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 씨 앞에서 절대 죽지 않겠다고 맹세할게요.”
“……하지만 제가 규하 씨의 약점이 되는 건 여전하잖아요.”
“당신이 우려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더욱 강해질게요.”
어린아이처럼 단순한 대답이었다. 그렇지만 결코 대답처럼 단순하거나 가볍지 않은, 농도 짙은 감정이 눈동자 너머에서 일렁거렸다.
그 농밀한 감정의 늪에 숨이 막힐 것만 같았기에 인유신은 낮게 신음했다. 평소처럼 가볍고 짓궂은 언행에 눈이 어두워져,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 아마 그는 이 관계를 끝내고 싶다는 말을 했을 때부터 지금 같은 시선으로 주욱 자신을 보고 있었겠지.
“제가 규하 씨의 권태를 지워 주기 때문이에요”
“그 이유도 없다고는 할 수 없죠.”
“전부 억지로 강요된 감정들이잖아요.”
자신에게 불가항력으로 얽매인 그이기에 언어로 표현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홀로 되짚고만 있던 진심이 끝내 힘없이 흘러나왔다.
그러지 않아야 하는데. 자신마저 얽매여서는 안 되는데.
강제로 주입된 감정에 의지하게 되는 게 자신을 더 비참하게 할 거라는 걸 알아도 기울어지는 심장의 울림이 힘겹다. 어떻게 이성의 판단만으로 끊어 낼 수 있을까. 보잘것없고 쓸모없고 무가치한 나를 저토록 다정하게 대해 주는 사람인데.
그 다정함마저 거짓이기에, 인유신은 이 관계를 끝내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규하 씨가 저를 배려하고 도움을 주시는 건 알고 있어요. 그것들도 전부, 테이밍이 억지로 기워 붙이고 뜯어고친 가짜잖아요.”
“…….”
“처음부터 절 죽이고 싶다는 얘기를 하셨죠. 그게 규하 씨가 저에게 느끼는 진짜 감…….”
진짜 감정이니까요. 진짜 감정이 아닐까요. 진짜 감정 같아요.
뭐라고 했을까. 어미를 어떻게 마무리 지을 요량이었든 모두 쓸모없는 음성이 되었다. 두서없이 뱉어 내던, 버림받은 아이의 슬픔은 현규하의 입술에 지워졌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