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의 히든 보스 ‘허신 인안나’가 당신을 인정했습니다.]
[던전이 완전히 클리어되었습니다.]
던전 또한 클리어되었다는 판별이었다. 인유신은 얼떨떨하게 현규하를 올려다보았다.
“다 끝난 거예요”
“그런가 봐요.”
롱기누스의 창을 거둔 현규하가 망설이는 눈치이더니 입술을 달싹거렸다.
“유신 씨.”
“네”
“혹시……. 아뇨, 아닙니다. 우선 여기부터 수습하고 나중에 얘기해요.”
싱긋 미소하며 인유신의 정수리를 어루만지는 것으로 대화를 부드럽게 잘라 낸 현규하가 앞서 걸어갔다. 인유신도 고개를 갸웃하고는 그의 뒤를 따랐다.
인안나가 머물렀던 자리에는 결정석만 남은 게 아니었다. 투명한 구슬이 허리 부근의 허공에 두둥실 떠 있었다. 현규하의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았다.
“선물이 이거였군요.”
“뭔데요”
“귀속 아티팩트요.”
인유신도 놀라서 재차 응시했다. 이게 바로 그 말로만 듣던 귀속 아티팩트였다.
‘어지간한 헌터들은 평생 구경하지도 못한다는 귀속 아티팩트가 이렇게 쉽게 정말 내가 받아도 되는 거야’
귀속 아티팩트가 드롭된 던전째로 팔면 부르는 게 값이다. 슬쩍 현규하를 돌아보니 어쩐지 표정이 묘했다.
“규하 씨가 가져가는 게 낫지 않을까요”
“네 아…….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라.”
인유신이 눈치챘다는 걸 알았는지 현규하가 얼굴을 한 번 문질렀다. 그러더니 정말 속상하다는 의미의 한숨을 내쉬었다.
“유신 씨한테 귀속 아티팩트를 제일 먼저 주는 건 꼭 나였으면 했단 말이에요오…….”
현규하가 울적하게 중얼거리며 인유신의 어깨를 안고 정수리에 볼을 비비적거렸다. 자신보다 키도 덩치도 훨씬 큰 남자가 기대면서 부비적거리는데도 그 무게가 하나도 부담되지 않다니 신기했다.
“피리 부는 사나이가 딱 맞을 거 같았거든요. 쥐도 나오고, 피리로 길들인 것도 나오고. 그쵸”
“와, 그거 되게…….”
그 말에 인유신은 피리를 불자 햄스터들이 곳곳에서 나타나 자신을 따르는 상상을 해 버렸다. 발그레한 홍조를 띤 인유신을 내려다본 현규하가 어깨를 쫙 폈다.
“주인님 피리 소리를 쫓아오는 일등은 나예요.”
“안 불어도 쫓아오실 거면서.”
“역시 날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주인님이야. 일심동체로군요. 몸이 하나가 된 적은 아직 없지만.”
자연스럽게 마지막 문장은 흘려 넘기며 물었다.
“제가 정말 가져도 돼요”
“귀속 아티팩트는 못 먹어도 고 하는 겁니다.”
“근데……. 길드장님처럼 될까 봐요.”
“뭐, 수메르의 신인 인안나가 굳이 일본 아티팩트를 줄 이유는 없지 않을까요”
그것도 그랬다.
“만약 일본 아티팩트 먹어도 주인님에게 일빠라고 깝죽거리는 놈들은 내가 전부 다 죽…… 조용히 만들게요.”
현규하의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일본 아티팩트라면 절대 안 될 거 같았다. 긴장감으로 침을 한 번 꼴깍 삼킨 인유신은 가만히 투명한 구슬에 손을 얹었다.
[귀속 아티팩트를 등록하시겠습니까]
‘Yes’를 선택하자 구슬이 손바닥 안으로 스며들었다.
[귀속 아티팩트 ‘일곱 문 너머의 세계’가 등록되었습니다.]
특별히 변한 건 없는 느낌이었는데, 뚫어지게 보던 현규하가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문양이 햄스터가 아니잖아…….”
그러고는 인유신의 귀를 휴대폰으로 찰칵 찍어서 보여 주었다. 귀속 아티팩트의 문신이 새겨진 곳은 오른쪽 귓불이었다. 그만큼 크기도 작아서 언뜻 귀걸이처럼도 보였다.
“이게 뭘까요”
“모양이 쐐기 문자 같은데 수메르어나 아카드어(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사용한 언어들)가 아닐까요.”
“아하.”
“뭐, 그건 나중에 전공자한테 해석을 의뢰해 보기로 하고. 귀속 아티팩트 이름이 뭐라고 떴어요 시험 삼아서 한번 고유 필드를 전개해 봐요.”
귀속 아티팩트 사용법은 습득하자마자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설마 귀속 아티팩트를 사용하는 날이 오다니. 어째 습득하기 전보다 심장이 더 두근거렸다.
인유신은 심호흡을 하며 마나를 운용했다.
[귀속 아티팩트 ‘일곱 문 너머의 세계’를 전체 해방합니다. 고유 필드가 전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