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6화 (126/214)
  • 빵과 떡을 먹으며 현규하에게 회령에서 있었던 일들을 들은 인유신의 눈이 동그래졌다.

    “돌발 게이트 같은 게 생겼을지도 모른다고요”

    “어느 정도 비슷한 거요. 거기에서 공태성이 무슨 짓을 했을지 의문이었는데 오늘 봤던 고래가 나왔다면 그럴듯해 보이죠”

    “어, 진짜요……. 근데 마수가 아니라면서 바득바득 우기지 않았어요”

    “마수가 아닌 다른 게 튀어나올 수도 있죠. 내 어머니도 마수가 아닌데 잘만 건너다녔잖아요.”

    “아…….”

    인유신은 그제야 그의 말뜻을 확실하게 이해했다. 평행 세계에서 건너온 모종의 생물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이었다.

    “게다가.”

    입꼬리를 싱긋 올리며 현규하가 손가락 사이에서 포크를 빙글빙글 돌렸다.

    “공태성이 내 심장이 있으면 자기도 ®ÀÇ에 갈 수 있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날 알고 있기도 하니, 적어도 그 고래가 ®ÀÇ와 관계가 있는 건 확실합니다.”

    “……규하 씨 심장 얘기가 진짜예요”

    “나도 모르겠습니다.”

    “진짜든 아니든 길드장님이 규하 씨를 정말 죽이려고 했다는 거잖아요.”

    현규하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공태성이 날 죽인다고요 백번 죽었다가 깨어나도 불가능하죠, 그건.”

    비웃음이 섞인 오연한 어투는 인유신의 마음에 드리운 울적함을 일부 걷어 주었지만 완전히 흩어 내지는 못했다. 현규하를 진심으로 죽일 작정이었던 공태성이 수단으로 이용한 것은 결국 자신이었으므로.

    말없이 손가락만 만지작거리는 그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현규하가 손끝을 감쌌다.

    “날 도발하고 유인하기 위해 유신 씨를 이용하는 게 제일 쉬운 방법이라는 건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공태성은 나를 죽이겠다고 단단히 결심한 상태였어요. 유신 씨가 아니어도 무슨 방법이든 강구했을 거라는 뜻이죠.”

    “그렇지만…….”

    머뭇거리는 입술을 현규하의 손이 눌렀다. 더는 자책하지 말라는 것처럼, 부드럽게.

    “다른 사람들이 내 여린 부분을 유신 씨라고 알고 있으니까 오히려 기쁜데요 그만큼 우리 사이가 인정받았다는 뜻이잖아요.”

    궤변이라고 생각했다. 그 말을 꺼내기도 전에 현규하가 재차 말을 이었다.

    “거기다가 이건 전략적으로도 좋은 방법이에요. 약점이 하나도 없다면 적이 어디로 들어올지 몰라 방어해야 하는 경우의 수가 많아지지만 공공연하게 약한 부분이 있다면 바로 거기를 노릴 거잖아요. 난 그 약점만 잘 방어하면 되는 거고요. 그러니 유신 씨가 날 지키는 셈이네요.”

    “……그게 뭐예요.”

    결국 인유신도 얼굴을 풀며 실소하고 말았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는데, 자신을 위하고자 하는 의도가 명백하기에 부정할 수가 없다.

    “공태성이 얼마나 음흉한 인간인데요. 무슨 짓을 할 수 있는지 말해 줄까요”

    “어떤 일 있었는데요”

    “내가 공태성을 알게 된 지도 벌써 14년째니까 보고 들은 것도 많거든요.”

    “그렇게 오래됐어요”

    “14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헌터 활동을 시작했잖아요. 혜연 누나나 최진혁도 그 무렵에 만났어요.”

    “아, 참.”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현규하가 아니었다면 뒷담화라 여기고 건성으로 흘려 넘겼을 테지만, 지금은 뭐라도 필요했다. 현규하가 무사히 제 앞에 있다는 증명이 되는 것이라면 뭐든.

    인유신은 맑게 이어지는 현규하의 목소리에 감싸이는 듯한 안온한 느낌 속에 작은 웃음을 지었다.

    공태성과 고래는 내일 만나러 가기로 했다. 그리고 인유신은 그곳에서 예상하지 못한 인물을 만났다.

    - 장범 ㅁㅊㄴㅋㅋㅋㅋㅋ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던전에서 자금성 개박살 낸 거 인스타에 올려섴ㅋㅋㅋㅋㅋㅋ북중국인들 때문에 댓글 좆창났는뎈ㅋㅋㅋㅋㅋㅋㅋ방금 부서진 옥좌 앞에서 섹시댄스 추는 영상 올림 시발ㅋㅋㅋㅋㅋㅋㅋ탱도 아닌게 어그로 개쩔ㅋㅋㅋㅋㅋㅋㅋ

    └장범은 헌터가 아니었으면 분명히 어디 뒷골목에서 총맞고 뒤졌을듯ㅋㅋㅋㅋㅋ

    └저새끼 정말 어떻게 생겨먹은 멘탈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랑 동갑인 공태성을 파파라고 부르고 다니는게 인간의 멘탈로 되겠냨ㅋㅋㅋㅋㅋ

    └└└그래놓고 생일은 장범이 더 빠름ㅋㅋㅋㅋㅋㅋ

    └시발거ㅋㅋㅋㅋㅋㅋ헌터계 양대 또라이가 이능부와 나르샤에 양날개로 있어서 아주 든든하다ㅋㅋㅋㅋㅋ대한민국의 앞날이 존나 밝네ㅋㅋㅋㅋㅋㅋㅋ

    └└둘이 또라이력으로 붙으면 그래도 현규하가 이길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금성이 어케 됏는데 부서졋나

    └└ㅇㅇ존나 시원하게 밀어버림ㅋㅋㅋㅋㅋㅋ그 넓은 자금성이 허허벌판돼서 지평선까지 보임ㅋㅋㅋㅋㅋㅋ

    └└└헐ㅋㅋㅋ 어떤 던전이엇는데

    └└└└무슨 반란군 나오는 명나라 던전이었다던데ㅋㅋㅋ

    └└└└└윗댓은 아닌데 이자성인듯ㅎㅎ 이자성 반란군이 북경 함락해서 황제가 자살했거든.

    └영상 보고왔는데 ㅈㄴ 잘춰서 더 킹받음ㅋㅋㅋㅋㅋㅋ

    - 실제로 본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자금성이 존나 크긴 하네ㅋㅋㅋㅋㅋㅋㅋ

    저길 다 박살 낼 정도라면 대체 무슨짓을 한 거냐ㅋㅋㅋㅋㅋ스킬 가지고는 안 될 거 같고 작정하고 대포나 공중폭격 같은 걸로 밀었다에 한표ㅋㅋㅋㅋㅋㅋ

    └설마 장범이 춤 추고 싶어서 던전에 폭탄을 떨어트렸겠냐 시발 그랬겠지 장범이라면 가능할듯ㄹㅇ

    └금칠을 한 건지 진짜 금으로 만든 건지는 모르겠는데 번쩍번쩍한 것들이 부서져서 굴러다니고 있는 거 보니까 좀 아깝긴 하더라. 저거 주워오면 안 되나 다 유물이니까 비쌀 거 같은데.

    └└어차피 던전 안에서 나온 것들은 마나가 함유되어 있어서 조사하면 유물이나 귀금속이 아니라는 거 다 드러남ㅇㅇ 리셋될 때마다 들고 나올 수 있으니까 희소성도 적고... 게이트학자나 던전에서 나온거 수집하는 사람들 아니면 짭 취급받음.

    └와 근데 중국애들이 빡쳐서 경복궁 던전 박살 내놓으면 어카냐ㄷㄷㄷ 아무리 던전이라도 실제로 경복궁 부서진거 보면 기분이 좀 그럴 거 같은데...

    └└ㄱㅊ경복궁이 던전으로 나오면 7, 80퍼의 확률로 임진왜란이라서... 이미 다 타버림ㅎ

    └└└Aㅏ.....

    └└└궁전이 박살나지 않게 하는 법  박살나기 전에 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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