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외전 7화 (37/37)

7.

입 맞추고, 살결을 핥고. 깊숙하게 나를 밀어 넣고 네가 내 것임을 확인받을 때가 아니면 나는 내내 불안했다. 칼같이 나를 잘라내고 돌아서던 선규호가 악몽처럼 꿈에 나타날 때면 소멸했다고 생각했던 상실감이 축축하게 차올랐다. 저지른 잘못이 있어서 섣불리 말을 꺼내지도 못했다. 만약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선규호가 나를 받아줬을까.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나를 선규호가 받아줬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게 날 사랑해서인지 어쩔 수 없는 동정 때문인지 사실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선규호가 곁에 있어만 준다면. 나를 봐준다면. 난 아무래도 좋았다.

근데, 마음을 읽는 능력이라니. 아무리 멍청해도 엘런이 이런 거짓말을 나불거릴 이유는 없었다. 선규호가 날 완전히 꿰뚫어 보고 있으면서 그간 연기를 했던 걸까. 그렇담 말이 안 된다. 아무리 기억을 지웠어도 내 손에 닿기만 해도 모든 걸 알아버리고도 남았을 텐데. 선규호에게선 그런 기미가 전혀 없었다. 실제로 꿈에 관한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선규호는 나에게 등을 돌렸었다. 마음을 다 읽고 있었다면 그런 반응이 나올 수가 없는데.

엘런을 보내고 베란다로 나와 담배를 물었다. 까슬까슬하던 밤공기가 습기를 머금은 것처럼 습했다. 꾸물꾸물하게 모여든 검은 구름들이 금방이라도 비를 토해낼 것 같았다. 불을 붙이고 깊게 한 모금 담배를 빨았다. 매캐한 담배 연기가 폐부를 드나드는 동안 선규호를 생각했다.

살면서 누군가를 이토록 열렬히 좋아해본 적이 없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삶이 피폐했고 엄마가 아저씨와 재혼하기 전까지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 내 것이라곤 하나 가져본 적 없이 살아서 어떤 것에도 애착을 느끼지 못했는데, 선규호와 함께 살아보니까 내가 얼마나 엉망으로 살아왔는지 실감했다. 미래도 뭣도 없이 시간을 죽이려고 태어난 것처럼 굴었던 게 부끄러웠다. 아저씨 힘을 빌리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연기학원을 맘잡고 다닌 것도, 어떤 배역이든 죽을 각오로 파고든 것도 전부 선규호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아주 조금이라도 닿고 싶었던 마음 때문이었다.

필터 앞까지 타들어 간 담배를 조용히 비벼 껐다. 형이 곧 있으면 일어날 터였다. 형이 어떤 말을 해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내 마음을 다 알고 연기를 했든, 그렇지 않든. 이젠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고 싶다는 말 한마디에 한없이 애틋해졌던 내 마음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선규호가 알아만 준다면. 그거면 충분할 것 같았다. 제법 밤공기가 초겨울의 냄새를 풍겼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켜고 천천히 뱉어냈다. 그리곤 베란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몇 걸음이면 볼 수 있는 선규호가 몹시 그리웠다.

* * *

“하아. 하읏. 태, 태오야.”

선규호가 나를 불렀다. 눈가에 맺힌 눈물이 금세 뺨을 타고 흐를 것 같았다. 내벽 가득 들어찬 성기를 느리게 쳐올렸다. 야릇한 촉감이 표피를 쓸고 지나갈 때마다 더 깊게 박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후우. 힘들어?”

몸을 숙여 눈가에 입을 맞추며 물었다. 가느다란 숨을 뱉던 선규호가 내 목에 팔을 둘렀다. 등 밑으로 손을 넣어 선규호의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내 허벅지 위에 올라탄 선규호가 깊, 깊어. 하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래서 싫어?”

“흐읏, 이, 이상해.”

흥분에 물든 눈꺼풀을 슬쩍 내리감자, 이슬처럼 투명한 눈물이 또르르 뺨을 타고 흘렀다. 나는 혀를 내밀어 그것을 조심스럽게 핥았다. 혀끝에 닿은 눈물이 이상하게 달콤했다. 허릴 튕길 때마다 선규호가 못 참겠다는 듯이 신음을 흘렸다. 잔뜩 팽창한 페니스를 잡아 입구를 들락거리는 속도에 맞춰 위아래로 흔들었다. 손바닥에 비벼지는 성기가 금방이라도 토정할 듯이 꿈틀거렸다. 내가 주는 쾌락을 남김없이 선규호가 삼켰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젖꼭지를 깨물면서 엉덩이를 좀 전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질퍽한 소리가 성기를 쳐올릴 때마다 또렷하게 방안을 울렸다.

빠르게 맥박 뛰던 성기가 희끄무레한 정액을 터트렸다. 내 배가 반질거리는 액으로 젖어들었다. 깊게 내 성기를 박은 채 양쪽 허벅지를 잔뜩 벌리고 있던 형이 가느다랗게 경련했다. 새하얀 허벅지가 덜덜 떨리는 게 다 보였다. 끝까지 밀어 넣은 좆을 강하게 압박해왔다. 입술 사이로 뜨거운 숨이 토해졌다. 맹렬하게 성기를 자극하는 내벽 탓에 사정감이 치솟았다. 허리가 쉴 새 없이 형의 안을 빠르게 드나들기 시작했다. 쾌감이 지나간 자리에 또 다른 쾌감이 넘어지는 도미노처럼 나를 자극했다.

“빼, 빼줘. 흣. 아으.”

형이 몸을 비틀며 내게서 떨어지려 했다. 내 좆을 깊게 삼킨 채 아랠 꽉 물고 있으면서 새빨개진 얼굴로 나를 졸랐다. 정액을 싼 지 얼마 되지 않은 형의 성기에서 물이 줄줄 새는 게 느껴졌다. 투명하고 맑은 체액이 야릇하게 내 몸을 적셔댔다. 바들바들 떨던 선규호가 쓰러지듯 내 어깨에 머릴 기대왔다.

“싫다고 했잖아. 아읏, 빼달라고.”

나는 형을 꽉 끌어안은 채 깊게 성기를 찔러 넣었다. 가장 안쪽까지 내 것으로 가득 채우고 싶었다. 참았던 사정감을 풀자 거센 속도로 정액이 선규호 안을 뜨겁게 채우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떨리는 호흡 사이로 선규호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그대로 입을 맞췄다. 본능적으로 선규호의 혀를 빨았다. 쾌감에 물든 하체가 꽉 맞물린 채 움직이지 않았다. 내 어깨 위로 형이 힘없이 늘어졌다. 사정하고 곧바로 시오후키까지 해서 체력이 완전히 바닥난 모양이었다. 끝까지 몰아갈 생각은 아니었는데, 도무지 자제가 되지 않았다. 나는 성기를 삽입한 채 형을 안고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왔다. 의식을 잃은 형을 조심스레 안아 들고 욕실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어릴 때부터 몸이 허약했는데, 성인이 돼서도 약한 건 마찬가지였다. 이 자그마한 체구에 무리를 시키지 말자고 매번 다짐하면서도 그게 잘 안 됐다. 욕조에 물을 받으면서 나는 내 품에 안겨 잠이 든 선규호을 끌어안고 등을 쓰다듬었다. 매끄러운 살결이 비단처럼 손을 움직일 때마다 느껴졌다. 잠깐 수그러들었다고 생각했던 좆이 형의 안에서 부피를 늘리고 있었다.

“규호야.”

“…….”

“선규호.”

가만히 형을 불렀지만, 조금도 미동이 없다. 부풀 대로 부푼 성기가 내벽의 압박에 잔뜩 자극되어 참기가 힘들었다. 지금 당장 안을 빠르게 드나들고 싶었다. 나는 형을 안아 들고 물이 금세 차오른 욕조 안으로 들어왔다. 뜨끈한 물의 온도가 마음에 들었다. 나는 잠든 형을 끌어안은 채 작게 숨을 내쉬었다. 허리가 멋대로 아래위로 흔들렸다. 온몸에 힘을 풀고 있어서 그런지 부드럽게 입구를 드나들 수 있었다.

“하으. 음. 하아.”

선규호가 신음을 흘리면서 느슨하게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깼어?”

“음. 으읏. 이, 이상해.”

“형이 하다가 잠깐 기절해서.”

“아래 무거워.”

“미안. 다시 커져서.”

뭐라 한 소리 들을 것 같았는데, 선규호가 그대로 내 가슴팍에 머릴 기대왔다. 쿵쿵 울리는 내 심장 소리를 듣는 것처럼 가만히 귀를 가져다 댔다. 스르륵 눈을 감고 선규호가 입술만 움직여 속삭였다.

“해.”

“…….”

“해줘, 태오야.”

* * *

각종 시상식과 빼곡한 행사가 이어지던 연말이 지나고 새해가 밝았다. 매니저 누나가 차기작 선정을 했으면 좋겠다며 놓고 간 시나리오만 열다섯 편이 넘었다. 이렇게 많은 감독이 러브콜을 보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이게 다 오준 감독과 함께한 ‘낮달의 바다’에서 맡았던 배항조 역이 크게 히트를 치면서 신인상과 남우조연상을 받은 결과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영향 덕분인지 노예처럼 부려먹던 기획사 사장이 고생했다며 한 달간 휴가를 주었다. 스케줄 없는 하루하루가 처음엔 정말 이상했는데, 일주일 정도 지나자 금세 놀고먹는 생활에 익숙해졌다. 매일 선규호를 끌어안고 시간을 보냈다. 장을 보러 마트에 가기도 하고 대형 서점에 들러 책을 사기도 했다. 심야 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가서 사람들 몰래 키스를 하기도 하고 덜컹거리는 버스 뒷좌석에 올라타 서울 시내를 누비기도 했다.

길을 걷다가 건물 안으로 숨어들어 화장실 맨 끝 칸에 몰아 세워놓고 젖꼭지를 빤 적도 있었다. 딱딱하게 발기한 선규호의 성기를 입안 가득 물었을 때, 정말 머리채를 몽땅 뽑힐 뻔했다. 시시콜콜한 일로 난리를 치다가도 밤이 되면 선규호는 내 방으로 기어들어 와 내 옆에서 잠들었다. 나는 품에 가득 선규호를 안고 입을 맞추었다.

“선규호.”

“…….”

“자?”

“으응….”

나는 피식 웃었다. 선잠이 든 선규호가 애처럼 칭얼대며 내 가슴팍에 얼굴을 비벼댔다. 간질간질한 솜털이 닿는 것처럼 공기마저 달큼해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이불을 덮어주면서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조금 더 선규호를 내 쪽으로 당겨 안았다. 그리곤 귓가에 입술을 대고 속삭였다.

“좋아해, 규호야.”

선규호가 내 말에 웃음소릴 냈다. 졸음이 매달린 눈을 들어 올려 나를 쳐다봤다. 우리의 시선이 곧바로 마주 닿았다.

“네가 좋아.”

선규호가 다시금 푸스스 웃었다.

“이리 와봐.”

덜걱 내 목을 잡아끌면서 그대로 입술에 입을 맞췄다. 잠깐 닿았다 떨어진 입술이 달콤했다. 이상하게 가슴 가득 충만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더 찐하게 해줘. 형.”

선규호가 다시 입술을 부딪쳐왔다. 혀끝으로 내 입술을 핥는 게 느껴졌다. 그 촉감에 등줄기로 전율이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입을 벌려 얼른 형의 혀를 삼켰다. 뜨거운 혀가 내 혀를 어루만졌다. 목덜미를 바짝 당기면서 입안을 더듬었다. 타액이 섞이고 혀가 얽혀들었다. 쿵쿵 울리는 심장 소리가 평소보다 커서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하아. 하.”

차오른 숨을 뱉어낸 순간 선균호가 다시 입술을 겹쳐왔다. 녹아들듯 혀에 맞닿는 입술 탓에 아래가 서는 게 느껴졌다. 나는 형의 엉덩이를 내 쪽으로 당겨 부풀어 오른 성기를 본능적으로 비벼댔다.

“야. 읏. 기태오 너.”

“…하고 싶어.”

“또 그 표정으로 조르지?”

“그래서 싫어?”

“아니.”

선규호가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나를 쳐다봤다. 말갛게 올라간 호선이 어느 때보다 예뻤다.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인 선규호가 귓가에 입술을 붙여왔다. 가느다란 숨이 간질간질했다. 선규호가 작게 입술을 달싹였다.

“태오야.”

“…….”

“…사랑해.”

이상하게 코끝이 시큰해졌다. 쿵쿵 울리는 심장 소리는 아까 전보다 세차게 뛰고 있었다. 어느 틈에 창밖으로 새하얀 눈발이 하나둘 날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대로 선규호를 꽉 끌어안았다. 어디선가 울리는 종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왔다. 어느 때보다 다정한 밤이 점점 깊어가고 있었다.

< 외전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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