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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튼 퓨리티 (123)화 (123/172)
  • 123화

    안에서 이리저리 휘어져 움직이는 성기의 느낌이 좋았다. 성기가 푹푹 쑤셔 박힐 때마다 느껴지는 압박감도 좋지만, 안을 가득 채운 상태로 커다란 귀두가 비벼지는 느낌도 좋다.

    신이 나서 이리저리 허리를 움직이자 끄응, 하고 신음을 토해 낸 이환이 내 엉덩이를 꽉 붙잡아 바짝 끌어당겼다.

    날 안은 상태로 옆으로 몸을 틀어 소파에 쓰러뜨리고 겹치듯 엎드린 그가 쑥 성기를 빼냈다가 퍽 하고 쑤셔 넣었다. 잔뜩 풀어진 내벽이 무리 없이 그의 성기를 받아 삼켰지만, 급작스러운 압박감에 헛숨을 들이마셨다.

    “시, 실장님…….”

    “그러게 왜 귀여운 짓을 합니까. 내가 참고 있다고 했어요, 안 했어요.”

    “귀여운 짓 아니…….”

    변명하지 말라고 질책하듯 연거푸 성기가 내벽 안쪽을 퍽퍽 때렸다. 마치 주먹이 안을 쑤시는 듯한 충격에 반사적으로 엉덩이에 힘이 들어갔다. 거대한 성기로 인해 쫙 펴진 구멍의 입구에 힘이 들어가며 안에 들어온 것을 물어 댔다.

    “씨발, 자지가 잘릴 것 같아요. 존나 좋습니다.”

    귓불을 질겅이고 뜨거운 숨을 토해 내며 이환이 저급한 욕설을 내뱉었다. 허겁지겁 셔츠 안으로 밀려 들어온 손이 가슴 위로 올라와 유두를 잡아 비틀었다.

    “앗! 하으아, 시, 실장님…….”

    한 손으로는 밀려나지 않도록 어깨를 붙잡고 다른 손으로는 유두를 잡아 비틀며 커다란 가슴으로 몸뚱이를 누른다. 한 치의 틈도 없이 몸뚱이를 꽉 끌어안은 이환이 허리만 바삐 움직여 밑을 쳐 댔다.

    사나운 기세로 처박히는 귀두에 내벽이 뭉그러졌다. 뒤로 물러났다가 다시 삽입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내벽이 성기에 딸려 나갔다 찌그러지기를 반복했다.

    뺨과 귓가에 젖은 숨결이 쏟아졌다. 귓불을 빨던 이환이 입을 벌려 귀 전체를 삼키고 잘근잘근 깨물었다. 마치 성기가 뒤를 쑤시듯 귓구멍 안으로 혀가 파고들 때마다 찔꺽찔꺽 물기 젖은 소리가 메아리쳤다.

    위아래로 전해지는 자극이 버겁다. 벼랑 끝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것처럼 오싹하고 섬찟했다. 언제 떨어질지, 어디로 떨어질지 모르는 암담함. 매달린 손이 너무 아파서 차라리 떨어지고 싶은 마음과 이대로 떨어진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미지의 두려움.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아이처럼 팔과 다리로 이환에게 힘껏 매달리는 것뿐이었다. 이대로 떨어지지 않도록. 나를 건져 올려 달라고, 나를 지탱해 달라고.

    마구잡이로 쉼 없이 아래를 쳐 대던 이환의 움직임이 규칙적으로 변했다. 퍽, 퍽, 퍽. 거세게 쳐올리던 성기가 이보다 더 깊이 들어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강하게 삽입되고 뜨거운 기운이 확 번졌다.

    한 호흡, 딱 그 정도의 틈을 두고 움직임을 멈추었던 이환이 느리게 성기를 빼냈다가 다시 밀어 넣었다. 꿀렁거리며 따뜻한 무언가가 새어 나와 구멍을 채웠다.

    “후우…….”

    묵직한 숨을 길게 내뱉은 이환이 아플 정도로 세게 끌어안고 있던 어깨를 놓아주었다. 고개를 내려 내 얼굴을 살핀 그가 땀으로 젖은 이마를 쓸어 주고 그 위에 입을 맞췄다.

    “미안합니다. 혹시 아팠어요?”

    고개를 내젓자 그가 무언가 생각났는지 손을 내려 내 사타구니를 더듬었다. 이환의 배에 마구 문질러지며 언제 사정했는지 질척하게 젖어 축 늘어진 성기가 그의 손에 잡혔다. 그는 조금 안도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일은…… 정말 미안합니다. 내가 내 욕심만 차렸어요.”

    “…….”

    “해민 씨 탓이라고 하고 싶지만, 그냥 내 잘못인 거 압니다.”

    눈이 돌아가서 제 욕구만 채웠다고, 배려도 없었고 여유도 없었다고. 후회와 자책이 가득한 얼굴을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옷 입고 하는 것과 살짝 오픈된 곳에서 하는 것.

    이환이 좋아하는 것은 어느 쪽이었을까.

    18

    이환이 계속 자택 근무의 탈을 쓴 백수처럼 지내려나 했는데, 집으로 찾아온 백윤경의 손에 끌려 강제 출근을 했다.

    매일 출근은 안 해도 좋으니, 적어도 일주일에 며칠은 출근해 달라고.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나가 보겠다고 선심 쓰듯 말했던 이환은 백윤경에게 눈빛으로 욕을 얻어먹고, 투자 회사의 사장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삼십 분 넘게 잠자코 듣고 있더니 결국 월, 수, 금에만 출근을 하기로 합의 보았다.

    SG 건설로 출근할 때는 엄청 열심히 다녔던 것 같은데. 가끔은 급한 전화를 받고 주말에도 잠깐 출근했던 기억도 있다.

    남의 회사는 무급으로도 열심히 일해 주더니, 정작 자기 회사는 왜 저렇게 출근하기 싫어할까.

    내 의문에 이환은 “나 없이도 멀쩡히 굴러가라고 돈 주며 사장 자리에 앉혀 놓은 거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아니면 그 많은 돈 주면서 사장 시켜 준 보람이 없다고.

    맞는 말이긴 하지만, 본인 사업이라면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본인이 좌지우지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텐데. 역시나 이환은 여러모로 평범하지 않았다.

    “해민 씨!”

    현관문이 열리며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청소기를 내려놓고 현관 쪽으로 가자, 장바구니를 양쪽에 들고 들어오는 여사님이 보였다.

    “무거우시죠. 얼른 주세요.”

    “무겁긴. 아직 점심 안 먹었죠?”

    장 보러 다녀온 뒤에 같이 먹자고, 먼저 먹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가시고선.

    “네.”

    “아휴, 배고프겠다. 얼른 먹어요. 막국수 사 왔어. 이 집이 막국수를 진짜 잘해.”

    “청소기 돌리던 것만 마무리하고요.”

    “안 돼. 막국수를 불면 맛없어. 가뜩이나 포장해 오느라 시간 걸렸는데. 지금 먹어야 해요.”

    물에 빠진 드라이아이스도 아닌데, 여사님이 질겁한 표정을 지으며 얼른 일 분 일 초라도 서두르라며 재촉을 했다. 어쩔 수 없이 주방으로 따라 들어가 포장해 온 막국수부터 테이블에 세팅했다.

    “막국수만 먹으면 부족할까 봐 만두도 사 왔어. 그 집은 만두도 맛있다니까.”

    말만 들으면 세상에 맛없는 게 있을까 싶지만, 사실 여사님의 입맛은 엄격하고 까다로워서 여사님이 맛있다고 말한 음식 중에 맛없는 것은 이제껏 겪어 보질 못했다. 여사님이 맛있다고 보증한다면 진짜 맛있다는 뜻이지.

    혼자 먹으면 포장 용기에 담긴 그대로 먹었을 테지만, 여사님과 함께 먹어야 하니 그릇에 예쁘게 옮겨 담고, 만두도 접시에 정갈히 담아 올렸다. 일회용 젓가락 대신 수저를 챙겨 놓고 돌아보자, 장 봐 온 식재료를 빠른 속도로 냉장고에 정리한 여사님이 허리를 펴고 일어섰다.

    “아이고, 상을 다 차려 놨네.”

    “얼른 드세요.”

    “그래요. 얼른 먹자. 너무 맛있겠다.”

    자리에 앉아 “음, 맛있는 냄새.” 하고 코를 벌름거리며 한껏 음식 냄새를 음미한 여사님이 젓가락을 들었다.

    “전 그냥 반찬 꺼내서 간단히 먹어도 되는데. 매번 이렇게 사 오면 불편하시잖아요.”

    “그래도 해민 씨랑 같이 먹고 싶은걸.”

    “식당에서 먹는 거 좋아하시면서. 포장해 와서 먹으면 맛도 덜하고요.”

    “그럼 같이 외출하지 그랬어요.”

    “그건…….”

    겨우 시장 가는 데 따라붙는 경호원이 부담스러워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일전에 한 번 말해 본 적이 있는데 그게 뭐? 왜? 어때서? 하는 반응이었기에 그 뒤로는 포기했다. 오히려 여사님은 외출에 경호 인력이 따라붙는 상황을 부담스러워하기보다, 그로 인해 보장받는 안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래도 내키지 않는단 말이야. 그냥 나 한 사람만 집에 얌전히 있으면 다들 편해지는데.

    꼭 외출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여사님 혼자 장 보러 나가게 하는 것이 죄송하지만, 나와의 동행이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니라 내 존재가 꼭 필요하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냥 여사님이 나가서 점심을 드시지 못하고 포장해 와 같이 먹으려 한다는 점이 조금 죄송할 따름이다.

    “막국수 맛있네요.”

    그래도 막국수는 맛있었다.

    “그렇지? 이것도 너무 추워지면 안 끌려. 다 맛있을 때가 있다니까.”

    만두도 같이 먹으라며 접시를 내 앞으로 살며시 밀어 준 여사님이 웃으며 막국수를 호로록 삼켰다.

    이 근처는 왜 이렇게 맛집이 많지? 보통 이상만 되어도 다 맛있게 느껴지는 저렴한 입맛일 수도 있겠지만, 여사님이 추천해 주신 음식들은 다른 사람들이 먹어도 다들 맛있다고 엄지를 치켜들 수준이었다. 맛집을 꿰고 있는 여사님이 오늘따라 대단해 보였다.

    “왜 그렇게 봐요? 더 줄까?”

    젓가락이 닿지 않은 곳에서 조금 덜어 줄까, 하는 물음에 고개를 내저었다.

    “여사님의 맛집 리스트가 탐나서요.”

    “맛집 리스트?”

    “어느 집이 맛집인지, 훤히 꿰고 계실 것 같아요. 여사님이 맛있다고 사 주신 음식들은 진짜로 다 맛있잖아요.”

    내 말에 여사님이 아하하하, 하고 웃었다.

    “요즘은 리뷰도 돈 받고 홍보로 작성하는 글들이 많아서, 신뢰도가 떨어진대요.”

    “나야 뭐 동네 근처 돌아다니면서 먹을 곳 있나 찾아보는 수준이지.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아요.”

    “여사님. 나중에 활동 영역 넓혀 보세요. 저랑 다른 동네 맛집도 탐방해요.”

    “그럴까? 그거 좀 끌리는데?”

    조금 거리가 있는 곳도 괜찮다면, 아는 동생들과 가 본 식당도 좀 있다고. 나중에 시간 내서 가 보자고. 어디는 감자탕 끝내주는 곳이 있고, 또 어디는 삼합이 그렇게 맛이 좋다고.

    여사님의 말을 들으며 막국수와 만두를 깨끗하게 비워 냈다.

    “아휴, 맛있었다.”

    “좀 앉아 계세요. 상은 제가 치울게요. 커피 드릴까요?”

    “내가 할게.”

    “아녜요. 장 보고 오셔서 바로 식사하셨으니 좀 쉬셔야 해요. 커피 물 올려 둘게요.”

    먹는 것도 일이라는 말이 있다. 전투적으로 식사를 하고 나면 배가 부르기도 하지만 뭐랄까, 조금 지치는 느낌도 들었다. 아마도 이런 걸 말하는 게 아닐까 종종 생각하곤 하는데.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여사님에게 휴식을 권하고 그릇을 치웠다. 식기세척기를 돌리고 테이블을 닦고 있는데 휴대폰이 진동했다.

    발신 번호를 확인하자 070이나 해외 전화가 아닌, 정확한 휴대폰 번호가 찍혀 있었으나 모르는 번호였다. 잠시 고민 끝에 수신 거절을 했다. 그러자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 수신 거절을 했다. 또 전화가 왔다. 또 수신 거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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