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수가 나 한입 먹으면 뀨 만나러 갈 수 있다는 거지????
└└한입 와앙 해서 뒤지지만 않으면ㅇㅇ
└일 안 할 때도 맨날 저 까만 재킷 입는구나ㅠㅠ기엽...ㅠㅠㅠㅠ
└└머리 색도 눈 색도 옅으니까 까만 옷이 넘 잘 어울림ㅠㅠㅠㅠㅠ
└야 근데 현뀨 티샤쓰가 계속 바뀌는데 너 며칠이나 거기 있었냐
└└백수임
└└└민원실에 뀨 보러 온 사람 많아?
└└└└조오오온나 많아. 완전 도떼기시장이야
└└└└└나도 갈까.....
└이 미친 새끼들이 사생질도 존나 당당하게 처하고 자빠졌네
└└근데 솔직히 헌터 사생질하려면 게이트까지 쫓아가는 것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규하 애인 봤음? 어떰?? 이뻐??
└└얼평이라서 좀 그렇긴 한데.. 순한 귀염상임. 둘이 잘 어울리는 듯. 사무실이라서 같이 붙어 있지는 않은데 가끔 뀨가 남친 머리에 손 올리는 걸 봤거든? 완전 꿀 떨어지더라. 뀨가 더 좋아하는 거 같음
└└└애인 사진도 한 번만 올려주면 안댐??? 바로 확인할 게 빛삭하면 되잖어
└└└└일반인인데 미쳣냐 사진 정리하다 보니까 남친까지 찍힌 사진 몇 장 나왔는데 그건 원본 삭제함
└└└└└미안..ㅠㅠ그냥 규하 연애 소식 듣고 너무 속상해서... 여자랑 사귀는 꼴을 보느니 차라리 남자가 나을 거 같기도 하고.....
└선생님ㅠㅠㅠ5분도 안 돼서 링크가 터졌는데요...ㅠㅠㅠㅠㅠ
- 솔직히 난 규하가 커밍아웃해서 조아ㅋㅋㅋㅋㅋ
나는 유사 먹던 것도 아니고 알페스도 안 하고 얼굴만 빨아서 스캔들에는 아무 생각이 없고ㅋㅋㅋㅋ규하는 맨날 소처럼 던전 돌면서 일만 하고 공식 행사에도 거의 참석을 안 했었잖아.
인스타도 안 하고 소속된 길드도 없어서 가끔 목격담 아니면 소식 들을 곳이 없으니까 멀리서 찍은 사진 한 장으로 몇 달씩 뇌절했는데 요즘엔 날마다 떡밥이 생성돼서 진짜 너무 행복해. 규하가 미자일 때부터 팠는데 요즘처럼 덕질할 맛이 나는 거 처음이야ㅠㅠㅠ
└뀨로 유사 퍼먹던 애들 의문의 게이행ㅋㅋㅋㅋㅋㅋㅋ
└그러고 보니 규하가 던전 공략했다는 얘기 마지막으로 들린 지 한참 됐지? 다른 일로 바쁜가?
└└그동안 연애했겠지ㅋㅋㅋ
떡밥에 굶주린 현규하 팬들로 인해 이능부 청사 근처의 카페와 식당은 개업 이래 최고의 일일 매출을 경신 중이었다. 헤테로든 게이든 돈 벌게 해 주는 사람이 최고인 자영업자들은 이 커플의 백년해로를 기원했다.
“선생님, 정말 죄송하지만 진단서가 없다면 저희가 도와드릴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야! 그걸 왜 못 해! 니 눈깔 삐었냐?! 여기 상처도 안 보여?”
자고로 사람은 생명과 돈에 민감해지기 마련이고, 그 둘을 모두 다루는 민생안전과의 민원실에는 민감한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진상 집합소라는 뜻이다.
인유신은 진땀을 흘리며 민원인을 상대했다. 쉽 독이라 불리는 마수가 있다. 개와 구강 구조가 비슷하다 보니 개한테 물린 상처도 마수에 당한 피해라 우겨서 보험료나 피해 보상금을 타 가려는 흔한 사기였다.
악질적인 사람은 진단서까지 위조했지만 이 남자는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다. 대신 무턱대고 배 째라면서 우기고 삿대질하며 큰소리로 욕설을 퍼부었을 뿐이었다.
“시팔! 내가 내는 세금으로 월급 받아 처먹는 새끼들이!”
목에 핏대가 곤두설 정도로 언성을 높이는 남자와 쩔쩔매는 인유신은 미처 못 봤지만, 사무실 안의 다른 사람들은 목격했다. 복도에 전화를 받으러 나갔다가 돌아온 현규하가 그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모습을.
직원들만이 아니라 민원인들까지 모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입을 다물고 그쪽을 주시했다. 꼴깍. 누군가는 침까지 삼켰다.
“이게 어디서 민원이나 보는 주제에 따박따박 말대꾸를 해! 상급자 데리고 와!”
“상급자 대신 애인은 안 됩니까?”
웬 미친놈이냐고 욕하면서 휙 돌아본 남자는 고개를 한참이나 위로 꺾어 현규하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식겁했다.
“혀, 혀, 현규하?”
“네, 현규하입니다.”
“그 또라이 같다는 현규하?!”
“누가 그런 악의적인 소문을.”
실언을 깨달은 남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일밖에 안 하다 보니 업종 종사자가 아니면 그를 목격한 사람들은 거의 없다. 다만 그 헌터들 사이에서 현규하가 어떤 인간인가에 대한 이야기는 알음알음 흘러나왔다.
근데 방금 면전에서 또라이라고 했었다. 근데 또 그 전까지 진상 부렸던 직원이 현규하의 애인이란다. 근데 또 또 현규하를 다룬 기사에 ‘씨빨 더러운 호모 새끼’라는 악플을 달았던 기억도 떠올랐다.
즉시 도망치려던 남자의 어깨가 현규하의 손에 턱 붙잡혔다. 별로 힘을 준 것 같지도 않은데 빠져나올 수가 없다.
“얘기를 들어 보니 쉽 독에게 물렸다면서요.”
“네, 네. 그게 제 착각이었던 거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쉽 독이 개와 구강 구조가 비슷하다 보니 착각할 수도 있죠.”
“그, 그렇지요? 하하하…….”
“상처를 확실하게 구분할 방법이 있긴 있어요.”
진땀을 흘리며 와들와들 떠는 남자에게 현규하가 친절한 미소를 지었다.
“쉽 독의 송곳니에는 독액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표시가 잘 안 나지만 절단면을 확인해 보면 확실해요. 제일 빠른 방법이기도 하고요. 한번 확인해 보죠.”
“절단면이라면…… 다리를 자, 자, 자, 잘라서요……?”
“잘라서 확인만 한 뒤에 바로 붙여 줄게요. 나 도끼질이 취미라서 잘 잘라요.”
현규하는 웃는 낯 그대로 아공간에서 피가 말라붙은 묵직한 도끼를 꺼냈고, 남자는 눈을 까뒤집으며 기절했다.
그날 이후 민원실에는 진상이 사라졌고 현규하는 진상 퇴치 인간 토템이 되었다. 인유신은 주인님이 된 후, 처음으로 그가 멋있게 보였다.
* * *
아침에 받은 전화 이후 정확히 3시간이 지났다. 벨 소리가 울렸다. 얼른 통화 버튼을 터치했다.
“네, 규하 씨.”
- 뭐 하고 있었어요?
“점심요. 친구 만나서 같이 떡볶이 먹는 중이에요.”
- 주인님 생각을 하다 보니 벌써 점심때라는 걸 몰랐네요. 집에서 먹어요?
“집 앞에 있는 분식집에서요.”
- 흐음.
그냥 분식집에서 먹는다는 솔직한 얘기를 했을 뿐인데 왠지 현규하는 만족감이 밴 소리를 내었다.
- 주인님 목소리 계속 듣고 싶지만 떡 붇기 전에 끊겠습니다. 식사 맛있게 하세요.
“넵. 규하 씨도 얼른 점심 드세요.”
- 유신 씨 생각을 하면서 잘 먹겠습니다.
전화를 끊으니 맞은편에 앉은 박승기가 묘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저번에 봤을 때도 희한했는데, 무슨 알람 맞춘 거처럼 3시간마다 꼬박꼬박 전화하냐?”
“어.”
“출퇴근길에도 태워 준다며?”
“어.”
“맨날 맨날 사무실에서도 죽치고 있고?”
“어.”
“……사귀는 사이면 원래 그렇게 하나?”
“그런 거 아니야?”
그 분리 불안 때문에 사무실에 날마다 출근 도장을 찍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사귀는 사이라면 평범한 모습이 아닐까? 조금 과하긴 하지만. 모솔 인유신은 그렇게 생각했고, 역시 모솔인 박승기는 고개만 갸웃했다.
“아무튼 부탁할 게 있는데.”
“응, 안 돼.”
“들어 보지도 않냐! 눈 돌아갈 정도로 바쁜 와중에 억지로 시간 내서 떡볶이까지 바치고 있는데!”
“들어 보나 마나 규하 씨한테 게이트 안에서 뭔가 갖다 달라고 할 거잖아. 뇌물로 떡볶이 사 줘도 안 돼.”
“형이 순대도 덤으로 얹어 줄게.”
“사귄 지 얼마 안 됐는데 어떻게 부탁부터 해.”
“너 엄청 좋아하는 티가 팍팍 나는데 그 정도야 챙겨 주지 않겠냐?”
“그래도.”
남에게 부탁하는 걸 어려워하는 인유신을 잘 아는 박승기는 불만을 구시렁거리면서도 더 매달리지는 않았다.
“나중에 현규하랑 던전 갔을 때 괜찮은 거 보면 주워 주라.”
“규하 씨가 날 데리고 던전에는 왜 가?”
“혹시 아냐. 던전 데이트 같은 거라도 할지.”
“에이, 설마.”
그럴 리가 있겠냐면서 인유신은 피식 웃고는 떡볶이를 오물오물 먹었다. 떡볶이는 역시 분식집 떡볶이가 최고였다.
“유신 씨, 같이 던전 공략이나 하러 가죠.”
현규하가 말했다.
그 말을 한 건 집에 있을 때 3시간마다 걸려 오는 전화와, 아침마다 커피 셔틀 홍 팀장이 사 오는 커피와, 출퇴근길을 현규하가 태워 주는 일에 익숙해졌을 무렵이었다.
처음에는 민원실의 직원들도 현규하를 부담스러워했다. 하지만 커피와 달다구리가 날마다 제공되며 종종 점심까지 얻어먹고, 무엇보다 억지 민원에 시달릴 일이 없어진 지금은 대단히 우호적이었다.
비대면으로 억지를 부려도 현규하가 찾아내서 다리를 자른다는 괴소문까지 더해져서 게시판이나 전화도 아주 클린하다. 직원들은 팬들을 위한 포토존도 자발적으로 만들었다. 영험한 토템에게 바치는 일종의 공물이다.
파티션 판유리에 촬영을 방지하는 필름까지 싹 붙이면서 통유리 밖에 따개비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는 현규하의 팬들에 대한 부담감도 덜어졌다.