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 시선 (6/37)

5. 시선

“윤 여사님, 엄마는요?”

기태오가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면서 마개를 딴다. 일요일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유리 벽 너머 빗방울이 떨어지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잔디 바닥이 촉촉하게 빗물에 젖어 싱싱해 보였다. 기태오는 시리얼이 가득 담긴 그릇에 우유를 잔뜩 붓고선 의자를 빼고 앉았다.

“사모님은 자선 바자회가 있어서 일찍 나가셨어요.”

“바자회 오늘이었나?”

녀석은 플라스틱 숟가락으로 가볍게 그릇의 내용물을 뒤적거리더니 한 입 떠먹었다. 나는 접시에 담긴 모닝 빵에 버터를 조금 바른다. 늦은 아침이었다. 새벽 늦게까지 잠들지 못하고 뒤척거리다 겨우 잠이 들어 다시 일어났을 때가 오전 열한 시 사십 분. 잠을 자고서도 기운이 별로 없었다. 버터가 발라진 빵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오후 두 시쯤 스터디카페에서 형준이랑 만나기로 했는데, 이상한 꿈을 꾼 탓인지 별로 내키지 않았다. 나는 빵을 조금 뜯어 먹다가 내려놓았다. 조금 더 누워 있고 싶었다. 잠을 설쳐서 그런지 컨디션이 별로인 것 같았다. 우유를 한 모금 들이키고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왜, 더 먹지 않고?”

“…….”

“어디 아퍼?”

녀석이 나를 따라 커다란 몸을 일으켰다. 자연스럽게 손이 내 이마를 짚었다. 나는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가 떴다. 녀석이 커다란 눈으로 나를 살폈다. 맞닿은 손바닥이 기분 좋게 서늘해서 다시 눈이 감길 것만 같았다. 이마에서 떨어져 나간 다섯 개의 손가락이 내 턱을 살짝 잡는 게 느껴졌다. 조금 더 다가온 얼굴이 진지하게 내 얼굴을 살폈다. 평소라면 거부감부터 들었을 게 뻔한데, 이상했다. 동그란 눈동자가 딱 하고 마주쳤다.

“너 열 있는 거 같아.”

턱을 잡고 있던 엄지손가락이 내 입술을 스치듯 문질렀다.

“여기…. 입술도 텄어, 형.”

“…….”

“잠깐 있어봐. 여사님!”

녀석이 윤 여사를 찾아 밖으로 나갔다.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버려 그대로 식탁 의자에 주저앉았다. 원래 사람 체온이 이렇게 간질거리는 거였나. 녀석의 눈빛과 맞닿던 촉감. 입술에 남은 온도가 야릇했다. 손가락으로 녀석의 손가락이 닿았던 내 입술을 만져봤다. 그 때, 이쪽으로 걸어들어오는 기태오가 보였다.

“이거 먹어.”

어디서 약을 찾아왔는지 생수 한 컵과 함께 알약을 내밀었다.

“윤 여사님은.”

“마트 간다고 나가셨어.”

알약을 받아 입안에 넣고 물을 마셨다. 생각해보니 정기검진 받을 때가 다가오고 있었다. 무리한 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묘한 현기증이 치밀었다. 이마를 짚은 채 한숨을 쏟아냈다. 아무래도 스터디카페는 취소해야 할 것 같았다.

“아까보다 얼굴이 창백해.”

“…….”

“안 되겠어.”

녀석이 내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핑 도는 현기증보다, 맞닿은 체온이 신경 쓰였다. 내 팔을 당겨 자신의 어깨에 걸쳐놓고 곧바로 내 허릴 감싸 안았다.

“놔, 혼자 갈 수 있어.”

“어지럽잖아. 너 쓰러지면 내가 더 골치 아프거든.”

생각해보면 타인과 접촉할 때면 정수리 위로 쏟아져 나오는 문장을 좇느라 바빴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무슨 기분인지. 활자를 읽는 동안 불필요한 것들까지 모두 알아버려서 피곤해지기 일쑤였는데, 기태오는 처음부터 달랐다. 이렇게 체온이 맞닿아 있어도 마음이 눈에 보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든, 어떤 감정이든. 머리 위가 깨끗했다. 지금껏 마음을 읽을 수 없어 불쾌했는데, 현기증 탓일까, 녀석의 체온이 싫지 않았다.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 거야.”

침대에 나를 눕힌 녀석이 한마디 했다. 나를 내려다보는 눈동자가 평소랑 다른 것 같았다. 아니면 기분 탓일까.

“잘 거니까, 나가.”

나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그럼, 쉬어. 낮게 고막을 두드리는 목소리가 이상하게 감미롭다. 곧이어 천천히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눈을 깜박였다. 코피를 쏟은 이후 기태오가 좀 달라진 것 같다. 약을 챙겨주고, 부축해주고. 원래 저런 애였나. 다정하게 굴고 있는 기태오가 묘하게 신경 쓰였다.

* * *

거칠게 내리던 비가 잦아든 건 저녁을 먹고 나서 한참이 지난 후였다. 샤워를 끝내고 밖으로 나오자 형이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나보다 먼저 욕실을 쓴 탓에 머리끝이 젖어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시선이 마주쳤다. 평소라면 ‘뭘 봐 새끼야, 뒤지고 싶냐?’ 따위의 말이 쏟아질 법한데 이상하게 날 선 얼굴을 짓지 않았다. 천천히 형에게 다가갔다. 어쩐 일인지 옆에 앉아도 별말이 없었다.

“열은 내렸어?”

“…아니.”

형은 고개를 푹 숙이고 조금 괴로운 목소리로 작게 대답했다. 아직도 열이 떨어지지 않은 걸까. 괜히 신경 쓰였다. 손가락으로 형의 턱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야릇한 눈동자가 맞닿는가 싶었는데 나를 피해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짧은 순간에도 붉게 물든 뺨과 열띤 입술이 야했다. 헐렁한 티셔츠 탓에 슬쩍 드러난 쇄골이 유독 도드라져 보였다. 원체 마른 몸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살짝 힘을 주면 부서질 것 같았다.

형이 두 다릴 쪼그리고 나를 피해 반대편으로 몸을 돌렸다. 흰 목덜미가 눈이 부셨다. 무슨 일인지 형은 작게 신음하기 시작했다. 잘게 몸을 떨면서 힘겨운 듯 고갤 비틀었다.

“왜 그래?”

“…으읏. 하으읏.”

몸을 건들자 견디기 힘들다는 듯이 형이 울부짖었다. 이젠 두 손을 다리 사이에 넣고 어쩔 줄 몰라 했다. 귓불과 목선까지 벌겋게 달아올라 뜨거운 숨을 연신 토해냈다. 감고 있는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이러다가 또 쓰러지는 건 아닌가 덜컥 겁이 났다.

“형?”

“아, 아파. 흑. 아파서. 아읏.”

잔뜩 흐트러진 얼굴로 선규호가 고갤 흔들었다.

“어디가 아픈데?”

“흐으. 여, 여기가.”

다리 사이로 밀어 넣은 손을 허벅지로 조이면서 엉덩이를 느릿하게 흔들었다. 한껏 휘어진 눈썹과 젖은 눈매로 나를 쳐다봤다. 연신 신음을 토했다. 아파 죽겠다는 형을 두고 아랫도리가 완전히 섰다는 걸 깨달았다. 하, 씨발. 낮게 욕을 뱉으면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형의 양쪽 손목을 그러쥐고 힘으로 잡아 뺐다. 성기를 감싸고 있는 손을 떼어내자 두 다릴 오므리고 나를 밀치기 시작했다.

“싫어, 나올 것. 아으. 하지…마. 아응.”

아픈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이렇게 음란한 얼굴을 하고 잔뜩 달아올라서…. 나는 강압적으로 형을 소파에 눕혔다. 헐떡이는 숨소리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형은 나를 밀어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두 팔을 동시에 움켜잡고 내 밑에서 버둥거리는 형을 내려다봤다.

“안 돼…. 아읏. 싫….”

고무밴드로 된 헐렁한 반바지를 잡아 내렸다. 치즈처럼 늘어지듯 형의 바지가 허벅지 아래로 밀려 나갔다. 형이 감추고자 무던히도 노력하던 곳을 내려다봤다. 나는 그만 호흡이 멎는 것 같았다. 눈을 깜박였다. 바지가 벗겨진 걸 깨달은 형이 곧 죽을 것처럼 발버둥을 쳐대며 욕을 했다.

“꺼져, 병신아, 아읏.”

나는 손목을 그러쥔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곤 형의 얼굴을 곧게 내려다봤다. 뺨과 귓불까지 물든 얼굴이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았다. 형은 수치심이 얼룩진 얼굴로 아랫입술을 물었다.

“이거 뭐야?”

형은 여전히 괴로운 얼굴로 고개만 흔들었다. 꽉 잡혀 있으면서 몸을 비틀고 나를 밀어내려고 애썼다.

“너 힘들게 하려는 거 아냐.”

내 말에 형이 가까스로 움직임을 멈추었다. 뭔가가 북받쳐 오르는 것처럼 형은 꾸욱 눈을 감았다. 눈가에 고인 눈물이 안타깝게 흘러내리는 게 보였다.

“움직이지 마, 풀어줄 테니까.”

눈을 뜬 형이 나를 올려다봤다. 얇은 숨을 연신 내뱉으면서 확인하듯 입술을 뗐다.

“이거, 흐읏. 풀 수 있어?”

아마도.

나는 꾸욱 누르고 있던 형의 손목을 놓고 아래로 내려와 형의 바지를 완전히 벗겼다. 형은 부끄러운 듯 다릴 오므리고 냉큼 두 손으로 성기 쪽을 가리려고 했지만, 얼른 형의 팔을 잡아당겼다. 하복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채 형을 소파에 앉게 했다. 아까 전보다 더욱 불그스름해진 얼굴이 터질 것만 같았다.

“나, 화. 화장실 가고 싶…으.”

나는 형의 허벅지를 잡고 양쪽으로 넓게 벌려 다리 사이에 앉았다. 단단하게 부풀어 오른 성기엔 남성용 정조대가 채워져 있었다. 그 안에서 커질 대로 커진 성기가 붉다 못해 푸릇푸릇해지고 있었다. 대체 언제부터 이런 걸 차고 있었는지. 아니. 어디서 이런 걸 구해 겁도 없이 찰 생각을 한 건지. 기가 막혔다. 나는 형의 성기를 가볍게 쥐고 어떤 식으로 풀리는 제품인지 살폈다. 중앙에 열쇠 구멍이 있는 걸 보면 분명 열쇠가 있을 텐데. 나는 고갤 들어 형을 쳐다봤다.

“형, 열쇠 어딨는지 기억나?”

“네 방. 두 번째 책상 서랍…, 하읏.”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얼른 방으로 가서 열쇠부터 뒤졌다. 형 말처럼 두 번째 서랍을 열자 잡동사니 밑에 반짝반짝하게 빛나는 자그마한 열쇠가 눈에 들어왔다. 그 잠깐 사이도 못 참고 형이 자꾸만 나를 불렀다. 열쇠를 챙기자마자 빠르게 방을 빠져나왔다. 서둘러 형의 다리 사이로 몸을 굽혔다.

“하읏. 하아. 아파. 태오야, 아. 으응.”

조심스럽게 형의 정조대를 잡고 구멍에 열쇠를 밀어 넣었다. 천천히 방향을 돌리자 철컥, 하고 금속 소리가 작게 울렸다. 자물쇠를 풀고 구속구를 열자 빳빳하게 선 형의 성기가 눈에 들어왔다. 형이 다급하게 몸을 일으켰다. 급한 모양인지 욕실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욕실로 들어간 형이 숨이 넘어갈 듯이 나를 불렀다.

“하읏. 기, 기태오! 빨리. 빨리 와봐.”

나는 빠르게 욕실로 내달렸다. 문을 열자 거의 울상이 된 형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면서 빳빳하게 선 자신의 성기를 내려다보곤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안 나와.”

“뭐가?”

“쉬가 안 나온다고. 흐읏.”

형을 당겨 이쪽을 보게 했다. 빳빳하게 발기한 성기 끝에 뭔가가 꽂혀 있는 게 보였다. 대체 여기에 무슨 짓을 한 건지.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었다.

“여기다가 뭐 넣었어?”

“아으. 몰라….”

“움직이지 마. 다칠지도 몰라.”

형이 축축하게 젖은 얼굴로 고갤 끄덕였다. 그게 또 뭐라고 마음이 심란했다. 조심스레 형의 성기를 그러쥐었다. 구속용 정조대에 조인 채 방치되어 있었던 터라 조금만 닿아도 형이 아파했다. 내 딴엔 조심히 다루는데도 아프다고 난리를 쳐댔다.

“형. 조금만 참자. 이거 빼야지.”

“아파 죽겠다고. 으. 아으흑.”

아무래도 다른 방법을 찾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양변기에 형을 앉히고 다리 사이에 자릴 잡았다. 만지기만 해도 기겁을 해대는 통에, 손가락보다 좀 더 부드러운 게 필요했다. 닿아도 괜찮을 만한,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것이면 좋겠는데.

나는 형의 다리 사이로 고갤 숙였다. 조심스레 형의 성기를 잡고 입술을 열었다. 구멍을 막고 있는 귀두를 입술로 조심스레 물고 혀로 그것을 핥았다. 내가 하는 걸 내려다보고 있던 형이 놀라서 두 손으로 얼른 내 머릴 밀어냈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이 나를 보고 어쩔 줄 몰라 했다.

“너 죽을래?”

“네가 아프다고 발광하니까 그렇지.”

“그렇다고 혀를, 어떻게 그걸….”

“그럼 계속 그 상태로 놔둘 거야?”

험악하게 일그러진 표정의 형이 결국 고갤 숙였다. 또다시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그러게 이런 걸 왜 박고 와서 난리냐고 한마디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저 눈물이 뭐라고. 턱에 고여든 눈물을 보고 있자니 마음 어딘가가 착잡해졌다. 나는 손을 뻗어 눈물을 천천히 닦으면서 눈을 맞췄다.

“아프게 안 할게, 형.”

나를 내려다보던 형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혀로 형의 성기 끝을 축축하게 핥았다. 형은 주먹으로 입을 틀어막고 무슨 고문이라도 되는 것처럼 미간을 구겨댔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형의 성기를 입속에 넣었다. 혀끝으로 좁다란 요도 입구를 더듬자, 구멍에 박혀 있는 뭔가가 혀끝에 닿았다. 속에 깊숙하게 박힌 걸 단박에 빼기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 이상한 걸 솟아오르게 하려면 아무래도 형의 성기를 강하게 빨아야 할 것 같았다.

입술을 벌려 형의 성기를 좀 더 물었다. 부드럽게 혀끝으로 요도 주변을 어루만지면서 힘 있게 압력을 가해 빨기 시작했다. 형이 놀라서 다시 내 머릴 밀치려고 했지만 나는 두 팔로 형의 엉덩이를 감싸고 성기를 집중적으로 빨아 당겼다.

“아읏. 아으….”

요도 구멍에 단단히 박혀 있던 것이 조금씩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나는 혀로 형의 귀두 부분을 핥으면서 구멍 위로 미약하게 솟은 것을 확인했다. 이질적인 금속 재질을 앞니로 깨물고 천천히 잡아당기려는데 도무지 빠져나오질 않았다.

“이상해…. 태오야. 되게 이상… 아읏. ”

형의 다리와 허벅지가 가느다랗게 경련하고 있었다. 빨고 있던 성기를 입에서 빼고 형을 올려다봤다. 식은땀을 흘리면서 덜덜 떨고 있는 형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축축하게 젖은 눈가가 처연해서 심장이 이상하게 뛰기 시작했다.

“빠니까 안에 박힌 막대기가 조금씩 나오고 있어.”

“…막대기?”

“어. 좀만 참아봐.”

“…….”

“내가 꼭 빼줄 테니까.”

형이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리 조금만 더 벌릴까?”

매사 제 고집대로만 하던 형이 순순히 허벅지를 벌렸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성기가 눈에 들어왔다. 내게 성기를 내밀고 있는 형 때문에 나도 모르게 기분이 야릇해졌다. 딱딱하게 선 성기를 조심스레 입에 물고 연약한 살을 조심스레 빨았다. 붉게 물든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형이 미약한 신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구멍에 막힌 이물질을 빼려고 혀를 더듬었다. 앞니로 그것을 천천히 당겼다. 도무지 빠질 것 같지 않던 금속 막대기가 술술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물고 있던 성기를 뱉어놓고 손가락으로 잡아 완전히 빼냈다. 나는 형을 올려다봤다. 그 순간 형의 입술이 기묘하게 일그러졌다.

“좆 빠니까 좋냐?”

큭, 하고 웃는 입술이 재밌어 죽겠다는 듯 휘어졌다.

“기태오, 감 다 죽었네.”

왜,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남성용 정조대는 내가 형의 꿈속에 들락거리면서 사용했던 것과 같은 것이었다. 열쇠만 해도 그랬다. 내 방 두 번째 서랍이라니. 선규호라면 절대 하지 않을 짓이었다. 현실에선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왜 이제야 알아차린 걸까. 꿈이라는 걸 인지한 순간 잠에서 완전히 깼다는 걸 알았다.

스르륵 눈이 떠졌다. 내방 천장이 새하얗게 눈에 들어왔다. 창밖으로 빗소리가 드문드문 들려왔다. 꿈 탓인지 성기가 아릿하게 당기는 게 느껴졌다. 상체를 일으켰다. 마른세수를 하면서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꿈을 꾼 건 실로 오랜만이었다. 최근 들어 잠에 온전히 나를 맡겨본 적도 없고 대부분 형의 꿈에 들락거리는 데 할애했었다. 꿈에서 나를 보고 웃던 선규호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를 비웃던 그 얼굴이 쉽게 지워질 것 같지 않았다. 나는 습관처럼 형의 방문 앞에서 숨을 골랐다. 약에 취했으니 지금쯤 곤히 자고 있을 것이다. 나는 방문 손잡이를 돌리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잠든 형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날 잔뜩 꼴리게 만들어놓고 평온한 얼굴로 잠든 형이 존나 재수 없었다. 침대 위로 기어올라 형 옆에 누웠다. 손을 뻗어 잠든 형의 손을 잡았다. 손가락을 하나씩 겹쳐 바짝 당기는 순간, 의식이 흐릿해지는 게 느껴졌다. 깜박이던 눈꺼풀이 그대로 감겼다. 툭, 하고 나는 형의 꿈속으로 어떤 저항도 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 * *

“다리 제대로 벌려.”

기태오의 목소리가 명령처럼 울렸다. 커다란 손가락이 내 엉덩이를 꽉 잡아당기는 게 느껴졌다. 그럴 때마다 격렬하게 녀석의 성기가 나를 헤집었다. 욕조에 차오른 물이 움직이는 몸짓에 맞춰 출렁거렸다. 무릎이 자꾸 욕조 바닥에 짓눌러져 아팠다. 피멍이 들고 있어도 녀석은 멈추지 않았다. 숨을 헐떡일 때마다 커다란 것이 배 안 깊숙하게 들어왔다. 예민한 곳을 일부러 짓누르는 게 느껴졌다. 싫다고 그만하라고 소리쳐도 태오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읏, 으아. 그만. 하으. 제발.”

습기 가득한 욕실 천장에 고여 있던 물이 아무렇게 등에 떨어졌다. 바싹바싹 입이 말랐다. 틈을 주지 않고 몇 번이고 내 안을 찔렀다. 입 밖으로 쏟아지는 숨소리가 한없이 음란했다. 아래쪽을 사정없이 치고 들어오는 압박감에 허벅지가 덜덜 떨렸다.

“흐읍, 하지…,”

커다란 손이 내 등을 어루만지면서 갑자기 안쪽으로 손을 뻗었다. 단단한 손가락이 젖꼭지를 어루만지다가 한쪽 꼭지만 잡아 아프도록 비틀었다.

“하. 하읏 핫….”

그리곤 다시 젖꼭지를 엄지손가락으로 지분대면서 잡아당겼다. 야릇한 아픔이 흥분으로 변하는 건 순간이었다. 얼얼하게 젖꼭지를 잡아당길 때마다 나도 모르게 엉덩이를 흔들었다. 마치 더 박아달라는 듯이 뒤로 성기를 잔뜩 문 채 흔들었다.

“민감하구나, 형.”

음란한 신음이 자꾸만 새어 나왔다. 언제부터 흘렸는지, 성기 끝이 쿠퍼액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안을 능숙하게 헤집는 녀석 때문에 견디기 힘든 쾌락이 나를 덮쳐왔다. 마치, 오래전부터 관계를 이어온 것처럼 멋대로 몸이 흥분했다.

“ 하아, 하아, 아읏.”

녀석이 양쪽 엉덩이를 꽈악 잡아당겼다. 더는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성기가 깊게 박혀들었다. 꾸욱 밀착된 녀석이 엉덩이를 뭉근하게 돌리기 시작했다. 음란한 움직임에 애가 탔다. 발기한 내 성기를 녀석이 움켜잡는 게 느껴졌다. 다섯 개의 손가락이 성기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빠르게 사정감이 치솟았다. 뇌가 다 녹아버릴 것 같은 절정이 나를 덮쳤다. 녀석이 내 엉덩이를 다시금 강하게 잡아당겼다.

동시에 울컥울컥 정액을 쏟아내는 녀석의 페니스가 느껴졌다. 흥분으로 얼룩진 몸이 흐느적거렸다. 녀석은 마지막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내 몸에 처박았다. 등 뒤로 녀석의 가슴이 느껴졌다. 상체를 온전히 숙이고 나를 끌어안았다. 맞닿은 체온이 데일 듯이 뜨거웠다. 쿵쿵 울리는 심장 박동이 아프게 나를 때렸다.

“하아. 하. 형….”

귓바퀴에 뜨거운 숨이 간헐적으로 닿아왔다.

“이렇게, 쪽.”

“……”

“울면, 쪽.”

“……”

“더 괴롭히고 싶은 거 알아?”

귓불과 뺨에 차례로 입을 맞춘다. 내 턱을 끌어당기면서 눈가의 눈물을 혀로 핥았다. 나는 그만 눈을 감았다. 말캉한 혀가 속눈썹을 핥는 게 느껴졌다. 감았던 눈을 뜨자, 시선이 얽혀들었다. 녀석의 눈을 피해 고갤 돌렸다. 시선을 떨어뜨리기가 무섭게 턱이 다시금 당겨졌다.

“놔….”

“나보고 좆 빠니까 좋냐고 물었지.”

깊게 박아 넣던 성기가 한꺼번에 빠지는가 싶더니 입구에 귀두가 걸린 게 느껴졌다.

“네 구멍은 좆 무는 거 좋아하는 거 같다?”

“…….”

“봐, 꽉 물고 놔주질 않잖아.”

어떤 여지도 없이 단박에 성기를 박아댔다.

“그, 그만…해. 하읏.”

녀석의 성기가 들락거릴 때마다 열이 잔뜩 올라 숨이 막혔다. 충격과도 같은 쾌감이 다시금 전신을 전율케 했다. 나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그만 이 모든 게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순간, 나를 뒤덮던 감각들이 사라지는 게 느껴졌다. 서서히 눈꺼풀 밑으로 빛이 스며들어 왔다. 천천히 눈이 떠졌다. 빠르게 뛰는 심장 소리가 귓가에 닿아왔다. 사라진 꿈의 뒤꽁무니를 쫓는 건 허망했다. 잔뜩 애원했던 것만 어슴푸레 떠올랐다. 그만하라고. 대체 뭘 그만하라고 나는 울었던 걸까.

주방으로 들어오자마자 냉장고부터 열고 생수를 꺼내 들었다. 플라스틱 마개를 다급하게 따 입을 댔다. 물을 마시고 있어도 갈증이 가시지 않는 것만 같았다. 생수를 반쯤 마실 무렵 기태오가 2층에서 내려오는 게 보였다. 마주치고 싶지 않은데. 녀석이 주방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형,”

고갤 돌리자, 올곧은 눈동자가 나를 쳐다봤다.

“열은 내렸어?”

“…….”

“얼굴이 빨개.”

손등이 내 뺨에 닿는 게 느껴졌다. 예민해진 탓에 신경이 곤두섰다. 나는 빠르게 손을 쳐내고 녀석을 노려봤다.

“만지지 마.”

“…….”

“아이큐가 금붕어야? 만지지 말라면 쫌!”

“…….”

“하, 병신 새끼.”

거칠게 욕을 뱉었다. 신경질적으로 생수병을 내려놓고 빠르게 녀석을 지나쳤다.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가 내 방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쾅, 닫는 문소리가 사납게 울렸다. 그대로 침대에 엎어졌다. 입시 스트레스인가. 이유 없이 화가 나고 짜증이 치밀었다. 몸이 아프단 핑계로 공부를 거의 못 했다는 게 떠올랐다. 초조했다. 내가 이렇게 넋 놓고 있는 사이 딴 녀석들은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겠지. 몸을 일으켜 책상 앞에 앉았다. 아프다는 핑계로 정신이 약해진 게 틀림없었다. 거칠게 문제집을 꺼냈다. 페이지를 휙휙 넘기면서 머릴 비우려고 애썼다.

‘똑똑.’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조용하게 들려왔다. 윤 여사인가 싶어 문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데, 뜻밖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가도 돼?”

기태오가 문을 열고 얼굴을 들이밀었다.

“공부하는 거 안 보여?”

따지고 보면 기태오에게 화낼 일도 아닌데 자꾸 말이 삐딱하게 나갔다.

“잠깐이면 돼.”

녀석이 열린 문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더니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책상 위에 놓았다. 입술 보호제가 첨가된 립밤이 눈에 들어왔다.

“시간 날 때마다 발라.”

어쩌면 이건 음모가 아닐까. 누군가 내 인생을 몽땅 말아먹게 하려고 일부러 기태오를 내 앞에 보낸 게 아닐까. 다정한 얼굴이 가식이라고 내내 생각했다. 저 녀석 속엔 음흉한 계획을 숨기고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언젠간 큰 사달을 낼 거라고 나는 종종 생각했었다. 경계하고 선을 긋고. 온갖 방법으로 녀석을 무시하고. 못되게 굴고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넌, 내가 밉지 않냐?”

기태오의 눈동자가 조금 놀란 듯이 나를 쳐다봤다. 그러다가 작게 웃었다. 호선을 긋고 올라간 반듯한 입술선이 깨끗했다. 원래 이렇게 웃었던가.

“아프고 나더니 철들었냐?”

“…….”

“미웠던 적 없어.”

“…….”

“내 형이잖아, 너.”

그 울림이 올곧게 내 심장을 관통했다. 잔뜩 날을 세우고 곤두섰던 감정들이 조용히 가라앉는 게 느껴졌다. 형이라고 부르라고만 했지, 한 번도 네게 형처럼 굴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기태오는 나를 형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네가 품고 있는 마음과 말이 같을까. 넌 무슨 생각을 할까. 네 마음이 보였으면 좋겠다. 평범한 다른 사람들처럼. 그러다가 문득, 네가 궁금해졌다. 네 속마음이 어떤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