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꿈과 함께
팬티 안으로 큼지막한 손을 밀어 넣어 선규호의 성기를 그러쥐었다. 뜨겁게 발기한 성기가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처럼 맥박치는 게 느껴졌다. 흥분감에 피가 몰려 정신이 없을 텐데, 한계치까지 바짝 선 성기를 내게 들키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다시금 선규호가 내 가슴팍을 밀며 나를 말렸다. 나는 멈추지 않았다. 일부러 발기한 성기를 그러쥐고 위아래로 느릿하게 문질렀다. 귀까지 새빨개진 선규호가 어쩔 줄 몰라 했다. 위아래로 흥분한 성기를 움직이면서 다른 손으론 연분홍 입구를 만졌다.
“어딜 만지는…흡!”
좀처럼 꽉 닫힌 입구가 열리지 않았다. 이래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메마른 입구를 문지르다가 천천히 손을 빼냈다. 수치심에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선규호가 겨우 입을 열었다.
“거기. 말라서 아파.”
몸을 숙여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조금만 기다려.”
쪽 소리가 나게 입술을 떼고 몸을 일으켰다. 빠르게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로션이라면 어딘가에 있을 터였다. 처음 선규호와 섹스를 했을 때 콘돔이나 젤 같은 걸 생각 안 한 건 아니었다. 매번 정액을 짜내 뒤를 풀면 건강에 좋지 못할 게 분명했다. 하지만 어디 가서 함부로 그런 걸 살 신분도 못 됐다. 빨리 어른이 된다면 좋겠다. 내 힘으로 벌어 먹고살면서 선규호랑 단둘이 지내고 싶다고. 꿈같은 먼 미래를 잠깐 상상했다.
아래층 욕실을 뒤져보면 뭔가 나올 것 같았다. 발을 옮겨 부부 욕실 안으로 들어섰다. 선반 맨 아래쪽에 콘돔 박스가 보였다. 그 옆으로 일회용 러브젤이라니. 못 볼 걸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 절실하게 이것들이 필요했다. 박스를 열고 표 나지 않게 내용물을 챙겼다.
누가 지켜보는 것도 아닌데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2층 계단을 몇 개씩 밟고 올라섰다. 차오르는 숨을 삼키면서 방문을 얼른 열었다. 침대에 엎어져 있는 선규호가 보였다. 곱게 눈을 감고 있는 아름다운 옆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엉덩이를 깐 채 숨 죽은 성기를 내놓고 자고 있는 선규호가 귀여워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벌써 새벽 세 시가 넘고 있었다. 잠잘 시간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걸 알았다. 나는 침대에 모로 누워 형의 뒤통수를 바라봤다. 새하얀 목덜미, 곧은 척추, 허리 밑으로 탄력적인 엉덩이가 유혹적이었다. 나는 등 뒤에서 팔을 둘러 선규호를 껴안았다. 자연스럽게 하체가 맞닿았다. 매혹적인 엉덩이에 발기로 딱딱해진 성기가 맞닿았다. 그 촉감에 쿵쿵 가슴이 들뜨기 시작했다.
내 상태와는 별개로 잠든 형은 규칙적으로 나른한 숨을 내뱉고 있었다. 가만히 몸을 맞대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호흡하는 폐부의 숨이 차분하게 나를 다독였다. 이상하게 안정되는 기분이었다. 나는 허릴 감싸고 있던 손을 들어 선규호의 손을 잡았다. 손가락 하나하나 겹쳐진 순간, 섬광과도 같이 빠른 속도로 형의 꿈 안으로 들어왔다.
익숙한 풍경. 아주 오래전부터 들락이던 형의 세계. 아무 때고 들어와 설계했던 꿈의 조각들이 넘치는 곳에서 멀찍이 서 있는 문 앞으로 다가갔다. 지금껏 형이 꾸는 꿈엔 일말의 관심도 없었다. 철저히 내가 설계한 꿈 안으로 선규호를 끌어들였다. 가지고 놀려는 목적이었고, 마음을 깨닫기 전까진 그게 나쁘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엘런이나 나나 다를 바가 없었다.
나는 작게 숨을 골랐다. 그리고 형이 꾸고 있는 본래의 꿈 안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었다.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밑으로 추락하듯이 떨어졌다.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졌다. 내 자리에서 창가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창가 네 번째 줄. 선규호가 턱을 괴고 가만히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곱상한 얼굴이 여기서도 새하얗게 눈부셨다. 선명한 얼굴선과 속눈썹을 눈으로 더듬는데, 괜히 귓불이 달아오르는 기분이었다. 본연의 꿈을 꾸고 있는 선규호는 내가 설계해 놓은 꿈 안에서 보던 것과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생각해보면 최면을 걸어 내가 설계한 꿈 안에서만 만났었다. 목적이 분명했으니, 형 스스로 꾸는 꿈 안에 들어갈 일은 거의 없었다. 기분이 묘했다.
열어놓은 창문 틈으로 습기 가득한 공기가 밀려 들어왔다. 가느다란 빗방울이 일정한 속도로 떨어지는 게 여기서도 보였다. 나는 잠자코 책
상에 엎드렸다. 고개만 돌려 선규호를 눈으로 좇았다. 내가 너를 보고 있다는 걸 너는 모르는 눈치였다. 빗방울 소리가 어떤 리듬처럼 교실 안을 떠다녔다. 새까만 속눈썹이 잠깐 깜박였다. 내 시선을 의식했는지, 선규호가 이쪽을 쳐다봤다. 하지만, 동그란 동공은 나를 스치듯 지나쳤다. 그 시선이 어깨 너머 누군가에게 가닿는 게 느껴졌다.
나는 상체를 일으켰다. 고갤 돌린 순간, 형준이가 이쪽으로 걸어오는 게 보였다. 큰 키의 뒷모습이 성큼성큼 선규호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가방을 내려놓으며 옆자리 의자를 빼고 앉았다. 늘 보던 익숙한 풍경. 꿈에서도 선규호는 나를 외면하기 바빴다. 도로 책상에 코를 박고 엎어졌다. 수업 종소리가 빗소리를 밀어내며 아득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Aristotle distinguished between….”
영어 선생이 지목한 24번이 문장을 읽어 내려갔다. 따분했다. 하지만 선규호다운 꿈이라고 생각했다. 현실과 비등 다를 것 없는 꿈 안에서도 열심히 수업에 임하는 걸 보면. 아리스토텔레스가 어쩌고 본질적 속성이 어쩌고 하는 꿈을 꾸고 있는 선규호가 귀엽게 보였다. 다시금 내 시선은 선규호를 좇았다. 문장에 맞닿아 있는 시선과 콧날 아래로 내려온 입술. 담담한 표정으로 누군가가 읽고 있는 문장을 어렵지 않게 해석하고 있을 선규호를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선규호가 바라보고 있는 유인물 위로 뭔가가 툭, 떨어졌다. 나는 여전히 책상에 얼굴을 붙이고 선규호에게 시선을 던져둔 채였다. 쪽지를 집어 천천히 펼치는 가느다란 손가락이 신중했다. 짤막한 메모가 담긴 종이를 들여다본 선규호가 이쪽으로 고갤 돌렸다. 우리의 시선이 온전하게 맞닿은 몇 초 동안, 나는 정말이지 네 눈동자만으로 거기가 설 것 같았다.
시선을 먼저 피한 건 너였다. 귓불에서부터 목덜미로 벌겋게 물들어가는 살결이 눈에 들어왔다. 눈으로만 담기엔 조바심이 났다. 이대로 다가가 너를 끌어안고 싶었다. 붉게 물든 목덜미에 입을 맞추고 싶었다. 누가 보든 말든. 뭐든 다 할 수 있는 꿈속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그러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너를 눈으로만 바라봤다. 선명한 옆얼굴과 시선을 내린 속눈썹. 붉은 입술이 감정을 숨기듯 꾹 다물고 있었다. 내가 건넨 쪽지를 천천히 모양대로 접고 있는 손가락이 보였다. 그걸 보는데 몸 어딘가가 간질간질했다.
“선생님, 규호 피 나요!”
누군가 놀란 표정으로 외쳤다. 이상했다. 단 한 번도 시선을 뗀 적이 없었다. 영사되고 있는 필름 한 토막이 편집된 것처럼 코피를 쏟고 있는 선규호와 휴지를 말아 쥐고 있는 형준이가 눈에 들어왔다. 코피가 났다면 가장 먼저 발견했을 터였다. 반사적으로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눈동자를 굴려 교실 주변을 살폈다. 미묘하게 천장과 이어진 벽 부분 끝이 굴절된 듯 어긋나 흐릿하게 흔들리는 게 보였다. 부축을 받고 일어선 선규호의 얼굴이 창백했다. 틀어막은 휴지가 벌겋게 피로 번지고 있었다. 옆에 선 형준이가 선규호 팔을 자신의 어깨에 걸쳤다. 미묘하게 옆구리를 훑고 내려온 손이 눈에 들어왔다. 뒷문으로 빠져나가던 형준이가 힐끔 나를 쳐다봤다. 기묘하게 일그러진 입술이 어째선지 웃음을 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공기의 흐름이 달라졌다는 걸 그 순간 깨달았다.
* * *
머리가 무겁고 눈앞이 어지러웠다. 보건실 침대에 앉아 쏟아지는 피를 멎게 하려고 코를 틀어쥐고 있었다. 종종 일어나는 일이라 별로 대수롭지 않았다. 빗소리가 좀 더 짙어진 것 같았다. 커튼을 열어젖힌 유리창 너머 빗방울이 아무렇게 튕겨댔다. 마치 현실처럼 정교한 빗방울을 바라보며 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교실 뒷문을 빠져나오기 전까지 느끼지 못했던 위화감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꿈을 이토록 생생하게 의식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금방이라도 잠에서 깰 것 같던 그때완 다르게, 정지된 시간 속을 걷는 것 같았다.
이런 걸, 자각몽이라고 하나.
구멍 난 퍼즐 조각처럼 새까맣게 지워졌던 기억들이 방금 일어난 일같이 또렷하게 떠올랐다. 분명, 이 꿈은 이전에 꿨던 꿈일 것이다. 누군가로부터, 꼼짝없이 지배당했던 기억이 나를 습격했다. 내 몸이면서 내 몸이 아닌 감각.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떤 손에 의해 조종당했던 나를 완전히 지배했던 건.
엘런.
기태오의 친구. 아니. 헤르셔가 맞는 답일까. 꿈의 지배자라니. 무슨 만화에나 나올 법한 능력을 지닌 자가, 내 꿈에 들어왔다는 걸 알았을 땐 나조차도 믿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안에 체온이 감겨든 순간, 활자 이외의 것이 빠르게 나를 덮쳤다. 마치 주마등처럼 그의 기억들이 빠르게 체온을 타고 공유되는 게 느껴졌다. 대부분 단편적이라 다 알아챌 수는 없었지만, 엘런이 내 꿈에 들어온 목적만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형준이가 의자를 끌어다가 내 앞에 앉아 나를 쳐다봤다. 웃고 있는 입술이 어딘지 묘했다. 그 꿈 때문일까. 이 안에서 벌어지는 어떤 것이든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꿈 안에 들어온 순간 알아차렸다. 이미 내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무한한 가능성이 열린 것 같았다.
“코피 멈춘 거 같네.”
다정한 눈동자가 나를 바라봤다. 나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뜨면서 창밖을 쳐다봤다. 축축하게 땅을 적시는 비가 좀처럼 멈출 것 같지 않았다. 빗방울을 노려보자, 수천억 개의 빗방울이 그대로 정지되는 게 눈에 들어왔다. 피식 웃음이 났다. 다시 빗방울이 소릴 내며 쏟아지는 게 보였다.
“두통은 괜찮아?”
고갤 돌려 형준이를 바라봤다. 동그란 눈동자를 겁도 없이 마주 봤다. 형준이가 손을 뻗어 내 볼을 감싸 쥘 것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어깨를 눌러 지난번처럼 내게 최면을 걸 것이었다. 마치 예고편을 보는 것처럼 형준이 눈을 본 순간,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그려졌다. 굳이 만지지 않아도 이런 게 다 보일 수 있는 건가. 눈을 깜박이자, 형준이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있는 엘런이 비로소 눈에 들어왔다.
방금 본 잔상처럼 엘런이 내 쪽으로 손을 뻗는 게 보였다. 얼른 그 손을 내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태오가 나를 찾고 있다는 걸 알았다. 병신 아니랄까 봐, 꿈에서도 나만 걱정하고 있었다. 계단을 뛰어오르는 녀석이 눈에 보였다. 머지않아 이곳에 올 터였다. 나는 엘런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엘런.”
“…….”
“나도 네가 꽤 궁금한데.”
“…….”
“저 병신이, 나를 애타게 찾아서.”
“…….”
“오늘은 그만 가.”
그를 지나치며 오른손으로 어깨를 꾹 눌렀다. 무엇이든 내 뜻대로 다 되어도 괜찮은 걸까 싶게, 엘런이 바람처럼 사라졌다. 벌컥 보건실 문이 열렸다. 기태오는 헉헉거리는 숨소리가 턱까지 닿아 있었다. 성큼성큼 다가온 녀석이 얼른 내 팔을 당겼다. 넓은 가슴 가득 끌어안고 진정되지 못한 숨을 토해냈다.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가 아프게 나를 두드렸다.
나는 가만히 두 팔을 둘러 태오를 끌어안았다. 좀 전의 능력이면 네 마음도 다 보일 줄 알았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너의 기억들이 엘런을 통해 봤던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현실과 똑같이 너는 온전히 너일 뿐. 네 기억이든, 생각이든, 나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신기하게도 내 능력은 너에겐 무용지물이다.
“어디 봐.”
그게.
“그 새끼가 무슨 짓 안 했어?”
싫기도 하고,
“괜찮아?”
좋기도 해.
턱을 들어 올려 눈을 맞춘다. 솜털 하나하나 다 확인하려는 듯이, 네가 나를 살폈다. 마음이 보이지 않는 건 네 눈이 이렇게 절절하게 그 마음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가만히 발끝을 들어 네 입술에 입을 맞췄다. 갑작스런 내 태도에 놀란 눈동자가 출렁거렸다. 나는 가만히 녀석에게 속삭였다. 아까 하다 말았던 거.
“…하고 싶어.”
주위가 삽시간에 바뀐 건 아마 태오가 입을 맞추면서 내 목덜미를 누른 순간인 것 같았다. 의식을 잃고 천천히 눈을 떴을 땐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가 눈에 가득 들어왔다. 비가 내리던 도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물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요트 위에 나는 서 있었다. 막 떠오른 듯한 싱싱한 태양이 정수리 위에 있었다.
호흡이 조금씩 뜨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었지만, 나는 알몸인 채 선체에 서서 작게 헐떡이고 있었다. 태오가 기다란 다릴 접고 앉아, 빳빳하게 선 내 성기를 핥고 있는 게 보였다.
혀의 촉감이 나를 미치게 만드는 것 같았다. 붉게 충혈된 귀두를 혀로 건들면서 몇 번이고 입을 맞췄다. 그럴 때마다 배 안쪽 어딘가가 욱신거리는 것 같았다. 울컥하고 치밀어 오르는 사정감을 참는 게 힘들었다. 내 것을 입안 가득 물고 느리게 빠는 게 느껴졌다. 혀의 촉감과 생경한 입안의 뜨거움이 나를 자꾸만 안달 나게 만들었다. 호흡이 튈 때마다 납작한 배가 쉴 새 없이 오르내렸다.
“형.”
야릇한 눈매로 녀석이 나를 불렀다.
“아직도 멀미해?”
“읏, 모르겠….”
발가락 끝까지 움찔거리는 기분이었다. 맹렬한 흡입으로 내 성기가 목구멍 깊게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흡!”
숨이 멎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가 시끄럽게 몸을 흔들었다. 엉덩이 안쪽이 가느다랗게 경련하면서 응축된 무언가가 한꺼번에 터질 것처럼 맥박이 빨라졌다.
“하, 할 거 같아. 흐읏. 태, 태오야.”
손바닥으로 녀석의 머릴 밀쳤지만, 꿈적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 엉덩이를 두 손으로 감싸 쥐고 힘껏 당기기까지 했다. 강렬한 자극이 순식간에 나를 덮쳤다. 눈앞이 새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처럼 하얘졌다. 참지 못하고 간헐적으로 정액이 품어져 나왔다. 파르르 떨리는 몸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거세게 두드리는 심장 소리가 아프도록 귀를 울렸다. 내 것을 다 받아먹고 있는 태오 때문에 나는 정말 심장이 어떻게 될 것 같았다. 얼른 녀석의 이마를 밀었다.
“아읏, 먹지 마…. 얼른 뱉어.”
나무라듯 말해도 녀석은 내 것을 문 채 고갤 흔들었다. 그러면서 남은 한 방울까지 짜내듯 성기를 압박하면서 빠는 게 느껴졌다.
“안 돼. 나 방금 가서…. 흣. 아으. 싫.”
뾰족하게 세운 혀가 귀두 끝을 자극하는 게 느껴졌다. 가슴께가 심하게 들썩거렸다. 방금 사정했는데 거길 그렇게 혀로 비벼댈 줄은 몰랐다. 연약한 살결을 어루만지면서 목구멍 깊게 삼켰던 성기를 천천히 뱉어냈다. 번들거리는 성기를 잡고 귀두 끝에 입을 맞췄다. 쪽 소리가 나는 걸 듣는데 온몸이 부끄러워 딱 죽을 것 같았다.
“예뻐.”
녀석이 나를 올려다봤다. 눈이 마주치자, 굽히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커다란 몸이 바로 내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좋아해.”
“…….”
“좋아해, 선규호.”
허릴 감아 안고 그대로 입술에 입술을 붙여왔다. 말캉한 혀가 입술을 건들면서 낮게 신음했다. 목덜미를 그러쥐고 깊게 입술을 박아왔다. 벌어진 입술로 녀석의 혀가 들이닥쳤다. 진득하게 핥아 올리는 촉감에 호흡이 점점 뜨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별안간 녀석이 나를 갑판 위로 쓰러뜨렸다. 대낮, 바다 한가운데서 알몸으로 뒹굴고 있었다. 입술이 떨어진 순간 태오가 눈을 맞춰왔다. 욕정에 단단히 사로잡힌 눈동자가 맹수 같았다. 나를 쏘아보는 뜨거운 눈빛에 온몸이 녹아버릴 것 같았다.
덥석 오른쪽 목에 이를 박아왔다. 음란하게 살결을 핥으면서 잇자국을 만들었다. 앞니에 짓눌린 살결을 혀로 핥아댔다. 손가락이 내 왼쪽 젖꼭지를 그러쥐고 꽈악 조였다. 아읏. 꼭지 주변으로 퍼지는 통각에 미간이 구겨졌다. 쇄골로 내려온 입술이 오른쪽 젖꼭지를 혀로 핥았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단단하게 선 젖꼭지에 혀가 닿는 순간 짜릿한 흥분이 그 주변으로 퍼져갔다. 단단한 돌기를 스치는 혀의 움직임에 점점 발기하고 있는 성기의 촉감이 느껴졌다.
“젖꼭지가 조금 커진 거 같아.”
“장난하지 마!”
“빨면, 젖 나오지 않을까?”
“병신아, 그게 왜 거기서 나와?”
“계속 빨면 우유 나올 거 같아.”
바보야, 하지 마. 말려도 소용없었다. 부어서 통통해진 유두를 물고 음란하게 빨기 시작했다. 야릇한 쾌감이 젖꼭지 주변을 떠다니는 것 같았다. 양쪽 젖꼭지를 입술로 물고 빨면서 태오가 내 성기를 다시 그러쥐는 게 느껴졌다. 붉게 충혈된 성기를 녀석이 꽈악 조였다. 젖꼭지가 녀석의 입술 사이에서 괴롭게 흥분하고 있었다.
나는 손을 뻗어 녀석의 성기를 잡았다. 내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커다란 것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라 맥박치고 있었다. 손안에 꽉 차게 발기한 성기를 천천히 위아래로 쓸어 올리면서 귀두 끝을 더듬었다. 녀석이 야릇하게 빨고 있던 젖꼭지를 놓았다. 갑작스런 내 행동에 놀란 눈치였다.
나는 태오의 성기를 자극하면서 다리를 벌렸다. 흥분에 겨운 구멍에 커다란 녀석의 성기를 갖다 댔다. 쿠퍼액으로 번질거리는 단단한 귀두가 입구를 밀고 들어오다가 미끄러졌다. 좀 더 다릴 벌리고 녀석의 발기한 좆에 하체를 맞대고는 꾸욱 하고 밀어붙였다. 입구를 가르는 생생한 촉감에 호흡을 참았다.
내가 하는 짓을 빠짐없이 내려다보고 있는 녀석 때문에 어깨까지 발그스름하게 달아오르는 기분이었다. 꾸욱 하고 녀석이 내 쪽으로 성기를 밀어붙이는 게 느껴졌다. 터질 듯한 압박감이 나를 가득 밀고 올라왔다. 몸이 열리자 녀석의 좆이 내 안 가득 밀려 들어왔다.
“하으, 태오야….”
젖은 속눈썹으로 녀석을 올려다보자, 금세 눈가로 입을 맞추었다. 그 입술은 콧등을 지나 뺨에 멈추었다가 이내 달아오른 귓불을 머금었다. 녀석이 허리 짓을 하기 시작했다. 하체가 그 리듬을 타고 야릇하게 오르내렸다.
“하으, 핫. 흐으. 읏.”
터지는 신음이 긴박하게 공기를 갈랐다.
“하으. 하. 태오야. 태오야.”
박힌 성기가 사정없이 음란한 곳을 치고 들어왔다. 절정으로 치닫는 몸이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다. 태오가 두 팔로 나를 꽉 끌어안았다. 밀착된 심장이 서로를 향해 격하게 뛰기 시작했다.
“사랑해, 하아, 사랑해. 규호야….”
귓가에 닿는 녀석의 목소리가 나를 미치게 만들고 있었다.
* * *
선규호는 섹스할 때마다 빨개진다. 귓불을 물거나 맨살을 만질 때면 새하얀 살결이 금세 붉게 물들어갔다. 달아오른 뺨을 하고 수줍게 고갤 돌린다거나, 괜히 나를 밀쳤다. 제 딴엔 부끄러운 감정을 들키고 싶지 않아 그런 거겠지만. 그 모든 행동이 내겐 자극적이었다.
나는 내 아래에 완전히 깔린 선규호를 내려다봤다. 이마에서 내려온 옆얼굴. 턱선. 목덜미와 어깨. 팔을 타고 내려온 그 가느다란 손가락을 완전히 겹쳐 잡아 누른 채 한계까지 오른 몸을 깊게 밀어 넣었다. 네가 느끼는 곳을 일부러 문질렀다. 선규호가 탁한 숨과 함께 신음을 흘렸다. 흘러넘치는 쾌감에 잘게 몸이 떨렸다. 미간을 좁히면서 고갤 흔들었다. 꼭 감은 눈가가 붉은 열기로 달아올라 있었다. 나는 고갤 숙여 눈가에 입을 맞췄다. 시선이 닿는 어떤 곳이든 안 예쁜 곳이 없었다.
허릴 느리게 움직여 안을 찌르면서 너를 내려다봤다. 수줍게 감긴 속눈썹과 단단하게 선 젖꼭지가 나를 자꾸만 흥분시켰다. 한껏 휘어진 눈썹을 손가락으로 느리게 만지면서 시선을 맞췄다. 달뜬 눈동자가 흥분감에 젖어 있었다. 고갤 숙여 또다시 입을 맞추었다. 맞물린 입술을 벌려 핥으면서 오른손을 움직였다. 바짝 선 네 성기가 뜨끈했다. 조심스러운 것을 다루듯 손바닥으로 감싸곤 너를 살폈다. 몸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음란한 짓을 너와 하고 있다는 생각에 심장이 자꾸만 뛰었다. 성기를 위아래로 쫀득하게 쥐고 움직이자, 내 입술에 매달려 신음을 흘렸다.
살짝 입술을 떼고 너를 내려다봤다. 너는 축축하게 젖은 속눈썹을 감았다가 나를 올려다봤다. 헐떡이는 입술이 벌어져 있었다. 앞과 뒤를 동시에 자극했다. 견디기 힘든 흥분감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네가 야릇하게 울었다. 네 소리가 고막을 달궜다. 게이지가 차오르듯 성기에서부터 온몸으로 거대한 물결이 치는 것 같았다.
내가 주는 쾌락이 네가 주는 쾌락과 같은 속도였으면 좋겠다. 네 안을 파고든 내 것처럼 내 마음도 네게 속했으면 좋겠다. 네 성기를 좀 더 괴롭게 조여대면서 흔들었다. 네가 아랫입술을 깨물며 다시 고갤 흔들었다. 손바닥 안으로 축축한 정액이 튀는 게 느껴졌다. 땀에 젖은 머리칼과 붉게 물든 얼굴. 어깨와 납작한 배가 가늘게 떨고 있었다. 잔뜩 사정하면서 네가 나를 불렀다.
“하으. 태오야. 읏!”
아무런 열망도 없던 내게, 너는 견디기 힘든 충동이고 욕심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흥분해 떨고 있는 너를 보면서 내 것을 억지로 깊게 밀어 넣었다. 조여대는 내벽을 억지로 벌리자 강한 압박에 성기가 짓눌리는 것 같았다. 그 촉감에 자꾸만 조바심이 났다. 이렇게 눈 안에 담고 있어도 애가 탔다.
내 시선에 너를 가두고 엉덩이를 들썩였다. 사정감이 잔뜩 느껴졌다. 본능처럼 네 안을 빠르게 들락거렸다. 격정적인 전율이 한계치까지 치솟았다. 나를 꽉 조이고 있는 선규호 때문에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본능만 남은 몸이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했다. 하체를 완전히 밀어붙인 채 상체를 숙였다.
토마토처럼 벌겋게 익은 선규호가 눈을 감고 헐떡이는 게 보였다. 다급하게 입술을 찾아 집어삼킬 듯이 물었다. 벌어진 입술을 핥고 빨았다. 네 안에 나를 잔뜩 박고 있는데도 갈증이 치밀었다. 네 안을 들락거릴 때마다 치밀고 올라오는 사정감에 딱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입술을 떼고 누워 있는 선규호의 목덜미를 감쌌다. 상체를 일으키면서 선규호를 단숨에 끌어 올렸다. 순식간에 내 허벅지 위로 올라와 앉은 모습이 되었다. 깊게 결합된 아래쪽이 미칠 것 같았다. 두 팔로 내 목을 휘감은 네가 잔뜩 흥분한 숨을 몰아쉬며 가슴을 헐떡였다. 귓가에 닿는 숨결에 좀 전과 같은 기묘한 갈증이 치밀었다.
바짝 형의 등을 끌어당겼다. 나는 엉덩이를 빠르게 움직여 형을 찔러 올렸다. 맥박치던 좆이 입구를 드나들 때마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났다. 절정이 휘몰아쳤다. 나는 선규호를 꽉 끌어안고 좆을 끝까지 밀어 올렸다. 선규호 안을 한계까지 벌리고 들어갔다. 자극적인 쾌감이 한꺼번에 형 안에서 터졌다. 정액이 형의 안으로 울컥울컥 쏟아졌다. 절정감에 젖은 내벽이 내 것을 조였다 풀었다 하고 있어 딱 돌아버릴 것 같았다.
“주, 죽을 거 같아….”
어깨에 쓰러지듯 기댄 선규호가 작게 중얼거렸다. 형의 양손을 끌어 잡고, 내 옆구리를 감싸 안게 했다. 진정되지 못한 호흡이 귓가에 닿는 게 느껴졌다. 나는 형을 바짝 끌어안고 정수리에 입을 맞추었다. 호흡을 고르던 형이 살며시 고갤 들어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대로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자연스럽게 혀가 얽혀들었다. 내 혀를 물고 빠는 선규호 때문에 성기 끝에 전기가 감도는 것 같았다. 파정이 끝난 후라 서서히 몸이 식어가는 게 느껴졌다. 나는 얼른 선규호를 끌어안았다. 잔뜩 몸을 붙이고 선규호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이렇게 네가 좋은데. 어쩔 줄 모르게 좋아서 미치겠는데. 난 네게 무슨 짓을 했던 걸까. 널 이렇게 좋아하게 될 줄 모르고. 너한테 나는. 한숨이 차올랐다.
“왜 그래?”
선규호가 내 등에 팔을 두르면서 물었다. 나는 한숨처럼 대답했다.
“…불안해.”
“…….”
“네가 나 두고 가버릴까 봐, 겁이 나.”
널 언제까지 속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시한폭탄 같은 녀석이 형에게 언제 폭로할지 알 수 없었다. 매일 밤 꿈에 들어가 저질렀던 그 모든 짓을 알고도, 선규호는 날 용서해줄까. 불쾌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던 선규호가 떠올랐다. 부모님의 재혼 이후, 일절 나를 무시하던 태도. 애초에 너에게 있어서 난 과부 손에 딸려 들어온 자식이었다. 형제도 뭣도 아닌. 하찮고 쓸모없는 존재. 살짝 닿기만 해도 경멸의 눈초리로 나를 쏘아보던. 선규호. 이토록 애틋한 네가 그 시절의 너로 되돌아간다면 난 견딜 수 있을까.
정수리 위로 선규호의 손가락이 닿아왔다. 가느다란 다섯 개의 손가락이 곱실거리는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너 두고 어디 안 가, 병신아.”
“…….”
“형 못 믿어?”
천천히 고갤 들어 선규호를 쳐다봤다.
“믿어.”
나를 바라보는 눈동자가 예뻐서 가슴 어딘가가 시렸다. 직감적으로 꿈이 끝나가고 있다는 걸 알았다. 나를 마주 안아주던 선규호의 팔이 툭 하고 떨어졌다. 의식을 잃은 것처럼 형의 몸이 갑자기 추욱 늘어졌다. 곧이어 꿈이 끝날 터였다. 나는 천천히 손가락을 목덜미로 가져갔다. 손가락으로 이곳을 누르면, 꿈 안에 있었던 기억은 모두 삭제될 것이었다. 어째선지 늘 해오던 짓이 하기 싫었다. 기억을 지우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으면서도. 누르는 것을 망설였다. 시간이 별로 없었다. 서둘러 나도 이 꿈에서 빠져나가야 했다.
“미안, 형.”
나는 선규호의 이마에 입을 맞추면서 마지못해 목덜미를 꾸욱 눌렀다. 형이 꾸었던 모든 기억이 삭제될 터였다. 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형의 기억을 삭제한 순간, 이번 꿈 역시. 나만 기억하는 꿈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