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 뇌피셜인데 자금성 부순거 말이야. 혹시 현규하는 아닐까...
현규하가 어제 저녁에 레스토랑에서 싸우던 거 목격됐었잖아. 금방 끝나긴 했는데... 싸우던게 나르샤 길드라서(공태성이라든가) 나르샤 던전으로 싸움터 옮긴거처럼 보이는건 너무 나간 생각인가 현규하라면 폭탄도 아공간에 들고 다닐거 같고....
└ㅇㅇ너무 나간 생각임. 사람들 다 보는데서 그랬을 정도라면 현규하가 넹글 돌았다는 건데 싸움터 옮기자는 나르샤 말에 순순히 던전으로 갔다고 현규하 성격에 절대 불가능함. 나르샤에 저만한 장거리 가능한 텔레포터도 없음.
└└외부에서 텔레포터 고용했을 수도 있지 않나
└└└니 말대로라면 나르샤가 현규하 잡으려고 함정 파놨다는 뜻인데, 걔들이 왜 무슨 이득이 있어서 그런 짓을 함 옛날이라면 몰라도 현규하 지금 이능부임ㅋㅋ나르샤가 정부랑 맞짱을 왜 깜ㅋㅋㅋㅋ
└비약이 좀 심하지만 그럴듯하긴 한데.. 문제는 장범이잖아 나르샤 짓이라면 숨기려고 급급할 텐데 장범이 대놓고 인스타에 올렸겠냐ㅋㅋㅋ
└다들 왜 그러냐. 장범이 춤추고 싶다고 해서 현규하가 자금성 밀어줬을 수도 있지ㅋㅋㅋㅋㅋㅋ
└└두 또라이의 합작이 제일 가능성있다ㅋㅋㅋㅋㅋ
└근데 현규하는 회령에서 그 난리를 쳐놓고 금방 서울이야 진짜 눈깔 돌아버려서 전속력으로 날아온건가
└└남친이 레스토랑에서 고기 썰다가 머리카락 나왔다고 문자라도 했나봄ㅋㅋㅋㅋ
- 야야 이능부 피셜 떳다
무슨 각성한 범죄자 하나가 레스토랑에 있다는 제보를 받아서 현규하를 급하게 호출했던 거래. 현규하가 다짜고짜 밖에서 창문 깨고 진입한 것도 작전 들키지 않게 하려고ㅇㅇ
└에이 별일도 아니었네ㅋㅋㅋ
└뭐 얼마나 대단한 범죄자길래 회령에 있던 현규하를 호출한 거래
└└기사 보니까 인터폴에서 국제 수배된 놈이라고 함. 다른 에이급 헌터들은 던전에 있거나 지방 출장중이어서 젤 빠르게 올 수 있는 현규하한테 콜 때렸다던데
└└└그래서 잡기는 잡앗음
└└└└ㄴㄴ 그놈이 아니었어ㅋㅋㅋㅋㅋㅋㅋ인상착의가 비슷했대ㅋㅋ
└└└└└이건 현규하가 휴일 망쳤다고 보상받아야 할둡ㅋㅋㅋㅋ
└뭔일난 건지 넘 궁금했는데 결론이 쫌 시시하다...
└└싸움 났거나 범죄자가 있던 것보다는 훨씬 낫지. 넌 사람이 진짜 다치기라도 바랬냐
└근데 의외로 현규하가 이능부에서 일 열심히 잘하는듯ㅋㅋㅋ 안에서 제멋대로 깽판이나 칠 줄 알았는데 다시 봤어
└└남친한테 잘 보이려고 그러는거 아니야
사건은 그렇게, 부하 직원이 친 사고를 수습하기 위한 김 과장의 깊은 고뇌와 함께 마무리되었다.
가벼운 숙취로 머리가 울렁거렸다. 내가 어제 술을 마셨던가 잠이 덜 깬 데다가 숙취까지 있어서 속이 메슥거리니 생각이 잘 이어지지 않았다. 아무튼 숙취가 온 걸 보면 술을 마신 게 맞겠지.
너무 늦게까지 술을 마셔서는 안 되겠다는 다짐 속에 눈을 뜬 인유신의 눈앞에 있는 건 색조가 옅은 아마빛의 흐트러진 머리칼과 곤히 내리깐 같은 색의 긴 속눈썹, 투명하게 빛나는 뽀얀 피부와, 조형적으로도 완벽한 아름다움을 담은 대리석 조각상…….
즉 현규하였다.
“우아악!”
이 사람이 왜 우리 집에서 자고 있어!
이미 새벽에 깼지만 자는 척하고 있던 현규하가 살짝 눈을 떴다. 짐짓 졸린 듯 하품까지 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주인님.”
“규하 씨가 여기 왜 있어요!”
“어젯밤 우리가 나누었던 열정적이고 뜨거운 시간이 기억 안 나요”
“그게 무……. 아.”
숙취에 젖어 있던 머릿속에서 겨우 어젯밤의 일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