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8화 (108/214)

무탈한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세상이 조용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히든 보스가 재생성되는 사태가 또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곳곳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하지만 결정석은 오염이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인 동시에 효율까지 여타의 자원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를 포기한다면 인류의 퇴행이나 다를 바 없는 사안이었다.

60년 만에 한 번 발생한 사건으로 산업 단지의 모든 결정석을 폐기하는 건 어불성설이니 별도의 안전장치를 구축하자는 주장이 가장 큰 지지를 얻고 있었다.

사안을 좁히면 현규하의 문제도 있었다.

‘일개’ 헌터인 현규하가 고분고분하기는커녕 방약무인하다는 걸 고깝게 여기는 고위 관계자가 없지는 않았다. 거기에 건수를 노리던 언론까지 합세하여 현규하의 단독 행동을 문제시하는 여론이 일각에서 튀어나왔으나 이혜연이 커버를 쳤다.

〈던전이 워낙 넓었기에 현장에서 전략을 수정하여 현 헌터가 일종의 별동대로서 히든 보스를 수색했었습니다.〉

반박도 나왔지만 어쨌든 현규하가 단신으로 히든 보스를 사냥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고, 대중은 헌터의 능력이 입증될수록 환호한다. 덕분에 조금 불거지는 듯했던 여론은 흐지부지 사라졌다.

기껏 고생해서 잡은 히든 보스의 결정석이 사라져서 누구보다 허망해진 사람들은 ‘심장을 씹고 피를 삼키는 가학자’를 사냥했던 길드들이었다. 천만다행히 경매 보험으로 보상을 받을 예정이었다. 재생성의 원인이 경매장의 관리 부실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었던 탓이다.

〈IA옥션은 재벌들 뒤 닦아 주면서 암거래에 돈세탁까지 돌리던 회사입니다. 아이템 경매가 활성화되기 전에는 국보 반출도 했던 곳이고요. 이번에 그동안 긁어모은 자금이 훅 빠지게 됐네요.〉

괜한 회사가 피해를 보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현규하의 설명으로 찝찝함까지 덜어 냈다. 이능부는 여전히 분주했지만 말단 계약직 공무원인 인유신이 고민할 문제는 없었다.

6세도 시원한 냉룡의 비늘이 마음에 드는지 늘 그곳에서 잠을 청했다. 편안하게 늘어진 모습이 몰랑쫀득한 찹쌀떡처럼 귀여웠다. 안 그래도 한여름에는 더위를 많이 타는 녀석인데 시원하게 지내게 해 줄 수 있어 기뻤다.

혹시 현규하를 도울 방법이 있을까 싶어 8세와는 짬이 날 때마다 연구원에 들러서 훈련 방법을 배웠다.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그사이에 부모님의 기일이 돌아와 기일을 피해서 봉안당에도 들렀다. 할머니와 마주치지 않기 위함이다. 현규하에게 붙잡혀서 헬스장에 끌려가거나 던전에서 외근하는 것도 변함없는 일과였다.

공사가 모두 무탈하게 흘러가던 어느 날, 디지털소통팀에서 던전 연수 브이로그를 공개했다.

히든 보스의 재생성이라는 사태로 인해 연기되었던 브이로그의 공개는 생각 이상의 관심을 받았다. 원래라면 현규하나 공태성을 비롯한 몇몇 헌터들의 팬들만이 주목했을 브이로그는 게이트 내의 전투에 대한 소문을 들은 일반인들의 호기심도 끌었다.

이유가 어쨌든 조회수가 치솟고 있으니 디지털소통팀은 행복했다.

- 시발 던전 소풍소풍 말로만 들었는데 진짜 소풍이네ㅋㅋㅋㅋㅋㅋㅋ

싸우는 건 코빼기도 안 보여주고 처먹고 처자고 수다 떨고 마수 해체하고 자원 캐는 거 좀 보여주고 끝임ㅋㅋㅋㅋ어이가 없네

이급 엪급 새끼들이 소풍이라고 하면 발작하길래 대단한거라도 있나 했더니ㅅㅂ

└멀리서 조금은 보여줬잖아ㅋㅋㅋ공태성 불쇼 멋있더라 현규하는 근데 뭐 했냐

└└공중에 계속 떠 있었는데 밑에서 촬영하다 보니까 나무에 가려서 잘 안 보임 그냥 손만 휙휙하니까 마수가 휙휙 뒈짓

└└그 정도만 해도 많이 보여준 거임. 촬영해서 공개하면 자기 밑천 다 까발리는 건데 어떤 호구등신이 그걸 허락해줌 연구원들이든 홍보팀이든 던전 안에서 찍은 영상은 나오기 전에 검사해서 전투 장면은 원본 다 삭제했을거.

└└└이 새끼 왜 이렇게 잘알이야. 관계자냐.

└└└그럼 저번 게이트 영상은 죽어도 못 보겠네... 스급 셋이 다 찢고 왔다던데 얼마나 쩔었는지 궁금하다...

└└└└그냥 보스도 아니고 히든 보스를 혼자 때려잡는게 상식적으로 가능한가 히든 보스 재생성된거 덮으려는 언플 아냐

└└└└└목격자가 수두룩한데 지 혼자 세상 냉철한 줄 아는 등신들이 꼭 한 마리씩 튀어나옴

└그래도 영상으로 보니까 생각보다 괜찮더라. 쓸모도 없는 스킬이라서 헌터 라이선스도 안 땄는데 이참에 시험칠까 생각중ㅎㅎ

└└어려운 시험도 아니고 라이선스 있으면 나쁜건 없을듯..

- 공태성은 소풍 왜 따라간 거지

길드장이 또 앵벌이해야 할 만큼 나르샤 사정이 안 좋나

└진시황은 살아있습니까

└할머니. 공태성이 우라노스의 소년가장이던 시절은 옛날에 지나갔어요

└저번 침식 게이트때도 그렇고 요새 은근 공무 헌터들이랑 잘 다니는듯

└└최진혁이랑 친하니까 도와준거 아닐까

└└└니 눈에는 11분 49초에서 최진혁 발로 차는 공태성이 친한 걸로 보이냐. 이 와중에 다리는 존나 길어ㅋㅋㅋ

- 현규하(헌터. 28세)가 살아있는 사람이엇어....

나는 액정 속에서나 존재하는 요정인줄 알앗는데 걸어다니네... 숨도 쉬네.... 밥도 먹네.... 마시멜로도 굽네.... 말도 하네.... 잠도 자네... 목소리도 들리네.... 눈썹도 깜빡거리네....

└요정=날아다닌다 현규하=날아다닌다 현규하=요정 ㅂㅂㅂㄱ

└└그 덩치로 마시멜로 굽는다고 쪼그리고 집중해서 손가락 꼼지락거리는거 졸귀씹귀ㅠㅠ요정 마즘ㅠㅠㅠㅠㅠ먹는 것도 보여주지ㅠㅠㅠㅠㅠ

└근데 진짴ㅋㅋㅋ도촬되는거 아니면 얘기로만 들렸으니까 사람이 아니라 나라에서 몰래 만든 AI 같았는데 요새는 사진도 많이 찍히고 영상에도 나오니까 인간이었다는 게 실감이 남ㅋㅋㅋㅋ이제 뀨 다큐 만들 때도 됐다

- 마시멜로나 구우면서 귀엽게 꼬물거리는 무해한 우리 애가 히든 보스 혼자 줘팼다는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랭킹 1위 거품이라고 쿨타임 찰 때마다 시비털던 새끼들 아닥한거 존웃ㅋㅋㅋㅋㅋㅋ

└현규하가 무해하다니 양심 뒤졋냐

└└규하가 술 처먹고 일반인을 팼냐 약을 했냐 게이트 밖에서 난동을 피웠냐 음주운전을 했냐 전과가 있냐. 내 새끼는 그냥 남친 집에서 네발로 기어다니면서 길러지고 싶은 도라이일 뿐이라구욧

└└└ㅋㅋㅋㅋㅋㅋㅋㅋ그 사이에 또 남친한테 차인거 아니겟지....

└뀨를 원맨아미라고 하는 거 은근 비꼬면서 부르는 인간들 있었잖아. 실력이 안 되니까 들통 안 나려고 솔플만 한다면서ㅋㅋㅋ근데 마수를 군단급으로 몰고 다니던 히든 보스랑 붙었죠ㅋㅋㅋㅋ디벞 먹고도 솔플로 잡았죠ㅋㅋㅋㅋㅋㅋ

└선배가 그때 작전 참가했던 헌터라서 얘기 좀 들었는데ㅋㅋㅋ무기로 쓴 아티팩트 그날 보고 들은 것만 3개래ㅋㅋㅋㅋ아공간 털어보면 몇개나 될지 궁금쓰

└└귀속 아티팩트도 막 2개씩 갖고 있고 그런거 아니냐

└└└에이 설마 그건 좀 에바임 1개만 써도 마나를 쪽쪽 빨아먹는다는디

- 야 이 짤들의 공통점 뭐일거 같냐 (데이터주의)

상추쌈 싸는 뀨.gif눈밭을 걷는 뀨.gif텐트 들어가는 뀨.gif세수하는 뀨.gif신발 신는 뀨.gif....

└잘생겼다는거

└어디서 많이 본 익숙한 눈깔인데

└└설마 남친 옆에 있는거 아니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친 일반인이라매

└└└└공뭔이니까 소풍 따라갔을지도...

└└└진짜 남친 보면서 웃는거 맞으면 현뀨 눈동자에 비치는 남친 얼굴 딸 수 있겠다ㅋ

└└└└시발아 그거 따서 뭐할 건데

└└└└옛날에는 없는 떡밥 어떻게든 착즙하느라 정신없어서 이런 머갈빻은 새끼들 안 보였는데 요새 뉴비 유입되면서 물 다 흐림 존나 짜증.

└└└└남친한테 악플 달았다가 고소당한 애들 먹먹문 올린거 못봄ㅋㅋㅋㅋ너도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ㅋㅋㅋㅋ해보셈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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