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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튼 퓨리티 (70)화 (70/172)
  • 7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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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수병을 엎은 것처럼 방 안에 진동을 하던 페로몬이 디퓨저 향처럼 은은해졌다. 무형의 페로몬이 거칠고 흉포하게 날뛰던 히트 사이클 기간도 서서히 끝을 보였다.

    포악하게 나를 점령했던 이환도 어느새 다정한 남자로 돌아와 있었다. 목덜미에 코를 파묻은 상태로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킁킁 냄새를 맡고, 코끝을 문지르고, 이를 세워 아프지 않게 살가죽을 잘근잘근 씹어 대는 행동은 이갈이를 하는 강아지와 비슷하기도 했다.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것처럼 날뛰던 짐승에서 이갈이 하는 강아지라니. 흥분에 취해 속된 말을 내뱉는 모습과 평소 수줍고 다정한 모습의 차이만큼이나 대조적이다.

    “이번이 마지막이겠군요.”

    나보다 훨씬 더 페로몬에 예민한 이환은 아마 한참 전부터 느끼고 있었으리라.

    아쉬움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평생 해민 씨와 같이 있고 싶네요.”

    “……그건 제가 곤란해서요.”

    마취를 당한 것처럼 뒤의 감각이 없다. 내벽은 여전히 예민하게 자극을 느끼고 있으나, 성기가 출입하는 구멍의 입구는 마비가 된 듯 얼얼하기만 했다.

    내 대꾸에 서운함을 느꼈는지 목덜미를 무는 힘이 세졌다. 따끔한 감각에 아, 하고 짧게 신음을 흘리자 황급히 이를 감추고 혀로 할짝거린다.

    “아팠습니까?”

    “조금요.”

    “미안합니다. 나만 아쉬운가 싶어서, 서운한 마음에 심술을 부렸네요.”

    표정은 시무룩한데, 뒤에 파묻혀 있는 거시기는 전혀 시무룩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여전히 강건한 그것은 내벽의 조임을 즐기듯 깊게 파고들어 와 살짝살짝 움직이고 있었다.

    잔잔하게 전해지는 쾌감은 상냥하고 부드러워 기분이 좋았으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남의 거시기를 뒤에 넣고 있어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지만, 조만간이라는 답은 떠오르지 않았다.

    “몇…… 시예요?”

    “이제 슬슬 몇 시인지 궁금하고, 다른 생각도 나고, 여유로워졌습니까?”

    히트 사이클이 끝나 간다고 용건 다 본 사람 모양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 하느냐는 지적에 속으로 움찔했다. 양심이 아플 정도로 정확한 지적이었던 탓이다. 너무 표나게 행동했나 싶어 슬그머니 고개를 뒤로 젖혀 이환의 얼굴을 힐끔거렸다.

    “서운한데요.”

    “자꾸 저 때문에 실장님이 출근을 못 하시는 것 같아서요.”

    첫 번째 히트 사이클 때는 이환도 러트 사이클이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지만, 이번에는 온전히 나 때문이 아닌가.

    “내가 며칠 결근한다고 회사가 망하지 않습니다. 그 며칠로 문제가 생긴다면, 회사가 잘못된 거죠.”

    그렇다고 무단결근이 합리화되는 건 아닐 텐데. 백윤경이 악귀가 되어 쫓아오는 모습을 떠올렸다가 순식간에 지워 냈다. 잠시 딴생각에 빠진 나를 귀신같이 알아차린 이환이 내 성기를 손에 쥐고 주무른 탓이었다.

    “흣, 시…… 실장님.”

    “내가 쑤셔 주고 있는데, 혹시 다른 사람 생각했어요?”

    다른 사람을 생각하긴 했지만, 그 생각이 그 생각은 아니야!

    물건, 음식, 장소, 기억 등등 딴생각할 거리가 엄청나게 많은데, 어떻게 다른 ‘사람’인 걸 알아차린 걸까.

    귀신같은 이환의 감에 놀라면서도 사타구니를 자극하는 손길에 허벅지가 비틀렸다.

    “이, 이것 좀 놓고…….”

    “누구 생각했어요.”

    “백 비서님이, 흣…… 백 비서님이 화내실 것 같아서…….”

    “침대 위에서 백윤경을 생각했습니까?”

    성기를 주무르던 손이 우뚝 멈췄다.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는 듯 이환의 옆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실장님 혼나실까 봐요.”

    “…….”

    “실장님이 걱정되어서요.”

    그제야 굳어 있던 이환에게서 옅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다행입니다. 백윤경을 퇴사시켜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하마터면 열심히 일하는 직장인을 백수로 만들 뻔했기에 덩달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놈은 생각하지 말아요. 내 생각만 해요.”

    어깻죽지에 이를 박아 깨물며 이환이 투정 어린 목소리로 불퉁거렸다.

    “실장님 생각만 할게요.”

    이러다가 등가죽이 남아나지 않을 듯하여 얼른 답하자 이빨 대신 입술이 쪽쪽 살가죽을 빨아들였다.

    “예쁘고, 착하고, 말도 잘 듣고. 해민 씨는 세상 혼자 사네요.”

    난생처음 들어 보는 칭찬이라 그냥 무시했다. 이제는 이환의 입에서 나오는 말도 곧잘 무시하는 경지에 오른 자신이 뿌듯하기도 했다.

    “마지막이니까 해민 씨가 좋아하는 자세로 해 줄까요.”

    “제가…… 좋아하는 자세가 있었어요?”

    나도 모르는 그 자세가 언제부터 생겼을까 고민했으나 답은 알 수 없었다.

    모로 누워 있던 몸뚱이가 밀려 침대에 엎어졌다. 오금을 밀어 올리는 힘에 무릎을 굽히자 자연스럽게 엉덩이가 위로 솟았다. 자세를 바꾸며 성기가 빠져나간 구멍이 벌어진 엉덩이 사이로 뻐끔거렸다.

    봉긋하게 내밀어진 엉덩이를 커다란 손이 덥석 붙잡아 주물렀다. 대충 어떤 자세를 요구하는지 알아차리자 목덜미가 붉어졌다.

    이건 좋아하는 자세가 아니라 수치스러워하는 자세에 더 가까운데.

    교미하는 짐승을 연상케 하는 자세는 몇 번을 경험해도 익숙해지기가 어려웠다.

    “시, 실장님.”

    “보채지 말아요.”

    “보채는 게 아니라, 그냥…… 마주 보고 하면…….”

    이건 너무 부끄러운데.

    침대를 짚고 있는 팔뚝에 얼굴을 묻으며 웅얼거리자, 등 뒤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뒤로 쑤셔 주면 해민 씨가 더 좋아하잖아요.”

    여기 만져 줄 때마다 자지러지면서, 라고 말하며 이환이 손가락으로 구멍의 주변을 문질렀다.

    “흐읏, 실장님.”

    “해민 씨 구멍에서 내 좆물이 나오네요.”

    상황 설명을 듣지 않아도 안에 싸지른 남자의 정액이 조금씩 흘러나오는 게 느껴졌다. 이 자세가 수치스러운 이유 한 가지가 더해졌다.

    힘을 주어 구멍을 꽉 오므리자 이환이 숨죽여 웃었다. 엉덩이에 닿는 간질거리는 숨결에 앞으로 몸을 빼자, 이환이 허리를 덥석 붙잡아 끌어당겼다.

    “부끄러워요?”

    “네.”

    “내가 이 구멍에 자지를 넣어서 쑤시고 흔들고 몇 번을 쌌는데 아직도 부끄럽습니까.”

    “몇 번을 더 해도 계속 부끄러울걸요.”

    이 부끄러움이 사라지는 날이 오긴 할까.

    팔에 얼굴을 묻고 불퉁하게 대꾸하자 이환이 웃음을 터뜨렸다. 닿아 있는 몸이 잘게 흔들렸다.

    “아이 같은 내 요정님.”

    엉덩이 사이에 닿은 성기가 힘주어 주름진 입구를 벌리고 들어왔다. 며칠 동안 남자의 거시기를 품고 있었던 구멍이 익숙한 물건을 반기듯 벌어졌다.

    “더럽히고 또 더럽혀도 여전히 순수한 내 요정님.”

    넓은 가슴이 등을 덮었다. 침대로 늘어지는 몸을 단단한 팔뚝이 받아 지탱하고, 다른 손으로 덜렁덜렁 흔들리는 성기를 감싸 쥔다. 머리와 어깨만을 간신히 침대에 기댄 상태로 이환의 움직임에 맞춰 서서히 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빳빳하게 고개를 든 귀두가 내벽을 긁으며 밀려 들어온다. 정액으로 눅진눅진해진 내벽이 전해지는 자극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성기를 꽉 물고 늘어진다. 들러붙는 내벽을 힘으로 떨쳐 내며 밀고 들어온 성기가 도장을 찍듯이 깊은 곳을 후볐다가 뒤로 물러나고, 다시 강한 힘으로 쑤시고 들어오기를 반복한다.

    뒤에서 느껴지는 자극이 생생하다. 이환의 성기가 어느 곳을 누르며 어디까지 들어와 자리를 잡고 또 어떤 속도로 빠져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지.

    아아, 싫어.

    뒤에서 전달되는 자극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느껴져 마치 눈으로 보는 듯했다. 팔에 얼굴을 묻고 감아 버린 시야에 보이는 것은 어둠뿐인데, 어째서 제 구멍을 들락거리는 남자의 커다란 성기가 눈앞에 선할까.

    아니, 어쩌면 좋은지도.

    얼굴을 마주하고 한 치의 틈도 없이 뒤얽혀 끌어안은 자세에서 전해지는 온기도 좋고, 겹치듯 모로 누워 등과 가슴을 붙이고 잠이 들락 말락 하는 상태에서 가볍게 이어지는 자극도 좋다. 짐승처럼 엎드려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뒤가 쑤셔서 자극당하는 지금의 상황도 부끄러움을 제외한다면 나쁘지 않다.

    피곤한 몸과 수치스러운 정신을 제외하면, ……싫은 건 하나도 없지. 나 어쩌면…… 엄청 밝히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는데?

    문득 떠오른 생각에 놀라 흘러나오던 신음이 뚝 끊겼다. 이상을 느꼈는지 거칠게 뒤를 쑤시고 들어오던 이환의 움직임 또한 멈췄다.

    “해민 씨?”

    “……실장님.”

    “네. 왜 그래요. 어디 아픕니까? 내가 너무 세게 했어요?”

    등과 목덜미에 뜨거운 숨을 훅훅 내뱉으며 짐승처럼 허리를 놀리던 이환이 자책하듯 물었다.

    “지금 이게…… 싫지 않은 건, 히트 사이클 때문이에요? 아니면 제가 엄청 밝히는 거예요?”

    이제까지 이런 쪽으로는 별 관심도 없고, 자위도 그다지 하고 싶은 적이 없어서 담백한 편에 속한다고 생각해 왔는데. 상상과 현실이 다른 건지, 혼자 하는 것과 둘이 하는 것이 다른 건지. 아무리 봐도 내 모습이 ‘담백’과는 거리가 먼 듯했다.

    “……아무래도 이번 히트 사이클에 뭐가 있나.”

    질문을 들은 이환이 내 어깨에 툭 이마를 기대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면 그렇지. 내가 밝히는 놈일 리가 없잖아.

    중학교 다닐 때 다른 놈들이 야동 보며 하룻밤에 삼 딸 사 딸 쳤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쟤네는 참 열심이구나.’ 이런 생각이나 하며 별 감흥이 없었던 나인데. 야동 같은 거 딱히 보고 싶은 마음도 없고 봐도 별 재미도 없고, 다른 놈들 딸 칠 때 옆에서 같이 자위하고 싶은 마음도 안 들던 내가 설마.

    역시 히트 사이클이 문제라고, 페로몬이라는 놈이 아주 고약한 놈인 게 분명하다고. 그리 생각하는 나를 돌려 눕혀 얼굴을 마주한 이환이 쪽, 하고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처음에도 그러더니, 마지막에도 나를 조루로 만들고 싶었습니까?”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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