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화
부드럽게 입술로 머금은 유두를 혀로 살살 간질이듯 핥는다. 가슴에서 전해지는 뜨겁고 보드라운 감각과 함께 아랫도리가 오싹거렸다.
벌어진 허벅지 사이로 엎드려 팔꿈치로 침대를 짚어 몸을 지탱한 남자가 내 가슴을 빨고 있다. 턱을 내리고 시선을 아래로 향하면 가슴팍에 달라붙은 남자의 정수리가 보였다. 그리고 그 남자의 단단한 복부에 짓눌려 비벼지는 사타구니에 자극이 모이고 있었다.
위아래로 동시 공략이 가능한 지금의 자세를 남자가 노렸을까.
흔들리는 이환의 정수리를 노려보며 잠시 그의 의도를 의심했다. 정작 의심을 받고 있는 남자는 실컷 침칠을 한 젖꼭지를 뱉어 내고 반대편으로 옮겨 가 지금까지 방치되었던 젖꼭지를 삼킬 뿐이다.
혀를 날름거리며 유두를 가지고 놀던 이환이 힘주어 가슴팍을 빨아들였다. 강한 힘에 쭉 빨린 유두가 아파서 나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아파요.”
“그러게 왜 딴생각을 해요.”
“…….”
남의 가슴에 달라붙어서 물고 빨고 한 주제에 귀신같이 알아차렸다. 변명할 말이 없어서 입을 다물자, 이환이 작게 웃음을 흘렸다.
“밝아서 집중이 안 됩니까?”
“그냥…… 조금 어색해서…….”
정답에 가까웠으나 순순히 긍정하기엔 이환을 끌어들인 장본인으로서 면목이 없어 어설픈 변명을 덧붙였다.
“강제로라도 딴생각을 못 하게 해 줘야겠네.”
“어, 어떻게요?”
어떤 강제적인 방법일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더듬거리며 내뱉은 질문에 이환은 대답 대신 누르고 있던 사타구니에서 속옷을 벗겨 냈다.
“발기했네요.”
“…….”
“나한테 문지르면서 흥분했습니까?”
“그렇게 직접적인 질문은 좀…….”
“어제 나한테 섹스 타령했던 건 생각 안 나고요?”
너무 확실하게 기억이 나서 문제다. 묵비권을 행사했으나 대답을 듣지 않아도 안다는 얼굴로 웃은 이환이 몸을 뒤로 물려 발기한 성기에 얼굴을 가져다 댔다.
“자, 잠깐만요.”
“이런 상황에서 잠깐만이 어디 있습니까.”
발딱 선 성기를 손으로 누르며 타임을 외쳐 보지만, 이환은 냉정하게 내 손을 밀어내고 입을 벌려 목표로 하던 것을 삼켰다. 뜨겁고 축축한 입안으로 완벽하게 들어가 버린 성기에 놀라 심장이 덜컹거렸다.
“시, 실장님.”
내가 원한 건 이런 그림이 아닌데!
항의를 할 틈도 없이 이환의 입으로 성기가 쭉쭉 빨렸다. 목구멍 깊이 삼킨 성기의 기둥을 혓바닥이 뱀처럼 감아올린다. 팽창한 살가죽이 타액으로 젖어 들며 미끈거리는 살덩이가 비벼졌다.
“흐읏, 잠까…… 그거 말고, 으응…….”
춥, 추룹 소리를 내며 깊게 삼킨 성기를 쭈욱 빨아 뱉어 내고 다시 삼켜 빨기를 반복한다. 뾰족한 혀끝이 예민한 귀두를 핥고 움푹 팬 선단을 후벼 댔다. 오줌이 나올 것처럼 저리저리한 기분을 느끼며 허벅지를 비틀자, 이환이 강한 힘으로 허리를 붙잡아 고정하며 성기를 물고 있는 입을 우물거렸다.
“하으으, 실장, 흐아아…… 잠까아으…….”
사타구니에 들러붙어 있는 이환의 머리를 밀어내 보지만, 그는 고집스럽게 물고 있는 성기를 놓지 않았다. 오히려 쭉쭉 빠는 데에 더욱 열중하여 이쪽을 무력화시키려 했다.
배 안쪽에서 불길이 솟구쳤다. 성기는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저릿했고, 다리는 이리저리 뒤틀리고, 이환의 머리채를 붙잡고 있는 손에는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벌어진 입은 애원하는 말을 완성하지 못하고 어린 짐승처럼 울음과 신음만을 흘려 댔다.
배 속에서 날뛰던 묵직한 불덩이가 한순간 사타구니로 이동되고, 몸이 들썩일 정도의 커다란 충격이 전신으로 뻗어 나가며 눈앞이 새하얘졌다. 아플 정도로 발기한 성기에서 묽은 액체가 픽 쏘아졌다.
덜덜 떨리는 몸을 꽉 끌어안은 이환이 입을 떼지 않고 줄줄 흐르는 것을 받아 꿀떡 삼켰다. 목구멍이 닫히며 서서히 쪼그라들던 성기에 압박이 가해졌다. 끄트머리에 고여 있던 정액이 압력에 의해 찔끔 흘러나왔으나 그마저도 이환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숨을 죽였다. 그냥 숨을 안 쉬고 싶은데, 사정하느라 가빠진 호흡은 내 마음과 달리 살겠답시고 평소보다 더욱 격렬하게 들숨과 날숨을 반복했다. 흘러나오는 뜨거운 숨결이 얼굴을 적셨다.
“해민 씨.”
축 늘어진 성기를 쪼오옥 빨아 뱉어 내고 쩝쩝 입맛을 다신 이환이 나를 불렀다.
“해민 씨?”
“서해민 부재중입니다.”
안타깝게도 수치사 하셨답니다. 지금 이 시간 이후로 없는 사람이에요.
손으로 얼굴을 가린 상태에서 불퉁하게 내뱉은 대꾸에 이환이 키득거렸다. “저런.” 하고 영혼이 행방불명된 추임새를 날린 그가 내 허벅지를 붙잡아 위로 밀어 올렸다.
“그럼 더는 부끄러울 일도 없겠네요. 다행입니다.”
“……더 부끄러울 일은 또 뭔데요?”
왜인지 이대로 현실 부정이 이어지면 더 나쁜 꼴을 당하게 될 듯한 아주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얼굴을 가리고 있던 손을 떼어 내고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과 동시에 살짝 공중으로 들어 올려진 엉덩이 사이로 뜨거운 입술이 닿았다.
“아, 잠깐만요! 그거 잠깐, 진짜 잠깐…….”
힘껏 버둥거려 보지만, 붙잡혀 공중으로 떠오른 다리만이 의미 없이 흔들렸다. 엉덩이 사이로 코를 박은 이환이 꽉 다물린 구멍의 주름을 혀로 핥았다.
“하으으, 실장님. 거긴 아닌 것 같아요.”
“여기가 왜 아닙니까. 여기 맞잖아요.”
“아니, 아니에요. 거기 아니에, 하으아…….”
뜨거운 입김이 닿을 때마다 주름이 움찔거린다. 내 의도와 관계없이 오물거리는 뒷구멍에 이환이 침칠을 하고 혀를 찔러 넣었다.
“실장님, 제발요…….”
버둥거리던 다리를 축 늘어뜨리며 애원하자 이환이 입을 떼어 내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건 진짜 아닌 것 같아요.”
손등으로 눈을 가리고 울먹거리자 그가 낮게 혀를 찼다.
“히트 사이클이 아니라 삽입이 힘들 겁니다. 이렇게라도 풀어 줘야 해요.”
몸을 위로 끌어 올린 이환이 얼굴을 감춘 나를 품으로 끌어당겨 안았다.
“속상해요? 기분 상했습니까?”
“…….”
“부끄러운 건지, 아니면 나한테 화가 난 건지만 말해 줘요.”
섣불리 내 손을 끌어 내려 표정을 확인하려는 대신, 그는 나직한 목소리로 부드럽게 묻고 대답을 기다렸다.
“수치스러워요.”
“기분 좋지는 않고요?”
“수치스러워서 좋은지 안 좋은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일단 죽을 것 같아요.”
“좋아서?”
“아뇨. 부끄러워서.”
왜 자꾸 좋다는 쪽으로 대답을 유도하려는지 모르겠다. 그냥 부끄럽고 수치스럽기만 했다.
“좋지는 않았고요?”
“네.”
“…….”
정색하며 딱 잘라 답하자 이환이 잠시 침묵했다.
“미안해요. 사과할 테니까 손은 좀 내리면 안 되겠습니까.”
“좀만 더 이러고 있을래요.”
“내 얼굴 보면 화날까 봐?”
“아직 수치스러운 마음이 가라앉질 않아서요.”
“진짜 화났나 보네요.”
그게 아니라는데도 자꾸 속 좁은 사람 취급을 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사람을 매도하는 걸까 싶어 어쩔 수 없이 손을 내렸다.
“얼굴도 발갛게 달아올랐고, 자지로 좆물도 쌌고. 하지만 좋지는 않고 그냥 부끄럽기만 하다는 겁니까?”
“……실장님의 어휘 선택이 저를 더 부끄럽게 만들고 있는데요.”
눈을 내리깔고 시선을 피하면서도 꾸역꾸역 말을 내뱉어 지적하자, 이환이 고개를 갸웃 기울이며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말하는 건 나인데, 왜 해민 씨가 부끄러워요.”
“그러니까요.”
말하는 사람은 멀쩡하고 어째서 듣는 사람이 더 부끄러워해야 할까. 이환이 이런 부분에서 수치를 알게 되면 참 좋을 텐데.
“해민 씨를 놀리거나 부끄럽게 할 의도는 아니었어요. 아까 말했듯이 뒤가 젖지 않으면 삽입이 버거운데, 이번에는 페로몬의 영향도 기대할 수 없으니 그렇게라도 뒤를 적셔야 했습니다.”
그러면서 엉덩이 사이를 벌리고 조심스럽게 손가락 끝을 밀어 넣는 행동에 몸을 굳히며 작게 신음을 토해 냈다.
젖은 입구를 벌리며 들어온 손가락이 마른 내벽과 마찰하며 아릿한 통증을 주었다. 안을 억지로 확장시키듯 뻐근한 감각이 느껴지고, 전진이 쉽지 않은지 이환의 손가락이 두어 마디 틀어박혀 꼼지락거렸다.
“전에는…… 그냥도 잘했는데…….”
“그때는 히트 사이클이었으니까. 내 자지 먹겠다고 질척질척하게 젖어 있던 구멍을 기대하면 안 되죠.”
“그럼, 히트 사이클 아니면 못 해요?”
“흥분하면 자연스럽게 구멍이 젖는다고 하는데, 이렇게 구멍 안이 마른 걸 보면 해민 씨가 집중을 못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지금의 분위기가 전혀 흥분되지 않았다거나.”
“흥분보다…… 부끄러운 마음과 수치심이 더 커서요.”
정액을 발사하긴 했으나 강제적으로 사정한 느낌일 뿐 기분이 좋다거나 엄청나게 흥분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약간의 거부감까지 든 터라, 내가 문제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어제 섹스, 섹스 노래 부르던 사람은 어디 가고. 이렇게 수줍은 사람만 남았네요.”
“노래를 부른 정도는 아니었는데요.”
“짝짓기 하자고도 그랬고.”
“그건…… 대체 단어를 떠올리다 보니…….”
소심한 항변에 웃음을 흘린 이환이 뺨에 입을 맞췄다.
“내가 빨아 주는 건 싫어요?”
“좀…… 부끄러워요.”
“해민 씨가 부끄럽지 않고 기분이 좋으려면 내가 어떻게 할까요.”
“……키스하고, 손으로 만져 주면…….”
이론과 실전, 지식과 테크닉, 양방으로 부족한 나에게 물을 것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의 배려라고 생각하며 짧은 지식을 동원하여 일단의 해결책을 제시해 보았다.
“내가 손으로 만져 주면 흥분할 것 같습니까?”
“……그런 질문은 하지 말고요.”
“이런 질문도 부끄러워요?”
“밝을 때 들을 말은 아닌 것 같아서요.”
“밝을 때 섹스도 하는데요.”
어제 왜 ‘밤에만 하고 싶냐고, 낮에는 안 하고 싶냐고’ 이환에게 물었을까. 낮과 밤은 이환이 아니라 나에게 문제였는데. 그걸 미처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