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외전 4화 (34/37)

4.

태오가 나를 번쩍 안아 들었다. 아래를 뚫고 들어온 성기가 깊게 박혀드는 게 느껴졌다. 나는 팔을 둘러 태오의 목을 끌어안은 채 움직일 때마다 들락거리는 성기를 느끼면서 작게 헐떡였다. 그도 그럴 게 부풀어 오른 전립선을 강렬하게 뭉개면서 들락거리고 있어 귀두 끝까지 저릿저릿한 쾌감에 사정감이 치밀어 올랐다.

“아까 내가 싼 정액이 흘러서 안이 촉촉해.”

“흣!”

“여기 좋아하지. 꾹꾹 비빌 때마다 엉덩이 흔드는 거 알아?”

“하으, 하아. 읍!”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익숙한 거실이 눈에 들어왔다.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성기를 잔뜩 안에 박아 넣은 채 녀석에게 매달려 이동하고 있다고 생각하자 급격한 수치심에 얼굴이 벌게졌다. 나도 모르게 태오를 꽉 끌어안았다. 애액이라도 흘리는 것처럼 녀석의 정액에 축축하게 젖은 아래가 매끄럽게 성기를 빨고 있는 게 느껴졌다. 식탁 의자를 뺀 기태오가 나를 안은 채 의자에 앉았다. 입구를 강하게 치고 박혀 들어온 성기가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녀석이 등을 받치면서 내 젖꼭지를 다시 물었다. 번갈아 가면서 양쪽 젖꼭지를 물었다가 핥았다가 다시 물기를 반복하면서 뭉근하게 성기를 쳐올렸다. 빳빳해진 성기를 녀석의 배레나룻에 비벼대면서 나도 모르게 엉덩이를 들썩였다.

“하으. 하앗. 태오야. 읏. 좋아.”

신음을 아무렇게 뱉으면서 녀석이 주는 쾌락에 가느다랗게 떨었다. 통통하게 부풀어 오른 젖꼭지를 혀로 핥던 녀석이 입술을 떼고 나를 쳐다봤다. 열락에 잠긴 눈동자가 뜨겁게 나를 바라보며 속삭였다.

“밥, 밥 먹어야지. 다 식겠어.”

“으응.”

녀석이 나를 안은 채 몸을 일으켰다. 두 발이 바닥에 닿자 녀석이 천천히 맞붙었던 성기를 빼냈다.

“마주 보고선 밥을 먹을 수 없잖아.”

녀석이 나를 당겨 체위를 바꾸기 시작했다. 내 몸을 돌려 식탁에 두 손을 짚게 엉덩이를 벌렸다. 내내 성기가 박혀 있었던 탓에 단박에 밀고 들어오는 단단한 성기를 무리 없이 받아들였다. 뒤에서 완전히 하체를 붙인 녀석이 양쪽 무릎 아래에 손을 밀어 넣고 그대로 번쩍 안아 들었다.

“야. 야. 너 지금.”

훅 하고 귓불이 뜨거워졌다. 그 뜨거움이 목을 지나 상체를 뒤덮는 것 같은 수치심에 빨리 내려달라고 녀석을 다그쳤지만 귓불을 야릇하게 핥아 올리면서 “그냥 밥 먹는 건데 왜 그래.” 하고 능청을 부렸다. 녀석이 식탁 위로 차려 놓은 음식들이 눈에 들어왔다. 목덜미에 입을 박고 춥춥 빨면서 양손을 올려 젖꼭지를 각각 그러쥐고 건드렸다. 검지로 미약하게 젖꼭지를 애무하면서 목덜미를 물어뜯어 발기한 성기가 자꾸만 저릿저릿해져 왔다.

나는 천천히 생수가 담긴 유리컵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식도를 타고 들어가는 냉기 서린 감촉에 잘게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젖꼭지를 만지면서 엉덩이를 쳐올리는 기태오 때문에 들고 있던 유리컵을 내려놓았다. 허기가 진 건 사실이지만 도무지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야, 이러고 어떻게 밥을 먹어?”

“그럼 살짝 찔러줄까?”

“죽을래?”

“빼기 싫어서 그래.”

“흣… 거기, 그만 만져.”

손을 들어 양쪽 젖꼭지를 쥐고 야릇하게 비틀어대는 녀석의 손을 저지했다. 떼어내려고 힘을 줬지만, 꼭지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야. 놔. 떨어질 거 같….”

갑자기 몸이 홱 돌려졌다. 허리가 휘고 깊게 박혔던 게 입구 밖으로 튕겨 나갔다. 녀석이 내 몸을 완전히 돌려 자신의 허벅지에 앉혔다. 갑자기 마주 보게 되자 묘하게 얼굴이 붉어졌다. 녀석이 내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추곤 나지막이 속삭였다.

“선규호.”

“…….”

“감질나서 안 되겠어.”

“…….”

“밥 먹기 전에 한 번만 해. 어?”

* * *

겨우 눈을 떴을 때는 열한 시 반이 조금 넘어 있었다. 오랜만에 무리했던 탓인지 온몸이 근육통으로 아리는 기분이었다. 상체를 세우는 것만으로 몸이 뻐근했다. 슬리퍼를 신고 몸을 일으킨 순간, 엉치뼈 위로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비아그라를 한 통 씹어 삼킨 것같이 태오는 무섭게 달려들었다. 만나지 못한 시간들을 메꾸려는 듯 집안 곳곳을 누비며 몇 번이고 몸을 겹쳐왔다. 변태 아니랄까 봐 밥 먹으면서도 아래를 빼지 않고 있으려는 통에 애를 먹었다.

욕실 안으로 들어가 칫솔에 치약부터 짜냈다. 버릇처럼 거울을 들여다보다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큼지막한 거울에 비친 모습이 가관이었다. 여기저기 깨물고 빨아댄 자국들이 선명하게 상체를 뒤덮고 있었다. 무엇보다 봉긋하게 부풀어 꼭지가 평소보다 커진 것을 눈으로 확인했을 땐 한숨이 새어 나왔다. 가만히 끝을 건들자 쓰라리듯 따가운 통증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아주 살짝만 스쳐도 이 정도인데, 갑자기 어떤 옷을 입어야 하나 고민이 됐다.

양치를 끝내고 샤워부스 안에서 샤워를 하다가 화들짝 놀랐다. 문제는 상체뿐만이 아니었다. 허벅지 안쪽부터 시작해 발등까지 빨고 물어뜯은 흔적들이 빽빽했다. 거기다 성기를 얼마나 물고 빨았는지 귀두 끝이 벌겋게 부어 있었다. 쏟아지는 물줄기에 닿은 것만으로도 예민한 살결이 홧홧해지는 기분이었다. 고작 하룻밤 만에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다니. 이래놓고 성기를 깊게 박고 엉덩이를 치켜세우면서 빼지 않고 자면 안 되겠냐는 말을 했을 땐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이었다.

샤워만 했는데 몸이 축나는 것 같았다. 다행히 토요일이라 학교에 안 가도 되니 심적으로 마음이 놓였다. 속옷을 챙겨 입고 흰 면티를 걸쳤다. 옷감이 닿을 때마다 젖꼭지가 쓰라렸다. 이 상태론 모든 신경이 젖꼭지에 쏠려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았다. 가볍게 추리닝 바지를 입고 방을 빠져나오는데, 도어 록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고 아무렇게 운동화를 벗어 던진 엘런이 안으로 들어왔다. 뭘 사 왔는지 편의점 로고가 찍힌 봉투를 테이블에 던져놓고 소파에 털썩 주저앉는다.

“너 어제, 저녁 굶었다면서. 아침은 먹었냐?”

“그걸 어떻게 알았어?”

“태오 그 씹새끼가 셔틀 시키면서 알려주던데?”

“뭘 시켰는데?”

“까봐.”

눈짓으로 테이블의 봉투를 가리킨다.

“존나 배고픈데 먹을 거 없나?”

몸을 일으킨 엘런이 곧장 주방으로 들어간다. 그사이 키가 더 컸는지 엘런 앞에 놓인 냉장고가 작아 보인다. 벌컥 냉장고를 열고 안을 들여다보고 있던 엘런의 목소리에 갑작스레 화색이 돈다.

“어? 윤 여사 다녀가셨네?”

대학 근처 오피스텔로 자연스럽게 거처를 옮길 무렵부터 엘런은 제집처럼 우리 집을 드나들었다. 태오가 혼수상태로 깨어나지 못했을 때, 나만큼 절망하고 가슴 아파했던 게 엘런이란 걸 안다. 꿈을 통해 무의식의 밑바닥까지 내려가 태오를 몇 번이고 꺼내려고 애썼다. 태오가 엘런에게 처음으로 마음을 연 상대였듯이 엘런에게도 태오가 그런 존재였다는 걸 알고 있었다.

병실에 우두커니 앉아 태오를 지켜보고 있는 동안 말없이 내 옆에서 슬픔을 함께 공감해준 것도 엘런이었다. 기적과도 같이 태오가 깨어났을 때 엘런이 얼마나 기뻐하고 좋아했던지. 그 마음이 어떤 건지 손끝만 닿아도 다 알 수 있었다.

“희용이한테 갔다 왔어?”

“어.”

“오늘은 좀 어때?”

“희재가 오지 말라고 지랄 떨더라?”

“걔, 너 싫어하잖아.”

“아, 쫌.”

냉장고에서 반찬 통들을 우르르 꺼내 식탁에 나열하던 엘런이 뚜껑을 하나씩 열면서 감탄사를 연발한다.

“우리 윤 여사 나 좋아하는 갈비찜도 해놨네?”

“나 먹으라고 한 거거든.”

“어차피 너 입 짧아서 다 못 먹잖아.”

녀석이 밥통에서 밥을 가득 퍼 담는 동안, 나는 엘런이 사 온 비닐 봉투를 집어 들었다. 대체 태오가 뭘 시켰길래 군말 없이 엘런이 셔틀을 했는지 궁금했다. 봉투 안에 손을 넣어 네모난 박스를 꺼냈다. 초박형이란 단어 아래 XL’라고 쓰인 사이즈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귓불이 뜨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콘돔 떨어졌다며.”

“야!”

“아, 맞다! 안에 그거 있는데?”

여기서 더 놀랄 게 뭐가 있다고. 괜히 봉투 속을 들여다보는 게 겁이 났다.

“너 젖꼭지 부었다고 태오가 존나 사정해서 사 왔으니까 얼른 붙여.”

대체 이 새끼들은 아침부터 무슨 대화를 한 거야. 손을 넣자 좀 전 것과 종류가 다른 종이 박스가 손에 잡혔다. 꺼내보니 니플밴드’라는 커다란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병 주고 약 주는 기태오나 그걸 셔틀하고 있는 엘런이나. 둘이 친구 아니랄까 봐, 하는 짓이 똑같다.

“왜, 혼자 못 붙이겠어?”

“…….”

“내가 붙여줄까?”

틈만 나면 저렇게 실없는 농담을 하지.

“아가리 닥쳐라.”

“살살 핥아서 붙여줄 수 있는데?”

“좆까!”

내가 욕을 하자 엘런이 피식 웃으며 나를 쳐다봤다.

“농담도 못 하냐?”

식탁에 밥그릇 두 개를 차례로 내려놓는다. 수저를 챙겨 들고 생수도 한 병 꺼내온다.

“빨리 와, 다 차렸어!”

몸을 슬쩍 움직이는 순간 아릿한 통증이 다시금 느껴졌다. 정말 저걸 붙여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 식탁 의자를 빼고 앉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한입 떠 넣었다. 간밤, 이 자리에서 태오에게 박혀 어쩔 줄 모르던 게 떠올랐다. 한 번만 하자고 했던 녀석이 짐승으로 변해 몇 번이고 아래를 압박하던 걸 생각하니 입안이 바싹바싹 마르는 것 같았다. 생수를 따른 유리컵을 들어 목을 축였다.

“반희용 말이야.”

젓가락으로 반찬을 옮기던 손을 내려놓고 엘런이 나를 쳐다봤다. 나를 바라보던 눈동자엔 어느 틈에 장난기가 싹 빠져 있었다. 병실에 다녀왔다고 했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컵을 내려놓고 엘런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다시 한 번 꿈에 들어갈까 해.”

“왜?”

“마지막 인사를 하려고.”

엘런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반희용의 사고 이후 오랫동안 자신을 자책해왔을 터였다. 검은 대리석 바닥에 누워 잠들어 있던 반희용이 떠올랐다. 중학생의 모습 그대로 깊게 잠들어 있었다. 우리들의 시간과 다르게 반희용의 시간은 완전히 멈춰 있었다.

“희재가 그러더라.”

“…….”

“가망이 없대.”

“…….”

“의사가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좋겠다고 했대.”

차갑게 식은 반희용을 만졌을 때 아무것도 읽어 들일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엘런이 알고 싶었던 반희용의 마음은 텅 비어 있었다. 가까스로 의료진의 힘을 빌려 삶을 연장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갑작스러웠다. 내가 이런데 엘런은 얼마나 마음이 심란할까. 담담한 척하고 있지만, 엘런은 몇 번이고 무너지고 또 무너졌을 터였다. 태오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던 그 몇 달처럼 내가 느꼈던 그 감정을 고스란히 감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도 데려가 줘.”

어쩌면, 반희용의 마음을 읽을지도 모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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