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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튼 퓨리티 (122)화 (122/172)
  • 122화

    나도 모르고 속옷 위를 더듬던 손에 힘이 들어간 모양이다. 움켜쥐고 있던 것을 재빨리 놓아주었다.

    “죄송해요.”

    “죄송할 일은 아니지만, 국가대표급 고추인데 살살 다뤄 줍시다.”

    “으으, 계속 놀리실 거예요?”

    “놀리다뇨. 자랑스럽고 뿌듯해서 그럽니다. 무려 해민 씨가 인정한 타이틀 아닙니까.”

    칭찬해 달라고 해서 칭찬해 줬더니, 엄청 마음에 든 모양이다. 얼굴도 칭찬해 주고 몸도 칭찬해 줬는데, 하필이면 고추 칭찬에 꽂혀서. 너무 과하게 자랑스럽고 뿌듯한 얼굴이었다.

    “해민 씨 고추도 국가대표급입니다. 모양도 흠잡을 곳 없이 예쁘고, 색도 분홍색이라 예뻐요.”

    “아녜요. 저는 반 대표 수준이에요.”

    “아하, 반에서 제일 크셨다?”

    “아니, 그건 아니고요. 실장님이 국가대표급이면 저는 반 대표급이라는……. 그런데 저희 언제까지 고추 이야기해야 해요?”

    하고 많은 이야깃거리 중에 왜 하필이면 고추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아무리 이환과 내가 이것저것 해 본 사이라지만, 그것과 별개로 고추에 관해 이야기하는 건 성에 보수적인 한국 사람으로서 조금 껄끄러웠다.

    내 물음에 이환이 입을 꾹 다물고 무언가를 참아 내다가 이내 실패하고는 큭 하고 웃음을 뿜어냈다.

    “내 요정님이 너무 귀여워서 숨 막히네요.”

    입을 벌려 광대 부근의 도톰한 볼살을 앙앙 깨무는 시늉을 하며 이환이 한탄했다.

    “연극도 끝났는데, 저는 언제까지 요정님이에요?”

    “연극은 끝났지만, 요정님은 영원하죠.”

    “……그렇구나.”

    한번 요정님은 영원한 요정님이구나.

    이제는 별다른 반발도 없이 그냥 수긍했다.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지금까지 쭉 경험해 온 일이라 새삼스럽게 요정님 대접에 기겁할 필요는 없었다.

    이 남자는 어쩌면…… 나를 놀리는 것이 즐거운지도 모르겠다. 문득 나도 이환이 깜짝 놀랄 만한 일을 해 보고 싶어졌다.

    브리프와 바지의 허리춤을 잡아 살짝 끌어 내렸다. 어느 사이에 발기한 성기가 공중으로 퉁 튕겨 나왔다. 스르륵 몸을 내려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 성기를 향해 혀를 내밀었다.

    “잠깐…….”

    급작스러운 성기 노출에도 놀란 소리를 내지 않던 이환이 내 행동에 화들짝 놀라며 뒷걸음질을 쳤다.

    “……싫으세요?”

    쭈그리고 앉은 상태로 고개를 들어 이환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그는 살짝 붉어진 목덜미를 손으로 문지르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해민 씨에게 이런 걸 시키고 싶지는 않습니다. 차라리 내가 해 줄게요.”

    내가 하는 건 싫다면서 왜 자기는 하겠다고 그래.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내젓자 이환이 눈 끝을 살짝 찡그렸다.

    “여긴 먼지가 많아요. 해민 씨 옷 더러워집니다.”

    “옷은 빨면 돼요.”

    “집에 가서, 내가 기분 좋게 해 주겠습니다.”

    사탕을 흔들며 살살 아이를 꾀는 납치범처럼, 이환이 부드럽게 웃는 얼굴로 “어때요?” 하고 물었다.

    나는 대답 대신 자리에서 일어나 이환에게로 손을 내밀었다. 잠시 망설이던 그가 내 손을 붙잡았고, 다시 가까워진 이환을 이끌어 소파에 앉혔다. 쌓여 있던 먼지가 풀썩 피어올랐다.

    “해민 씨.”

    “지금이요.”

    이환의 앞에 서서 입고 있던 청바지를 벗었다. 신발 때문에 발에서 빠지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신발과 청바지를 같이 벗어 던지자, 점퍼 차림에 속옷과 양말만 신은, 변태 같은 차림이 되어 버렸다. 속옷을 벗고 이환의 허벅지 위에 올라탔다.

    “지금이 좋아요.”

    이환이 놀라는 모습을 보고 싶었을 뿐인데. 이럴 계획은 전혀 없었는데. 오기가 사람의 판단력을 흐려 놨다. 그래도 이환의 놀라고 당황한 얼굴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지금 실장님 표정이 좋아요.”

    이환의 정장 바지와 브리프를 잡아당겼다. 브리프의 밴드에 어중간하게 눌려 있던 성기가 자유를 되찾아 덜렁덜렁 흔들리며 존재감을 내뿜었다.

    “실장님.”

    찰흙을 가지고 노는 아이처럼 거대한 성기를 손으로 조물조물 만져 대자, 용트림을 하듯 꿈틀거리던 성기가 부피를 키웠다.

    “내 현재에, 실장님이 존재해서 좋아요.”

    이환의 현재에 서해민이라는 사람이 있음을, 그도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

    “내 과거는 언제나 외롭고 힘들기만 했는데……. 지금 이 순간이 과거가 된다면, 저한테도 좋은 과거가 생기는 거잖아요.”

    이환은 항상 내게 좋은 일만을 경험시켜 주었으니까. 나중에, 아주 나중에 이환이 존재하는 과거를 되새겨 추억할 때마다, 기쁘고 좋은 기억만 떠오르겠지.

    “과거뿐일까. 나는 해민 씨의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존재할 겁니다.”

    목뒤를 감싸 코끝을 마주하며 이환이 다정하게 속삭였다.

    “해민 씨가 무슨 생각을 하든, 언제나 내가 떠오를 겁니다.”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언제나 내가 있을 테니까.

    그렇게 속살거린 입술이 부드럽게 포개어졌다. 조금 전까지 물고 빨고 한 탓에 살짝 부풀어 오른 입술을 아프지 않게 빨며, 아래로 내려간 손이 엉덩이를 붙잡아 사타구니를 바짝 맞붙였다.

    한참 전부터 발기한 상태의 성기에 내 것이 이리저리 문질러 비벼진다. 피부와 피부의 접촉이니만큼 아프지는 않았으나, 단단한 기둥에 눌려 비벼지고 문질러지며 약간의 압박감을 느꼈다.

    엉덩이를 느릿하게 주무르던 손가락이 골을 파고들었다. 주름진 구멍 주변을 문지르다 손가락 한 마디가 입구를 벌리며 침입했다. 이물감에 몸을 움찔 떤 것과는 반대로 뒤는 반가이 손가락을 물었다.

    “만져 주기도 전에 젖었네요.”

    파고든 손가락을 구부려 내벽을 누르며 이환이 귓가에 속삭였다. 뒤를 파고든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찔꺽찔꺽 젖은 소리가 났다.

    “그거…… 좀 이상한 것 같아요.”

    “느낌이?”

    “아뇨. ……뒤가 젖는 거.”

    “자지 먹으려면 젖어야죠.”

    그러니까 그게 이상하다는 뜻이었는데.

    말을 하려는 타이밍에 쑥 하고 파고든 손가락에 헛숨만 들이켰다. 천천히 탐험하듯 안쪽을 눌러 대는 움직임에 사타구니가 욱신거렸다. 금방이라도 오줌을 쌀 것 같은 느낌이기도 했다.

    이환의 어깨를 끌어안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손가락을 꽉꽉 물면서 보채는 겁니까?”

    귓불을 아프지 않게 잘근거리며 이환이 속삭이듯 물었다.

    “그렇게 내 자지가 먹고 싶어요?”

    나는 대답 대신 이환의 어깨에 이마를 꾹 눌렀고, 그는 작게 웃으며 구멍에서 손가락을 빼냈다.

    “해민 씨를 버겁게 하고 싶지는 않은데……, 내가 좀 급합니다.”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구멍 안으로 성기가 쑥 밀려 들어왔다. 급작스레 구멍의 주름이 확장되며 쑤셔 박히는 성기에 숨이 턱 막혔다.

    “아파요?”

    “흐으…….”

    “그러게 왜 나를 자극했습니까.”

    타박을 하면서도 그는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일단 급한 불을 껐다는 듯 구멍 안에 성기를 처박고서 나를 기다려 주었다.

    “이런 식으로 나를 자극하지 말아요. 눈 뒤집히면 길바닥에서 개처럼 따먹힐 수도 있으니까.”

    “……안 그러실 거잖아요.”

    “그걸 어떻게 장담합니까. 해민 씨 손만 닿아도 자지가 불끈거리는데.”

    아무리 성욕이 강하다 하더라도 길바닥에서 이 짓을 할 만큼 이환이 분별력 없는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리고 천지가 개벽해서 사회 통념상 야외플레이가 허락되는 세상이 온다 할지라도…….

    “저한테 묻지도 않고 그러지 않을 거 알아요.”

    이환의 어깨에 콩콩 이마를 부딪치며 말하자 잠시 입을 다물고 있던 그가 이내 웃음을 흘렸다.

    “내가 요정님에게 약한 거, 알긴 압니까?”

    부드러운 물음에 그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 내 목덜미에 이환의 입술이 내려앉았다.

    “자지가 터질 것 같은데. 이제 움직여 봐요.”

    엉덩이에 찰싹 손바닥이 감기며 이환이 채근했다. 무릎으로 무게를 지탱하고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가 내렸다. 슬그머니 빠져나갔던 성기가 안을 쿡 쑤셨다.

    “아…….”

    “잘했습니다. 계속해요.”

    응원 아닌 응원을 받으며 연거푸 엉덩이를 들썩이다가 힘이 빠져 성기를 품은 상태로 주저앉아 버렸다. 깊은 곳에 푹 파묻힌 성기로 인해 배 속이 거북했다.

    “아파요?”

    자꾸 배를 문지르자 이환이 걱정스레 물었다.

    “여기…… 꾹꾹 찌르는 느낌이라.”

    안에 들어와 있는 이환의 성기 끝이 툭 불거져 나온 듯도 했다. 그 기묘함을 지적하자, 이환이 내 뱃가죽을 손으로 쓸었다.

    “살 좀 쪄야겠는데요. 그동안 잘 먹인다고 먹였는데, 찌라는 살은 안 찌고 그 음식들은 다 어디로 갔습니까.”

    “살쪘는데.”

    “그럼 이건 뭔데요.”

    이환의 손에 잡힌 뱃가죽이 흉물스러워 보였다. 쭈그리고 앉아 있는 탓에 주름이 접히며 더욱 이상해 보였다.

    “씹질 하다 죽을 것 같아서 마음껏 쑤시지도 못하는 거 압니까?”

    “충분히 마음껏 쑤시지 않으셨어요?”

    “그럴 리가요. 최대한 인내하는 겁니다.”

    단호한 대답에 그동안 이환과의 잠자리를 떠올렸다. 그게 최대한 인내했던 거라면, 마음껏 움직이는 건 대체 어느 수준이라는 거지? 상상도 되지 않았고,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다.

    “어쩔 수 없어요. 실장님은 거기도 크고, 음, 체력도 좋고, 몸으로 하는 건 다 잘하시잖아요.”

    “칭찬인지, 내 탓인지.”

    “저는 체력도 안 좋고, 기술도 없고, 뭘 가르쳐 줘도 특출나게 잘하지 못하니까.”

    “어이구, 자학까지.”

    헛웃음을 흘린 이환이 붙잡고 있던 내 허리를 살살 쓸어 주었다.

    “엉덩이 춥지는 않습니까?”

    하필이면 발코니 창까지 열려 있어 서늘한 바람이 들어오는 것을 걱정한 모양이다. 몸을 겹치고 있는 탓에 뿜어져 나온 열기로 그 서늘함을 느낄 새도 없었지만.

    괜찮다는 뜻을 담아 고개를 끄덕이자 관자놀이에 입을 맞춘 상태로 이환이 내 허리를 붙잡아 앞뒤로 움직이게 했다. 깊숙이 들어와 있던 성기 끝이 빙글빙글 돌며 내벽을 짓눌렀다.

    “으응…….”

    성기가 삽입될 때와는 다른 자극에 발가락 끝이 움찔거렸다. 이환의 목을 끌어안은 상태로 슬금슬금 허리를 움직였다.

    원을 그리듯이. 둥글둥글.

    반대로도 둥글둥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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