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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튼 퓨리티 (48)화 (48/172)
  • 48화

    “후우.”

    지나치게 달아오른 숨을 느리게 뱉어 내며 이환이 내 몸을 덮었다. 열이 오른 피부는 땀으로 젖어 번들거렸고, 높아진 흥분 치로 인해 마주한 심장은 쿵쾅거렸다. 그 와중에도 안에 자리한 이환의 성기는 잘게 움직이며 남은 한 방울의 정액까지 쥐어짜 뱉어 내고 있었다.

    배 안쪽이 출렁거리는 기분이다. 싸고 또 싸고, 그렇게 싸 놓은 정액은 한 번도 빼지 않은 성기 때문에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안에 고여 있어야 했다. 먹은 것도 없는데 배가 부른 기분이 묘했다.

    “힘들어요?”

    “아까부터 힘들었어요.”

    새삼스럽게 물어볼 말이 아니다. 지금 힘든 게 아니라, 이미 힘든 상태였다. 괜히 이환의 배 위에 올려져 주유소 풍선처럼 흐느적거린 게 아니라는 뜻을 담아 불퉁거리자 웃음이 돌아왔다.

    내 한쪽 다리를 들어 몸을 뒤로 빼낸 이환이 등 뒤쪽에 자리를 잡아 나를 껴안고 늘어졌다. 여전히 그의 성기는 아래에 틀어박힌 채였다. 몇 차례나 사정을 했음에도 죽지 않고 뻣뻣한 그것의 정체가 이제는 의문스러워졌다.

    목 아래로 팔이 들어왔다. 단단한 팔이 구부러지며 내 어깨를 감싸 안았다. 등으로 전해지는 남자의 높은 체온, 젖은 살결, 박동하는 심장 소리가 내 오감을 차지했다.

    “배고프지는 않고요?”

    “배고픈데 이상하게 배부른 느낌도 들어요.”

    입이 아니라 밑으로 먹은 무언가가 여전히 배 안을 가득 채우고 있어서, 허기를 느끼면서도 배 속은 더부룩한 요상한 상태였다. 내 말의 의미를 알아차렸는지 이환이 가슴을 들썩이며 웃어 댔다.

    “요정은 이슬과 꿀만 먹고 산다던데, 내 요정님은 정액으로도 배가 부른가 보네요.”

    “전 밥 안 먹으면 죽어요.”

    나는 요정이 아니라서 밥을 먹어야 한다. 그리고 요정님도 정액만 먹으면 죽지 않을까.

    내 대꾸에 이환의 웃음이 한층 짙어졌다.

    “호텔 레스토랑, 못 가서 미안합니다.”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나조차도 포기하고 잊어버린 약속을 기억하고 있는 이환에게 살짝 놀랐다.

    “레스토랑은 호텔 나가기 전에 들르기로 하고, 지금은 룸서비스로 대신 하죠.”

    이환이 손을 뻗어 침대 옆 협탁 서랍에서 메뉴판을 꺼냈다. 몸이 지그시 눌리며 안에 자리해 있던 성기가 깊이 파고들어 작게 앓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먹고 싶은 거 다 시켜요.”

    내 손에 메뉴판을 쥐여 주며 이환은 재벌 집 아들의 부를 과시했다. 솔직히 조금 두근거렸다. 하얀 메뉴판에 빼곡히 적힌 메뉴를 하나하나 정독하며 읽어 내렸다.

    “……여러 개 시켜도 돼요?”

    “당연하죠. 하나 가지고는 배가 안 찰 겁니다. 많이 시켜요.”

    재차 확답을 받고 나서야 마음 편하게 음식을 골랐다. 메뉴의 이름이 절반은 들어 봤지만 절반은 감도 안 잡히는 명칭들이라 이환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고기 먹고 싶어요.”

    “스테이크로?”

    “네.”

    “부드러운 부위로 먹어요. 두 개 시킬까요?”

    “아뇨. 여러 가지 먹을래요. 샐러드도.”

    야채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싫어하지도 않는다. 입이 텁텁하기도 해서 평소라면 절대 돈 주고 안 사 먹을 샐러드도 하나 골랐다.

    “밥은 안 먹어도 되겠어요?”

    스테이크에 밥이 어울릴까 잠시 고민했으나, 남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공간도 아니기에 “먹을래요.” 하고 답했다.

    “초밥이 좋아요, 탕이 좋아요?”

    그냥 읽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이 혼란스러울 정도로 수많은 메뉴 중에 내가 원하는 것을 쏙쏙 골라 선택지까지 주는 이환이 오늘따라 믿음직스럽고 멋있었다.

    “탕이요.”

    “피자도 하나 시킬까요.”

    “……네.”

    조금 많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이환도 함께 먹을 테고 그가 다 못 먹을 정도로 많이 시키지는 않으리라 생각했기에 음식에 대한 호불호만 확실하게 답했다.

    “아, 마실 것도 골라요.”

    몇 개의 음식을 고르고 마지막으로 음료를 고르라며 내 앞에 메뉴판을 펼쳐 주었다. 콜라, 사이다, 홍차, 에이드. 에이드는 딸기, 포도, 망고……. 길게 이어진 음료 메뉴를 줄줄 읽어 내리는 와중에 성기가 쑥 빠져나갔다. 허전한 기분을 느끼기도 전에 불식간에 아래를 파고든 손길에 읏, 하고 몸을 움츠렸다.

    “시, 실장님?”

    “배를 채우려면 속을 비워야죠.”

    왜인지 그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느껴졌다.

    뒤를 파고든 손가락 두 개가 눅진하게 풀어진 내벽을 휘저었다. 안에 고여 있던 정액이 손가락을 따라 꿀렁거렸다.

    “아, 안 돼요.”

    “음식도 많이 시킬 건데, 이렇게 배를 채우고 있으면 되겠습니까.”

    “침대에 흐르면…….”

    지금도 땀과 내가 싼 정액과 조금씩 새어 나온 남자의 정액으로 침대가 축축한데, 거기에 더해 안에 담고 있던 것까지 싸지를 수는 없었다. 사색이 되어 남자의 팔에 매달리자, 구멍 안을 휘젓던 손이 쑥 빠져나갔다.

    “이미 잔뜩 싸질러 놓고. 걱정하기엔 너무 늦었습니다.”

    “그래도요.”

    지금 당장 짐 싸서 나갈 게 아니라면 계속 여기 있을 텐데, 이보다 더 젖은 침대에 누워 있고 싶지는 않았다. 아무리 잠자리를 가리지 않고 길바닥에서 쪽잠을 자기도 했다지만, 젖은 잠자리만큼 최악은 없었다.

    도리도리 고개를 내젓자, 이환이 주변을 둘러보다 단추가 날아가 존재 의의를 상실한 와이셔츠를 집어 들었다.

    “이제 구멍 벌려요.”

    말을 해도 꼭.

    말하는 사람보다 듣는 사람이 더 부끄러워지는 발언에 목을 움츠리며 얼굴을 베개에 파묻었다. 등 뒤로 해민 씨, 하고 채근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엉덩이 밑에 와이셔츠를 받치고, 구멍 안으로 들어온 손가락이 구부러지며 정액을 긁어 냈다. 손가락이 낸 길을 따라 정액이 흘러나가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묘하고 별로였다.

    “으으…….”

    진저리를 치며 꽉 힘을 주어 버티자, 이환이 찰싹 엉덩이를 때렸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차진 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미안합니다. 아팠어요?”

    “아뇨. 소리에 놀랐어요.”

    “나도 놀랐습니다.”

    소리가 너무 차져서 세게 때린 줄 알았다고, 미안하다며 엉덩이를 부드럽게 잡아 주물렀다. 미안한 것과 엉덩이를 주무르는 것에 어떠한 상관이 있을까 잠시 고민했을 정도로 이환의 손은 도자기를 빚는 장인처럼 세심하게 엉덩이를 더듬었다.

    엉덩이 골을 따라 문질러지던 손가락이 구멍의 입구를 지분거렸다. 흘러내린 정액으로 젖어 번들거리는 주름을 문질러 누르고, 손가락 한 마디를 밀어 넣어 양쪽으로 힘주어 벌리기도 했다. 차가운 공기가 구멍의 안쪽으로 스미는 것을 느끼며 뒤를 움찔거렸다.

    “먹은 걸 뱉어 내서 그런가, 배고프다고 보채네요.”

    “아니에요.”

    여전히 베개에서 얼굴을 떼지 못하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부정했다. 뒤에 힘이 들어가는 건 어쩔 수 없는 반사 작용인데. 그걸 멋대로 오해하면 억울하다.

    “넣어 달라고 이렇게 보채는데요? 손가락에 달라붙어서 오물거리고 있습니다.”

    목뒤에 입술을 눌러 입 맞추고 이를 세워 피부를 잘근거리며 이환이 속살거렸다. 손가락이 조금 더 깊게 들어왔다. 탄력의 정도를 가늠하듯 풀어진 내벽을 손으로 꾹꾹 누르고 느릿하게 밀어 넣었다 빼는 것을 반복하는 이환의 행동에 꿀꺽 침을 삼켰다.

    왜인지 뱀 앞에 놓인 쥐, 맹수 앞에 놓인 토끼가 된 심정이다.

    “시, 실장님. ……음식 안 시켰어요.”

    관심을 돌리려는 내 시도에 이환이 웃으며 “그래요?” 하고 물었다. 넘어오는 듯한 모습은 그저 내 바람일 뿐 구멍 안에 들어와 있는 손은 여전히 바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하으응, 밥 먹는다고…… 흣…….”

    “네, 먹을 겁니다. 그런데 룸서비스를 시켜도 바로 오지는 않아요.”

    “바로고 나중이고 아직, 읏, 시키지도 않았, 으응.”

    분기 섞인 목소리로 항변하는 내가 웃겼는지 등 뒤에서 이환의 숨죽인 웃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윗입만 채우기는 아쉬우니 아랫입도 미리 먹여 둘까요?”

    “아니, 하읏…….”

    ‘아니요’라는 답을 채 끝맺기도 전에 손이 빠져나간 빈자리를 어느새 발기한 성기가 차지했다. 묵직하게 밀려 들어와 내벽을 넓히고 자리를 차지한 물건을 쫓아낼 방도가 없었다.

    “흐으, 이럴 거면 메뉴는 왜 고르라고…….”

    대체로 불만을 눌러 참는 성격이지만, 밥 가지고 장난치는 걸 싫어하는 만큼 드물게 진심으로 짜증이 났다. 확 지르진 못했으나 끝말과 함께 삼킨 짜증을 느꼈는지 장난스럽게 움직이던 이환이 몸을 굳혔다.

    “미안해요, 해민 씨. 이렇게 배가 고픈 줄은 몰랐습니다.”

    배가 고프든 부르든, 먹을 걸로 장난치는 게 제일 서럽고 치사하고 짜증 나는 일이다.

    시무룩한 뒤통수에 이환의 시선이 느껴졌다.

    “미안해요. 지금 시킬 테니 화내지 말아요. 해민 씨에게 장난치고 싶었던 거지, 화나게 하려던 건 아니었습니다.”

    이환은 내 어깨에 쪽쪽 입을 맞추고는 협탁 위에 놓아둔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어디야. ……룸서비스 시켜. 잔말 말고.”

    어디에 전화를 걸었는지 룸서비스를 시키라고 명령하고 있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음식 이름을 들으며 내가 저렇게 많이 골랐나 싶어 놀랐고, 저걸 다 외우고 있는 이환에게 감탄했다.

    “아, 커피랑 샌드위치도 추가해서. 삼십 분 안으로 준비해서 올리라고 해. ……침실 앞에 둬. ……알아서 잘.”

    휴대폰 너머로 무언가 항변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데.

    눈을 끔뻑이며 조용히 기다리고 있자 통화를 끝낸 이환이 후우, 하고 숨을 내쉬고는 생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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