락 맡고 들어오고 의자도 방문 앞에 두고 갈게. 말해 봐, 그거 어떤 놈한테 들었는지.”

‘듣지는 못했지만, 이곳의 배경인 마이 홀을 적은 작가님의 글을 읽었다.’라고 하지 못했다. 그걸 말하면 지금 눈앞에 있는 알란과 다비드가 자신을 이상하게 볼 거라는 걸 뻔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이 홀’ 소설 속에서 그 구절은 자신의 기억에 남아 있을 만큼 재미있었다. 메인수였던 다비드가 흑곰이라고 불리는 사내와 지금 눈앞에 알란과 부딪치게 만들어 도망갔던 일화였다.

“누구한테 들었는지는 말할 수 없어요. 그걸 말하면 알란 님은 절 죽일 거잖아요?”

즐거운지, 아니면 이 상황이 흥분되는 건지 나체의 몸 위로 고개를 들어 올리는 성기가 보였다. 얼마나 문지르고 사용한 건지 끝부분인 검은 갈색이 확실히 다비드와는 달랐다.

살짝 시선을 돌리자 다비드의 성기가 보였다. 알란과는 다르게 하얀 옷 아래 가려져 있는 성기는 끝부분이 살짝 붉었고, 밑으로 갈수록 하얀 듯한 그을린 살결이 보였다.

“내가? 설마.”

알란이 몸을 붙잡고 있는 다비드를 떨어트리려 했지만, 거머리처럼 움켜쥐고 있는 것에 진짜 머리를 때려 기절시켜야 하나 고민했다.

“솔직히 지금 알란 님의 흥미를 안 끌었으면 저 죽일 거였잖아요?”

메이브는 한 걸음, 다비드와 알란에게 다가갔다. 앞으로 걸어오자 확실히 다비드보다는 키가 큰 알란을 바라보며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분명 알란이 다비드보다 키가 컸고, 몸도 조금 더 컸다. 당연히 메이브도 다비드보다 커야 했던 것이 아닐까 고민하다가 곧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성년식에서 다비드를 깔아뭉갤 수 있었던 누군가, 다비드가 지금 힘을 주며 막으면서도 힘들어하는 것을 보자 그게 누구였는지 알 것 같았다.

원래 원작이 흘러가는 대로 움직였다면, 다비드가 자신과 같은 방이 아니라 눈앞에 있는 알란과 같은 방이 되어 사냥개에게 목이 물려 깔렸을지도 모른다.

“흑곰은 지금 사냥개가 하려는 일을 막고 있어요.”

덤덤하게 말을 이어 가며 표정이 굳어지는 알란의 얼굴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사냥개가 집으로 돌아가면.”

소설 속에서는 알란의 과거가 잠시 나왔었다. 알란이 성년식을 치르고 돌아간 날, 흑곰은 사냥개인 알란을 뒤엎어서 한동안 정리하느라 고생했다고 쓰여 있었다.

그리고 그때 사냥개가 사용하던 어떤 물건을 흑곰이 가져가 한동안 누가 이런 일을 벌였는지 집 안을 뒤집어엎은 알란이 나왔던 소설을 떠올렸다.

“사냥개가 좋아하고 사용했던 물건이 사라졌을 거예요.”

“뭐?”

“흑곰이 가져갔어요. 그리고 그 흑곰이 사냥개의 목을 뜯으러 올 테니, 조심하세요. 알란 님. 이제 제가 할 이야기는 끝났으니까 나가 주세요.”

또렷하게 눈을 들어 올리며 하는 메이브의 말에 알란은 몸에 주던 힘을 뺐다. 그런 알란의 몸을 움켜쥐던 다비드도 그의 표정과 근육이 움직이는 것을 한번 확인하고는 한 걸음 물러나며 메이브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래, 약속이긴 하니까 지켜 줄게.”

명예를 중시하는 만큼, 알란이 약속을 지킨다는 것을 알고 있던 메이브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노란색 빛이 호기심과 흥미로 빛나는 것을 보며 뭔가 잘못 건드렸나 하는 기분이 들었다.

메이브는 작게 고개를 흔들며 알란이 문밖으로 나가는 뒷모습을 잠시 쳐다보았다.

“메이브 님.”

딱딱하게 굳어 있는 목소리에 어깨를 굳히며 메이브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다비드를 쳐다보았다.

목소리만큼이나 굳은 표정은 풀어질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의 행동에 잠시 고민하던 메이브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가 이게 맞나 하는 생각으로 다비드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제가.”

“다비드 님.”

다비드의 목소리와 메이브의 목소리가 뒤섞였다. 다비드는 열었던 입술을 꾹 닫고 메이브를 지켜보았다. 그런 다비드를 올려다보는 메이브는 속으로 크게 숨을 들이켜며 심호흡을 한 후 천천히 말을 내뱉었다.

“그…… 제 성기 만질래요?”

“……예?”

‘내 남자를 꼬실 수 있는 101가지 방법’을 적은 작가의 다른 책 ‘내 남자의 화를 풀어 주는 100가지 방법’에 나와 있던 내용이었다.

화가 난 남자 친구에게 자신의 소중한 성기를 만지게 해 주면 그는 분명 화가 풀릴 거라는 말이 쓰여 있었다.

메이브는 연애를 해 본 적이 없고, 소설과 영상으로만 배워 봤기에 그게 어이가 없어서 풀린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또한, 그것은 연인 사이에 포함되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메이브 님.”

다비드의 목소리가 딱딱하게 굳어졌고, 메이브는 자신이 또 무엇을 잘못한 건가 싶어서 눈을 굴릴 수밖에 없었다.

“그 말, 아니 그런 행동이나 그런 지식을 누가 메이브 님께 알려 줬습니까?”

다비드의 행동이나 지식이라는 말에 메이브는 한참을 말없이 눈을 깜박이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다비드가 한 걸음 메이브에게 다가왔다. 그러곤 그의 손이 올라가 메이브의 어깨를 감싸 쥐었다.

딱딱하게 굳어져 있는 표정과 연녹색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은 것이 보였다.

“……다비드 님?”

“대답해 주세요. 주변에 있는 누군가가 그런 걸 알려 준 겁니까? 누군가를 보고 그딴, 후…… 성기를 만지라고 말한 겁니까?”

다비드의 미간에 주름이 생겨났다. 화가 진득하게 묻어난 목소리와 어깨를 붙잡고 있는 손아귀에 차츰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메이브는 천천히 눈을 굴릴 수밖에 없었다. 남자의 화를 풀어 주는 방법이라 했는데, 어쩐지 다비드가 더 화난 것 같았다.

무슨 변명을 해야 할까,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헷갈렸다. 힘이 들어가는 다비드의 손길에 하얀 살결 위로 붉은색 자국이 새겨졌다. 곧 다비드도 당황했는지 더운 숨을 내쉬며 어깨를 붙잡고 있던 손을 천천히 내렸다.

“메이브 님, 대답해 줄 수는 없습니까?”

“……어, 그게.”

메이브는 자신이 말을 꺼냄과 동시에 다비드의 입이 다물어지는 것이 보였다. 메이브가 말하는 것을 듣겠다는 모습에 천천히 숨을 들이켜고는 작게 눈을 굴렸다.

“대답, 안 해 줄 겁니까?”

메이브가 머뭇거리는 것에 대답이 늦어지자, 다비드는 그런 메이브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며 침대로 걸어갔다. 주춤주춤 메이브가 따라 걸으며 다비드의 표정을 살필 때, 그는 그런 자신을 침대에 앉혔다.

“메이브.”

화가 난 얼굴은 섹시해 보였다. 몸과 다른 미인형의 얼굴이 일그러진 모습은 어쩐지 야해 보였다. 저 얼굴로 울면 정말 심장이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혼자 딴생각에 빠져들자 눈앞에 서 있는 다비드의 얼굴이 점점 더 굳어지는 것을 놓쳤다.

메이브는 귓가에 작게 울리는 저음의 목소리가 좋았다. 귀에 울리는 그 목소리가 어쩐지 계속해서 듣고 싶은 목소리라고 생각되었다.

“……후.”

다비드의 눈에는 그런 메이브가 자신의 목소리는 듣지 않고 멍한 표정으로 딴생각하는 것으로 보였다. 한숨을 작게 내쉬며 몸을 서서히 숙여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메이브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메이브, 아까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습니까?”

“……의미요?”

당연히 화가 난 사람을 풀어 주는 것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을 때, 다비드의 손이 메이브의 불룩 튀어나온 유두를 살짝 문질렀다.

“……다비드 님?”

메이브의 눈이 조금 커지며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굴렸다. 그런 메이브를 지켜보며 다비드는 나지막하게 속삭이듯 화를 삭이지 못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나를.”

한 마디.

“잡아먹어 달라는 겁니다.”

세 마디의 말이 메이브의 귓가로 파고들어 왔다. 그런 의미로 한 말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것이 되레 다비드의 화를 더 크게 만들 것만 같았다.

메이브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입을 꾹 다물며, 그런 책을 쓴 작가에게 무어라 소리치고 싶었다. 화를 풀게 해 준다더니 더욱 화를 돋게 하지 않았냐고 말하고 싶었다.

그 모든 것은 메이브가 책을 제대로 읽지 않고 행한 것이 문제가 되었으나, 메이브 본인은 알지 못했다.

“그…….”

“길가다 누군가에게 성기를 만져 달라고 하면, 웃고 넘어갈 농담처럼 생각하셨습니까?”

딱딱하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열기에 메이브는 헛숨을 들이켜며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당장 골목길에 끌려들어 갔으면 어쩔 거였죠?”

다비드는 그 모습을 상상하는 것처럼 눈썹이 찡그러졌고, 미간에는 주름이 생겨났다. 화가 난 표정과 덤덤하지만 느껴지는 열기, 그리고 깊게 가라앉는 연녹색 눈동자에 등줄기에 오스스 소름이 돋아났다.

잘못 건드렸다. 그 말을 하면 안 되었다. 뒤늦게 메이브는 자신이 했던 말을 후회했다. 이미 엎질러져 주워 담을 수도 없었다. 눈앞에 보이는 다비드가 천천히 고개를 내밀어 손끝으로 문지르던 불룩 튀어나온 붉은색 유두를 혀로 핥았다.

“읏…….”

“살려 달라 외칠 겁니까?”

“……다, 다비드 님!”

“그자들은 메이브 님이 유혹했다 할 겁니다.”

다비드의 손이 어깨를 감싸 쥐며 침대에 메이브의 몸을 눕혔다. 무릎을 꿇은 자세에서 천천히 일어나 메이브의 허벅지 사이로 들어간 다비드가 엎드린 자세로 메이브를 내려다보았다.

그러곤 손가락에 걸리는 뼈를 거칠게 문질렀다. 여린 살갗이 붉어지는 것을 힐끔 쳐다보다가 눈을 크게 뜨고 당황해하는 얼굴을 지켜보았다.

“제가 지금 메이브 님을 먹는다 해도, 당신은 나한테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다고.”

“……다, 다시는 그런 말 안 할게요!”

메이브가 당황해하며 침대에 닿은 다리를 움직여 다비드의 품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메이브의 어깨를 잡고 있는 다비드의 손길에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있는 자세로 다비드를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다.

“메이브, 한 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가 없어.”

“……그.”

“그러니까 그 말은 앞으로 꺼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다비드는 무릎을 살짝 앞으로 내밀어 반쯤 발기해 있는 메이브의 성기를 아프지 않게 짓눌렀다. 허리를 들썩이며 다비드의 무릎에서 벗어나려는 메이브는 어깨를 잡고 있던 손이 느릿하게 몸 선을 쓸어 가슴을 움켜쥐는 것에 낮게 신음을 내뱉었다.

“윽……. 다, 다비드 님?”

“그전에 네 머리에 그런 말을 하면 안 된다고 알려 줄게.”

“자, 잠깐만! 잠깐만. 읏!”

부푼 유두를 비트는 손길에 메이브의 허리가 비틀렸다. 움찔 몸을 떨면서 다비드를 쳐다보자 그의 눈에 초점이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이미 딴생각을 하며 정신이 끊긴 것 같은 다비드의 모습에 메이브는 눈을 굴리다가 몸을 크게 움직였다.

“아, 앞으론! 앞으로 그런 말! 다시는 안 할게요!”

다급한 목소리로 메이브가 소리치자 다비드의 눈이 느릿하게 깜박였다. 가라앉는 눈동자가 조금은 빛이 났으나, 곧 입꼬리가 말려 올라가며 품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메이브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앞으로, 라는 건 없어. 이미 지금 잘못했잖아.”

“다, 다비드 님한테만 말할게요!”

“……뭐?”

다비드의 움직임이 조금 멈춘 것처럼 보이자, 살기 위해 메이브는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앞으로 이런 말은 다비드 님한테만 말한다고요!”

나중에 이 말을 후회할지 몰라도 지금은 저 하나 살자고 꺼낸 말이었으나, 다비드의 굳었던 표정이 풀어지는 게 보였다.

메이브가 이제 멈추는 것일까, 보는 사이 다비드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성기를 짓누르고 있던 무릎을 슬며시 치웠다.

“……이거, 아파 보이니까 더는 아프지 않게 해 드릴게요.”

“아, 아뇨! 아니! 다비드 님!”

가슴을 움켜쥐고 있던 손이 허리를 따라 내려가 오므리려던 허벅지를 붙잡아 양쪽으로 크게 벌렸다. 메이브는 저리는 허벅지를 아무리 오므리려 해도 다비드의 손아귀 힘에 한곳으로 모을 수가 없었다.

다비드의 무릎에 짓눌려 있던 성기가 미쳐 버린 건지 고개를 꼿꼿이 들어서 앞뒤로 작게 꺼덕이고 있었다.

다비드의 몸이 살짝 올라가려다 얼굴을 찬찬히 내리며 발기된 메이브의 성기를 입 안에 머금었다.

“읏. 아! 자, 잠깐……. 읏!”

뜨듯한 다비드의 입 안에 들어간 성기가 조여 왔다. 축축하고 뜨거운 혀가 귀두를 감싸며 천천히 기둥을 타고 내려갔다. 다비드의 양 볼이 푹 파일 정도로 조이며 고개를 위아래로 흔드는 그 작은 움직임에 메이브의 허리가 작게 들썩거렸다.

“흐아……. 읏!”

“츄웁, 츕…….”

메이브는 자신의 허리가 살짝살짝 비틀리고 들썩거릴 때마다 다비드의 입 안으로 성기가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축축한 혀가 불룩 튀어나온 부분을 문지르고, 딱딱 천장에 여린 살갗이 문질러질 때마다 허리는 저릿했고 아랫배는 단단히 힘이 들어갔다.

허벅지의 근육이 도드라졌다가 수축하기를 반복했다. 발가락은 쾌감에 오므려졌고, 눈앞이 흐릿해졌다.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되살아나는 것만 같았다. 열기에 휩싸인 몸은 한없이 예민해져서 투박한 손길이 닿는 곳은 뜨겁고도 간지러웠다.

“흐…….”

낮은 신음과 더운 숨이 뒤섞여 입에서 계속 흘러나왔다. 메이브는 자신의 얼굴 표정을 놓치지 않고 지켜본다는 듯이 바라보는 다비드의 눈빛에 두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돌렸다.

“기분, 좋은 것 같은데.”

다비드가 메이브의 허벅지를 살살 문질렀다. 벌겋게 변한 얼굴과 벌어진 입술에서 더운 숨을 연거푸 뱉어 내고 있었고, 작게 떨리는 몸은 쾌감을 뒤쫓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두 팔은 등 뒤로 묶여 있는 상태로 허리가 살짝 들려 있는 메이브의 자세 때문에 가슴은 위로 내밀어져 있었다. 단단하고 불룩 튀어나온 가슴 위로 새겨진 붉은 손가락 자국에 다비드는 입에 고인 타액을 천천히 삼켰다.

입을 벌려 메이브의 성기를 빼내고 타액과 후덥지근한 열기로 뜨듯해진 성기의 밑동부터 귀두까지 혀로 핥아 올렸다.

“제가 어떻게 해 주면 좋겠습니까?”

“흐아…….”

쾌감에 다다랐을 때 멈춘 다비드가 의견을 묻자, 질끈 감고 있던 메이브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려 왔다.

다비드는 그 표정과 행동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바라보며 텁텁한 입술을 붉은 혀로 핥아 올렸다.

“그만할까요? 아니면 끝까지 하겠습니까?”

“다……비드 님…….”

“방금 걸로, 아까 메이브 님이 하면 안 되는 말이 무엇인지, 이제는 알 것 같으니까요.”

다비드는 한쪽 허벅지를 붙잡고 있던 손을 떨어트렸다. 그리고 검지만 들어 올려 쿠퍼액이 흘러내리는 붉은 귀두를 손끝으로 툭 건드렸다.

앞뒤로 크게 꺼덕이는 성기의 끝에는 투명한 쿠퍼액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이제, 메이브 님이 그만하고 싶다면 그렇게 할게요.”

다비드의 말은 또다시, 단 한 가지를 가리키고 있었다. 메이브는 입을 살짝 벌려 허탈한 숨을 내쉬었다.

정말 끝까지 하지는 않았으니, 강제로는 않겠다는 말은 지켰다. 이제 여기서 더 바라면 다비드에게 해 달라는 말을 해야 했다.

다비드의 눈동자는 열기를 품고 있었고, 살짝 홍조가 올라온 볼은 쾌감을 그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타액을 삼켜 내고 들이켰던 숨을 차분히 내쉬며 다비드의 얼굴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다비드 님은.”

치사했다. 결국 원하는 말을 듣고 싶으면 메이브가 모든 것을 말해야 했다. 열기에 예민해진 몸을 만져 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이것이 익숙해지면 일주일 후에 벗어나선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는 마음이 서로 부딪혔다.

하루 정도는 괜찮지 않냐는 악마의 목소리와, 지금 넘어가면 되돌아가지 못한다는 천사의 목소리가 뒤섞이듯 들려오는 것 같았다.

“메이브 님은, 어떻게 하고 싶어요?”

“……치사해요.”

고개를 들어 다비드의 성기를 힐끔 쳐다보았다. 발기한 것이 위아래로 꺼덕이고 있는데도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웃고 있으니, 어이가 없었다.

메이브가 다비드에게 해 달라고 매달리면 분명 다비드는 끝까지 갈 터였다. 예민해진 몸은 여전히 열기가 남아 있어서 아쉬웠다.

하지만 이대로 하지 말아 달라고 하면 우직한 그가 떨어지며, 끝까지 하지 않을 것 역시 알고 있었다.

들어 올린 고개에 힘을 빼고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무엇이 치사해요?”

다비드는 상체를 들어 천천히 메이브의 몸 위로 올라와 엎드렸다. 다비드의 얼굴이 메이브의 얼굴 쪽으로 가까워졌다.

“메이브 님, 대답 안 해 주실 건가요?”

다정한 목소리와 시선에 메이브는 헛웃음을 머금었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다비드의 코끝과 스치는 거리에서 멈춘 메이브는 눈앞에 가득한 연한 녹색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끝없는 심연처럼 안까지 깨끗해 보이는 눈동자는 그 작은 깊고 찝찝한 감정이 묻어 있지 않았다. 순수하고도 깨끗한 그 눈을 가만히 지켜보던 메이브가 입을 점차 벌렸다.

“제가…… 해 달라고 하면 다비드 님은 해 주시겠죠.”

덤덤하면서도 허탈한 목소리가 뒤섞였다.

“하지만 싫다고 하면 멈출 거예요. 맞죠?”

“메이브 님이 싫어하는 것은 할 생각이 없으니까요.”

웃고 있는 저 얼굴이 능글맞게 보일 때, 메이브는 허리를 살짝 비틀며 상체를 천천히 일으켰다. 가까이 엎드려 있던 다비드의 상체가 올라와 메이브의 허벅지에 주저앉으며 그를 내려다보았다.

상체를 들어 올린 메이브의 고개가 꺾여 다비드의 어깨에 이마를 기대고 낮은 숨을 내쉬었다.

“……그게 치사하다는 거예요.”

“치사한 것은 아니죠.”

메이브의 말에 다비드가 빠르게 대답하며 손을 들어 어깨에 기대고 있는 메이브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아까 저한테 했던 그 말을 다른 누군가에게 했다면, 나중에라도 위험했을 겁니다.”

뜨듯한 열기가 느껴지는 목덜미를 다비드의 거친 손끝이 문질렀다.

“저도 힘으로 이길 수 없는데, 다른 사람에게 붙잡힌다면 이길 수 있을지, 아니면 당할지 알 수 없잖아요.”

“다비드 님이 화가…… 난 것 같아서 그랬어요.”

메이브가 숨을 들이켜고 작게 내쉬면서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에 목덜미를 문지르던 다비드의 손이 멈추었다.

“바보 같고, 뜬금없는 말인 거 알고 있는데. 이걸로 풀어지기를 바랐어요.”

“……메이브 님께 그걸 알려 준 사람이 화난 사람을 풀어 줄 때 그 말을 하라고 했습니까?”

“……바보같이 믿은 거죠, 뭐.”

이제는 책에 쓰여 있는 모든 걸 믿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메이브와 다르게, 다비드의 입꼬리는 부드럽게 올라갔다.

다비드는 성기를 만질 거냐고 물었던 말이 자신의 화를 풀어 주기 위함이었다는 것에 바보처럼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메이브에게 최대한 보이지 않도록 입꼬리를 내리며, 다른 손을 들어 메이브의 곧은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아뇨, 메이브.”

어깨에 기대어 있는 메이브를 내려다보던 다비드는 고개를 살짝 돌려 둥근 귀에 입술을 가져다 대고 작게 속삭였다.

“앞으로도 제게만 그 말을 해요. 다른 누군가에게는 하지 말고.”

“읏…….”

귓가에 들어오는 뜨거운 바람에 메이브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얼굴은 다비드의 몸에 밀착되었고, 쿵쿵 뛰는 그의 심장 소리가 들려왔다. 어쩌면 이 심장이 다비드가 아닌 자신의 심장 소리일지도 몰랐다.

“그러면, 아무 문제가 없을 거예요. 메이브.”

등줄기를 쓸어내리던 손이 천천히 골반 밑으로 내려가 둥근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메이브가 해 달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하지 않을 것처럼, 엉덩이를 움켜쥔 다비드의 손이 구멍 주름 사이사이를 문지를 뿐이었다. 다비드는 손가락을 구멍 안으로 집어넣지도 않았다.

“그래서, 제가 어떻게 해 줬으면 좋겠어요?”

다비드가 입을 벌려 붉은 혀를 내밀고는 메이브의 귓바퀴를 느릿하게 핥았다. 움푹 들어간 연골과 불룩 튀어나온 귀를 아프지 않게 깨물었다.

“바라면 해 줄 수 있어요. 어떻게 해 줄까요? 힘들지 않게 도와줄까, 아니면…….”

후우, 낮은 숨결이 메이브의 목에 닿았을 즈음, 진득한 미소를 머금은 다비드가 움찔 몸을 떨고 있는 메이브의 몸을 끌어안았다.

“정말 이대로 끝낼까.”

낮은 목소리 때문에 등줄기가 오싹했다. 축축한 혀에 닿은 귓바퀴와 귀는 뜨겁고도 간지러웠다. 딱딱한 어깨에 문지르던 이마를 들어 올렸다. 고개를 꼿꼿이 세워 벌겋게 변한 눈으로 다비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멈춰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하룻밤의 장난처럼, 일주일은 어차피 이런 상황이 지속될 텐데, 그냥 미친 것처럼 즐겨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했다. 늦게 배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말했다.

처음엔 아프고 고통이 느껴졌으나 알 수 없는 열기를 느낀 것도 잠시, 이틀 만에 다비드의 성기가 구멍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익숙했다.

성기가 조여지는 구멍을 벌리며 속으로 들어와, 어느 곳을 찔러야 자신이 가장 느끼는지도 이제는 몸이 기억했다.

발기한 성기에 고환은 저리듯이 아팠고, 단단한 복부에 문질러지는 귀두 끝은 축축한 쿠퍼액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메이브.”

다비드가 낮은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메이브는 등줄기가 오싹했다. 구멍에 닿아 있는 손가락이 은근히 풀려 있는 주변을 두드리면서도 좀처럼 넣지 않고, 가렵고 예민하게 만들 뿐이었다.

“대답해 줘야죠.”

웃음기를 머금은 다비드의 목소리가 얼마나 즐거운지 여실히 보였다.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가 내쉬며 웃고 있는 그 얼굴을 바라보았다.

보는 사람이 누구라도 행복해 보이는 표정에, 눈동자는 즐거움으로 빛나고 있었고 올라간 입꼬리도 숨기지 않고 있었다.

“…….”

몇 번이나 입을 벌렸다가 다물기를 반복했다. 아랫배가 당겨지고 밑이 끊어질 듯 아팠다.

아픈 만큼 기분이 묘해질 수밖에 없었다. 왜 이런 고민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야하게 웃고 있는 다비드의 얼굴이 눈 안에 가득 채워졌다.

목에 닿는 숨결과 반달처럼 휘어지는 눈매, 무엇을 대답해도 괜찮다는 듯 웃으면서도 자신이 무언가를 대답할지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미소였다.

“전…….”

몸은 이미 쾌락을 알고 있었다. 앞으로도 쉬이 잊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알면서도 눈앞에 있는 다비드의 얼굴과 미소,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 저 입술과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에 삐걱거리는 나무 인형이 고개를 들어 올려 혼자 몸을 일으키게 만드는 것 같았다.

심장이 쿵쿵 거세게 뛰었다. 손으로 빠르고 크게 뛰는 가슴을 누르고 싶어도 등 뒤에 묶여 있는 두 손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할 때, 엉덩이를 움켜쥐는 단단하고 거친 손길을 느끼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메이브.”

다시 한번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다정한 음성에 어깨를 살짝 떨며 웃었다.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었다. 메인수든, 집착광공이든 모든 것을 잠시 집어던지자고 생각했다. 메이브는 살고자 했다. 그래서 이야기를 비틀었고, 눈앞에 있는 다비드를 지키려 했다.

그래서 알란의 시선을 돌렸다. 모든 것은 메이브 자신의 이득을 위해 달려간 것인데, 이상하게도 눈앞에 있는 다비드에게 점점 홀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프지 않게…… 해 줘요.”

메이브의 대답에 더 환히 웃으며 구멍을 지분거렸던 손가락을 안으로 집어넣는 느낌이 들었다. 거칠게 내벽을 긁으며 안으로 들어가는 손가락과 함께 궁둥이에 닿는 단단한 손바닥을 느꼈다. 고개 숙여 딱딱한 다비드의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가 살짝 돌려 굳게 닫혀 있는 문을 바라보았다.

“흐……윽.”

낮은 신음을 내쉬었을 때 한쪽 엉덩이를 움켜쥐며 벌리는 손길이 무척이나 다정했다.

착한 사람이었다. 망가지지만 않았다면 저 우직한 성격에 호구처럼 이리저리 굴릴지도 모를 사람이었다.

메이브는 뜨고 있던 따가운 눈을 느릿느릿 감았다. 멍청한 건 자신일까, 다비드일까. 그리고 자신에게 되물으며 속으로 답했다.

‘멍청한 건 나야.’

그 생각을 끝으로 메이브는 잠시 다비드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어차피 생각이 많아진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었다. 자신은 성년식이 끝나면 어디론가 꼭꼭 숨을 예정이었고, 그 뒤는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서 편한 힐링 라이프를 살 거라고 생각했다.

“아프지 않게 해 줄게요.”

메이브는 다정한 다비드의 목소리를 들으며 입을 벌려 더운 숨을 내쉬었다.

“흐으…….”

구멍 깊숙이 들어오는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찌걱찌걱 야한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허리를 곱게 펴고 있던 메이브의 허리가 점차 둥글게 휘어졌다. 다비드의 손이 그런 메이브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움켜쥐었다.

다비드의 손가락 사이로 불룩불룩 하얀 엉덩이가 튀어나왔고, 힘이 들어간 손에 짓눌려진 살결 위에 붉은 자국이 떠올랐다.

“부어 있어서 아플 것 같은데, 괜찮아요?”

“……괜찮으니까 제발 빨리해요!”

전부터 생각했던 것이지만, 다비드는 순진한 것 같으면서 한 번씩 메이브를 부끄럽게 만드는 말을 내뱉었다. 지금도 그 말 하나에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그러면, 다리 들어요. 메이브.”

엉덩이를 움켜쥐었던 손이 허벅지를 쓸어내리며 무릎을 굽히게 했다. 메이브의 다리를 들어 올린 다비드는 자신의 품에 기댄 메이브를 힐끔 쳐다보다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한순간에 메이브의 몸을 침대에 눕혔다.

놀라 커다랗게 떠진 눈을 내려다보고 구멍 안에 넣은 손가락을 살살 움직이다가 빼냈다.

“이제 아프지 않게 해 줄게요.”

메이브의 오금을 붙잡아 들어 올린 다비드가 그의 다리를 어깨에 걸치게 했다. 메이브의 엉덩이가 허공에 들려졌고, 엉덩이 골에 다비드의 단단한 성기 끝이 두드려졌다.

메이브는 붉어진 얼굴을 감추려 고개를 돌렸으나, 가릴 수 있는 것이 단 한 개도 없었기에 귓불까지 벌겋게 변한 것이 다비드의 시선에 닿았다.

다비드는 고개를 살짝 돌려 메이브의 종아리에 입술을 비비며 엉덩이 골을 문지르고 있는 성기를 움켜쥐고 구멍에 맞추었다.

“흡…….”

숨을 들이켜며 몸을 떨고 있는 메이브를 내려다보며 다비드는 입을 벌렸다. 아프지 않게 하얀 살결을 빨아들여 이로 깨물며 자신의 흔적을 새기고, 메이브의 허벅지를 두 손으로 감싼 다비드는 한순간에 뻐끔거리는 구멍 안으로 단단하게 변한 성기를 밀어 넣었다.

“아……!”

퍽, 살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메이브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감고 있던 눈을 떠 부르르 떠는 몸을 내려다보던 다비드는 목이 마른다고 생각했다.

그러곤 쉴 틈 없이 허리를 움직이며 위아래로 몸이 흔들리는 메이브을 지켜보았다. 다비드처럼 쩍 벌어진 어깨와 다르게 움푹 들어가는 허리는 낭창하게 흔들렸다.

“하아…….”

입을 벌려 더운 숨을 내쉰 다비드는 위아래로 꺼덕이는 메이브의 성기를 내려다보았다. 다비드의 타액과 귀두에서 흘러내리는 쿠퍼액에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다비드가 성기의 귀두가 겨우 걸칠 만큼 구멍에서 빼냈다가 한 번에 메이브가 느끼는 부푼 부분을 찌를 때마다 하얀 애액이 투둑투둑, 메이브의 배와 다비드의 가슴에 튀었다.

“흐읏! 응……!”

“아프지는 않아요? 아니면 느끼고 있나.”

단단하지만 살결이 부드러운 허벅지를 힘주어 누르며 꿈틀거리는 성기를 구멍에 넣은 상태로 다비드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크게 오르락내리락 반복하는 하얀 가슴을 움켜쥐며 괴롭히고 싶었다.

다비드는 가라앉는 눈으로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몸을 부르르 떨고 있는 메이브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반쯤 주저앉았던 다리를 들어 올렸다.

“아!”

메이브의 하체가 다비드가 일어나는 만큼 들어 올려지자, 한쪽으로 돌렸던 고개를 바로잡으며 다비드를 바라보았다. 그 두 눈이 혼란과 당황스러움, 그리고 쾌감에 얼룩덜룩 일그러져 있는 게 보였다.

“제가 더 즐겁게 만들어 줄게요.”

다비드가 상체를 앞으로 숙이자 자연스럽게 메이브의 하체가 기울어졌다. 몸을 둥글게 말고 있는 자세가 된 메이브의 눈앞에 꺼덕이는 자신의 귀두가 보였다. 작게 꺼덕일 때마다 흘러내리는 애액이 가슴과 얼굴에 떨어지자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기 시작했다.

“자, 잠깐, 자세…… 아!”

자세가 너무 부끄럽다고 말하려던 찰나에 다비드의 허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귀두까지 빼냈다. 몸을 짓누르며 구멍 깊이 들어오는 성기에 메이브의 고개가 꺾어졌다. 하얀 목선이 붉어지고 그 위로 핏줄이 올라왔다.

“흐…… 아흑!”

신음을 참아 왔던 것처럼, 메이브의 입에서 지금까지 다비드와 관계를 하면서 가장 큰 신음이 내뱉어졌다. 투둑툭, 정액이 아닌 애액이 다비드가 구멍 안으로 성기를 박아 넣을 때마다 흘러내려 메이브의 가슴과 목 주변을 더럽혔다.

움찔움찔 경련하듯 떨리는 구멍이 다비드의 성기를 조여 왔고, 안의 여린 내벽이 작게 부르르 떨리며 다비드의 성기 모양처럼 조였다. 그러다 다비드의 성기를 천천히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크읏. 하아…….”

낮고 더운 숨과 뒤섞인 다비드의 신음, 약하면서도 높은 메이브의 신음이 뒤섞였다. 두 눈을 크게 뜨고 있던 메이브는 다비드가 허리를 흔들 때마다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엉덩이와 허리가 짓눌려지며 몸이 들썩였고, 침대는 삐거덕삐거덕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울렸다.

구멍 안 깊은 곳으로 성기가 들어올 때마다 눈앞이 아찔해지며 숨은 거칠어졌다. 숨을 들이켜고 내쉬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할 것 같은 쾌감이 쉴 틈 없이 메이브에게 찾아왔다.

“흐……아. 아흡!”

“참지 마. 그냥 즐겨.”

아랫입술을 깨물며 숨을 몰아쉬는 메이브의 얼굴 하나하나를 다비드는 놓치지 않고 바라보았다. 들뜬 숨과 땀에 젖은 몸, 칠흑같이 어두운 머리카락이 땀에 젖어 들어가 메이브의 얼굴에 들러붙는 것을 지켜보던 다비드가 허리를 움직이며 손을 뻗어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눈물이 고여 있던 흐린 자색 눈동자가 다비드의 시선에 닿았을 때, 다비드는 낮은 한숨을 내쉬며 메이브의 눈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

“메이브, 메이브.”

입에 굴려지는 이름은 말해도 여운이 남는 것 같았다. 다비드는 메이브의 이름을 몇 번 부르다 입을 꾹 다물며 허리를 거칠게 움직였다. 메이브의 몸이 크게 흔들렸고, 삐걱거리는 침대는 더욱 크게 비명을 질렀다.

두 사람의 몸은 땀이 흘러 범벅이 되고, 거친 숨소리가 뒤섞여 방 안의 공기가 후덥지근해졌다. 비릿한 밤꽃 냄새가 진득하게 방 안에서 맡아질 때까지, 다비드는 거친 허리 짓을 멈추지 않았다.

메이브가 몸을 떨며 신음을 지르다 결국 잔뜩 쉬어 갈라진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몇 번을 싸 버려 정액으로 진득하게 목과 가슴이 더러워졌다.

“하으…… 아. 으흣!”

“메이브.”

살 부딪치는 소리가 크게 울렸을 때, 결국 메이브의 몸이 부르르 떨리며 한순간에 힘이 빠진 듯 늘어졌다. 뜨고 있던 눈도 감겨 흐릿했던 자색 눈동자도 보이지 않았다.

“……메이브 님?”

다비드가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메이브를 부르며 한 손으로 둥근 어깨를 잡아 작게 흔들었으나, 기절한 것처럼 메이브의 입에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다비드는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거칠게 뒤로 넘기며, 구멍 안에 박아 넣었던 성기를 천천히 빼냈다.

하늘 높이 올라가 있던 메이브의 하체가 침대로 내려왔다. 다비드는 기절한 메이브를 내려다보며 핏줄이 도드라진 성기를 움켜쥐고 위아래로 흔들었다.

“하아. 크읏…….”

귀두부터 밑동까지 손아귀에 힘을 주며 흔들었다. 몇 번 살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메이브의 아랫배에 진한 정액을 쏟아 낸 다비드는 숨을 몰아쉬며 자리에 주저앉아 기절한 메이브의 얼굴에 손을 뻗었다.

깊은 잠에 빠져 버린 듯 움찔한 몸이 떨어지지도 않고, 고른 숨을 몰아쉬는 메이브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다비드의 눈이 흉흉하게 빛났다.

“……내게서 벗어나지 못할 거예요.”

한여름 밤의 꿈처럼 다비드에게 찾아왔던 악몽 같던 때가 있었다. 잠이 들 때마다 찾아왔던 악몽에서 언제나 메이브를 보았다.

비릿하게 웃으며 바닥에 주저앉은 다비드를 내려다보던 메이브의 얼굴은 꿈을 꾸고 깨어날 때마다 또렷했다.

“……에녹 메이브.”

첫 만남. 방 안에서 메이브의 모습을 보았을 때 다비드는 악몽 같았던 꿈이 떠올랐다. 다만, 꿈에서 비릿하고 속이 뒤집어질 것 같은 화는 이상하게 메이브를 만났을 때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진득한 탐욕에 물들어 있던 자색의 눈은 순수하게 빛이 났고, 자신을 보며 호기심과 새로운 누군가를 만났다는 기대감에 물들어 있었다.

올라간 눈매가 휘어 내려오며 웃을 때마다, 날카로운 이미지가 부드럽게 풀어졌고, 잘 부탁한다고 말하며 웃던 메이브의 모습은 다비드의 밤마다 찾아오던 악몽과는 달랐다.

“메이브, 내가 당신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걸 모르겠죠.”

교육에서 자신을 억누르고 꿈처럼 깔아뭉개려 했다면, 그 얼굴을 때려 바닥에 짓눌러 버릴 생각이었다. 매일 밤 찾아왔던 악몽처럼 거칠게 그를 망가트리려 했다. 순해 빠진 얼굴로 눈을 굴리며 순결을 바치겠다고 말했던 그 말이 여전히 또렷하게 생각났다.

비릿하고 짙은 욕망에 범벅되어 있던 꿈과는 달랐다. 다비드는 부드러운 손길로 땀에 젖어 있는 메이브의 볼을 손끝으로 문지르며 미소 지었다.

“내기는 내가 이겼어요.”

모든 것은 다비드가 계획했던 거였다. 순해 빠졌던 메이브를 깔아뭉갰을 때의 쾌감도 느껴졌으나, 단 이틀 만에 꿈은 꿈일 뿐이라고, 메이브가 하는 행동과 꿈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오로지 메이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딘가 똑똑해 보이면서도 은근히 멍청했고, 한 번씩 자신을 도와주려 하는 것 같지만 어리숙한 모습이 종종 보였다.

두 팔이 묶여 있음에도 당당한 성격은 사라지지 않았으나, 그 자색 눈동자에 약간의 공포가 묻어 있는 것은 숨겨지지 않고 다 보였다.

“메이브 님.”

간혹, 다른 생각을 할 때마다 두 눈이 흐릿해지던 메이브를 생각하며 다비드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꿈은 반대가 된다고, 어쩌면 다비드는 지금까지 눈앞에 있는 메이브를 자신이 가지고 싶다고 생각한 걸지도 몰랐다.

저 몸이 자신의 품에 안기고, 저 자색의 눈동자가 오로지 자신만을 바라보는 것을 생각하자 작게 죽어 있던 성기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하아…….”

더운 숨을 내쉬며 다비드는 상체를 살짝 숙여 둥근 메이브의 이마에 입술을 문질렀다가 천천히 떨어트렸다.

“으응…….”

잠투정을 하며 얼굴을 일그러트리는 메이브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다비드는 이제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순결을 가져갔으니,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다짐했다.

다비드는 메이브가 어떻게든 자신의 품에서 도망가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메이브를 붙잡을 것이라고 마음을 다졌다.

마지막 교육이 끝났을 때, 자신이 이길 거라고 생각했던 내기에서 지게 된 메이브의 표정이 궁금했다. 결국, 이 내기는 다비드가 이길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미 이곳에 오기 전부터 메이브의 이름을 알고 있었기에.

단 하나, 다비드가 헷갈리는 것이 있었다. 메이브의 이름이 에녹 메이브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가 에녹가의 아들인지, 아니면 그저 공작가의 성과 똑같은 성을 가졌는지. 그것만은 모르고 있었다.

간혹 평민 사이에서도 성이 없는 자들은 사는 영지의 이름을 빌려 사용하는 경우가 있었다.

“메이브, 당신도 나만 보고, 나만 생각해요. 다른 누군가를 본다면.”

그자의 눈을 뜯어내고 목을 비틀어 죽일지도 모르니까. 다비드는 못다 한 말을 목구멍 깊이 삼키며 미소 짓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에 놓여 있는 수건을 들고 테이블로 걸어갔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물병을 기울여 수건을 적신 다비드는 침대에 기절해 있는 메이브에게 다가가 몸에 진득하게 묻어 있는 정사의 흔적을 깨끗이 닦아 주었다.

“으응…….”

기절한 메이브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자신이 내기에서 질 거라는 것도 모른 상태로 달콤한 꿈을 꾸듯, 입이 작게 벌어지며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

해가 떨어지고 하늘이 어두워질 때가 돼서야 깊게 잠들었던 메이브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며 들어 올려졌다.

초점이 맞지 않는 흐릿한 눈을 느릿하게 깜박이며 흐린 천장을 바라보던 메이브는 욱신거리는 몸을 천천히 움직였다.

“……아.”

온몸은 욱신거렸고 허리가 쑤시듯 아팠다. 얼굴을 살짝 일그러트리며 잔뜩 쉬어 버린 목소리로 앓는 소리를 내뱉었다.

주변이 조용한 것이 이상했다. 메이브가 고개를 살짝 돌려 주변을 둘러보자, 방 안에 있어야 할 다비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가 혼자 어디를 간 것일까, 멍한 얼굴로 닫혀 있는 방문을 힐끔 쳐다보다가 테이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부서진 의자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튼튼해 보이는 새 의자가 보였다. 알란이 가져다준 건지, 아니면 신전에서 바꿔 준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으윽…….”

허리를 살짝 비틀자 욱신욱신한 몸이 누가 두드려 댄 듯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몸에서 힘을 빼고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작게 흔들었다. 그러고는 어이없다는 듯이 작게 웃었다.

“미쳤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말했지만, 이제 발가벗은 몸과 등 뒤로 묶여 있는 두 팔이 익숙한 것에 소름이 돋았다.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방 안에서 혼자 침대에 앉아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곧 하루가 저물고 또 다른 날이 떠오를 것이다. 이제 길어야 5일, 짧으면 4일이라는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벌써 이런 상황이 익숙해진다는 것이 이상했고, 아려 오면서도 무언가 비어 있는 것 같은 아래가 어색했다.

“……하.”

헛웃음이 절로 지어졌다. 이러다가 옷을 입는 것이 어색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이 점점 미쳐 가는 걸지도 몰랐다.

성기를 흔들며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식사를 할 때마다 구멍에 성기를 넣는 것도 익숙했고, 남이 지켜보는 상황도 차츰 익숙해졌다.

미쳐 버린 것 같은 교육마저 익숙해진다면, 그건 아마 자신이 미쳐 버린 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런데 다비드 님은 어디 가신 거지?”

메이브의 목소리는 잔뜩 갈라졌다. 듣기 싫은 목소리에 입을 꾹 다물었다. 목이 너무 말라왔지만, 혼자의 힘으로는 물을 마실 수조차 없었다. 입 안에 타액을 모아서 삼키기를 반복했다.

시원한 물이 아니라서 그런 건지 버석거리는 목 안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

메이브는 고개를 천천히 들어 닫혀 있는 문을 바라보았다.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 다비드의 모습에 약간 불안해졌다. 그를 이렇게 믿는다는 생각은 못 했는데, 생각보다 자신은 다비드를 믿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한숨이 푹푹 내쉬어지고 온몸은 아팠다. 뻐근한 몸을 비틀 때마다 비명을 지르는 몸에 얼굴이 일그러지기도 잠시, 문고리가 철컥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닫혀 있던 문이 열렸다.

“아, 일어나셨어요?”

“……네.”

문을 열고 들어온 다비드가 갈라진 메이브의 목소리를 듣고 테이블로 걸어와 유리잔에 물을 따랐다. 잔에 가득 물을 따른 다비드는 잔을 들고 침대에 앉아 있는 메이브에게 다가갔다.

“먼저 물 좀 마셔요.”

입가에 닿는 차가운 잔에 입을 살짝 벌리자 잔이 서서히 기울어졌다. 버석하게 말라 있던 입 안에 미지근한 물이 흘러 들어왔다. 목울대가 위아래로 울렁거리자 말라 있던 목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가득 채워져 있던 물을 한 잔 다 마신 메이브가 긴 숨을 내쉬며 다비드를 올려다보았다.

“어디 다녀오셨어요?”

쉬어 버린 목소리는 괜찮아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갈라진 끝은 물을 마시고 나자 괜찮아진 것 같았다.

다비드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테이블에 잔을 내려놓고 근처에 있는 의자를 끌고 와 침대 앞에 내려놓았다. 의자에 궁둥이를 깔고 앉은 다비드가 고민하는 얼굴로 목덜미를 주물렀다.

“네, 이상한 점이 있어서요.”

“이상한 점이요?”

다비드의 말에 메이브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곤 두 눈을 느릿하게 깜박이며 다비드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아침에 두 번째 교육을 했을 당시, 기억나세요?”

“교육…… 아, 네. 기억하고 있어요.”

“그때, 늦어서 벌을 받은 지키지 못한 자가 아니라 쟁취한 자가 교육을 진행하지 않고 나갔던 것도 기억나세요?”

가만히 다비드를 바라보다 메이브가 고개를 작게 끄덕이자, 다비드는 무릎 위에 손을 올리며 등받이에 등을 편하게 기댔다.

“지키지 못한 자가 보이지 않아요.”

“……네?”

메이브가 멍한 얼굴로 다비드를 바라보았다. 잠시 눈만 깜박이던 메이브의 눈이 크게 떠지더니 놀란 얼굴로 다비드의 얼굴을 또다시 보았다.

“방에 있지 않아요?”

메이브가 입에 고인 타액을 삼키며 하는 말에 다비드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까 들어왔던 남자를 만났습니다.”

“……아, 그, 알란 님이요?”

“…….”

메이브의 대답에 잠시 말이 없던 다비드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살짝 미간이 찌푸려진 것을 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은데,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 남자도 교육을 받기 싫어서 지키지 못한 자를 놔두고 홀에서 나갔다고 합니다.”

메이브는 알란이라면 그럴 것 같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런데, 그 뒤에 지키지 못한 자가 아직 방으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아직도 돌아오지 못했다고요?”

메이브의 고개가 살짝 돌아가 굳게 닫혀 있는 창문을 바라보았다. 해가 떠 있을 때에는 창틈으로 따사로운 햇볕이 들어왔는데, 지금은 해가 저물어 더는 밝은 빛이 들어오지 않았다.

교육이 끝나고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지키지 못한 자가 돌아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까 신관이 말했던 청탑, 그곳에 지키지 못한 자가 있을지도 모르죠.”

“…….”

“메이브 님이 잠든 사이에 주변을 둘러봤는데도, 아까 끌려 나갔던 지키지 못한 자들은 단 한 명도 보지 못했습니다.”

메이브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심각해진 표정으로 고민해 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없었다.

메이브가 청탑에 들어가든, 다비드가 들어가든 결국 지키지 못한 자인 메이브가 벌을 받아야 했다. 들키지 않고 보고 오면 되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잘못하다가 걸리면 고생은 메이브가 하는 것이다.

또한, 성년식을 치르는 자들은 들어갈 수 없는 곳이며, 다른 곳은 돌아다닐 수 있다고 신관이 말한 만큼, 안으로 들어갔을 때 무슨 벌을 받게 될지 알 수 없었다. 그저, 가면 안 된다고 감이 말해 주는 것만 같았다.

“……제가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거겠죠.’ 끝맺지 못한 말이 입 안에 맴돌았다. 메이브도 자신이 그들을 도와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자신의 몸 하나 간수하는 것조차 대단한 걸지도 몰랐다.

“메이브 님.”

다비드가 메이브의 말을 끊자, 벌어졌던 메이브의 입이 다물어졌다. 다비드는 그런 메이브의 얼굴을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지켜보다 입을 열었다.

“누군가를 도와주는 걸 생각하지 말고, 본인을 먼저 챙기세요.”

“……아.”

“메이브 님,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좋지만, 그러다가 메이브 님이 위험해지면 어떻게 할 건가요?”

다비드가 의자에 기댔던 등을 떨어트리며 고개를 살짝 내밀었다. 그러곤 굳어진 표정으로 두 눈이 작게 흔들리고 있는 메이브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다비드.”

“제게 지켜 준다는 말은 하지 않으시겠죠.”

“…….”

메이브는 결국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벌을 받게 되면 다비드가 지켜 줄 수 없는 것이 분명한데도, 그가 지켜 줄 거라는 생각이 바로 떠오르는 것도 웃겼다.

“다비드 님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아요.”

다른 누군가를 구하는 것보다 자신의 몸을 생각하라는 것이다. 결국 메이브가 이리저리 들쑤시고 다니면 그 피해가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뜻이다.

진지한 다비드의 표정에 걱정이 엿보였다. 메이브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미소 지었다.

“……걱정하지 마요. 제 몸을 먼저 생각할 테니까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앞으로도,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메이브 님 본인을 먼저 생각하세요.”

메이브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곳에서 몸과 정신이 멀쩡해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그저 벌을 받지 않고 최대한 열심히 교육을 받고 규칙을 위반하지 않는 거였다.

메이브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얼굴 한번 보지 않은 자들을 도와주는 것은 오지랖일 뿐이었다. 알고 있는데, 그들이 얼마나 힘들지도 이해되었다. 싫고 끔찍할 것이다. 그게 계속 지속하면 포기하게 될 터였다.

아무도 구해 주지 않는다고 좌절할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망가질 것이 눈앞에 훤히 보였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데도 힘이 없기에 그들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나중에.”

다비드는 눈썹이 내려가고 눈을 반쯤 감아 슬퍼 보이는 메이브를 바라보았다. 사나운 얼굴과는 다르게 표정이 바로바로 바뀌는 것은 언제 봐도 신기하게 여겨졌다.

다비드가 손을 뻗어 메이브의 어깨를 감싸 쥐자, 메이브의 고개는 천천히 들렸다.

“이곳에서 벗어나면, 그 뒤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도와주면 됩니다.”

“……아.”

“성년식은 1년에 한 번씩 찾아오니까요.”

메이브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서는 메이브가 어떤 작위를 가졌는지, 그리고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저 이곳은 지키지 못했는지, 쟁취했는지. 그 두 가지만 중요했다.

메이브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원래의 메이브가 공작 가문의 하나뿐인 아들이라고 할지라도, 이곳에서의 그것은 말밖에 안 되는 직위 중 하나였다.

평민이 있었을지도 모르고, 이 안에 자신처럼 생각보다 높은 직위를 가진 귀족이 있을지도 몰랐다. 눈앞에 있는 다비드만 하더라도 백작 가문의 아들이었다.

“1년…… 1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성년식을 모두 이곳에서 치렀을까요?”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웃는 얼굴로 메이브와 아버지가 드디어 성년식이라며 아쉽다고 울며 웃었던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또한, 성년식에 입을 속옷이라고 하얀 끈이 달린 속옷을 만들어 준 어머니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한 번씩 납치를 당한 것처럼 끌려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전…… 그렇지는 않을 것 같아서요.”

소설은 망가져 버린 다비드가 이런저런 공에게 굴려지는 것이 시작이었다. 그러면 한 번씩 음욕의 신 타니아를 섬기는 신전에서 성년식을 치르는 자들 중 몇 명을 납치해 이곳에서 굴렸다가 원래의 신전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집으로 되돌아가서도 지키지 못한 자의 경우 수치스러워서 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쟁취한 자였다고 해도 또 다른 규칙이 있는 것 같은 이곳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잡혀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어쩌면, 쟁취한 자와 신관이 뒤바뀌는 걸지도 몰랐다.

“다니엘이 그랬죠. 일주일의 교육이 끝나고 성년식을 치를 수 있는 곳으로 간다고.”

메이브는 눈을 살짝 내리깔았다. 그러곤 자신의 하얀 발등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것도 입지 않고 이제는 다비드의 앞에 앉아 있으면서 부끄럽지 않은 것이 웃겼다.

“이곳을 거쳐 지나가고 교육이 끝난 뒤에 가는 곳이 진짜 성년식을 치르는 곳이 아닐까 해서요.”

하나둘 따져 보면 이상한 것투성이였다. 신전에 가는데 오로지 신전의 마차를 타야 하는 것, 들어와서 몸을 씻어 내는 것. 하지만 또 한 번 생각하면 시종이 이곳에 대한 것을 알고 있었을 때, 웃으며 이야기를 꺼낸 것을 보면 이것이 맞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런데 이해가 가지 않아요.”

메이브는 갈라진 목소리를 내뱉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모두가 이곳에서 성년식을 치른다면, 부모님 또한 이것을 알고 있었을 텐데. 왜 교육에 대한 것을 한 마디도 하지 않았을까요?”

원래의 신전도 몸을 씻어 내는 성스러운 무언가가 있을지 몰랐다. 지금처럼 씻는 것이 보이는 곳이 아니라 혼자 들어가서 씻고 나오는 곳일 수도 있었다.

이 세상에서 이것이 규칙일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다 해도 제 아들이 지키지 못한 자가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는 것은 의아했다.

“저도 그렇습니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다비드의 입이 열렸다. 자신의 생각과 비슷했는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제가 들었던 성년식과 이곳의 성년식은 다르더군요.”

“네?”

다비드의 말을 멍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이해되지 않아서, 그의 얼굴을 보고만 있었다. 다비드는 천천히 무언가를 회상하듯 잠시 그의 연녹색 눈이 흐릿해졌다.

“분명 저는, 하얗고 커다란 곳에서 성수로 몸을 씻어 더러운 것을 덜어 낸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다비드의 말은 메이브가 시종에게 들었던 것과 똑같았다. 그중에서 더러운 것을 덜어 내기 위해 몸을 씻는다는 말은 똑같았다.

그걸 알기에 두 눈을 느릿하게 깜박이며 다비드를 바라보자 그는 천천히 팔을 교차해 팔짱을 꼈다. 팔과 어깨가 살짝 들리자 다비드가 입고 있는 땀에 젖은 하얀 옷이 밀려 올라가 발기하지 않았는데도 어느 정도 크기가 보이는 성기가 드러났다.

“지킨다거나 쟁취한다는 이야기는 한 개도 듣지 못했습니다.”

다비드가 고개를 흔들 때마다 솜사탕처럼 몽글몽글한 머리카락이 흔들리는 걸 멀거니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이 되었다고 해도 일단, 자신은 이 신전에 갇혀 있었고, 남은 시간은 아직 5일이 남았다.

“그러니까 메이브 님이 이야기한 것처럼, 중간에 납치된 걸지도 모르죠.”

답답했지만 알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곳에서 무언가를 제대로 알려 주는 사람은 없었고, 불친절한 교육과 규칙만을 알려 줄 뿐이었다.

왜 이곳에 끌려왔는지, 왜 교육을 이수하면 다른 곳으로 가서 성년식을 치르는지, 그것을 떠나서 모든 것들이 이상했다.

이 모든 것을 알기 위해서는 청탑에 가야 했으나, 그곳에 가면 벌이 따라온다는 것에 한숨이 나올 것만 같았다.

“……다비드 님은 이곳의 비밀을 풀고 나가는 게 맞는다고 보세요? 아니면 쥐 죽은 듯이 교육을 하고 벌을 받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하다가 벗어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세요?”

벌을 받게 되면 그 충격에 자신이 망가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힘들어지는 그들을 내버려 두고 싶지는 않았다.

좋게 말하면 착한 거였으나 안 좋게 말하면 쓸데없는 오지랖이었다. 이곳에서 오로지 자신 혼자 살아남는 것도 팍팍한 곳에서, 누구를 도와주고 누군가를 살려 줄 필요는 없었다.

다 알고 있는데도, 그 사람들의 미래가 그려졌기에 좀처럼 무시할 수도 없었다.

“……메이브 님, 그 남자를 이용해요.”

“남자요?”

“네, 저희 방에 들어와서 난동을 피웠던 남자요.”

다비드는 덤덤하게 말했다. 자신을 걱정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알란을 이용하라는 말에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알란을 이용하게 되면 메이브는 벌을 받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쟁취한 자가 잘못하는 것에 대한 벌은, 쟁취를 지키지 못한 자가 받게 되는 것이니.

다비드의 말뜻은, 자신이 벌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해, 위험하지 않게 하기 위해선, 알란의 지키지 못한 자를 이용하자는 말과 똑같았다.

“…….”

“한 사람이 희생할 수밖에 없다면, 그게 굳이 메이브 님일 필요는 없어요.”

눈앞에 있는 다비드가, 순해 빠져 있던 다정한 그가 맞는 것일지 의아했다. 숨을 멈추고 입 안에 고인 타액을 삼키며 눈앞에 있는 다비드를 바라보았다.

한 번, 두 번, 세 번, 숨을 들이켜고 내쉴 때마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가라앉은 연녹색의 눈을 홀린 것처럼 쳐다보기를 몇 번, 결국 그의 눈을 피하려고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이미 그 사람을 지키지 못한 자는 벌을 받았을 겁니다. 굳이 메이브 님이 벌을 받으면서까지 이곳의 비밀을 알 필요는 없잖아요.”

눈을 감고 있으니, 다비드가 얼마나 걱정하는지 그 목소리에서 느껴졌다. 한숨을 작게 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메이브가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이었다면, 더욱 쉽게 다비드의 말에 긍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기에, 메이브는 좀처럼 그러자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눈앞에 앉아 있을 다비드 역시 그렇게 망가져 버렸었다. 그런 그의 미래를 알고 있기에 메이브는 더더욱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오로지 자신만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를 가슴에 묻고 그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자 이야기가 비틀려 그것을 당하지 않은 다비드는 결국, 지키지 못한 자를 이용하라 말하고 있었다.

“……다비드 님, 알란을 이용하게 되면 그가 순결을 빼앗아 지키지 못한 자가 벌을 받게 될 거예요.”

“알고 있습니다.”

“그 사람은 더 커다란 충격을 받을 거고요.”

메이브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다비드는 고개를 들고 있는 상태로 눈만 내리깔았다. 그러다 푹 숙이고 있는 메이브의 흑색 머리카락을 내려다보더니 입을 천천히 벌렸다.

“그 충격을 메이브 님이 받지 않기를 원합니다.”

“…….”

“지금까지 벌을 받지 않았는데, 꼭 받고 싶은 겁니까?”

다비드는 잔잔한 목소리로 메이브에게 속삭였다.

“벌을 받고 싶으면, 오늘 식사를 늦게 하면 됩니다. 저번에는 검은색 끈으로 눈을 가렸죠. 이번엔 무슨 벌을 받을 거라고 생각합니까?”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메이브를 내려다보는 다비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것보다 더 약한 것을 받을 거라고 생각합니까?”

걱정이 묻어 있던 목소리는 점차 화가 난 음성과 뒤섞이고 있었다. 메이브의 어깨가 움찔 떨려 왔고, 숙인 고개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당신이 보지 못한 곳에서 지키지 못한 자가 어떤 벌을 받았는지 알고 그 말을 하는 겁니까?”

다비드의 목소리 끝이 떨려 왔다. 그런 다비드의 말을 들으며 메이브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말이 맞았다. 그가 자신이 눈을 가린 상태로 교육을 들었을 당시, 늦게 온 자들이 어떤 벌을 받게 되었는지, 그들이 끌려가서 어떻게 굴려질지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지금처럼만 하게 되면 끝까지 벌을 받지 않고 성년식을 무사히 치러서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정말 벌을 받고 싶은 겁니까?”

차분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등줄기가 오싹했다. 벌을 받고 싶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음에도, 이상하게 좀처럼 다물어진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올리면 화가 난 다비드의 얼굴이 보일 것 같았기에 숨이 턱턱 막혀 왔다.

“메이브.”

딱딱하고 단호한 목소리가 귓가에 계속 닿을 때마다 그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왜 그가 화가 났는지 알고 있기에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대답, 해야죠.”

다비드의 말에 무슨 변명조차 할 수 없었다. 벌을 받기 싫다는 생각이 마음을 좀먹어 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당당히 자신 말고 다른 지키지 못한 자를 이용하자는 말은 할 수가 없었다.

힘이 없는 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되레 하고자 하면 더 남들을 힘들게 할지도 몰랐다.

그것도 아무것도 모르면서 도와주겠다는 마음만 큰 거였다. 어리석고 착한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 다비드를 볼 수도 없었고, 그의 말에 대답할 수조차 없었다.

“대답 안 하면, 벌을 받고 싶다는 걸로 생각하겠습니다. 메이브.”

다비드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결국 자신이 벌을 받는 것보다 다른 누군가가 벌을 받는다면 아무 상관도 하지 않겠다는 거였다.

그게 누구든 눈앞에 있는 무언가를 치워서라도, 자신이 벌을 받지 않게 하려는 그의 마음은 너무도 커다랬다. 그리고 그 마음이 자신에게도 또렷하게 느껴졌다.

“……저는.”

입에 풀이 붙은 듯 떨어지지 않았던 입술을 억지로 떼어 냈다. 갈라진 목소리로 한 마디 내뱉는 게 이렇게 힘들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눈을 감고 귀를 막으면 더 편해질까 싶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멍청하게 오감을 무시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벌을 받고 싶지 않아요…….”

“네, 그 대답으로 충분해요.”

힘들게 고개를 들어 눈앞에 있는 다비드의 얼굴을 바라보면, 굳어 있을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던 그의 표정은 풀어져 있었다. 살짝 올라간 입술 사이로 다정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자신을 쳐다보는 눈빛은 다정했으나, 그 속에 가라앉은 것 같은 어두운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져 이상하게 몸이 저릿했다.

“당신은 아무것도 안 해도 돼요. 그저 가만히 있으면 제가 알아서 할게요.”

“……하지만 제가 벌을 받기 싫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이용하는 것은 싫어요.”

하고자 하는 말을 다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눈앞에 보이는 다비드의 웃는 얼굴이 약간 금이 가 버렸지만, 숨을 천천히 들이켜며 고개를 작게 흔들었다. 멍청하다 해도 괜찮았다.

바보 같다고 생각해도 괜찮았다. 호구에, 착한 놈에, 오지랖 부리는 병신이라도 괜찮았다. 메이브는 자신 혼자 살자고 남을 이용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것이 언젠가 자신에게 화살이 돌아올 것도 알았다. 다비드가 무엇이든 혼자 한다고 해도 결국, 그 문제의 뿌리는 자신 때문에 행한 것을 알고 있기에 그가 하려고 하는 것을 막고 싶었다.

“다비드 님, 차라리 다니엘을 이용…… 이용하면 안 돼요?”

“다니엘을 이용하자는…… 말입니까?”

“저 역시 벌을 받기 싫은 만큼…… 분명 지키지 못한 그자 또한 벌을 받기 싫을 거예요.”

메이브는 숙였던 고개를 꼿꼿이 세우며 다비드의 두 눈을 마주 보았다. 그러다 눈을 감고 폐 깊은 곳까지 숨을 들이켜고 내쉬면서 감은 눈을 떴다.

눈앞에 있는 연녹색 눈을 바라보았다. 그 속에 자신의 자색이 이리저리 뒤섞이는 것을 홀린 듯이 보았다,

찰나의 순간이 지나서 정신을 차린 메이브가 느릿하게 눈을 깜박이며 다비드를 쳐다보았다.

“그러니 이곳에서 가장 쉽게 움직일 수 있고, 그가 움직여서 아무도 벌을 받지 않을 수 있는 자, 다니엘을 이용해요.”

“그를 믿을 수 있는지 없는지는, 그것으로 알 수 있겠군요.”

다니엘의 말을 믿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지만, 단 하나 분명한 건 그는 이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용당할 거라는 것이다.

“다니엘의 말은 다비드 님이 했던 말처럼 진실이라고 믿지는 않아요. 하지만 누군가가 위험에 빠지거나 싫은 것을 하는 것보다는 다니엘을 이용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메이브 님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리하는 게 좋겠죠.”

다니엘이 살짝 웃으며 메이브의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넣고 몸을 일으켰다. 주춤, 중심이 흔들린 메이브가 중심을 잡고 일어났을 때, 다비드가 몸을 끌어안았다.

“메이브 님, 가장 중요한 건.”

살짝 고개를 숙인 다비드가 메이브의 귓바퀴를 아프지 않게 깨물며 속삭였다.

“모든 것을 떠나서, 먼저 본인의 몸부터 신경 쓰세요.”

“…….”

“자신을 지키지도 못하는데, 다른 누군가를 신경 쓰다가 혼자 안 좋은 일을 당할 가능성도 높고요.”

다비드는 손을 들고 메이브의 어깨를 붙잡아 손끝으로 살살 문질렀다. 하얀 살결에 조금만 힘을 주면 붉은색 자국들이 올라왔다.

“그때 돼서 도와주었던 사람들이 메이브 님을 도울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다비드는 멍하니 풀려 있는 메이브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사나운 얼굴은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고, 자신에게 피해가 될 것 같은 모든 것을 가차 없이 쳐 낼 것처럼 생겼다. 하지만 실상은 누군가를 도와주려고 하고, 자신이 피해가 올 걸 알면서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순한 사람이었다.

“그때가 되면, 그 사람들은 자신이 살기 위해 메이브 님이 뻗는 손을 무시할 겁니다.”

고개를 살짝 숙이고 메이브를 내려다보는 다비드는 홀린 것처럼 멍하니 있는 메이브의 몸을 이끌고 테이블로 다가갔다. 그러곤 의자에 주저앉아 여전히 멍하니 있는 메이브를 바라보았다.

다비드는 다리를 벌려 한쪽 허벅지에 메이브를 앉히고 가까워진 얼굴을 쳐다보았다.

“메이브 님.”

“……네.”

“이번엔 메이브 님이 한번 해 보세요.”

“……네?”

다비드는 웃는 얼굴로 메이브를 바라보며 한 손으로 자신의 성기를 붙잡았다. 그리고 아직 발기하지 않은 말랑거리는 성기를 주무르며 메이브의 두 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내뱉은 말에 대한 벌은 받아야죠.”

“……자, 잠시만요.”

메이브가 당황한 얼굴로 다비드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의 이야기로 자신이 했던 모든 말에 대해 다비드의 화가 풀린 듯 보였다. 그래서 지금 다비드의 말이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웃고 있는 낯을 보자, 다비드는 지금 말한 것에 대해서 취소할 것 같지 않았다.

“늦으면, 정말 벌을 받을지도 몰라요. 메이브.”

“……아, 아니 그게, 그게 아니라.”

“저는…… 메이브 님이 벌을 받는 게 싫은데, 메이브 님은 받고 싶은 건가요?”

다비드의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배어 있었다. 그의 눈이 휘며 부드럽게 웃는 게 보였다. 메이브는 할 말을 잃은 표정으로 다비드를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자신이 조금 전까지 행동했던 것이나 말이 다비드를 화나게 만든 것은 맞았다. 또한 모든 것을 다비드가 해 줄 거라는 생각은 없었다.

그래도 한 번에 이렇게 자신이 하게 될 거라는 것은 없었기에 입을 꾹 다물고 어쩔 줄 몰랐다.

“어려운 것은 없어요. 그저 발기하지 않은 제 성기를 빨아서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먼저겠죠.”

“……아…….”

메이브는 느릿하게 눈을 깜박이며 탄식을 내뱉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비드가 웃는 얼굴로 그에게 속삭였다.

“앞으로, 메이브 님이 자기 자신을 생각하지 않을 때마다 저는 메이브 님을 도와주지 않을 거예요.”

“……읏.”

“지금 이게 제가 메이브 님에게 주는 벌인 거고요.”

메이브는 입을 몇 번 달싹이다 한숨을 내쉬며 다비드의 허벅지에 짓눌려져 있던 궁둥이를 들어 올렸다. 천천히 몸을 반쯤 돌아 다비드의 얼굴을 마주 보고 있는 상태로 입에 고인 타액을 삼켜 냈다.

목울대가 움직이며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타액이 유난히 걸리적거렸다. 한숨과도 같은 긴 숨을 내쉬며 서서히 무릎을 굽혀 다비드의 다리 사이에 주저앉았다.

“만약, 이런 것이 싫다면 앞으로는 그런 말은 제게 하지 마세요.”

다비드는 성기를 주무르고 있던 손을 뻗어 메이브의 이마에 붙어 있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하얀 피부와 대비되는 검은색 머리카락이 유난히 메이브의 피부를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일그러진 얼굴과 당황한 듯 흔들리는 눈빛. 그 시선은 다비드의 성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쩐지 다비드는 아랫배가 욱신거리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메이브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매만졌다.

“7시 식사 시간은 이제, 30분 남았어요.”

“다비드 님…….”

“더 늦게 되면 신관이 오게 될지도 모르죠.”

메이브는 눈앞에 있는 성기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끝이 불룩하지만 사용하지 않은 것 같은 붉은 기가 감도는 귀두를 지나, 성기를 감싼 피부는 거뭇하지 않고 깨끗했다. 자위조차 많이 하지 않은 것 같은 성기를 잠시 바라보다 고개를 천천히 들어 올려 웃고 있는 다비드를 바라보았다.

“……이건, 다비드 님이 제게 주는 벌이에요?”

“아뇨. 이건 메이브 당신이 자기 자신에게 주는 벌이죠.”

다비드가 너무 진지하게 하는 말에 되레 메이브는 정말 자신이 벌을 받고 싶어서 다비드에게 그런 말을 한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그러니 앞으로 자신에게 벌을 주고 싶지 않다면, 다른 곳에 눈 돌리지 말고 저와 당신만을 보세요.”

서늘하게 가라앉은 눈빛에 숨이 막혀 왔다. 다비드의 말은 정말 자신이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메이브가 자신을 돌아보지 않은 것은 맞았다. 그렇다 해서 다비드가 주는 벌이 메이브가 받고 싶어 한 것도, 자기 자신에게 벌을 주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덤덤하고 진지한 다비드의 말에 메이브는 정말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피어났다.

“네…….”

이상하다는 것은 알고 있음에도 메이브는 고개를 살짝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생각은 무언가가 이상하다고 소리치고 있었으나, 마음은 자신이 몸을 돌보지 않고 남을 생각한 것을 다비드가 막기 위해 이런 행동을 한다고 느껴졌다.

숨을 더디게 들이켜고, 눈앞에 있는 평소보다 크기가 작은 성기를 바라보았다.

“잘 생각했어요, 메이브.”

다비드의 손이 움직여 메이브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메이브는 이상하게 변한 얼굴로 두 눈을 깜박이다가 들이켠 숨을 내쉬며 고개를 내밀었다.

지금은 다비드가 도와주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했다. 정말 그가 끝까지 도와주지 않는다면 벌을 받을지도 몰랐다.

다정하게 웃고 있지만, 그 안에 서늘해 보이는 눈빛이 등줄기를 저릿하게 만들었다.

메이브는 입을 살짝 벌리고 고개를 쭉 뻗어 다비드의 밑동에 입술을 문질렀다.

“하아…….”

낮은 숨이 머리 위에서 들려왔고, 벌어진 다리가 작게 움칠 떨려 오는 것이 느껴졌다. 입을 살짝 벌리고 그의 성기 주변을 혀를 내밀어 천천히 핥았다. 혀를 움직일 때마다 거친 음모가 입 안으로 들어왔다. 꺼끌꺼끌한 느낌이 기분 나쁠 법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머리 위에서 낮은 숨소리를 내쉬는 게 이상하게 기분 좋았다.

“츄읍. 춥…….”

입술을 오므리고 연할 살을 입 안으로 빨아들이자 시선에 닿은 허벅지에 힘이 조금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숨을 잠시 멈추고 내쉬며 눈을 휘었다.

입술에 닿은 성기가 점차 단단해지더니 고개를 들어 올렸다. 볼을 두드리는 성기의 끝은 부드러우면서도 굳셌다. 입술에 닿아 있는 살을 부드럽게 문질렀다.

입을 살짝 벌리고 혀를 내밀어 주변을 핥으며 내밀었던 고개를 움직여 작게 꺼덕이는 성기의 끝에 입술을 가져갔다.

“기분…… 좋아요?”

더운 숨을 여린 살갗 위로 찬찬히 내쉬면서 고개를 들어 올렸다. 꺼덕이며 입술을 툭툭 건드는 성기보다 메이브는 자신을 내려다보며 흉흉하게 빛나는 다비드의 몸에 자신의 온몸을 굳혔다.

“……네, 메이브 님이 제 것을 예뻐해 주시니까요.”

“……네?”

바보처럼 멍하니 대답하는 메이브의 귓가를 손가락으로 쓸어내렸다. 그러곤 상체를 살짝 숙여 자신의 아랫도리에 얼굴을 대고 있는 메이브를 내려다보았다.

“메이브 님.”

다비드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거친 손끝으로 귀를 살살 매만지는 것에 간지러움과 알 수 없는 오싹한 열기에 어깨를 굳히고 고개를 들어 올린 자세로 멍청하게 대답했다.

“네, 네.”

아랫배가 욱신거렸고 입술에 부딪치는 성기는 뜨듯했다. 멍청하게 대답하면서 눈앞에 보이는 다비드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다비드의 손끝이 귓바퀴를 긁으며 둥근 귓불을 매만졌다. 손끝이 지나가는 부분이 뜨거워서, 고개를 살짝 움츠리려 하자 손을 뻗은 다비드의 손에 의해 목덜미가 붙잡혀 도망갈 수조차 없었다.

“메이브 님.”

“……네.”

몇 번, 멈추지 않고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다비드의 낮은 목소리에 홀리는 것 같았다. 쿠퍼액과 섞여 입 안에 고인 텁텁한 타액을 삼켰다. 목구멍 안으로 넘어가는 뜨듯한 타액이 뜨겁게 느껴지는 듯했다.

눈앞에 보이는 다비드의 시선 때문인지, 아니면 거친 그 손길 때문인지도 몰랐다. 숨을 한번 들이켜고 내쉬며 눈을 감고 목덜미 뒤를 문지르는 손길을 느꼈다.

“메이브.”

낮고 가라앉은 목소리가 눈을 감고 들으니, 심연에 가라앉은 것처럼 깊은 곳에서 자신을 끌어내리는 것 같았다.

감고 있던 눈을 천천히 뜨고 눈앞에 보이는 다비드의 얼굴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제 이름…… 계속 불러 주는 건 좋지만…….”

무릎걸음으로 그의 다리 사이로 한 걸음 걸어갔다. 입술에 닿는 성기에 고개를 살짝 움직여 불룩한 볼에 성기의 끝을 문질렀다.

“기분이 이상해요.”

“이상한 게 아니라 좋은 겁니다.”

목덜미에서 올라간 손이 머리카락을 헤집는 것이 느껴졌다. 은근한 힘에 메이브의 고개가 천천히 숙여지며 다비드의 밑동 부분까지 얼굴이 가까이 다가갔다. 코끝에 거슬리는 냄새와 눈앞에서 꺼덕거리는 성기는 단단히 화가 난 듯 보였다.

“…….”

“눈을 감고 생각해 봐요. 제 것이 안으로 들어갔을 때 정말 싫었습니까?”

“아…….”

싫었다, 싫지 않았다. 그것은 아직 메이브도 알지 못했다. 분명 다비드의 성기가 안으로 들어올 때마다 속이 저렸다. 그 안으로 밀려들어 오는 그것이 불룩 튀어나온 전립선을 누를 때마다 눈앞이 새하얗게 변했고, 온몸은 오싹하게 저렸다.

감각만을 생각하면 좋아하는 걸지도 몰랐으나, 상황상 메이브는 그것이 좋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다비드는 다정했고, 그의 목소리와 행동에는 무언가 숨기는 것이 있는 것 같았다.

눈을 반쯤 감으며 핏줄이 도드라진 성기의 기둥을 힐끔 쳐다보았다. 저 굵고 단단한 것이 안으로 들어왔다는 게 지금도 믿어지지 않았다.

“메이브, 싫었습니까?”

혀를 누르고 목구멍으로 들어오는 것도, 아래를 벌려 내벽을 긁으며 밀려들어 오는 것도, 하나같이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다만, 메이브는 그게 좋다고 말할 수도, 싫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다비드 님은 제가 무슨 말을 하길 바라시는 거예요?”

메이브는 고개에 힘을 주고 자신을 내려다보는 다비드를 올려다보았다. 그가 바라보는 자신은 어떤 모습일지, 그는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알 수가 없었다.

벌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다른 지키지 못한 자를 생각하는 자신을 멍청하다고 생각할지, 아니면 자신의 몸을 생각하지도 않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이 답답해 보일지도 몰랐다.

웃기게도, TV나 누군가의 입에서 이런 소리를 들었다면, 메이브 또한 무시하고 지나갈 터였다.

“제가…… 기분 좋기를 바라세요? 아니면 싫어하기를 바라시는 건가요?”

모든 건 직접 경험해 보고 산산조각이 났다. 자신이 이런 일을 겪었으니 이 일을 겪는 다른 누군가의 마음이 이해되었고, 자신과 같은 일을 당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러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자기만을 생각하는 그것은 모든 것을 무시하고 혼자만 생각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기적인 마음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만큼 이곳은 끔찍했다.

“저는.”

다비드의 목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메이브의 몸에 들어온 자신은 멍청했다. 몇 번을 생각했으나, 도망갈 구석이 많았어도 도망가지 않았던 자신을 떠올렸다.

어차피 깔릴 거였다면 반항하고 지랄을 해도 되었을 것이다. 다만, 눈앞에 있는 다비드는 이미 그것을 경험했기에 그에게 다시는 경험시켜 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메이브 님이 기분 좋기를 바랍니다.”

“…….”

“제 손에 느끼고, 제 목소리 느끼기를 바라요. 제 모든 것을 메이브 님이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왜요?”

감았던 눈을 뜨고 눈앞에 보이는 다비드의 연녹색 눈동자를 쳐다보았다. 이상하게도, 깊은 감정이 느껴졌던 것은 착각인 것처럼 다비드의 눈빛은 깨끗하고 순수해 보였다.

“……절, 사랑하세요?”

눈앞에 보이는 다비드는 어쩐지 당황한 것처럼 눈을 크게 뜨고 느릿하게 눈을 깜박였다. 메이브는 그런 그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가 원하는 것을 말했을 때, 분명 그는 자신을 사랑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행동과 표정을 보니 정말 놀란 것 같았다.

이틀 안에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고민한다면 아니라고 대답하겠지만, 상식이 허용하는 곳이 아니었다. 몸 정이 맘 정으로 변한다고 하니, 지금도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메이브 님.”

다비드가 낮은 목소리로 메이브의 이름을 불렀다.

“메이브 님이 저만을 바라보고, 제 품 안에 있기를 바란다면 그게 사랑하는 겁니까?”

덤덤하게 묻는 다비드의 목소리에 메이브는 멍하니 눈을 뜨고 다비드를 올려다보았다. 이런 대답을 원한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도, 그게 메인수였던 다비드라는 것도 믿어지지 않았다.

일주일, 아니 이제는 5일이라는 시간을 지나면 서로 보지 않을 사이였다. 다비드가 자신을 사랑한다 해도 자신은 어디론가 꼭꼭 숨어 머리카락 한 올도 보여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만약 그렇다면, 전 메이브 님을 사랑하는 거겠네요.”

다비드의 말이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메이브는 다비드의 행동에 자신을 사랑하는지 물어보았을 뿐인데, 그가 그 말로 자신의 감정을 눈치챘다는 걸 깨달았다.

말실수를 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눈앞의 다비드가 짙게 가라앉은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맞나요? 메이브 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몸은 오싹했고, 두 다리와 온몸이 저릿하게 떨려 왔다.

“……아니요.”

입 안에 고인 타액을 삼키고 고개를 작게 흔들었다. 메이브의 대답에 다비드의 고개가 기울어졌다. 긍정이 아닌 부정에 다비드는 눈을 느릿하게 깜박였다.

메이브는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살짝 들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 동정일 뿐이에요.”

“……동정?”

“네, 제가 불쌍해서 그런 거예요. 다비드 님은 교육이 진행되는 동안 저를 지켜 준다고 했던 그 약속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드는 거라고요.”

메이브는 제발 다비드가 넘어오기를 바라며 최대한 담담하게 말하려고 노력했다. 그 마음이 맞았는지, 다비드는 다정하게 웃었다.

“메이브 님이 사랑하는지 물어서, 저도 사랑하는지 알았던 것 같네요.”

손으로 메이브의 볼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어쩐지 다정하게 웃고 있던 얼굴이 비릿해지는 것 같았다.

“동정일 뿐이라면, 제가 메이브 님에게 주는 벌이 약할 필요는 없겠죠.”

볼을 문지르던 손가락을 움직여 메이브의 입술을 짓누르며 비비던 다비드는 엄지손가락을 메이브의 입술 안으로 집어넣었다. 다비드의 손가락에 의해 메이브의 입이 벌어져 고른 치아와 쿠퍼액이 묻어 진득한 애액이 닿은 붉은 혀가 드러났다.

“빨리 제 것을 빨아야 하지 않겠어요? 이제 식사 시간이 다가오는데.”

“……아.”

“이건 제가 메이브 님에게 주는 벌이니까, 메이브 님은 절 싸게 만들어야죠. 그래야 제가 도와주지 않겠어요?”

“……다비드 님.”

제 무덤을 판 것이기에 메이브는 할 말이 없었다. 여기서 동정이 아니었다고 말하면 다비드는 다정하게 대해 주겠지만, 그렇다면 신전에서 내기가 끝나고 다비드를 버리고 갈 때 걸림돌이 될 것 같았다.

“제 것을 예뻐해 주세요, 메이브 님.”

다비드가 메이브의 뒤통수를 살짝 누르자 주춤, 고개를 내민 메이브의 입술에 그의 성기가 문질러졌다. 벌어진 입으로 들어오는 성기가 혀를 누르고 깊게 파고들어 왔다.

쿠퍼액이 맺혀 있는 귀두에 텁텁한 입 안이 더욱 말라왔다.

“욱…….”

생각보다 깊이 들어오는 성기는 목구멍을 지나 안으로 들어왔다. 메이브의 목젖 부분이 성기에 불룩 튀어나왔고 숨을 쉬기 어려운 듯 얼굴이 붉어졌다.

“빨아야죠. 메이브 님.”

덤덤하게 말하는 다비드는 여전히 웃는 얼굴이었다. 다비드는 메이브가 말을 고치지를 바랐으나, 고치지 않았다. 그저 숨쉬기도 버거울 텐데, 혀를 움직여 성기를 툭툭 건들며 핥으려는 모습에 다비드는 헛웃음을 지었다.

메이브의 입 안에 넣은 손가락을 빼내고 두 손으로 메이브의 머리를 붙잡아 밑동 깊이 누르자, 메이브의 얼굴이 점점 더 벌겋게 변했다.

다비드는 숨을 쉬기 힘든지 콧물과 눈물을 흘리며 몸을 버둥거리는 메이브를 가라앉은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하나, 둘, 셋.

마음속으로 숫자를 센 다비드가 힘주어 눌렀던 메이브의 얼굴을 떨어트리자 거친 기침을 내뱉으며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입술에서 삼키지 못한 타액을 흘리고 눈가는 벌겋게 변했으면서도, 메이브는 아무 말 없이 숨을 가쁘게 몰아쉴 뿐이었다.

“……그렇게 빨아서 시간 안에 저를 싸게 만들 수 있겠어요?”

“흐. 컥컥…… 방해하지만 않으면 돼요…….”

목구멍이 따가운지, 메이브는 몇 번 거센 기침을 내뱉고는 눈물이 고여 있는 얼굴로 다비드를 올려다보았다. 웃고 있는 얼굴과 그의 행동 모든 것이, 무언가를 원하는 것 같았다. 그게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대답해 줄 마음도 없었고, 말실수한 것을 경험 삼아 나중에는 절대로 이런 질문은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내밀어 입을 벌려 자신의 타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는 귀두 주변을 천천히 핥았다. 축축한 혀가 다비드의 귀두 사이사이를 핥은 뒤 입을 크게 벌려 그의 성기를 입 안에 집어넣었다. 부드러운 살을 입천장에 문지르며 딱딱하기 그지없는 기둥을 혀로 건드렸다.

“하아…….”

머리 위에서 낮은 신음을 들으며 고개를 움직이자 다비드가 손을 내밀어 메이브의 양 귀를 막았다.

그러자 입 안에서 성기를 빨아들이는 야한 소리가 머리에 울리는 것 같았다. 얼굴이 붉어진 상태로 입 안에서 꺼덕이며 움직이는 성기를 최대한 삼키기를 반복했다.

“…….”

다비드는 벌겋게 변한 목덜미와 볼이 움푹 들어가게 입 안을 조여 오는 메이브를 내려다보았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최대한 움직이려는 메이브의 행동은 서툴기 그지없었다.

서툴기에 더 느껴졌고, 투박하게 움직이며 노력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다비드는 메이브가 보지 못한 시선에서 메이브의 얼굴과 행동을 샅샅이 훑으며 기억에 담았다.

“후…….”

사정을 하기에는 커다란 쾌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최대한 노력하는 모습에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다비드는 웃음기가 어려 있는 얼굴로 메이브를 잠시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들어, 한쪽 벽에 걸려 있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7시가 되기 10분 전, 이제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알기에 다비드는 메이브의 귀를 막고 있던 손을 움직여 그의 얼굴을 붙잡아 천천히 떨어트렸다.

“하아?”

숨을 작게 몰아쉬며 멍하니 올려다보는 메이브의 모습을 보고 다비드는 웃었다.

“싸게 만들지 못했지만, 곧 식사 시간이라서요. 이제 제 것을 안으로 넣어야 하잖아요?”

“…….”

끝까지 도와주려 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입에 고인 타액을 천천히 삼켰다. 저리는 다리를 들어 올리고 비틀거리는 동작에 힘을 주며 몸을 일으켰다.

“제가 만약 도와드리면 메이브 님은 제게 무엇을 해 주시겠어요?”

“안 도와, 후……. 안 도와줘도 괜찮아요. 혼자 할 수 있어요.”

메이브가 작게 고개를 가로젓고는 서서히 다리에 힘을 주며 몸을 돌렸다. 숨을 크게 들이켜고 내쉬면서 엉덩이를 뒤로 물려 단단하게 발기되어 있는 다비드의 성기를 문질렀다.

자신의 타액으로 축축한 성기의 끝이 엉덩이 골에 닿았다. 다리와 엉덩이를 살살 움직이며 다비드의 성기를 최대한 구멍에 닿게 만들려 했다.

쉬이 구멍에 닿지 않는 성기에 숨을 멈추며 등 뒤로 묶여 있는 손끝을 최대한 뻗어 엉덩이 골에 문질러지는 성기를 툭툭 건드렸다.

하지만 좀처럼 구멍에 닿지 않는 성기에 답답했다. 엉덩이를 더욱 뒤로 빼고 상체를 들어 올려 다비드의 단단한 가슴에 기대어 엉덩이를 살짝 내렸다.

“이제 5분 남았어요, 메이브 님.”

“할 수…… 있어요.”

다비드는 손을 뻗어 메이브의 반쯤 발기한 성기를 붙잡았다. 메이브의 몸이 굳어지자 다비드가 웃으며 그의 어깨에 입술을 문지르고 혀로 슬며시 핥았다.

“메이브 님도 힘든 것 같아서요.”

“하…… 하지 마요.”

다비드의 손끝이 성기를 스치며 만질 때마다 허벅지가 작게 떨려 왔다. 반쯤 주저앉은 자세에 두 다리로 힘이 들어가고 욱신거렸다. 허벅지의 근육이 도드라지는 순간, 성기를 감싸 쥔 다비드의 손이 움직여 메이브의 성기를 앞뒤로 흔들었다.

“아읏…….”

“도와 드릴까요?”

“바…… 방해하지 마요!”

메이브가 도와 달라고 말할 때까지 방해할 생각인지, 다비드는 한 손으로 메이브의 성기를 흔들며 다른 손으론 힘이 단단하게 들어간 허벅지를 쓸어내리며 안쪽의 여린 살을 움켜쥐었다가 힘을 풀었다.

다비드는 손끝에 작게 경련하듯 떨리는 메이브의 몸을 느끼며 손가락을 뻗어 고환과 구멍 사이에 있는 회음부를 툭툭 건들며 손끝으로 문질렀다.

“읏. 자, 잠깐…… 느낌이 이상, 이상해요!”

메이브의 몸이 휘청거리며 다비드의 다리 사이에 주저앉을 것 같았다. 무릎을 굽혀 어정쩡하게 앉아 있는 자세로 간신히 힘을 주고 있었다. 메이브의 몸이 천천히 무너지듯 벌어진 다리가 덜덜 떨려 왔다.

성기를 문지르는 거친 손끝에 박여 있는 굳은살이 여린 살을 문지를 때마다 그 부분이 가렵고도 뜨거웠다. 온몸의 감각이 살아나는 느낌에 입 안에 고이는 타액을 삼키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다비드의 뜨거운 숨결이 목선에 닿았고, 그의 손이 천천히 회음부를 문지르다 구멍 근처에서 배회했다.

“도와 달라고 말해요, 메이브.”

“흐아……!”

메이브의 한쪽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비틀거리자, 다비드는 성기를 매만지던 손을 들어 메이브의 아랫배를 감싸며 허리를 움켜쥐었다. 더는 메이브가 넘어지지 않게 몸을 힘주어 잡아 부축한 다비드는 축축한 애액이 묻은 구멍 주변을 문지르던 손을 치우고 자신의 성기를 움켜쥐어 메이브의 구멍을 툭툭 건드렸다.

“어서요. 이제 2분밖에 남지 않았는데, 혼자서 할 수 없잖아요. 벌, 받고 싶어요?”

다비드의 행동과 귓가에 파고드는 목소리에 숨이 멎는 것만 같았다. 눈앞이 흐릿하고 2분밖에 남지 않았다는 그 말이 계속 웅웅거리며 귓가에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결국, 입 안의 여린 살을 으득 소리 내며 깨물고는 눈을 천천히 감았다.

“도와…… 도와줘요…….”

멍청한 자존심을 버릴 때였다. 방해하지 않으면 혼자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결국 다비드가 방해하지 않았을 때에도, 구멍에 그의 성기를 맞춰 집어넣을 수조차 없었다.

덜덜 떨리는 다리에 힘을 풀고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런 메이브의 어깨 위에 입술을 문지르고 있던 다비드가 작게 웃으며 성기를 움켜쥔 손을 살살 움직여 메이브의 구멍에 귀두 끝을 닿게 했다.

“도와 달라 했으니.”

다비드는 메이브의 허리를 붙잡고 있는 손을 천천히 내렸다. 그러곤 붉은 구멍이 벌어지며 다비드의 성기를 천천히 빨아들였다. 다비드는 성기를 붙잡았던 손으로 메이브의 허벅지를 움켜쥐며 메이브가 성기 위로 주저앉게 했다.

“흐윽!”

“제가 원하는 것을 하나 주셔야 할 거예요.”

다비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작게 떨고 있는 메이브의 검은색 목줄 위로 입술을 살짝 가져다 댄 다비드가 살짝 웃을 때, 문이 열리며 다니엘이 들어왔다.

“……식사 준비는 벌써 끝내셨네요.”

“식사가 늦었다는 이유로, 메이브 님이 벌을 받는 것은 싫으니까요.”

다비드의 대답에 다니엘이 잠시 그를 쳐다보다가 트레이를 끌고 테이블로 다가왔다. 트레이 위에 올라온 음식은 마지막 진수성찬인 것처럼 호화로웠고,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많았다.

다니엘이 테이블 위에 먹으면 건강해질 것 같은 샐러드와 스테이크, 화려하기 짝이 없는 디저트를 내려놓았다.

“식사가 끝나는 모습을 지켜보고 갈 겁니까?”

다비드가 이제는 능숙하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메이브를 감싸듯이 그의 어깨로 손을 뻗어 눈앞에 있는 샐러드를 포크로 찍어 메이브의 입에 가져다주었다.

“입, 벌려요.”

메이브는 이제 저렇게 낮은 목소리에 성기를 품고 있는 아래가 저려 온다고 생각하며 조용히 입을 벌려 다비드가 먹여 주는 음식을 한 입, 두 입 먹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메이브가 음식을 다 먹고 나자 다비드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음식을 빠르게 마시듯이 먹고는 다니엘을 쳐다보았다.

“이제 치우고 나가죠?”

“……내일 아침은 9시입니다.”

다니엘은 한순간에 사라져 깨끗해진 그릇들을 챙겨 트레이 위에 내려놓으며 메이브의 입을 손으로 훔쳐 주는 다비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또 무엇이 있습니까?”

“오늘 밤은 12시 이후로 방 밖으로 나가시면 안 됩니다.”

“……12시?”

다니엘은 의문이 피어나는 다비드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네, 그것만 조심하면 됩니다.”

다니엘은 그 이상은 말을 해 주지 않고 트레이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다비드는 다니엘이 나가면서 문을 닫은 방문을 바라보며 얼굴을 구겼다.

메이브는 손이 묶여 있고, 체력적으로 힘들어 밤에 나가지 못할 거였으나, 쟁취한 자인 다비드는 아니었다.

사람의 궁금증을 피어나게 만들고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는 말만을 남긴 채 떠난 다니엘을 속으로 욕하는 사이에 메이브는 그의 품에서 작게 몸을 움직였다.

“이제…… 저 좀…….”

“아, 메이브 님.”

다비드는 품에서 벗어나려는 메이브의 몸을 감싸 안았다. 그러곤 아랫배를 둘러 허리를 붙잡고, 한쪽 손은 허리에서 가슴을 지나 어깨를 감싸며 품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옭아맸다.

“그전에 제가 도와 드렸잖아요?”

“그, 네…….”

상황이 그랬다 해도 다비드가 도와준 것은 맞았기에 메이브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몸에 주고 있던 힘을 풀고 다비드의 단단한 가슴과 배에 기댄 상태로 숨을 깊이 내쉬었다.

“그 보답, 지금 해 주세요.”

“……어떤 건데요?”

메이브가 한숨을 삼키며 다비드에게 물었을 때, 다비드는 웃으며 메이브의 어깨에 턱을 기대고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는 메이브의 어깨를 살살 손끝으로 문지르며 누르고 둥근 귓가에 속삭였다.

“몸 돌려서 절 보고 사랑한다고 말해 주세요.”

다비드의 말에 메이브의 어깨가 굳어졌다. 힘이 들어가고 작게 떨리는 몸이 다비드에게서도 느껴졌을 때, 그는 그저 고개를 살짝 움직여 검은색 목줄 위를 혀로 핥으며 드러난 하얀 살을 아프지 않게 빨아들였다.

“읏. 그거…… 동정이라고.”

“제가 메이브 님을 생각하는 것이 동정이라도 괜찮아요.”

목을 움츠리고 어깨를 오므리려는 메이브를 가만히 지켜보던 다비드는 메이브의 몸을 감싼 손을 천천히 치웠다. 두 손을 무릎에 올려놓은 다비드는 편하게 의자에 기대어 앉아 어정쩡하게 앉아 있는 메이브를 바라보았다.

다비드는 한 번씩 정의감과 누군가만을 먼저 생각하는 메이브였기에, 약속을 무시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하.”

낮은 숨을 내쉰 메이브가 움츠렸던 목을 들어 올리며, 천천히 허리를 비틀어 웃고 있는 다비드를 쳐다보았다.

이상하게 부끄러워지는 것 같아 눈을 굴리고 시선을 피하려 하자 다비드는 그런 메이브의 옆구리를 한 손으로 붙잡으며 웃었다.

근육이 빼곡하게 자리 잡아 단단했으나, 살결만은 부드러웠다.

“제 눈을 보고 말해 주세요.”

“…….”

“어려운 거 아니잖아요. 어차피 메이브 님과 전 약속으로 얽힌 사이고, 이곳을 벗어나면 헤어질 사이인데.”

다비드는 천천히 말을 이어 가며 눈앞에 있는 메이브를 지켜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한낱 말뿐인 거, 아시잖아요?”

다비드가 손을 뻗어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는 메이브의 턱과 함께 볼을 붙잡아 천천히 숙인 고개를 들어 올렸다. 눈을 이리저리 굴리던 메이브가 숨을 삼키고 다비드의 눈을 바라보았다.

“……다비드 님.”

이상하게 ‘사랑한다’라는 말이 목구멍에 걸렸다. 좀처럼 입 밖으로 내뱉어지지 않는 말에 입에 고인 타액을 연거푸 삼켜냈다.

이름을 어떻게든 뱉어 내자, 다비드의 입가에 미소가 짙어졌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을 때, 메이브의 볼을 엄지손가락으로 살살 쓰다듬은 다비드가 손가락을 벌려 약지손가락으로 불룩 튀어나온 메이브의 목젖을 툭툭 문지르듯 건드렸다.

“메이브 님, 안 해 주실 건가요?”

부드러운 목소리 안에 웃음기가 묻어났다.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만큼, 속이 답답해져 왔다. 눈을 천천히 감았다가 뜨며 역시 잘생긴 다비드의 얼굴을 한번 쳐다보다가 슬며시 입을 벌렸다.

“다비드 님, 사랑…… 사랑해요.”

그저 한 마디 ‘사랑해요’라는 말뿐인데도, 정말 고백하는 것처럼 이상하게 부끄러웠다. 얼굴까지 뜨거워지는 것 같아 고개를 돌리려 할 때, 그런 메이브의 얼굴을 힘주어 잡은 다비드가 기댔던 등받이에서 몸을 떨어트렸다.

다비드의 얼굴이 메이브의 얼굴과 가까워지며 코끝이 스칠 정도로 다가왔을 때, 그의 눈동자가 빛이 나더니 둥글게 풀리며 웃었다.

“저도 사랑해요, 메이브 님.”

심장이 유난스레 뛰었다. 차마 다비드를 볼 수 없을 것 같아 고개를 돌리고 숨을 들이켜자, 다비드는 그런 메이브의 붉게 올라온 홍조를 엄지로 살살 문질렀다.

“메이브 님, 아무리 생각해도.”

다비드의 담담한 목소리에 메이브가 눈을 질끈 감았다. 귀까지 막고 싶었지만, 손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허리를 붙잡고 있던 손이 움직여 엉덩이 골에서 천천히 몸을 쓸어 올리며 날개뼈 위에 내려앉았다.

거칠고 투박한 손에 박인 굳은살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가 유난히 뜨거웠다.

“제 감정이 동정은 아닌 것 같아요.”

설마 했던 말.

“메이브 님을 보면 역시 지켜 주고 싶은 것도 있지만.”

감아 버린 눈 때문에 앞은 어두웠다. 그래서 그런지, 다비드의 목소리는 크고 우직했으며, 진지하기 그지없는 감정들이 온몸에 와닿았다.

“역시 당신이 나만 바라보고, 내 품 안에만 있어 주면 좋겠다는 이 감정이 동정 같지는 않아서.”

입술 주변에 뜨듯한 숨결이 느껴졌다. 만난 지 별로 되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에 사랑을 속삭인다는 게 웃겼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 같아요.”

“동정……이라고.”

메이브가 다비드에게 가진 감정은, 소설에서 힘들어했던 메인수였던 그가 조금은 행복한 삶을 살면 좋지 않을까 하는 동정이 있었다.

실제로 다비드가 당했을 것을 메이브가 당했어도, 그것은 새 발의 피일 것이 분명했다. 이마저도 힘든데, 그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눈에 보여 다음에 생긴 감정은 불쌍함이었다.

이제는 망가지지 않지 않을까 하는 생각보다, 그러다가 갑자기 망가지면 어떻게 하지, 하는 불안감이었다. 다비드, 그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생각은 이곳을 떠날 때까지도 가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내가 당신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이 그저 동정일 뿐이었다면, 내가 당신을 볼 때마다 키스하고 싶고 그 몸에 나를 새겨 넣어 잊지 못하게 만들고 싶을 리가 없죠.”

“…….”

“멍청한 생각 그만해요. 내가 당신을 사랑하면 그게 메이브 당신에게 유리하잖아요?”

“……하.”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해도 나를 이용해. 사랑이라는 감정을 깨달아 메이브, 당신에게 옭아매진 날, 벌을 받지 않게 하는 도구로 이용하라고.”

낮은 목소리로 그르릉 소리가 나는 다비드의 목소리가 꼭, 발정 난 짐승과도 같다고 느껴졌다. 메이브의 입술이 천천히 벌어졌다. 숨이 턱턱 막혀 올 것 같은 진득한 감정에 온몸이 옭아매지는 것만 같았다.

그의 말이 틀린 것은 하나도 없었다. 다니엘을 믿지 말라고 하는 것부터 자신을 이용하라고 말하는 그 말까지, 메이브는 다비드가 본인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자신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사랑을 하는 사람이 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더라도, 이 짧은 기간에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며 이용하라고 하는 다비드가 이해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의 말이 맞았다. 이곳에서 벗어나기 전까지 다비드를 이용한다 했을 때 자신에게 불리한 것은 없었다. 마지막 성년식을 치르는 그날,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를 버리고, 자신만의 힐링 라이프를 살아가면 될 일이었다.

“후회할 거예요.”

이제 다비드의 품에서 일어나 침대에 누워 잠이 들면 겨우 4일이라는 시간밖에 남지 않는다. 네 번의 교육과 규칙들만 지나가면 이곳에서 탈출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다비드를 두고 후련하게 떠날 수 있을지 알 순 없지만, 지금은 그의 말대로 따라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후회, 안 합니다.”

“……전 말했어요.”

“제가 말했잖아요? 당신을 사랑하는 절 도구처럼 이용하라고.”

다비드의 손이 찬찬히 뻗어져 메이브의 등을 쓸어내리며 부드럽게 웃었다. 메이브가 잠시 말없이 다비드를 바라보고 있자, 그가 슬며시 입을 벌렸다.

“대신, 사랑을 못 받는 동물은 죽는다고 하니까.”

고개를 내민 다비드가 혀를 내밀어 약간 부풀어 있는 메이브의 아랫입술을 조심스레 핥으며 웃었다.

“하루에 한 번, 절 사랑한다고 말해 주세요.”

“…….”

“그러면 전 도구처럼 이용당하는 것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이니, 메이브 님이 찜찜하거나 부담스러울 일도 없지 않나요?”

몸을 감싸고 있던 손이 천천히 떨어지며, 웃고 있는 다비드의 얼굴이 서서히 멀어졌다. 바보처럼 다비드의 얼굴을 잠시 쳐다보다가 숨을 들이켜고는 고개를 돌렸다.

“전, 그걸로도 만족하니까요.”

사랑한다는 말, 그 한 마디로 그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싼값이었다. 그걸 알면서도 불편한 마음은 좀처럼 죽지 않았다.

남이 보면 멍청하다고 욕할지도 모른다. 자신은 그렇게 정의로운 사람도 아니었고, 이득을 위해서라면 달려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장담할 수 있었다.

다만, 이곳은 자신을 알고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고, 누군가에게 기댈 수 있는 사람 역시 단 한 명도 없었다.

그게 다비드가 되지 않으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와 자신의 사이는 성년식 때문에 얽혀 있을 뿐이었다.

“하루에 한 번, 제게 사랑한다고 말해 주세요.”

“……정말 그걸로 만족해하시는 거예요?”

메이브가 떨리는 다리에 힘을 주며 하체를 일으켰다. 붉어진 구멍에서 타액으로 범벅되어 있던 성기가 슬며시 모습을 드러냈다.

다비드는 몸을 작게 움칠 떨며 몸을 일으키는 메이브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당장 묶여 있는 팔을 잡아당기면 반쯤 빠져나온 성기가 안으로 밀려들어 가는 것이 눈에 훤히 보였다.

다만, 그런 행동을 한다면 어느 정도 가까워진 거리가 망가질 것이다. 지금도 눈앞에 있는 메이브는 도망갈 궁리를 찾는 것 같다고 느껴졌다.

“네, 전 그걸로 만족합니다.”

“……흐. 하아…….”

몸을 일으켜 세운 메이브의 구멍에서 다비드의 성기가 빠져나와 앞뒤로 꺼덕였다. 엉덩이 골을 툭툭 두드리는 성기에 얼굴이 붉어진 메이브가 작게 고개를 흔들고는 떨리는 다리에 힘을 주며 느릿느릿 몸을 돌려 앉아 있는 다비드를 내려다보았다.

“……그저 말뿐인 거로 만족하는 게 이해가 안 가요.”

“제가 메이브 님을 사랑하잖아요. 감정이 없다 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에 전 행복할 겁니다.”

“……전 당신을 이용할 거예요. 제가 벌을 받지 않게.”

“괜찮습니다. 메이브 님, 당신이 벌을 받지 않기 위해 저를 이용한다 해도.”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 다비드가 고개를 살짝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첫 만남에 순해 보였던 인상이 착각이었던 것처럼, 눈앞에 있는 다비드는 한없이 남자다웠다. 그리고 어쩐지 그의 표정 하나하나와 느낌에 잡아먹힐 것 같다는 기분을 들게 했다.

“그걸 위해.”

다비드의 손이 천천히 뻗어져 벌건 메이브의 볼을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천천히 불룩 튀어나온 둥근 귓불을 매만졌다.

“결국 이곳에 있는 동안, 메이브 님이 저만을 바라볼 거잖아요?”

다비드의 목소리와 웃고 있는 얼굴은 한없이 다정한데도, 온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머릿속에서 도망가야 한다고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상하게 두근거리는 심장이 꼭 고장 난 것만 같았다.

“그러다, 정말 메이브 님이 저를 사랑하게 된다면.”

다비드는 메이브의 볼을 양손으로 붙잡아 고개를 살짝 들어 올렸다. 땀에 젖은 검은색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엉켜 얼굴에 붙어 있었다. 그사이에 날카롭게 올라간 눈매와 흔들리면서도 죽지 않고 빛나는 자색의 눈동자를 가만히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전 표현하지 못할 만큼 행복해하겠죠.”

“…….”

자신의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다비드의 행동에 멍하니 풀린 눈으로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볼을 붙잡고 있는 손은 투박했고, 은근히 눈가와 볼을 문지르는 손가락은 음흉하기 그지없었다.

“……앞으로 4일이에요.”

입에 고인 타액을 삼키고 반쯤 눈을 감았다가 똑바로 뜨고 눈앞에 있는 다비드의 두 눈을 마주 보았다. 연녹색의 눈동자 안에 자신의 모습이 비쳤고, 그 안에 검은색과 자색이 뒤섞여 보이는 것만 같았다.

입이 텁텁하게 말라가는 것 같았다. 입술을 살짝 벌려 입술 주변을 혀로 핥아 내고는 눈앞에 있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 나흘 동안, 전 다비드 님을 이용할 거예요. 그리고 후회하지도 않을 거고요.”

“당연하죠. 만약 저를 이용하면서 메이브 님이 불편해하거나 후회한다면 전 너무 슬플 겁니다.”

천천히 다비드의 얼굴이 내려앉았다. 거칠면서도 부드러운 입술이 문질러졌고, 살짝 벌어진 틈새로 그의 축축한 혀가 입 안으로 파고들어 왔다. 고른 치열을 천천히 핥으며 예민한 부분을 건드리는 그의 혀에 움찔 몸을 떨면서도 그저 받아들였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 그의 입술이 떨어지자, 메이브의 입술과 다비드의 입술 사이에 투명한 은사가 연결되었다가 떨어졌다.

열기에 들뜬 얼굴이 뜨겁다고 느껴졌을 때 둥글게 휘며 웃고 있는 다비드의 얼굴이 보였다.

“많이 피곤하실 텐데, 어서 주무세요.”

“……다비드 님은.”

“저는 곧 잠들 거예요.”

다비드는 메이브의 어깨를 감싸고 침대로 천천히 걸어갔다. 주춤주춤 따라 걷던 메이브를 침대에 눕힌 다비드는 침대 끝에 주저앉아 발기한 메이브의 성기를 붙잡았다.

“읏!”

“이대로 주무시면 아프실 겁니다.”

“괜……찮아요!”

붉은 귀두를 손가락 사이에 걸어 살살 문지르는 다비드는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돌리는 메이브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두 손이 묶여 반항조차 하지 못하는 메이브는 그저 다리를 오므리며 엉덩이를 들썩였으나, 발기한 성기는 숨길 수조차 없었다. 그리고 성기를 부드럽게 감싸 위아래로 살살 문지르며 움직이는 다비드의 손길 또한 피할 수 없었다.

“흐…….”

“싸고 나면 몸이 나른해져서 금방 잠이 올 겁니다.”

“읏. 아, 안 해도…….”

“안 하면.”

야한 물이 묻어나는 성기를 살짝 문지르며 매만지던 다비드가 다른 손을 움직여 메이브의 아랫배를 투박한 손으로 슬며시 문질렀다.

“많이 당기고 아플 거라서요.”

“제가 참, 읏…… 참을 수 있어요!”

“괜찮아요. 메이브 님, 부끄러운 건 한순간이니까요.”

아랫배에서 뜨듯한 손이 떨어진다고 느껴졌을 때 눈가를 누르는 압박감이 들었다.

다비드의 손이 메이브의 눈에 내려앉아 그의 눈가를 큰 손으로 덮고는 들썩이는 다리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 걸터앉아 있던 침대에서 일어나 메이브의 두 다리를 궁둥이로 눌러앉았다.

다비드의 다리와 엉덩이에 깔린 메이브의 두 다리가 작게 떨려 왔으나, 다비드는 웃는 얼굴로 메이브의 성기를 매만지는 손을 천천히 움직였다.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는 속도로 손아귀에 힘을 주며 메이브의 성기를 감싸 쥐고 위아래로 살살 손을 흔들었다.

“흐아……!”

불룩 튀어나온 살갗이 거친 손가락으로 문질러지고 붉게 달아올라 핏줄이 불룩 튀어나온 기둥을 손가락에 힘을 주며 밑동까지 문지르고 탁탁 소리 나게 흔들자 메이브의 허리가 들썩거렸다.

벌어진 입술 사이에서 신음이 계속 흘러나왔고, 다비드가 메이브의 눈가에 덮고 있는 손가락은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에 간지럼을 선사했다.

벌어진 입술 사이에 늘어진 타액이 혀와 입천장에 붙어 있었고, 더운 숨이 연거푸 뱉어졌다. 가늘게 떨리는 몸이 붉어지고 메이브의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 근육이 조여 오는 것이 보였다.

다비드의 손아귀에 있는 메이브의 성기가 작게 꺼덕이며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을 때, 그의 손가락 사이로 하얗고 진한 정액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가리지 못한 부분에 튀어 버린 정액을 내려다보던 다비드는 메이브의 성기를 움켜쥐었던 손을 떨어트리며 입가에 천천히 가져가 혀로 핥아 냈다.

“하아…… 하아.”

거친 메이브의 숨소리와 함께 입 안으로 들어오는 정액은 텁텁하고 비릿하기 그지없었으나, 다비드는 어쩐지 단 과실의 즙을 먹는 것만 같았다.

“이제 그만…….”

메이브의 복근에 묻은 정액은 가늘게 떨리는 몸에 천천히 흘러내려 움푹 들어간 배꼽에 흘러 들어갔다. 선을 그리며 진한 그림을 그리는 것을 지켜보던 다비드는 아쉽다는 듯 혀로 손가락에 묻은 정액을 핥으며 정액으로 범벅이 된 메이브의 성기를 내려다보았다.

저 성기를 입에 넣고 메이브의 단 향기가 나는 정액을 핥아 먹는다면, 분명 얼굴이 벌겋게 변해 당황해할 모습이 그려졌다. 다만, 그렇게 한다면 메이브가 도망갈 것이 분명했기에 다비드는 입가에 가져간 손을 내리며 눈을 덮고 있던 손을 치웠다.

“주무세요, 메이브 님.”

벌겋게 변한 눈가와 축축해진 눈, 그리고 열기에 들뜬 얼굴을 내려다보며 다비드는 아무렇지 않는 것처럼 웃었다.

다만, 메이브는 흐린 시선으로 다비드를 바라보며 어쩐지 번들거리는 다비드의 입술을 한번 쳐다보다가 눈을 천천히 감았다.

나른한 몸은 서서히 몸에 찾아오는 피로를 무시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점점 멀어지는 감각에 온몸에 힘을 푼 메이브는 얼마 지나지 않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메이브 님.”

작은 목소리로 메이브의 이름을 조용히 부르던 다비드는 고른 숨소리를 내며 미동조차 하지 않는 메이브를 내려다보았다. 잠든 척을 하지 않는지, 속눈썹 또한 떨리지 않았다.

깊게 잠든 메이브를 내려다보며 흉흉하게 발기한 성기를 메이브의 정액이 묻어 있는 손으로 움켜쥐었다.

다비드는 잠이 든 메이브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핏줄이 도드라져 화가 난 성기를 움켜쥐고 앞뒤로 흔들었다.

탁탁탁, 규칙적인 소리가 고른 숨소리와 함께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어깨를 움츠리고 아랫배에 힘이 들어갔다.

“크윽…….”

낮은 신음과 함께 다비드의 성기가 꺼덕이며 메이브의 가슴과 아랫배에 진득한 하얀 정액이 쏟아졌다. 하얀 몸 위에 뿌려진 자신의 정액을 내려다보던 다비드는 땀에 젖은 분홍색 머리카락을 거칠게 쓸어 넘기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메이브 님…… 제게서 도망칠 거라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나지막하게 내뱉는 목소리가 밤꽃 향이 진득하게 묻어 있는 방 안에 낮게 울려 퍼졌다.

“지금도, 앞으로도 제게서 도망칠 수 없을 겁니다.”

정액으로 진득한 손을 뻗으려던 다비드의 손이 멈추고는 머리를 쓸어 넘겼던 깨끗한 손을 뻗어 메이브의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그러니. 제가 사랑하는 만큼 저를 사랑해 주세요.”

다비드는 한참 동안 메이브를 내려다보다가 앉아 있던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주변을 둘러보다 자신의 침대 위에 놓여 있는 상자를 보고는 한숨을 내쉬며 상자 쪽으로 걸어갔다.

첫날은 정조대를 채워야만 메이브가 잠을 잘 수 있었다. 두 번째 날은 저 상자 안에 무엇이 들어가 있을지 몰랐다.

다비드는 손을 뻗어 상자를 열고 안에 있는 내용물을 내려다보았다. 작은 편지 봉투 한 장만 들어가 있을 뿐 다른 내용물은 보이지 않았다.

“…….”

다비드가 손을 뻗어 상자 안에 있는 편지 봉투를 꺼내 돌려 보다 봉투를 뜯어냈다. 그 안에는 작은 하얀색 편지 한 장이 들어 있었다. 편지를 봉투에서 꺼내 쓰여 있는 글자를 무심하게 내려다보았다.

[지키지 못한 자는 쟁취한 자의 음욕이 묻은 것을 품어야만 잠을 잘 수 있다. 만약 쟁취한 자가 그것을 품게 해 주지 않는다면, 지키지 못한 자는 잠을 잘 수 없다.]

단지 그 글자들이 편지에 적혀 있는 것이 끝이었다. 다비드는 편지를 잡고 있는 상태로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메이브를 쳐다보았다.

자는 메이브의 구멍 안에 성기를 넣어야지만 그가 벌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다비드는 한숨을 내쉬며 편지를 대충 상자에 던져 넣고, 메이브에게 느릿느릿 다가갔다.

신관이 오기 전, 메이브의 구멍 안에 성기를 넣어야 했다. 잠이 든 메이브를 깨우지 않은 상태로 넣어야 했기에 다비드는 한숨을 작게 내쉴 수밖에 없었다.

“하아…….”

메이브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은 다비드는 몸을 반쯤 돌려 새우처럼 몸을 말고 자는 메이브를 내려다보았다. 한참을 고민하던 다비드는 결국 작은 미소를 지으며 메이브의 옆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품에 메이브를 안고 그의 머리 아래로 팔을 넣어 팔베개를 해 준 다비드는 자신의 성기를 붙잡아 풀어진 구멍에 살며시 문질렀다.

조금 전 정액을 쏟아 낸 것이 무색하게 다비드의 성기는 그새 고개를 들어 메이브의 구멍 안으로 천천히 밀려들어 갔다.

“으응…….”

작은 잠투정 소리에 다비드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메이브가 다시 고른 숨을 몰아쉴 때에 다비드는 발기한 성기를 끝까지 밀어 넣으며 메이브의 허리춤을 감싸 안고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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