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외전 2화 (32/37)

2.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아무런 기척이 없는 걸 보니 아마 태오는 아직도 잠든 모양이었다. 지퍼를 내려 겉옷을 벗고 가방을 내려놓고…. 집에 돌아오기 위해 시달렸던 시간들이 거짓말처럼 어깨 너머로 사라진 기분이다. 방문을 열자 텅 빈 침대가 눈에 들어왔다. 어디 갔을까. 욕실? 방을 빠져나와 욕실 문 앞에 서서 노크를 하려는 순간, 베란다 문이 드르륵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반사적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가을이라고 해도 날씨가 꽤 쌀쌀한데 반팔 차림의 기태오가 안으로 들어오는 게 보였다. 눈이 마주친 순간, 심장 아래가 뜨겁게 두근거리는 게 느껴졌다. 까놓고 말해 나는 기태오의 얼굴에 약하다. 곱실곱실한 머리카락 아래로 사내다운 눈썹이라든가, 나를 볼 때의 눈동자, 곧은 콧날, 어딘가 위험해 보이는 입술선까지. 만지면 다 드러날 것 같은 마음들이 녀석에겐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점도. 이상하게. 좋다. 태오가 나를 보고 웃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뭐 했어?”

태오는 대답 대신 들고 있던 담배를 흔들었다. 다시 피우는구나. 서로 만날 수 없던 6주의 시간 동안 내가 모르는 일들이 꽤 있었겠지. 담배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가볍게 생각하자. 밀린 이야긴 차분하게 하면 되니까. 성큼 다가온 녀석이 단단한 팔을 뻗어 나를 끌어안는다. 내 목덜미에 입을 맞추면서 깊게 숨을 들이마신다. 나는 천천히 팔을 둘러 태오의 허릴 끌어안았다. 그리운 느낌이 가득 차오르는 것 같다. 눈을 감고 좀 더 태오를 꼭 끌어안았다.

“오전 강의만 듣고 온다며.”

“음…. 일이 좀 있었어.”

“나 얌전히 기다렸는데.”

귓가에 닿는 목소리가 묘하게 뜨겁다. 순간 피식 웃음이 샜다. 잔뜩 기대고 있던 머릴 떼고 녀석을 올려다봤다. 농익은 눈동자가 열락에 잠긴 것처럼 나를 내려다본다. 슬쩍 눈꺼풀을 내리자, 금세 귓가에 입술이 달라붙는다. 기태오의 숨결이 뜨겁게 귓바퀴를 타고 흘러들어 온다. 날 부르는 녀석의 목소리에 몸 어딘가가 불에 덴 것같이 뜨겁다. 네가 다시금 입술을 달싹였다.

“자위도 꾹 참고.”

“…….”

“형, 오기만을,”

“…….”

“얌전히 기다렸어.”

귓불이 붉어졌다. 나른한 녀석의 목소리에 마른침이 삼켜졌다. 한껏 발기한 성기를 녀석의 입에 물리고 사정했던 아침 일이 떠올랐다. 그 상태로 나를 기다렸다니. 이상한 종류의 감정이 나를 고조시키고 있었다. 나를 내려다보는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고갤 들어 녀석의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가 놓았다. 미소가 감도는 입술이 나를 향해 작게 속삭인다.

“설마, 이거로 퉁 치려고?”

그대로 턱이 들어 올려졌다. 녀석이 엄지손가락으로 아랫입술을 느리게 쓸면서 눈을 맞춰왔다.

“6주 내내 참았다고.”

얼굴이 훅 하고 달아올랐다. 어떤 표정으로 녀석을 보고 있을지 뻔해서 어디론가 숨고 싶었다. 이렇게 좋아하는 티를 혼자 다 내고 있는 게 싫었다. 점잔 뺄 생각은 아니지만, 적어도 너보다는. 너보다는….

“넌, 아니야?”

되묻는 말에 고갤 좌우로 흔들었다. 녀석의 손끝에 들려진 턱이 그대로 당겨졌다. 달콤한 입술이 맞닿아왔다. 저절로 눈이 감겼다. 홧홧한 불이 심장 어귀에 붙는 게 느껴졌다. 집요하게 나를 탐하는 혀가 입안을 깊이 휘저었다. 축축한 살결이 나를 더듬고 애무했다. 숨이 차올라 자꾸만 가슴이 뻐근해졌다. 읍, 으읏. 태오야. 입술이 떨어졌다 싶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엉켜들었다. 녀석이 입술을 벌려 나를 탐할 때마다 몸에 힘이 자꾸만 빠지는 것 같았다.

“하아. 하아….”

입술이 떨어졌을 때, 내 옷이 반쯤 벗겨졌다는 걸 깨달았다. 단추가 다 뜯어진 셔츠가 어느 틈에 어깨 아래로 흘러내려 손목에 걸쳐져 있었다. 거친 숨을 내쉬며 호흡을 고르는 사이 녀석이 몸을 내 쪽으로 수그렸다. 그대로 왼쪽 젖꼭지에 입을 맞춰왔다. 열기를 머금은 축축한 혀가 젖꼭지에 닿는 게 느껴졌다. 6주 동안 나도 건든 적 없던 곳에 혀가 닿자 은근한 열이 몰려들었다.

“태오야, 나, 씻고 올…아읏!”

젖꼭지를 잇새에 물고 태오가 슬쩍 깨물었다. 아릿한 통증을 동반한 쾌감이 짜릿하게 퍼져 나갔다. 젖꼭지를 깨물린 것만으로 성기가 빳빳해졌다.

“으읏, 그만.”

녀석의 이마를 밀었지만 꿈쩍도 않고 젖꼭지를 빨기 시작했다. 딱딱하게 발기한 돌기가 빨려질 때마다 야릇한 쾌감이 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가빠진 호흡 사이로 참기 힘든 소리가 새어 나올 것 같았다. 젖꼭지를 빨면서 바지춤으로 손이 닿는 게 느껴졌다. 벨트를 풀고 지퍼가 내려갔다. 태오의 양손이 어렵지 않게 허릴 타고 청바지 안으로 파고들었다. 커다란 손이 양쪽 엉덩이를 움켜쥐는 게 느껴졌다. 그 촉감만으로 회음부 안쪽이 찌르르 울리는 것 같았다. 말랑말랑한 엉덩일 손바닥 가득 담고 양쪽으로 벌리자 입구가 움찔거리는 감각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하아. 읏. 태, 태오야.”

손을 뒤로 가져가 태오의 손목을 그러쥐고 힘을 줬지만 단단한 팔이 움직일 리 없었다. 물고 있던 젖꼭지를 놓고 가소롭다는 듯이 태오가 씨익 웃었다. 상체를 일으킨 태오가 귓가에 입술을 붙이며 내 엉덩이를 움켜쥔 채 바짝 끌어당겼다. 단단하게 커진 태오의 성기가 맞닿는 게 느껴졌다.

“왜 그래. 오랜만에 만져서 부끄러워?”

“씻고 싶….”

허벅지에 걸쳐진 청바지 탓에 드로즈 위로 태오의 성기가 바로 맞닿아왔다. 언제부터 발기했는지 뜨거운 열기로 문질러지는 촉감에 애가 타기 시작했다. 음란하게 허릴 움직이면서 태오가 속삭였다.

“같이 씻어, 형.”

* * *

머리 위로 쏟아지는 물의 온도가 따뜻해 몸이 나른했다. 따뜻하게 머리카락을 적신 후 샴푸 거품이 가득한 손으로 머릴 감겨주는데 자꾸만 눈이 감겼다. 단둘이 시간을 보내는 게 얼마 만인가. 생각해보면 태오랑 함께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 병실에서 기적같이 깨어난 녀석은 재활 운동을 부지런히 하면서 사고가 났었던 영화 촬영에 다시 합류했다.

오준 감독은 이미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알아주는 감독이라 그와 함께 작품을 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지만, 무리하고 있는 태오가 나는 걱정스러웠다. 오토바이 사고처럼 무시무시한 일이 언제 또 벌어질지 모르는데, 위험천만한 촬영 현장에서 스턴트맨도 쓰지 않고 태오는 덤덤히 맡은 역할을 소화했다. 예견된 것처럼 영화는 흥행에 성공했고, 보시다시피 충무로에서 가장 핫한 스타가 됐지만 나는 여전히 녀석이 걱정됐다.

“젖꼭지 씻게 가슴 보여줘 봐.”

“내, 내가 할게.”

“내기 잊었어? 진 사람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씻겨주기로 했잖아.”

욕실에 들어오기 전 갑자기 가위바위보를 하자고 해서, 생각 없이 했다가 녀석을 일일 세신사로 쓰게 됐다. 머리를 감겨주고 본격적으로 몸을 씻길 모양이다. 몸을 돌려 녀석과 마주했다. 알몸을 훑는 녀석의 시선에 괜히 기분이 야릇해졌다. 아침에 성기까지 빨려놓고 이런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스스로가 우습지만. 얼굴을 마주 보는 게 몹시 쑥스러웠다. 때마침 물이 고인 머리카락에서 물방울이 떨어졌다. 손바닥으로 머릴 쓸어 넘기는데, 태오가 그대로 고개를 숙여 내 입술에 입을 맞춰왔다. 쪽,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욕실에 울렸다. 야. 낮게 녀석을 부르자, 다시 입술에 입을 맞추며 쪽 소릴 냈다.

“젖꼭지 혀로 핥아서 씻겨도 돼?”

“반, 반칙이지. 어떤 세신사가 혀로 핥아서 씻겨주냐?”

“그럼 여긴 핥아도 돼?”

오므리고 있는 허벅지를 벌린 손가락이 고환 아래쪽을 지나 엉덩이 안쪽을 건든다. 함께 욕실로 들어오면서 기대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아직 다 씻지도 않았고 풀어주려면 시간도 좀 걸리는데. 다짜고짜 거길 핥고 싶다는 기태오 때문에 머리가 아찔해졌다. 나는 얼른 주먹으로 녀석의 가슴팍을 밀었다.

“장난 그만 치고. 빨리 씻어.”

그 순간 태오가 내 허리에 팔을 감아 그대로 나를 들고 몸을 일으켰다. 녀석의 힘에 의해 몸이 붕 떠올랐다. 찰랑대는 욕조에 들어가 몸을 누이곤 내 팔을 끌어당겼다. 금세 녀석 위로 몸이 겹쳐졌다. 녀석의 가슴 위로 유두가 비벼지자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녀석의 손이 내 양쪽 허릴 잡아 위로 올렸다. 상체가 위쪽으로 올라갔다. 그 순간 녀석의 머리가 가슴에 맞닿는 게 느껴졌다. 입술이 오른쪽 젖꼭지를 물고 혀를 내밀어 돌기를 건드는 게 느껴졌다. 아무것도 느낄 수 없던 곳에 쾌감이 생기게 된 건 기태오와 붙어 있을 때마다 빨렸기 때문일 것이다.

“읏, 하으. 태, 태오야.”

“젖꼭지 딱딱하게 뭉쳐서 빨리는 거 알겠어?”

“하으. 그렇게 세게 빨면….”

“살살 빨아줄까.”

“아니. 흡, 가, 간지러워.”

혓바닥으로 느리게 쓸어올리면서 연한 유륜을 혀로 돌린다. 그러면서 입안 가득 물고 강하게 빨면서 혀로 꼭지 끝을 건드는데 엉덩이가 멋대로 들썩거렸다. 나도 모르게 발기한 성기를 녀석의 배 위에 문지르기 시작했다. 젖꼭지를 세게 빨릴 때마다 격한 쾌감이 치고 올라오는데, 그에 비해 아래쪽은 탄탄하게 짜인 배와 흉근 사이를 배회하며 비벼지고 있어 자꾸만 감질났다.

“하으, 태, 태오야.”

태오의 머릴 두 팔로 감싸면서 헐떡였다. 반대편 젖꼭지를 물고 야릇하게 빨고 있는 기태오 때문에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았다. 찰박찰박 물소릴 내며 태오 몸에 성기를 비벼대는 내 엉덩이를 만지작거리면서 열이 오른 입구를 건드렸다. 물에 젖은 길고 단단한 손가락이 아래쪽을 뚫고 들어왔다. 여전히 젖꼭지를 빨면서 혀로 핥아대고 있어 양쪽에서 오는 자극에 가느다랗게 몸을 떨었다. 태오는 능숙하게 입구를 넓히면서 나를 흥분시켰다. 젖꼭지 끝만 간질이듯 깨물던 태오가 입술을 떼고 허릴 아래로 잡아당겼다. 물 아래로 완전히 잠긴 하체에 거대한 녀석의 성기가 맞닿는 게 느껴졌다. 녀석의 손이 엉덩이 사이를 들락거리며 입구를 이완시키고 있어 자꾸만 입이 마르는 것 같았다. 태오의 목을 끌어안은 채 뭉근하게 피어오르는 쾌감에 헐떡였다.

“왜 이렇게 흥분해?”

“……읏. 하으.”

“오랜만이라서 그래?”

“하으. 거긴!”

“알아. 여기 눌러주면 형이 자지러지는 거.”

깊숙하게 손가락을 밀어 넣고 닿기만 해도 어떻게 될 것 같은 곳을 느리게 쓸면서 꾸욱 눌렀다. 허리가 화들짝 휘었다. 팽팽한 성기 끝이 당기면서 사정하고 싶은 욕구가 차올랐다. 태오는 입꼬릴 느슨하게 올리면서 속삭였다.

“쉬이. 조금만 참아봐.”

오물거리며 손가락을 빨고 있는 입구를 야릇하게 드나들기 시작했다. 태오의 손가락만으로 참을 수 없는 쾌감이 전류처럼 온몸에 흘러내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