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두 번째 밤(1)
어깨는 뻐근했고,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욱신거렸다. 눈을 뜨고 싶어도 여전히 눈을 가리고 있는 안대를 착용하고 있어서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캄캄한 눈앞에 고개를 살짝 돌리며 몸을 쭉 펴 기지개를 켰다. 그러다 등 뒤에 묶여 있던 팔이 머리 위로 올라가 있다는 것을 깨닫곤 보이지 않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일어났습니까?”
“아…… 다비드 님, 저 이것 좀.”
침대 헤드에 묶여 있는 팔을 가볍게 흔드는 메이브의 모습을 보며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그러곤 묶였던 끈을 풀고 침대에서 슬며시 상체를 일으키는 메이브를 쳐다보았다.
“이번에는 아프지 않게 묶어 드리겠습니다.”
또, 존댓말이었다. 다비드의 성격은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가운 눈두덩을 덮은 검은색 끈 위를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고 나서 등 뒤로 양손을 가져가 손을 맞잡았다.
부드러운 끈이 손목을 감으며 다시 두 팔을 묶는 것이 느껴졌다. 일주일간 이렇게 손을 쓰지 않다가는 나중에 숟가락도 못 들겠다고 생각하며, 다비드가 양손을 묶는 걸 가만히 기다렸다.
“……다 묶었으면 제 앞에 서 봐요.”
“예?”
“벌 받기 싫다고 했잖아요. 저는 아침마다 다비드 님 걸 빨아 줘야 하잖아요. 그리고 제가 눈이 안 보이고 손도 쓸 수가 없으니, 다비드 님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도 없고요.”
“하…….”
낮은 한숨 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이상하게 몸에 닿아 있는 옷은 부드럽고 향긋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자기 전, 땀을 그렇게 흘리고 정액이 묻어 있었을 텐데도, 비릿한 냄새는 없이 막 빤 것처럼 은은한 향이 코끝에 맴돌았다.
“……다비드 님, 혹시 제가 잠든 사이에 제 옷 빨아 주셨어요?”
“네, 그게 제가 메이브 님에게 해 줄 수 있는 것 중에 하나니까요.”
“…….”
“몸은 호수까지 함께 가서 씻을 수 없어서 지급된 수건으로 닦아 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자고 일어났을 때 몸이 찝찝하지 않아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사이에 자신의 몸을 닦고 옷을 갈아입혀 줄 때까지 알지 못했다는 게 신기했다.
그 정도로 몸이 지쳐서 자고 있던 것인가 생각하며 고개를 들어 올리자, 귓가에 거친 손가락이 스쳐 지나가며 단단한 손아귀가 머리를 감싸는 것이 느껴졌다.
“천천히 고개 내밀어.”
“…….”
또다시 낮게 가라앉은 다비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정한 것 같으면서도 목을 긁는 것 같은 목소리는 한 마리의 맹수처럼 느껴졌다. 자신은 힘없는 먹잇감이 되어 버린 것만 같았다. 가만히 있으면 목을 물어뜯을 준비를 하는 맹수가 앞에 서 있는 것같이 느껴졌다.
긴장되는 몸에 허리가 딱딱하게 굳었다. 느릿느릿 고개를 내밀자 목덜미를 가볍게 두드리는 투박한 손길에 어깨를 움츠리며 고개를 살짝 들어 올렸다.
“숙여야지. 그러다가 입이 아니라 목을 찌를 것 같은데.”
“……다비드 님.”
존댓말을 할 거면 하고, 반말을 할 거면 반말하라고 하려는 찰나, 다비드의 목소리가 자신이 말하기 전에 들려왔다.
“일단은 먼저 할 일을 끝내야 하니까, 조금 거칠어도 이해해 줘, 메이브.”
무엇을 이해해 달라는 건지 제대로 생각할 수 없는 찰나의 시간, 다비드가 머리를 잡고 있던 손아귀에 힘을 주며 자신의 목을 당겼다.
상체가 한 번에 숙어지고 반쯤 들어 올렸던 고개고 푹 숙어져 입술에 딱딱한 무언가가 닿았다.
“빨아, 메이브.”
분명, 제 눈앞에 있는 다비드는 이 소설 속의 메인수였다. 하지만 그의 행동과 말투, 모습 어느 것 하나 메인수를 연상할 수가 없었다.
이런 그가 메인수라더니, 속은 기분이었다. 솔직히 소설 속에 있었던 삽화의 데이비드의 가녀린 체격에 깔리는 것도 상상할 수 없었으나, 관계를 시작하는 그 순간 흉포하게 바뀌는 행동과 말투는 정말 익숙해지기 힘들었다.
느리게 입을 벌리자 안으로 들어오는 단단한 성기가 빠르게 앞뒤로 흔들리며 말라 버린 입 안에 문질러졌다.
혀는 눌리고 예민한 입천장을 긁으며 퍽퍽 소리 나게 막혀 오는 성기에 숨을 제대로 쉬기 힘들었고, 눈앞은 흐려지며 숨은 턱턱 막혀 왔다.
“흡. 웃…….”
“입술 오므려.”
딱딱한 목소리와 함께 몸을 거칠게 움직이는 다비드의 행동에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로, 그의 성기가 입 안으로 밀려들어 갔다 빠져나가는 것을 참고 견딜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는 이렇게 빨다 보면 달고 맛있다고 했는데, 자신이 느끼기에는 비릿하고 텁텁하기만 했다.
목구멍 깊숙이 찔려 올 때마다 헛구역질이 올라왔고, 목구멍은 따가웠다. 뻑뻑했던 눈가에 눈물이 맺히며 마주 잡은 손가락을 힘주어 손등을 긁어냈다.
“욱, 흐…….”
“하아…….”
낮은 신음을 뱉으며 다정한 것처럼 손가락으로 머리를 문지르는 손길이 지금의 행동과는 너무도 달랐다.
간밤에 자신이 잠든 사이, 혼자 옷을 빨고 몸을 닦아 주는 다정함과 성기를 쑤시고 입 안에 박아 넣는 저 흉포한 그가 같은 사람이곤 생각할 수 없었다.
“큭……!”
힘을 주고 있었던 건지, 아니면 빨리 싸는 건지, 낮고 갈라진 신음이 들려왔을 때 입 안에 진득하다 못해 텁텁한 정액이 뿌려지는 게 느껴졌다.
거칠게 입 안에서 움직여지던 성기가 빠져나가는 순간, 성기에서 흐르는 정액이 부푼 입술 위에 떨어져 턱으로 흘러내렸다.
뻐근한 턱에 입을 꾹 다물고 혀를 움직였다. 혀에 이리저리 묻어나는 진득한 정액이 거슬렸고, 입 안의 비릿한 향이 코끝까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살짝 인상을 쓰고 억지로 입 안을 가득 채운 정액을 삼켜 냈다. 진득한 감촉의 정액이 목구멍에 들러붙으며 내려가는 것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하……아, 저…… 물 좀 줘요.”
목구멍은 따가웠고, 혀가 움직일 때마다 남은 정액이 느껴졌다. 타액이 흘러도 텁텁해지는 입 안이 낯설었다.
점점 멀어지는 발걸음 소리와 함께 상체를 좀 더 숙여 멈추었던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딸칵, 쪼르르. 물 따르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곧 있으면 시원한 물이 입 안을 축여 줄 것에 잠시 안도하며 고개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이것 좀…… 닦아 줘요.”
“무엇을?”
“입술에 묻은 하아…… 다비드 님 정액이요.”
혀를 내밀어 부풀어 있을 것 같은 입술 주변을 핥아 냈다. 아무리 혀를 내밀어도 이미 턱으로 흘러내린 정액은 핥아 먹을 수도 없었고, 두 손이 묶여 있어서 자신의 손등이나 손가락으로 닦아 낼 수조차 없었다.
“먼저 물부터 좀…… 줘요. 목말라서 죽을 것 같으니까.”
입을 천천히 벌리고 입 안을 축여 줄 차가운 물을 기다렸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오던 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아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입술을 달싹였다.
“다비드 님?”
잠에 취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는, 어제 그렇게 목을 긁듯이 소리를 질렀기에 갈라져 있었다. 목이 아파 작게 마른기침을 내뱉을 때 입가에 차가운 무언가가 닿았다.
물 잔이 닿았다는 것을 알고 고개를 살짝 들어 입을 벌리니 낮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후…….”
살짝 벌어진 붉은 입술 안쪽 혀에는 아직 다비드의 진득한 정액이 이리저리 뒤섞여 있었다. 혀와 천장에 길게 늘어져 있던 애액이 툭, 끊어져 혀 위로 떨어지는 것이 다비드의 시선에 보였다.
잔을 기울여 주지 않자 고개를 내밀어 물을 마시려는 메이브는 정액이 묻어난 혀를 내밀어 잔 주위를 핥았다.
홍조가 올라온 볼과 입술과 턱에 흘러내린 정액이 야해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다비드는 그렇게 느끼지 않았는지 입꼬리가 살짝 내려가며 미간에 주름이 생겨났다.
“다비드 님, 저 물…… 안 주세요?”
물을 줄 것처럼 입가에 잔을 가져다주면서도 기울여 주지 않는 것에 혀를 아무리 내밀어도 차가운 물이 닿지 않았다.
목이 탔다. 버석버석해지는 입 안을 헹구며 삼켜 내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해서, 엉덩이를 살짝 들썩이며 몸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아…… 천천히 기울여 드리겠습니다.”
다비드는 말과 함께 잔을 천천히 기울였다. 벌어진 입 안으로 차가운 물이 흘러 들어갔다. 다비드의 시선에 목울대가 위아래로 울렁거리며 고인 물을 급하게 삼키는 메이브의 모습이 보였다.
혀가 입 안에서 작게 움직이며 아쉬운 듯이 내밀어져 잔에 닿았고, 넘쳐흐른 물은 부푼 입술 아래로 흘러 가슴께를 축축하게 적셨다.
하얀 옷이 물에 젖어 흰 피부에 달라붙었으나, 고개를 내밀고 있는 메이브는 여전히 물을 탐하고 있었다. 잔이 기울어지고 안에 담겨 있던 물이 한 방울도 남지 않았을 때, 메이브의 입술이 잔에서 떨어지고 벌어져 있던 입술이 굳게 닫혔다.
“……한 잔만 더 주세요.”
시원한 물을 몇 번이나 삼켜 냈으나, 목의 갈증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곧 식사해야 하는데…….”
“목이 너무 말라서, 이 상태로 먹으면 밥도 못 먹을 것 같아요.”
“물배를 채우면 안 좋으니까, 반만 더 마시는 거로 하죠.”
“그거라도 좋으니까 빨리 물 좀…… 주세요.”
혀로 여린 살과 입술 주변에 묻은 물을 삼켜 내도 목이 너무 탔다. 물을 마셔도, 마셔도 갈증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부족하다는 생각에 점점 멀어지는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났다.
뻐근한 허리와 다리에 힘을 주고, 보이지 않는 앞에 선을 그려 조심조심 앞으로 걸어갔다.
“아! 메이브!”
놀란 다비드의 목소리가 들려왔을 때, 자신의 몸이 기울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분명 바로 서서 정면을 향해 걷고 있었는데, 사람은 시각에 많이 의존하는지 흔들리는 몸에 균형을 잡기 힘들었다.
어깨에 닿는 단단한 손길과 함께 깨지는 무언가의 소리가 귓가에 날카롭게 들려왔다.
“잠깐 앉아 있으세요. 제가 마실 물을 챙겨 드릴 테니까.”
“아, 죄송해요. 똑바로 걸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자신이 실수한 것이기에 한숨을 작게 내쉬며 다비드에게 사과했다. 그저 눈을 감고 걷는 것이니 곧장 앞으로 걸어가 다비드가 있는 곳에 도달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리고 있던 선은 산산조각이 나고, 바로 세우고 있던 몸은 비틀거리며 자신이 제대로 걷고 있는 건지,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건지 헷갈렸다.
다비드의 품 안에 안겨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침대에 앉아 있었으면 잔이 깨질 일도 없었고, 다비드가 잔에 물을 담아 가지고 왔을 텐데 뭐가 그리 급했는지. 그에게 미안할 뿐이었다.
“원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달라서 그럽니다. 익숙했던 시선이 사라졌으니 더 그랬을 거고요.”
다비드가 이끄는 대로 걸음을 옮기자 천천히 어깨를 누르는 힘에 무릎을 굽혀 주저앉았다. 부드럽고 작게 출렁거리는 침대가 궁둥이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다비드의 걸음 소리는 점점 멀어졌고, 곧 유리 부딪치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아마 자신을 붙잡기 위해 잔을 놓친 그가 지금 바닥에 깨져 있는 유리를 치우고 있는 것 같았다.
“하아…… 저 때문에 죄송해요.”
“아닙니다. 제가 책상에 올려놓고 물을 따랐다면 깨질 일도 없었으니까요.”
“…….”
그렇게 본다고 하면, 결국 근본적인 원인은 침대에서 일어난 자신이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여전히 목의 갈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쿵쿵,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또 다니엘이 들어온 건가 싶어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잠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아 조용해진 방 안에 처음 들어 보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키지 못한 자가 쟁취한 자의 음욕을 삼킨 것은 확인했으니, 식사하기 전 지키지 못한 자가 음욕을 덜어 내는 방으로 가야 합니다.”
“잔이 깨진 것만 치우고 가겠습니다.”
“그건 저희가 해 드릴 테니, 이쪽으로 오시죠.”
다니엘이 아닌 다른 신관인지, 그의 목소리가 무뚝뚝하고 기계처럼 딱딱하게 들려왔다. 바닥에서 유리 부딪치는 소리가 잠시 들려온다 싶더니, 자신이 앉아 있는 쪽으로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다비드가 가까이 오는 것 같아 고개를 들어 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괜찮습니다. 앉아 있으세요.”
다비드의 손이 다가왔다. 메이브의 자신의 오금을 손으로 붙잡고 겨드랑이 안쪽에 손을 넣어 둥글게 툭 튀어나온 어깨를 붙잡은 다비드의 손에 움찔 몸을 굳혔다.
그러자 다비드는 그런 메이브의 몸을 부드럽게 들어 올려 품 안에 안아 들었다.
“어…….”
내려 달라는 말을 하려는 순간, 어떻게 알았는지 아니면 모르고서 말을 한 건지. 자신이 말을 하기도 전에 다비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닥에 아직 유리가 남아 있어서, 잘못 걷다가는 다칠 겁니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개를 기울여 단단한 가슴에 얼굴을 묻고 한숨을 내쉬며 작게 흔들리는 몸을 느꼈다. 오금을 지나 무릎을 붙잡고 있는 손길은 거칠었고, 어깨를 잡고 있는 손은 한편으로 안정적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요. 일주일 동안은 제가 그만큼 도와 드리기로 했으니, 당연하게 생각하면 됩니다.”
작게 흔들리는 몸과 천천히 얼굴에 들러붙었다가 떨어지는 서늘한 바람이 느껴졌다. 조금 추운 것 같아 몸을 작게 웅크리자, 머리 위로 몸이 작게 떨리고 있었다.
다비드의 가슴에 닿아 있는 귓가에 쿵쿵, 규칙적으로 뛰는 심장 소리가 들려왔다.
“이 안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방 안으로 들어왔는지 몸에 달라붙었던 서늘한 바람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가슴에 기대어 있던 고개를 들어 올려 보이지 않는 다비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제 내려 주세요.”
메이브가 말을 꺼내는 사이, 아직 가지 않았는지 다비드의 등 뒤로 신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날에 했던 것처럼, 잔 안에 들어 있는 성수를 지키지 못한 자가 마셔야 합니다. 그리고 그의 안에 쟁취한 자의 음욕을 채워 넣어 잔 안에 지키지 못한 자의 음욕을 뱉게 만들면 됩니다.”
“……후, 당신도 여기서 나가지 않을 겁니까?”
다비드가 메이브를 한쪽에 놓여 있는 작은 침대에 조심스럽게 내려 주며 문 앞에서 가만히 서 있는 신관을 돌아보고 물었다.
신관이 가라앉은 눈으로 다비드의 두 눈을 지켜보며 고개를 작게 숙였다.
“규칙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지켜보는 것이 신관이 하는 일입니다.”
“문밖에서 들리는 신음으로도 확인이 가능할 것 같은데.”
“지키지 못한 자든, 쟁취한 자이든, 성기를 만져서 음욕을 배출할 수는 없습니다. 보지 않고 듣기만 한다면, 하면 안 되는 행동을 하는지, 아니면 정말 제대로 이행을 했는지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하…….”
다비드가 거칠게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열려 있던 문을 닫고 문 앞에 서서 지켜보는 신관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관음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남이 하는 것을 보고 싶습니까?”
뚝뚝, 끊기는 목소리에는 화와 짜증이 약간씩 묻어나 있었다. 그런 다비드의 목소리에도 신관의 표정은 작은 변화조차 없었다. 그저 살짝 숙였던 고개를 들어 올리고는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다니엘 신관님께 이미 들어서 알고 있을 겁니다.”
부드럽게 휘어져 있던 눈매가 풀어졌을 때, 반쯤 가려져 있던 신관의 눈동자가 드러났다. 차가우면서도 짙게 가라앉은 눈동자 안에는 숨겨 놓은 것처럼 깊게 억눌린 감정들을 살짝 드러냈다.
그 안에 보이는 감정은 그렇게 좋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이 신전이 음욕의 신인 타니아 님을 모시고 있다는 것을요.”
신관은 그 말을 꺼내며 눈앞에 있는 다비드와 침대에 앉아 귀를 쫑긋하며 귀를 기울이고 있는 메이브의 모습을 힐끔 쳐다보았다.
“신관들은 누군가가 음욕을 뱉으며 구르는 모습에 힘이 강해지고, 타니아 님은 그 음욕으로 힘이 강해지니, 관음증은 아닙니다. 이것이 저희의 수행 방법일 뿐이죠.”
신관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딱딱한 문에 등을 기대고 팔짱을 낀 상태로 다비드를 쳐다보았다.
“생각보다 전날 만난, 지키지 못한 자가 마음에 드시는 것 같은데.”
신관은 팔짱을 낀 상태로 손가락으로 한쪽의 벽을 가리켰다. 그런 신관의 말과 행동에 다비드의 표정이 구겨졌으나, 신관이 가리키고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구석 쪽,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곳에 작은 시계가 자리 잡고 있었다.
시곗바늘은 돌아가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고, 8시 4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식사 시간은 8시 30분입니다.”
“……하?”
“8시 30분까지, 그 안에 지키지 못한 자의 음욕을 덜어 내게 하지 못한다면, 그 벌은 지키지 못한 자가 받게 되겠죠.”
다비드가 처음으로 작게 욕설을 내뱉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벌이 무엇인지 들었던 건지, 아니면 정말 자신이 벌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하려는 걸지도 몰랐다.
몸을 일으키는 손길과 함께 엉덩이를 가리고 있던 옷이 겨드랑이까지 말려 올라갔다. 가슴이 훤히 드러나고 옷의 끝을 메이브의 입가에 가져간 다비드는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물어.”
“…….”
1분 1초가 급한 사람처럼, 다비드의 말투와 행동은 바빠 보였다. 천천히 입을 벌려 다비드가 입가에 가져다준 옷을 이로 물려는 순간, 신관의 목소리가 두 사람의 귀에 박혀 들어왔다.
“지키지 못한 자가 잔 안에 들어 있는 성수를 마시지 않았습니다만, 한 번 하고 또 하시려는 계획이라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그럴 리가.”
신관의 말에 얼굴을 구긴 다비드는 메이브가 물려고 했던 옷을 뒤로 물리고, 손을 뻗어 테이블 위에 올려 있는, 화려하기 짝이 없는 잔을 들어 올렸다.
“……입 벌려, 메이브.”
“아, 네.”
화가 난 음성에는 걱정이 묻어 있었다. 메이브는 다른 말도 하지 않고 입을 천천히 벌렸다. 입가에 차가운 잔이 닿는 느낌과 함께 입 안으로 원했던 시원한 물이 머금어졌다. 목울대를 움직이며 잔에 있는 물을 삼켰으나, 넘쳐흐른 물은 입술을 따라 턱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물어.”
메이브는 입을 천천히 벌렸다. 구겨진 하얀색 옷이 메이브의 입 안으로 들어왔다. 메이브가 입을 다물고 셔츠를 입에 단단히 물었을 때, 다비드는 몸을 살짝 숙여 발기한 성기를 감싸고 있는 정조대를 천천히 풀었다.
“……읏.”
아직 화장실을 가지 못했기에, 메이브의 무릎이 서로 스치며 몸을 떨었다. 체온으로 뜨듯해진 정조대는 다비드의 손에 의해 걸쇠가 풀리고 쇠가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풀어졌다. 다비드는 정조대와 함께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메이브의 상체를 살짝 숙이게 만들어 테이블에 기대게 했다.
“이렇게 있는 게 좀 더 편할 거야.”
메이브는 뜨뜻한 이마를 딱딱한 테이블에 문질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혀 보이질 않아 몸을 작게 떨 수밖에 없었다. 몸에 살짝살짝 닿는 거친 손끝은 어디를 문지르고, 어디를 붙잡을지 알 수가 없었다.
꽉 채워진 방광에 아랫배가 살짝 부풀었고,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다가 잘못하면 실수를 할 것만 같았다.
다급하게 입에 머금어져 있는 옷을 뱉어 내고 말 할 수밖에 없었다.
“자, 잠깐만요.”
“……시간이 별로 없어.”
“화, 화장실……이 좀 급해서!”
이러다 실수라도 하면 어떻게 될까 싶어 눈앞이 아찔했다. 테이블에 이마가 닿아 있는 상태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급하게 소리치자, 그에 대한 대답은 다비드가 아닌 신관에게서 나왔다.
“괜찮습니다.”
신관의 목소리에 놀라 어깨가 굳어졌다. 뭐가 괜찮으냐는 말이 목구멍 끝까지 올라왔다. 메이브가 당황해하는 사이, 다비드는 벽면에 달린 시계를 힐끔 쳐다보았다.
별로 시간이 흐른 것 같지도 않았는데. 3분 남짓의 시간이 이미 지나가 버렸다. 다비드는 낮게 한숨을 내쉬며 살짝 눈을 내리깔아 상체를 굽힌 상태로 어쩔 줄 몰라 하는 자신을 내려다보았다.
다비드는 그런 메이브를 가만히 내려다보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사나운 얼굴과 몸에 자리 잡고 있는 잔근육들이, 메이브가 강한 사람이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 얼굴, 그리고 몸과는 너무도 다른 상냥한 성격이 신기했다.
자신이라면 다비드는 미쳤다고 생각하고 그냥 싸질렀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메이브는 그것 하나하나가 부끄러운 건지 하얀 목덜미 위가 뜨듯하게 변해 붉어졌고 다비드는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괜찮다고 하니, 좀 빨리할게. 시간이 얼마 없어서.”
남은 시간이라고 해 봐야 23분이었다. 그 안에 손을 사용하지 않고 오직 구멍으로만 메이브가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만약 드라이로 가고 정액이 흐르지 않는다면, 너무 촉박한 시간이었다.
최대로 잡는다고 해도, 15분 안에는 메이브의 정액을 잔에 담아서 빨리 방으로 뛰어가야 했다. 성기를 빼내고 방으로 들어가면 다비드가 메이브를 도와줄 수도 없었다.
오직 메이브가 다리를 들어 올리고 다비드의 성기를 집어넣어야 했다. 15분을 빠르게 박아 잔 안에 넣는 것이 성공한다 해도, 체력적으로 메이브가 방에서 다비드의 성기를 넣을 수 있다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미리 죄송합니다, 메이브.”
다비드는 무릎을 붙이며 오므리고 있는 메이브의 다리를 붙잡아 벌렸다. 힘이 들어간 허벅지 위로 불룩, 근육 선이 도드라졌으나 그마저도 소변을 참기 위해 강한 힘을 줄 수 없었다.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자 메이브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골반을 문지르며 지나간 다비드의 손이 메이브의 허벅지를 붙잡아 어깨너비로 벌리자 그 끝에 발기한 성기가 작게 흔들리며 부르르 떨렸다.
급하기는 했던지 바닥에 붙어 있는 발바닥이 들어 올려져 떨려 오는 게 보였으나, 다비드는 보도고 보지 않은 듯 굽혔던 몸을 일으켜 메이브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붙잡아 벌렸다.
“자…… 잠깐!”
“벌, 받고 싶지 않다고 했잖아.”
“……읏.”
“지금 빨리하지 않으면, 그렇게 싫다고 한 벌을 받아야 할 거야.”
당황하는 메이브의 귓가에 다비드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박혀 들었다. 벌렸던 아랫입술을 깨물 수밖에 없었다. 화장실은 급했고, 벌어지는 엉덩이에 감춰져 있던 구멍이 드러나 서늘한 바람이 닿을 때마다 등줄기가 오싹했다.
아랫배에 힘의 들어가면 방광이 눌려 금방이라도 소변을 쌀 것 같았다. 여린 살을 깨물며 참으려는 메이브와 달리, 다비드는 덤덤한 표정으로 아직 풀어져 있는 메이브의 성기에 타액과 정액이 살짝 묻어 있는 귀두의 끝을 문질렀다.
“벌 받기 싫지?”
다비드의 목소리에 테이블에 얼굴이 닿아 있던 메이브의 얼굴이 살짝 끄덕여졌다. 작은 움직임이었으나, 다비드는 그것을 보며 귀두를 구멍에 맞추고 엉덩이를 붙잡았던 손을 떨어트리며 메이브의 허리와 함께 골반을 붙잡았다.
“아플지도 몰라. 아직 부어 있어서.”
“……그만 말하고…… 빨리해요. 그냥!”
화장실은 급했고, 이따금 덤덤한 목소리로 메이브를 부끄럽게 만드는 다비드 때문에 당황스러웠다. 차라리 빨리하고, 이 부끄러움이 끝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
등 뒤에 묶여 있는 손이 작게 흔들리며 주먹을 움켜쥐는 것이 보였다. 다비드는 입에 타액을 모아 메이브의 엉덩이 골에 살살 뱉어 내고는 성기의 끝을 문질러 구멍 주변에도 묻혔다.
다비드의 성기가 부어 있는 메이브의 구멍 안으로 밀려들어 가기 시작했다. 어제 처음 순결을 빼앗긴 구멍은 겉과 속이 살짝 부어 있었고, 풀어져 있다는 생각과는 다르게 조금은 빡빡했다.
“읏, 아……! 자, 잠깐만!”
천천히 밀려들어 오는 다비드의 성기가 구멍 안을 누르며 방광을 건드렸는지, 메이브는 눈앞이 하얗게 변하는 것만 같았다. 뜨지도 못한 눈두덩이 파르르 떨려 왔고, 이마를 문지르던 테이블에 얼굴을 비비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싸도 된다고 하니까, 그냥 참지 말고 싸.”
메이브는 다비드 본인이 겪는 일이 아니라고 거침없이 내뱉는 말에 어이가 없었다.
“아! 잠……!”
“시간은 23분밖에 남지 않았어. 그사이에 싸고 방에 들어가서 식사를 하지 않으면 벌을 받아야 해.”
“……읏.”
“그러니까 부끄럽고 창피한 거 알겠는데, 이번만 참아.”
하지만 분명한 건 지키지 못한 자가 제정신을 유지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고 있거나, 아니면 마조히스트일지도 모른다는 거였다.
메이브는 자신의 입 안의 여린 살을 깨물며 뜨지도 못한 눈을 꾹 감았다. 아릿한 구멍 안으로 성기가 밀려들어 오는 느낌이 확연하게 느껴졌다.
“아……!”
퍽, 한 번에 박혀 들어오는 성기에 다비드의 골반과 메이브의 허벅지가 부딪혔다. 부르르 떨리며 무릎이 꺾인 상태로 움찔움찔 떨고 있던 메이브는 잠시 숨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전립선을 누르며 느껴지는 열기와 함께 구멍 안을 가득 채운 성기에 방광이 눌렸다.
긴장감을 조금이라도 놓치면 이곳에 실례할 것만 같아 으득, 소리 나게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자, 잠깐. 아……아흑!”
“움직일게.”
다비드의 그 말을 끝으로 메이브의 몸이 앞뒤로 흔들렸다. 다비드의 허리가 거칠게 움직여질수록 살갗을 두드리는 소리가 점차 크게 방 안을 울렸다.
메이브의 둥근 엉덩이는 짓눌렸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했고, 하얀 살결 위를 살이 부딪칠수록 점점 벌겋게 물들었다.
“하윽!”
앞뒤로 흔들리는 몸에 말아 올렸던 옷이 점점 메이브의 허리 위로 흘러내렸다. 다비드의 손가락이 하얀 옷자락을 더 이상 흘러내리지 않게 누르며, 메이브의 허리를 감싸 함께 붙잡았다.
점점 빨라지는 허리 아래, 반쯤 굽혀진 두 다리는 덜덜 떨려 왔고 성기는 움찔움찔 경련하듯 떨고 있었다. 앞뒤로 흔들리는 몸과 구멍 안을 쑤시며 전립선을 두드리는 성기에 메이브는 더욱 힘을 주고 아랫입술을 깨물어야 했다.
“끄……윽!”
힘을 주고 싶지 않아도 힘을 줄 수밖에 없었다. 아랫배가 단단해지며 근육이 수축하자 방광이 더욱 눌리기 시작했다. 메이브의 얼굴이 벌겋게 변하며 치아에 짓눌린 입술이 터져 붉은색 피가 맺혀 왔다.
“하아, 큭…….”
다비드는 그 나름대로 메이브가 벌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해 인상을 살짝 찌푸린 상태로 허리를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쭉 뻗은 팔 뒤로 하얀 옷에 도드라진 근육이 꿈틀거렸고, 그의 안에 갇혀 있는 상태로 흔들리고 있었다.
메이브의 몸이 점점 거칠게 흔들릴수록, 테이블에 올려놓았던 정조대가 달그락거리며 쇳소리를 냈고, 그 옆의 잔은 흔들리며 결국 테이블 위로 넘어져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흐윽. 아…… 안 돼. 자…… 잠깐!”
허리와 함께 골반을 붙잡고 있던 다비드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자, 그의 손가락이 옆구리 부분을 누르며 아랫배의 압박이 더욱 심해졌다.
“안…… 아흑… 안 돼!”
등 뒤로 묶여 있는 메이브의 손등에 핏줄이 도드라질 정도로 손바닥에 손톱을 박아 넣으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아무리 메이브가 아랫입술을 깨물고 여린 살을 깨물며 참으려 해도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가 돌아올 정도로 곧 흘러나올 것 같은 소변을 참으려고 노력했다.
“흐……아, 제발!”
메이브의 고개가 테이블에서 문질러지며 우는 목소리로 외쳤으나, 다비드는 그런 메이브를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들어 벽면의 시계를 쳐다보았다.
한참 동안 허리를 흔들어도 소변을 참으려 해서 그런지, 메이브는 정액을 쌀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시곗바늘은 빠르게 움직여 벌써 8시 23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남은 시간이라 해 봐야 7분이었다. 최대한 빨리 메이브가 싼다고 해도, 메이브의 안에 성기를 넣은 상태로 달려 방 안으로 들어가야 할 판이었다.
“제길.”
다비드의 입에서 낮은 욕설과 함께 결국 허리를 붙잡고 있던 손을 움직여 불룩 튀어나온 메이브의 아랫배를 힘주어 눌렀다.
“참지 말고, 싸. 이러다가 벌 받는다고.”
“아…… 아! 안. 잠깐! 싫…… 싫어!”
사람의 존엄성이 달린 일이었다. 누군가, 그게 다비드라 할지라도 그의 성기를 구멍에 박아 넣은 상태로 소변을 싸고 싶지도 않았다. 더군다나 지금 다비드와 메이브 단둘이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비록 소리는 들리지 않았으나, 이 방 안에 신관 또한 자리를 잡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메이브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마려운 소변을 참으려고 애썼다.
결국, 다비드가 상체를 굽히고 있던 메이브의 몸을 일으켜 자신의 가슴에 등을 기대게 만들고는, 두 손으로 메이브의 배를 힘주어 눌렀다.
“아…… 아아!”
메이브의 다리가 사정없이 떨리며 제자리에서 뜀박질하듯 발을 굴렀다. 고개가 이리저리 가로저어졌고, 검은색 끈에 가려져 있는 눈 밑으로 흘러내린 눈물이 볼을 타고 턱으로 그림을 그리며 내려갔다.
“제…… 흑. 씨발…….”
메이브의 입에서 작은 욕설이 흘러나왔을 때, 노란색 물이 귀두에서 흘러나와 바닥으로 후드득 떨어졌다. 메이브의 성기를 붙잡을 수 없어서 힘이 들어갈 때마다 흔들리는 성기를 따라 둥근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노란색 물이 바닥을 흥건하게 더럽혔다.
“흡…… 흐…….”
억눌린 울음소리가 메이브의 입가에서 흘러나왔다. 부끄럽고 수치스러웠다. 남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 준다는 것도 싫은데, 아무리 생리 현상에 어쩔 수 없다 해도 이런 상황에서 싸고 싶지는 않았다.
“괜찮아.”
아랫배를 누르고 있던 다비드가 메이브의 상체를 감싸 안았으나, 한번 터진 물은 좀처럼 멈출 수가 없었다. 다비드의 시선은 다시 시곗바늘을 힐끔 쳐다보았다. 메이브가 싸고 있는 것을 기다릴 시간조차 부족했다.
“……미안.”
메이브의 귓가에 다비드의 작은 중얼거림이 들려왔을 때, 다비드는 멈추었던 허리를 다시 움직였다.
“아…… 아흐! 제…… 안 돼!”
메이브의 고개가 다시 좌우로 가로저어졌다. 눈물이 흘러내리는 상태로 울음을 그칠 수도 없었고, 부끄러움과 수치가 뒤섞인 하얀 몸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물이 뚝 끊어진 귀두의 끝에 약간의 물이 맺혔고, 빠르게 흔드는 다비드의 성기에 몸이 위아래로 작게 흔들렸다.
“아, 아으읏!”
부끄럽고 수치스러워 죽겠는데, 이 와중에 전립선을 강하게 두드리는 다비드의 성기에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이런 상황을 일주일 동안 견딜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일주일. 일주일만 버티자고 생각했다. 메이브의 집으로 돌아가 돈을 흥청망청 쓰며 이제 부자의 삶을 살아보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현실은 단단한 성기에 구멍이 쑤셔지며 소변을 싸 버렸다. 그것도 누군가가 지켜보는 앞에서!
메이브는 쾌감에 몸이 저릿한 상황에서도, 이제부터는 아침에 먼저 볼일을 보고 마리라 생각했다.
“흐……읏. 지…… 지금…….”
목구멍에 신음을 누르며 울음기가 뒤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메이브의 작은 목소리를 눈치챈 다비드는 품 안에 메이브를 안은 상태로 손을 뻗어 테이블에 굴러다니던 잔을 들어 올렸다. 잔의 입구를 메이브의 성기 앞으로 가져가 거칠게 허리를 흔들었다.
전립선을 두드릴 때마다 아랫배가 욱신거렸고, 성기의 끝이 꿈틀거렸다. 한번, 단 한 번만 손으로 귀두에서 밑동까지만 쓸어내리기를 해도 하얗고 진한 것을 토정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성기를 만질 수 없기에 메이브는 수치와 부끄러움을 잠시 집어던지고 구멍 안에 쑤셔지는 성기와 전립선을 두드릴 때마다 허리가 저릿해지는 쾌감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흐읏…….”
온몸의 감각을 쾌감에 집중하려 노력했다. 구멍이 조여지고 안을 가득 채운 성기를 옥죄였다. 내벽을 문지르며 빠져나갔다가 한 번에 쑤셔 들어와 전립선을 찌르자 눈앞이 하얗게 멀어지는 듯했다.
비릿한 맛이 느껴지는 입술을 깨물며 아랫배에 힘을 주고 싸려고 노력했다. 엉덩이가 움푹 들어가고 허벅지의 근육이 도드라졌을 때가 돼서야 고환이 수축하며 성기가 부르르 떨렸다.
“아, 으.”
메이브가 다비드의 몸에 축 늘어졌다. 꿈틀거리는 성기에서 투툭, 툭 흘러내리는 하얀 정액이 잔 안에 담겼다.
아직 속에 남아 있는 것처럼 귀두 끝에 하얀 애액이 맺혀 왔으나. 다비드는 얼추 정액이 담긴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메이브의 귓가에 속삭였다.
“내 발등 위로 발을 올려놔.”
왜 다비드가 발 위에 자신의 발을 올리라고 하는지 알 수는 없었으나, 메이브는 힘없이 축 늘어지는 몸에 힘을 주려고 하며 다리를 허공에 흔들었다. 보이지 않으니 다비드의 발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 메이브의 생각을 아는지 메이브가 움직이는 발을 따라 자신의 발을 가져간 다비드는 양 발등 위에 발을 올린 메이브의 몸을 흔들리지 않게 감싸 안고 신관을 돌아보았다.
“이제 가도 되겠지?”
“네, 앞에 있는 물건은 두고 나가셔도 됩니다. 밤이 오기 전에 새로운 물품을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신관이 한 걸음 물러나 굳게 닫혀 있던 문을 열어 주었다. 다비드는 발등에 메이브의 발이 올라와 있는 상태로 방 밖으로 걸어 나갔다.
최대한 발등 위에 메이브의 발이 떨어지지 않게 걸어야 하니, 걸음걸이가 이상했다. 품 안에 메이브를 안아 들고 뛰면 더 쉬울 것을 알고 있었으나, 거친 숨을 몰아쉬는 메이브가 조금은 쉴 틈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분주히 걸어 방문 앞에 도착했을 때쯤에는 다비드와 메이브의 이마에 맺혀 있던 땀이 차가운 바람에 식어 있었다.
“괜찮아?”
“죽을 것 같으니까, 말…… 걸지 마세요.”
다비드가 안에서 성기를 꺼내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아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다. 온몸에 힘이 쭉쭉 빠지고 더러워진 몸을 씻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소설 속의 메인수로 쓰여 있던 다비드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버텼는지 알 수 없었다. 아니, 어쩌면 버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숨을 크게 들이켰다가 내쉬기를 반복하며, 크게 오르락내리락하는 다비드의 가슴에 기댄 채로 입을 다물었다.
“하아…….”
방 안에 남아 있는 밤꽃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고, 천천히 움직이는 다비드의 발을 따라 다리에 힘을 주며 조용히 움직였다.
눈이 보이지 않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어제 온종일 몸이 고되게 괴롭혀져 그런 걸지도 몰랐다.
천천히 움직이는 다비드의 걸음걸이에 맞춰 걷는 것조차 힘들었다. 위아래로 작게 흔들리는 몸과 배를 부드럽게 감싸 쥔 손은 투박하며 거칠었으나, 그의 체온이 높아서 어쩐지 그 부분이 뜨겁게 느껴졌다.
“이제 앉을 거야.”
다비드는 그 말을 끝으로 손을 뻗어 의자를 잡아끌었다. 그러자 의자 다리가 당겨지며 날카로운 소리가 바닥에서 울려 퍼졌다.
신관의 말대로 바닥에 떨어져 깨졌던 유리의 파편은 보이지 않았다. 다비드가 무릎을 굽히며 의자에 앉고는, 작게 몸을 떠는 메이브의 몸을 끌어안아 가슴에 등을 기대게 했다.
“하으…….”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는 메이브를 내려다보던 다비드는 테이블에 놓인 잔에 물을 조심스레 따랐다. 그러곤 물이 가득 담긴 잔을 들어 메이브의 입가에 가져갔다.
“물 한 잔 마셔.”
“……움직이지 마요.”
다비드가 작게 움직이는 몸에 몸이 눌리고 안에 들어가 있는 성기가 꿈틀거렸다. 미간을 찌푸린 상태로 입을 살짝 벌려 천천히 입 안으로 들어오는 물을 삼켜 냈다. 몇 번이나 물을 마시자 거칠었던 숨이 돌아왔고, 열기가 느껴졌던 몸은 조금 가라앉은 것 같았다.
“이제 좀 진정이 됐어?”
“……다비드 님.”
크게 숨을 들이켜고, 내뱉듯이 하며 반말을 할 거면 하고, 존대를 할 거면 존대하라고 말하려는 순간, 문을 쿵쿵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메이브의 귓가에 철컥,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바퀴 굴러가는 소리, 무거우면서도 가벼운 듯한 발걸음 소리가 함께 들려왔다.
“이번엔 벌써 준비를 해 놓으셨네요.”
트레이를 끌고 방 안으로 들어온 다니엘은 테이블 근처에 트레이 끝을 멈추고 위에 놓여 있던 음식을 다비드의 앞에 하나둘 내려놓았다.
어제와는 다른 물기를 머금고 있는 싱싱한 야채와 겉이 바싹하게 구워진 호밀 빵, 간단한 잼과 묽은 양송이 수프가 테이블 위에 놓였다.
“식사가 끝나고 난 뒤, 어제 갔었던 홀로 가셔야 해요.”
음식을 테이블에 전부 내려놓은 다니엘은 반쯤 굽혔던 상체를 바로 세우며 한 걸음 물러나 다비드와 그의 품 안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상태로 안겨 있는 메이브를 쳐다보았다.
“9시 30분에 두 번째 교육을 받으시게 될 거예요.”
첫 번째 교육이 누군가의 순결을 가져가거나 지키는 것이었기에, 두 번째 교육이 어떤 것이 나올지 몰랐다.
메이브는 비릿한 맛이 느껴지는 입술을 꾹 누르며 숨을 서서히 들이켰다. 그런 메이브와는 다르게 다비드는 겉이 바삭하게 구워진 호밀 빵을 한 손으로 붙잡아 끝부분을 뜯어냈다. 바삭하게 부서지는 빵이 다비드의 손에 찢겼다.
빵을 작은 옹기그릇에 담겨 있던 잼을 듬뿍 찍어 메이브의 입에 가져갔다.
“입 벌려요.”
또다시 존댓말, 그에게 존댓말과 반말 중에 하나만 하라는 말보다는 그저 자신이 익숙해지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다비드의 목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입을 벌리자 단단한 손가락의 끝이 입술을 누르며 입 안에 달콤하고 고소한 향이 나는 무언가를 넣어 주었다.
손가락이 입술에서 떨어지는 것을 느끼며, 입을 다물고 입 안에 들어온 음식을 꼭꼭 씹었다. 바삭하면서도 촉촉함이 느껴졌다. 혀를 굴리며 부드럽게 부서지는 것을 머금고 있자 약간의 딸기 향과 함께 달콤함이 입 안에 맴돌았다.
꿀꺽, 목울대가 위아래로 움직이며 입 안에 들어 있던 음식을 삼켜 내자, 조금은 아쉬움이 느껴졌고 비어 있던 위에 적은 음식이 들어오자 배고프다고 배가 소리쳤다.
“급하게 먹으면 체하니까 천천히 먹여 줄게요.”
다비드는 테이블에 올려 있던 포크를 들어 나무 그릇 안에 담겨 있는 샐러드를 이리저리 뒤섞였다. 아삭아삭 소리가 포크가 지나가는 자리에 남았다.
하얀색 소스와 버무려진 야채를 한입 크기로 먹기 좋게 푹 찍어 메이브의 입가에 가져갔다. 톡 쏘면서도 고소한 향이 코끝에 맴돌자 메이브의 입술이 다시 벌어졌다.
턱을 움직이며 입 안에 들어 있는 싱싱한 야채를 씹을 때마다 아삭아삭 듣기 좋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씁쓸하면서도 고소한 맛에 메이브의 입가로 신전에 도착한 후 처음으로 미소가 머금어졌다.
“수프는 마지막에 먹고, 야채랑 빵으로 먼저 배를 채우도록 하죠.”
다비드는 볼을 부풀리며 음식을 꼭꼭 씹어 먹고 있는 메이브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러곤 메이브를 먹여 줄 때와 달리 자신이 먹는 것은 빵을 대충 뜯어 아무것도 묻히지 않고 입에 넣어 씹기만 했다.
메이브가 입 안의 음식을 다 먹은 것이 보이면 달콤한 잼에 바삭한 빵을 찍어 먹여 주었고, 입이 달아질 때쯤에는 새콤하면서도 고소한 샐러드를 입에 넣어 주었다.
식탁에 차려진 음식을 한참 동안 다 먹고 메이브가 오물거리는 움직임이 느려지기 시작하자, 다비드는 숟가락으로 미적지근하게 식은 양송이 수프를 크게 한 스푼 떠서 메이브의 입가에 가져갔다.
“수프니까, 입 조금 더 크게 벌려요.”
메이브가 입을 좀 더 크게 벌리자 하얀 양송이 수프가 담긴 숟가락이 메이브의 입 안으로 들어갔다. 입이 다물어지는 것을 보자, 다비드는 느릿하게 들고 있던 숟가락을 입 안에서 빼냈다.
작은 양송이와 조각난 빵이 들어가 있어서 메이브의 입이 다시 몇 번을 오물거렸다.
“……더는 배불러서 못 먹어요.”
다비드가 한입 더 먹이려 하자, 메이브의 고개가 가로저어졌다. 배부르게 먹었는지 메이브의 배가 볼록 튀어나왔지만, 테이블 위에 차려진 음식은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다비드는 생각보다 많은 양을 먹지 못하는 메이브를 보며 속으로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체력적으로 소모가 꽤나 될 텐데, 음식은 새 모이만큼만 먹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다비드가 음식을 많이 먹는 대식가였기에, 평균 이상으로 먹고 있는 메이브가 적게 먹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을 다비드 혼자만 모르고 있었다.
“교육까지 16분 남았습니다.”
옆에 서 있던 다니엘이 두 사람을 바라보며 품 안에 들어 있던 시계를 확인하고 말하자, 다비드는 수프 그릇을 들어 올리며 입가로 가져가 그릇에 담겨 있던 수프를 물을 마시듯 벌컥벌컥 삼켜 냈다.
그릇에 담겨 있던 수프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때, 입가에 묻은 수프를 손등으로 대충 문질러 닦은 뒤, 천천히 허벅지 위에 앉아 있던 메이브의 몸을 들어 올렸다.
“읏…….”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성기가 밀려 나오자 메이브의 미간에 주름이 생기며 신음을 낮게 내뱉었다.
구멍 안에서 핏줄이 도드라져 붉어진 다비드의 성기가 빠져나왔다. 위아래로 흔들리는 성기가 잠시 메이브의 엉덩이 골을 툭툭 건드렸다.
“후…….”
성기가 빠져나온 구멍이 작게 수축했다 벌어지기를 반복했다. 붉은 구멍에서 투명한 애액이 허벅지로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던 다비드의 입에서 더운 숨이 내쉬어졌다.
“그전에.”
다비드가 어정쩡하게 일어나 있는 메이브를 안아 들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옆에 서 있던 다니엘 두 사람을 지켜보며 말을 이어 갔다.
“메이브 님의 옷은 더러워져 있는 상태라 교육을 받으러 갈 때 입을 수 없습니다.”
“……하, 아침에 내 것을 빨고 음욕을 덜어 낸다는 그 이상한 방에서 그 지랄을 했으니, 당연히 옷이 땀에 젖고 정액이 묻어 더러워질 수밖에 없는…….”
다비드의 목소리는 치밀어 오르는 듯한 짙은 화와 짜증이 뒤섞여 있었다. 그런 다비드의 말을 끊어 말하는 다니엘의 표정은 덤덤하기 그지없었다.
“그랬다면, 좀 더 빨리 음욕을 덜어 내는 방으로 갔어야 합니다. 또한 식사를 하기 전에 더러워진 옷을 빨아서 입었어야 하는 게 당연합니다.”
다니엘은 얼굴이 구겨진 다비드의 표정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비릿하게 말아 올렸다.
“또한, 전날 메이브 님의 옷을 빨기 위해 호수로 가셨을 때, 물을 담아 오시지 그러셨습니까?”
다니엘은 방 한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화를 억누르며 다니엘이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청소용품이 담겨 있는 나무 바구니가 자리하고 있었다.
“어떤 물건이든, 물을 담을 그릇과 용기는 많았습니다. 그러니 찾아보지도 않으시고 더러워질 수밖에 없었다는 말은 변명이죠.”
다니엘이 들고 있던 시계를 옷 춤에 넣으며 자신을 노려보는 다비드를 바라보았다. 다니엘의 얼굴 가득 싱그러운 미소가 피어났다. 그런 표정과는 다르게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다정하지도, 밝지도 않았다.
“대화를 하는 사이에 12분밖에 남지 않았네요. 손을 풀고 옷을 벗겨 다시 묶은 뒤에 뛰어가려면, 최대한 빨리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시간은 다비드 님을 기다려 주지 않거든요.”
다니엘은 그 말을 끝으로 테이블 위의 비어 있던 그릇을 한 번 쳐다보다가 메이브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성년식을 치르면서 메이브처럼 지키지 못한 자였음에도 쟁취한 자가 챙겨 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성년식을 치르러 온 사람들의 순으로 방의 순번이 정해지고, 그들 중 아는 사람이 있다면 같은 방을 사용하지 못하게 신전에서 미리 손을 써 놓았다.
전날 처음 본 사이이면서도 두 사람은 이미 오래 알고 있던 사이 같아 보였다. 다비드는 메이브를 챙겼고, 메이브는 강제로 당한 것 같지 않게 반항하지도, 그렇다고 도망을 가지도 않았다.
처음으로 성년식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일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으나, 다니엘은 방 안에 가득한 성스러운 힘을 느끼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홀에 가는 길은 아시리라 생각하고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다니엘의 말을 듣지도 못하는 것처럼 다비드는 다급한 손짓으로 자신이 묶여 놓은 하얀 끈을 풀고 있었다.
“아, 어제 말씀드렸는데 혹시 잊으셨을 수도 있을 것 같아 다시 한번 말해 드리겠습니다.”
몸을 돌려 방에서 나가려던 다니엘이 고개를 돌려 손목에 묶인 끈을 풀어내고 급하게 옷을 벗기는 모습을 지켜보며 말을 이어 갔다.
“홀에 들어가 두 번째 교육을 시작하면 메이브 님의 눈을 가린 안대를 벗겨도 괜찮으나, 상황을 보시고 풀지 않는 게 나으실 것 같으면 다비드 님이 차후에 푸셔도 상관은 없습니다.”
“……닥치고 그만 나가.”
메이브의 옷을 빠르게 벗겨 침대로 집어 던진 다비드가 문 앞에서 말하는 다니엘을 노려보며 낮게 읊조렸다.
흉흉한 시선과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노려보고 있는 다비드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다니엘은 옷 춤에 들어가 있는 시계를 움켜쥐며 웃었다.
“그럼, 점심때 뵙겠습니다.”
다비드는 다니엘이 그 말을 끝으로 방 밖으로 나가는 소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메이브의 손을 등 뒤로 가져가 손목을 교차시켜 하얀 끈을 X자로 돌려 손을 풀지 못하게 단단히 고정하고는 매듭을 묶었다.
“……다비드 님?”
가라앉은 목소리로 다비드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말하는 메이브는 훌렁 옷이 벗겨지고 손을 다급하게 묶으며 한순간에 몸을 안아 드는 다비드의 행동에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뛰어갈 거니까, 좀 흔들릴 겁니다.”
“네? 아……!”
한순간에 몸이 위아래로 흔들렸다. 겨드랑이를 지나쳐 어깨를 단단히 붙잡은 손과 오금을 넘어 무릎을 단단히 붙잡은 손에서 떨어지지 않으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크게 흔들리는 몸에 혹시나 떨어질까 싶어 무서웠다.
눈이 보이는 상태였다면 그렇게 높은 위치가 아니니 무서움은 덜할지 몰랐다. 하지만 어두운 눈앞과 몸에 닿은 두 팔에만 고정된 몸은 어느 정도 높이 위로 올라왔는지, 낮은지 높은지 알 수가 없어 공포감은 점점 심해졌다.
“다…… 다비드 님!”
“거의 다…… 후, 왔습니다.”
다비드는 긴 복도를 뛰어 첫날 갔었던 홀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혔고, 품 안에 안아 든 메이브의 몸을 안정적으로 끌어안으며 두 다리를 빠르게 움직였다.
탁탁탁, 다비드의 발이 바닥을 차고 뛸 때마다 그의 두 손에 안겨 있는 메이브의 몸이 작게 흔들렸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몸이 부끄러운지 상체를 웅크리며 최대한 보이는 부분을 감추려는 듯이 보였다.
저 멀리 열려 있는 문이 보였을 때, 다비드는 좀 더 속도를 내며 홀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9시 30분. 교육을 시작하기 전, 앞에 있는 자리에 앉아 주시기 바랍니다.”
다비드가 들어오고 1분이 되지도 않아 석상 앞에 서 있던 신관이 말했다. 그 뒤에 들어오던 사람들의 모습은 극과 극으로 갈렸다. 쟁취한 자에게는 아무런 행동이 없었으나 그와 함께 들어오는 검은색 목줄을 착용한, 지키지 못한 자는 신관에게 붙들려 무릎을 꿇고 주저앉혀졌다.
다비드는 그런 모습을 쳐다보다가 근처에 한 사람이 누울 수 있을 것 같은 하얀 매트에 메이브의 몸을 내려놓았다.
“……하아.”
찰나의 순간, 마지막까지 뛰지 않았다면 메이브 역시 문 앞쪽에 무릎을 꿇은 자세로 주저앉은, 지키지 못한 자와 같이 함께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가쁜 숨을 고르며 다비드가 석상 앞에 있는 신관을 지켜보고 있을 때, 메이브는 왜 다비드가 검은색 끈을 풀어주지 않는지 의아했다.
“먼저 교육을 하기 전 교육에 늦게 온, 지키지 못한 자들에 대한 신벌을 내려야겠지요.”
석상 앞에 서 있던 신관이 천천히 말을 이어 가며 들고 있던 지팡이를 바닥에 쿵, 소리를 내며 내려쳤다. 커다란 소리가 홀 안에 가득 메워질 때 귀를 기울이던 메이브의 어깨가 작게 움칠 떨려 왔다.
“가지고 오시죠.”
메이브의 앞은 보이지 않아 지금 홀 안에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지 하나도 알 수 없었다.
석상 앞에 서 있는 신관의 앞으로 다른 신관들이 나무 의자를 중간에 자리 잡은 계단 위에 올려놓기 시작했다.
교육에 늦게 온 자는 8명으로, 그중 지키지 못한 자만이 벌을 받게 되어 계단 위에 자리 잡은 나무 의자는 총 4개였다.
“신벌을 받게 될, 지키지 못한 자들을 끌고 오세요.”
신관의 덤덤한 말과는 다르게 무릎이 꿇려 있던 지키지 못한 자들은 신관들에게 팔뚝이 억지로 붙잡혀 긴 홀을 질질 끌려가다시피 의자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들의 목선은 붉어졌고, 핏줄이 도드라지며 욕설과 함께 반항을 했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으나, 그런 인간의 존엄성도 무시하는 것처럼 계단 위에 지키지 못한 자들을 집어 던지는 신관의 행위는 비윤리적이었고, 또한 잔인했다.
“다비드 님?”
목소리가 낮아진 상태의 메이브가 다비드를 부르자, 다비드는 그저 손을 뻗어 메이브의 양 귀를 손바닥으로 눌렀다.
“싫어! 살려 줘!”
다비드가 손으로 메이브의 귀를 막는 순간, 거친 비명과 함께 어떤 남자가 도망가려 했으나 신관이 그런 남자의 정강이를 발로 차며 자빠지게 했다. 바닥에 넘어져 고통스러워하는 남자를 끌고 의자에 억지로 앉힌 신관들은 하나같이 묶여 있는 두 팔을 나무 의자의 끝부분에 단단하게 고정해 놓았다.
앉혀진 남자들이 다리를 버둥거리며 일어나려 해도 발끝을 뻗어야 겨우 바닥에 닿을 정도의 높은 의자에선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자, 이것은 주의 사항과 교육을 제대로 이수하지 못한, 지키지 못한 자가 받는 신벌입니다.”
신관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무 의자에서 자라난 식물 줄기가 천천히 춤을 추면서 의자에 앉은 남자들의 몸을 옥죄였다.
“그들이 앞으로도 규칙을 이행하지 않으면 좀 더 큰 벌이 찾아올 겁니다.”
지키지 못한 자를 묶었던 신관들은 한쪽에 놓여 있는 나무 의자를 열어, 그 안에서 나이테가 있는 나무로 된 커다란 남자의 성기와 닮은 그것을 하나둘 꺼내, 지키지 못한 자가 앉아 있는 의자로 돌아왔다.
“시작하시죠.”
신관의 말이 끝나자마자 의자에 서 있던 신관들은 하나같이 지키지 못한 자들의 다리를 억지로 벌려 그들의 붉어진 구멍 안에 나무로 된 성기를 찔러 넣었다. 고통스러워하는 소리가 홀 안에 가득 울려 퍼졌으나, 신관들은 팔에 근육이 도드라지게 힘을 준 상태로 잡고 있는 나무로 된 성기를 최대한 쑤셔 넣었다가 거칠게 빼내기를 반복했다.
“이들은 교육이 끝날 때까지 벌을 받게 될 겁니다.”
신관은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그의 등 뒤로 고통과 울음이 섞인 비명이 울려 퍼졌다. 다비드는 작게 혀를 차며 메이브의 귀를 힘으로 누른 상태로 고개를 살짝 숙여 그의 손길을 피하려는 메이브를 내려다보았다.
“자, 이제 두 번째 교육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신관은 하얀색 매트에 자리 잡고 있는 이들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매트에 지키지 못한 자를 엎드리게 만든 상태로 쟁취한 자들은 오로지 손가락을 사용해 그들이 지키지 못한 곳에 집어넣어야 합니다. 음욕에 져 버린 그들의 죄를 털어 낼 수 있도록 그들의 구멍을 유린해 음욕을 덜어 내게 도와주셔야 합니다.”
신관은 느리게 그 말을 하며 한 걸음, 두 걸음 긴 하얀 카펫을 걸으며 열려 있는 문 쪽으로 걸어갔다.
“또한, 지키지 못한 자가 늦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쟁취한 자들은.”
덤덤한 목소리로 말을 꺼낸 신관은 앞에 서 있는 쟁취한 자들을 보며 비릿하게 미소 지었다.
“방으로 돌아가 쉬고 있으면 됩니다.”
쟁취한 자들의 얼굴이 환해지기 시작했다. 같이 온 자들이 나무에 묶여 저런 상태가 되어 자신들도 무슨 벌을 받을까 걱정했던 마음과는 달리, 벌이 아닌 상이 내려졌다.
“모든 것은 지키지 못한 자가 잘못한 일이니까요.”
그런 신관의 말에 시간을 맞춰 홀에 들어왔던 쟁취한 자들의 눈엔 빛이 어렸다. 그런 쟁취한 자의 마음을 알았는지, 지키지 못한 자들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두 눈은 크게 흔들렸다.
“두 번째 교육은, 쟁취한 자가 지키지 못한 자를 손가락으로 음욕을 덜어 주는 것입니다.”
신관은 눈빛을 빛내고 있는, 쟁취한 자들을 보며 만족하는 듯이 비릿하게 올라갔던 입꼬리를 더욱더 진득하게 올렸다. 지팡이로 하얀 바닥을 두드리고, 석상 앞에서 울고불고 난리 치고 있는 지키지 못하는 자를 바라보며 입을 툭툭, 가리켰다.
신관들이 허리춤에 걸려 있는 하얀 손수건을 비명을 지르고 있는 지키지 못한 자의 입 안에 쑤셔 넣었다.
다비드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 커다란 비명이 억눌리는 소리로 죽었을 때, 천천히 메이브의 귀를 누르고 있던 손을 내렸다.
“관련하여 필요한 물건은 신관들이 나누어 줄 겁니다.”
쿵, 쿵. 몇 번 날카로운 소리가 홀 안에 울리기 시작하자 열려 있는 문에서 신관들이 작디작은 하얀 상자를 품에 안아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곤 주변을 둘러보던 신관이 곧 찾고자 하는 자를 찾았는지 하나둘 자리로 걸어가 그 앞에 상자를 내려놓았다.
“점심때 뵐 줄 알았는데, 늦지 않으셨군요.”
다비드의 앞에 하얀색 상자를 내려놓은 다니엘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푸른색 눈동자는 늦지 않고 시간을 맞춰 들어온 다비드를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그리고, 결국 제 말처럼 끈은 풀어 주지 않으시네요.”
다니엘은 메이브가 여전히 두 눈을 묶고 있는 끈을 착용하고 있는 것을 보며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작았던 미소가 진해졌다.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은 상태로 자리에서 일어난 다니엘은 다비드의 대답도 듣지 않고 몸을 돌려 열려 있는 문밖으로 나갔다.
“왜 쟁취한 자가 지키지도 못한 사람의 음욕을 덜어 내 줘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늦어도 쟁취한 자가 벌을 받지 않았던 것이 시발점이 되듯, 늦지 않게 홀에 도착한 쟁취한 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신관을 보며 소리쳤다.
신관은 그런 쟁취한 자의 말이 만족스러운 듯 더 진한 미소를 머금었다.
“이런, 지키지 못한 자가 쟁취한 자를 만족시켜 주지 못한 것 같군요. 괜찮습니다. 쟁취한 자가 음욕을 덜어 내주지 못한다면, 그 벌 또한 지키지 못한 자가 받게 될 테니까요.”
메이브는 어두운 세상 속에서 수없이 들리는 말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키지 못한 것이 그렇게 큰 죄는 아니었다. 그저, 강한 사람에게 이길 수 없었다는 것, 그 한 가지밖에 없었다. 아무리 발버둥을 치고 주먹을 날리며, 지랄 발광을 한다 해도 한 사람의 힘에 눌리고 주변에 도와줄 자가 없으면 지키지 못했다.
메이브는 메인수와 얽혀 죽음의 길을 가고 싶지 않아 본인이 선택한 일이었지만, 지금 주변에서 소란스러운 목소리 안에서 당한 사람들은 본인이 원한 것이 아니었다.
다비드가 귀를 막는 그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지는 몰라도 귓가에 억눌린 소리가 작게 들려오는 것을 귀 기울이면 썩 좋은 일이 벌어지지 않은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곳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만.”
“그렇다면, 쟁취한 자는 방으로 돌아가시면 됩니다. 그에 따른 벌은 지키지 못한 자가 받게 되니까요.”
웃기는 소리였다. 원해서 이렇게 된 것이 아닌데도 이곳은 약육강식의 세계였다. 이기지 못한 자는 그에 따른 악조건을 가지게 되는 것이었고, 이긴 자는 그만큼 만족스럽게 즐기며 사는 거였다.
허탈한 웃음이 메이브의 입가에서 새어 나왔다. 이럴 줄 알았다면 도망갔을 것이다. 성년식을 치르지 않고, 돈에 떵떵거리며 살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어디 산골짜기로 몸을 숨긴 채 살 터였다.
다비드가 최대한 벌을 받지 않게 해 주겠다고 말은 했으나, 그게 얼마나 갈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남은 교육은 지금을 제외하고도 다섯 번이나 남았다. 그 안에서 아침마다 다비드의 성기를 빨아야 하는 것도 다섯 번. 음욕을 덜어 내는 방에서 박히며 정액을 뿌려야 하는 것도 다섯 번. 식사 시간을 어기거나 교육에 늦으면 벌을 받는 것까지 합하면 머리가 아파질 정도였다.
“지키지 못한 자가 만족스럽지 못하게 했다면, 쟁취한 자는 방으로 돌아가면 됩니다.”
신관은 그 말을 끝으로 지팡이를 움직여 바닥을 두드렸다. 하나둘 사람들이 일어나며 일그러진 표정의 지키지 못한 자를 두고 문밖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은 신전에서 원하는 바와 같았다. 그들은 이렇게 만들기 위해 일부러 아는 자가 아닌 모르는 자와 같은 방을 사용하게 했으며, 그 순서도 제각각으로 방 배정을 했다.
고통스러워하며 쾌락을 쫓는 그 모든 것은 그들의 신인 음욕의 신 타니아에게 힘이 되었다.
“생각보다 쟁취한 자가 많이 남았군요. 자, 이제 지키지 못한 자를 엎드리게 만들어 그들의 음욕을 손가락으로 드러내 주시길.”
많은 자가 남았다고 말하는 신관의 목소리에는 탐탁지 않아 하는 느낌이 묻어났다.
“쟁취한 자에게 버려진, 지켜지지 못한 자는 그 방으로 데려가세요.”
신관이 남아 있는 자들을 서서히 둘러보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러자 활짝 열려 있던 문에서 다른 신관들이 들어와 매트에 혼자 남아 있는, 지키지 못한 자들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 신관들과 버려진 지키지 못한 자가 나간 문이 쿵, 소리 나게 닫히자 홀에 들려오는 소리는 더욱 크게 울렸다.
“눈을 가린 끈, 지금은 풀어 줄 생각이 없는 건가요?”
“……아직은.”
찌걱찌걱 야한 소리와 억눌린 앓는 소리가 함께 홀 안에 울리고 있는 것을 보면, 자신이 보고 충격받을 수 있는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과 같았다.
메이브는 숨을 천천히 들이켜고 내쉬며 매트에 주저앉아 있던 자세를 움직였다. 무릎을 세우고 상체를 숙여 부드러운 천에 이마를 가져다 댄 자세로 엉덩이는 높게 들어 올렸다.
“그냥 빨리하고, 방으로 돌아가요…….”
5일. 메이브가 앞으로 성년식을 치르기 전까지 버텨야 하는 시간이었다. 최대한 자신이 망가지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어쩌면 버티지 못하고 망가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메이브는 어두운 눈앞에 선을 그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
다비드에게서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메이브는 등줄기를 쓸어내리는 거친 손길을 느끼며 속으로 한숨을 억눌렀다. 움푹 들어간 허리 라인을 지나 불룩 튀어나온 엉덩이를 문지르는 손은 뜨거웠다.
체온이 높은 건지, 아니면 어두운 눈앞에 감각이 예민해진 건지, 몸을 쓸며 움직이는 모든 것들에 자고 있던 세포를 하나둘 깨우는 것만 같았다.
“손가락 넣을게요.”
“제발…….”
부드러운 천에 이마를 문지르며 입에 고인 타액을 삼켜 냈다.
“그딴 말 하지 말고 하라고요…….”
들뜬 숨을 한번 내쉰 메이브가 이번엔 부드러운 천에 눈가를 문질러 안대를 벗겨 내려 했다. 이마가 문질러지고 고개를 들어 올려 코끝을 비볐으나 얼마나 단단하게 매듭을 묶은 건지 안대가 흘러내리기는커녕 목만 뻐근했다.
“……알겠습니다.”
반말과 존댓말. 이제는 다시 반말을 하려나 하는 생각이 메이브의 머릿속에 가득 채워졌다. 쟁취한 자에게 버려지고 온갖 벌을 받는다면, 마지막 성년식을 치를 땐 제정신을 지키지 못한 자가 몇 명일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정말 섹스에 미쳐 있고 마조히스트가 아닌 이상,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3일도 못 버티고 무너질 것이 분명했다.
“읏!”
열기가 남아 있는 구멍에 뜨듯한 체온이 느껴졌다. 주름 주변을 문지르며 서서히 밀려들어 오는 손가락에 열기가 들뜬 숨을 내쉬었다가 들이켜기를 반복했다.
“…….”
다비드는 메이브가 한 말대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가락을 교차시켜 풀어진 구멍에 손가락 두 개를 집어넣었다. 쫙 벌어진 남은 손가락이 둥글고 부드러우면서 단단한 엉덩이를 누르며 최대한 손끝을 내밀어 불룩 튀어나온 전립선을 꾹꾹 눌렀다.
“읏…… 으아, 아. 아!”
다비드의 손이 점점 빨라질수록 메이브의 허벅지와 엉덩이가 떨려 왔다. 등 뒤로 묶여 있는 손도 움켜쥐었다. 허리를 들썩거리며 숨을 몰아쉬기를 몇 번, 눈앞이 흐릿하고 숨이 턱턱 막혀 오는 것처럼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부드러운 천에 문지르던 이마를 떨어트리고 볼을 기댄 상태로 어쩔 줄 몰라 하며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아흐. 아…… 자, 잠깐만. 아……!”
찌걱찌걱 손가락이 빨리 움직일수록 안으로 들락날락하는 손가락에 투명한 애액이 묻어났다. 점차 빨라지는 손길에 메이브의 엉덩이가 짓눌려졌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들뜬 숨을 몰아쉬며 어쩔 줄을 몰라 하자, 다비드는 그런 메이브의 가늘게 떨리는 허리를 손바닥으로 문질렀다. 다비드의 팔에 근육이 도드라지게 힘을 준 그가 구멍 안으로 들어간 손가락을 벌리며 부풀어 있는 전립선을 긁어내듯이 두드렸다.
“흐으!”
고개를 들기 시작한 성기가 앞뒤로 흔들렸다. 성기가 크게 움직이며 두드리는 것과 달리, 손이 빠르게 움직여 전립선을 찔러 대는 것에 안쪽의 여린 살이 수축했다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쉴 틈 없이 느껴지는 쾌감에 저릿해지는 허리가 작게 들썩여졌고, 힘이 들어가는 아랫배는 점점 단단해졌다.
메이브의 온몸이 점차 축축해지며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벌어진 다리가 경련하듯 가늘게 떨려 왔고, 다비드의 손길을 피하려 움직이는 엉덩이는 결국 그의 손에 붙잡혀 도망갈 수도 없었다.
“흐…… 아읏. 너…… 너무. 읏.”
다비드의 손가락이 어느 한 지점을 누를 때마다 성기 끝에서 투툭, 투툭, 하얀 애액이 매트 위를 더럽혔다. 눈앞이 흐려지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허리를 들썩거렸다.
온몸을 쓸어내리는 거칠고 뜨듯한 손길과 구멍 안을 헤집으며, 메이브가 느끼는 부분만 누르는 그 손길을 어떻게 해도 피할 수가 없었다.
“하읏……. 으!”
정신이 아득하게 멀어졌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제대로 정신을 차리기도 힘들었고, 몸에서 힘이 쭉쭉 빠지기 시작했다. 입을 꽉 다물며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심장을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쿵쿵쿵, 심장이 빠르게 뛰었고, 온몸은 뜨듯하게 바뀌었다. 구멍에서 퍼져 나가는 열기에 온몸의 감각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작은 세포 하나하나가 살아나 손이 닿는 곳, 숨결이 닿는 모든 곳이 간지럽고 뜨듯했다.
가슴은 먹먹하고 꽉 다물어진 입 안에는 다디단 타액이 머금어졌다. 사탕을 베어 문 것처럼 입에 고여 오는 타액은 금세 흥건해졌다 목울대를 움직이며 몇 번을 삼켜 내도 가시가 박힌 것 같은 목구멍 너머로 제대로 삼켜지지가 않았다.
“흐……아!”
그사이에 손길은 점점 거칠어지고, 눈앞이 하얗다가 어두워지며 점멸했다가 돌아왔다. 정신은 아득하게 멀어져 기절하고 싶어도 온몸을 지배하는 쾌감에 정신이 점차 또렷해졌다.
“으응!”
투둑, 툭. 단단하게 발기하다 못해 부푼 성기의 끝은 아팠고, 처음 느끼는 거대한 쾌락이 해일처럼 온몸을 지배했다. 귓가에 약한 신음과 고통의 앓는 소리, 찌걱거리는 미약한 소음들로 소란스러웠다.
여린 살을 깨물고, 제대로 삼키지 못한 타액이 입술 사이로 흘러내리기를 반복했다. 힘이 들어가는 허벅지와 엉덩이를 벌려 더 깊은 안쪽의 살갗을 벌리고 들어오는 거친 손끝에 안의 살들이 문질러져 점점 뜨겁고도 가려웠다.
“하……으!”
“괜찮아요. 참지 말고 움직여요.”
속삭이는 그 목소리에 심장이 저릿했다. 머릿속으로는 5일, 5일만 참으면 된다고 소리치지만, 마음은 이미 이 신전에서 벗어나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돈, 돈, 돈이 무엇인데 이리 개고생을 하는지 열 받기도 잠시, 돈이 있어야 황홀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하며 다비드의 손길을 받아들일 뿐이었다.
“하아, 읏…….”
돈만 있으면 뭐든지 다 되는 삶이었다. 그게 현실에서도, 또 이곳에서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원작의 메이브가 다비드를 닮은 노예를 구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다 돈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놈의 5일. 악착같이 버텨서라도 망가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 좆같은 신전을 벗어나면 서로 윈윈하고 더는 보지 말자고 또 한 번 다짐했다.
“아흑!”
살갗이 두드려지고 구멍이 문질러지는 것에 점차 힘이 들어가는 몸의 중심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뜨듯한 몸과 불편하게 등 뒤로 묶여 있는 손 역시 아무리 움직여도 풀어지지 않았다. 하얀 끈에 살결이 쓸리고 단단하게 당겨진 끈 때문에 어깨가 빠질 듯이 아팠다.
“참지 마세요, 메이브.”
묶여 있는 팔뚝을 쓸어 올리며 툭 튀어나온 어깨를 잡는 손길이 느껴질 때쯤, 발가락을 오므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허벅지가 경련하듯 떨려 오고, 빠듯하게 단단해진 성기 끝에서는 다비드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적은 양의 애액이 툭툭 바닥에 떨어졌다.
“흡…….”
열기를 억누르고 숨을 들이켰으나 결국 생각과 달리 욕망에 충실한 몸은 쾌감을 받아들였다. 아랫배에 힘이 단단하게 들어가고 무릎에 스치는 시트가 일그러졌다. 무릎이 굽혀지고 엉덩이가 살짝 내려가는 순간, 메이브의 고환이 작게 수축하며 단단해졌다. 빳빳하게 고개를 들고 있던 성기가 작게 흔들리며 하얀 매트 위에 진득한 정액을 쏟아 냈다.
메이브가 싼 것을 보고 나서 천천히 구멍을 헤집고 있던 다비드의 손가락이 빠져나갔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종아리에 궁둥이를 붙이고 쓰러지다시피 누워 숨을 몰아쉬는 메이브의 허리를 다정한 듯, 또 거칠게 두드렸다.
“잘했어요.”
하나 분명한 것은, 다비드에게 저런 말은 듣고 싶지 않았다는 거였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것투성이였다. 신전의 위치가 어디인지 모르고, 신전에서 오는 마차를 타야만 어딘지 모르는 이곳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 분명 공작 가문의 아들인 메이브가 사교 활동을 하며 만난 사람이 있었을 텐데도, 지금 자신을 알고 있는 누군가를 만나지 못한다는 것, 성년식이 일주일간 진행한다는 것, 그 모든 것들에 대한 의문이 피어올랐을 때 그런 자신의 몸을 안아 드는 손길이 느껴졌다.
“지키지 못한 자의 음욕을 덜어 냈으니 이제 나가도 됩니까?”
메이브의 몸을 안아 든 다비드가 낮은 목소리로 묻자, 닫혀 있던 문이 열렸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석상 앞에서 울고 있는, 지키지 못한 자들과 기계처럼 팔과 손을 움직이고 있는 신관들, 주변 곳곳에 자리를 잡아 매트 위에 엎드려 있는, 지키지 못한 자들의 구멍을 쑤셔 넣는 쟁취한 자들. 이곳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져 있는 것 같았다.
후덥지근한 열기와 비릿한 밤꽃 냄새가 이리저리 뒤섞인 곳은 숨쉬기가 어려울 만큼 텁텁했다.
다비드는 작게 경련하며 떨고 있는 메이브의 몸을 가볍게 안아 들고 열려 있는 문밖으로 나왔다.
“점심시간은 1시입니다. 다비드 님.”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건지, 다비드가 문밖으로 나왔을 땐 그곳에 대기하고 있던 다니엘이 말을 이어 갔다.
다비드의 시선이 다니엘에게 닿았다. 다니엘은 품 안에 시계를 꺼내 시간을 확인하고는 다비드의 얼굴을 쳐다보며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지금은 10시 52분입니다. 생각보다 빨리 끝나셨군요.”
“너희는, 인간도 아니야.”
얼굴을 구긴 다비드가 다니엘을 보며 하는 말에, 다니엘은 그저 웃는 얼굴로 다비드를 한 번 보고 그의 품 안에 안겨 숨을 몰아쉬고 있는 메이브를 바라보았다.
“인간이 되고 싶은 자이겠죠.”
“……뭐?”
다비드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다니엘이 하는 말에, 구겨져 있던 다비드의 표정에 의아함이 피어났다. 그런 다비드에게 시선을 돌린 다니엘은 말없이 잠시 다비드를 지켜보다 웃으며 말을 이어 갔다.
“메이브 님, 씻기러 가실 테죠.”
“…….”
“길을 모르실 텐데 함께 가시죠.”
전날, 메이브의 옷을 빨아 주기 위해 신전 밖으로 나가 호수로 갔다 왔다. 그곳에서 옷을 빨고 온 다비드가 씻길 곳이 어디인지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다니엘은 그것을 알면서도 다비드에게 길을 모를 테니 함께 가자는 말을 꺼냈다.
다비드는 잠시 고민하는 얼굴로 품 안에 안아 든 메이브를 한번 쳐다보다가 다니엘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
메이브의 몸을 씻겨 주기 위해 가기 전, 다비드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방이었다. 방 안에 아까 거칠게 벗겨 던져 놓았던 하얀 옷을 챙기고, 앞장서서 걷고 있는 다니엘의 등 뒤를 따라 걸었다.
신전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주변에 신관이 보이지 않을 때가 되었을 즈음, 다니엘의 입이 벌어졌다.
“앞으로, 다섯 번의 교육이 남았군요.”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같이 가려는 거지?”
“먼저, 메이브 님의 눈을 가린 천을 이제 풀어 주셔도 될 것 같은데요? 다비드 님.”
다니엘의 말에 메이브는 안도했다. 드디어 눈을 가린 천을 풀어 준다는 것에 주저앉거나 쓰러지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런 메이브에게 다가온 다니엘이 머리 뒤로 묶여 있는 매듭을 천천히 풀어 주었다. 사르륵 소리가 나며 검은색 끈이 풀어졌을 때, 환한 빛이 메이브의 눈 안을 가득 채웠다.
시리고 눈이 부셔서 얼굴이 구겨진 메이브는 반쯤 뜬 두 눈을 다시 질끈 감았다.
그 모습을 보던 다비드는 입을 꾹 다물고 다니엘을 쳐다보았다. 그런 시선을 느끼며 한쪽으로 난 오솔길을 천천히 올라갔다.
“아, 메이브 님이 듣는 것을 원치 않으시면.”
다니엘이 근처에 있는 풀숲을 헤치며 손가락을 들어 올려 귀를 가리켰다. 전처럼 귀를 막으라는 의미 같았다. 다비드는 그런 다니엘을 지나쳐 언덕으로 올라갔다. 그러자 수풀에 가려져 있던 깨끗한 호수가 드러났다. 근처의 잔디에 메이브의 몸을 내려 준 다비드는 메이브의 귀에 손을 가져가려 했다.
“다비드 님.”
메이브는 환한 빛에 시린 눈을 아직 뜨지 못한 채 다비드를 불렀다.
“……네, 메이브 님.”
“제 귀, 막지 마세요. 저도 어떤 말인지 들을 자격이 있지 않나요?”
“…….”
메이브의 귀를 향해 뻗어지려던 다비드의 손이 느릿하게 내려갔다. 메이브의 말이 맞았다. 아무리 다비드가 메이브의 귀를 막고, 눈을 막는다 해서 5일 동안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있을 수는 없었다.
다니엘이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며 훤하게 펼쳐진 호수를 보더니 말을 이었다.
“먼저, 당신들은 현재 성년식을 진행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니엘에게서 말을 듣고 나서 메이브는 시리던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눈앞이 환해서 사물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시린 눈 때문에 눈꺼풀을 몇 번 깜박이며 앞에 서 있는 다니엘을 올려다보았다.
“잠깐, 성년식을…… 하고 있지 않다고요?”
다니엘의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신관인 그가 하는 말이니 거짓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분명 일주일간의 교육이 지나 성년식을 치른다고 했었다. 그런데 그것이 거짓이라는 말을 듣고 나니, 어이없음을 넘어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메이브는 그러면 자신이 왜 순결을 잃었는지, 왜 그런 음욕을 덜어 내는 말도 안 되는 것을 당했는지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아, 그렇다고 해서 교육을 받지 않거나 규칙을 어기라는 말은 아닙니다.”
다니엘은 웃는 얼굴로 두 사람을 지켜보며 목을 전부 가리고 있던 옷의 단추를 하나둘 풀어내기 시작했다.
“……하?”
어이없는 탄식이 흘러나올 수밖에 없었다. 다니엘의 목에는 수많은 흉터가 자리 잡고 있었다. 또한 그의 목에는 메이브의 목에 걸려 있는 검은색 목줄과 똑같은 것을 하고 있었다.
“성년식을 치를 자격을 갖춰야 한다고 했던 것 기억하시나요?”
다니엘은 천천히 몸을 돌려 차디찬 호수의 물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그러다 팔을 서서히 들어 올리며 호수 끝에 나무가 우거져 있는 숲을 가리켰다.
“자격을 갖추지 못한다면, 이곳에서 묶여 아무 곳도 갈 수 없습니다. 이 호수가 지키지 못한 자가 갈 수 있는 최대의 거리니까요.”
메이브는 멍한 얼굴로 다니엘의 목에 남겨진 흉터를 바라보았다. 다니엘은 메이브의 시선이 흉터에 닿아 있다는 것을 알고 웃는 얼굴로 손으로 목 주변을 매만졌다.
“보기 흉하실 테지요.”
다니엘의 미소가 차츰 짙게 물들어 갔다. 꼭 과거의 어느 날을 회상하는 것처럼도 보였다.
“저에게는 최고의 흉장입니다.”
다니엘이 한 걸음, 두 걸음 메이브와 다비드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다비드가 몸을 일으켜 다니엘이 더는 메이브에게 다가가지 못하게 한쪽 팔을 들어 막으려 하자, 그는 그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이 흉터를 얻고 저는, 절 쟁취한 자를 죽일 수 있었으니까요.”
다니엘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성년식이 아니라는 그의 말, 벗어나려면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말. 이 호수가 지키지 못한 자가 갈 수 있는 최대의 거리라는 말들에 혼란스러웠다. 다만, 당황하는 자신과 달리 눈앞에 있는 다비드는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인 것처럼 놀라지 않았다.
메이브는 다비드가 놀라지 않는 모습에 벌어졌던 제 입을 꾹 다물었다. 아마, 제 귀를 막고 있던 그때 이 끔찍했던 이야기를 이미 했었는지도 몰랐다.
눈앞에 있는 다니엘이 지키지 못한 자였고, 그가 결국 쟁취한 자를 죽였다는 이야기를 말이다.
“쟁취한 자를…… 죽였다고요?”
쟁취한 자를 죽였다는 말뜻은 다니엘의 순결을 훔친 누군가를 그의 손으로 죽였다는 말이다. 목에 생긴 수많은 흉터가 그 사람을 죽이면서 얻은 것이라는 말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자, 그러면 여기서 문제를 드리죠. 이곳은 성년식을 치르는 곳이 아니고, 교육을 받고 자격을 얻어야만 원래의 성년식을 치르러 갈 수 있습니다.”
한 마디, 두 마디 덤덤하게 내뱉는 말은 웃고 있는 얼굴과 다르게 소름이 돋아났다.
“그러면 자격을 얻지 못하는 자들은 어떻게 하면 될까요?”
“……다니엘 님처럼 이곳에 묶여 있게 되겠죠.”
메이브는 주저앉은 자리에서 다리를 움직여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는 다니엘에게 속에서 피어난 의문을 입 밖으로 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것을 말해 주는 의미를 모르겠네요.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모르고 교육을 이수한 뒤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테니까요.”
아무것도 모른다 해도 벗어날 수 있었다. 새로운 진실은 어깨를 더 무겁게 만들 뿐이었다.
“이유라면.”
다니엘은 목깃의 단추를 하나둘 다시 잠그며, 목에 걸려 있는 검은색 목줄을 다시 하얀색 옷 안으로 숨겼다.
“이곳에서 교육을 이수한 자들은.”
다니엘은 그 말을 하며 고개를 살짝 움직여 메이브와 다비드를 쳐다보았다.
“마지막 가는 길에 묶여 있는, 지키지 못한 자를 데려갈 수 있으니까요.”
“……하, 그 말은 우리가 널 이곳에서 나갈 수 있게 도와 달라는 말인가?”
“그래서 아까 저도 도와 드렸지 않나요?”
다비드가 낮게 묻는 말에 다니엘은 웃는 얼굴을 지우고 무심하게 가라앉는 눈으로 다비드의 두 눈을 쳐다보았다.
“뭐?”
“땀과 정액이 묻어 있는 옷으로 메이브 님이 홀에 들어갔다면, 신께 불경하다는 의미로 벌을 받았을 겁니다. 그것이 규칙이었다는 것은 알고 있을 테지요.”
다니엘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메이브의 더러운 옷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두 번째 주의 사항, 성년식을 진행하는 동안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만들어야 하며, 신전에서 지급해 주는 옷은 지금 입고 있는 옷의 전부이고, 그 옷은 매일 빨아서 다시 입어야 한다. 또한 옷이 찢어지거나 더러워질 경우 옷을 입을 수 없다. 잊으셨나요?”
다니엘의 말이 맞았다. 분명 처음에 주의 사항을 알려 주었을 때 신관이 말했었다.
【첫 번째, 교육을 진행하는 동안 반박과 박설은 받지 않는다.
두 번째,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만들고, 지급해 주는 옷을 빨아서 다시 입어야 하며, 찢어지거나 더러워질 경우 옷을 입을 수 없다.
세 번째, 식사 시간을 지켜야 하며, 지키지 못할 시엔 벌을 받는다.
네 번째, 교육을 진행하는 동안 정해진 위치를 바꿀 수 없으며, 천 번째 교육 때 위치를 정하고 그것으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다섯 번째, 성년식을 치르는 날까지 교육을 제대로 이수해야 하며, 교육과 규칙, 주의 사항을 따라 주지 않는다면 징벌을 받게 된다.】
이것이 홀에 처음 도착했을 때 석상 앞에 있던 신관이 말했던 규칙에 대한 설명이었다.
그 말은, 다니엘이 정말 자신을 도와준 것이 맞았다.
“……감사합니다.”
고마운 것에는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한다. 다니엘 덕분에 벌을 받지 않았다는 것은 고마웠으나, 결국 그도 자신이 벗어나기 위해 이곳에서 처음 벗어날 수 있는 방법과 이곳에 대한 이야기는 해 주지 않았다.
사람은 결국 자신의 이득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다. 자신도 결국 미래의 돈을 쓰며 움직였으니, 다니엘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이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을 거였으니까.
“왜 우리에게 이 이야기를 꺼낸 겁니까?”
아무 말 없이 다니엘의 말을 듣고 있던 다비드가 묻자, 다니엘이 손을 들고 긴 은색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웃었다.
“당연히 지금 눈앞에 있는 메이브 님과 다비드 님께서 가장 우수한 성적으로 교육을 이수할 것 같았으니까요.”
다니엘은 다리를 움직여 조용히 일어나는 메이브를 내려다보았다.
“내가 이곳에 묶여 있으면서, 단 한 번도 쟁취한 자가 지키지 않은 자를 도와주는 것도, 지키지 않은 자가 벌을 받지 않게 하도록 노력하는 모습도, 전혀 보지 못했습니다. 두 사람을 보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다니엘은 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더니 품 안에서 시계를 꺼내 현재의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11시 37분이네요. 1시가 점심시간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다니엘은 자신의 말을 모두 끝냈다는 듯 몸을 돌려 올라왔던 언덕을 내려가려 했다.
“잠시만이요, 다니엘 님.”
“……네?”
다니엘은 자신을 부를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는 듯, 조금 놀란 얼굴로 메이브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을 받으며 메이브는 다니엘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다니엘 님, 그동안 혼자 많이 힘들었죠? 고생…… 많이 했어요. 이수는 어떻게든 끝까지 할 수밖에 없는 거 아니까, 그때 이 지옥 같은 곳에서 같이 빠져나가요.”
“…….”
메이브의 말에 다니엘의 입이 꾹 다물어졌다. 무언가 말하고 싶은데 말이 나오지 않는 것처럼, 처음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메이브를 보던 다니엘은 마치 억지로 웃는 듯 파르르 떨리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사람은 성격이 너무 순해도 살기 힘듭니다. 메이브 님, 그걸 잊지 마세요.”
가라앉은 목소리와 또렷했던 푸른색 눈동자가 흐릿하게 보일 때, 다니엘은 몸을 돌려 천천히 사라졌다.
다니엘이 사라진 호숫가에 서 있는 메이브와 다비드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 말을 믿으시는 겁니까?”
한참의 시간이 지나자, 다비드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옷을 들어 올리며 메이브에게 물었다. 메이브는 그저 다니엘이 사라진 곳을 쳐다보다가 스르르 다비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전부는 믿을 수 없죠. 하지만 그 목에 자리 잡은 흉터는 진실이고, 일단 저를 도와준 것은 맞잖아요.”
“……그렇습니까.”
“만약 진실이라면, 다니엘 님도 아마 생각을 많이 하고 말했을 거예요.”
메이브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푸른 호수를 바라보았다. 그러곤 너무 투명해서 바닥의 조약돌까지 보이는 호수를 내려다보았다. 만약 다니엘의 말이 진실이었다면, 그 또한 약간의 도박으로 자신과 다비드에게 말했을 것이다.
우리가 다른 신관에게 이 이야기를 흘리면 분명 다니엘이 벌을 받으리라는 것은, 좆같은 규칙과 미친 신전을 생각하면 당연했다.
“솔직히 상황이 개 같고 안 좋아도, 어쩔 수 없잖아요? 이미 벌어진 일인데.”
덤덤하게 말하며 고개를 들어 묶여 있는 팔을 뒤로 쭉 뻗고 뻐근한 몸으로 기지개를 켰다. 눈앞에 보이는 다비드가 옷을 들고 호숫가에 앉았다. 투명한 물에 옷과 함께 손을 뻗어 문지르던 다비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상황이 상황이라 이해는 가지만, 저는 다니엘의 말을 믿을 수 없습니다.”
다비드의 말에 메이브는 고개를 기울였다. 상황으로 볼 때 목에 있는 흔적과 검은색 목줄은 분명, 다니엘이 지키지 못한 자였을 것이다.
하지만 다비드는 그것을 믿지 않았다. 조금 돌이켜 본다면 믿지 못하는 이유가 몇 가지 있었다. 첫 번째는 다니엘이 지키지 못했던 자라고 하기에는 망가지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였고, 두 번째는 지키지 못한 자였다면 분명 메이브가 당하는 모든 것들을 경험해 보았을 텐데, 한 번도 귀띔을 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했다.
“메이브 님, 만약에 다니엘이 지키지 못한 자가 아니라 쟁취한 자였다면 어떻게 할 겁니까?”
“……네?”
다비드는 진지한 얼굴로 메이브의 옷을 빨며 고개를 살짝 돌렸다. 그의 말에 당황한 표정을 지은 메이브는 조금 더 심각하게 표정을 굳혔다.
다비드의 말대로 그 말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다니엘이 쟁취한 자라고 생각한다면 그 목에 있는 흉터는 쟁취한 자를 죽여서 생긴 것이 아니라, 지키지 못한 자를 죽여서 생긴 것과 같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메이브 님도 이미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까?”
“……무엇을요?”
“지키지 못한 자는 결국 망가진다는 것을요.”
다비드는 다 빨아 깨끗해진 옷을 들고 물기를 짜냈다. 다비드의 말에 메이브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잠깐의 침묵 후, 다비드의 말이 이어졌다.
“쟁취한 자든, 지키지 못한 자든, 누가 잘못을 해도 지키지 못한 자가 벌을 받습니다.”
“……알아요. 불공평하죠.”
“그럼, 쟁취한 자는 정말 벌을 받지 않을 것 같습니까?”
“……네?”
주저앉아 있던 자세에서 일어난 다비드는 옷을 몇 번 털어 내고 몸을 돌려 심각한 표정으로 굳어져 있는 메이브를 내려다보았다.
“지키지 못한 자는 벌을 받더라도 결국 교육을 이수하게 될 겁니다. 신관 또한 벌을 받더라도 어떻게든 자격이 생긴다고 말했으니까요.”
다비드는 천천히 메이브의 앞으로 걸어와 그의 어깨를 감싸고 호수로 데리고 갔다. 녹빛의 잔디 위에 옷을 내려놓은 다비드는 메이브의 몸을 가볍게 안아 들고 호수 안으로 한 걸음, 두 걸음 들어갔다.
다비드의 허리춤까지 물이 차올랐을 때, 품 안에 있던 메이브를 가볍게 내려 그의 몸을 손에 물을 모아 문질렀다.
“메이브 님은 제대로 교육을 듣지 않은 쟁취한 자에게 정말 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까?”
“…….”
“규칙과 주의 사항은 분명 지키지 못한 자에게 불리합니다. 다만, 저는 생각이 좀 달라서요.”
“마지막 일곱 번째 교육이 끝날 때, 쟁취한 자 또한 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그 벌이, 지키지 못한 자처럼 목줄을 걸고 이 신전에 묶여 있는 것. 그게 가장 어울리지 않습니까?”
다비드의 말은 다니엘이 지키지 못한 자보다 쟁취한 자라고 생각을 만들기에 완벽했다. 솔직히 다니엘의 말에는 몇 가지 의문점이 있었다. 벌을 내뱉을 때와 무언가를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지키지 못한 자여서 벌을 받았다고 하기에는 쉬이 믿어지지 않았다.
분명, 지키지 못한 자였다면 그 하나하나가 트라우마로 남아서 교육을 진행하는 것을 보면 몸에 남아 있는 거부 반응이 올라왔을 것이다.
“또한, 쟁취한 자의 목에 목줄을 착용하지 않고 이 신전에 묶여 있는 거라고 해도 이곳에 오기 전 목줄을 착용할 시간은 많았습니다.”
“…….”
“본인의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굳이 교육이 끝난 저희가 나올 때까지 문 앞에서 기다렸습니다. 또한, 굳이 제가 아는 길을 알려 준다고 하며, 자신이 지키지 못한 자라고 말하고 이곳에서 빠져나가게 도와 달라고 말했습니다.”
다비드의 말이 계속 이어질수록 메이브의 입은 꾹 다물어졌다. 차디찬 물이 몸 위로 흘러내려 땀에 찐득했던 몸은 점차 깨끗해졌다.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머릿속까지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저희는 이대로만 진행한다면 교육을 제대로 이수하고 이곳에서 나갈 수 있을 텐데, 도와준다는 식으로 그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요.”
다비드의 가설이 정말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한번은 다니엘이 도와준 것도 맞았다. 이 신전은 결국 쟁취한 자가 교육을 이수하려고 해도 그들의 귓가에 ‘넌 열심히 하지 않아도 벌을 받지 않아.’ 하며 악마의 유혹을 계속 속삭였다.
다니엘 역시 그 유혹에 빠져 교육을 제대로 이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곳에 묶여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그의 잘못이 맞았다.
다만, 그 끝이 이 신전에 묶여 있게 되리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 역시도 교육을 제대로 이수했을 것이다.
“다비드 님은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 거예요?”
“바라는 건 없습니다. 그저 지켜보면 될 일이죠.”
“…….”
“교육을 제대로 받은 사람 중 가장 잘 받은 사람만이 이곳에서 단 한 명의 누군가를 살려 줄 수 있다면.”
다비드는 고민을 하며 미간이 찌푸려져 있는 메이브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 말했다.
“망가질 대로 망가져 이곳 어딘가에 제물처럼 바쳐진, 지키지 못한 자를 구하는 것이 맞습니다.”
“…….”
음욕을 덜어 내고, 그 쾌락과 정액에 음욕의 신인 타니아가 힘이 생긴다면, 망가진 지키지 못한 자를 신관으로 세우는 것이 아니라 저 미쳐 버린 신전의 어느 곳에 가둬 두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미래의 일을 지금 가지고 와 생각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만약 다비드의 가설처럼 지키지 못한 자를 단 한 명 구할 수 있다면, 어떤 누군가를 구할 수 있을지 몰랐다. 그리고 망가질 대로 망가져 버린 지키지 못한 자를 제정신으로 만들어 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으며, 그 수가 많을 텐데 그중 누군가를 고를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를 구하는 것보다, 본인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다비드는 메이브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 역시, 순결을 잃지 않기 위해 메이브를 힘으로 누른 것과 같았다. 다만, 메이브가 그것을 받아들이고 바친다고 말하여 지금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뿐이었다.
메이브가 반항했고, 그것을 다비드가 깔아뭉갰다면 메이브의 머릿속에 그것은 트라우마로 남아 아무리 다비드가 그 뒤에 다정하게 해 준다 해도 그의 손길 하나하나가 닿는 것이 끔찍하고 싫었을 것이다.
“그리고,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메이브 님.”
덤덤하게 말하는 다비드가 고개를 들어 메이브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흐릿한 자색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지키지 못한 자 또한 무언가 보상이 있을 것 같은데, 그것이 혹 교육이 끝난 뒤 이곳에서 벗어날 때 쟁취한 자를 데려갈 것인지 데려가지 않을 것인지…… 전 그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메이브는 수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작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몸을 전부 씻겨 준 다비드가 품 안에 자신을 안아 호수에서 빠져나오며 잔디에 내려져 있던 옷을 들어 올려 제 배 위에 올리고 산길을 걸어 내려가는 그 순간까지 복잡한 머릿속을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
다니엘의 말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다비드의 가설이 맞는 것인지는 아직 교육이 끝나지 않아 알 수가 없었다. 그 대답은 결국 마지막 일곱 번째 교육을 끝내고 나면 알 수 있을 터였다.
시간을 알 수 없어서 그런지 점차 다비드의 걸음이 급해졌다. 메이브는 흔들리는 몸을 느끼며 고개를 들어 해가 중천에 떠오르고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환한 햇볕이 몸에 내려앉자 따듯한 몸과는 별개로 눈이 부셨다. 그에 눈꺼풀을 내리며 속에 남아 있던 숨을 내쉬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
“……만약, 제가 지키지 못한 자도, 다니엘도, 아무도 데리고 가지 않겠다고 한다면.”
“아까 말했던 것처럼 착하고 순하면 삶이 힘들 뿐입니다.”
다비드의 말의 의미는 확실했다. 자신이 무슨 선택을 해도 그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메이브는 숨을 크게 들이켰다가 내쉬며 감았던 눈을 뜨고 다비드의 연분홍색 머리카락을 바라보았다.
“…….”
이야기의 흐름대로 흘러갔다면, 그도 분명 망가져 버린 지키지 못한 자가 되었을 것이다. 결국 자신이 이야기를 틀어 그가 쟁취한 자가 되었으나, 아직 자신의 머릿속에는 다비드가 메인수라는 기억이 남아 있었다.
지금 와서는 메인수라더니 메인수는 개뿔, 그저 공이 아니냐는 말이 목구멍 끝까지 올라왔다.
몸집, 힘. 그 어떤 것도 지금의 메이브가 이길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고개를 살짝 숙여 근육이 알차게 박혀 있는 몸을 내려다보았으나, 다비드의 옆에서는 물 근육이 아닐까 하는 고민까지 들었다.
“앞으로, 남이 아니라 메이브 님 본인만 생각하세요.”
다비드가 다시 신전에 발을 들이며 104번 팻말이 걸려 있는 방으로 곧장 걸어갔다.
“저 또한 최대한 메이브 님이 벌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할 테니까.”
“왜요? 제가 순결을 다비드 님한테 바친 것 때문에요?”
“……글쎄요. 그것뿐만이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어도, 그것은 메이브 님이 찾으셔야죠.”
“제가요?”
“메이브 님도 제게 진짜 이름을 알려 주지 않았으니까요.”
메이브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지어질 것 같은 것을 꾹꾹 눌러 담았다. 웃기게도 다비드는 정말 자신의 이름이 거짓된 이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신께 바쳐져 열광시킨다.’ 지금 생각해도 어순도, 뜻도 이상한 이름이었다. 메이브는 다비드에게 교육이 끝날 때까지 자신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알려 줄 생각이 없었고, 그에게 원래 자신의 이름은 ‘에녹 메이브’라고 말해 주고 싶지 않았다.
웃기게도, 이미 그는 답에 도달해 있었다. 다비드는 메이브가 에녹 영지에서 온 것을 알고 있었다. 또한, 메이브는 다비드에게 자신의 이름이 ‘메이브’라고 말해 주었다. 성을 연관시킬 수 없었어도, 왔던 영지와 이름을 생각하면 메이브의 이름인 ‘에녹 메이브’라는 답은 나와 있었다.
“처음 교육인 지난날에도 말했지만, 그건 다비드 님이 찾으셔야 해요.”
메이브는 끝까지 다비드에게 자신의 이름을 말할 생각이 없다고 생각했다. 교육이 끝나는 그 순간 다비드와 자신의 관계는 윈윈이었다. 더는 보지 않고 더는 만나고 싶지 않은 관계. 그가 아무리 자신에게 잘해 주고 다정하게 대해 준다고 해도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럼, 왜 제가 순결을 떠나서 당신을 벌 받게 하지 않으려는지, 그 이유를 메이브 님이 한번 찾아보세요.”
이미 원작이라는 것은 망가질 대로 망가져 버린 이야기였다. 다비드가 지키지 못한 자가 되지 않은 것부터 이야기는 비틀어졌으나, 메이브의 목표는 오로지 하나였다.
처음부터 바랐고 이곳에 오고 나서도 생각했던 것, 앞으로의 노년을 위해 아무 사건 사고 없이 평화롭고 잔잔한 일상에서 돈을 흥청망청 쓰자. 이 바람이 부서지지 않는 한 메이브는 다비드의 곁에 남아 있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서로 비밀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솔직히 궁금하기는 했다. 그렇다고 해서 다비드가 자신을 쫓아올 수 있는 가능성을 남겨 두고 싶지는 않았다.
“안 그래요?”
결국, 자신의 이름 ‘에녹’이라는 성 때문에 떨어지는 돈이 있는 거였다. 그것을 두고 어디론가 떠나면 집 잃고 개고생하는 것이다. 또한 어디론가 꼭꼭 숨어도 다비드 역시 백작 가문의 영식이었기에, 이름을 알고 있는 한 바보처럼 자신을 못 찾을 리는 없었다.
“그런가요? 그건 좀 아쉬운데 말이죠.”
“……네?”
다비드가 방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방구석에 보이는 시곗바늘이 12시 30분을 가리키는 것을 보며 여유롭게 메이브의 몸을 자신의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전 메이브 님의 이름 알고 싶은데, 알 방법이 없어서 아쉽다고요.”
“……원래 비밀이 많은 게 더 매력적이라고 말하는데요?”
“누가 그럽니까?”
‘내 남자를 꼬실 수 있는 101가지 방법’이라는 책에서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꾹꾹 눌러 담았다.
“그…… 유명한 어떤 사람이 했던 말이에요.”
히트를 친 것은 아니었으나 생각보다 꽤 책을 팔았다고 알고 있는 작가가 쓴 글을 떠올리며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런 메이브의 모습에 눈앞에 서 있는 다비드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건만, 메이브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가 누군지 알고 있습니까?”
“음…… 글쎄요? 저도 얼굴을 본 건 아니라서.”
“유명한 어떤 사람이 말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말로 타고 타고 와서 들은 거라 직접 보지는 못했어요.”
지금도 현실의 책장 안에 빼곡하게 있을 자신의 아이들을 생각하며, 메이브는 티 나지 않게 웃었다. 엉덩이와 등에 닿는 부드러운 시트는 왠지 자신이 누워 있는 침대보다 더 부드럽고 따듯한 것 같았다.
몸을 뒹굴며 하얀 이불을 온몸에 싸맨 메이브는 나중에 흰 이불에 얼굴만 빼고 있는 애벌레 같은 자세로 고개를 꺾어 다비드를 올려다보았다.
“왜요? 다비드 님도 궁금하세요? 저 기억하는 거 많은데, 좀 알려 드릴까요?”
“……어떤 겁니까? 비밀이 많은 게 매력적이라는 것 빼고 나머지의 것들은요.”
“음…….”
생각한 것보다 그 책을 본 지 꽤 오래되어 자세한 내용은 생각나지 않았다. 몇 가지의 규칙과 이성을 꼬실 때 하는 방법들을 떠올렸다.
“먼저…….”
첫 만남에는 손을 잡으면 된다 했는지, 되지 않는다 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미간을 찌푸리며 머릿속을 굴려 보아도 그에 대한 답이 제대로 생각나지 않았다.
결국 메이브는 떠오르는 기억을 지우며 이게 맞겠지, 하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등 뒤로 묶여 있는 두 손으로 이불을 움켜쥔 상태로 입을 달싹거렸다.
“첫 만남에는 손을 꼭 잡아 줘야 한대요.”
“……손?”
“네, 음… 아마 맞을 거예요. 차가운 손을 따듯한 손으로 잡아 줘야 한다고 했어요.”
그 내용은 나중에 이성이 나를 좋아한다 싶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해야 하는 행동이었으나, 메이브는 자세한 책의 내용이 생각나지 않아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마구잡이의 지식을 떠올리며 설명했다.
그런 메이브와는 다르게 다비드는 근처의 탁상에 엉덩이를 기댄 상태로 고개를 끄덕였다. 첫 만남에 다비드는 메이브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그리고, 밥 먹을 때는 먹여 주는 것도 좋지만, 사소한 배려로 음식을 잘라 주는 것도 괜찮대요.”
“그렇군요.”
밥을 먹였을 때도 다비드는 메이브의 입 안으로 들어가는 음식이 혹여 뜨거울까 식혔고, 빵 또한 맛있게 구워진 부분을 뜯어서 잼을 찍어 먹여 주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아프면 안아 주고 부축해 줘야 한데요!”
기쁜 얼굴로 설명하며 웃는 메이브와 달리, 다비드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연녹색 눈을 빛내고 있었다. 그런 표정과 눈빛을 보지 못하고 자신만의 세계로 떨어져 버린 메이브는 마치 즐거운 이야기를 하듯 입술을 달싹이며 아기 새처럼 조잘거렸다.
“그리고, 또 뭐가 있습니까?”
힘이 빠져 두 다리가 후들거리며 떨리고 있던 메이브를 부축하고 안아 들며 그의 몸과 옷까지 빨아 주었던 다비드는 메이브가 하는 말이 혹시 자신을 가리키며 하는 말인가 생각하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음, 마지막은 섹…… 다비드 님, 왜 그런 표정으로 보고 있으세요?”
재잘재잘하며 말하고 있던 메이브가 다비드의 표정을 보고는 입을 꾹 다물었다. 흐뭇하며 어쩐지 기분 좋게 웃고 있는 표정에 하려던 말은 쏙 들어갔다. 또한 긴장감이 풀어진 건지 너무 혼자 시끄럽게 떠들었다는 걸 깨달았다.
눈만 느릿하게 깜박이며 다비드를 가만히 올려다보고 있자, 그는 탁상에서 엉덩이를 떨어트리며 침대 끝에 궁둥이를 걸치고 앉았다.
“아뇨. 그냥 웃음이 나와서요.”
배부르게 먹은 짐승처럼 웃고 있는 다비드의 표정을 메이브로선 이해할 수 없었다. 메이브는 자신이 하는 모든 말이 지금 두 사람이 했던 행동이라는 생각이 없었다.
“다비드 님도 참…… 실없이 웃으시네요.”
사람이 긍정적인 것은 참 좋다고 생각하며 메이브는 이불을 움켜쥐고 있던 손에 힘을 풀며 침대에 늘어졌다. 째깍째깍 움직이는 시계 소리만 귓가로 들으며 눈을 느리게 깜박였다.
“이제 곧 식사 시간이라서 일어나야 합니다.”
“네, 알고 있어요…….”
무언가 찜찜한 느낌이 들었으나, 그게 왜인지 알 수가 없어 메이브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눈앞에 보이는 다비드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러곤 숨을 천천히 들이켜고 내쉬었다. 따듯한 이불 속에서 빠져나가기 싫었으나 시간은 너무 빨리 흘러갔다.
“일어나야죠.”
시간이 잠깐 멈추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나른한 오후, 침대에 뻐근한 몸을 대자로 누워서 잠이 든다면 정말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마저도 지금의 자신으로선 이룰 수 없는 소원이었다.
5일, 5일만 지나면 굼벵이처럼 침대에 콕 박혀서 움직이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한 바퀴 몸을 빙글 돌린 후 몸을 감싸고 있던 이불을 풀어냈다.
“몇 분 남았어요?”
메이브는 그런 제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다비드를 가만히 바라보며 손을 살짝 들어 얼굴에 들러붙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두 다리를 쭉 뻗어 침대에서 스르르 일어났다.
“7분.”
다비드가 고개를 돌리며 말하는 것에 그의 시선을 따라갔다. 분침이 천천히 돌아 53분을 가리키는 것을 보며 뻐근한 허리를 이리저리 뒤틀었다. 꼬리뼈를 툭툭 두드리고 있어도, 허리에 묶여 있는 팔을 아무리 들어 올려 내려쳐도 날개뼈 밑 활배근까지밖에 닿지 않았다.
“벌써 점심 먹을 시간이네요…….”
지키지 못한 자를 굴리고 굴리면서 밥때는 잘 챙겨 주는 것이 웃겼다. 그나마 메이브는 다비드가 밥을 잘 먹여 주어서 다행이었지, 다른 사람들은 지금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었다.
다비드가 근처에 의자에 주저앉자, 메이브는 멀뚱멀뚱 다비드의 얼굴을 잠시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다리를 움직여 그에게 다가가 몸을 돌렸다.
음식이 아무것도 놓여 있지 않은 테이블 위에는 그저 작은 물병과 물 잔 하나가 있었다. 물을 바라보며 엉덩이를 쭉 빼고 천천히 엉덩이를 내리자, 허리와 허벅지에 자연스럽게 다비드의 손이 닿았다.
“도와줄까요?”
다비드가 작게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약간의 웃음소리가 섞여 있었다. 메이브는 느릿하게 눈을 깜박이며 궁둥이 아래에 닿아 있는 딱딱하면서도 물컹한 성기가 문질러지는 걸 느꼈다.
이대로 앉으면 안 들어갈 것을 알지만, 선뜻 다비드에게 도와 달라고 말하기는 약간 미안했다.
“으음…….”
“만약에 더 늦어서 다른 신관이 들어오면 메이브 님이 혼자 해야 해요.”
“그건 맞지만.”
신관이 들어오면 메이브는 오로지 혼자 다비드의 성기를 넣어 그를 품어야 한다. 하지만 이 상태라면 성기를 세우는 것부터 해야 한다. 그러다가 식사 시간을 지킬 수 없다면 그대로 벌을 받게 될 터였다.
“……도와주세요.”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메이브가 손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에서는 할 수 있는 것들이 별로 없었다. 혼자 화장실을 가는 것도 힘들고, 옷을 입는 것부터 몸을 씻는 것 하나하나 모두 다 다비드의 도움이 필요했다.
묶여 있는 손에서 움직일 수 있는 거라고는 손을 움켜쥐었다가 펼치는 것밖에 하지 못했고, 보이지 않는 상태로 물건을 잡기가 쉽지는 않았다.
숨을 천천히 들이켰다가 내쉬면서 눈을 한번 깜박이고, 볼 것도 없는 방 안을 훑어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 말, 하기를 기다렸어요.”
다비드의 덤덤한 말과 함께 허리에 둘러져 있는 손이 느리게 내려가 메이브의 허벅지를 붙잡았다. 불룩 튀어나온 단단한 허벅지를 지나 쪼그라들어 있는 메이브의 성기를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다비드는 자신의 손을 이용해 발기되지 않아 물렁거리는 성기를 몇 번 주물렀다. 시선은 둥그렇게 모양이 잡혀 있는 메이브의 엉덩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까의 거친 허리 짓 때문인지, 아니면 손에 부딪쳤던 것 때문인지 메이브의 하얀 살결 위에 분홍빛 자국들이 새겨져 있었다.
다비드는 천천히 미소를 머금은 상태로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텁텁하게 말라가는 입술 주변을 느릿하게 혀를 내밀어 핥았다.
당장 검은색 목줄에 가려진 메이브의 목을 혀로 핥고, 그 하얀 살결에 붉은색 자국들을 새기고 싶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단단하게 발기되는 성기를 움직여 귀두 끝부분으로 메이브의 구멍 주변을 문질렀다.
“메이브 님.”
“……네? 왜요.”
구멍에 닿는 성기의 끝은 뜨듯하면서도 미끄러웠다. 아래에서 꺼덕거리는 성기의 끝부분이 구멍 주변의 주름을 툭툭 두드리는 것을 느끼며 메이브는 살짝 상체를 비틀어 다비드를 내려다보았다.
살짝 올라간 입꼬리와 부드럽게 풀어진 얼굴, 기분 좋게 웃고 있는 다비드를 바라보며 눈을 느릿하게 깜박였다.
“저희 내기 하나 할래요?”
“내기요?”
다비드가 내기를 하자고 말하는 게 의아했다.
“어떤 내기요?”
내기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지금 이 상황에 왜 저런 것을 묻는 걸까 생각하며 두 눈을 느릿하게 깜박이며 다비드를 바라보았다.
“어려운 것도, 힘든 것도 아닐 거예요.”
“그러면요?”
“내기는 오로지 한 개예요.”
“내기 하나라고 말했으니까, 두 개면 안 되죠.”
메이브가 딱 잘라 다비드에게 말하자 다비드는 어깨를 살짝 떨면서 웃었다. 입꼬리는 말아 올라가고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에서 그의 고른 하얀 치열이 드러났다.
“네, 어때요? 저랑 내기 한 개 할래요?”
다비드는 어떤 내기를 하는지 제대로 말해 주지 않았다. 메이브는 그게 자신에게 좋을지, 아니면 안 좋은 것인지 알 수는 없었으나, 다비드가 이상한 내기를 하진 않을 거 같았다.
천천히 느릿하게 눈을 깜박이면서 잠시 고민하던 메이브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내용은 말해 주지 않으실 거죠?”
애매하게 앉아 있는 자세에 허벅지가 당겨 오면서 저렸다. 몸을 앞으로 빼고 다비드의 허벅지에 앉을까 하면서도 시간이 그렇게 여유롭지는 않았다.
“내기는 원래 모르고 있는 상태로 나중에 듣는 것이 재미있으니까요.”
“제게 불리한 내기인가요?”
“아니요. 메이브 님에게 내기가 불리하진 않습니다. 더 유리할지도 모르죠.”
“내기에 이기면 무슨 보상이 있는 건데요?”
어떤 내기를 한다 해도 보상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게 먹을 거나, 돈을 주는 거라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곧 다비드의 입술이 열리며 메이브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이기는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 어때요?”
소원, 작으면서 큰 것이었다.
“그 소원은 진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적정선이 있는 거예요?”
적정선이 없다면 진 사람에게는 내기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좋다. 그것을 알기에 메이브는 다비드의 휘어 있는 눈매와 연녹색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당연히 진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적정선이 있습니다. 과한 것을 원하거나 이루어 줄 수 없는 것을 원한다면, 이긴 사람의 소원은 사라지는 것이 조건인 것으로 하면 어떤가요?”
다비드의 말만 들었을 때는 메이브도 그렇게 불리하거나 안 좋은 것은 아니었다. 특히나, 메이브에게 더 유리하다는 말에 메이브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 내기가 뭐예요?”
메이브가 내기 조건을 받아들이자마자 다비드는 갑자기 메이브의 허벅지와 허리를 감싸며 어정쩡하게 앉아 있던 메이브의 하체를 내렸다.
“아흣!”
한순간에 어정쩡한 자세가 무너지며 다비드의 성기가 구멍 안으로 밀려들어 갔다. 둥근 궁둥이가 살짝 짓눌렸고, 다비드의 허벅지에 주저앉아 고개를 푹 숙인 상태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죄송해요. 시간이 별로 없었어요.”
“아흐…….”
시간이 별로 없었던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말없이 쑤셔 넣을 필요는 없었다. 순간 눈앞이 흐릿해졌던 메이브는 고개를 작게 흔들며 멈추었던 숨을 천천히 들이켜고 내쉬었다.
“다…… 흐…… 다음부터는, 말해 주세요…….”
“네.”
다비드는 손을 뻗어 메이브의 검은색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문지르고, 부드럽게 이마에 붙어 있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내기는 이 성년식이 끝나 신전을 벗어나는 그날까지, 메이브 님의 진짜 이름을 알아내는 거예요.”
“……네?”
“제가 메이브 님의 이름을 알아낸다면 저의 승리. 하지만 끝까지 알 수 없다면 제가 진 겁니다. 메이브 님께서 힌트를 주지 않는다면 제가 불리한 내기죠.”
메이브는 힘이 들어간 다리에 힘을 풀고 헛웃음을 지었다. 본인이 거짓된 이름을 말했다고 자신마저 이름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다비드의 모습이 바보 같아 웃음이 나왔다.
이 성년식이 끝날 때까지 메이브는 다비드에게 이름을 알려 줄 일은 없다고 생각하고 다짐했었다.
그러니 이 내기는 메이브가 이길 수 있으나, 그것은 다비드가 메이브의 이름이 거짓된 이름이라 생각했을 때에만 가능했다. 그가, 자신의 이름이 진실한 이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이 내기의 승리는 다비드에게 넘어가는 것이다.
승리의 축배를 들게 되는 것이 누구일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겠으나, 그 누가 된다 하더라도, 누구 하나 불리하지도 그렇다고 유리하지도 않은 내기였다.
“……그 내기는 제가 이길 거예요.”
단 하나, 다비드가 그것을 깨닫기 전까지 이 내기는 메이브의 승리가 확실했다.
“그러니 제가 지지 않게 열심히 노력해야겠네요.”
다비드는 메이브의 아랫배가 살짝 튀어나온 부분을 두 손으로 감싸 쥔 상태로 고개를 내밀어 메이브의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다음 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