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전송 버튼을 터치했는데 문자가 보내지지 않았다.
인유신은 고개를 갸웃했다.
‘규하 씨가 어디 산속 깊이 들어가서 전파가 안 터지나’
이따가 다시 보내 봐야겠다.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따라간 그는 흠칫했다.
주차된 공태성의 차는 양사 그룹에서 만드는 고급 스포츠카였다. 그러니까 유춘 No.1…… 아니 현규하의 폐차된 차와 동일한 차종이었다. 심지어 색깔까지 진청색으로 같다.
“…….”
“안 타나”
“타, 탈게요.”
운전 실력까지 현규하와 똑같지는 않겠지. 그나저나 저번에 찾아보니까 이 차는 올 초, 즉 공태성이 이혼한 뒤에 나온 신형이었다. 설마 이혼한 뒤에도 꼬박꼬박 전처 회사의 차를 사고 있는 건가…….
인유신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조수석에 올라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고 위쪽의 보조 손잡이까지 양손으로 꽉 잡았다.
“꾸잇……!”
8세도 결연하게 파우치를 붙들었다. 천만다행으로, 공태성의 운전은 현규하와 비교하는 게 미안할 만큼 완벽했다.
달가사는 비구 사찰이었으므로, 보육원에도 남자아이들뿐이었다. 사실 공태성이 도움을 요청한 게 민망하게도 인유신 역시 그 나이대 어린애들에게 줄 선물은 무조건 튼튼하고 안 부러지는 게 최고란 생각밖에 없었다.
그래도 열심히 따라다니면서 쇼핑을 했다. 그렇게 공태성의 양손에는 장래에 헌터가 되는 게 꿈이라는 딸을 위한 온갖 장난감들이 들리게 되었다.
“각성했어요”
“아니.”
“따님이 꿈이 크네요……. 이름은 뭐예요”
“민안나.”
공태성은 인유신이 궁금해하지도 않았는데 설명을 늘어놓았다. 딸을 소개할 때마다 왜 엄마 성이냐는 질문을 들은 모양이다.
“양사는 나중에 안나가 물려받게 될 테니 말이다. 그 집안과 성씨가 같아야 여러모로 편하겠지.”
“아하.”
아빠는 S급 헌터에 엄마는 재벌가 후계자이니 인유신은 상상도 못 할 정도의 아다만티움 수저였다.
“사진 보여 주실 수 있으세요”
마치 그 질문을 기다린 것처럼 공태성은 즉시 휴대폰의 갤러리를 열어 내밀었다. 눈이 땡글땡글하게 크고 귀여운 꼬마가 해맑게 웃고 있었다. 헌터가 되는 게 꿈이라더니 커다란 마수 인형을 마구 후려치는 사진들도 있다.
무척 활기차고 깜찍한 아이였지만……. 공태성과는 하나도 안 닮았다. 정말 완벽하게 외탁한 모양이다.
“따님이 길드장님 쏙 닮았어요.”
“안 닮았다는 거 아니까 억지로 갖다 붙일 필요는 없다.”
“헤헤…….”
인유신은 웃음으로 슬쩍 얼버무렸다.
“안나가 남친이랑 찍은 사진은 없어요”
“…….”
“죄송합니다. 남친 얘기는 안 꺼낼게요.”
사진을 뒤로 넘겨도 넘겨도 끝이 없었기에 적당히 보며 추임새를 넣고 감탄하다가 돌려주었다. 딸이 귀엽다는 칭찬을 잔뜩 들어 꽤 기분이 좋아졌는지 공태성의 입가가 평소보다 풀려 있었다.
‘그나저나 규하 씨는 아직도 연락이 안 되나’
백화점을 다니며 쇼핑하는 틈틈이 문자를 보내려고 해 봤지만 자꾸 전송 실패가 떴다. 전화도 연결되지 않았다.
[현재 상태 살의. 애정. 불안. 분리 불안.]
어제와 다를 바 없는 걸 보니 연결이 안 되고 있는 건 아직 깨닫지 못한 모양이다. 얼마나 깊은 산까지 들어간 건지……. 기왕 테이밍이 된 거라면 머릿속으로 텔레파시라도 나눌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괜찮을까. 못내 염려되었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인유신은 갑갑한 가슴만 문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