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 아슬아슬한 꿈 (16/37)

15. 아슬아슬한 꿈

[언제까지 바람맞힐래?]

문자가 들어왔다.

[이젠 사과받아 줄 때도 됐잖아.]

엘런이었다.

[인내심이 언제 바닥날지 몰라, 태오야.]

나는 대꾸 없이 문자를 지우곤 곧바로 번호를 차단해버렸다. 이런다고 연락 안 할 새끼도 아니고. 무의미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엘런은 학습이 전혀 안 되는 새끼였다. 누가 뭐라든지 꼴릴 때까지 해야 직성이 풀리는 놈이라는 걸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누구야?”

형이 침대에 누워 나를 가만히 올려다봤다. 눈꺼풀이 무거운지 자꾸만 느릿하게 감겼다 떠졌다. 핸드폰을 던져두고 곧바로 침대로 다가갔다.

“스팸.”

“…….”

“차단했어. 짜증 나서.”

으음. 그래애. 졸음이 쏟아지는지 형이 말끝을 조금씩 늘였다. 느릿하게 눈을 깜박이던 형은 잠의 나락으로 완전히 빠져들어 간 것처럼 눈을 감았다. 규칙적인 숨이 편안하게 호흡기관을 타고 오르내렸다. 나는 가만히 잠든 선규호를 내려다봤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머리카락을 가만히 손바닥으로 쓸었다. 그사이 자란 머리카락이 손바닥을 아슬아슬하게 간질였다. 잠든 형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태어나서, 내 비밀에 관한 이야길 딱 한 번 꺼낸 적이 있었다. 잠든 사람의 손을 잡으면 그 사람의 꿈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꿈을 설계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내가 만든 꿈을 꾸게 하고 최면을 걸어 편의대로 누구든 조종할 수도 있었다. 현실의 각박함과는 전혀 다른 세계에 매료돼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기술들을 습득했다. 그것들은 숟가락을 들고 밥을 먹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처음 꿈을 설계했던 건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그 무렵 나는 꿈을 다루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체득해 나갔다. 나무를, 그리고 숲을 만들고 사물의 정교한 생김새 그대로 설계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내가 설계한 꿈은 타인의 꿈에서 불러들일 수 있었다. 현실에선 불가능한 상상이 꿈에서 이뤄졌다. 달을 두 개로 만든다거나 시간을 멈추게 할 수 있었다. 무중력을 쉽게 경험할 수도 있었다. 상상이 가미된 설계들은 대부분 금방 장식이 달린 흰 문 너머에 저장된다는 것도 알게 됐다.

중학교 3학년 때 엘런과 같은 반이었다. 어떻게 친해지게 됐는지 계기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녀석은 학교에 오기만 하면 책상에 엎어져 내리 몇 시간이고 잠에 빠져 일어나지 않았다. 번호가 앞뒤로 이어졌던 터라 자주 짝이 되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학교에서 자는 게 신기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엘런의 꿈에 잠입해보고 싶은 욕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수업 도중 책상에 엎어졌다. 맥없이 잠에 빠진 엘런을 가만히 쳐다봤다. 호기심에 참지 못하고 잠든 엘런의 오른손을 잡았다. 손가락 사이사이 내 손가락을 겹쳐 잡는 순간, 예견된 일처럼 엘런의 꿈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엘런의 꿈은 상당히 추상적이고 모호했다. 새하얀 미로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거나, 새빨간 하늘에서 비가 피처럼 떨어졌다. 팔다리가 얼굴에 붙어 있는 괴기스런 사람이 시종일관 엘런 주위를 빙빙 돌아다녔다. 보통 사람들이 꾸는 꿈과는 다르게 현실감이 전혀 없었다. 내가 녀석 앞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도 별로 놀라워하지 않았다. 다만, 녀석은 잠에서 깨자마자 나를 쳐다보고 딱, 한마디를 했다.

“너, 트리퍼였어?”

의아한 눈으로 녀석을 쳐다봤다.

“따라와.”

학교 옥상에 드나들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엘런은 능숙하게 옥상 문을 땄다. 낡은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새하얀 피부에 착 가라앉은 머리카락은 거의 눈 밑까지 내려와 눈동자가 보이지 않았다. 녀석은 교복 뒷주머니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냈다. 그리곤 능숙하게 담배를 꼬나물고 불을 붙였다. 11월을 코앞에 둔 가을바람이 싸늘했다. 녀석은 깊게 숨을 삼키듯 연기를 삼켰다. 하루 이틀 해본 솜씨는 아닌 것 같았다.

등을 제대로 펴고 다니지 않아서 그렇지 엘런은 나보다 한 뼘 정도 키가 컸다. 음식을 가리는 타입처럼 몸이 깡말라 볼품없었다. 대체로 내가 본 건 책상에 엎어져 있던 몰골이 전부인지라, 구부정하게 서서 담배를 빨고 있는 엘런이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무슨 대단한 협박을 하려고 옥상으로 나를 부른 걸까. 꿈에 관한 추궁이 이어질 걸 생각해 어떻게든 늘어놓을 변명 거릴 찾아 머릴 굴리고 있는데, 담배에 심취해 있는 엘런이 나를 쳐다봤다.

“필래?”

엘런은 들고 있던 담배를 내 쪽으로 내밀었다.

“어렵지 않아, 천천히 삼켰다가 숨을 뱉으면 돼.”

건넨 담배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아 혹시 애라서 못 하나? 하고 피식거렸다. 신경을 건드는 말에 오기가 발동했다. 알록달록한 불량식품에 현혹되듯 나는 담배를 낚아챘다. 입에 물고 한 입 빨았다. 연거푸 기침을 쏟으면서 참패를 맛봤지만, 엘런은 어딜 보는지 알 수 없는 얼굴로 담담히 담배를 뺏어갔다.

“맛도 모르면서 덤비긴.”

아무렇게 불어오는 바람에 음침한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녀석의 얼굴이 환하게 드러났다. 앞머릴 가린 이유가 반드시 있을 줄 알았는데,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은 생각보다 멀쩡해서 괜히 김이 빠졌다. 녀석은 보란 듯이 담배 하나를 다 태우고 바닥에 버렸다. 운동화 앞코로 질끈 밟으면서 입을 열었다.

“난, ‘헤르셔’야.”

“그게 뭔데?”

“꿈을 지배하지.”

확실히 평범한 녀석은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꿈에 들어온 걸 알았던 건가.

“그건 어떻게 하는 건데?”

“나도 잘 몰라.”

“뭐냐 그게?”

녀석이 무방비하게 서 있는 내 목덜미를 눌렀다. 그 순간, 며칠 잠을 못 잔 것 같은 긴박한 피로감이 몰려들었다.

“너, 나한테 뭘….”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고꾸라지듯 쓰러졌다. 무기력하게 잠이 쏟아지면서 눈꺼풀이 무겁게 내리눌렸다. 금방이라도 기절하듯 잠들 것만 같았다. 천천히 무릎을 접은 녀석이 나를 내려다봤다. 뭐라고 입술을 달싹였지만,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정신을 차렸을 땐 교실이었다. 책상에 엎드린 채 눈을 깜박였다. 바로 옆자리에 나와 같은 자세로 엎어져 있는 엘런이 보였다. 녀석이 작게 속삭였다.

“여긴, 꿈일까. 현실일까.”

몸을 일으켰다. 수업이 끝났는지 점심을 먹으러 아이들이 급식실로 빠져나가는 게 보였다. 엘런이 나를 따라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음침한 머리카락 사이로 동그란 눈이 나를 보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지금 여기가 꿈인지, 아까 옥상이 꿈인지 분간하기 힘들었다. 느껴지는 감각은 모두 현실 그대로였다. 녀석은 느릿한 손짓으로 내 책상을 가볍게 두드렸다. 선을 긋던 소음이 뚝 하고 끊겼다. 문제는 소음만 멈춘 게 아니었다.

엘런과 나를 제외한 반 아이들 모두가 움직이던 동작 그대로 멈춰 있었다. 지나가던 바람, 허공을 맴돌던 먼지, 분필 가루. 시간이 엘런의 손끝에서 정지해버렸다.

“이게 뭐야?”

“잘 봐.”

가볍게 엘런이 손가락을 움직였다. 손톱 밑이 책상에 닿을 때마다 두드리는 소리가 선명했다. 단조로운 소리가 일정한 속도를 가지고 고막을 간질였다. 그 순간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도미노가 무너지듯 한꺼번에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무중력 상태로 녀석과 나는 둥둥 몸이 떠올랐다. 엘런이 키득거리며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왔다. 다시금 목덜미가 눌리는 촉감에 녀석을 쳐다봤다. 나는 또다시 기묘한 졸음이 쏟아졌다. 깊고 아득한. 마치 한번 잠들면 깨어나기 힘들 것 같은 꿈의 나락으로 다시금 추락했다.

“여긴 어딘 거 같아?”

눈을 뜨자 휘황하게 떠오른 달이 두 개 보였다. 엘런 주위를 맴돌던 괴상한 괴물이 혀를 날름거리면서 나를 쳐다봤다. 기겁하면서 몸을 일으켰다. 녀석이 나를 보고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괴물이 다시 엘런 주위를 맴도는 게 눈에 들어왔다.

“여긴….”

“맞아, 내 꿈이야.”

어떻게 내가 이곳에 들어왔는지 알 수 없었다. 녀석이 다루는 꿈은 보통 수준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헤르셔의 영역은 트리퍼의 영역보다 더 확장된 느낌이었다. 누구의 꿈이건 마음먹으면 잠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몇 겹의 꿈을 꾸게 만들기도 했다. 자유자재로 꿈을 조율하는가 하면 이렇게 자신의 꿈 안으로 누구든 불러올 수도 있었다. 실로 놀라웠다. 나는 점점 녀석에게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우린 자주 붙어 다니면서 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익혀 나갔다. 심심풀이처럼 타인의 꿈속에 드나들면서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세상을 발아래 둔 것처럼 시궁창 같던 하루하루가 즐거워졌다. 나는 녀석에게 동질감 같은 걸 느꼈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일을 엘런에겐 말할 수 있었다. 의지했고, 무엇보다 나는 녀석을 믿었다. 그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짓인 줄도 모르고.

* * *

“군침이 돌아 죽겠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깊게 잠든 것처럼 몸은 전혀 움직이지 않는데 이상하게 의식만은 또렷했다. 아마 나는 가위에 눌린 것 같았다. 이럴 땐 손가락 하나만 움직여도 가위가 풀린다던데, 전신이 마비된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조심해야 해, 트리퍼가 올지 몰라.”

“빨리 까서 먹고 싶어.”

애를 써봤지만, 눈을 뜨기 힘들었다. 나를 둘러싼 뭔가가 계속 말을 잇기 시작했다. 괴상한 신음과 함께 혀를 날름거리는 소리가 축축하게 들려왔다.

“맛있는 냄새가 나.”

“하악, 하아. 빨리.”

가위에 눌린 몸을 풀려고 감각에 집중했지만, 딱딱하게 굳은 몸은 조금도 반응하지 않았다. 눈을 뜨고 싶어도 본드로 눈꺼풀을 붙여놓은 듯 떨어지지 않았다. 축축한 뭔가가 눈꺼풀에 닿는 게 느껴졌다. 이상하고 기분 나쁜 감촉이 속눈썹을 간질였다. 고갤 돌리고 싶었지만, 꼼짝할 수 없었다. 나도 모르게 눈에 힘을 줬다.

“침으론 어림도 없어.”

“트리퍼가 나타나면 끝이야.”

“그럼, 팃을 먹이자.”

이번엔 입술에 뭔가가 맞닿아왔다. 기분 나쁜 촉감이 입술을 가르고 들어오려고 했다. 어금니에 힘을 줬지만, 내 입술이 천천히 벌어졌다. 입안으로 미끌미끌하고 동그란 뭔가가 쑤욱 하고 들어왔다. 맛을 느끼기도 전에 목구멍 너머 사라졌다. 축축하게 입안을 휘젓던 것이 사라지고 또 다른 뭔가가 입안으로 들이닥쳤다. 좀 전과 같이 기분 나쁜 감촉의 것을 깊숙이 삼키게 했다. 배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것이 뜨겁게 열을 내는 것 같았다. 입술을 벌리고 있는 입안에 또다시 기묘한 느낌의 동그란 알이 떨어진 순간, 눈이 떠졌다.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게 느껴졌다.

내 혀를 핥고 떨어진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속눈썹이 떨렸다. 눈앞에 세 명의 기태오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눈을 떴는데?”

“팃을 먹었으니까 상관없지 않아?”

몽롱하게 의식이 흐려지는 게 느껴졌다. 나른한 숨이 내쉬어졌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피가 뜨거워진 기분이었다.

“이것 봐, 벌써 여기까지 팃이 내려왔어.”

손가락이 내 명치를 건드는 게 느껴졌다. 저절로 입술이 벌어지고 탁한 숨이 새어 나왔다. 느슨해진 눈꺼풀로 나를 내려다보는 세 명의 기태오를 올려다봤다. 꿈인가. 하도 괴상한 꿈을 꿔와서 이젠 놀랍지도 않았다. 빨리 깨고 싶었다. 손가락만 움직이면 이 꿈에서 깨어날 것 같은데, 호흡을 내쉴 때마다 은근하게 달아오른 흥분감에 그나마 있던 힘까지 쭈욱 빠지는 기분이었다.

“기다려, 세 개가 모두 배 안으로 사라져야 해.”

몸이 뜨거웠다. 배꼽 아래로 성기가 잔뜩 발기하고 있었다. 혼이 쏙 빠질 것처럼 야한 생각이 나를 어지럽혔다. 입고 있는 옷을 모두 벗어 던지고 싶었다. 평소 손도 안 대던 젖꼭지가 간질간질하고 발기한 성기에 자꾸만 힘이 들어갔다. 뜨끈한 뭔가가 배 안에 고이는 기분이 들었다. 내 배를 응시하고 있던 녀석들 중 한 명이 내 배를 꾸욱 누르는 게 느껴졌다. 살짝만 만져도 온몸이 성감대가 된 것처럼 극심한 쾌감이 느껴졌다. 입술 새로 가느다란 신음이 흘러나왔다. 쿠퍼액으로 젖어가는 성기가 아플 정도로 부풀어 올랐다. 움찔거리는 애널의 촉감 때문에 아랫입술을 깨물었지만, 소용없었다. 제대로 발정이 나서 나도 모르게 몸을 들썩이고 있었다.

술술 옷이 벗겨졌다. 딱딱하게 선 젖꼭지와 제대로 발정한 성기를 세 명의 기태오가 노골적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 시선에 애가 탔다. 뜨거운 몸처럼 이미 머릿속엔 본능만이 가득했다. 섹스가 하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한 명이 몸을 구부려 내 젖꼭지를 물었다. 애타는 촉감에 눈썹이 찌푸려졌다. 다른 태오가 다릴 벌리고 고간에 얼굴을 비벼댔다. 몽롱한 눈으로 눈을 깜박거렸다. 순간 고개가 홱 돌아갔다. 내 턱을 당긴 건 또 다른 태오였다. 내 눈을 뚫어질 듯이 바라보면서 태오가 작게 속삭였다.

“제대로 팃을 삼켰군.”

“하아. 하으. 하아.”

“좆 빨고 싶어서 괴롭지?”

“읏, 으으. 하아.”

“입 벌려, 제대로 빨게 해줄 테니까.”

나는 입술을 천천히 벌렸다. 혀를 내밀자, 커다란 성기가 입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성기가 목젖을 건들듯 말 듯 느릿하게 입안을 들락거렸다. 입안이 성기라도 된 것처럼 흥분됐다. 젖꼭지를 깨물고 핥는 촉감과 성기를 잔뜩 자극하고 있는 손놀림에 쾌락으로 몸이 멋대로 들썩거렸다. 아래쪽에서 귀두 끝을 나긋나긋하게 만지던 손이 갑자기 애널 쪽을 건드렸다.

어째선지 아래가 흥건하게 젖었다는 게 느껴졌다. 혀가 입구를 질척하게 벌리며 아래를 뚫고 들어왔다. 혀로 입구를 빠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렸다. 나는 눈을 감고 입안을 마치 성기처럼 사용하듯 좆을 빨았다. 점점 음란하게 몸이 흐느적거렸다. 젖꼭지를 물고 빨고 하던 태오가 몸을 일으켜 큼지막하게 발기한 좆을 빨고 있는 내 입술에 자신의 것을 함께 문지르기 시작했다. 물고 있던 성기를 뱉어내고 고갤 돌려 뺨에 문질러지고 있는 귀두를 머금었다. 침과 섞여 부딪히는 소리가 질펀하게 흘러나왔다. 양쪽 성기를 손에 그러쥐고 번갈아 가면서 빠는 사이 아래쪽에 있던 태오가 허벅지를 잔뜩 벌렸다. 말랑말랑하게 풀어진 입구에 손가락을 넣고 들락거렸다. 감질나는 감촉에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자세를 바꾸더니 세 명의 태오가 동시에 내 다리 사이를 파고들었다. 쿠퍼액을 뚝뚝 흘리고 있는 내 성기를 덥석 물었다. 강렬한 자극이 끝나기도 전에 뱉어내자 다른 태오가 내 성기를 물고 빨기 시작했다. 빠는 방식이나 자극하는 포인트가 전부 달랐다. 사정감이 급하게 차올랐다.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성기를 입 밖으로 빼내기가 무섭게 또 다른 태오가 그것을 머금었다. 강하게 압박하면서 빨아대는 촉감에 견디지 못하고 정액을 쏘아댔다.

평소보다 양이 많이 나왔다는 걸 알았다. 빨리면서 느껴지는 쾌감이 꽤 길어서 전신이 바들바들 떨렸다. 입 밖으로 뱉어내자 다른 태오가 덥석 물고 귀두 끝을 혀로 괴롭히기 시작했다. 방금 사정했음에도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과 함께 정액이 터져 나왔다. 걸신들린 것마냥 태오가 정액을 빨아 먹었다. 나는 거의 의식을 잃기 일보 직전이었다. 또 다른 태오가 성기를 물고 정액을 짜내고 있었다.

여러 번 사정을 했지만, 발기가 전혀 풀리지 않았다. 오히려 견디기 힘든 절정을 쉼 없이 맞이하는 기분이었다. 사정을 할 때마다 뇌가 뭉개졌다. 배 안이 뜨겁게 타오르는 기분이었다. 그 격정적인 열기가 자꾸만 강렬한 자극을 원하고 있었다.

“비켜, 내 차례야.”

양쪽 다리가 활짝 벌려졌다. 입구에 성기가 깊게 박혀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태오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 박힌 것만으로도 엉덩이가 부들부들 떨렸다. 몸이 붕 떠올랐다. 박은 채로 몸을 일으킨 태오가 양쪽 엉덩이를 잡고 강렬하게 허리 짓을 했다. 커다란 성기가 아래서부터 위로 사정없이 박아댔다. 또 다른 태오가 내 등에 붙는 게 느껴졌다.

길쭉한 혀를 내밀어 목덜미에서부터 척추를 타고 끈적끈적하게 핥기 시작했다. 혀가 닿는 곳이 민감하게 떨렸다.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 때 구경하듯 혀를 날름대던 태오가 성기를 잔뜩 박고 있는 태오 뒤에 서서 내 입술에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혀가 무자비하게 입안을 헤집었다. 질척하게 혀를 섞으면서 강하게 빨아댔다. 아릿한 통증에 인상이 찌푸려졌다.

강하게 치고 올라오는 태오의 성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 호흡이 거칠게 쏟아졌다. 나는 참지 못하고 맞닿은 배에 다시금 사정했다. 성기를 박은 채로 태오가 귓가에 속삭였다.

“그렇게 내 좆이 좋아?”

“으읍, 흐으.”

박힌 상태에서 다시 성기를 깊게 찔러대기 시작했다. 몸에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나는 덜덜 떨었다. 등에 붙어 목덜미를 물어대던 태오가 불그스름하게 부풀어 오른 입구에 성기를 가져다 대는 게 느껴졌다. 이미 나를 껴안고 있는 태오의 성기가 깊숙하게 박혀 있는데도 그곳을 만져 억지로 틈을 만들었다. 손가락의 움직임에 은밀한 입구가 조금씩 벌어졌다. 만질 때마다 박힌 성기가 전립선을 문질러대고 있어서 자꾸만 허벅지가 경련했다.

틈을 벌린 입구에 성기가 닿았다. 쑤욱 밀고 올라오는 성기가 느껴졌다. 비좁은 입구가 빠듯하게 또 다른 성기를 삼켜대는 게 느껴졌다. 배가 꽉 차올랐다. 꾸욱 치고 들어오는 밀도감에 숨이 막혔다. 뒤에서 성기를 완전히 밀어 넣은 태오가 내 어깨에 코를 박고 잔뜩 신음했다. 그러더니 느릿하게 성기를 흔들기 시작했다. 엉덩이에 힘을 주고 성기가 이미 박혀 있는 곳을 위아래로 드나들기 시작했다. 두 개의 성기가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계속 성기를 박고 있던 태오가 내 젖꼭지를 물어댔다. 연약한 살이 한 움큼 그의 입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혀로 유두를 문지르면서 깨무는 동시에 빳빳하게 선 내 성기를 잡아 자극하기 시작했다. 핑크빛 성기가 큼지막한 손에 문질러졌다. 세 명의 태오가 사정없이 자극점만을 괴롭혔다. 그걸 온몸으로 느끼는 동안 격한 절정이 몸을 관통했다.

“잠깐만, 나 지금 사정하고 있는데, 흔들지 마.”

“씨발, 박고 있는 걸 어떻게 멈춰.”

“빨리 빼.”

“싫어, 나도 싸고 싶어.”

정액이 흘러들어 왔다. 뜨끈한 것이 배를 꽉 채웠다. 나 역시 흥건하게 사정을 쏟아냈다. 쑤욱 하고 성기 두 개가 빠져나가자 밑으로 정액이 후두둑 떨어졌다. 바닥에 눕혀지기가 무섭게 세 명의 태오가 몸에 묻은 정액을 핥기 시작했다.

세 개의 붉은 혀가 몸을 샅샅이 훑었다. 계속 키스만 해오던 태오가 성기에 묻은 정액을 핥으면서 두 명의 태오가 싸질러 놓은 입구에 손을 가져갔다. 정액으로 흥건하게 젖어 벌름거리는 입구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면서 성기를 목구멍 깊숙이 빨기 시작했다.

조금도 시들지 않은 성기가 태오의 목구멍에 잔뜩 조여졌다. 목젖에 쓸리는 기묘한 쾌감에 소름이 돋았다. 쾌감을 견디며 잔뜩 헐떡거리고 있는데, 양쪽에 자리 잡은 태오가 젖꼭지를 한쪽씩 물고 괴롭히기 시작했다. 배를 문지르고, 옆구리를 쓸어내리고. 그러면서 젖꼭지를 잔뜩 비벼댔다. 그 때 아래서 성기를 잔뜩 삼키고 있던 태오가 강하게 입구를 가르고 성기를 밀어 넣는 게 느껴졌다.

“아윽. 흐읏. 아아….”

박히는 것만으로 절정이 몸을 휩쓸고 지나갔다. 움찔하고 몸이 경직되었다. 아래를 빠르게 파고들어 오는 성기가 쾌감을 부추겼다. 빠르게 피스톤 질을 하던 성기가 깊게 박히는 순간 응축된 정액이 배 안을 적셔댔다. 어떤 태오의 것인지 모를 또 다른 성기가 입에 박혔다. 나머지 한 명의 성기는 젖꼭지에 무방비하게 비벼졌다. 온몸이 성기가 되어 계속해서 정액을 싸지르는 기분이었다. 증강하는 쾌감에 그만 의식을 놓고 싶었다.

* * *

“으으, 흣으.”

형이 미간을 잔뜩 좁혔다. 괴로운 듯 몸을 움찔거리다가 입술 밖으로 신음을 쏟아냈다. 청각이 곤두섰다. 몸이 약한 형에게 몽마가 다시 달라붙은 게 분명했다. 목에서부터 쇄골 아래로 붉을 빛을 품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형의 옷을 확 잡아 젖혔다. 소화기관을 타고 배 밑으로 이동하는 붉은빛이 선명하게 보였다. 곧이어 파란빛과 초록빛이 같은 이동 속도로 몸을 타고 내려왔다. 기묘한 열을 품은 그것들이 배 아래에 고여 천천히 사라지는 게 눈에 들어왔다.

‘팃’이었다. 몽마가 정기를 빨아들일 때 쓰는 일종의 환각제인데, 이걸 삼키면 몽마와 교접하지 않고선 꿈에서 깨어날 수 없었다. 하나만 삼켜도 발정제를 맞은 것처럼 괴로울 텐데 세 개나 배 안쪽으로 사라졌다. 나는 어쩔 줄 모르고 형을 흔들었다. 이미 팃을 삼킨 형은 미약한 신음을 흘릴 뿐 일어나지 못했다. 얼른 침대 위로 올라가 재빠르게 형의 오른손에 깍지를 꼈다. 손가락 하나하나 겹쳐 잡은 손안으로 창백한 형의 체온이 느껴졌다. 나는 눈을 감았다. 빨리 형의 꿈 안으로 들어가는 게 급선무였다.

어쩜 이렇게 생각이 없었을까. 그동안 꾸준하게 형의 꿈에 들락거렸다. 지금껏 해왔던 나쁜 짓들이 떠올랐다. 뭔가 내가 건드려선 안 될 것을 건드렸는지 모른다. 팃이 어떤 건지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눈으로 본 건 처음이었다. 어째선지 나는 형의 꿈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손을 꽈악 잡고 있어도 그대로였다. 나는 새하얀 살결의 형의 몸에 손을 가져갔다. 배꼽 아래를 더듬거렸다. 팃이 완전히 흡수되었는지 납작한 배가 오르내릴 뿐이었다.

“하읏, 흐. 으읍….”

형이 다시금 신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호흡이 좀 전보다 가빠졌다.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혼탁한 숨을 내쉬면서 괴로워했다. 양 볼이 불그스름하게 달아올랐다. 가슴이 오르내릴 때마다 형이 고갤 힘겹게 흔들었다. 잠옷 바지 앞섶이 잔뜩 부풀어 오른 게 육안으로도 느껴졌다. 형이 꿈속에서 몽마 새끼들에게 당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얼른 형의 바지를 밑으로 내렸다. 크게 부풀어 오른 성기가 팬티 끝을 적시고 있었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고 형의 팬티를 조심스레 밑으로 내렸다. 이미 끝까지 발기한 핑크색 성기가 눈앞에 드러났다. 요도 구멍에서 투명한 선액이 방울방울 떨어져 귀두 주변을 적시고 있었다.

형이 빌어먹을 몽마에게 잡아먹히고 있다고 생각하자, 피가 솟구치는 것 같았다. 형의 가슴이 헐떡였다. 강렬한 경련을 일으키듯 허벅지가 잘게 떨리는 게 눈에 들어왔다. 서둘러 핸드폰을 끌어당겨 연락처를 뒤졌다. 벌써 3년도 더 된 일이지만, 달리 전화를 걸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목록에 있는 전화번호를 다급하게 꾸욱 눌렀다. 컬러링도 없는 건조한 신호음이 뚜우, 하고 일정하게 울렸다.

나는 초조하게 시계를 쳐다봤다. 새벽 두 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그가 한국에 있는지, 아니면 뮌헨에 있는지. 나로서는 짐작할 만한 곳이 없었다. 이렇게 걸고 있는 내 전화를 받아줄 거란 어떤 기대도 할 수 없었다.

형이 숨이 넘어갈 것처럼 허릴 크게 휘면서 파들파들 떨어댔다. 나는 얼른 형을 끌어안았다. 빳빳하게 경직된 몸이 잘게 경련하는 게 느껴졌다. 그 강도가 얼마나 강한지 나로서는 짐작할 수 없었지만, 형은 극도로 몸을 떨다가 그만 의식을 잃듯이 쓰러졌다. 귓가에 울리던 신호음이 뚝 끊겼다.

“박사님, 저 태오예요.”

-세상에, 태오야. 오랜만이구나. 어떻게 이런 시간에 전화를….

“죄송해요. 지금 형이. 하아. 형이.”

형의 얼굴이 다시금 붉게 달아오르는 게 눈에 보였다. 눈가가 축축하게 젖어 있는 걸 본 순간 딱 미쳐버릴 거 같았다.

“팃을 삼켰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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