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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튼 퓨리티 (129)화 (129/172)
  • 129화

    내 말에 이환이 웃음을 터뜨렸다.

    “내 요정님이 정말, 너무 귀여워서 숨이 안 쉬어지려고 합니다.”

    “…….”

    “지금부터 시작, 하고 각 잡고 옷부터 벗는 게 좋습니까?”

    “놀리지 마세요.”

    얼굴과 목덜미에 더해 귀에도 열이 올라 뜨끈뜨끈했다.

    “키스할까요.”

    “……네.”

    뺨에 살짝 입 맞춘 이환이 속살거리며 물었다. 눈을 내리뜨며 고개를 끄덕이자 그의 입술이 살포시 내려앉았다.

    깃털처럼 가볍고 보드라운 입맞춤이었다.

    촉, 촉. 입술이 닿았다 떨어질 때마다 가벼운 접촉 음이 울렸다. 벌어진 입술 틈으로 혀가 부드럽게 파고들었다. 목덜미와 뺨을 감싼 손이 온기를 전해 왔다.

    긴팔 티셔츠가 벗겨지고, 바지와 속옷이 차례로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알몸으로 침대에 누운 내 위를 이환이 차지했다.

    재킷을 벗고 넥타이를 풀어 던진 지 오래였지만, 여전히 와이셔츠에 정장 바지 차림이었다. 그런 이환의 아래에 알몸으로 누워 있는 기분이 조금 묘했다.

    “옷…….”

    “네?”

    “입고 하는 거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와이셔츠의 단추를 만지작거리며 말하자 이환이 웃음을 흘렸다.

    “해민 씨랑 하는 걸 좋아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해민 씨랑 여러 가지 방식으로 다양하게.”

    그래서 둘 다 옷을 입고 했던 며칠 전과 달리 오늘은 나만 벗겨 놓고 본인은 입고 있는 건가.

    “또…… 어떤 방식이 있어요?”

    바지 밖으로 꺼낸 성기를 내 사타구니에 문지르며 이환이 유두를 잡아 비볐다. 코끝으로 뺨을 문지르고 입을 맞추며 그가 음, 하고 말을 끌었다.

    “유리창 너머 햇살이 비추는 따스한 한낮에, 거실 바닥에 햇살을 이불 삼아 알몸으로 누운 해민 씨를 안고 싶네요.”

    내 성기를 압박하듯 짓누르던 이환의 물건이 가랑이 사이로 들어와 회음을 미끄러지듯 파고들었다. 마치 다리 사이에 야구 방망이를 끼고 문지르는 듯한 기분이 매우 미묘했다.

    “가끔은 주차장이나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우고 뒷좌석에서 가쁘게 호흡을 나누며 해민 씨를 안고 싶고. 한 번쯤은 정원의 잔디 위에서, 아니면 그네 위에서도 해 보고 싶고.”

    “오픈된 공간에서 하고 싶으신 거예요?”

    이환이 헛웃음을 흘리며 내 뺨에 이를 세웠다. 광대 위의 볼살이 씹히는 느낌이 이상하여 살짝 눈 끝을 찡그렸다.

    “밀폐된 장소도 좋아합니다. 장소, 체위, 복장의 문제가 아니라 해민 씨가 문제니까요.”

    “제가 문제예요?”

    “그럼요. 해민 씨가 옆에 있으면 자지가 제어를 벗어나 멋대로 불끈불끈해지니 문제죠.”

    그 불끈불끈한 물건이 내 엉덩이 사이의 구멍을 쿡쿡 찌르고 있었다. 단단한 귀두에서 미끈거리는 액체가 흘러나와 구멍 주변을 축축하게 적시고, 성난 기세로 제가 들어갈 입구를 찾으려 여기저기를 찔러 댔다.

    “딱히 오픈된 곳이 아니더라도, 해민 씨와 함께라면 관 속에 들어간대도 좋을 겁니다.”

    “……그래도 관은 들어가지 말아요.”

    거기 들어가려면 아직 멀었다는 내 말에 이환이 착하게도 “그래요.” 하고 답했다.

    “아…….”

    살살 성기를 잡아 문질러 주는 손길에 작게 탄성을 흘리자 이환의 입가에 미소가 짙어졌다.

    “당신이 내 손길에 반응하는 게 좋아요.”

    “실장님도, 제 손길에 반응하세요?”

    “당연하죠. 해민 씨가 몇 번 만지기만 해도 질질 쌉니다.”

    방금 살짝 몽글몽글했었는데, 순식간에 저질스러워졌다.

    떨떠름한 내 표정을 알아차린 이환이 키득거렸다.

    “내 귀여운 요정님.”

    사랑에 빠진 남자의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지만, 아랫도리는 우악스럽게 안을 파고들었다.

    “아흣.”

    “천천히, 힘 빼요.”

    아랫배를 손으로 감싸 문질러 주며 이환이 나를 도닥였다.

    뒤에 야구 방망이 크기의 성기를 쑤셔 넣고 평온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있긴 할까. 살짝 반발심도 들었으나, 내 거시기 크기에 내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던 것처럼 그의 거시기 크기도 그의 의사와는 상관없음을 알기에 이환을 탓하지 않기로 했다.

    잠시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진 뒤,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는 이환을 올려다보며 입술을 벙긋거렸다.

    “예전에, 읏, 예전에요.”

    “네, 예전에.”

    상냥한 목소리로 응수하며 이환이 내 입술을 짓뭉개듯 문질러 비벼 댔다.

    “처음…… 여사님 만나서, 흐으, 일할 사람 구한다고, 으응…….”

    성기가 파고들 때마다 터져 나오는 헛숨에 말을 잇기가 힘들었다. 잠깐만요, 하고 이환의 어깨를 붙잡았으나, 그는 계속 말하라면서도 내 다리를 추어올려 허리에 감게 하고 연신 사타구니를 쳐올렸다. 맨다리와 허벅지에 이환의 옷자락이 감기며 사그락사그락 소리를 냈다.

    “그때, 으응, 실장님이 듬직핫……하으응…….”

    “네, 제가 좀 듬직합니다.”

    “아니, 그거 아니고오.”

    콧소리를 내며 흥흥 숨을 토해 내자 이환이 휘어진 허리 아래로 손을 감아 끌어당겼다. 살짝 들린 엉덩이에 사타구니가 바짝 들러붙어 쿵쿵 방아를 찧어 댔다.

    “여리고, 응으응, 순수한 아이 같다고…….”

    내가 하려는 말이 짐작되었는지 이환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맺혔다. 

    “흐우, 이제, 읏, 으응, 안 믿어.”

    “저런.”

    진심이 조금도 들어가 있지 않은 탄식을 흘리며 이환이 혀를 찼다.

    “나처럼, 여리고, 순수하고, 순진한 사람이 또 어디 있다고.”

    한마디 한마디 내뱉을 때마다 강하게 쑤셔 박는 거시기나 좀 어떻게 하고 말씀을 하시지. 양심도 없냐는 말을 되돌려 주고 싶었다.

    “음흉해요. 하읏……아앙.”

    반발하듯 파고든 성기가 내벽을 찔러 올렸다. 쾌감이 몰려와 사타구니가 욱신욱신 저려 왔다.

    “야하고.”

    “호시탐탐 해민 씨랑 좆질 할 생각만 하는 저질이죠.”

    “이럴 때만 야한 말 하고.”

    낮게 감기는 목소리는 귀를 녹일 듯이 감미로운데, 나오는 단어는 귀를 썩게 만들었다. 손을 뻗어 이환의 입술을 누르자, 그가 입을 벌려 손가락을 물었다. 입안으로 들어간 손가락에 혀가 감기고 타액에 잠겨 느릿하게 빨렸다.

    야해.

    그의 어깨를 끌어안고, 넓은 가슴에 몸을 파묻고, 단단한 허리에 다리를 감아 매달린다. 온몸으로 이환에게 안겨 흔들리고 있노라면 마치 그와 내가 뒤섞이고 있는 기분을 느끼곤 한다.

    눈물이 스민 눈꺼풀을 두어 번 끔뻑거리고 이환을 올려다보았다. 흐릿한 시야에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나에게 열중한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흐으, 실장님…….”

    “조금만 더요.”

    묵직하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몸서리치게 좋았다. 오줌을 쌀 것처럼 아랫도리가 저릿해져 허벅지에 바짝 힘을 주어야 했다. 구멍에 힘이 들어갔는지 이환이 낮게 목을 울리며 크게 허리를 추어올렸다.

    눈앞으로 빛이 반짝였다. 낮게 가라앉은 신음과 함께 어지러울 정도로 산란하는 빛무리가 쏟아져 내렸다.

    19

    “우리도 슬슬 크리스마스 준비를 해야겠어.”

    장을 보고 오신 여사님이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크리스마스요?”

    “응. 거리에 하나둘씩 장식하고 있더라. 크리스마스 케이크도 주문받던걸.”

    그러고 보니 어느새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져 있었다. 크리스마스에서 며칠 더 지나면 연말이고, 어영부영 지내다 보면 금방 해가 바뀌어 있겠지.

    “크리스마스트리도 꺼내 놔야겠네.”

    “트리요? 그런 것도 있어요?”

    “그러엄. 우리 도련님이 크리스마스를 얼마나 기다리는데. 매년 크리스마스트리 꺼내서 장식하고 캐럴 틀고. 난리야, 난리.”

    “…….”

    그 도련님이 올해부터는 크리스마스를 좋아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여사님께 말씀드려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좆같은 산타’라고 욕하는 소리까지 들었기에, 이제까지와 달리 올해의 이환은 크리스마스를 즐기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이환보다 더 기대되고 즐거운 기색이 완연한 여사님에게 이 사실을 어찌 이야기할지 암담했다. 내가 잠시 고민하는 사이, 여사님이 작년에 쓰고 넣어 둔 크리스마스트리를 찾아보겠다고 창고에 내려가시는 바람에 더욱 곤란해졌다.

    “그게 걱정되었습니까?”

    퇴근하고 온 이환에게 여사님 몰래 슬며시 이야기하자, 그가 웃긴 농담을 들은 사람처럼 낄낄거렸다.

    “여사님은 진심으로 실장님이 요정님도 믿고, 산타클로스도 믿고, 달 토끼도 믿는다고 생각하시잖아요.”

    “달 토끼는 뭡니까.”

    “아무튼요.”

    아무튼이 아닌데, 하고 그가 중얼거렸으나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고 일축했다.

    “뭐가 그렇게 걱정입니까. 올해도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면 되지.”

    “이제 요정도, 산타클로스도 믿는 척 안 하기로 하셨잖아요.”

    “세상 사람들이 꼭 산타클로스를 믿어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는 건 아닙니다. 그냥 놀기 위한 기념일이 필요한 거지.”

    그런가.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파티 안 하고 넘어가면 여사님이 제일 서운해하실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걱정했어요. 아까 낮에 크리스마스트리도 창고에서 꺼내 놓으셨거든요. 조만간 벽난로 청소도 하신다던데.”

    나는 그 벽난로가 그냥 인테리어라고만 생각했지, 진짜 거기에 불을 붙이는 용도로 사용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를 위해서 벽난로는 필수였습니다.”

    “아무리 다이어트를 해도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연통으로는 들어올 수 없을 것 같은데.”

    “굴뚝이었어도 그 양반이 들어오기엔 무리였을 겁니다. 어차피 진짜 들어올 일도 없는데 굴뚝이면 어떻고 연통이면 어떻습니까. 라고 해도, 해민 씨처럼 나도 어릴 때 그런 질문을 해서 어머니와 여사님이 당황했던 기억이 나네요.”

    알면서도 모르는 척 질문하고 어른들의 당황한 얼굴을 지켜보는 즐거움이 있었다는 이환의 말에 썩은 미소를 지었다.

    “나쁜 심보.”

    “천진난만한 게 아니고요?”

    “실장님에게 더는 해당 사항이 없는 말 같아요. 그런데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들어올 수 있는 사이즈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벽난로에 불을 붙이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상식적으로 생각을 하면, 들어올 때 타지 않을까. 엉덩이가 익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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